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NDC 17] 18년차 기획자가 말하는 ‘특별한 기획자가 되는 법’

다미롱 (김승현) | 2017-04-26 14:17:58

게임의 재미와 기반을 설계하는 '기획자'는 많은 개발자 지망생들의 로망이다. 하지만 이런 기획자에 대한 열망과 별개로, 많은 지망생들이 정작 기획자에겐 어떤 역량이 필요한 지, 이를 키우기 위해선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 알지 못한다. 기획자란 직군의, 그리고 이 직군에 필요한 것으로 알려진 모호한 역량 때문이다. 

 

과연 기획자가 되기 위해선 '구체적으로'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바람의 나라>에서부터 <마비노기>까지, 18년 간 기획자로 일한 넥슨 박웅석 디렉터가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을 준비했다. 박웅석 디렉터의 '특별한 기획자가 되기 위해 필요한 그것!' 강연을 정리했다. /디스이즈게임 김승현 기자


 

넥슨 박웅석 디렉터

 

 

# '그 게임'을 '왜' 좋아하세요?

 


 

위의 이미지는 박웅석 디렉터가 기획자 면접을 하면 항상 묻는 질문, 듣는 답이다. 하지만 위의 답은 기획자가 아니라, 게이머라면 대부분 답할 수 있는 내용이다. 

 

하지만 기획자가 하는 일을 생각하면 이 질문이 조금 다르게 보인다. 기획자는 게임의 재미와 기반을 설계하는 직업이다. 기획자는 게임의 장르적 특색과 그 게임만의 특성을 결정하고, 그 게임의 콘셉트와 핵심 요소, 시스템 등을 짠다. 

 

조금 더 자세하게 들어가면 유저가 게임 중 맞닥뜨릴 레벨(≒ 스테이지)를 디자인하기도 하고, 조금 더 크게 나오면 현재와 앞으로의 게임 시장을 분석해 보다 더 먹힐 만한 게임을 구상해야 하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면접관으로 나온 기획자들은 앞서 말했던 질문에 이런 답을 기대한다.

 


 

기획자가 어떤 일을 하는지 생각하고 있지 않다면 일반적인 게이머와 다를 바 없는 시야를 가지기 쉽다. 시야가 게이머 수준에서 머무르니, 기획자로서 필요한 역량도 키우기 힘들다. 때문에 기획자가 되려는 이들은 기획자가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는지 알고 항상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

 

 

# 가장 중요한 것, 너 자신을 알라

 

때문에 기획자가 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기획자는 어떤 사람인지 알고, 이것이 되려 하는 나는 어떤 사람인지 파악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기획자'라고 뭉뚱그려 말하긴 하지만, 기획자 안에서도 여러 업무가 존재한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처럼 게임의 핵심 시스템과 규칙을 고민하는 기획자도 있고, 스테이지의 구성 하나하나를 디자인하는 기획자도 있다. 그리고 이런 업무는 저마다 각기 다른 역량을 요구한다.

 

이 때문에 기획자가 되려는 사람은 자신에 대해서도 잘 알아야 한다. 자신의 역량을 알고, 이것이 어떤 분야에 유리한지 알아야 보다 효과적으로 자신을 계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기획자가 되기 위해선 구체적으로 자신이 어떤 능력을 가졌고, 이것이 어떤 기획 업무에 필요한지 알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다면 기획자가 무엇인지 알았다면, 기획자로서 필요한 역량은 어떻게 키워야 할까? 일반적으로 기획자가 되기 위해서는 2종류의 역량이 필요하다. 하나는 게임 시장에 대한 이해, 커뮤니케이션 능력, 책임감 등 게임회사에서 일할 때 필요한 '공통역량'이다. 다른 하나는 창의적인 콘텐츠와 시스템을 구현하는 것과 같은 기획자라는 역할 자체에 필요한 '직무역량'이다.

 

박웅석 디렉터는 이번 강연에서 직무역량, 그 중에서도 창의성을 키울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집중적으로 얘기했다.

 

 

# 이 게임은 '왜' 이런 콘텐츠를 만들었을까?

 

기획자 지망생들이 공부할 때 가장 많이 사용하는 방법이 바로 '역기획'이다. 역기획이란 이미 완성된 다른 게임의 콘텐츠를 보고, 역으로 기획서를 다시 작성하는 것을 뜻한다. 대부분의 지망생들은 이 과정에서 퀘스트 진행 과정이나 달성 조건 등 겉으로 보이는 것이 집중한다. 물론 이것 또한 역기획의 일부다. 

 

하지만 '공부'를 위한 역기획에서는 이것 이상의 것이 필요하다. 바로 이 콘텐츠를 만든 기획자가 어떤 의도로, 유저에게 어떤 경험을 보여주려 했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그의 의도가 실제로 유저들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를 알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만 그 기획자의 사고를 이해할 수 있고, 게임의 각 요소가 어떻게 작동해 그 의도가 구현되었는지 알 수 있고, 실제로 유저들이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시뮬레이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과정에 익숙해지면, 지망생은(혹은 기획자는) 역기획에서 한발 더 나아가 자신이라면 이 콘텐츠를 어떻게 리뉴얼하면 좋을까, 그것을 위해선 이를 위해 어떤 것을 유지하고 어떤 것을 바꿔야 할 지, 그것이 유저들에게 어떤 영향을 줄지를 그릴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이런 경험은 자신만의 콘텐츠를 기획하는데 있어 든든한 토대가 된다.

 

때문에 기획자나 기획자 지망생이라면 게임을 하나 즐길 때도 역기획을 하듯 최대한 깊이 파악하는 것이 좋다. 그래야만 단순히 게임을 즐기는 것이 아니라, 게임의 기획 의도와 구현을 공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연장선으로 기획자나 기획자 지망생이라면 '다양한' 게임을 '많이' 플레이하는 것이 좋다. 다양한 성격의 게임을 즐긴다는 것은 곧 (깊이 파악한다는 가정 하에) 특정 기획 의도를 각기 다른 방식으로 해석하고 구현한 것을 접한다는 것과 같다. 그리고 이를 많이 플레이했다는 것은 이런 경험을 계속 익히고 쌓았다는 의미다.

 


 

참고로 이런 역기획은 단순히 생각하고 고민하는 것으로 끝나면 안 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것을 문서화하거나 대화함으로써 내 것으로 만드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의 인식과 달리, 사람의 생각이 상상 이상으로 불완전하고 편의주의적이다. 실제로 머리 속에서 생각만 한 것과, 이것을 실제로 말이나 문서를 통해 짜임새 있게 만드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다.

 

때문에 기획자나 기획자 지망생이라면 수시로 자신의 생각을 밖으로 조리있게 꺼내는 연습을 해야 한다. 이것은 자신의 지식을 담금질하는 것은 물론, 실제로 팀에 속해 기획 업무를 할 때 다른 직군의 사람들과 커뮤니케이션하는데도 큰 도움이 된다.

 

박웅석 디렉터는 마지막으로 강연을 들으러 온 지망생들과 초보 기획자들에게 "여러분은 모두 훌륭한 강점과 자질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다. 나 자신이 누군지, 기획자가 뭔지 이해해 이 강점이 진짜 무기가 될 수 있도록 힘썼으면 좋겠다"라고 당부하며 강연을 끝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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