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창세기전 3, 그리고 데스티니 차일드. 그들이 말하는 첫 컬래버 ①

홀리스79 (정혁진) | 2017-03-31 13:53:45

작년 10월 말, <데스티니 차일드>가 출시되고 나서 2개월 뒤 <창세기전 3>의 컬래버레이션 소식이 전달됐다. 한때 구 소프트맥스 시절에 몸담았던 김형태 대표, 그리고 이주환 부사장이 참여했던 게임. 시간이 흘러 본인들의 회사에서 <창세기전 3>를 자신들의 게임에 담는 기회를 얻게 됐다.

 

이번 컬래버레이션에는 살라딘, 그리고 얀 지슈카 등 두 개의 캐릭터가 추가됐다. 원작의 느낌을 살려 재작업했으며 2D 애니메이션도 넣었다. 40시간이 넘는 원작의 이야기를 추리고 추려서 중요한 부분만 어펙션 시나리오에 풀 음성으로 넣었다. 무려 모두 2D 애니메이션을 적용해서.

 

음성에는 김승준 성우, 최덕희 성우, 구자형 성우 등 원작에 참여했던 성우들이 오랜만에 뭉쳤다. 음악은 당시 작업한 장성훈 씨의 음악을 에스티메이트 박진배 대표가 함께 상의하면서 리믹스했다.

 

얼마전 얀 지슈카를 끝으로 계획됐던 <창세기전 3> 컬래버레이션은 종료됐다이번 작업에 대한 소감은 어땠을까. 여러 성우들 중 ‘살라딘’ 역을 맡은 김승준 성우, 그리고 개발사 시프트업의 이주환 부사장을 만났다디스이즈게임 정혁진 기자

 

※ 관련기사

창세기전 3, 그리고 데스티니 차일드. 그들이 말하는 첫 컬래버 - 살라딘 배역 김승준 성우 (현재기사)

②​창세기전 3, 그리고 데스티니 차일드. 그들이 말하는 첫 컬래버 - 시프트업 이주환 부사장


사운디스트 엔터테인먼트 김승준 성우

 

 

TIG> 처음 배역 요청을 받았을 때, 기분이 어땠나?

 

김승준 성우: 어느 날 후배가 전화로 뜬금없이 <창세기전>에 대한 얘기를 하더라. “다른 게임인가…”했는데, 오래전 했던 그 <창세기전>을 어느 게임이 컬래버레이션을 한다는 소식을 알려주더라. 깜짝 놀랐다. 이후 <데스티니 차일드>에서 진행한다는 세부 내용을 들었다. 과거 작업했던 <창세기전>을 어떻게 작업할지 궁금했다. 많은 유저들이 기억하고 있을 텐데 다시 그 감정을 살릴 수 있을까 하는 기대와 설렘이 동시에 들었다.

 

 

TIG> 당시 목소리를 맡았던 구자형 성우(버몬트 대공 역), 최덕희 성우(얀 지슈카 역)도 오랜만에 함께했다. 소감이 어땠나?

 

김승준 성우: 게임에서는 함께 대화를 나누지만, 각각 스케줄에 맞춰서 개별 녹음을 하느라 다른 분들과 직접 만나지는 못했다. 하지만 최종 녹음과 게임 내 모습을 보고 다들 여전히 녹슬지 않았다는 생각을 했다. 특히, 최덕희 선배님은 성우계를 잠시 떠나 11년 정도 캐나다에 계셨다가 오셨는데도 여전하시더라. 마치 이 게임을 위해서 준비하신 것이 아닐까 생각할 정도로(웃음). 다들 목소리와 연기력도 훌륭했다. 나도 다른 분들에게 누가 되지 않게 분발해야겠다고 생각했다.

 


 

 

TIG> 1999년 이후 18년 만에 살라딘 배역을 다시 맡게 됐다. 살라딘의 모습을 담기 위해 노력한 부분이 있다면?

 

김승준 성우: 1999년이 10년 차 성우였을 때다. 보통 성우들 사이에서는 연기하면서 10년 정도 했을 때 그 일에 꽃을 피운다고 얘기한다. 그만큼 원숙해진다는 얘기다. 당시 젊은 미청년 역할을 주로 맡고 있었고, ‘살라딘역에 대해 자부심을 느꼈을 때다. 나름 열심히 했던 기억이 난다. IP가 아직도 회자하고 있기도 하고.

 

그래서인지 막상 연락을 받고 관련 자료를 되돌아봤을 때 과연 잘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얼마 전 지인 감독님을 만나 “90년 중, 후반 주인공 역을 맡았던 배역을 열심히 했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결코 꽉 찬 느낌이 아니었다고 말하니, 그 분이 만일, 그런 원숙미가 있었다면 그런 배역을 맡지 못했을 것이다. 당시 너에게 바랐던 것은 원숙미보다는 열정이었다고 말해 주시더라.

 


 

지금 보면 당시 살라딘의 목소리는 열정이 매우 느껴진다.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녹음하던 도중, 대사가 오글거린다고 연출 담당자에게 말했더니 되도록 당시 대사를 쓸려고 했다더라. 물론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로 바꿀 수는 있겠지만 전혀 다른 느낌을 줄 것 같았다더라. 작업하면서, 열정은 그대로지만 원숙미는 더해지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이가 들면서 음이 조금씩 내려가기는 했지만.

 

살라딘역을 맡은 이후 셋쇼마루와 같은 주로 카리스마 있는 역할을 맡으면서 배역들의 음성이 전체적으로 중저음으로 내려왔다. 성우 연기자는 자기 나이보다 10~15세 이상의 역할을 맡는 것이 좋다. 아무래도 과거 음성을 다시 살리려다 보니 음을 올리는 게 쉽지는 않았다.

 


 

 

TIG> 배역 작업하면서 에피소드가 있다면?

 

김승준 성우:살라딘의 내면 연기를 할 수 있었다. 위에서도 잠깐 말했듯이 대본을 예전 대사 느낌을 그대로 살렸더라. 당시 게임에도 많은 대사가 있었지만, 캐릭터의 내면을 살리는 부분은 적었다. 그런데 이번 작업을 하면서 대본에 당시의 느낌을 내면으로 연기하는 부분들이 많았다. 좋은 경험이었고 모두 만족해 주셨다.

 

또 하나는 녹음했던 당시가 제법 추운 날이었는데, 녹음실이 지하다 보니 더 추웠다. 재미있게도, 당시 오열을 하면서 떠는 부분을 녹음하게 됐는데 날씨가 춥다 보니 자연스럽게 떠는 연기가 나왔다는 정도?(웃음).

 

이주환 부사장: 당시 소프트맥스에서 <창세기전> 스토리를 맡고 있었다. 이번 작업도 진행하게 됐는데, 성우님께서 더 나은 연기를 보여주셔서 좋은 작업이 됐던 것 같다. 애초 이 정도 볼륨은 아니었는데, 성우님께서 열심히 해주셔서 시프트업에서도 더 열심히 할 수 있었다. 서로에게 좋은 자극을 받았다고나 할까.

 


 

 

TIG> 오랜만에 살라딘역을 맡으면서 어려움은 없었나?

 

김승준 성우: 전반적인 상황 설명이 충분해서 큰 어려움은 없었다. 28년 동안 성우 생활을 하다 보니 배역의 내, 외면 연기를 수월하게 작업할 수 있었다.

 

이주환 부사장: 당시 <창세기전 3>의 스토리가 40시간짜리 분량이었다. 이를 모바일게임에 짧은 분량에 녹여내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 그때의 추억을 되새길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어떤 부분을 넣어야 할지, 몇 분을 넣을지 고민했다. 분량은 압축됐지만 상황설명이 되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 덜어낼 부분은 덜어내면서, 살라딘의 내면에 대한 감정도 넣고. 다행히 성우님께서 잘 연기해 주셨다.

 

 

TIG> 김승준 성우에게 살라딘배역은 어떤 의미가 있나?

 

김승준 성우: 당시 10년차이자, A급과 B급 성우가 나뉘는 시기였다. 과거 아역을 많이 맡았다면, <창세기전 3> 살라딘 역을 맡고 알려지면서 점점 카리스마 있는 연기가 부각됐다. 마치 성숙한 어른으로 탈바꿈할 수 있게 해 준 배역이라고 할 수 있겠다.

 

 

TIG> 당시 <창세기전 3> 배역은 어떻게 맡게 됐나?

 

김승준 성우: 당시 애니메이션, 영화 등 연출을 맡던 지인이 있는데, 프리랜서로 나와서 처음 맡았던 작업이 <창세기전 3>였다. 내가 살라딘역에 적합하다고 생각했는지 제안해 주시더라. 택배로 대본을 받아서 봤는데 너무 재미있더라. 단숨에 읽고 나서 해보겠다고 결정했던 기억이 난다.

 

정확하게 기억은 나지 않지만, <창세기전 3> 총 분량이 400페이지가 넘는다. 어마어마한 양이지. 그런데 살라딘 분량만 200페이지가 넘었다. 정말 많았다(웃음).

 


 

 

TIG> 현재 근황은?

 

김승준 성우: 최근 스타트업을 시작했다. 성우 이름을 걸고 첫걸음이다. 일부 사업 중에는 웹툰을 가지고 모바일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것도 진행할 것이다.

 

 

TIG> <창세기전>, <데스티니 차일드> , 그리고 독자들에게 한 마디.

 

김승준 성우: <창세기전> IP는 우리나라에서 나올 수 있었던 고유의 콘텐츠다. 뜻 깊은 게임이었고 그래서 많은 팬들이 기억해주고 있다. 나 역시 그를 통해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었다. 앞으로도 모두 많은 인기를 얻기 바란다. 좋은 기회를 통해 다시 만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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