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경기도가 처음으로 개최한 게임산업진흥포럼, 무슨 이야기가 나왔나

그루잠 (박수민) | 2018-04-12 18:00:34

경기도는 4월 6일 '제 1회 경기도 게임산업진흥포럼'을 열었다. 5월 킨텍스에서 열리는 플레이엑스포 10주년을 앞두고, 게임산업 지원에 대한 경기도의 의지를 보여주는 행사였다. 경기도는 '산·관·학별 전문가가 참여하여 게임산업 발전 전략을 탐색하고, 현 산업 구성원들의 의견청취를 통해 기업지원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한 행사'라고 밝혔다.

 

 

이를 반영하듯 투자 업계의 박형택 이사(케이앤투자파트너스 VC본부), 학계의 김정수 교수(명지대학교 경영공학·산업경영공학), 플랫폼 업계의 민경환 총괄(구글 한국 안드로이드 앱·게임 비즈니스), 게임 업계의 황성익 회장(한국모바일게임협회), 조인숙 부사장(하티스트), 최경연 대표(시트릭스)가 전문가로서 발제와 포럼에 참여했다. 박형택 이사와 김정수 교수는 모두 게임업계 경력을 가진 인물들이다.

 

게임 지원은 정책과 예산을 통해 가능하다. 이를 담당하는 공무원들도 참석해 행사를 관람했다. 경기도의 게임 정책을 집행하는 안동광 경기도 콘텐츠산업과 과장, 정책을 의결하고 예산을 승인하는 경기도 의회 염종현 문화체육관광위원장과 정윤경·윤태길 도의원, 경기도 게임 관련 실무 업무를 진행하는 오창희 경기콘텐츠진흥원 원장 등도 참석했다. (도의회 관계자들은 1부 발제 이후 양해를 구하고 떠났다.)


박형택 케이앤투자파트너스 VC본부 이사

 

1부에서는 박형택 이사가 '4차 산업시대. 게임산업의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이라는 주제로 발제했다. 그는 최근 출판된 <대한민국 게임 산업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이라는 책의 저자이기도 하다. 

그는 먼저 현재 게임 산업이 어떻게 구성되었는지 간단하게 짚은 다음, 산업체 축소​종사자 감소·​각종 규제·​투자금액 감소 등의 난관을 맞았던 과거의 게임산업을 돌아보았다. 그럼에도 지속적인 수출 실적 증가, 매출 증가, '펄어비스', '블루홀' 등의 기업 선전으로 인한 투자 분위기 개선 등으로 게임 산업 투자 분위기가 되살아나고 있다고 말했다. 



박형택 이사는 미래의 게임 산업은 4차 산업과 연계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VR·AR기술, AI, 빅데이터, 블록체인을 꼽았다. 그는 "이러한 산업들이 디지털 콘텐츠의 가치를 증가시키는 데 많은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한다. 특히 게임 산업이 많은 수혜를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2부 토론은 황성익 모바일게임협회 회장의 사회로 진행됐다. 4명의 패널들이 각자 짧은 발표를 했고, 발표가 끝날 때마다 해당 주제에 관한 토론이 이어졌다. 

 

김정수 명지대학교 산업경영학과 교수 겸 게임학회 부회장

 

김정수 명지대 교수는 1부의 내용과 연계되는 내용을 발표했다. 4차산업 발전과 게임 산업계의 대응 전략에 대해 이야기하며, 기술 창의력으로 최근 위축된 게임 산업이 난관을 돌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그 기술 창의력을 4차 산업 안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라 봤다.

그는 "게임 ABC의 시대가 왔다. AI(인공지능), BD(빅데이터), BC(블록체인)가 그것"이라고 말하며, 이런 기술을 대기업이 독점해 기술의 부익부빈익빈(Technology Divide) 현상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한 정책과제라고 말했다.

 

이후 토론에서는 암호화폐 거래와 관련된 법적 이슈와 기대와 달리 시장이 열리지 않는 VR 게임에 대한 이야기가 오갔다. 황성익 회장은 정부의 VR 게임 지원 방향에 대해 비판했고, 김정수 교수는 공적인 검증 없이 자금조달 방식으로 이용되는 ICO(Initial Coin Offering)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

 

민경환 구글 한국 총괄은 과거와 달리 글로벌 진출을 통한 성공의 기회가 그리 많이 남지 않았다고 지적하며, 전략적인 글로벌 게임시장 진출 필요성을 이야기했다. 그는 "닫히고 있는 지하철 문을 내려오는 계단에서 보는 것 같다"는 비유로 현재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 우위가 줄어들고 있는 한국게임의 상황'을 설명했다.

 

민경환 구글 한국 안드로이드 앱·게임 비즈니스 총괄


민 총괄은 ▲각 시장별 게임의 상황을 지속적으로 분석, 관리할 주 있는 능력 ▲진출 국가의 문화와 유저에 대한 이해 ▲회사 규모와 상황에 맞는 BM선택 등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한 팁을 조언했다.

이후 토론에서는 퍼블리셔 의존 관행에 대한 반성과 투자사와 퍼블리셔는 물론 게임업계에서 지속된 장르 쏠림에 대한 비판이 있었다. 황성익 회장은 "글로벌 유저를 본 게 아니라 퍼블리셔에게 팔기 위해 게임을 만들었다"고 지적했고, 민경환 총괄은 중소기업을 위한 글로컬라이제이션에 공공기관의 지원을 희망했다.​

 

발표 이후 토론 시간에 발언하는 민경환 총괄

 

조인숙 하티스트 부사장은 IP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했다. 조 부사장은 게임에 명성과 가치를 입히는 IP의 잠재성이 막대한 반면, 잘못된 가치가 입혀질 경우 시너지를 낼 수 없다고 밝혔다.

 

조인숙 하티스트 부사장

그녀는 "중국 본사도 외부 IP 기반의 게임을 만들다가, 1년 간 고민 끝에 회사 자체 IP를 만들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어진 토론에서는 영화나 드라마 IP의 게임 적용이 어려운 이유와, IP와 게임 양극화의 상관 관계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다. 박형택 이사는 "분량이 짧고, 인기 이후 개발 시간을 충분히 줄 수 없는 드라마와 영화는 게임 IP로 성공하기 어렵다"고 지적했고, 김정수 교수는 최근 <리니지2: 레볼루션>과 <리니지m>의 성공처럼 "IP 역시 대기업 위주의 성장을 촉진"한다고 이야기했다.

 

좋은 성적을 낸 게임 대부분이 IP 기반 게임이다

 

최경연 시프트릭 대표는 자신을 일컬어 "갓 창업한 갓 게임사가 되고픈 왕초보"라고 말하면서, 이제 막 창업을 시작한 소규모 게임사의 고충과 바람을 주제로 발표했다.

 

최경연 시프트릭 대표

최경연 대표는 "출산 과정에서 생과 사를 넘나드는 경험을 한 후 내가 하고싶은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이 들었다"면서 창업 배경을 설명했다. 모두가 말렸음에도 고집스럽게 창업을 하고 나서 드는 가장 큰 생각은 '살아야 겠다'는 생각. 그녀는 창업 과정에서 가장 궁금했던 내용 세 가지를 정리해 패널들에게 질문했다. ▲현재 나의 상황을 전문가에게 정확하게 진단받을 수 있는 방법 ▲'자금'에 대한 집중 멘토링 ▲스타트업의 정부 지원에 대한 선택과 집중이 그것이다.

소규모 회사의 가장 큰 숙제, 생존

 

패널들은 입을 모아 "직접 경험해 보는 수 밖에 없다"고 조언했다. 박형택 이사는 "직접 발품을 팔아야 한다. 협회에 많은 자문 위원이 있다. 왜 안 물어보는지 모르겠다"고 이야기했다. 김정수 교수는 창업은 현장에서 체득해야 하는 테크닉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조인숙 부사장은 "실패를 먼저 생각하고 생존을 우선시에 둔 것은 훌륭한 것"이라고 응원했다.​

 


 

전체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