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히트, 오버히트, 그리고 'V4'! 넷게임즈 박용현 대표에게 MMORPG 트렌드를 묻다

우티 (김재석) | 2019-10-22 18: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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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니지 2> 총괄 프로듀서, <테라> 개발 실장, 이후 2013년 넷게임즈를 설립, <히트>와 <오버히트> 출시, 2016년 대한민국 게임대상 대통령상 수상, 이듬해 코스닥 상장. 넷게임즈의 박용현 대표는 화려한 이력을 자랑하는 개발자이자 넷게임즈의 대표입니다. PC와 모바일에서 고루 흥행을 맛본 드문 인물이기도 하죠.

 

그런 박용현 대표가 다음달 7일 <V4>로 돌아옵니다. 넷게임즈가 만들고 모회사 넥슨이 서비스하는 <V4>는 '박용현 사단'의 경험과 노하우가 집약된 모바일 MMORPG입니다.​ 서버 간 무한 경쟁의 장이 될 '인터서버', 길드 사이의 '쟁'에 전략적 깊이를 가미한 '커맨더 모드', 힐러 클래스 없이 모두가 딜러 기반으로 설계된 6종의 클래스 등이 준비되어있죠.

 

10월 16일, 강남구 넷게임즈 사옥에서 박용현 대표를 직접 만났습니다. 2시간 넘게 진행된 인터뷰에서 그는 신작 <V4>에 대한 이야기를 중심으로 넷게임즈의 개발 철학과 CEO의 고충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놨습니다. /디스이즈게임 정우철, 김재석 기자

 



넷게임즈 박용현 대표. <V4>를 의미하는 브이 표시를 해보이고 있다.


# 박용현 대표에게 물었다 "그래서 <V4>가 다른 게임이랑 뭐가 달라요?"

 

넷게임즈의 전작 <히트>는 ARPG, <오버히트>는 수집형 RPG였다. 그리고 드디어 MMORPG <V4>가 나온다.​ <V4>는 모바일 게임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수명주기가 긴 MMORPG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걸고 있는 기대가 클 것 같다.

 

글쎄. 그거야 뚜껑 열어 봐야 아는 거지. MMORPG도 유저마다 입맛이 다 달라서 내부적으로 열심히 테스트를 하고 있다. 가령 고과금러가 게임을 즐기는 방식이랑 무과금러가 게임을 즐기는 방식이 다르지 않은가? 테스트를 할 때 고과금러만 찾아서 불러놓고 테스트를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몇 번의 테스트를 한 뒤, 그 결과를 적용했더니 요즘 좀 괜찮아졌다 싶다.

 

그리고 지금까지 넷게임즈 게임의 장르가 달라보이겠지만, 액션' RPG' 였고, 수집형 전략 'RPG' 였고, 이번에는 MMO'RPG'이다. RPG에 대해 지속적으로 시도를 해온 회사라고 보여지면 좋겠다. 그게 사실이기도 하고. 

 

 

<오버히트> 이후 <V4>를 2년 동안 개발했다. MMORPG에게 2년의 개발기간은 길다고 생각하나, 짧다고 생각하나?

  

PC로는 짧고 모바일로는 적절한 느낌? 내부적으로는 시간이 모자라다고 하는데, 만드는 입장은 늘 쫓기게 되어있다. 모바일 MMORPG를 5년, 7년 만들었다간 이미 다른 세상이 도래해있을 것이다. 시장이 바뀌었다. 달라진 유저들을 타겟팅해야 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속도전이 중요하다. 사이클 상 3년은 넘어가면 안 될 것 같다. <히트> 개발에는 1년 반 2년 사이, <오버히트>도 그 정도 걸렸다.

 

 

<V4>와 <리니지2M> 맞대결 구도가 관심을 얻고 있다. <V4>는 PC 온라인 게임 시절 주력했던 MMORPG를 모바일로 선보이는 첫 작품이기도 하다. 개인적인 소감을 듣고 싶다.

 

돌고 돌아 MMORPG로 왔다. 우리는 이때 낸다고 예전부터 말했는데, 타사 분들도 이때 게임을 내는 바람에 묘한 경쟁구도가 형성됐다. (웃음) 서로 잘 경쟁했으면 좋겠다. 그래야 사람들 이목도 모이지 않겠나? 같이 잘 살아남았으면 좋겠다.

 

 

호사가들은 "<리니지> 출신들의 싸움"이라며 이 상황을 즐기고 있다. "진정한 경쟁이 시작됐다" 이런 식으로.

 

재밌게 말하면 그런 상황이긴 하지. 나도 두근두근하다. 근데 의외로 특별한 생각은 안 난다. 

 

 

단도직입적으로 <리니지2M>과의 차별화 전략은 무엇인가?

 

과거 PC 온라인 게임 시절 <리니지 2> 총괄 프로듀서가 바로 나였다. 들어와서 30분만 해보면 다르다고 자신한다.​ 초반 구간만 따라가보면 다른 게임이라고 느낄 거다. 룩앤필이 일정 부분 비슷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전혀 다른 플레이 경험을 주는 게임이다. 인터 서버 전장에서의 경쟁, 커맨더 모드의 전략, 성장 및 파밍 모델까지 많은 부분이 다르다.

 

<V4>

 

과거 인터뷰에서 PC로 나오면 재밌을 것 같은 게임이 모바일로 가면서 '재미가 절충됐다는 느낌을 받는다'라고 말한 적 있다. <V4>는 일단 모바일로 나오는데 그런 아쉬움이 안 드나?

 

있긴 있는데 줄었다. 초기엔 게임 만드는 사람들이 모바일 게임을 별로 안 하지 않았나. 이제는 시장도 커졌고, 게임 개발자들도 모두 모바일 게임을 염두에 두고 있다. 개발자의 모바일에 대한 이해도 높아졌다. 넷게임즈의 경우, PC 프로젝트와 콘솔 프로젝트를 다 하고 있으니 지금의 모바일 대세 상황에 대한 탈출구는 열어둔 상태다.

 

 

최근에 개발진이 <V4>의 PC 빌드도 검토 중이라고 이야기한 적 있다. 특별한 의도가 있다면?

 

<V4>는 언리얼 엔진으로 만들었다. 요즘 언리얼 엔진으로 모바일 게임 만들면 PC 클라이언트는 사실상 그냥 나오는 거나 다름 없다고 생각한다. <V4>의 PC 빌드는 넷게임즈가 결정한다고 끝나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날짜를 찍을 순 없다.​ 여담이지만 게임은 구글플레이에서 받고 결제는 PC 클라이언트에서 한다면 개발 입장에선 좋은 일이다. 요즘 중국 게임이 선구적으로 이런 도전을 하고 있다. 

 

 

<히트> 시절의 모바일 RPG와 지금의 모바일 RPG가 많이 달라졌는데 <V4>는 어떤 지점에 서있나?

 

달라졌다? <V4>를 만들면서 조사를 해보니, MMORPG 하는 분들에게 의외로 깔끔한 수요가 있다. 예전에 하던 정통 MMORPG에 관한 테이스트가 바로 그것이다. 그런데 개발자들이 만들고 싶어하는 게임과 유저가 원하는 물건 사이에는 늘 갭이 있는 법이다.

 

 

갭이라니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해줄 수 있나?

 

사람들이 넷플릭스에서 가장 많이 보는 드라마가 뭔지 아나? 첫 번째가 <오피스>고 두 번째가 <프렌즈>다. 최신 드라마, 넷플릭스 오리지널 이런 게 아니라는 말이다. 도리어 넷플릭스에 나와있는 콘텐츠가 아주 다양해지다보니 보는 사람 입장에서 완전히 새로운 건 소화하기가 힘든 거다.

 

곧 <콜 오브 듀티 모던 워페어>가 나온다고 한다. 유저들은 환영하는데 개발자 입장에서도 신나는 일일까? 자기들의 완전히 새로운 의도와 기능을 넣고 자신들의 신규 오리지널리티가 살아있는 게임을 유저들에게 이해시키고 싶지는 않을까? 

 

게임과 게임을 즐기는 유저는 비례해서 늙는다. 가장 냉정한 결과라고 할 수 있는 구글플레이의 랭킹을 따라가면 그 트렌드가 보이지 않나? 익숙함을 깔고 그 위에 적당히 새로운 걸 얹어야지, 그냥 "새로운 거니까 이게 더 좋은 거야" 하면 유저들이 안 따라온다. 그런 유저를 막기 위해 유저를 챙기는 일이 바로 밸런스 잡는 일이다. <V4>도 유저들이 원하는 것을 유지하면서 새 것을 적당히 넣는 게 어렵더라.

 

<V4>

 

# 커맨더 모드, 인터서버, 하드코어 유저와 라이트 유저 사이의 '접점'
 

지난 쇼케이스에서 <V4>를 20~30분 정도 해봤다. MMORPG의 웅장함을 표현하려는 노력은 잘 보였는데 반면에 무엇이 새로운지는 찾기 힘들었다.

 

그때 불러모은 인플루언서 중 일부가 튜토리얼 구간도 어려워하더라. 그러니까 다양한 유저들 니즈 맞추기 '후덜덜'한 것 아닌가. 일반 유저 니즈 다르고 하드코어 유저 니즈가 다르다. 그렇다고 게임을 대충 내자 할 수도 없고. 

 

아무튼 중요한 건 우리가 만들고 싶은 게임을 만들겠다고 해서 너무 멀리 가버리면 안 된다는 것이다. 개발 입장에서 MMORPG는 유저가 실제로 들어오고 게임을 즐기고 나서야 완성된다. 실제로 게임을 돌려보고 유저 피드백을 받아봐야 앞으로 어떤 콘텐츠가 들어가는 것이 좋을지도 대응할 수 있을 것이다.

 

<V4> 프리미엄 쇼케이스에서 인사하는 박용현 대표

 

출시가 코앞인데 일반 유저와 하드코어 유저를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접점'은 찾았나?

 

찾았다고 해도 결과를 보기 전까진 확신할 수 없다. 지금은 나름 판단해서 두 유저층을 만족시키도록 노력은 했다. (일반 유저와 하드코어 유저) 양쪽이 즐길 만한 게임을 잘 갈고 닦았다. 솔직히 우리 게임(<V4>) 정도 되면 MMORPG 좀 좋아한다 하시는 분들은 한 번씩 들어와볼 거라 생각한다. 그때 느낌이 "어? 이 정도면 괜찮은데" 느낌을 받도록 하면 된다.

 

다시 말하지만 너무 공격적인 것도 안 좋다. 직원들을 먹여 살려야 하니 매출 순위를 안 볼 수가 없다. 지금 매출 순위 상위권에 있는 게임들은 다 과거 많은 유저들이 즐겼던 부류의 게임이다. <V4>는 유저들이 해볼 만한 MMORPG인데, 거기에 커맨더 모드 같은 새로운 요소를 조금씩 얹어서 가려 한다.

 

 

커맨더 모드를 보며 <배틀필드>의 중대장 모드가 생각났다. MMORPG에서는 거의 시도된 적 없는 기능 같은데 길드장에게 그런 모드를 준 의도가 무엇인가? 역사 속 전투의 지휘관처럼 언덕 위에서 부대를 지휘하는 느낌을 느끼게 하고 싶었는지?

 

MMORPG에서 쟁이 벌어지면 길드장은 살기 위해 도망만 다닐 뿐이지 할 일이 별로 없다. 도리어 길드장의 역할은 병참에 가까웠다. 사람들 모으고, 일정 조율해서 시간 맞추고, 대략적인 작전 회의 하고. 그 다음에 싸움 들어가면 할 일이 없다. 그래서 이번에 <V4>는 길드장에게 직접 지휘를 시켜보면 좋아할까 싶어서 그 모드를 넣었다.

 

 

길드전에서만 커맨더 모드가 가능한 건가? 레이드 같은 곳에서 활용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일단은 길드전을 염두에 두고 있다. <V4>에 예전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2시간짜리 레이드 같은 게 생기면 쓸모가 생기겠지. 그 정도 깊이가 아니라면 레이드 공략에 커맨더 모드는 딱히 쓸모 없을 것 같다.

 


 

 

지금 <V4>는 초장기 레이드를 강조하고 있지는 않다. 만약 미래에 <V4>에 초장기 레이드가 들어간다면 플랫폼의 제약은 없을까?

 

과거 복잡한 레이드를 짤 때는 기술적 이슈가 많았는데 이제는 그런 게 거의 없다. 그런 초장기 레이드를 짜던 게 2000년대 초중반 이야기니 이제 20년이 다 되어간다.

 

아주 예전의 <에버퀘스트>의 한 달짜리 퀘스트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있으려나? 퀘스트 하나 깨는데 이틀이 걸리고, 다음 성으로 직접 올라가고, 며칠 기다렸다가 로그인해야하고 그러지 않았나? 그런데 그런 레이드를 요즘 MMORPG 유저들에게 제공하면 과연 좋아할까? <와우>도 레이드를 계속 간소화해 방 4개로 끝내버린지 오래다.

 

또 우리나라 MMORPG 코어 유저는 대체로 초장기 레이드 공략보단 힘싸움을 통한 '우리'의 강함을 나타내는 것을 더 선호하는 쪽 같다.

 

 

레이드 공략에 대한 고민이 크지 않다면, <V4>는 아까 말한 '정통 MMORPG 테이스트​'의 큰 부분을 거르고 서비스하는 거 아닌가?


<에버퀘스트> 시절에는 MMORPG가 그렇게 흔한 물건이 아니었다. 그 시절 레이드는 정말 유저들끼리 난상토론을 벌이며 극한의 경험을 공유하는 재미도 있었다. 그런데 <와우>와 <리니지>의 시대를 경유하면서 MMORPG가 매우 대중적인 장르로 뛰어올랐다. 이후 다양한 취향을 만족하는 MMORPG가 나오면서 장르 자체가 익숙한 물건이 된지 오래다. 

 

따라서 이미 노련한 MMORPG 게이머들은 "난 이런 건 좋고 저런 건 싫어"라고 명확하게 말할 수 있는 수준이 됐다. 과거와 달리 간단하게 MMORPG를 즐기는 사람도 정말 많이 생겼고. 넷게임즈가 만들고 싶은 게임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유저들이 원하는 게임을 보여주는 것도 중요하다. 

 

<에버퀘스트> 모델의 초장기 레이드의 경우, 유저들이 받아들이고 싶지 않을 수 있다. <V4>는 유저들이 편하게 즐길 수 있는 그 지점을 찾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우리 개발진이 레이드 고민을 아예 안 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말 그대로 '에버' '퀘스트'였던 <에버퀘스트>. 국내 서비스는 엔씨소프트가 담당했다.

 

 

MMORPG <테라>의 논타겟팅 액션처럼, 기존에 대중적이지 않았던 방식을 많이 도입했다. 어떻게 보면 서버간 통합 전장 '인터서버' 개념을 끌어올린 것도 그런 시도로 볼 수 있겠다.

 

메이저 세력끼리 싸우고 경쟁을 하는데 한 쪽이 밀리면 그걸로 끝나버리지 않나? 인터서버 시스템을 통해 경쟁에서 밀린 이들이 후퇴할 자리를 마련해준 거다. 인터서버에서 밀려도 안전 공간이 생기고 여기서 힘을 키워 다시 적들과 붙을 수 있다.

 

인터서버의 보상이 일반 필드 보상보다 좋기 때문에 그곳에서 치열한 경쟁이 일어날 거다. 거기에 포커싱을 두고 예전 PC MMORPG에서 했던 '쟁'의 매시브함을 강조했다. 예전 MMORPG는 어느 한 세력이 짱 먹으면 그걸로 끝이었다. 독과점이 이어지면서 다른 세력들이 클 기회가 안 생기는 거다. 과거 개발진이 겪었던 사례를 바탕으로 이번엔 어떤 식으로 풀어볼까 고민한 결과가 인터서버다.

 

모바일 MMO나 PC MMO나 서버가 하는 일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오히려 20년 전에 비해서 클라우드 서버 같은 것들이 적용되면서 기술적으로 다양한 시도를 해볼 수 있게 됐다. 예전 서버 통합 전장은 경쟁한다고 해도 20명 추려서 나가고 그러지 않았나? 이제는 DB 퍼포먼스가 훨씬 좋아졌기 떄문에 서버가 갈라져있어도 많은 캐릭터들이 한 데 모일 수 있는 공간을 구현할 수 있게 됐다. 하드웨어 쪽으론 그런 부담이 없다. 

 


 

 

그럼 인터서버에서 같은 서버 사람이면 무조건 한 팀이 되는 건가? 

 

바로 거기서 자유도가 부여된다. 2개의 세력을 세팅한 뒤 펼쳐지는 RvR은 장단점이 명확하다. 장점은 "너 뒤로 가면 쟤네랑 붙어야 돼"라는 명확한 노선을 준다는 것이고, 단점은 반대로 그것이 너무 기계적으로 작동할 수 있다는 것이다.

 

<V4>는 마음 맞는 사람들끼리 맺는 자유로운 결탁을 최대화하고자 한다. 서버 간 경쟁이라는 것은 RvR보다 약한 개념이다. "너네 다른 서버니까 무조건 싸워"가 아니다. 왠지 모르게 서버가 다르니까 들이받아야 할 것만 같은 느낌을 은근하게 보여주는 거다. 이런 서버 간 경쟁은 <아이온> 테이스트에 가까운데, 이런 요소는 말로는 설명하기가 어렵다. 들어와서 해보면 알 거다.

 

 

게임의 생활형 콘텐츠가 아직 제대로 공개되지 않았다. 어떤 모습으로 설계되었는지 대략적으로 말해줄 수 있다면? 생활형 콘텐츠로 유저간의 인터랙션을 어떻게 유도할지도 궁금하다.

 

커뮤니티의 접점을 강조한 <울티마 온라인> 과는 아니다. MMORPG의 역사에서 <울티마 온라인> 이후로 소위 '생활형 콘텐츠'가 기획자 의도대로 굴러간 경우가 거의 없다. 준비를 잘 해줘도 유저들이 그렇게 사용하지 않으면 말짱 도루묵이다. <V4>의 생활형 콘텐츠는 성장의 다양성을 주는 채널에 가깝다. "나는 쟤랑은 다른 코스로 성장했어" 같은 거다. 

 

<V4> 개발의 일선에 선 손면석 PD와 이선호 디렉터. 손 PD는 <아이온>의 콘텐츠 기획팀장이었다.

 

# Q. 어차피 오토 게임 아닌가요? A. 그러면 유저들은 예전처럼 달릴 수 있습니까?

 

<리니지 2>, <테라>는 심리스 방식이었는데, <V4>는 그와 달리 존 방식을 선택했다. 특별한 의도가 있다면?

 

과거엔 유저들이 A지역에서 B지역으로 가는데 1시간 걸리고 그 공간 안에서 인터랙션할 수 있다는 것을 좋아했다. 하지만 모바일 디바이스에서 심리스 방식이 과연 적합한 건지 고민했다.

 

당장 <테라>에서도 버려진 지역이 적잖이 생겨났다. <테라> 때만 해도 유저들이 1시간 가까이 뛰어다니며 월드를 탐험하지 않았다. <와우>의 대성공 이후 유저들이 5레벨이면 5레벨 사냥터, 30레벨이면 30레벨 사냥터에서 놀기보다는 짜임새있는 성장 동선을 요구하게 됐다. 오픈필드에서 그런 짜임새를 보여주려면 사람이 몇 배는 더 들어간다.

 

새로운 콘텐츠가 들어왔을 때 좋아해주는 경우도 있지만, 익숙해진 다음에는 철저히 불편함으로 작용하는 케이스가 많다. 오픈필드에서 불편함만 주는 것보다 존을 큼직큼직하게 짜서 그 안을 예쁘게 채워넣는 게 더 좋은 방법일 수도 있다. 즐길 거리를 빠르게 찾고 짜임새 있는 동선으로 움직이는.

 

  

원 테이크 기법으로 연출한 인게임 플레이 광고도 그런 이미지를 강조한 것 같다.

 

여러 명이 붙는 모습이 강조된다. 인터서버나 자유로운 경쟁은 짧은 광고에서 쓰기 복잡한 개념 아닌가. 광고만 보면 "양산형이네" 이렇게 생각할 만하다. 그렇지만 와서 해보면 다를 것이다.

 


 

 

홍보 과정에서 연예인을 기용하지 않는 이유가 있나?

 

MMORPG는 어차피 하는 사람은 하는 장르라고 생각한다. 하는 사람은 들어올 거다. 그런 유저에게 룩앤필을 많이 보여주는 게 중요할까, 연예인 얼굴 보여주는 게 중요할까? 우리의 목표가 유저들과 같이 가는 게 중요하지. MMORPG를 안 해본 분 입장에서는 다른 게임과 구별이 안 된다고 하는데, 꾼들 사이에선 이미 다르다고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안다. 틀은 비슷한데 알맹이의 디테일은 확연히 다르다. 

 

 

'해보면 다를 것'이라고 하지만, 자동전투를 지켜봐야 하는 등 조작의 제약으로부터 오는 한계는 그대로 아닌가?

 

모바일 시장에 한해서는, 어떤 콘텐츠가 작동하고 안 하고에 대한 유저의 기준이 많이 바뀌었다. 모바일 MMORPG 중에는 자동전투를 집어넣으니 답답함이 줄고 보기에 화려해서 잘 된 케이스도 있다. 그리고 유저들도 예전만큼 하루에 5시간씩 달릴 수 있나?

 

 

유저들이 게임을 즐기는 문화나 성향이 바뀌었다는 건가? 말 그대로 '보는 게임'에 대한 수요가 늘었기도 하고.

 

시대가 바뀌었다. 지금 MMORPG 유저들은 대체로 30대에서 40대가 많다. 이들에게 지금 그들이 과거에 즐겼던 난도의 물건을 던져주면 "나보고 어떻게 하라고" 할 거다. 이들이 옛날처럼 각잡고 하루에 5시간, 주말엔 10시간 아이템 먹기 위해 달릴 수 있을까?

 

"MMORPG를 옛날처럼 옛날처럼 각잡고 하루에 5시간, 주말엔 10시간 아이템 먹기 위해 달릴 수 있을까?" 사진은 <V4>

 

아이템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V4>는 모든 아이템을 필드 드랍으로 얻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다시 말해서 아이템 과금 스트레스를 없애겠다는 것인데 의도가 있나?

 

어떤 게임은 철저하게 무과금 유저는 게임에 접근할 수 없게 만든다. 소수의 타겟만 딱 잡고 가는 게임이 돈을 잘 벌고 있다. 그런데 <V4>는 무과금 유저라도 최대한 데려가고 싶어서 필드 드랍 중심의 파밍 구조를 짰다. 그래도 게임이 물건인 이상 팔아야 하니까 기본적인 과금 설계도 퍼블리셔 넥슨이랑 짜고 있다.

 

정액제 시절에는 5시간을 쓰던 10시간을 쓰던 개인의 노력인 거고, 추가 비용은 없었다. 그런데도 유저들은 거래 사이트로 가서 돈으로 시간을 샀다. 지금 시장은 부분유료화 모델로 완전 개편됐고, 개발자는 이 상황에서 밸런스를 맞춰야 하는 것이다. 쉬운 일이 아니지.

 

 

<V4>에도 가지고만 있으면 짱먹을 수 있는 지존 무기가 있나?

 

압도적으로 좋은 무기에 대해서 논의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있긴 하지만 살살 들어갈 거다. <V4>는 서비스를 앞둔 게임이다. 대뜸 지존 무기를 내놓으면 유저들이 인정해주겠나. 게임이 성숙기에 들어서면 도입을 고민해볼 수 있을 것이다.

 

 

아까 정액제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모바일 게임의 부분유료화 모델이 대중화됐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게임의 구독형 모델이 화두가 되고 있다. 모바일이든 PC든 플랫폼을 떠나서 좋은 퀄리티의 게임이 나올 수 있다면 유저들은 정액제로 돌아갈 수도 있지 않을까?

 

넷플릭스가 그렇게 하고 있지 않은가. 그런데 막상 여기는 NBC의 <오피스>와 <프렌즈>로 구독자를 유지하고 있다. 그런 구독 모델이 게임에서 돌아가려면 콘텐츠를 만드는 입장에서도 그렇게 서비스해도 될 매력이 있어야 하는데 실제로 그런지 지켜보고 있다. 가령 넷플릭스가 제작비를 다 내주는 콘텐츠의 경우, 제작자 입장에서 '필모그래피에 남는다'는 것을 빼면 거의 노 리스크 노 리턴 아닌가. 장단점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온라인 게임 정액제랑 구독형 모델은 사실 다른 이야기이긴 하다. 구독형 모델에서는 여러가지 것을 하나의 플랫폼에서 취사 선택하는 거니까.

 

구글 스태디아엔 패키지 게임만 들어있고 콘텐츠 이용료도 따로다. 게임 업계 전체에 플러스가 되는 모델이 무엇일까 생각이 많다. 가령 스팀 이후 디지털 다운로드 시대가 되니 게임 총판이 설 곳이 사라지고 있지 않은가. 어느 한 분야가 뜨면 어느 한 분야는 식게 되어있다.

 


 

# "V4는 잘 만든 게임이다" 박용현 대표의 자신

<V4>의 엔드 콘텐츠는 무엇인가?

 

결국 PvP 모델이 되지 않을까? 준비된 콘텐츠가 끝나면 개인, 길드, 서버, 그리고 전체 게임 차원에서 남아있는 사람들끼리 누가 더 강한지 겨뤄보게 되어있다. 콘텐츠 소비 속도에 맞춰서 준비도 차근차근 하고 있다.

 

 

11월 7일 론칭이니 폴리싱 막바지겠다.

 

론칭할 때까지 계속 폴리싱해야 한다. BM 관련해서는 막바지까지 쭉 넥슨과 조율을 해봐야 할 것 같다. 거래소 때문에 19세 버전으로 가기로 결정했고, 애플 검수가 남아있다. 드랍 밸런스는 중간 수정이 되니까 계속 눈여겨보고 있다. 참고로 클라이언트는 1GB 후반대로 맞췄다.

 

 

<V4>에 캐릭터 성별 고정을 넣은 특별한 이유가 있다면?

 

반대로 묻고 싶다. 성별 선택을 넣는 게 좋을까? 성별을 넣으면 애니메이션 작업량이 급격하게 늘어난다. 그 부분은 컴팩트하게 가고 싶었다.

 

<V4>의 근거리 클래스 '나이트'. 성별 선택 기능이 없다.

 

<리니지2>의 드워프 여캐, <테라>의 엘린, 그리고 <V4>의 액슬러는 '귀엽지만 강한 갭모에의 꼬마 여자 아이'라는 콘셉트를 공유한다. 개인 취향인가?

 

꼭 그런 건 아니다 (웃음). 여태까지의 경험과 노하우를 종합해 유저들에게 선택지 6개를 준 거다. <V4>의 경우 성별 고정을 하기로 한 상황에서 다양한 선택지를 주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 미남미녀만 있으면 심심하지 않나. 

 

항상 다양한 캐릭터를 만들자고 주장을 하긴 한다. 그러니까 이런 걸 자꾸 만들어오던데? (웃음) 이왕 콘셉트를 잡고 갈 거면 확실하게 가는 게 낫다고 디렉션을 줬다. 그렇게 나온 게 액슬러다. 아무튼 근본은 다양성이다.

 


 

 

지금까지의 내용을 한 번 정리하면 좋겠다. 그래서 <V4>는 어떤 게임인가?

 

최고렙을 찍어볼 수도 있고, 돈을 많이 벌 수도 있고, 최고의 길드를 만들 수도 있다. 제작의 장인이 될 수도 있고 나름대로 잘 짜인 퀘스트를 돌 수도 있다. 다양한 목표가 준비되어있는 게임이고 그 목표를 향해서 가볼 수 있는 게임이다. 그리고 잘 만든 게임이다.

 

 

# 넷게임즈, "할 만한 게임을 계속 내놓는 회사"

 

MX 스튜디오, XH 스튜디오, V4 스튜디오​에서 <V4> 외에도 세 개의 신작을 동시에 제작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회사 규모가 많이 늘었겠다.

 

현재 직원이 500명 가까이 되기 때문에 먹여살리기 힘들다. (웃음) 지금 돈을 벌고 있는 것보다 만들고 있는 물건이 더 많다.

 

 

<V4>가 터지지 않으면 안 되겠다.

 

뭐, 그러면 이야기가 쉬워진다. (웃음) 

 

 

넷게임즈는 <히트>와 <오버히트>를 나름 성공시킨 회사다. 대표 본인이 본 넷게임즈는 어떤 회사인가?

 

예전부터 그런 말 많이 했지만, 게임사는 게임을 꾸준히 내야 한다. 유저들이 "얘네는 개발비를 회식에 썼나"라는 이야기가 나오지 않도록. "그래도 얘네 게임 만들었네"라는 말을 듣는 게 목표다.

 

넥슨 자회사가 되기 전에는 자금 사정을 더 면밀하게 봐야 했기 때문에 2년에 신작 하나 냈는데 자회사인 요즘은 '열심히 하면 도와주겠지'라는 생각으로 공격적으로 1년에 1개씩 내려 한다.

 

그래서 올해 말에 <V4>가 나온다. 내년엔 <큐라레: 마법 도서관>의 김용하 PD가 만든 멀티 히어로물이 나올 예정이다. 그 다음해에는 <히트>의 액션성을 더 끌어올린 <히트> 기반의 MMORPG가 나온다. 그 다음은 PC/콘솔용 액션 게임이다. 

 

김용하 PD가 2014년 NDC에서 '진화심리학으로 풀어보는 모에론'을 강의하는 모습

 

 

액션, 수집, MMO RPG에 김용하 PD의 '모에 게임'까지... 넷게임즈의 포트폴리오에 다양한 게임이 들어있다. 종합 장르 개발사를 추구하는 건가?

 

꼭 그걸 의도한 건 아니다. 핵심 인력들이 MMORPG를 만들던 사람이니 그게 익숙한 거고. 익숙한 분야에서 조금씩 확장하는 거다. 비유하자면 왼발은 땅에 디딘 채로 오른발만 담궈보는 느낌으로. 욕심은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마구잡이로 문어발 확장을 하는 건 아니다. 그렇게 말했지만 나중에 슈팅게임 같은 것도 해보고 싶​은데... (웃음)

 

 

<히트>는 넷게임즈와 넥슨에게 역사적인 작품이지만 서비스를 종료하면서 사진, 영상이나 문서로만 그 기록이 남아있다. 얼마전 어떤 게임은 서비스를 종료하면서 싱글플레이가 가능하도록 클라이언트를 옮겨놓기도 했는데, <히트>도 이렇게 보존할 생각은 없나?

 

넷게임즈는 근본이 MMORPG 만들던 사람들이다보니 서버 지향적이다. 그러다보니 스탠드 얼론이 쉽지 않다. <히트>만 해도 3:3 PvP가 꽃인데 스탠드 얼론으로 보존하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 미묘한 문제가 많다. 

 

비용을 줄여서 어떻게든 적은 비용으로라도 <히트>를 살려놓는 게 목표였다. 하지만 클라우드 서버는 규모를 확장하는 데엔 용이하지만 최소 유지 비용은 센 편이다. 그런 난점이 있어서 <히트>를 닫았다. 우리도 오래 유지하면서 유저들과 소통했으면 좋았겠지. 론칭한 게임을 계속 유지하는 게 신뢰도 측면에서도 좋으니까.

 

이제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넷게임즈의 <히트>

 

 

넷게임즈만의 독특한 기업문화가 있다면 소개해달라.

 

특별한 건 없고 할 일 잘 하면 다른 걸로는 터치 안하는 스타일이다. 마일스톤만 잘 맞으면 휴가도 자유롭게 쓰게 하고 태클도 걸지 않는 게 내 기조다. 그렇다보니 독특한 기업문화랄 게 별로 없다.

 

 

신입 및 경력사원을 채용할 때 가장 중점을 두는 요소는 무엇인가?

 

사람 뽑을 땐 담당 부서에서 전권을 가지고 있다. 나는 TO만 챙기는 편이다. 그래도 기초가 튼튼한 게 중요하다. 그림을 그리는 사람은 그림을 잘 그리면 되고, 툴을 만지는 사람은 툴을 잘 만지면 된다. 기본적인 국영수를 잘하는 것도 중요하다. 게임을 잘 알면 플러스가 되겠지만, 그것보단 직무에 관련된 기초가 튼튼한 편이 훨씬 유리할 것이다.

 

넷게임즈 사무실 전경
배우 김상중을 통해 <V4>에 사활을 건 모습을 볼 수 있다

 

넷게임즈 설립 후 현재까지 가장 기억에 남은 순간이 있다면?

 

<히트> 론칭하던 때가 제일 기억에 남는다. 각종 사건사고도 많았고 중간에 꼬인 일도 많았다. 회사를 만드는 데부터 우여곡절이 많았다. 돌아갈 포인트도 없었기에 모험 그 자체였다. 원래는 바른손E&A가 <히트>를 퍼블리싱해야 하는데 "잘 나가는 데 맡겨도 좋다"는 판단을 해줘서 넥슨에서 게임을 내게 됐다. 지금 생각해도 고마운 일이다.

 

 

개발에만 매진하던 과거와 달리 상장사의 대표인 지금은 많은 것들이 달리 느껴질 것 같다.

 

많이 다르지. 아까 말한대로 직원들 월급 주기 바쁘다. 상장 전 회사는 현금만 쥐고 있으면 큰 고민이 없다. 하지만 상장사는 불특정다수가 가진 주식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그래서 모든 재무적 판단이 주주의 보호에 맞춰져있다. 캐시 플로우에 구멍만 나지 않으면 되는 거였지만, 지금은 주주들도 신경을 써야 한다.

넷게임즈의 로고

 

넥슨 인텔리전스랩스가 <V4>를 적극적으로 돕고 있다고 들었다. 어떻게 돕고 있나?

 

소위 말하는 데이터마이닝 부분이다. 랩스 자체가 기존 게임의 유저 데이터를 잘 조사해서 가지고 있기 때문에 유저들이 어떤 구간에서 스트레스를 받고 그만 두는지에 관한 데이터가 있다. 이를 바탕으로 유저들의 리텐션을 높이는 작업을 도와주고 있다.

 

 

작년 인터뷰에서 모바일 시대가 되면서 새로운 유형의 유저들이 나타났고 올드게이머에 해당하는 시니어 개발자들이 이런 상황을 인지하고 바꿔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넷게임즈와 <V4>는 어떻게 바뀌어나가고 있나?

 

이제 모바일 게임이 메인스트림이라는 것을 모르는 시니어는 없다. 다만 PC든 모바일이든 어느 한 방향의 방법론에 정답이 없다는 것을 알고 움직여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가령 아까 모바일 MMORPG 중 자동전투를 집어넣으니 답답함이 줄고 보기에 화려해서 잘 된 케이스도 있다고 하지 않았나? 

 

넷게임즈 입장에서 <V4>에 어느 정도 낙관을 하고 있는 이유가 뭐냐면, ARPG나 수집형 RPG와 달리 MMORPG 유저는 비교적 연령이 높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히트>나 <오버히트>보다 스트레스가 적다. 우리 문법을 이해해주시는 분들이,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한 유저들이 게임을 즐길 거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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