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에피드게임즈 “롤 더 체스, 제대로 만들어보겠다”

깨쓰통 (현남일) | 2019-12-19 16:5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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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개최된 지스타 2019에서는 일부 유저들과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많은 화제를 몰고 온 게임이 있었습니다. 바로 에피드게임즈(EPIDGames)가 개발한 <롤 더 체스>(Roll the Chess)가 그 주인공인데요. 이 게임은 특히, 특유의 귀여운 그림체로 각종 게임 커뮤니티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디얍’(diyap) 작가가 개발에 참여하고 있기 때문에 주목을 받는 데 성공했습니다. 

 

사실 <룰 더 체스>는 일러스트 제외, 그냥 게임만 놓고 보자면 딱히 특별한 특징이나 장점을 찾기 힘든 평범한 ‘오토체스류 게임’입니다. 이 게임을 개발한 에피드게임즈의 한정현 대표 또한 “솔직하게 말해서 게임명도 그렇고, 우리 게임이 <오토체스>의 아류가 아니라고 주장하면 거짓말일 것이다” 라고 인정했는데요. 하지만 그는 이번 지스타를 계기로 유저들의 뜨거운 반응을 확인했다며 “유저들의 피드백을 받아서 제대로 된 게임을 만들어보겠다”고 의지를 밝혔습니다.

 

[관련기사] ‘디얍’(diyap), 2차 창작 아마추어가 공식 만화작가로 데뷰한 이야기

  

에피드게임즈 한정현 대표이사

# 게임이 좋아 6년째 도전을 이어가는 회사

 

한정현 대표는 본래 게임 개발이 아닌, 홍보와 마케팅이 본업이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는 ‘게임’을 좋아했기 때문에 그 열정 만으로 지난 2013년, 에피드게임즈를 창업했는데요. 

 

에피드게임즈는 채 10명이 되지 않은 소규모 개발사지만, 지금까지 4개의 게임을 상업 출시하며 성과를 보였습니다. 특히 지난 2016년 출시한 <로그(LOG): 항해의 시작>은 iOS 버전이 한 때 국내 인기 무료 게임 1위를 차지해 주목받기도 했습니다.

 

에피드게임즈가 선보인 <로그(LOG): 항해의 시작>

“어떻게 보면 인디 개발사라고 부를 수도 있는 작은 회사다. 하지만 작은 회사이기 때문에 큰 회사가 시도하기 힘든 여러 도전을 많이 해왔으며, ‘새로운 장르’와 ‘새로운 재미’를 줄 수 있는 게임을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실제로 에피드게임즈는 지난 2015년 선보인 <페인트 히어로즈>에서 우리나라에서는 많이 시도 되지 않는 ‘스파인 2D’(Spine2D)를 통한 풀 프레임 애니메이션 카툰 그래픽을 선보여 눈길을 끌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차기작인 <로그: 항해의 시작>은 2D 도트 그래픽에, 마치 SNS를 연상시키는 듯한 UI의 매니지먼트 게임이라는, 전혀 다른 스타일을 선보였죠. 

 

에피드게임즈의 첫 작품이기도 한 <페인트 히어로즈>. 스파인 2D를 이용한 풀프레임 애니메이션이 주요 특징이다.

참고로 <로그: 항해의 시작>은 게임도 게임이지만, 출시 당시 그 홍보 방식이 게임 관련 커뮤니티에서 많은 화제를 불러 일으키기도 했습니다. 마치 ‘일반적인 게이머가 홍보를 하듯’, 각 커뮤니티에 최적화된(?) 홍보 배너 및 카툰을 배포한 것인데요. 실제로 <로그: 항해의 시작> 홍보 카툰은 온갖 사이트에 퍼지면서 50만 뷰 이상을 기록할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한정현 대표는 그 자신도 게임을 정말 좋아하고, 커뮤니티 활동도 하는 한 명의 ‘게이머’ 이기 때문에 이러한 활동이 가능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항상 게이머의 눈 높이에 맞춰서, 실제로 게이머들이 즐겁게 즐길 수 있는 게임을 만들려고 했으며, 이에 따라 홍보 또한 게이머들이 즐거워할 만한 방법을 찾았다는 것입니다.

 

“무작정 기존에 대형 게임사들이 하던 대로만 개발하고, 또 홍보를 하면 승산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보다는 보다 게이머들의 시선에 맞춰서 과감하게 여러 시도를 해야 하는게 맞지 않을까? 물론 아직 부족하기는 하지만, 앞으로도 보다 ‘게이머’들이 즐거워할 만한 게임을 개발하고, 또 여러 채널을 통해서 소통하도록 노력하겠다” 

 

<로그: 항해의 시작>은 게임 별 커뮤니티의 밈(meme)을 적극 활용한 광고로 많은 화제가 되기도 했다.

# ‘가볍게’ 만들려고 했던 롤 더 체스… 더 이상 그럴 수 없게 되었다

 

에피드게임즈의 차기작인 <롤 더 체스> 또한 한정현 대표를 포함한 에피드게임즈 개발자들이 처음에는 ‘오토체스류’ 게임들을 해보고, 이를 모바일 플랫폼에 최적화한다면 정말 ‘재미있을 것 같다’는 이유로 시작한 프로젝트라고 합니다. 이 때문에 프로젝트는 예상 개발 기간도 그렇게 길지 않았다고 하는데요.

 

하지만 게임이 어느 정도 완성되고 베타 테스트를 시작하자, 의외의 장소에서 전환기가 찾아왔습니다. 바로 지난 지스타 2019에서 수많은 유저들이 개발사의 예상을 아득히 뛰어 넘는 반응을 보여준 것이었습니다. 특히 <롤 더 체스> 개발 중에 합류한 디얍 작가의 일러스트에 대해 유저들이 보여준 반응이 기대 이상으로 뜨거웠습니다. 

 

에피드게임즈는 지난 10월에 <롤 더 체스>의 베타 테스트를 시작했습니다. 이 때만 해도 유저들 사이에 큰 화제는 되지 않았지만...

지스타를 통해 디얍 작가가 일러스트레이터로 참여하고, 게임이 일부 이미지를 그렸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큰 화제가 되었다.

“지스타는 사실 크게 기대한 것은 아니었지만, 인터넷 커뮤니티 등지에서 예상 이상으로 많은 유저들이 우리 게임에 관심을 보여줬다. 밝히기는 곤란하지만 여러 수치를 통해서도 이제는 그냥 ‘가볍게’ 만들 수 없는 수준이 되었다고 할까? 개발팀에서도 많은 논의를 거쳤으며, 결과적으로 게임을 ‘다시 만든다’ 수준으로 뒤엎고 제대로 개발을 하기로 결정했다” 

 

사실 유저들의 기대감이 높아졌다는 것은 그만큼 위험부담도 커졌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렇기에 이미 개발이 어느 정도 진행된 게임을 다시 만드는 수준으로 뒤엎는 것은 개발사 입장에서도 큰 도전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한정현 대표는 “한 번 도전해 볼만하다” 라며 오히려 자신감을 드러냈습니다. 

 

“많은 유저들이 왜 우리 게임에 좋은 반응을 보여주는지, 또 왜 관심을 가지는지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또 최근 진행한 베타 테스트에서 보여준 반응에 대해서도 냉정하게 판단을 내렸다. ‘게임을 다시 만든다’는 것에 대해 절대로 가볍게 생각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할 것이라면 제대로 해야 한다고 각오를 다지고 있다. 어찌되었든 유저들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서 도전을 해볼 생각이다”  

 

지스타 때 이런 식으로 래핑한 홍보 차량을 눈에 띄는 장소에 주차해서 게임의 이름을 알리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한정현 대표의 개인 소유 차량이 아니냐는 의혹(?)이 일기도 했지만 그것은 아니라고 한다.

 

 

# 롤더체스, 누구나 ‘가볍게’ 또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게임

 

<롤 더 체스>는 현재는 베타 테스트를 종료한 상태로, 개발사에서는 이 때 받은 피드백을 최대한 반영해서 말 그대로 게임을 ‘뒤 엎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게임은 현재 어떠한 방향으로 개발을 진행하고 있을까요?

 

일단 가장 큰 변화는 역시나 일러스트의 전면 교체일 것입니다. 본래 디얍 작가의 일러스트는 튜토리얼이나 일부 제한된 용도로만 사용할 예정이었지만, 새로운 <롤 더 체스>는 이를 전면 배치할 계획입니다. 게임에 등장하는 캐릭터들 또한 디얍 작가의 그림이 적극 사용되며, 특히 이러한 캐릭터들이 <페인트 히어로즈>와 같은 스파인 2D를 통해 움직이는 애니메이션으로 구현됩니다.

  

왼쪽이 기존에 선보였던 <롤 더 체스>의 게임 화면. 그리고 오른쪽이 새롭게 디얍 작가의 캐릭터로 일신할 예정인 게임 화면 예시(클릭하면 커집니다) 

 

에피드게임즈가 지난 2015년 선보였으며, 스파인 2D를 이용해 애니메이션을 제작한 <페인트 히어로즈>. 이와 같은 애니메이션이 <롤 더 체스>에도 적용될 예정이다.

 

또한 게임의 방향을 확실하게 ‘캐주얼’로 타겟팅해서 누구나 손 쉽게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편의 시스템을 대거 손볼 예정입니다. 일반적인 ‘오토체스’류 게임들이 아군/적군 진영을 상/하로 배치하는 데 반해 <롤 더 체스>에서는 좌/우로 배치해서 시각적으로 보다 화면을 넓게, 또 한 눈에 게임의 모든 정보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한다는데요. 또 <롤 더 체스>에서만 볼 수 있는 다양한 오리지널리티도 살리는 게 목표입니다.

  

  

 

한정현 대표는 “게임을 사실상 새로 만드는 수준이기 때문에, 여러 의미로 바빠졌다” 라면서, 새로운 게임은 내년 2분기 출시를 목표로 현재 열심히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 때문에 개발자 또한 기획자와 애니메이터/이펙터 등 여러 방면으로 충원을 진행하고 있으며, 그렇기에 더더욱 '제대로' 만들기 위한 노력을 이어갈 것이라고 합니다. [채용 페이지] 

 

“우리 게임에 관심을 보여준 모든 게이머 여러분들께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2020년에 선보일 <롤 더 체스>는 다른 무엇보다도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게임을 목표로, 우리도 보다 많은 공을 들여서 최선을 다해 개발하겠다. 앞으로도 에피드게임즈와 <롤 더 체스>에 많은 기대와 관심을 부탁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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