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창세기전 3, 그리고 데스티니 차일드. 그들이 말하는 첫 컬래버 ②

홀리스79 (정혁진) | 2017-03-31 13:54:03


작년 10월 말, <데스티니 차일드>가 출시되고 나서 2개월 뒤 <창세기전 3>의 컬래버레이션 소식이 전달됐다. 한때 구 소프트맥스 시절에 몸담았던 김형태 대표, 그리고 이주환 부사장이 참여했던 게임. 시간이 흘러 본인들의 회사에서 <창세기전 3>를 자신들의 게임에 담는 기회를 얻게 됐다.

 

이번 컬래버레이션에는 살라딘, 그리고 얀 지슈카 등 두 개의 캐릭터가 추가됐다. 원작의 느낌을 살려 재작업했으며 2D 애니메이션도 넣었다. 40시간이 넘는 원작의 이야기를 추리고 추려서 중요한 부분만 어펙션 시나리오에 풀 음성으로 넣었다. 무려 모두 2D 애니메이션을 적용해서.

 

음성에는 김승준 성우, 최덕희 성우, 구자형 성우 등 원작에 참여했던 성우들이 오랜만에 뭉쳤다. 음악은 당시 작업한 장성운 씨의 음악을 에스티메이트 박진배 대표가 함께 상의하면서 리믹스했다.

 

얼마전 얀 지슈카를 끝으로 계획됐던 <창세기전 3> 컬래버레이션은 종료됐다. 이번 작업에 대한 소감은 어땠을까. 여러 성우들 중 ‘살라딘역을 맡은 김승준 성우, 그리고 개발사 시프트업의 이주환 부사장을 만났다. / 디스이즈게임 정혁진 기자


 

※ 관련기사

창세기전 3, 그리고 데스티니 차일드. 그들이 말하는 첫 컬래버 - 살라딘 배역 김승준 성우

②​창세기전 3, 그리고 데스티니 차일드. 그들이 말하는 첫 컬래버 - 시프트업 이주환 부사장 (현재기사)

 

시프트업 이주환 부사장(왼쪽). 이날 인터뷰에는 넥스트플로어 지원일 PM(오른쪽)도 함께했다.

 

 

TIG> <창세기전 3> 컬래버레이션은 어떻게 진행하게 됐나?

 

이주환 부사장: 얘기를 하자면 조금 길다. 넥스트플로어에서 ESA로부터 <창세기전> IP를 인수했을 당시, 많이 기쁘면서 향후 <창세기전> IP를 어떻게 활용할지 많은 얘기가 오고 갔다. 다양한 의견 중 <데스티니 차일드>에 추가해보면 어떨까 하는 의견이 나왔고, 모두들 찬성해서 급물살 탔다. 나도 그렇고 김형태 대표, 박진배 대표 모두 기뻐했다. 처음부터 <데스티니 차일드>에 추가될 계획은 없었다.

 

<창세기전 3><데스티니 차일드>가 컬래버레이션을 한다는 보도자료에 공개됐던 이미지는, 김형태 대표가 소식을 전달받자 마자 하루 꼬박 밤새서 그린 결과물이다. 언론 통해 나가는 기쁜 소식이고 하니 공들여서 내보내고 싶었다더라. 다들 모두 기뻤으니까. <창세기전> 건이 성사되고 나서, 나나, 김형태 대표나 모두 넥스트플로어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다시 좋은 기회를 통해 선보일 수 있게 됐기 때문이지.

 

김형태 대표가 하루만에 제작한 살라딘 일러스트.

 

<창세기전 3> 콘텐츠를 <데스티니 차일드>에 녹이기로 하면서, ‘<창세기전 3> 스토리를 게임에 잘 녹여 내기 위해 온 신경을 쏟았다. 김형태 대표와 다양한 얘기를 나눈 결과, IP를 잘 전달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각색 없이 원작의 느낌을 그대로 살리는 것이 좋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스토리 대본도 마찬가지다. 20년 전 <창세기전 3>에서 느꼈던 감정을 지금도 동일하게 전달하는 것이 중요했기 때문이다.

 

결정을 내린 이후, 원작 대본도 몇 번이나 봤고 더빙 등 정신없이 작업에 몰두했다. 작업에 들어간 것이 2월 말 정도다. 어떻게 만들지에 대한 방향을 잡는 것이 오래 걸렸다.

 

사실, 처음 대본은 아주 달랐다. <이너월드>에서 시도한 것과 마찬가지로 원작에서 약간의 각색을 거친, <이너월드>의 확장 개념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김형태 대표에게 전달하자 원작의 느낌과 너무 달라서 좀 아닌 것 같다는 얘기를 하더라. 그래서 원작의 감정을 살리기 위해서 당시 대본을 그대로 가져가기로 한 것이다.

 

결정은 내렸으나 40시간 동안 풀었던 <창세기전 3>의 내용을 어떻게 줄일지가 큰 숙제였다. 동시에 주요 내용만 다룬 것에 대해 어색함도 없어야 했고, 당시 전달하지 못했던 내면의 감정들도 전달해야 했고.

 

 

 

TIG> <창세기전 3> 캐릭터 선정은 어떤 과정으로 진행됐나?

 

이주환 부사장: 제일 중요한 부분이었다. 많은 이들이 있었지만, 살라딘은 이견이 없는 캐릭터다. 진정한 주인공이니까. 내부에서도 가장 먼저 결정됐다. 살라딘이 결정된 이후, 파트 1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으니, 거기서 상대역인 얀 지슈카도 빼놓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

 

두 번에 걸쳐 살라딘의 인생을 바꾸게 한 인물이다. 수용소에서 대결을 통해 좌절감을 극복하게 했고, 살라딘의 정신이 붕괴했을 때 자신의 죽음으로써 살라딘을 부활시켰으니까. 동생인 버몬트 대공만큼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두 캐릭터가 결정됐다.

 


 

 

TIG> 작업과정에서 에피소드가 있었다면?

 

이주환 부사장: 살라딘은 당시 김형태 대표가 <창세기전 3> 작업을 할 당시에도 오래 걸렸던 캐릭터다. 당시 나는 스토리 기획을 일부 담당하고 있었고, 김형태 대표는 메인 일러스트를 맡고 있어서 같이 작업했다. 내가 기억한 것만 해도 당시 살라딘 스케치를 위해 70장 이상 그렸던 것 같다. 멋지고 강한 캐릭터지만 잘 생각해 보면 뚜렷한 색이 있는 인물은 아니었다. 버몬트 대공이나 다른 캐릭터는 무너진 요소가 강하거나, 색이 뚜렷한데 살라딘은 올 어라운드 플레이어여서 잡기가 모호했다.

 

<데스티니 차일드>에 추가하면서도 마찬가지였던 것 같다. 꽤 많은 시간을 들였다. 게다가 라이브 2D로 작업하다 보니 더 많이 소요되더라. 작업 초반에는 캐릭터 자체 일러스트 외에도 어펙션 시나리오에 등장하는 캐릭터들도 라이브 2D를 적용할지, 적용한다면 어디까지 할 것인가, 남은 작업시간 등을 계산했지만, 결국 그냥 다 해버렸다. 제대로 <창세기전 3>를 담아내기로 한 이상 최선을 다하고 싶었다.

 



1993년 <창세기전 3> 이미지, 그리고 새롭게 작업한 <데스티니 차일드>에서의 <창세기전 3> 모습.

 

다만, 지금 디바이스는 과거 사양과는 다르게 풀 HD 그래픽이어서 예전 그림을 올리면 안되기 때문에 컷신도 모두 리터칭했다. 일러스트는 일러스트 대로, 성우님들도 열연해주셔서 퀄리티가 더욱 올라갔고 과거 장성운 씨가 작업했던 음악을 이번 컬래버레이션에는 박진배 대표가 장성운 씨와 의견을 나눈 다음 리믹스했다. 당시 레이드 콘텐츠 등 다음 콘텐츠 업데이트 작업도 있었지만, 틈틈이 밀어 넣으면서 작업했다.

 

작업량은 물론 기존 콘텐츠보다 많을 수밖에 없었다. 어펙션 시나리오도 한 캐릭터 마다 기존 차일드의 분량보다 훨씬 많았고. 레이드 시즌 한 개 분량 이상 수준이었던 것 같다.

 


다른 차일드와 다르게, 두 캐릭터의 어펙션 시나리오에는 풀 음성, 라이브 2D 애니메이션이 적용됐다.

 

TIG> 다만, 예상 외로 일부 유저는 조금 실망스러워 했다. 반응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이주환 부사장: 잘 알고 있다. 유저들의 반응을 보면서 우리도 더 최선을 다해야 했는데 하는 생각을 가졌다. 다만, 이번 두 캐릭터를 추가하는 컬래버레이션을 위해 시프트업 전체가 전심전력을 다 했다는 점은 알아주셨으면 좋겠다. <창세기전 3>의 주축이 됐던 멤버들이, 다시 그 작업을 맡았는데 그걸 소홀히 하고 싶지는 않았다.

 

지원일 PM​: 성능 자체에 주목한 유저들도 일부 아쉽다는 반응을 보이긴 했다. 살라딘의 경우, 원작 콘셉트를 따서 화속성으로 나왔는데 화속성이 주피터나 하데스 등 자주 애용되는 차일드가 있어서 성능에 쉽게 만족하지 못했던 것 같다. 첫 번째 캐릭터 추가는 일부 아쉬운 점이 있었지만, 얀 지슈카는 의견을 반영해 아쉬움을 달래고자 노력했다.

 

 

TIG> 컬래버레이션 볼륨이 적다는 의견도 꽤 있던데.

 

이주환 부사장: 김형태 대표와 꽤 많이 나눴던 얘기 중, “<데스티니 차일드>라는 게임에, <창세기전 3>의 콘텐츠를 어느 정도까지 합쳐야 할까하는 것이었다. 물론 과거의 모든 것을 끌어내서 최대한 쏟아부을 수는 있다. 하지만 어느 정도 조절한 점은 있다. 어느 정도 선을 긋고 싶었다. <데스티니 차일드> <창세기전 3>에 매몰되어서도 안 됐고.

 

만약에 그렇게 된다면 뭔가 어마어마한 볼륨으로 라그나 브레이크 시즌 3: 창세기전같은 수준이 되어버린다. 그러면 <데스티니 차일드> 주인공과의 얘기도 다시 짜야하고 스토리 등 게임 콘셉트가 전체적으로 틀어져 버린다. IP 모두 애매해져 버리는 상황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그렇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 지금 <데스티니 차일드>를 좋아해 주는 팬이나, <창세기전 3>를 좋아하는 팬을 위해서나.

 

지원일 PM​: 그래서 처음부터 캐릭터 자체에 집중하기로 하고, 캐릭터 추가와 함께 그들의 어펙션 시나리오에 최대한 스토리를 잘 녹여내자는 방향으로 출발했다. 시나리오는 오닉스를 통해 어펙션 시나리오를 개방해 잘 설명할 수 있도록 하고, 시반슈미터의 인장, 예니체리의 약속 등을 통해 기본으로 캐릭터는 얻을 수 있도록 했다. 데몬 피에스타 이벤트를 통해 할까 하고 생각도 했지만, 최대한 편한 방법으로 얻게 해드리고 싶었다. 간극은 있었지만, 많은 방법을 고민한 결과 내린 결정이었다. 게임의 본질을 유지하는 선에서.

 


 

그리고, 콘텐츠의 규모 선정은 일정에 대한 부분도 영향이 있었다. <데스티니 차일드>첫 번째 레이드가 작년 12 28일이었고, <창세기전 3> 도입 결정은 그 전이었다. 이미 레이드 개발 톱니바퀴가 굴러가고 있던 때였기도 했다. 그래도 나름대로 최선을 다한 부분을 이해해주시면 좋겠다.

 

우리는 강요하고 싶지가 않았다. 모든 유저에게 <창세기전 3> IP가 최고라고 하기보다는, 없어질 것 같았던 IP를 살릴 기회를 우리 스스로가 다시 얻게 됐으니까. 어떻게 보면 이번 컬래버레이션은 축전을 만든 느낌이다. 우리가 느낀 기쁨을 공유할 수 있어서 기뻤고, 그런 분들과 한 번 더 호흡하고 싶었다.

 

 

TIG> 무기부터 방어구, 장신구까지 일부 흔적을 조금이라도 더 볼 수 있었으면 좋지 않았겠나 싶기도 하다. <창세기전 3>를 캐릭터만으로 만나기는 조금 아쉽기는 했다.

 

이주환 부사장: <창세기전 3> 컬래버레이션 첫 번째 업데이트를 2 28일 정규 업데이트 일정에서 하루 앞당겼다. 점검 하루 전 패치를 당기기도 했고. 여러 모로 일정이 촉박했던 점도 있었고, 그래도 그 와중에 조금 더 집중할 부분에 집중하기로 결정했던 점이 있었다. 리소스가 무한하게 있는 것은 아니었으니까. 분명한 것은 나나, 김형태 대표나 생각했던 것은 분명 그때 느꼈던 감동을 잘 살리고 싶었다는 것이다.

 


 

 

TIG> 위에서 답한 부분 중 음악 작업도 꽤 심혈을 기울였다고 했다. 에스티메이트 박진배 대표가 진행했다.

 

이주환 부사장: 그렇다. <창세기전 3> 전체 BGM 40곡이 넘고, 그중 이벤트 BGM 10곡이 넘는다. 박진배 대표가 일일이 듣고, 당시 작업했던 장성운 씨와 상의해 가면서 리믹스했다. 음악 작업 분량도 상당했다. <창세기전 3> 시나리오인데 <데스티니 차일드> BGM이 나올 수는 없으니까. 당시 BGM을 보면서 그때 시도하지 못했던 감성적인 부분도 반영해서 최대한 감동이 극대화될 수 있도록 작업했다.

 

 

TIG> <창세기전 3> 컬래버레이션 업데이트가 완료됐다. 이후 추가 반영되는 것들이 있을지?

 

이주환 부사장: 초기 기획됐던 것이 12월 초부터 했던 것이었고 큰 작업을 위주로 진행, 틀이 완성된 상태에서 작업된 것들이다. 최초 작업했던 것들은 이미 큰 틀에서 기획이 완료됐던 상태였기 때문에 유저들의 의견을 듣지 않고 작업한 것이라기보다는, 물리적 작업이 끝난 상태여서 기존 작업했던 것을 틀기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알아주셨으면 좋겠다.

 

유저들의 반응을 보고 파트2에 대해서는 고민하겠다. 만약, 파트2가 들어간다면 고민을 더 하게 될 것 같다. 어떤 캐릭터를 넣을지, 어떤 콘텐츠를 넣을지. 다만, 중요한 것은 “<데스티니 차일드>에 어떻게 추가될 것인가이다.

 

TIG> 두 번째 캐릭터 얀 지슈카는 어떻게 만들었나? 또한, 추가 캐릭터에 대한 계획은?

 

이주환 부사장: 최대한 유저들에게 좋은 캐릭터로 여겨지도록 만들고 싶었다. 수속성 레이드가 끝나고 공개됐다. PvP에서 좋게 사용될 수 있도록 개발됐다. 부족하지만 많은 유저들이 만족하셨으면 좋겠다.

 

추가 캐릭터는 가능성을 최대한 열어 두고 판단하고 있다. 유저들의 바람이 크다면 충분히 반영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TIG> 끝으로, 최근 게임 순위가 과거보다 꽤 상승한 감이 있다. 약간의 역주행 느낌도 들고.

 

이주환 부사장: 많이 부족하지만 계속 게임을 아껴주시고 사랑해주신 것에 대해 늘 감사해 하고 있다. 가장 큰 것은 최근 수속성 레이드가 나오면서 동접이 꽤 늘어났다. 플레이타임이 길어지면서 전반적으로 좋은 성적을 거둔 것 같다.

 

아직은 개선할 점이 많기는 하지만, 과거 레이드에 비해 문제점들도 보완돼서 나름 만족해주신 것 같다. 애정이 많으신 만큼, 우리도 앞으로 남은 콘텐츠도 더욱 깊게 고민해서 재미있는 <데스티니 차일드>를 선보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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