취재

[NDC 17] 김윤정 "게임을 만드는 지금 이 순간을 즐기세요"

가나 (최영락) | 2017-04-26 20:14:27

세상에는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고, 게임을 만들고 싶어 하는 사람도 있다. 사람에 따라서는 어린 시절 도화지에 그림을 그리며 나만의 게임을 상상하거나, 복잡한 게임 맵 에디터를 만지며 미래의 나를 꿈꾸기도 한다. 

 

그렇게 게임을 만들고 싶어 게임회사에 입사하지만, 꿈과 현실은 다르다. 막상 게임이 좋아 게임회사에 들어갔는데, 관련 없는 다른 일을 하다 보니 점점 종이에 낙서를 그리며 아쉬워하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이에 '김윤정' 인디게임 개발자는 게임 개발의 꿈을 다시 살릴 수 있는 기회로 '게임잼'을 추천한다. 

 

게임회사 직원이던 그녀는, 회사와 게임잼 참여를 병행하다 결국 인디게임 개발자가 됐다. 게임잼 참가만 벌써 11번째. 게임잼은 무엇이고, 어떤 매력이 그녀를 게임잼으로 이끌었는지 직접 들어봤다. / 디스이즈게임 최영락 기자


 

인디게임 개발자 '김윤정'

 

 

# 누구나 게임 개발자가 될 수 있는 '게임잼'

 

김윤정 개발자는 '게임잼'(Game Jam)에 대한 소개와 함께 강연의 문을 열었다. 

 

게임잼을 간단히 설명하면 '48시간 동안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서 즉흥적으로 인디게임을 만드는 개발 축제'이다. 최초의 게임잼은 2002년 3월, 미국 캘리포니아 오클랜드에서 시작됐다. 혁신적인 비디오게임을 만들기 위해 소규모 비디오게임 개발자 그룹을 초청한 모임이 최초의 인디게임잼이다.

 

우리나라의 게임잼은 2013년 10월, 60명이 참가한 '인디게임 위크엔드 1회'에서 시작됐다. 이후 글로벌게임잼, A-Cube 게임잼, G-NEXT 게임잼, 대한민국 게임잼 등 관련 행사와 함께 참가자도 늘고 있는 추세다. 김윤정 개발자는 이런 게임잼에 참여한다면 누구나 게임 기획자, 디자이너, 개발자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녀는 게임잼 소개와 함께 "오늘 강연을 듣고 관심 있는 사람은 게임잼에 참여해보라"면서 "괜히 갔다고 해서 게임잼의 민폐는 아니며, 누구나 게임 개발자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패나 퀄리티에 대한 걱정과 부담을 덜어도 된다고 말한다. 

 

기획서가 없어도, 그림을 못 그려도 역할의 벽을 깨고 서로 머리를 맞대면 게임은 완성된다. 그녀는 "게임이 점점 산으로 간다면, 그 또한 즐거운 일"이라면서 "어차피 2박 3일의 짧은 기간 동안 만드는 프로토타입의 게임이기에, 퀄리티에 부담을 갖지 않고 게임의 재미를 느낄 수 있다면 충분하다"고 언급했다.

 


 




 

 

# 35세 게임회사 직원, 게임잼에 서다

 

2014년, 그녀는 제2회 '인디게임 위크엔드'를 통해 게임잼에 처음 참여하게 된다. 회사 동료와 참여한 무박 3일간의 창업 체험 행사에서, 심사위원으로부터 게임잼의 존재를 처음 듣게 된다. 

 

당시 나이 35세의 게임회사 직원(3D 모델러). 그녀는 개인 업무에 대한 무기력함과 커리어와 인생의 불안감을 안고 살아가고 있었다. 그때 알게 된 게임잼의 존재는 그녀에게 새로운 기회였다. 그리고 더 재밌는 게임을 만들겠다는 생각과 함께 '인디게임 위크엔드'에 참여하게 된다.

 

그녀가 경험한 당시 게임잼은 1) 주제 발표 및 팀 빌딩 2) 게임 개발 3) 게임 시연 및 팀별 PT 4) 시상 및 마무리' 순으로 진행된다. 세부적으로는 아이디어 발표를 비롯해 팀원 모집과 친목도모, 자기 정비(취침 등) 시간 등으로 세분화된다. 이 모든 과정이 이루어지는 시간은 48시간.

 

단, 그녀의 경우 게임잼에서 실제 게임을 개발할 수 있는 시간은 전체 48시간 중에 36시간 밖에 안 됐다고 밝혔다. 개발 마감은 일요일 오후 1시까지인데, 당시 회사일을 병행하고 있었기 때문에 시간과 체력 면에서 힘든 상황이었다. 

 

하지만 당시의 48시간을 고통스러웠다는 표현 대신 좋은 경험과 추억으로 얘기했다. '아프리카'라는 주제로 어떤 게임을 만들 것인가에 대한 고민, 예상치 못한 게임 속 오류에 웃은 사연, 밤샘 철야와 쪽잠까지. 

 

위와 같은 과정들을 통해, '부족을 살리기 위해 머리에 물을 넣고 달리는 소년'을 그린 런 게임 <아프로 런>(Afro Run)이 탄생했다. 이 게임은 게임잼 행사 이후 보완 작업을 거쳐 구글 플레이를 통해 모바일게임으로 출시됐다.

 

 


 


 

 

# 게임잼이 그녀에게 남긴 것

 

과거 게임회사 직원으로 있던 그녀는 "게임잼에 참여하면서 게임 개발자로서 살아있음을 느꼈다"고 말했다. 당시 회사에서 쌓인 스트레스를 인디게임 만들기로 해소했으며,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잠시 내려놓고 현재를 온전히 즐길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고 밝혔다. 

 

다른 팀 게임을 보면서 신선한 자극도 받았고, 본인도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어 무척 기뻤다고 말했다. 아울러 게임잼을 통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고등학생부터 대학생, 예술가, 게임업계 종사자, 그리고 꿈을 찾아 다시 돌아온 사람들까지. 그녀는 많은 사람들과 게임을 만들면서 스스로의 한계들을 돌파할 수 있었고, 많은 것을 배웠다고 고백했다.

 

그녀는 강연을 통해 과거에 대한 회상과 인디게임 개발자로서의 소감을 밝히며, 게임잼에서 희망을 얻었다고 말한다. 한 번은 2인용 PC게임을 만들어 나란히 앉아 게임을 하는데, 과거 동생과 게임을 즐기며 게임 개발자를 꿈꿨던 추억이 떠올랐다는 것. 

 

당시 사례를 소개하며 "내가 꿈꿨던 꿈이 이것이었고, 그 꿈은 멀리 있는 게 아니었다"면서 "지금이 가장 행복하며, 여러분도 게임을 만드는 이 순간을 즐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녀가 게임 개발자로서 하고싶은 가장 중요한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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