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NDC 18] '갓 오브 워' 컨셉 디자이너가 말하는 매력적인 캐릭터 만드는 법

핫산 (오민규) | 2018-04-24 22:4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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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을 할 때, 사람들이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것은 '캐릭터'다. 캐릭터는 플레이어의 가상세계 아바타로, 일종의 분신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은 자신이 조종하는 캐릭터에 큰 애착을 느낀다. 캐릭터를 또 다른 자아로 여기면서 돈을 들여 캐릭터를 꾸미기도 하고, 코스프레를 통해 플레이어 자신이 잠시나마 그 캐릭터가 되기도 한다. 

 

이처럼 게임 속에서 캐릭터가 가지는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하지만 매력적인 캐릭터를 만들고, 만나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오랜 세월 동안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는 캐릭터는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일까? 

 

<갓 오브 워>,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 <닥터 스트레인지> 등 굵직굵직한 영화와 게임을 넘나들며 캐릭터 디자인을 해 온 컨셉 디자이너 에이브 타라키(Abe Taraky)가 2018 NDC를 찾아 '아이코닉'한 캐릭터를 만드는 법에 대해 공유했다. 그가 말하는 매력적인 캐릭터 디자인은 무엇일까? 에이브 타라키 디자이너의 강연을 정리했다. / 디스이즈게임 오민규 기자 



 ​에이브 타라키 아마존 스튜디오 컨셉 디자이너

 

 

# 캐릭터 디자인은 스토리를 잘 대변해야 한다

 

에이브 타라키 컨셉 디자이너는 '아이코닉(Iconic)'한 캐릭터를 만드는 데 중요한 세 가지를 언급하며 강연을 시작했다. 그가 말한 세 가지는 첫째, 스토리를 잘 대변하고 둘째, 국가·문화·인종과 같은 사회적인 경계를 넘어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며 셋째, 많은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캐릭터 디자인이다.

 

 ​에이브 타라키 디자이너가 말하는 '아이코닉'한 캐릭터 디자인을 위한 세 가지 요소 

 

타라키 디자이너는 스토리를 잘 대변해주는 캐릭터 디자인으로 <반지의 제왕> 속 '간달프'를 꼽았다. 영화가 시작되면 나이든 간달프가 등장한다. 영화 속 간달프는 남루한 옷을 입고 지팡이를 들었으며, 지긋하게 나이를 먹은 모습으로 묘사된다. 간달프가 입고 있는 옷과 가지고 있는 장비는 실제 세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들이다. 

 

그런데 간달프는 절대 반지를 목적지로 옮기는 과정에서 모험을 하고, 퀘스트에 직면하면서 우리가 알고 있던 캐릭터에서 다른 캐릭터로 바뀌게 된다.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간달프는 점점 신비해지고, 힘도 강해진다. 노년의 모습을 표현하는 줄 알았던 수염은 '지혜로움'으로, 지팡이는 힘과 권위, 마법의 상징으로 나타난다. 또, 시련을 겪은 후 옷의 색깔이 변화면서 모든 사람으로부터 신뢰를 받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도 한다.

 

타라키 디자이너는 간달프의 캐릭터 디자인이 <반지의 제왕>의 스토리를 잘 대변해주는 사례이면서, 이야기가 전개됨에 따라 캐릭터가 진화하고 발전해가는 사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캐릭터 디자인에 스토리가 필요한 이유는 스토리를 알아야만 플레이어가 아이디어를 얻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간달프'는 스토리가 진행되면서 무력한 노인의 모습에서 지혜롭고, 강한 캐릭터로 변모한다

 

 

# 훌륭한 캐릭터 디자인은 아무런 해석을 요구하지 않는다

 

다음으로, 에이브 타라키 디자이너는 영화 <스타워즈> 속 '다스 베이더'를 예를 들며 사회적인 경계를 넘어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캐릭터 디자인의 중요성에 대해 말했다. 사람들은 다스 베이더 이미지를 보자마자 '악당'이라는 느낌을 받는다. 영화를 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그가 무슨 잘못을 했는지, 모르는 데도 말이다. 

 

타라키 디자이너는 그 이유를 캐릭터 디자인에서 찾았다. 다스 베이더 캐릭터 디자인은 '포식자'의 모습에서 많은 요소를 가져왔다. 일반적으로 포식자가 고개를 돌리지 않고 항상 앞쪽을 보는 것처럼 다스 베이더도 그렇다. 또 다스 베이더가 입고 있는 망토 디자인은 박쥐의 날개 컨셉에서 따온 것이다. 이처럼 무서움을 느끼게 하는 포식자 모습의 디자인 요소를 통해 다스 베이더는 사람들이 어떤 해석을 하지 않아도 '악당'으로 인식할 수 있게 된다.

 

 전 세계의 아이들이 다스 베이더에서 공포를 느끼는 이유는 캐릭터 디자인에서 발생한다 

 

다스 베이더의 얼굴이 사람과 같지 않다는 점도 크게 작용한다. 보통 사람들은 다스 베이더를 처음 보면 사람이 아니라는 인상과 조각·로봇처럼 어떤 종류의 캐릭터라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캐릭터의 얼굴을 보지 못하면 공감과 동정을 하기 어렵다. 그것이 어떤 감정을 가졌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불안감을 느끼게 된다. 

 

타라키 디자이너는 이 모든 캐릭터 디자인 요소가 아티스트의 의도에 의해 만들어진 것임을 강조했다. 그는 다스 베이더를 몰라도 이미지를 보면 두려움을 느끼는 캐릭터 디자인은 서양과 동양을 뛰어넘어서 작용하는 것이며, 가장 훌륭한 캐릭터 디자인은 아무런 해석을 요구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훌륭한 캐릭터 디자인은 아무런 해석을 요구하지 않는다

 

 

# 자신의 사적인 경험을 캐릭터에 투영시켜서 공감을 만들어내라

 

마지막으로, 에이브 타라키 디자이너는 디자이너 자신을 캐릭터에 투영시키는 것이 아이코닉한 캐릭터를 만드는 데 중요하다고 전했다. 그는 디자이너 자신이 느끼는 공포와 꿈, 개인적인 경험을 캐릭터에 녹여낼 것을 주문했다. 디자이너의 사적인 경험을 캐릭터에 투영시키면 사람들은 그 캐릭터를 보면서 공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그는 영화 <인크레더블>에 등장하는 캐릭터 '바이올렛'을 예로 들었다. 바이올렛은 마음으로 물건을 조절하고, 힘을 만들어내는 초능력을 가진 고등학생이다. 하지만 바이올렛은 간달프, 다스 베이더와 다르게 자신에 대해 잘 모르고, 자신감이 없으며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는 소심한 캐릭터다. 또한, 자신의 몸에 대해서 자신이 없어서 이를 감추기 위해 굉장히 헐렁한 옷을 입고 있고, 슈퍼 히어로 복장을 입어도 불안해 보인다. 

 

 <인크레더블>의 '바이올렛'은 소심하고, 연약하지만 이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었다 

 

타라키 디자이너는 이것 또한 모두 디자이너의 의도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올렛은 슈퍼 히어로 영화 속 캐릭터라기보다는 일상 속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친숙한 캐릭터다. 이처럼 사람들은 자신과 비슷한 캐릭터를 보면서 나의 이야기인 것처럼 공감할 수 있게 된다. 

 

타라키 디자이너는 캐릭터와 플레이어가 교감하고, 친밀감을 느낄 수 있도록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친구와 가족들을 살펴보면서 얻은 지식과 경험을 캐릭터에 투영하라고 조언했다. 또 그는 "디자인을 위한 디자인은 본 것을 단순히 재현하는 것에 불과하다"며 "디자이너 자신의 모습과 보고 들은 경험을 캐릭터에 투영시키면 좀 더 깊이 있는 캐릭터 디자인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매력적인 캐릭터 디자인은 첫째, 스토리를 잘 대변하고 둘째, 국가·문화·인종과 같은 사회적인 경계를 넘어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며 셋째, 많은 사람이 공감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 "캐릭터 디자인을 위해 연구 및 조사를 하는 과정이 가장 중요하다"

 

다음은 질의응답 시간에 나온 주요 질문과 답변을 정리한 내용이다.

 

Q. 캐릭터 디자인을 할 때, 맨 처음 해야하는 일은 무엇인가?

 

에이브 타라키 디자이너:​ 캐릭터 디자인을 위한 연구 및 조사가 가장 중요하다. 이 캐릭터 뒤에 어떤 이야기가 있을 수 있는지, 참고자료를 수집하고 철저히 준비를 해야 한다. 연구와 조사를 하지 않으면 기존 디자인을 반복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연구 및 조사는 최종 컨셉을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나의 경우, 연구 및 조사가 끝나면 캐릭터를 스케치한다. 그다음, 이 캐릭터에 필요한 이야기가 무엇인지 참고해 관련된 요소를 덧붙이며 최종 단계에서는 세부적인 정보를 적용시킨다. 이런 프로세스는 항상 바뀔 수 있지만, 맨 처음 해야 하는 것은 조사하고 연구하라는 것이다. 참고자료는 많이 모을수록 좋다.

 

 

Q. <갓 오브 워>의 캐릭터 '크레토스'는 어떻게 발전시켰나?

 

이전 '갓 오브 워' 시리즈의 크레토스는 항상 혼자 존재하고, 반복적인 행위를 통해 복수라는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캐릭터였다. 그런데 이번 <갓 오브 워>를 만들면서 어떤 요소를 이 캐릭터에 더하고, 뭐가 달라야 할지 고민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컨셉 아티스트들은 디자인할 때 내 삶의 어떤 부분을 투영시킬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이번 <갓 오브 워>의 크레토스에는 디렉터 코리 발록(Cory Balrog)의 사적이고 내면적인 요소가 많이 투영됐다. 이를테면, 코리 발록 디레터는 아들이 있는데, 이 사실을 게임에 그대로 투영했다. 그는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요소를 계속 적용하면서 캐릭터를 발전시켰다. 

 

 

Q. 문화마다 공감을 하는 캐릭터가 다르다. 어떻게 하면 글로벌 시장에서 사랑받을 수 있는 캐릭터를 디자인 할 수 있을까?

 

중요한 질문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동시에 여러 타이틀이 동시 출시되는 세상에서 살고 있다. 그런데 간혹 이 게임들 중 다른 문화권에 대한 배려를 하지 않아서 문제가 되는 경우가 있다. <갓 오브 워>의 경우, 게임을 만들 때 독일권, 북유럽권 문화와 관련된 세부적 요소에 대해 오랫동안 연구를 했다. 유적지, 언어, 신, 말까지 정말 많은 요소를 조사했다. 그럼에도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었다. 이를테면, 독일의 유적지의 경우, 예전에는 좋은 것을 상징했었지만 나중에는 인종차별의 상징이 되기도 했다. 심지어 독일에서 금지된 유적지가 된 경우도 있었다. 그래서 우리는 계속해서 변동 사항을 수정해서 업데이트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사랑받는 캐릭터를 만들기 위해서는 책임감을 가지고 조사하고 연구해야 한다. 연구하고 조사한다는 것은 단순히 구글에서 검색하는 것이 아니라 도서관에 가서 관련된 책을 찾아보고, 해당 문화에 대해 잘 아는 사람과 현지인들에게 물어보는 것이다. 연구팀을 두고 실사를 진행하고, 책을 읽고 조사를 하면서 많은 정보를 취합하는 게 중요하다.

 

 

Q. 자신이 생각하는 나쁜 캐릭터 디자인은 무엇인가?

 

내 생각에 나쁜 캐릭터 디자인은 우리가 살고 있는 환경을 무시하는 디자인이다. 게임 업계는 역사가 그리 오래되지 않았지만, 굉장히 남성 중심적인 문화를 가지고 있다. 나쁜 캐릭터 디자인은 어떤 의도를 갖지 않고, 선정성을 포함하고 있다. 어떤 경우에는 캐릭터에 폭력적이고 선정적인 요소들이 많이 들어가 있는데, 중요한 건 그 속에 '의도'가 없다는 것이다. 의도가 없는 디자인을 조심해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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