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게임의 감성을 좌우한다! 13년 간 게임 음악 만든 노현준 음악감독

찰스 (황찬익 기자) | 2017-04-19 12:00:30

국내 게임 업계는 지금까지 빠른 속도로 성장해왔다. 출시되는 게임들의 퀄리티가 올라가면서 게임에 쓰이는 게임 음악의 중요성 역시 대두되고 있다. 날로 높아져 가는 게임 OST에 대한 관심과 성우 더빙에 대한 유저들의 요구가 특히 그렇다.
 
그러나 그 중요성에 비해 게임 음악에 대한 인식은 부족하기만 하다. 대부분의 사람은 게임 음악 제작이 어떤 일이며, 어떤 과정을 통해 만들어지는지도 알지 못한다. 단편적인 지식으로 알고 있다 하더라도, 세간에 알려진 인식과 게임 음악 업계의 현실은 확연히 다르다. 
 
과연 어떤 점들이 다를까? 그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과거 <알투비트>부터, 웰메이드 모바일 게임으로 화제를 모았던 <회색도시>, 최근 매출 상위권에 올랐던 모바일 게임 <킹스레이드>까지, 다양한 게임 음악을 제작해온 ‘퍼니 벅스’(FUNNY BUGS)의 노현준 음악감독을 만나봤다. / 디스이즈게임 황찬익 기자

 

‘퍼니 벅스’(FUNNY BUGS)의​ 노현준 음악 감독.

 

 

# 아예 안듣는 사람도 많은데? 게임 음악, 왜 중요할까?

TIG> 기억에 남는 게임이 있는 사람은 많아도, 기억에 남는 게임 음악이 있는 사람은 적다. 심지어 어떤 사람들은 게임을 하며 다른 음악을 틀어놓기도 하는데, 게임 음악을 만드는 사람으로서 게임 음악이 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가?

노현준 음악감독: 말한 것처럼 게임 음악은 '주인공'이 될 수 없는 분야다. 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재미고, 이것을 만드는 것은 게임 그 자체니까.

하지만 게임 음악은 이 재미를 더욱 돋보이게 해주는 친구다. 예를 들어 감동적인 장면에서 갑자기 트로트가 나온다거나 아무 음악 없이 화면만 재생된다고 생각해봐라. 유저가 적절한 감정을 느낄 수 없다. 게임 음악은 이렇게 중요한 장면은 물론, 전투나 로비 곳곳에서 적절한 분위기를 연출해 그 게임의 재미를 더욱 돋보이게 한다. 

게임이 이미지라면 음향은 포토샵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이미지를 어떻게 편집하느냐에 결과물이 완전 달라지지 않나. 물론 이미지 편집할 때 작은 편집 하나로 모든 게 어긋날 수도 있듯이, 음향도 사소한 디테일 하나 때문에 유저가 느끼는 감정이 완전히 달라진다. 멋있는 부분은 더욱 돋보이게 하고, 부족한 부분은 적당히 가려주는 '화장' 같은 존재라고 생각하면 된다.


TIG> 그것은 다른 콘텐츠의 음악도 다 해당되는 것 아닌가? 게임 음악만 가진 중요성이 있다면 무엇일까?

노현준 음악감독: 예전에 광고 음악을 했으니 그쪽과 비교해보겠다. 광고 음악은 기본적으로 짧다. 짧은 시간 안에 눈과 귀를 사로잡을 수 있는 임팩트 있는 음악이 되어야 한다. 

이에 반해 게임 음악은 거대한 흐름을 조율하고 때로는 연출해야 하는 음악이다. 모든 게임은 저마다 개발자가 의도하는 분위기가 있다. 핵앤슬래시 게임이면 시원시원하게 쓸어 담는 것을 원할 것이고, <창세기전> 시리즈같은 게임은 진중한 분위기를 원한다. 게임 음악은 이렇게 개발자가 의도하는 분위기를 캐치하고, 게임이라는 큰 흐름 속에서 독자에게 이것을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게임 음악을 만드는 사람은 개발자와 함께 이런 세계를 연출하는 셈이고.


'퍼니 벅스'의 작업 환경.

TIG> 이런 중요성에 비해, 게임 음악이라는 요소 자체가 독자들에겐 잘 부각되지 않는다.

노현준 음악감독: 맞다. 일본이나 중국의 경우, 게임 출시 이후 OST 발매 같은 2차 콘텐츠 산업이 진행되기도 하는데 한국은 그런 것이 거의 없다. 요즘에 조금씩 보이는 추세지만, 아직은 많이 부족하다. 

하지만 게임 음악을 듣는 사람은 이것만 들으며 게임을 하게 된다. 제대로 된 게임 음악은 플레이 경험 자체를 바꾸기 때문이다. 실제로 나만 하더라도 내가 만든 음악을 그저 듣기만 했을 때와, 직접 게임을 하며 그것을 들었을 때의 감정이 전혀 다르다. 게임에서 내가 특정한 씬에 도달했을 때, 내 행동에 맞춰 그 음악이 나왔을 때 느껴지는 감정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이런 특성 때문인지 요즘에는 게임 음악은 물론, 더빙이나 효과음 등 게임과 관련된 음향 전반에 민감한 사람들이 많아졌다. ‘이 게임 OST가 너무 좋다, 음원으로 나오면 사고 싶다’ 이런 댓글을 발견하면 굉장히 뿌듯하다. 

더빙 역시 그렇다. 최근 더빙에 관련된 유저들의 요구사항이 높아지고, 더빙이 들어간 게임이 늘어나는 추세이지 않나. 이런 부분들을 유저들이 원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래서 나는 테스트 기간의 개발자에게 더빙을 거칠더라도 넣는 게 낫다고 추천한다. 테스트 중인 게임에 성우 더빙이 되어있으면 유저가 받는 첫인상이 확 달라지기 때문이다.

 
# 유저의 귀를 사로잡는 게임 음악, 어떻게 만들어질까??

TIG> 그렇게 '감성'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면, 개발자와 음악가가 서로의 심상을 맞추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겠다.

노현준 음악감독: 맞다. 그래서 제대로 게임 음악을 만들기 위해선 기획 단계부터 개발자와 음악가가 만나 게임의 콘셉트, 배경, 스토리, 캐릭터 등에 대해 하나하나 대화를 나눈다. 서로가 가진 감정과 심상을 맞추는 작업이기 때문에 이 과정이 가장 많이 시간 걸린다.

이때 개발자부터 특별한 테마를 전달받는 경우도 있다. 특정 악기를 넣어달라고 하는 경우도 있고. 이럴 때는 명확한 예를 구체적으로 전달받는 쪽이 편하다. 예를 들면 특정 음악을 가져와서 ‘이런 분위기로 해달라’고 한다거나. 
 
한 번은 어느 게임사로부터 화산을 배경으로 한 맵에 ‘뜨거운 음악’을 넣어달라는 요구를 받은 적 있다. (웃음) 그때도 그냥 원하는 스타일과 비슷한 음악을 달라고 말했다. 그렇게 하면 우리가 자칫 자존심 상할까 걱정하던데 전혀 그렇지 않다. 명확한 예를 제시하는 쪽이 좋다. 오히려 나같은 사람에겐 ‘뜨거운 음악’이란 표현이 더 힘들다. 사람마다 각자 생각하는 ‘뜨거움’은 전부 다르니까.


'뜨거운 음악'을 만들어달라고 하면 곤란하다.


TIG> 뜨거운 음악이라, 확실히 잘 상상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렇게 심상을 공유받고 음악으로 만들 때, 참고하는 공식 같은 것이 있는가?

노현준 음악감독: 정해진 공식 같은 것은 없다. 똑같은 감정을 연출한다고 하더라도, 게임의 성격에 따라 이것을 만드는 방식은 전부 다르니까.

다만 일반론적인 법칙은 있다. 예를 들어 똑같은 정통 판타지 컨셉 게임이라도 롹 음악을 배경음악으로 하면 게임이 강렬한 느낌을 주며, 반대로 풀 오케스트라 음악을 깔면 분위기가 웅장해진다. 물론 이런 예상이 항상 맞는 것은 아니다. 막상 적용하면 어울리지 않을 수 있으니 느낌을 잘 조율해야 한다. 


TIG> 그렇게 개발자와 심상을 맞추면 바로 음악 작업에 들어가는 것인가?

노현준 음악감독: 맞다. 이때 잡은 느낌을 기준으로 샘플 음악을 만들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 샘플 음악이 실제로 개발자가 상상하던 심상과 맞으면 진짜(?) 음악을 만드는 것이고.

이렇게 음악까지 만들고 나면 마지막으로 게임에 넣어 '다듬기' 과정을 거친다. 앞서 얘기한 작곡 부분은 많은 시간이 들지 않는데, 의외로 이 다듬기 부분에서 시간이 많이 소모된다. 게임에 들어가는 음악은 한 두개가 아니니까.


TIG> 보통 BGM은 하나만 흐르지 않나?

노현준 음악감독: 맞다. 하지만 게임에는 각종 음향 효과가 있지 않은가. (웃음) 전투 중 캐릭터가 칼을 휘두르는 소리, 하다못해 유저가 인터페이스 버튼을 눌렀을 때 나오는 소리도 어찌보면 모두 음악이다.


게임하면서 들리는 모든 소리가 전부 '게임 음악'이다.


TIG> 게임을 하다 보면 음악이 너무 튀어도 안되고 너무 묻혀도 안되더라. 그런 걸 감안해서 중점을 두는 부분이 있나?
 
노현준 음악감독: 말 그대로다. 게임에서는 음악이 튀어야 하는 부분이 있고 조금 묻어가야 하는 부분이 있다. 타이틀 로딩 음악 같은 경우에는 노래가 강하고 귀에 잘 들어와야 한다. 로딩 화면이 기다리기 지루하니까 그때 음악으로 잡아줘야 한다. 
 
반면 전투씬은 음악이 너무 튀면 효과음이 묻혀 타격감 같은 것이 덩달이 죽기 때문에 멜로디를 (상대적으로) 잔잔하게 깔아줘야 한다. 다만 모든 전투씬이 그런 것은 아니고, 결정적인 장면에서는 오히려 강한 음악이 나와줘야 한다. 영화에서도 키스신에선 볼륨이 올라가는 것처럼 말이다.


TIG> 게임 음악을 만들 때 이렇게 신경쓸 것이 많다면, 음향 효과를 만들 때도 만만치 않겠다.

노현준 음악감독: 맞다. 특히 음향 효과의 경우, 게임의 '손맛'과도 연관돼 있기 때문에 더더욱 까다롭다. 특히나 요즘에는 음향에 민감한 유저들이 많아져서 칼소리를 넣는다고 하더라도 캐릭터나 상황에 따라 다 다르게 연출한다. 

모바일게임 같이 '용량'에 민감한 게임은 아예 전혀 다른 칼소리(?)를 여러 개 만든 다음, 상황에 맞춰 이 소리들을 합치고 조합해 적절한 소리를 만들어 내기도 할 정도다. 이런 경우 처음부터 완성된(?) 칼소리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모자란 소리들을 만들어 소리가 소리가 합쳐졌을 때 완성된 소리가 나오게 해야 하기 때문에 더욱 까다롭다. 

음향 효과를 사소하게 생각하는 사람도 많은데, 이것도 제대로 만들기 시작하면 정말 끝이 없는 분야다. 그리고 이렇게 사소한 음악이라고 할지라도, 유저가 자주 누르고 반복적으로 듣다보면 그 게임을 대표하는 소리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사소한 음향 효과도 그 게임을 대표하는 소리가 될 수도 있다​."


TIG> 그렇다면 게임 음악, 그리고 게임 음향의 끝은 이런 작업물이 게임에서 잘 어울렸을 때이겠다.

노현준 음악감독: 맞다. 그렇게 만들어진 음악과 음향 샘플들을 제작사에 가져가면 제작사가 피드백을 준다. 그 피드백에 따라 음악과 음향을 수정해서 최종본을 만든다.

물론 여기에서도 회사에 따라 여러 작업이 기다리기도 한다. 예를 들어 어떤 회사는 이렇게 완성된 음원들을 음악가가 직접 게임에 넣기도 하고, 어떤 회사에서는 이 음원의 어떤 부분이 게임의 어떤 '순간'에 들어갈 지 조언을 구하기도 한다. 이렇게 본격적으로 음악 작업을 하기 시작하면 음악에 대한 지식은 물론, 게임 엔진이나 툴에 대한 지식까지 필요하게 된다.
 

# <알투비트>부터 <킹스레이드>까지, 업계의 동향과 변화

TIG> <알투비투>로 게임 음악계에 입문했다. 올해로 13년째인데 그동안 느껴온 트렌드의 변화나 시대에 따라 바뀐 점들이 있는가? 작품성의 방향이나 플랫폼의 변경에 따른 변화 같은 것 말이다. 

노현준 음악감독: 옛날에는 개발사에서 본인들이 필요한 음악 리스트를 주면 거기에 맞춰 만들었다. 게임의 컨셉이나 배경 같은 것은 별로 신경쓰지 않았다. 그런데 요즘은 아까 말한 것처럼 곡 자체를 게임 스토리와 컨셉에 맞춰 제작한다. 시대가 흐르면서 게임 음악을 점점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것 같다.


TIG> 온라인 게임부터 피처폰, 스마트폰 게임까지 다양한 플랫폼을 거쳐왔다. 플랫폼 별로 요구하는 게임 음악이 다르기도 하던가?

노현준 음악감독: 옛날에는 분명 있었다. 온라인게임의 경우, 예나 지금이나 앞서 애기한 '감성'을 살리는 것이 중요했다. 더군다나 온라인게임은 계속되는 업데이트를 통해 세계관과 스토리가 바뀌지 않나. 그렇게 시시각각 변화하는 게임의 스토리와 분위기, 테마까지도 음악에 그대로 살리기 위해 노력한다. 

초창기 모바일게임은 그렇지 않았다. 피처폰 시절에는 기기의 작은 용량 때문에 간단한 게임이 많았고, 이런 게임에는 게임 음악이 들어가도 단순하고 심플한 음악이 다였다. 

하지만 스마트폰 시대가 되며 달라졌다. 기기의 성능이 좋아지면서 모바일게임도 온라인게임 못지 않게 이야기와 연출, 감성에 힘을 쏟기 시작했다. 그래서 요즘에는 아예 처음부터 게임의 테마와 음악을 맞추는 경우가 느는 추세다. 가장 최근에 작업한 <킹스레이드>의 경우가 특히 그랬다.


기획 단계부터 테마에 맞춘 음악을 제작한 <킹스레이드>


TIG> 그렇다면 게임 음악도 앞으로 더욱 더 전문적인 분야가 되겠다.

노현준 음악감독: 맞다. 게임이라는 분야가 복합적인 종합 콘텐츠 아닌가. 그래서 다른 분야 음악과는 다른 부분들이 많다. 앞서 잠깐 얘기했던 '엔진' 공부가 대표적이다. 새로운 프로젝트가 시작하면 개발에 사용하는 엔진들도 달라지니까. 

예를 들어 언리얼 엔진의 경우, 이미 충분히 게임 분야에서 쓰인 엔진이라 그런지 음악의 추가 및 편집이 비교적 쉽다. 반면 유니티 엔진의 경우 이런 면이 많이 부족해 (만약 직접 음악을 넣을 일이 생긴다면) 많은 공부가 필요하다.

이런 엔진 공부 외에도 게임 자체에 대한 공부와 경험도 필요하다. 예를 들어 액션 게임을 많이 해본 사람이라면 효과음을 캐릭터 동작의 어느 순간부터 어느 순간 사이에 넣어야 타격감이 더 좋을지 자연히 알게 된다. 

 
TIG> 게임 음악 분야에서 일한지 10년이 넘었다. 그동안 일하며 아쉬웠던 점은 없는가?
 
노현준 음악감독: 가장 큰 한계는 외주 제작이 빈번한 업계 특성상 음향 제작자가 최종 결정을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외주 제작자가 가장 적합한 형태의 음악을 만들어 줘도 기획자가 결국 최종 결정을 내리기 때문에 결과물이 좋지 않을 때가 있다. 
 
내부에 음향팀을 구성해서 운영하는 큰 회사의 경우, 충분히 활발한 의사소통이 가능하기 때문에 그런 일이 덜하다. 하지만 외주 제작은 그럴 수가 없다. 개발사 입장에서는, 음향 콘텐츠가 후순위로 밀리는 건 어쩔 수 없는 부분이겠지만, 그래도 아쉬움이 남을 수 밖에 없다. 


TIG> 그런 식으로 일이 진행되어서 음향 콘텐츠의 질이 떨어지는 일이 잦은가?
 
노현준 음악감독: 좋은 사례는 아니지만, 예전에 CBT 일주일전에 갑자기 OST 대여섯개를 달라고 요청받은 적이 있다. 이럴 경우 음악을 급하게 만들어 줘야 하기도 하고, 출시 이후 수정 보완도 할 수 없어 퀄리티가 많이 떨어진다. 게임을 열심히 만들었어도, 음악이 그렇게 되면 전반적인 수준이 하락지지 않나. 
 
그래서 게임 제작자와 음악 제작자가 처음부터 컨셉을 맞춰 만드는 경우가 바람직하다. 프로젝트 시작부터 함께 참여하는 게임이 테마에 대한 싱크로가 높아져서 음악의 퀄리티도 올라간다. 최종 과정에서 뒤늦게 맞추면 이질감이 생길 수 밖에 없다. 
 
게임 음악도 게임 분위기나 테마를 표현해야 하기 때문에, 스토리나 세계관처럼 처음부터 협업해서 맞춰 나가야 한다. 외주 제작사들을 대하는 태도에 변화가 필요하다.


게임과 테마를 맞추기 위해, 작업할 땐 꼭 게임 영상과 함께한다.


TIG> 필요할 때마다 음악만 요청하는 외주 관계가 아니라, 기획단계에서부터 음악과 맞춰나가는 게임 제작을 해야한다는 말인가? 
 
노현준 음악감독: 그렇다. 음악 역시 그래픽처럼 게임을 표현하는 방식이므로, 함께 가는 파트너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또, 음악 창작자에게 저작권을 찾아주는 것 역시 굉장히 중요하다. 현재 게임 음악의 모든 저작권은 게임 제작사에 소유인데, 이런 상황에서는 우리나라도 일본이나 중국처럼 게임 음악의 2차 산업이 활발하게 이루어질 수 없다. 
 
당장 게임 제작사에 도움되는 일은 아니겠지만 음악 저작권의 일정 부분을 조율해서 창작자에게 줄 수 있다면, 게임 음악이라는 장르 자체가 브랜드가 될 수 있다. 게임 OST 등 2차 산업이 활성화되어 또 하나의 게임 시장이 형성된다면, 이 역시 게임 제작사에게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 의미의 일환으로, 이번에 작업한 <킹스 레이드> 역시 OST 음원을 출시하려고 준비중이다. 앞으로 게임 음악의 2차 산업을 위해 여러가지 방향으로 노력하겠다. 


TIG> 게임 음악 업계에 종사하고 싶어하는 사람에게 해줄 말이 있다면?
 
노현준 음악감독: 앞서 말했듯 음악 자체만 가지고는 일하기가 힘들다. 게임 엔진 전반에 대한 지식과 기술이 필요하다.
 
또, 당연한 말이지만 게임을 좋아하면 도움이 굉장히 된다. 많은 게임을 접해봐야 유저들이 좋아하는 성향이나 선호하는 음색들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다양한 장르 게임의 음악 특성을 구별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풍부한 게임 플레이 경험은 필수다. 만약 게임을 좋아한다면, 이 일이 재미있을 거다. 게임 음악 이전에 많은 음향 작업을 해봤지만 이 일이 확실히 ‘재미’는 있다. 


'퍼니벅스'의 녹음시설.
국내 게임 업계는 지금까지 빠른 속도로 성장해왔다. 출시되는 게임들의 퀄리티가 올라가면서 게임에 쓰이는 게임 음악의 중요성 역시 대두되고 있다. 날로 높아져 가는 게임 OST에 대한 관심과 성우 더빙에 대한 유저들의 요구가 특히 그렇다.
 
그러나 그 중요성에 비해 게임 음악에 대한 인식은 부족하기만 하다. 대부분의 사람은 게임 음악 제작이 어떤 일이며, 어떤 과정을 통해 만들어지는지도 알지 못한다. 단편적인 지식으로 알고 있다 하더라도, 세간에 알려진 인식과 게임 음악 업계의 현실은 확연히 다르다. 
 
과연 어떤 점들이 다를까? 그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과거 <알투비트>부터, 웰메이드 모바일 게임으로 화제를 모았던 <회색도시>, 최근 매출 상위권에 올랐던 모바일 게임 <킹스레이드>까지, 다양한 게임 음악을 제작해온 ‘퍼니 벅스’(FUNNY BUGS)의 노현준 음악감독을 만나봤다. / 디스이즈게임 황찬익 기자

 

‘퍼니 벅스’(FUNNY BUGS)의​ 노현준 음악 감독.

 

 

# 아예 안듣는 사람도 많은데? 게임 음악, 왜 중요할까?

TIG> 기억에 남는 게임이 있는 사람은 많아도, 기억에 남는 게임 음악이 있는 사람은 적다. 심지어 어떤 사람들은 게임을 하며 다른 음악을 틀어놓기도 하는데, 게임 음악을 만드는 사람으로서 게임 음악이 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가?

노현준 음악감독: 말한 것처럼 게임 음악은 '주인공'이 될 수 없는 분야다. 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재미고, 이것을 만드는 것은 게임 그 자체니까.

하지만 게임 음악은 이 재미를 더욱 돋보이게 해주는 친구다. 예를 들어 감동적인 장면에서 갑자기 트로트가 나온다거나 아무 음악 없이 화면만 재생된다고 생각해봐라. 유저가 적절한 감정을 느낄 수 없다. 게임 음악은 이렇게 중요한 장면은 물론, 전투나 로비 곳곳에서 적절한 분위기를 연출해 그 게임의 재미를 더욱 돋보이게 한다. 

게임이 이미지라면 음향은 포토샵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이미지를 어떻게 편집하느냐에 결과물이 완전 달라지지 않나. 물론 이미지 편집할 때 작은 편집 하나로 모든 게 어긋날 수도 있듯이, 음향도 사소한 디테일 하나 때문에 유저가 느끼는 감정이 완전히 달라진다. 멋있는 부분은 더욱 돋보이게 하고, 부족한 부분은 적당히 가려주는 '화장' 같은 존재라고 생각하면 된다.


TIG> 그것은 다른 콘텐츠의 음악도 다 해당되는 것 아닌가? 게임 음악만 가진 중요성이 있다면 무엇일까?

노현준 음악감독: 예전에 광고 음악을 했으니 그쪽과 비교해보겠다. 광고 음악은 기본적으로 짧다. 짧은 시간 안에 눈과 귀를 사로잡을 수 있는 임팩트 있는 음악이 되어야 한다. 

이에 반해 게임 음악은 거대한 흐름을 조율하고 때로는 연출해야 하는 음악이다. 모든 게임은 저마다 개발자가 의도하는 분위기가 있다. 핵앤슬래시 게임이면 시원시원하게 쓸어 담는 것을 원할 것이고, <창세기전> 시리즈같은 게임은 진중한 분위기를 원한다. 게임 음악은 이렇게 개발자가 의도하는 분위기를 캐치하고, 게임이라는 큰 흐름 속에서 독자에게 이것을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게임 음악을 만드는 사람은 개발자와 함께 이런 세계를 연출하는 셈이고.


'퍼니 벅스'의 작업 환경.

TIG> 이런 중요성에 비해, 게임 음악이라는 요소 자체가 독자들에겐 잘 부각되지 않는다.

노현준 음악감독: 맞다. 일본이나 중국의 경우, 게임 출시 이후 OST 발매 같은 2차 콘텐츠 산업이 진행되기도 하는데 한국은 그런 것이 거의 없다. 요즘에 조금씩 보이는 추세지만, 아직은 많이 부족하다. 

하지만 게임 음악을 듣는 사람은 이것만 들으며 게임을 하게 된다. 제대로 된 게임 음악은 플레이 경험 자체를 바꾸기 때문이다. 실제로 나만 하더라도 내가 만든 음악을 그저 듣기만 했을 때와, 직접 게임을 하며 그것을 들었을 때의 감정이 전혀 다르다. 게임에서 내가 특정한 씬에 도달했을 때, 내 행동에 맞춰 그 음악이 나왔을 때 느껴지는 감정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이런 특성 때문인지 요즘에는 게임 음악은 물론, 더빙이나 효과음 등 게임과 관련된 음향 전반에 민감한 사람들이 많아졌다. ‘이 게임 OST가 너무 좋다, 음원으로 나오면 사고 싶다’ 이런 댓글을 발견하면 굉장히 뿌듯하다. 

더빙 역시 그렇다. 최근 더빙에 관련된 유저들의 요구사항이 높아지고, 더빙이 들어간 게임이 늘어나는 추세이지 않나. 이런 부분들을 유저들이 원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래서 나는 테스트 기간의 개발자에게 더빙을 거칠더라도 넣는 게 낫다고 추천한다. 테스트 중인 게임에 성우 더빙이 되어있으면 유저가 받는 첫인상이 확 달라지기 때문이다.

 
# 유저의 귀를 사로잡는 게임 음악, 어떻게 만들어질까??

TIG> 그렇게 '감성'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면, 개발자와 음악가가 서로의 심상을 맞추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겠다.

노현준 음악감독: 맞다. 그래서 제대로 게임 음악을 만들기 위해선 기획 단계부터 개발자와 음악가가 만나 게임의 콘셉트, 배경, 스토리, 캐릭터 등에 대해 하나하나 대화를 나눈다. 서로가 가진 감정과 심상을 맞추는 작업이기 때문에 이 과정이 가장 많이 시간 걸린다.

이때 개발자부터 특별한 테마를 전달받는 경우도 있다. 특정 악기를 넣어달라고 하는 경우도 있고. 이럴 때는 명확한 예를 구체적으로 전달받는 쪽이 편하다. 예를 들면 특정 음악을 가져와서 ‘이런 분위기로 해달라’고 한다거나. 
 
한 번은 어느 게임사로부터 화산을 배경으로 한 맵에 ‘뜨거운 음악’을 넣어달라는 요구를 받은 적 있다. (웃음) 그때도 그냥 원하는 스타일과 비슷한 음악을 달라고 말했다. 그렇게 하면 우리가 자칫 자존심 상할까 걱정하던데 전혀 그렇지 않다. 명확한 예를 제시하는 쪽이 좋다. 오히려 나같은 사람에겐 ‘뜨거운 음악’이란 표현이 더 힘들다. 사람마다 각자 생각하는 ‘뜨거움’은 전부 다르니까.


'뜨거운 음악'을 만들어달라고 하면 곤란하다.


TIG> 뜨거운 음악이라, 확실히 잘 상상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렇게 심상을 공유받고 음악으로 만들 때, 참고하는 공식 같은 것이 있는가?

노현준 음악감독: 정해진 공식 같은 것은 없다. 똑같은 감정을 연출한다고 하더라도, 게임의 성격에 따라 이것을 만드는 방식은 전부 다르니까.

다만 일반론적인 법칙은 있다. 예를 들어 똑같은 정통 판타지 컨셉 게임이라도 롹 음악을 배경음악으로 하면 게임이 강렬한 느낌을 주며, 반대로 풀 오케스트라 음악을 깔면 분위기가 웅장해진다. 물론 이런 예상이 항상 맞는 것은 아니다. 막상 적용하면 어울리지 않을 수 있으니 느낌을 잘 조율해야 한다. 


TIG> 그렇게 개발자와 심상을 맞추면 바로 음악 작업에 들어가는 것인가?

노현준 음악감독: 맞다. 이때 잡은 느낌을 기준으로 샘플 음악을 만들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 샘플 음악이 실제로 개발자가 상상하던 심상과 맞으면 진짜(?) 음악을 만드는 것이고.

이렇게 음악까지 만들고 나면 마지막으로 게임에 넣어 '다듬기' 과정을 거친다. 앞서 얘기한 작곡 부분은 많은 시간이 들지 않는데, 의외로 이 다듬기 부분에서 시간이 많이 소모된다. 게임에 들어가는 음악은 한 두개가 아니니까.


TIG> 보통 BGM은 하나만 흐르지 않나?

노현준 음악감독: 맞다. 하지만 게임에는 각종 음향 효과가 있지 않은가. (웃음) 전투 중 캐릭터가 칼을 휘두르는 소리, 하다못해 유저가 인터페이스 버튼을 눌렀을 때 나오는 소리도 어찌보면 모두 음악이다.


게임하면서 들리는 모든 소리가 전부 '게임 음악'이다.


TIG> 게임을 하다 보면 음악이 너무 튀어도 안되고 너무 묻혀도 안되더라. 그런 걸 감안해서 중점을 두는 부분이 있나?
 
노현준 음악감독: 말 그대로다. 게임에서는 음악이 튀어야 하는 부분이 있고 조금 묻어가야 하는 부분이 있다. 타이틀 로딩 음악 같은 경우에는 노래가 강하고 귀에 잘 들어와야 한다. 로딩 화면이 기다리기 지루하니까 그때 음악으로 잡아줘야 한다. 
 
반면 전투씬은 음악이 너무 튀면 효과음이 묻혀 타격감 같은 것이 덩달이 죽기 때문에 멜로디를 (상대적으로) 잔잔하게 깔아줘야 한다. 다만 모든 전투씬이 그런 것은 아니고, 결정적인 장면에서는 오히려 강한 음악이 나와줘야 한다. 영화에서도 키스신에선 볼륨이 올라가는 것처럼 말이다.


TIG> 게임 음악을 만들 때 이렇게 신경쓸 것이 많다면, 음향 효과를 만들 때도 만만치 않겠다.

노현준 음악감독: 맞다. 특히 음향 효과의 경우, 게임의 '손맛'과도 연관돼 있기 때문에 더더욱 까다롭다. 특히나 요즘에는 음향에 민감한 유저들이 많아져서 칼소리를 넣는다고 하더라도 캐릭터나 상황에 따라 다 다르게 연출한다. 

모바일게임 같이 '용량'에 민감한 게임은 아예 전혀 다른 칼소리(?)를 여러 개 만든 다음, 상황에 맞춰 이 소리들을 합치고 조합해 적절한 소리를 만들어 내기도 할 정도다. 이런 경우 처음부터 완성된(?) 칼소리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모자란 소리들을 만들어 소리가 소리가 합쳐졌을 때 완성된 소리가 나오게 해야 하기 때문에 더욱 까다롭다. 

음향 효과를 사소하게 생각하는 사람도 많은데, 이것도 제대로 만들기 시작하면 정말 끝이 없는 분야다. 그리고 이렇게 사소한 음악이라고 할지라도, 유저가 자주 누르고 반복적으로 듣다보면 그 게임을 대표하는 소리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사소한 음향 효과도 그 게임을 대표하는 소리가 될 수도 있다​."


TIG> 그렇다면 게임 음악, 그리고 게임 음향의 끝은 이런 작업물이 게임에서 잘 어울렸을 때이겠다.

노현준 음악감독: 맞다. 그렇게 만들어진 음악과 음향 샘플들을 제작사에 가져가면 제작사가 피드백을 준다. 그 피드백에 따라 음악과 음향을 수정해서 최종본을 만든다.

물론 여기에서도 회사에 따라 여러 작업이 기다리기도 한다. 예를 들어 어떤 회사는 이렇게 완성된 음원들을 음악가가 직접 게임에 넣기도 하고, 어떤 회사에서는 이 음원의 어떤 부분이 게임의 어떤 '순간'에 들어갈 지 조언을 구하기도 한다. 이렇게 본격적으로 음악 작업을 하기 시작하면 음악에 대한 지식은 물론, 게임 엔진이나 툴에 대한 지식까지 필요하게 된다.
 

# <알투비트>부터 <킹스레이드>까지, 업계의 동향과 변화

TIG> <알투비투>로 게임 음악계에 입문했다. 올해로 13년째인데 그동안 느껴온 트렌드의 변화나 시대에 따라 바뀐 점들이 있는가? 작품성의 방향이나 플랫폼의 변경에 따른 변화 같은 것 말이다. 

노현준 음악감독: 옛날에는 개발사에서 본인들이 필요한 음악 리스트를 주면 거기에 맞춰 만들었다. 게임의 컨셉이나 배경 같은 것은 별로 신경쓰지 않았다. 그런데 요즘은 아까 말한 것처럼 곡 자체를 게임 스토리와 컨셉에 맞춰 제작한다. 시대가 흐르면서 게임 음악을 점점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것 같다.


TIG> 온라인 게임부터 피처폰, 스마트폰 게임까지 다양한 플랫폼을 거쳐왔다. 플랫폼 별로 요구하는 게임 음악이 다르기도 하던가?

노현준 음악감독: 옛날에는 분명 있었다. 온라인게임의 경우, 예나 지금이나 앞서 애기한 '감성'을 살리는 것이 중요했다. 더군다나 온라인게임은 계속되는 업데이트를 통해 세계관과 스토리가 바뀌지 않나. 그렇게 시시각각 변화하는 게임의 스토리와 분위기, 테마까지도 음악에 그대로 살리기 위해 노력한다. 

초창기 모바일게임은 그렇지 않았다. 피처폰 시절에는 기기의 작은 용량 때문에 간단한 게임이 많았고, 이런 게임에는 게임 음악이 들어가도 단순하고 심플한 음악이 다였다. 

하지만 스마트폰 시대가 되며 달라졌다. 기기의 성능이 좋아지면서 모바일게임도 온라인게임 못지 않게 이야기와 연출, 감성에 힘을 쏟기 시작했다. 그래서 요즘에는 아예 처음부터 게임의 테마와 음악을 맞추는 경우가 느는 추세다. 가장 최근에 작업한 <킹스레이드>의 경우가 특히 그랬다.


기획 단계부터 테마에 맞춘 음악을 제작한 <킹스레이드>


TIG> 그렇다면 게임 음악도 앞으로 더욱 더 전문적인 분야가 되겠다.

노현준 음악감독: 맞다. 게임이라는 분야가 복합적인 종합 콘텐츠 아닌가. 그래서 다른 분야 음악과는 다른 부분들이 많다. 앞서 잠깐 얘기했던 '엔진' 공부가 대표적이다. 새로운 프로젝트가 시작하면 개발에 사용하는 엔진들도 달라지니까. 

예를 들어 언리얼 엔진의 경우, 이미 충분히 게임 분야에서 쓰인 엔진이라 그런지 음악의 추가 및 편집이 비교적 쉽다. 반면 유니티 엔진의 경우 이런 면이 많이 부족해 (만약 직접 음악을 넣을 일이 생긴다면) 많은 공부가 필요하다.

이런 엔진 공부 외에도 게임 자체에 대한 공부와 경험도 필요하다. 예를 들어 액션 게임을 많이 해본 사람이라면 효과음을 캐릭터 동작의 어느 순간부터 어느 순간 사이에 넣어야 타격감이 더 좋을지 자연히 알게 된다. 

 
TIG> 게임 음악 분야에서 일한지 10년이 넘었다. 그동안 일하며 아쉬웠던 점은 없는가?
 
노현준 음악감독: 가장 큰 한계는 외주 제작이 빈번한 업계 특성상 음향 제작자가 최종 결정을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외주 제작자가 가장 적합한 형태의 음악을 만들어 줘도 기획자가 결국 최종 결정을 내리기 때문에 결과물이 좋지 않을 때가 있다. 
 
내부에 음향팀을 구성해서 운영하는 큰 회사의 경우, 충분히 활발한 의사소통이 가능하기 때문에 그런 일이 덜하다. 하지만 외주 제작은 그럴 수가 없다. 개발사 입장에서는, 음향 콘텐츠가 후순위로 밀리는 건 어쩔 수 없는 부분이겠지만, 그래도 아쉬움이 남을 수 밖에 없다. 


TIG> 그런 식으로 일이 진행되어서 음향 콘텐츠의 질이 떨어지는 일이 잦은가?
 
노현준 음악감독: 좋은 사례는 아니지만, 예전에 CBT 일주일전에 갑자기 OST 대여섯개를 달라고 요청받은 적이 있다. 이럴 경우 음악을 급하게 만들어 줘야 하기도 하고, 출시 이후 수정 보완도 할 수 없어 퀄리티가 많이 떨어진다. 게임을 열심히 만들었어도, 음악이 그렇게 되면 전반적인 수준이 하락지지 않나. 
 
그래서 게임 제작자와 음악 제작자가 처음부터 컨셉을 맞춰 만드는 경우가 바람직하다. 프로젝트 시작부터 함께 참여하는 게임이 테마에 대한 싱크로가 높아져서 음악의 퀄리티도 올라간다. 최종 과정에서 뒤늦게 맞추면 이질감이 생길 수 밖에 없다. 
 
게임 음악도 게임 분위기나 테마를 표현해야 하기 때문에, 스토리나 세계관처럼 처음부터 협업해서 맞춰 나가야 한다. 외주 제작사들을 대하는 태도에 변화가 필요하다.


게임과 테마를 맞추기 위해, 작업할 땐 꼭 게임 영상과 함께한다.


TIG> 필요할 때마다 음악만 요청하는 외주 관계가 아니라, 기획단계에서부터 음악과 맞춰나가는 게임 제작을 해야한다는 말인가? 
 
노현준 음악감독: 그렇다. 음악 역시 그래픽처럼 게임을 표현하는 방식이므로, 함께 가는 파트너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또, 음악 창작자에게 저작권을 찾아주는 것 역시 굉장히 중요하다. 현재 게임 음악의 모든 저작권은 게임 제작사에 소유인데, 이런 상황에서는 우리나라도 일본이나 중국처럼 게임 음악의 2차 산업이 활발하게 이루어질 수 없다. 
 
당장 게임 제작사에 도움되는 일은 아니겠지만 음악 저작권의 일정 부분을 조율해서 창작자에게 줄 수 있다면, 게임 음악이라는 장르 자체가 브랜드가 될 수 있다. 게임 OST 등 2차 산업이 활성화되어 또 하나의 게임 시장이 형성된다면, 이 역시 게임 제작사에게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 의미의 일환으로, 이번에 작업한 <킹스 레이드> 역시 OST 음원을 출시하려고 준비중이다. 앞으로 게임 음악의 2차 산업을 위해 여러가지 방향으로 노력하겠다. 


TIG> 게임 음악 업계에 종사하고 싶어하는 사람에게 해줄 말이 있다면?
 
노현준 음악감독: 앞서 말했듯 음악 자체만 가지고는 일하기가 힘들다. 게임 엔진 전반에 대한 지식과 기술이 필요하다.
 
또, 당연한 말이지만 게임을 좋아하면 도움이 굉장히 된다. 많은 게임을 접해봐야 유저들이 좋아하는 성향이나 선호하는 음색들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다양한 장르 게임의 음악 특성을 구별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풍부한 게임 플레이 경험은 필수다. 만약 게임을 좋아한다면, 이 일이 재미있을 거다. 게임 음악 이전에 많은 음향 작업을 해봤지만 이 일이 확실히 ‘재미’는 있다. 


'퍼니벅스'의 녹음시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