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ose

취재

"목표는 게임이 스토리텔링 콘텐츠로 인정받는 것" 자라나는 씨앗

너부 (김지현 기자) | 2018-09-20 13:51:10

이 기사는 아래 플랫폼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지금 게임 시장에서 어드벤처 장르가 차지하는 비율이 5% 정도다. 그 안에서 스토리텔링 게임 비율은 더 낮다. 지금 우린 그 시장에 뛰어든 거다."


이토록 시장 규모가 작다는 걸 알면서도 스토리텔링 게임만을 고집하는 인디게임 개발사가 있다. 바로 2013년 설립된 자라나는 씨앗이다. 자라나는 씨앗은 <하트리스>, <지킬 앤 하이드>, <오페라의 유령> 등 고전 문학을 소재로 한 스토리텔링 게임을 꾸준히 출시해왔다.

궁금증이 생겼다. 자라나는 씨앗은 스토리텔링 게임에서 어떤 미래와 가능성을 본 걸까?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눠 본 '자라나는 씨앗' 김효택 대표는 확신했다. 스토리텔링 게임이야말로 자신들이 나아 갈 방향이며, 편중된 게임 시장을 변화시킬 수 있는 장르라고 말이다. /디스이즈게임 김지현 기자 

※ 9월 13일부터 16일까지 진행된 '2018 부산인디커넥트페스티벌(BIC)' 행사에서 진행된 인터뷰입니다.

자라나는 씨앗 김효택 대표

 

"고전 명작에 대한 흥미 만들어주는 '다리' 역할 하고 싶다"

디스이즈게임: 넥슨 인사 팀장 출신으로 알고 있는데 게임 회사를 차렸다.

 

자라나는 씨앗 김효택 대표: 원래는 교육용 게임을 만들려고 했다. 이름에서 그런 느낌이 나지 않나? 처음 만든 게임은 수학 공부 게임이다. 한국, 중국, 일본, 핀란드 수학 교과서를 분석해 <생각이 자라나는 수학>이라는 게임을 만들었다. 지금은 다 마켓에서 내렸다.

 

자라나는 씨앗은 정말 가벼운 생각으로 차렸다. 교육에 관심 있고, 게임 회사도 다니다 보니 게임과 교육을 더한 거다. 보통 게임 회사 나와서 창업하면 개발자랑 디렉터 데려와서 차리는데 나는 정말 혼자 회사 차렸다. 지금 생각하면 미친 짓이지. (웃음) 회사 차리고 가장 먼저 채용 공고부터 걸었다. 

 

 

교육용 콘텐츠에 관심 가졌던 이유가 있나?

 

전에 하던 일이 교육 쪽이기도 하고, 어릴 때부터 교육 사업이 하고 싶었다. 회사를 차리기 전까지는 넥슨 인사 팀장이었다. 

 

내가 있을 때 넥슨은 중견 기업에서 대기업으로 성장하던 때였다. 회사는 체계화돼야 했고, 사람도 빨리 늘려야 했다. 그러다 보니 누군가를 가르치기보다는 좋은 사람을 데려오는 것에 집중했다. 나는 거기서 임직원 리더십, 커뮤니케이션, 논리적 사고 이런 것들을 교육하고 직원 교육을 컨설팅했다. 

 

 

지금은 왜 교육 콘텐츠 제작을 그만뒀나?

 

잘 안되기도 했고 이 길이 우리가 갈 길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노리(KnowRe)'라는 인공지능 수학교육 플랫폼 기업이나 '에누마'에서 만든 <토도 수학>처럼 딥러닝이 들어가거나 특출난 부분이 있어야 했다. 게임에 단순히 수학 붙이는 거로는 실패할 수밖에 없다.

 

그렇게 교육용 게임을 접고 결정된 회사의 새로운 방향이 '스토리텔링 게임'이다. 스토리텔링 게임으로 전향하게 된 데는 내 의견이 많이 반영됐다.

 

 

수많은 장르 중 스토리텔링 게임을 고른 이유는 뭔가?

 

어렸을 때부터 스토리텔링 어드벤처 게임을 좋아했다. 내가 어렸을 때는 <룸>같은 PC 어드벤처 게임이 유행했다. 시장에 나온 게임들이 대부분 그런 게임이기도 했고. 

 

이후 <울티마>가 나오면서 사람들 관심은 RPG로 쏠렸고, 어드벤처는 자연스럽게 하향 곡선을 타고 인기가 떨어졌다. 스토리텔링 게임 팬으로서 아쉬울 뿐이다.

 

사실 스토리텔링 게임은 약점도 많다. 한 번 하고 나면 게임을 더 켜지도 않고, 내용을 스포일러 당하면 아예 시작을 안 하니까. 그냥 단순히 돈만 벌자고 회사 차렸으면 '퍼즐'이나 'RPG' 장르를 만들었을 거다. 물론 그게 나쁘다는 건 아니다. 내가 그렇게 벌고 싶지 않다는 거다.

 

루카스필름이 만든 어드벤처 게임 '룸'

 

돈을 버는 것 그 이상으로 추구하는 부분이라면?

  

단순히 게임 하나 성공시켜 돈을 버는 기업이 아닌 '색깔 있는 회사'를 만들고 싶었다. 한국 게임 업계에서 브랜드를 만드는 건 상당히 어렵다. 대형 개발사와 인디 개발사 사이에 껴있는 중견 개발사가 특히 그렇고. 

 

그런 면에서 스토리텔링 게임은 이 시장과 잘 맞는 것 같다. 스토리텔링 게임을 위주로 하는 회사도 적고, 후속작을 기대하는 팬덤을 쌓기도 좋으니 회사의 정체성을 만들기 좋다. 

 

 

게임 하나에 집중하기보다는 회사 정체성 구축이 중요하다고 보나.

 

그렇다. '맺음'이라는 이름도 그래서 만든 거다. '맺음'은 우리가 출시한 고전 문학 소재의 스토리텔링 게임을 묶어 말하는 프로젝트명이다. 


<지킬 앤 하이드>를 더 성공시키기 위해 <지킬 앤 하이드>에 인력과 시간을 집중할 수도 있다. 하지만 <오페라의 유령>도 출시했고, 곧 후속작 개발도 시작할 예정이다. 단일 게임보다는 '맺음'이라는 프로젝트에 집중하고 있다.

 

 

고전 명작이라는 소재를 선택한 이유가 있나?

 

어드벤처 게임에 대한 추억과 동시에 교육적인 부분까지 고려하다 보니 '고전 명작'이 떠올랐다. 요즘 사람들은 책을 안 읽는다. 아이들만 해도 책 읽어보라고 하면 문제집에 요약된 내용이나 작가 이름, 몇 년도에 나왔는지 등 이런 거만 외우지 않나.

 

이런 상황에서 우리 게임은 책을 읽게 해주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공식 카페에 <지킬 앤 하이드> 원작 소설을 구매한 인증샷을 올리거나, 원작과 게임의 다른 점을 이야기하는 유저들이 있다. 이런 글을 볼 때마다 가장 보람차다.

 

'MazM' 공식 카페에 올라온 소설 구매 인증 글

 

원작에 흥미를 갖게 하는 일종의 '다리' 역할을 하는 것 같다.

 

그렇다고 볼 수 있다. 옛날에는 책이 1차 콘텐츠였고 이를 기반으로 애니메이션, 영화, 뮤지컬을 만들었다. 요즘은 반대다. 대표적인 예가 <마션>이다. 원작 소설이 있지만, 영화를 접한 후 소설을 접한 이들이 더 많다.

 

이름과 제목은 알지만, 내용은 모르는 것. 그게 고전이다. (웃음) 물론 고전 자체가 지금 읽기 어렵기도 하다. 직선적이고 명쾌하게 전개되는 요즘 소설과 달리 흐름이 매우 느리다. <레 미제라블> 소설만 해도 등장인물인 '미리엘 주교'에 대한 설명에 한 권을 다 쓰는 수준이다. 그래서 영화나 뮤지컬은 원작의 핵심적인 부분만 담는다. 다만 콘텐츠 성격상 담을 수 있는 분량이 한정돼 있기에, 원작을 온전히 담기는 다소 어렵다. 

 

그런 점에서 봤을 때 게임은 굉장히 장점이 많다. 가령, 가장 핵심적인 사건은 '메인 스토리'에 담고 배경에 대한 설명은 '도감'을 통해 볼 수 있게 만드는 등 원작을 콘텐츠마다 쪼개서 담을 수 있다. 버려지는 부분 없이 충실하게 말이다.

 

 

작품 선정 기준은 뭔가.

 

세계적으로 인지도 있는 작품일 것, 그리고 두 종류 이상의 콘텐츠로 만들어진 작품일 것. 지금은 이렇게 두 개의 기준을 가지고 있다. 원작을 아는 사람들이 많아야 게임이 기억되기 좋다.

 

<지킬 앤 하이드>도 그 덕을 본 작품이다. 크게 광고하지 않았는데 트위터에서 '지킬 앤 하이드' 뮤지컬 팬들에게 언급됐다. 뮤지컬을 정말 좋아하는 사람들은 같은 걸 4번 5번씩 본다. 특정 이야기에 열광하는 팬들은 그 스토리를 다른 방식으로​ 즐길 수 있다는 것만으로 관심 갖는다.

 

실제로 뮤지컬 팬들에게 언급되면서 몇천 명의 유저가 유입됐다. <지킬 앤 하이드> 팬들이 새로운 '맺음'의 팬이 된 거다. 

 

팬층이 탄탄하기로 유명한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

 

 

게임 개발에서 가장 위험한 단어, 분업
최근 출시한 <오페라의 유령> 반응은 어떤가?

퀄리티가 좋아졌다는 반응이 많다. <오페라의 유령>은 <지킬 앤 하이드>의 2배 볼륨으로, 플레이 타임만 치면 약 10시간 분량이다. 조금 빨리 만든 감이 없잖아 있어 엉성하다고 판단되는 부분은 순차적으로 수정하고 있다. 글로벌 출시는 이런 부분들이 전부 수정되면 진행할 예정이다.

첫 작품인 <옐로 브릭스>도 정비를 고민 중이다. 워낙 여력이 안돼서 못하고 있는데, <오페라의 유령> 글로벌 오픈과 동시에 업데이트할 생각도 있다. 아니면 오히려 <하트리스>를 정비해서 낼 생각도 있다. <하트리스>는 <옐로 브릭스>를 알리기 위해 마케팅 차원으로 만든 무료 게임인데 <옐로 브릭스>보다 반응이 좋았다. 내가 스토리를 안 써서 그렇다. (웃음) 


전작 정비와 신작 출시 준비에 후속작 제작까지. 일이 많아 보인다.

맞다. 코스트 관리가 참 힘들다. 사람은 한정돼 있고 일은 많다.​ 처음에는 모든 게임회사가 그래야 하는 것 마냥 맨날 밤새 일해서 맞춰야 하나 싶었다.

그런데 그런 크런치 모드는 사라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게임 출시 전 하루 이틀 정도 불가피하게 야근하는 수준이다. 앞으로도 계속 같이 할 팀원들인데, 몸 상하게 만들면서 일 시키는 건 아니지 않나.


최근 게임 업계에서 워라벨이 화두인데, 그 부분을 중요시하는 것 같다. 성과는 어떤가?

오히려 전반적으로 발전한다. 매번 새로운 게임을 출시할 때마다 연출이나 스토리텔링의 퀄리티가 높아지고 있다. 팀원들 역시 마찬가지다. 우리 팀원들 모두 주니어다. 아직 경험이 부족하지만, 실력이 늘어나는 게 눈에 띌 정도로 능숙해지고 있다.

우리는 단순한 게임 회사가 아닌 '픽사' 같은 스토리텔링 콘텐츠 회사다. 텔링을 이어가는 힘은 일을 오래 시킨다고 생기지 않는다. 

꾸준히 회사가 지향하는 게임 방향성을 다 같이 얘기하는 것도 큰 도움이 된 것 같다. 우리 회사는 매주 금요일마다 다 같이 게임을 하는 시간을 가진다. 우리 게임이랑 비교도 해보고, 배울 만한 부분도 얘기한다.


일종의 게임 스터디인가?

그렇다. 팀원들로부터 작품을 추천받고, 다수결에 따라 이번 주에 할 게임을 정한다. 결정되면 그 게임을 안 해본 팀원이 마우스를 잡는다. 다 같이 점심도 시켜 먹으면서 4시간에서 5시간 동안 쭉 플레이한다.

게임을 많이 해보는 것도 좋지만 같이 얘기하는 것도 중요하다. '픽사' 기업 문화 소개 영상을 보고 느낀 점이다. 픽사 직원들은 자신들이 만든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여러 피드백을 주고받는다. 피드백은 완성된 작품뿐 아니라 개발 중인 작품을 보면서도 진행된다. 전체 팀원이 작품의 모든 부분에 개입하는 것. 픽사의 높은 완성도는 여기서 나온다 생각한다.


그 정도의 시간 투자를 아까워하는 회사도 많을 같다.

아무래도 그럴 수 있다. 일반적인 게임 회사에서는 경영진에게 발표해서 통과해야 하나의 프로젝트가 시작된다. 우리는 그 과정을 팀원들이 다 같이 하는 것 뿐이다. 시나리오가 나오면 다 같이 대본을 읽으며 시나리오 리뷰를 하고, 시놉시스가 나오면 공유하고 피드백 주는 형태다. 러프한 초안부터 세세한 부분까지 다 같이 검토한다.


모든 과정에 모든 팀원이 참여하나?

그렇다. 게임 개발에서 가장 위험한 단어가 '분업'이다. 우리는 게임을 만드는 팀이고, 결국 모든 요소가 어우러져야 나오는 게 게임이다. 팀원 모두가 서로에게 태클 걸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나는 프로그래머니까 아트는 어찌 되든 상관없어.'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다른 분야가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 힘을 줘야 좋은 게임이 나온다.

처음 회사에 들어오는 친구들은 이 부분을 힘들어한다. 본인이 잘 모르는 분야에 대해 의견을 주기 힘들다고 말이다. 그래도 그걸 해야 한다. 본인 영역이 아니더라도 자신의 관점에서 얘기할 줄 알아야 한다. 그 과정에서 본인의 논리를 제대로 세울 수도 있고. 

심지어 나는 적록 색약이다. 빨간 단풍이 예쁘다는 생각을 한 번도 못 해봤다. 이런 사람도 아트 피드백을 준다. (웃음)


구체적으로 어떻게 의견을 주고받나.

기획, 아트, 등 파트 별 메시지 채널이 있다. 거기에 자유롭게 본인의 작업물을 올리면 다른 팀원들이 피드백을 남기는 방식이다. 스케치만 올라올 때도 있고 아트 전체나 대본 등 별의별 작업물이 다 올라온다. 


어떻게 보면 소규모라서 가능한 것 같다.

사실 100명이 넘어가는 대기업은 이렇게 하기 힘들다. 소규모가 아닌 데도 그런 걸 해내는 데브캣은 훌륭한 곳이다. 옛날부터 유명했다. 같은 회사 안에 있는데도 독자적인 길을 걸으면서 스튜디오 문화를 잘 구축했다.


후속작은 결정됐나.

작품 후보가 세 개다. 이 부분은 내가 공개해도 되는지 팀원들에게 물어봐야 한다. 잠시 기다려달라.

원래는 BIC 현장에서 공개하려 했으나 조금 지연됐다. 세 개의 작품 후보는 BIC 부스를 찾은 '매즈미언'(자라나는 씨앗 '맺음' 프로젝트의 팬을 일컫는 말)에게 알려주고 있으니 공개해도 괜찮을 것 같다.

'프랑켄슈타인', '드라큘라',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이 셋 중 하나를 차기작 소재로 보고 있다.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은 '지킬 앤 하이드'와 유사한 스토리로 추천을 많이 받았던 작품이다. 대신 영화나 뮤지컬로 만들어진 사례가 적어 원작을 모르는 사람이 너무 많은 점이 흠이다.

"후속작 후보, 알려줘도 괜찮니?"

 

 

'스토리텔링 게임 시장과 게이머의 확장' 자라나는 씨앗이 추구하는 두 가지 목표
작품 선정부터 제작까지 어떤 과정으로 진행되나.

후보 리스트를 미리 문서화한다. 여기서 장르, 성격, 인지도 등을 기준으로 1차 선정을 한다. 후속작으로 '프랑켄슈타인', '드라큘라'가 들어간 것도 스토리가 다소 무거운 <지킬 앤 하이드>, <오페라의 유령>이랑 성격을 맞추기 위해서다.

후보가 결정되면 다 같이 작품을 읽는다. 예를 들어 <오페라의 유령>을 만든다면 우리나라에 나온 모든 '오페라의 유령' 책은 다 산다. 필요하다면 영문으로 된 원문도 산다. 

책을 다 읽은 뒤에는 스토리, 아트 컨셉을 설정한다. 이 부분도 다 같이 회의하며 결정된다. 더 나은 스토리텔링 경험을 위해 논의하는 과정은 대략 한 달이다. 그 이후 본격적인 제작에 들어간다.


동양이나 한국 고전 소재의 게임을 만들 예정은 없나.

생각은 있지만 아직은 이른 것 같다. 일단은 글로벌 시장에서 인지도 있는 작품을 우선으로 다룰 예정이다. 동양 고전 소재는 글로벌 명작을 어느 정도 다룬 후 자연스럽게 다루지 않을까 생각한다. 


오리지널리티 게임 제작 계획은 아직인가?

실력을 더 키운 후 생각해야 할 부분이다. 오리지널 스토리를 만들려면 진짜 작가가 있어야 한다. 우리는 작가라기보단 좋은 연출가가 있는 회사다. 


출시작을 활용해 웹툰이나 애니메이션 등 2차 콘텐츠로 활용할 예정도 있나?

물론 있다. 장기적으로 여력이 된다면 <지킬 앤 하이드>나 <오페라의 유령> 캐릭터를 활용해 웹툰이나 애니메이션 등 2차 콘텐츠로 이어갈 예정이다. 

지난 4월 출시된 자라나는 씨앗의 작품 '오페라의 유령'

원작이 있는 게임을 만드니 원작을 충실히 구현하는 것과 재해석하는 것 사이에서 고민이 많을 것 같다. 

소재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지만 '우리만의 색깔'을 담는 것에 좀 더 집중하고 있다. 물론 원작을 아예 찾을 수 없을 정도로 비틀어버리는 건 피하고 있다. 새로운 인물이나 이야기가 들어가는 등 변화의 목표를 분명히 하고 있다.


장기적인 목표는 무엇인가?

게임이라는 좋은 그릇에 작품을 담아 소설과 같은 역할을 하는 콘텐츠를 만들고 싶다. 사람은 모든 것을 직접 경험할 수 없다. 간접 경험을 통해 새로운 인물, 새로운 관점을 통해 새로운 세상을 경험한다. 영화도 뮤지컬 역시 그렇지만 2~3시간이라는 한정된 시간 제약에 갇혀있을 수 밖에 없다. 

반면 게임은 담고자 하는 내용에 대한 시간이나 분량 제한이 없다. 작품을 온전히 담아내는 힘은 어떤 콘텐츠도 따라올 수 없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만큼 제작 시간이 길어지지만)

내가 자주 하는 말이 있다. '게임을 통해 자신의 삶을 생각하고 성숙해지길.' 유저들이 그렇게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우리 목표가 아닐까 싶다.


자라나는 씨앗을 어떤 회사로 성장시키고 싶은가?

스토리텔링 콘텐츠의 영역은 매우 넓지만, 그 안에 게임이 차지하는 비율은 매우 낮다. 스토리텔링 콘텐츠 영역에 게임의 자리를 확고히 하고, 세계적으로 인정받게 만드는 게 우리의 목표다. 개인적으로는 더 많은 스토리텔링 게임이 생겼으면 좋겠다. 스토리텔링 게임 시장은 굉장히 작기 때문에 우리만으로 이 시장을 키울 수는 없다. 스토리텔링 게임을 만드는 다른 회사와 연대해 함께 시장을 키우고 싶다. 

또 하나는 게이머의 확장이다. 게임 업계가 성장하기 위해선 논(Non)게이머를 게이머의 영역으로 끌어와야 한다. 우리 게임만 봐도 뮤지컬을 좋아하는 유저들 유입이 많다. 그들이 편하게 게임을 할 수 있도록 쉽게 만드는 것을 염두하기도 한다.

논게이머를 게이머로, 스토리텔링 게임 시장을 확장하는 것. 아직 두 작품밖에 만들지 않았으니 겨우 점 두 개 찍은 것이다. 하지만 이런 노력들이 더해지면 시장이 조금씩 변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지금 게임 시장에서 어드벤처 장르가 차지하는 비율이 5% 정도다. 그 안에서 스토리텔링 게임 비율은 더 낮다. 지금 우린 그 시장에 뛰어든 거다."


이토록 시장 규모가 작다는 걸 알면서도 스토리텔링 게임만을 고집하는 인디게임 개발사가 있다. 바로 2013년 설립된 자라나는 씨앗이다. 자라나는 씨앗은 <하트리스>, <지킬 앤 하이드>, <오페라의 유령> 등 고전 문학을 소재로 한 스토리텔링 게임을 꾸준히 출시해왔다.

궁금증이 생겼다. 자라나는 씨앗은 스토리텔링 게임에서 어떤 미래와 가능성을 본 걸까?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눠 본 '자라나는 씨앗' 김효택 대표는 확신했다. 스토리텔링 게임이야말로 자신들이 나아 갈 방향이며, 편중된 게임 시장을 변화시킬 수 있는 장르라고 말이다. /디스이즈게임 김지현 기자 

※ 9월 13일부터 16일까지 진행된 '2018 부산인디커넥트페스티벌(BIC)' 행사에서 진행된 인터뷰입니다.

자라나는 씨앗 김효택 대표

 

"고전 명작에 대한 흥미 만들어주는 '다리' 역할 하고 싶다"

디스이즈게임: 넥슨 인사 팀장 출신으로 알고 있는데 게임 회사를 차렸다.

 

자라나는 씨앗 김효택 대표: 원래는 교육용 게임을 만들려고 했다. 이름에서 그런 느낌이 나지 않나? 처음 만든 게임은 수학 공부 게임이다. 한국, 중국, 일본, 핀란드 수학 교과서를 분석해 <생각이 자라나는 수학>이라는 게임을 만들었다. 지금은 다 마켓에서 내렸다.

 

자라나는 씨앗은 정말 가벼운 생각으로 차렸다. 교육에 관심 있고, 게임 회사도 다니다 보니 게임과 교육을 더한 거다. 보통 게임 회사 나와서 창업하면 개발자랑 디렉터 데려와서 차리는데 나는 정말 혼자 회사 차렸다. 지금 생각하면 미친 짓이지. (웃음) 회사 차리고 가장 먼저 채용 공고부터 걸었다. 

 

 

교육용 콘텐츠에 관심 가졌던 이유가 있나?

 

전에 하던 일이 교육 쪽이기도 하고, 어릴 때부터 교육 사업이 하고 싶었다. 회사를 차리기 전까지는 넥슨 인사 팀장이었다. 

 

내가 있을 때 넥슨은 중견 기업에서 대기업으로 성장하던 때였다. 회사는 체계화돼야 했고, 사람도 빨리 늘려야 했다. 그러다 보니 누군가를 가르치기보다는 좋은 사람을 데려오는 것에 집중했다. 나는 거기서 임직원 리더십, 커뮤니케이션, 논리적 사고 이런 것들을 교육하고 직원 교육을 컨설팅했다. 

 

 

지금은 왜 교육 콘텐츠 제작을 그만뒀나?

 

잘 안되기도 했고 이 길이 우리가 갈 길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노리(KnowRe)'라는 인공지능 수학교육 플랫폼 기업이나 '에누마'에서 만든 <토도 수학>처럼 딥러닝이 들어가거나 특출난 부분이 있어야 했다. 게임에 단순히 수학 붙이는 거로는 실패할 수밖에 없다.

 

그렇게 교육용 게임을 접고 결정된 회사의 새로운 방향이 '스토리텔링 게임'이다. 스토리텔링 게임으로 전향하게 된 데는 내 의견이 많이 반영됐다.

 

 

수많은 장르 중 스토리텔링 게임을 고른 이유는 뭔가?

 

어렸을 때부터 스토리텔링 어드벤처 게임을 좋아했다. 내가 어렸을 때는 <룸>같은 PC 어드벤처 게임이 유행했다. 시장에 나온 게임들이 대부분 그런 게임이기도 했고. 

 

이후 <울티마>가 나오면서 사람들 관심은 RPG로 쏠렸고, 어드벤처는 자연스럽게 하향 곡선을 타고 인기가 떨어졌다. 스토리텔링 게임 팬으로서 아쉬울 뿐이다.

 

사실 스토리텔링 게임은 약점도 많다. 한 번 하고 나면 게임을 더 켜지도 않고, 내용을 스포일러 당하면 아예 시작을 안 하니까. 그냥 단순히 돈만 벌자고 회사 차렸으면 '퍼즐'이나 'RPG' 장르를 만들었을 거다. 물론 그게 나쁘다는 건 아니다. 내가 그렇게 벌고 싶지 않다는 거다.

 

루카스필름이 만든 어드벤처 게임 '룸'

 

돈을 버는 것 그 이상으로 추구하는 부분이라면?

  

단순히 게임 하나 성공시켜 돈을 버는 기업이 아닌 '색깔 있는 회사'를 만들고 싶었다. 한국 게임 업계에서 브랜드를 만드는 건 상당히 어렵다. 대형 개발사와 인디 개발사 사이에 껴있는 중견 개발사가 특히 그렇고. 

 

그런 면에서 스토리텔링 게임은 이 시장과 잘 맞는 것 같다. 스토리텔링 게임을 위주로 하는 회사도 적고, 후속작을 기대하는 팬덤을 쌓기도 좋으니 회사의 정체성을 만들기 좋다. 

 

 

게임 하나에 집중하기보다는 회사 정체성 구축이 중요하다고 보나.

 

그렇다. '맺음'이라는 이름도 그래서 만든 거다. '맺음'은 우리가 출시한 고전 문학 소재의 스토리텔링 게임을 묶어 말하는 프로젝트명이다. 


<지킬 앤 하이드>를 더 성공시키기 위해 <지킬 앤 하이드>에 인력과 시간을 집중할 수도 있다. 하지만 <오페라의 유령>도 출시했고, 곧 후속작 개발도 시작할 예정이다. 단일 게임보다는 '맺음'이라는 프로젝트에 집중하고 있다.

 

 

고전 명작이라는 소재를 선택한 이유가 있나?

 

어드벤처 게임에 대한 추억과 동시에 교육적인 부분까지 고려하다 보니 '고전 명작'이 떠올랐다. 요즘 사람들은 책을 안 읽는다. 아이들만 해도 책 읽어보라고 하면 문제집에 요약된 내용이나 작가 이름, 몇 년도에 나왔는지 등 이런 거만 외우지 않나.

 

이런 상황에서 우리 게임은 책을 읽게 해주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공식 카페에 <지킬 앤 하이드> 원작 소설을 구매한 인증샷을 올리거나, 원작과 게임의 다른 점을 이야기하는 유저들이 있다. 이런 글을 볼 때마다 가장 보람차다.

 

'MazM' 공식 카페에 올라온 소설 구매 인증 글

 

원작에 흥미를 갖게 하는 일종의 '다리' 역할을 하는 것 같다.

 

그렇다고 볼 수 있다. 옛날에는 책이 1차 콘텐츠였고 이를 기반으로 애니메이션, 영화, 뮤지컬을 만들었다. 요즘은 반대다. 대표적인 예가 <마션>이다. 원작 소설이 있지만, 영화를 접한 후 소설을 접한 이들이 더 많다.

 

이름과 제목은 알지만, 내용은 모르는 것. 그게 고전이다. (웃음) 물론 고전 자체가 지금 읽기 어렵기도 하다. 직선적이고 명쾌하게 전개되는 요즘 소설과 달리 흐름이 매우 느리다. <레 미제라블> 소설만 해도 등장인물인 '미리엘 주교'에 대한 설명에 한 권을 다 쓰는 수준이다. 그래서 영화나 뮤지컬은 원작의 핵심적인 부분만 담는다. 다만 콘텐츠 성격상 담을 수 있는 분량이 한정돼 있기에, 원작을 온전히 담기는 다소 어렵다. 

 

그런 점에서 봤을 때 게임은 굉장히 장점이 많다. 가령, 가장 핵심적인 사건은 '메인 스토리'에 담고 배경에 대한 설명은 '도감'을 통해 볼 수 있게 만드는 등 원작을 콘텐츠마다 쪼개서 담을 수 있다. 버려지는 부분 없이 충실하게 말이다.

 

 

작품 선정 기준은 뭔가.

 

세계적으로 인지도 있는 작품일 것, 그리고 두 종류 이상의 콘텐츠로 만들어진 작품일 것. 지금은 이렇게 두 개의 기준을 가지고 있다. 원작을 아는 사람들이 많아야 게임이 기억되기 좋다.

 

<지킬 앤 하이드>도 그 덕을 본 작품이다. 크게 광고하지 않았는데 트위터에서 '지킬 앤 하이드' 뮤지컬 팬들에게 언급됐다. 뮤지컬을 정말 좋아하는 사람들은 같은 걸 4번 5번씩 본다. 특정 이야기에 열광하는 팬들은 그 스토리를 다른 방식으로​ 즐길 수 있다는 것만으로 관심 갖는다.

 

실제로 뮤지컬 팬들에게 언급되면서 몇천 명의 유저가 유입됐다. <지킬 앤 하이드> 팬들이 새로운 '맺음'의 팬이 된 거다. 

 

팬층이 탄탄하기로 유명한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

 

 

게임 개발에서 가장 위험한 단어, 분업
최근 출시한 <오페라의 유령> 반응은 어떤가?

퀄리티가 좋아졌다는 반응이 많다. <오페라의 유령>은 <지킬 앤 하이드>의 2배 볼륨으로, 플레이 타임만 치면 약 10시간 분량이다. 조금 빨리 만든 감이 없잖아 있어 엉성하다고 판단되는 부분은 순차적으로 수정하고 있다. 글로벌 출시는 이런 부분들이 전부 수정되면 진행할 예정이다.

첫 작품인 <옐로 브릭스>도 정비를 고민 중이다. 워낙 여력이 안돼서 못하고 있는데, <오페라의 유령> 글로벌 오픈과 동시에 업데이트할 생각도 있다. 아니면 오히려 <하트리스>를 정비해서 낼 생각도 있다. <하트리스>는 <옐로 브릭스>를 알리기 위해 마케팅 차원으로 만든 무료 게임인데 <옐로 브릭스>보다 반응이 좋았다. 내가 스토리를 안 써서 그렇다. (웃음) 


전작 정비와 신작 출시 준비에 후속작 제작까지. 일이 많아 보인다.

맞다. 코스트 관리가 참 힘들다. 사람은 한정돼 있고 일은 많다.​ 처음에는 모든 게임회사가 그래야 하는 것 마냥 맨날 밤새 일해서 맞춰야 하나 싶었다.

그런데 그런 크런치 모드는 사라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게임 출시 전 하루 이틀 정도 불가피하게 야근하는 수준이다. 앞으로도 계속 같이 할 팀원들인데, 몸 상하게 만들면서 일 시키는 건 아니지 않나.


최근 게임 업계에서 워라벨이 화두인데, 그 부분을 중요시하는 것 같다. 성과는 어떤가?

오히려 전반적으로 발전한다. 매번 새로운 게임을 출시할 때마다 연출이나 스토리텔링의 퀄리티가 높아지고 있다. 팀원들 역시 마찬가지다. 우리 팀원들 모두 주니어다. 아직 경험이 부족하지만, 실력이 늘어나는 게 눈에 띌 정도로 능숙해지고 있다.

우리는 단순한 게임 회사가 아닌 '픽사' 같은 스토리텔링 콘텐츠 회사다. 텔링을 이어가는 힘은 일을 오래 시킨다고 생기지 않는다. 

꾸준히 회사가 지향하는 게임 방향성을 다 같이 얘기하는 것도 큰 도움이 된 것 같다. 우리 회사는 매주 금요일마다 다 같이 게임을 하는 시간을 가진다. 우리 게임이랑 비교도 해보고, 배울 만한 부분도 얘기한다.


일종의 게임 스터디인가?

그렇다. 팀원들로부터 작품을 추천받고, 다수결에 따라 이번 주에 할 게임을 정한다. 결정되면 그 게임을 안 해본 팀원이 마우스를 잡는다. 다 같이 점심도 시켜 먹으면서 4시간에서 5시간 동안 쭉 플레이한다.

게임을 많이 해보는 것도 좋지만 같이 얘기하는 것도 중요하다. '픽사' 기업 문화 소개 영상을 보고 느낀 점이다. 픽사 직원들은 자신들이 만든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여러 피드백을 주고받는다. 피드백은 완성된 작품뿐 아니라 개발 중인 작품을 보면서도 진행된다. 전체 팀원이 작품의 모든 부분에 개입하는 것. 픽사의 높은 완성도는 여기서 나온다 생각한다.


그 정도의 시간 투자를 아까워하는 회사도 많을 같다.

아무래도 그럴 수 있다. 일반적인 게임 회사에서는 경영진에게 발표해서 통과해야 하나의 프로젝트가 시작된다. 우리는 그 과정을 팀원들이 다 같이 하는 것 뿐이다. 시나리오가 나오면 다 같이 대본을 읽으며 시나리오 리뷰를 하고, 시놉시스가 나오면 공유하고 피드백 주는 형태다. 러프한 초안부터 세세한 부분까지 다 같이 검토한다.


모든 과정에 모든 팀원이 참여하나?

그렇다. 게임 개발에서 가장 위험한 단어가 '분업'이다. 우리는 게임을 만드는 팀이고, 결국 모든 요소가 어우러져야 나오는 게 게임이다. 팀원 모두가 서로에게 태클 걸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나는 프로그래머니까 아트는 어찌 되든 상관없어.'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다른 분야가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 힘을 줘야 좋은 게임이 나온다.

처음 회사에 들어오는 친구들은 이 부분을 힘들어한다. 본인이 잘 모르는 분야에 대해 의견을 주기 힘들다고 말이다. 그래도 그걸 해야 한다. 본인 영역이 아니더라도 자신의 관점에서 얘기할 줄 알아야 한다. 그 과정에서 본인의 논리를 제대로 세울 수도 있고. 

심지어 나는 적록 색약이다. 빨간 단풍이 예쁘다는 생각을 한 번도 못 해봤다. 이런 사람도 아트 피드백을 준다. (웃음)


구체적으로 어떻게 의견을 주고받나.

기획, 아트, 등 파트 별 메시지 채널이 있다. 거기에 자유롭게 본인의 작업물을 올리면 다른 팀원들이 피드백을 남기는 방식이다. 스케치만 올라올 때도 있고 아트 전체나 대본 등 별의별 작업물이 다 올라온다. 


어떻게 보면 소규모라서 가능한 것 같다.

사실 100명이 넘어가는 대기업은 이렇게 하기 힘들다. 소규모가 아닌 데도 그런 걸 해내는 데브캣은 훌륭한 곳이다. 옛날부터 유명했다. 같은 회사 안에 있는데도 독자적인 길을 걸으면서 스튜디오 문화를 잘 구축했다.


후속작은 결정됐나.

작품 후보가 세 개다. 이 부분은 내가 공개해도 되는지 팀원들에게 물어봐야 한다. 잠시 기다려달라.

원래는 BIC 현장에서 공개하려 했으나 조금 지연됐다. 세 개의 작품 후보는 BIC 부스를 찾은 '매즈미언'(자라나는 씨앗 '맺음' 프로젝트의 팬을 일컫는 말)에게 알려주고 있으니 공개해도 괜찮을 것 같다.

'프랑켄슈타인', '드라큘라',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이 셋 중 하나를 차기작 소재로 보고 있다.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은 '지킬 앤 하이드'와 유사한 스토리로 추천을 많이 받았던 작품이다. 대신 영화나 뮤지컬로 만들어진 사례가 적어 원작을 모르는 사람이 너무 많은 점이 흠이다.

"후속작 후보, 알려줘도 괜찮니?"

 

 

'스토리텔링 게임 시장과 게이머의 확장' 자라나는 씨앗이 추구하는 두 가지 목표
작품 선정부터 제작까지 어떤 과정으로 진행되나.

후보 리스트를 미리 문서화한다. 여기서 장르, 성격, 인지도 등을 기준으로 1차 선정을 한다. 후속작으로 '프랑켄슈타인', '드라큘라'가 들어간 것도 스토리가 다소 무거운 <지킬 앤 하이드>, <오페라의 유령>이랑 성격을 맞추기 위해서다.

후보가 결정되면 다 같이 작품을 읽는다. 예를 들어 <오페라의 유령>을 만든다면 우리나라에 나온 모든 '오페라의 유령' 책은 다 산다. 필요하다면 영문으로 된 원문도 산다. 

책을 다 읽은 뒤에는 스토리, 아트 컨셉을 설정한다. 이 부분도 다 같이 회의하며 결정된다. 더 나은 스토리텔링 경험을 위해 논의하는 과정은 대략 한 달이다. 그 이후 본격적인 제작에 들어간다.


동양이나 한국 고전 소재의 게임을 만들 예정은 없나.

생각은 있지만 아직은 이른 것 같다. 일단은 글로벌 시장에서 인지도 있는 작품을 우선으로 다룰 예정이다. 동양 고전 소재는 글로벌 명작을 어느 정도 다룬 후 자연스럽게 다루지 않을까 생각한다. 


오리지널리티 게임 제작 계획은 아직인가?

실력을 더 키운 후 생각해야 할 부분이다. 오리지널 스토리를 만들려면 진짜 작가가 있어야 한다. 우리는 작가라기보단 좋은 연출가가 있는 회사다. 


출시작을 활용해 웹툰이나 애니메이션 등 2차 콘텐츠로 활용할 예정도 있나?

물론 있다. 장기적으로 여력이 된다면 <지킬 앤 하이드>나 <오페라의 유령> 캐릭터를 활용해 웹툰이나 애니메이션 등 2차 콘텐츠로 이어갈 예정이다. 

지난 4월 출시된 자라나는 씨앗의 작품 '오페라의 유령'

원작이 있는 게임을 만드니 원작을 충실히 구현하는 것과 재해석하는 것 사이에서 고민이 많을 것 같다. 

소재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지만 '우리만의 색깔'을 담는 것에 좀 더 집중하고 있다. 물론 원작을 아예 찾을 수 없을 정도로 비틀어버리는 건 피하고 있다. 새로운 인물이나 이야기가 들어가는 등 변화의 목표를 분명히 하고 있다.


장기적인 목표는 무엇인가?

게임이라는 좋은 그릇에 작품을 담아 소설과 같은 역할을 하는 콘텐츠를 만들고 싶다. 사람은 모든 것을 직접 경험할 수 없다. 간접 경험을 통해 새로운 인물, 새로운 관점을 통해 새로운 세상을 경험한다. 영화도 뮤지컬 역시 그렇지만 2~3시간이라는 한정된 시간 제약에 갇혀있을 수 밖에 없다. 

반면 게임은 담고자 하는 내용에 대한 시간이나 분량 제한이 없다. 작품을 온전히 담아내는 힘은 어떤 콘텐츠도 따라올 수 없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만큼 제작 시간이 길어지지만)

내가 자주 하는 말이 있다. '게임을 통해 자신의 삶을 생각하고 성숙해지길.' 유저들이 그렇게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우리 목표가 아닐까 싶다.


자라나는 씨앗을 어떤 회사로 성장시키고 싶은가?

스토리텔링 콘텐츠의 영역은 매우 넓지만, 그 안에 게임이 차지하는 비율은 매우 낮다. 스토리텔링 콘텐츠 영역에 게임의 자리를 확고히 하고, 세계적으로 인정받게 만드는 게 우리의 목표다. 개인적으로는 더 많은 스토리텔링 게임이 생겼으면 좋겠다. 스토리텔링 게임 시장은 굉장히 작기 때문에 우리만으로 이 시장을 키울 수는 없다. 스토리텔링 게임을 만드는 다른 회사와 연대해 함께 시장을 키우고 싶다. 

또 하나는 게이머의 확장이다. 게임 업계가 성장하기 위해선 논(Non)게이머를 게이머의 영역으로 끌어와야 한다. 우리 게임만 봐도 뮤지컬을 좋아하는 유저들 유입이 많다. 그들이 편하게 게임을 할 수 있도록 쉽게 만드는 것을 염두하기도 한다.

논게이머를 게이머로, 스토리텔링 게임 시장을 확장하는 것. 아직 두 작품밖에 만들지 않았으니 겨우 점 두 개 찍은 것이다. 하지만 이런 노력들이 더해지면 시장이 조금씩 변하지 않을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