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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게임 스펙트럼 넓혔다! 넥슨 자회사된 넷게임즈의 미래, 박용현 대표 인터뷰

다미롱 (김승현 기자) | 2018-12-14 18:5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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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정확히 말해 '영리를 목적으로 서비스되는 게임'은 굉장히 다채로운 성격을 가진 상품이다. 게임은 개발진의 창의력을 담은 창작물이기도 하고, 시장에서 소비자들에게 팔려야 살아남는 상품이라는 이중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다. 온라인, 모바일 시대에 와서는 소비자에게 재미 외에도 서비스로서의 만족을 시켜야 한다. 지금 말한 것은 게임의 여러 면모 중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때문에 게임을 만드는 이들도 개발하며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이 각각 다르다.

 

넷게임즈 박용현 대표와의 인터뷰에서 인상적이었던 것은, '상품'으로서의 게임을 바라보는 그의 시각이었다. 인상적이었던 부분을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 상업게임과 이를 만드는 개발자는 유저들의 선택을 받아야 살아남을 수 있다.

게임을 만드는 팀이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에 도전해야 한다. 무엇보다 퀄리티가 최우선이다.

▲ 모바일 시대가 되면서 새로운 유형의 유저들이 나타났다. 올드게이머인 개발자들도 이 상황을 인지해야 한다.

 

인터뷰는 이외에도 넷게임즈의 계획이나 목표, 현재 모바일 게임 시장과 개발 환경에 대한 고민 등 여러 이야기가 오갔다. 2시간 가까이 진행된 박용현 대표와의 이야기를 정리했다.

 

넷게임즈 박용현 대표

 

 

# 넥슨에 인수된 넷게임즈 "개발 독립 유지한 채, 스펙트럼은 더 넓어졌다"

 

디스이즈게임: <오버히트> 론칭 이후 거의 1년 만에 얼굴을 비췄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나?

 

박용현: 올해 큰일이 연달아 있어 정신 없이 보냈다. 사업적으로는 올해 중순 넥슨의 자회사가 됐다. 

 

개발 측면에서는 지난 11월 공개된 모바일 MMORPG <프로젝트 V4>(과거 '멀티히트'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작품), <히트> IP 확용한 모바일 MMORPG, <큐라레: 마법도서관> 만든 김용하 PD의 멀티 히어로 RPG 3개 프로젝트를 같이 진행 중이다. 물론 하는 일이 늘어난 만큼 사람도 열심히 뽑고 있고. (웃음)

 

 

예전엔 신작을 한 번에 하나씩 만들었는데, 갑자기 다작(?) 체제로 바뀌었다. 

 

체제가 바뀌었다기 보단, 넥슨의 자회사가 되며 그렇게 할 수 있는 여력이 생겼다는 것이 맞다. 예전 넷게임즈였다면 자금이나 인원 문제로 <프로젝트 V4>만 개발하고, 나머지 2개는 <프로젝트 V4>의 성과가 나온 다음에야 개발을 할지 말지 결정했을 것이다. 개발에는 돈이 필요하고, 사장인 나는 추가로 직원들 월급이나 회사 운영 등도 고려해야 하니까.

 

그런데 넥슨의 자회사로 편입되며 여유가 생겼다. 예전에 꿈도 못 꿨을 신작 개발 3개를 같이 진행할 수 있을 정도로…. 또 넥슨에서도 근래에 개발력 강화를 강조하고 있어, 우리도 배에 힘주고 신규 개발을 더 공격적으로 시도할 수 있게 됐다. 

 

어떻게 보면 넥슨의 자회사가 된 덕에 개발 스펙트럼이 더 넓어진 것 같다.

 

 

자회사 되며 바뀐 것은 없는가? 예를 들어 개발·경영의 독립성이라던가….

 

회사 운영 면에선 넥슨과 합을 맞출 수 밖에 없다. 넥슨은 상장사고, 상장사의 자회사가 자금을 마음대로 쓸 순 없으니까. 

 

반대로 개발 부분에선 기대 이상으로 자유도를 가지고 있다. 솔직히 말하면, 자회사가 되며 개발 자유도에 제약이 있을 걸 각오했다. 넥슨에서 어떤 걸 개발하길 권하거나, 아니면 우리가 신작 개발할 때 넥슨과 조율을 하거나 하는 식으로.

 

그런데 이게 전혀 없어 오히려 당황스러웠다. 실제로 신규 프로젝트 하기 전 '이런 것 하려 한다'고 얘기하러 갔더니, 오히려 넥슨에서 이걸 왜 자기들한테 알려주냐며 놀라더라. 다른 데는 알아서 자기가 만들고 싶은 것 만든다고. 어떤 분들은 넥슨에 캐주얼 게임 많으니 우리(넷게임즈)도 앞으로 그런 것 하냐고 묻던데, 그런 가이드도 없다. 오히려 넥슨은 우리가 잘하는 것을 자유롭게 하길 권하더라.

 

넷게임즈는 올해 5월 28일, 넥슨의 자회사로 편입됐다.

 

 

넷게임즈가 잘하는 것, 넷게임즈의 색이라면 어떤 것일까? RPG?

 

난 개인적으로 성장, 요즘 친구들이 알아듣기 쉽게 바꾸면 (전통적인 의미완 조금 다르지만) 질문처럼 'RPG'를 얘기하고 싶다. 일단 나부터 무언가 쌓아가는 재미, 성장하는 재미를 좋아하기도 하고, 많은 (우리) 개발자들이 PC 온라인게임 시절부터 그런 작품을 만들었다.

 

PD들이 만들려는 작품도 내가 잘 아는 기준에서 조언하다 보니 회사의 특기도 자연스럽게 그런 방향으로 성장한 것 같다. 실제로 우리가 만든 <히트>와 <오버히트> 모두 플레이하며 무언가 계속 크고 누적되는 게임 아닌가. (웃음)

 

 

넷게임즈라고 하면 박용현 사단, 박용현이 개발을 이끄는 조직이라는 느낌이 강하다. '조언'이라고 하니까 뭔가 개발 일선에서 물러났다는 느낌이다.

 

지금 내가 관여하는 분야는 프로젝트의 장르, 규모 같은 큼직한 것 정도다. 회사에 크게 영향 줄 수 있는 것은 내가 책임져야 하니까. 반대로 이게 결정되면, 안에서 알맹이 채우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디렉터들 자유다. 

 

아, 이런 건 달라졌다. 예전에는 회사 자원이 적다 보니, 신작을 할 때도 내가 잘 아는 영역에 한해 결정하고 그것에만 매달렸다. 하지만 넥슨 자회사가 되며 내가 잘 모르는 영역의 전문가를 영입해 그 영역을 시도할 수 있게 됐다. 예전에 비해 작품의 스펙트럼을 넓힐 수 있게 됐달까? <프로젝트 V4> 이후 나오는 작품들은 내보다, PD와 디렉터의 색이 더 강할 것이다. 

 

 

그렇다면 넷게임즈에서 서브컬쳐 성향의 RPG 만드는 김용하 PD처럼, 외부 유명 개발자가 넷게임즈에 합류해 회사가 그간 시도하지 않았던 성향의 RPG를 만드는 일도 자주 나올까?

 

우리가 호응할 수 있다면 얼마든지. 다만 게임은 어디까지나 '팀'이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그 사람이 어떤 것을 잘하느냐 못지않게 우리가 그 사람을 얼마나 잘 도와줄 수 있느냐도 잘 따져야겠지. 

 

만약 넷게임즈에 오고 싶은 사람이 A 장르를 정말 잘 만들고 그걸 하고 싶어 하는데, 정작 우리는 A 장르를 잘 못 만들면 그와 우리 모두에게 불행한 일 아니겠는가. 그런 일이 생긴다면 A를 잘하는 다른 개발사에게 양보하는 게 모두를 위해 좋은 일일 것이다. 

 

올해 중순 경 넷게임즈에 합류한 김용하 PD

 

 

# 게임이란 '상품'을 대하는 법: 우리가 가장 잘 만드는 건 무엇인가?

 

넷게임즈가 설립된 지 5년이 지났다. 회사를 처음 세웠을 때 목표와 지금 목표를 비교하면 혹시 달라진 것이 있는가?

 

똑같다. 회사를 처음 세웠을 때 목표가 유저들에게 '이 회사 게임은 그래도 기본은 한다'고 인정받는 것이었다. 물론 <히트>와 <오버히트>를 내며 어느정도 성과를 거두긴 했지만, 여전히 게임을 잘 만드는 것이나 운영, 장기 흥행 측면에서는 부족하다. 적어도 여기까진 성과를 내야 1차 전직을 한 셈이 되겠지. 물론 최고 레벨까지 갈 길은 멀지만. 

 

 

게임을 잘 만든다는 것은 뭘까? 보통 개발자들은 '▲ 이걸 만들면 유저들이 좋아하겠지 ▲ 이걸 좋아하니 이렇게 만들어야지' 2가지 기준 중 하나로 게임을 만든다. 넷게임즈는 둘 중 어느 쪽이라 생각하나?

 

우린 좀 다른 것 같다. '우리가 뭘 잘할 수 있을까' 고민하고 만드니까. 사람 재주라는 것이 뻔해서, 잘 할 수 있는 것이 그렇게 다양하지 않다. 그래서 우리 같은 중소 개발사일수록 가진 리소스 안에서 무엇을 가장 잘 할 수 있는지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우리가 역량 안에서 가장 좋은 게임을 만들 수 있고유저들에게도 선택받을 수 있으니까.

 

 

개발자가 추구하는 것보다 게임의 퀄리티가 더 중요하다는 말 같다.

 

개발자가 추구하는 재미를 구현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래서 내가 신규 프로젝트의 알맹이(?)는 PD들에게 맡기는 것이고.

 

하지만 넷게임즈는 기업이고 나는 이걸 관리하는 대표다. 회사 구성원들을 먹여 살려야지. 잘 할 수 있는 것을 한다는 것은 회사가 살아 남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 경쟁 심한 게임 시장에서 게임을 성공시키기 위한 최소한의 보험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개발자들이 고생해서 만든 것이 시장에서 외면받지 않게끔 하기 위한 조치고.

 

나는 내 일이 프로젝트를 걸러내는 거름망이 아니라, 프로젝트가 퍼블리셔나 시장에 잘 받아들여지게끔 돕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적어도 그렇게 되려 노력하고 있다. 

 

 

 

게임의 성공을 위해 글로벌을 목표로 하거나, IP 확장을 염두에 두는 경우도 있다.

 

그런 얘기는 안하려 한다.  반대로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선 안에서) 일단 게임을 재미있게 만들라고 얘기 한다. 

 

<히트>, <오버히트>로 글로벌 서비스를 많이 경험하고 있다. 글로벌 서비스를 하며 느낀 것은 나라 별로 니즈가 워낙 다양하기 때문에 현지 감성을 모르는 사람이 니즈를 성급하게 반영하려 하는 순간 일이 꼬인다는 것이다. 실제로 <히트> 땐 현지화에 공을 적게 들였고 <오버히트> 때는 반대였는데, 이것 저것 따져보면 둘 다 효율이 비슷하다. 그래서 지금은 현지화 비중을 줄이고 코어 콘텐츠에 더 공을 들이고 있다.

 

그동안 느낀 건, 재미있게 만들면 그걸 재미있어 하는 유저들이 모인다는 것이다. 물론 현지화에 공을 들일수록 효과가 좋아지는 것은 맞다. 하지만 들이는 비용까지 고려하면 크게 다르지 않더라. 나는 무언가를 목표하는 것보다, 잘 할 수 있 하는 것, 재미 그 자체에 집중하는 것이 더 맞는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우리에겐….

 

 

IP에 대해서도 같은 입장인가? 넷게임즈는 <히트> IP로 MMORPG도 만들고 있는데.

 

같다. 물론 IP를 염두에 두고 게임도 재미있게 만들면 좋겠지. 하지만 IP와 재미 둘 중 어떤 것이 우선이냐고 묻는다면 당연히 재미다. 게임이 재미있어야 IP도 인정 받는다. 

 

 

하지만 성공한 IP의 경우, IP를 관통하는 경향이 있지 않은가? 그것이 그냥 나왔을 것 같진 않은데….

 

나는 그 경향을 개발자만이 만드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어떤 게임이 오래 운영되다 보면 자연스럽게 유저들의 피드백이 쌓여 어떤 형태를 만든다. 그래서 오래 서비스된 게임은 종종 개발자가 처음 의도한 것과 다른 방향으로 진화하기도 한다. 하지만 누구도 이걸 잘못됐다고 말할 수 없다. 그게 유저들이 그 게임이 원하는 것이니까.

 

게임의 경향성, IP의 경향성은 최초 설계가 아니라 사랑 받은 세월과 유저들의 피드백에서 나온다. 그리고 오래 사랑 받으려면 일단 게임을 잘 만들어야 하고. IP가 아니라, 게임이 먼저다.

 

 

 

앞서 넷게임즈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걸로 RPG(성장)를 꼽았다. 하지만 모바일 시대가 된 지금, 유저에 따라 RPG에 대한 정의와 요구 모두 다르다.

 

시대가 흐른 만큼 당연한 현상이다. 나 같은 사람이야 RPG라고 하면 <파이널판타지>나 <에버퀘스트> 같은 게임을 가장 먼저 떠올리겠지만, 젊은 친구들은 <세븐나이츠> 같은 게임을 먼저 떠올리겠지.

 

하지만 모바일 기기는 꾸준히 발전하고 있고 구현의 한계 또한 점점 줄어들고 있다. 내가 <테라> 개발할 때만 해도 필드에 풀 만드는 것 하나하나가 다 제약이었는데, 지금 모바일에선 다 해결됐다. 옛날엔 모바일에서 수집형 RPG가 최선이었다면, 이젠 제한적이나마 MMORPG도 서비스되고 있다. 지금 분위기면 내년쯤 (옛날 PC 온라인 시절처럼) MMORPG 시대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MMORPG의 형태도 계속 변하고 있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처럼 여러 유저들이 상호작용 하는 게임도 현역이고, 반대로 <데스티니 가디언즈>나 <로스트아크>처럼 규모는 작지만 조밀한 구성으로 인기를 얻은 MMORPG도 있다. 넷게임즈의 MMORPG는 어느 쪽인가?

 

이 부분은 시대의 변화라기보단 '스타일의 분화'라고 생각한다. 예전부터 MMORPG를 즐긴 유저들은 '대단위'라는 키워드를 선호하고, 새로운 유저들은 다른 형태를 선호하는 식으로. 그렇기 때문에 이젠 게임 하나로 모든 유저를 만족시킬 순 없겠지. 그래서 우리도 지금 개발 중인 신작의 역할을 나눴다. 

 

일단 <프로젝트 V4>는 그간 모바일 MMORPG에서 보기 힘들었던 '대단위'라는 키워드에 집중했다. 예전부터 PC MMORPG를 즐겼던 유저들이 타깃이다. 

 

물론 이 게임이 요즘 모바일 MMORPG처럼 IP가 있는 것은 아니니, 시장에 있는 게임들보단 넓은 유저층에게 인정받아야겠지. 그래서 보다 많은 유저들이 견딜 수 있게 그래픽과 전투 수준을 높이고 있다. <프로젝트 V4>는 내년 하반기 서비스를 목표로 개발 중이다. 빠르면 봄에 무언가를 공개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또다른 모바일 MMORPG 프로젝트인 <히트> IP 신작은 새로운 유저들에 맞춰 액션성이나 조밀함에 더 신경쓰고 있다. 이젠 모바일 MMORPG에서 어느 선 이상의 액션을 구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 모바일 시대, 신세대 게이머들의 탄생. 그리고 개발자의 고민

 

시대가 많이 변했다. 단순히 주류 게임 시장이 모바일로 바뀌었다는 의미가 아니라, 게임 문화 자체가 바뀐 것 같다. 예전엔 반년 단위 대규모 업데이트가 당연했는데, 요즘 사람들은 1~2주 안에 업데이트 없으면 답답해 한다.

 

맞다. 그게 모바일 시대의 가장 큰 변화 같다. 이젠 PC 온라인 게임도 최소 1~2개월에 한 번은 업데이트 하더라. 예전 PC 온라인게 임처럼 만들면 안되는 시대가 됐지. 그래도 우리는 다른 곳보다 사람을 많이 쓰는 편이라 어찌어찌 대응하고 있지만, 밖에선 힘들어 하는 곳도 많다. 

 

냉정히 말해 우리도 그리 좋은 편은 아니고. 예를 들어 업데이트 개발 막바지 때마다 기획과 프로그래밍 쪽 핵심 인원들은 정말 빡빡하게 일한다. 만약 개발 중 예상치 못한 일이라도 발생하면 난리나는 것이고. 특히 핵심 인력들은 키우거나 충원하기도 쉽지 않아 매번 고민이다.

 

 

옛날에 비해 개발 환경이 더 빡빡해졌다고 느끼는가?

 

거기에 대해선 별 생각이 없다. 내가 PC 온라인 게임을 만들었던 2000년대하고 지금까지 거의 20년 차이가 난다. 강산이 2번 변했을 시기인데 개발 환경이 그대로인 것이 더 이상하다. 당장 (한국 게임 시장의) 메인 플랫폼만 하더라도 PC에서 모바일로 바뀌지 않았는가? 기기가 바뀌었으니 당연히 개발에 고려해야 할 것도 많아졌고. 예를 들어 기기 파편화 같은 것.

 

다만 시대가 바뀌며 작은 개발사들이 살아남기 힘들어졌다는 생각은 든다. 예를 들어 기기 파편화 같은 건 리소스를 투입한 만큼 결과가 나오는 영역이다. 개발처럼 언제 어떤 일이 터질지 모르는 영역 또한 리소스를 많이 가지고 있는 회사가 유리하다. 게임 개발도 '규모의 경제'가 적용되기 시작한지 꽤 됐다. 

 

그래도 우리는 사람을 많이 쓰는 기조라 조금 나은 편이지.

 

 

 

스마트폰이 게임 시장의 메인 디바이스로 떠오르며 개발자들이 스마트폰에서 구현해야 할 게임 경험도 이전에 비해 많이 달라졌다.

 

가상 패드나 화면 사이즈가 대표적이다. 나 같이 PC 온라인 게임 만들던 사람에겐 기기의 한계라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잘 생각해보면 한계가 아니라, 달라진 것이라고 생각한다. 여기에 적응하고 게임을 발전시키는 것이 개발자의 일이겠지.

 

그리고 이런 기기의 특징은 '접근성'이라는 장점을 얻은 반대 급부이기도 하다. 스마트폰은 그 어떤 기기보다 접근성이 좋은 플랫폼이다. 예를 들어 옛날 PC 온라인 게임은 타이틀을 인지하고 다운받고 플레이하기까지 엄청 많은 장벽이 있었다. 하지만 모바일 게임은 그 때에 비해 장벽이 없다 싶을 정도로 쉽게 설치하고 플레이할 수 있다. 이런 걸 생각하면 가상 패드 같은 건 등가교환 같은 거겠지. (웃음)

 

 

패키지로 처음 게임을 접한 유저와 온라인으로 처음 게임을 접한 유저의 감성이 달랐듯, 모바일로 처음 게임을 시작한 유저들이 게임에 바라는 것도 기존 유저들과 다르다. 이런 '감성'의 차이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모바일로 들어오며 절실히 체감하고 있는 부분이다. 당장 개발자들의 게임 경험부터 우리 때와 다르다. 요즘 신입을 뽑으면 '와우(WOW,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가 뭐에요' 하는 친구도 있다. 확실히 해 온 경험이 다르다.

 

가상 패드 부분도 그렇다. 가상 패드는 나 같이 나이든 개발자들에게 불편하기만 한 장벽이다. 그래서 초창기 모바일 슈팅 게임의 과제는 '어떻게 하면 조작을 더 단순하게, 쉽게 할 것인가'였지.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가상 패드로도 모바일 슈팅 게임을 자유자제로 하는 세대가 나오더라. 정작 그거 만든 개발자들은 여전히 키보드 + 마우스가 더 익숙한데 말이지. 이미 개발자의 경험과 요즘 유저들의 경험 사이에는 단절이 있다.

 

모바일로 처음 게임을 접한 젊은 세대들은 콘솔, PC 온라인 유저들과 기준점 자체가 다른 경우가 많다. 이 부분은 개발 사이드에서도 계속 고민하고 있는 부분이다.

 

 

 

해결 방법이 있을까? 넷게임즈 정도 되는 회사면 시니어 개발자들의 경력도 상당할 것이고, 반대로 그렇기 때문에 모바일 세대의 게임 감성을 파악하기도 쉽지 않을텐데.

 

리더급은 올드비가 많은데, 그 외에 다른 개발자들은 젊은 사람이 대부분이다. 다만 젊은 개발자도 30대 초반이 대부분이라 모바일 세대 감성을 얼마나 잘 알지는 모르겠다. 보통 고등학교 이전까지 접한 콘텐츠가 사람에게 큰 영향을 준다고 하는데, 지금 30대들은 대학교 때부터 본격적으로 모바일 게임을 즐겼을 테니까. 

 

이 부분은 끊임없이 좋은 개발자 모으고, 또 요즘 유저들에게 물어보고 검증받는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리더들만으로 판단하기엔 젊은 유저들과 경험이 너무 다르니까. 

 

 

모바일게임은 테스트를 잘 안한다는 인식이 있다. 베타 테스트가 유저들에게 '테스트'로서 안 받아들여진다는 것도 있고, 온라인보다 개발이 쉽다 보니 아이디어 유출 방지 차원에서도 그렇고.

 

그것도 다 옛날 얘기다. (웃음) 요즘 모바일 RPG 하나 만들려면 100여 명의 개발자가 년(年) 단위로 게임을 만들어야 한다. 중간 중간 사람도 많이 바뀌고. 이런 환경에서 입을 단속하는 것도 한계가 있고, 반대로 유출된 것을 바로 따라 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

 

오히려 개발 규모가 커져 위험을 줄이기 위해 더 철저하게 테스트를 하는 경우가 많다. 다만 얘기한 것처럼 이게 '베타 테스트'의 형태가 아니라, '포커스 그룹 테스트'(FGT) 같이 외부에 잘 알려지지 않는 심층 테스트 방식이 많겠지. 

 

 

 

# "우리는 한 번 개발을 시작하면 '끝'을 보는 회사"

 

당장은 유저들에게 의견을 묻더라도, 궁극적으로는 새로운 유저들의 같은 감성을 이해하거나 아는 개발진이 필요할 것 같다. 이들에게 넷게임즈의 개발·조직 문화에 대해 간단히 얘기하자면?

 

이것 저것 시도하기 보단, 일단 개발을 시작하면 끝을 보는 회사라고 할까? 지금 신규 프로젝트가 3개여서 이 말이 조금 이상해졌는데(웃음), 기본적으로 프로젝트를 시작하면 끝까지 한다는 의미다. 그래야 다른 회사 구성원들도 애정을 가지고 도울 수 있고, 프로젝트의 퀄리티도 올라갈 수 있으니까. 이게 다른 회사와의 가장 큰 차이점인 것 같다. 

 

근래에 신규 프로젝트가 늘어나 구성원들이 신경써야 할 것도 많아져 이게 조금 애매해지긴 했는데…. 최근 조직 구조를 손보고 R&R(Role and Responsibilities)을 정비하며 다시 나아졌다.

 

 

개발자들 입장에선 포트폴리오에 공백 생길 일은 없겠다. 그런데 그렇게 모든 프로젝트를 끝까지 간다는 것은 회사 차원에서 부담 아닌가? 아직까진 실패가 없긴 한데, 판단을 잘못했거나 시장이 변해 프로젝트가 실패하면 타격이 크지 않겠는가.

 

이 부분은 우리 방식이나 다른 방식 모두 장단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말한 것처럼 우리 방식은 개발자의 포트폴리오나 경험 측면에선 좋고, 회사 차원에선 위험이 있을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해선 뭐가 좋고 나쁘다고 할 생각 없다. 이건 그냥 내 성격과 잘 맞아 이렇게 된 것이라. (웃음)

 

 

 

프로젝트 완성이라고 하니까 떠올랐는데, 온라인 서비스 시대가 되며 회사가 망하거나 서비스가 종료돼 자신이 만들거나 즐겼던 게임이 사라지는 경우가 많다. 패키지게임과 달리 결과물 자체가 사라지는 셈인데, 개발자로서 이 부분이 아쉽진 않은가?

 

무언가를 만드는 사람으로서 당연히 아쉽고 가슴 아픈 일이다. 최근엔 콘솔 패키지 게임도 온라인 라이브 서비스가 많이 늘었는데, 어쩌면 미래엔 패키지 같은 것이 드물어지고 이런 게 당연한 시대가 올것 같다. 유저로서도, 창작자로서도 참 아쉽다. 

 

그래서 우리 (넷게임즈의) 첫 작품인 <히트>도 오래 서비스하려 노력 중인데, 솔직히 쉽지 않다. 이상한 얘기 같지만, 열심히 만든 게임일수록 유지 비용이 더 든다. 한 번 퀄리티를 높이면 계속 이걸 유지해야 하니까. 신규 콘텐츠를 만드는데 필요한 리소스도 늘어나지. 그렇다고 패키지게임처럼 업데이트를 안 할 수도 없고, 나 같은 사람은 사업성도 따져야 하고….

 

정답은 유저 분들께 오래 사랑 받을 수 있는 게임을 만들고 잘 서비스하는 것인데…. 잘 해야겠지. 그래서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것을 만드는 것, 요즘 세대를 고려한 게임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 개인적으론 이게 먹혀 최소 5~6년은 서비스할 수 있는 게임을 만드는 게 목표다. 우리 첫 작품인 <히트>는 이제 겨우 반 왔다. (웃음)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유저 분들에겐 매번 똑같은 말 하는 것 같다. '여기 게임은 그래도 기본은 하지'라는 말 듣는 것이 우리 목표다. 이것만 보며 3개 작품도 열심히 만들고 있다. 열심히 만들테니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

 

그리고 개발자들에겐, 넷게임즈는 한 번 개발을 시작하면 끝을 보는 회사다. 완성을 함께 하고 싶은 개발자들이 있다면 언제나 환영이다. 부담 없이 문 두들겨 달라. 

 

 

게임, 정확히 말해 '영리를 목적으로 서비스되는 게임'은 굉장히 다채로운 성격을 가진 상품이다. 게임은 개발진의 창의력을 담은 창작물이기도 하고, 시장에서 소비자들에게 팔려야 살아남는 상품이라는 이중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다. 온라인, 모바일 시대에 와서는 소비자에게 재미 외에도 서비스로서의 만족을 시켜야 한다. 지금 말한 것은 게임의 여러 면모 중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때문에 게임을 만드는 이들도 개발하며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이 각각 다르다.

 

넷게임즈 박용현 대표와의 인터뷰에서 인상적이었던 것은, '상품'으로서의 게임을 바라보는 그의 시각이었다. 인상적이었던 부분을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 상업게임과 이를 만드는 개발자는 유저들의 선택을 받아야 살아남을 수 있다.

게임을 만드는 팀이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에 도전해야 한다. 무엇보다 퀄리티가 최우선이다.

▲ 모바일 시대가 되면서 새로운 유형의 유저들이 나타났다. 올드게이머인 개발자들도 이 상황을 인지해야 한다.

 

인터뷰는 이외에도 넷게임즈의 계획이나 목표, 현재 모바일 게임 시장과 개발 환경에 대한 고민 등 여러 이야기가 오갔다. 2시간 가까이 진행된 박용현 대표와의 이야기를 정리했다.

 

넷게임즈 박용현 대표

 

 

# 넥슨에 인수된 넷게임즈 "개발 독립 유지한 채, 스펙트럼은 더 넓어졌다"

 

디스이즈게임: <오버히트> 론칭 이후 거의 1년 만에 얼굴을 비췄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나?

 

박용현: 올해 큰일이 연달아 있어 정신 없이 보냈다. 사업적으로는 올해 중순 넥슨의 자회사가 됐다. 

 

개발 측면에서는 지난 11월 공개된 모바일 MMORPG <프로젝트 V4>(과거 '멀티히트'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작품), <히트> IP 확용한 모바일 MMORPG, <큐라레: 마법도서관> 만든 김용하 PD의 멀티 히어로 RPG 3개 프로젝트를 같이 진행 중이다. 물론 하는 일이 늘어난 만큼 사람도 열심히 뽑고 있고. (웃음)

 

 

예전엔 신작을 한 번에 하나씩 만들었는데, 갑자기 다작(?) 체제로 바뀌었다. 

 

체제가 바뀌었다기 보단, 넥슨의 자회사가 되며 그렇게 할 수 있는 여력이 생겼다는 것이 맞다. 예전 넷게임즈였다면 자금이나 인원 문제로 <프로젝트 V4>만 개발하고, 나머지 2개는 <프로젝트 V4>의 성과가 나온 다음에야 개발을 할지 말지 결정했을 것이다. 개발에는 돈이 필요하고, 사장인 나는 추가로 직원들 월급이나 회사 운영 등도 고려해야 하니까.

 

그런데 넥슨의 자회사로 편입되며 여유가 생겼다. 예전에 꿈도 못 꿨을 신작 개발 3개를 같이 진행할 수 있을 정도로…. 또 넥슨에서도 근래에 개발력 강화를 강조하고 있어, 우리도 배에 힘주고 신규 개발을 더 공격적으로 시도할 수 있게 됐다. 

 

어떻게 보면 넥슨의 자회사가 된 덕에 개발 스펙트럼이 더 넓어진 것 같다.

 

 

자회사 되며 바뀐 것은 없는가? 예를 들어 개발·경영의 독립성이라던가….

 

회사 운영 면에선 넥슨과 합을 맞출 수 밖에 없다. 넥슨은 상장사고, 상장사의 자회사가 자금을 마음대로 쓸 순 없으니까. 

 

반대로 개발 부분에선 기대 이상으로 자유도를 가지고 있다. 솔직히 말하면, 자회사가 되며 개발 자유도에 제약이 있을 걸 각오했다. 넥슨에서 어떤 걸 개발하길 권하거나, 아니면 우리가 신작 개발할 때 넥슨과 조율을 하거나 하는 식으로.

 

그런데 이게 전혀 없어 오히려 당황스러웠다. 실제로 신규 프로젝트 하기 전 '이런 것 하려 한다'고 얘기하러 갔더니, 오히려 넥슨에서 이걸 왜 자기들한테 알려주냐며 놀라더라. 다른 데는 알아서 자기가 만들고 싶은 것 만든다고. 어떤 분들은 넥슨에 캐주얼 게임 많으니 우리(넷게임즈)도 앞으로 그런 것 하냐고 묻던데, 그런 가이드도 없다. 오히려 넥슨은 우리가 잘하는 것을 자유롭게 하길 권하더라.

 

넷게임즈는 올해 5월 28일, 넥슨의 자회사로 편입됐다.

 

 

넷게임즈가 잘하는 것, 넷게임즈의 색이라면 어떤 것일까? RPG?

 

난 개인적으로 성장, 요즘 친구들이 알아듣기 쉽게 바꾸면 (전통적인 의미완 조금 다르지만) 질문처럼 'RPG'를 얘기하고 싶다. 일단 나부터 무언가 쌓아가는 재미, 성장하는 재미를 좋아하기도 하고, 많은 (우리) 개발자들이 PC 온라인게임 시절부터 그런 작품을 만들었다.

 

PD들이 만들려는 작품도 내가 잘 아는 기준에서 조언하다 보니 회사의 특기도 자연스럽게 그런 방향으로 성장한 것 같다. 실제로 우리가 만든 <히트>와 <오버히트> 모두 플레이하며 무언가 계속 크고 누적되는 게임 아닌가. (웃음)

 

 

넷게임즈라고 하면 박용현 사단, 박용현이 개발을 이끄는 조직이라는 느낌이 강하다. '조언'이라고 하니까 뭔가 개발 일선에서 물러났다는 느낌이다.

 

지금 내가 관여하는 분야는 프로젝트의 장르, 규모 같은 큼직한 것 정도다. 회사에 크게 영향 줄 수 있는 것은 내가 책임져야 하니까. 반대로 이게 결정되면, 안에서 알맹이 채우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디렉터들 자유다. 

 

아, 이런 건 달라졌다. 예전에는 회사 자원이 적다 보니, 신작을 할 때도 내가 잘 아는 영역에 한해 결정하고 그것에만 매달렸다. 하지만 넥슨 자회사가 되며 내가 잘 모르는 영역의 전문가를 영입해 그 영역을 시도할 수 있게 됐다. 예전에 비해 작품의 스펙트럼을 넓힐 수 있게 됐달까? <프로젝트 V4> 이후 나오는 작품들은 내보다, PD와 디렉터의 색이 더 강할 것이다. 

 

 

그렇다면 넷게임즈에서 서브컬쳐 성향의 RPG 만드는 김용하 PD처럼, 외부 유명 개발자가 넷게임즈에 합류해 회사가 그간 시도하지 않았던 성향의 RPG를 만드는 일도 자주 나올까?

 

우리가 호응할 수 있다면 얼마든지. 다만 게임은 어디까지나 '팀'이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그 사람이 어떤 것을 잘하느냐 못지않게 우리가 그 사람을 얼마나 잘 도와줄 수 있느냐도 잘 따져야겠지. 

 

만약 넷게임즈에 오고 싶은 사람이 A 장르를 정말 잘 만들고 그걸 하고 싶어 하는데, 정작 우리는 A 장르를 잘 못 만들면 그와 우리 모두에게 불행한 일 아니겠는가. 그런 일이 생긴다면 A를 잘하는 다른 개발사에게 양보하는 게 모두를 위해 좋은 일일 것이다. 

 

올해 중순 경 넷게임즈에 합류한 김용하 PD

 

 

# 게임이란 '상품'을 대하는 법: 우리가 가장 잘 만드는 건 무엇인가?

 

넷게임즈가 설립된 지 5년이 지났다. 회사를 처음 세웠을 때 목표와 지금 목표를 비교하면 혹시 달라진 것이 있는가?

 

똑같다. 회사를 처음 세웠을 때 목표가 유저들에게 '이 회사 게임은 그래도 기본은 한다'고 인정받는 것이었다. 물론 <히트>와 <오버히트>를 내며 어느정도 성과를 거두긴 했지만, 여전히 게임을 잘 만드는 것이나 운영, 장기 흥행 측면에서는 부족하다. 적어도 여기까진 성과를 내야 1차 전직을 한 셈이 되겠지. 물론 최고 레벨까지 갈 길은 멀지만. 

 

 

게임을 잘 만든다는 것은 뭘까? 보통 개발자들은 '▲ 이걸 만들면 유저들이 좋아하겠지 ▲ 이걸 좋아하니 이렇게 만들어야지' 2가지 기준 중 하나로 게임을 만든다. 넷게임즈는 둘 중 어느 쪽이라 생각하나?

 

우린 좀 다른 것 같다. '우리가 뭘 잘할 수 있을까' 고민하고 만드니까. 사람 재주라는 것이 뻔해서, 잘 할 수 있는 것이 그렇게 다양하지 않다. 그래서 우리 같은 중소 개발사일수록 가진 리소스 안에서 무엇을 가장 잘 할 수 있는지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우리가 역량 안에서 가장 좋은 게임을 만들 수 있고유저들에게도 선택받을 수 있으니까.

 

 

개발자가 추구하는 것보다 게임의 퀄리티가 더 중요하다는 말 같다.

 

개발자가 추구하는 재미를 구현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래서 내가 신규 프로젝트의 알맹이(?)는 PD들에게 맡기는 것이고.

 

하지만 넷게임즈는 기업이고 나는 이걸 관리하는 대표다. 회사 구성원들을 먹여 살려야지. 잘 할 수 있는 것을 한다는 것은 회사가 살아 남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 경쟁 심한 게임 시장에서 게임을 성공시키기 위한 최소한의 보험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개발자들이 고생해서 만든 것이 시장에서 외면받지 않게끔 하기 위한 조치고.

 

나는 내 일이 프로젝트를 걸러내는 거름망이 아니라, 프로젝트가 퍼블리셔나 시장에 잘 받아들여지게끔 돕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적어도 그렇게 되려 노력하고 있다. 

 

 

 

게임의 성공을 위해 글로벌을 목표로 하거나, IP 확장을 염두에 두는 경우도 있다.

 

그런 얘기는 안하려 한다.  반대로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선 안에서) 일단 게임을 재미있게 만들라고 얘기 한다. 

 

<히트>, <오버히트>로 글로벌 서비스를 많이 경험하고 있다. 글로벌 서비스를 하며 느낀 것은 나라 별로 니즈가 워낙 다양하기 때문에 현지 감성을 모르는 사람이 니즈를 성급하게 반영하려 하는 순간 일이 꼬인다는 것이다. 실제로 <히트> 땐 현지화에 공을 적게 들였고 <오버히트> 때는 반대였는데, 이것 저것 따져보면 둘 다 효율이 비슷하다. 그래서 지금은 현지화 비중을 줄이고 코어 콘텐츠에 더 공을 들이고 있다.

 

그동안 느낀 건, 재미있게 만들면 그걸 재미있어 하는 유저들이 모인다는 것이다. 물론 현지화에 공을 들일수록 효과가 좋아지는 것은 맞다. 하지만 들이는 비용까지 고려하면 크게 다르지 않더라. 나는 무언가를 목표하는 것보다, 잘 할 수 있 하는 것, 재미 그 자체에 집중하는 것이 더 맞는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우리에겐….

 

 

IP에 대해서도 같은 입장인가? 넷게임즈는 <히트> IP로 MMORPG도 만들고 있는데.

 

같다. 물론 IP를 염두에 두고 게임도 재미있게 만들면 좋겠지. 하지만 IP와 재미 둘 중 어떤 것이 우선이냐고 묻는다면 당연히 재미다. 게임이 재미있어야 IP도 인정 받는다. 

 

 

하지만 성공한 IP의 경우, IP를 관통하는 경향이 있지 않은가? 그것이 그냥 나왔을 것 같진 않은데….

 

나는 그 경향을 개발자만이 만드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어떤 게임이 오래 운영되다 보면 자연스럽게 유저들의 피드백이 쌓여 어떤 형태를 만든다. 그래서 오래 서비스된 게임은 종종 개발자가 처음 의도한 것과 다른 방향으로 진화하기도 한다. 하지만 누구도 이걸 잘못됐다고 말할 수 없다. 그게 유저들이 그 게임이 원하는 것이니까.

 

게임의 경향성, IP의 경향성은 최초 설계가 아니라 사랑 받은 세월과 유저들의 피드백에서 나온다. 그리고 오래 사랑 받으려면 일단 게임을 잘 만들어야 하고. IP가 아니라, 게임이 먼저다.

 

 

 

앞서 넷게임즈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걸로 RPG(성장)를 꼽았다. 하지만 모바일 시대가 된 지금, 유저에 따라 RPG에 대한 정의와 요구 모두 다르다.

 

시대가 흐른 만큼 당연한 현상이다. 나 같은 사람이야 RPG라고 하면 <파이널판타지>나 <에버퀘스트> 같은 게임을 가장 먼저 떠올리겠지만, 젊은 친구들은 <세븐나이츠> 같은 게임을 먼저 떠올리겠지.

 

하지만 모바일 기기는 꾸준히 발전하고 있고 구현의 한계 또한 점점 줄어들고 있다. 내가 <테라> 개발할 때만 해도 필드에 풀 만드는 것 하나하나가 다 제약이었는데, 지금 모바일에선 다 해결됐다. 옛날엔 모바일에서 수집형 RPG가 최선이었다면, 이젠 제한적이나마 MMORPG도 서비스되고 있다. 지금 분위기면 내년쯤 (옛날 PC 온라인 시절처럼) MMORPG 시대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MMORPG의 형태도 계속 변하고 있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처럼 여러 유저들이 상호작용 하는 게임도 현역이고, 반대로 <데스티니 가디언즈>나 <로스트아크>처럼 규모는 작지만 조밀한 구성으로 인기를 얻은 MMORPG도 있다. 넷게임즈의 MMORPG는 어느 쪽인가?

 

이 부분은 시대의 변화라기보단 '스타일의 분화'라고 생각한다. 예전부터 MMORPG를 즐긴 유저들은 '대단위'라는 키워드를 선호하고, 새로운 유저들은 다른 형태를 선호하는 식으로. 그렇기 때문에 이젠 게임 하나로 모든 유저를 만족시킬 순 없겠지. 그래서 우리도 지금 개발 중인 신작의 역할을 나눴다. 

 

일단 <프로젝트 V4>는 그간 모바일 MMORPG에서 보기 힘들었던 '대단위'라는 키워드에 집중했다. 예전부터 PC MMORPG를 즐겼던 유저들이 타깃이다. 

 

물론 이 게임이 요즘 모바일 MMORPG처럼 IP가 있는 것은 아니니, 시장에 있는 게임들보단 넓은 유저층에게 인정받아야겠지. 그래서 보다 많은 유저들이 견딜 수 있게 그래픽과 전투 수준을 높이고 있다. <프로젝트 V4>는 내년 하반기 서비스를 목표로 개발 중이다. 빠르면 봄에 무언가를 공개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또다른 모바일 MMORPG 프로젝트인 <히트> IP 신작은 새로운 유저들에 맞춰 액션성이나 조밀함에 더 신경쓰고 있다. 이젠 모바일 MMORPG에서 어느 선 이상의 액션을 구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 모바일 시대, 신세대 게이머들의 탄생. 그리고 개발자의 고민

 

시대가 많이 변했다. 단순히 주류 게임 시장이 모바일로 바뀌었다는 의미가 아니라, 게임 문화 자체가 바뀐 것 같다. 예전엔 반년 단위 대규모 업데이트가 당연했는데, 요즘 사람들은 1~2주 안에 업데이트 없으면 답답해 한다.

 

맞다. 그게 모바일 시대의 가장 큰 변화 같다. 이젠 PC 온라인 게임도 최소 1~2개월에 한 번은 업데이트 하더라. 예전 PC 온라인게 임처럼 만들면 안되는 시대가 됐지. 그래도 우리는 다른 곳보다 사람을 많이 쓰는 편이라 어찌어찌 대응하고 있지만, 밖에선 힘들어 하는 곳도 많다. 

 

냉정히 말해 우리도 그리 좋은 편은 아니고. 예를 들어 업데이트 개발 막바지 때마다 기획과 프로그래밍 쪽 핵심 인원들은 정말 빡빡하게 일한다. 만약 개발 중 예상치 못한 일이라도 발생하면 난리나는 것이고. 특히 핵심 인력들은 키우거나 충원하기도 쉽지 않아 매번 고민이다.

 

 

옛날에 비해 개발 환경이 더 빡빡해졌다고 느끼는가?

 

거기에 대해선 별 생각이 없다. 내가 PC 온라인 게임을 만들었던 2000년대하고 지금까지 거의 20년 차이가 난다. 강산이 2번 변했을 시기인데 개발 환경이 그대로인 것이 더 이상하다. 당장 (한국 게임 시장의) 메인 플랫폼만 하더라도 PC에서 모바일로 바뀌지 않았는가? 기기가 바뀌었으니 당연히 개발에 고려해야 할 것도 많아졌고. 예를 들어 기기 파편화 같은 것.

 

다만 시대가 바뀌며 작은 개발사들이 살아남기 힘들어졌다는 생각은 든다. 예를 들어 기기 파편화 같은 건 리소스를 투입한 만큼 결과가 나오는 영역이다. 개발처럼 언제 어떤 일이 터질지 모르는 영역 또한 리소스를 많이 가지고 있는 회사가 유리하다. 게임 개발도 '규모의 경제'가 적용되기 시작한지 꽤 됐다. 

 

그래도 우리는 사람을 많이 쓰는 기조라 조금 나은 편이지.

 

 

 

스마트폰이 게임 시장의 메인 디바이스로 떠오르며 개발자들이 스마트폰에서 구현해야 할 게임 경험도 이전에 비해 많이 달라졌다.

 

가상 패드나 화면 사이즈가 대표적이다. 나 같이 PC 온라인 게임 만들던 사람에겐 기기의 한계라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잘 생각해보면 한계가 아니라, 달라진 것이라고 생각한다. 여기에 적응하고 게임을 발전시키는 것이 개발자의 일이겠지.

 

그리고 이런 기기의 특징은 '접근성'이라는 장점을 얻은 반대 급부이기도 하다. 스마트폰은 그 어떤 기기보다 접근성이 좋은 플랫폼이다. 예를 들어 옛날 PC 온라인 게임은 타이틀을 인지하고 다운받고 플레이하기까지 엄청 많은 장벽이 있었다. 하지만 모바일 게임은 그 때에 비해 장벽이 없다 싶을 정도로 쉽게 설치하고 플레이할 수 있다. 이런 걸 생각하면 가상 패드 같은 건 등가교환 같은 거겠지. (웃음)

 

 

패키지로 처음 게임을 접한 유저와 온라인으로 처음 게임을 접한 유저의 감성이 달랐듯, 모바일로 처음 게임을 시작한 유저들이 게임에 바라는 것도 기존 유저들과 다르다. 이런 '감성'의 차이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모바일로 들어오며 절실히 체감하고 있는 부분이다. 당장 개발자들의 게임 경험부터 우리 때와 다르다. 요즘 신입을 뽑으면 '와우(WOW,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가 뭐에요' 하는 친구도 있다. 확실히 해 온 경험이 다르다.

 

가상 패드 부분도 그렇다. 가상 패드는 나 같이 나이든 개발자들에게 불편하기만 한 장벽이다. 그래서 초창기 모바일 슈팅 게임의 과제는 '어떻게 하면 조작을 더 단순하게, 쉽게 할 것인가'였지.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가상 패드로도 모바일 슈팅 게임을 자유자제로 하는 세대가 나오더라. 정작 그거 만든 개발자들은 여전히 키보드 + 마우스가 더 익숙한데 말이지. 이미 개발자의 경험과 요즘 유저들의 경험 사이에는 단절이 있다.

 

모바일로 처음 게임을 접한 젊은 세대들은 콘솔, PC 온라인 유저들과 기준점 자체가 다른 경우가 많다. 이 부분은 개발 사이드에서도 계속 고민하고 있는 부분이다.

 

 

 

해결 방법이 있을까? 넷게임즈 정도 되는 회사면 시니어 개발자들의 경력도 상당할 것이고, 반대로 그렇기 때문에 모바일 세대의 게임 감성을 파악하기도 쉽지 않을텐데.

 

리더급은 올드비가 많은데, 그 외에 다른 개발자들은 젊은 사람이 대부분이다. 다만 젊은 개발자도 30대 초반이 대부분이라 모바일 세대 감성을 얼마나 잘 알지는 모르겠다. 보통 고등학교 이전까지 접한 콘텐츠가 사람에게 큰 영향을 준다고 하는데, 지금 30대들은 대학교 때부터 본격적으로 모바일 게임을 즐겼을 테니까. 

 

이 부분은 끊임없이 좋은 개발자 모으고, 또 요즘 유저들에게 물어보고 검증받는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리더들만으로 판단하기엔 젊은 유저들과 경험이 너무 다르니까. 

 

 

모바일게임은 테스트를 잘 안한다는 인식이 있다. 베타 테스트가 유저들에게 '테스트'로서 안 받아들여진다는 것도 있고, 온라인보다 개발이 쉽다 보니 아이디어 유출 방지 차원에서도 그렇고.

 

그것도 다 옛날 얘기다. (웃음) 요즘 모바일 RPG 하나 만들려면 100여 명의 개발자가 년(年) 단위로 게임을 만들어야 한다. 중간 중간 사람도 많이 바뀌고. 이런 환경에서 입을 단속하는 것도 한계가 있고, 반대로 유출된 것을 바로 따라 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

 

오히려 개발 규모가 커져 위험을 줄이기 위해 더 철저하게 테스트를 하는 경우가 많다. 다만 얘기한 것처럼 이게 '베타 테스트'의 형태가 아니라, '포커스 그룹 테스트'(FGT) 같이 외부에 잘 알려지지 않는 심층 테스트 방식이 많겠지. 

 

 

 

# "우리는 한 번 개발을 시작하면 '끝'을 보는 회사"

 

당장은 유저들에게 의견을 묻더라도, 궁극적으로는 새로운 유저들의 같은 감성을 이해하거나 아는 개발진이 필요할 것 같다. 이들에게 넷게임즈의 개발·조직 문화에 대해 간단히 얘기하자면?

 

이것 저것 시도하기 보단, 일단 개발을 시작하면 끝을 보는 회사라고 할까? 지금 신규 프로젝트가 3개여서 이 말이 조금 이상해졌는데(웃음), 기본적으로 프로젝트를 시작하면 끝까지 한다는 의미다. 그래야 다른 회사 구성원들도 애정을 가지고 도울 수 있고, 프로젝트의 퀄리티도 올라갈 수 있으니까. 이게 다른 회사와의 가장 큰 차이점인 것 같다. 

 

근래에 신규 프로젝트가 늘어나 구성원들이 신경써야 할 것도 많아져 이게 조금 애매해지긴 했는데…. 최근 조직 구조를 손보고 R&R(Role and Responsibilities)을 정비하며 다시 나아졌다.

 

 

개발자들 입장에선 포트폴리오에 공백 생길 일은 없겠다. 그런데 그렇게 모든 프로젝트를 끝까지 간다는 것은 회사 차원에서 부담 아닌가? 아직까진 실패가 없긴 한데, 판단을 잘못했거나 시장이 변해 프로젝트가 실패하면 타격이 크지 않겠는가.

 

이 부분은 우리 방식이나 다른 방식 모두 장단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말한 것처럼 우리 방식은 개발자의 포트폴리오나 경험 측면에선 좋고, 회사 차원에선 위험이 있을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해선 뭐가 좋고 나쁘다고 할 생각 없다. 이건 그냥 내 성격과 잘 맞아 이렇게 된 것이라. (웃음)

 

 

 

프로젝트 완성이라고 하니까 떠올랐는데, 온라인 서비스 시대가 되며 회사가 망하거나 서비스가 종료돼 자신이 만들거나 즐겼던 게임이 사라지는 경우가 많다. 패키지게임과 달리 결과물 자체가 사라지는 셈인데, 개발자로서 이 부분이 아쉽진 않은가?

 

무언가를 만드는 사람으로서 당연히 아쉽고 가슴 아픈 일이다. 최근엔 콘솔 패키지 게임도 온라인 라이브 서비스가 많이 늘었는데, 어쩌면 미래엔 패키지 같은 것이 드물어지고 이런 게 당연한 시대가 올것 같다. 유저로서도, 창작자로서도 참 아쉽다. 

 

그래서 우리 (넷게임즈의) 첫 작품인 <히트>도 오래 서비스하려 노력 중인데, 솔직히 쉽지 않다. 이상한 얘기 같지만, 열심히 만든 게임일수록 유지 비용이 더 든다. 한 번 퀄리티를 높이면 계속 이걸 유지해야 하니까. 신규 콘텐츠를 만드는데 필요한 리소스도 늘어나지. 그렇다고 패키지게임처럼 업데이트를 안 할 수도 없고, 나 같은 사람은 사업성도 따져야 하고….

 

정답은 유저 분들께 오래 사랑 받을 수 있는 게임을 만들고 잘 서비스하는 것인데…. 잘 해야겠지. 그래서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것을 만드는 것, 요즘 세대를 고려한 게임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 개인적으론 이게 먹혀 최소 5~6년은 서비스할 수 있는 게임을 만드는 게 목표다. 우리 첫 작품인 <히트>는 이제 겨우 반 왔다. (웃음)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유저 분들에겐 매번 똑같은 말 하는 것 같다. '여기 게임은 그래도 기본은 하지'라는 말 듣는 것이 우리 목표다. 이것만 보며 3개 작품도 열심히 만들고 있다. 열심히 만들테니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

 

그리고 개발자들에겐, 넷게임즈는 한 번 개발을 시작하면 끝을 보는 회사다. 완성을 함께 하고 싶은 개발자들이 있다면 언제나 환영이다. 부담 없이 문 두들겨 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