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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화제의 창업자, ‘보이저엑스’ 대표 남세동, 그는 누구인가?

시몬 (임상훈) | 2017-05-12 14:46:53

투자 취소는 비일비재합니다. 대개 비슷비슷해 보이기도 하죠. 관계자가 아니면 가까이서 볼 기회가 없으니까요. 각각의 안타까운 사연들은 이런저런 곡절로 대중에게 공개되지 않습니다.

 

5월 연휴 기간, 페이스북에는 한 투자 취소 내막을 들여다 볼 기회가 생겼습니다. 스타트업 ‘보이저엑스’의 남세동 대표가 5월 2일부터 5일까지 본인의 페이스북에 '지난 4개월 동안 겪고 깨달은 일을 정리해 본다'는 글을 연재한 덕분이죠. 

 

위메이드가 약속했던 100억 원 투자를 일방적으로 취소당한 사연은 많은 이들의 공분을 샀습니다. 적절한 길이의 시리즈로 끊어가며 술술 읽히는 글 속 사건 자체가 꽤 황당하고, 사연이 무척 안타까웠으니까요.

 

혹시 이 사건을 아직 접하지 못 하셨다면, 아래 글을 꼭 참고해 주세요.

 

[관련기사] 위메이드로부터 100억 투자 취소 통보받은 '보이저엑스'의 사연

 

일부 보도에는 이 사안에 관해 잘못된 정보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그에 따른 오해도 생겼죠. 남세동 대표는 대외적으로 공개된 적이 거의 없던 인물이니까요.

 

저도 무척 궁금했습니다. 제일 궁금한 건 ‘사람’이었습니다. 도대체 어떤 인물이기에, 그 인물만 보고 600억 원 밸류에이션에 100억 원을 투자하려고 했는지 말이죠.

 

네오위즈 출신 한 지인의 잘 아는 사이였습니다. ‘창업을 하면 무조건 투자할 생각을 하고 있었다’고 하더군요. 더 궁금해졌습니다. 도대체 어떤 인물이길래. 대부분의 독자 여러분도 그러실 거라 생각합니다.

 

 

# 남세동은 누구인가?

 

남세동 대표는 1998년, 카이스트 재학 중 네오위즈에 인턴으로 들어가 ‘세이클럽’의 혼자 기획하고, 혼자 만들었던 인물입니다. ‘세계 최초의 웹 기반 채팅서비스’를 만들고, 6개월간 디자인을 제외한 모든 일을 해결했죠.

 

‘남세동’이라는 이름을 어디선가 들어본 적이 있었습니다. <한국 인터넷의 역사>라는 책을 뒤져보니 ‘세이클럽’ 관련 페이지에서 색연필로 밑줄쳤던 부분에서 나오더군요. 장병규 의장과 인터뷰를 토대로 만들어진 챕터였습니다.

 

1998년 7월 론칭한, 세이클럽의 전신인 ‘원클릭 채팅’은 그 기간(6개월) 동안 동시접속자가 5,000명까지 늘어났습니다. 요즘 동접자 기준으로 판단하면 곤란합니다. 98년 9월 1일 론칭한 <리니지>도 그해 12월 31일이 돼서야 동접 1,000명에 도달하던 시절이었으니까요. 세이클럽은 이후 매월 수십 억 원씩 버는 네오위즈의 캐시카우가 됐죠.

 

네오위즈 공동창업자였던 장병규는 2005년 검색엔진 ‘첫눈’을 설립합니다. 카이스트 전산과 후배인 남 대표도 핵심 멤버로 창업에 동참했습니다. 기획팀장과 개발팀장을 맡았죠. 네이버가 긴장했습니다. 인재도 욕심났습니다. 350억 원에 첫눈을 인수합니다.

 

첫눈의 인재들은 네이버를 거쳐 일본으로 건너갑니다. 이해진 의장이 집중하던 일본 시장 공략을 위해서였죠. ‘라인’은 그렇게 탄생했습니다. 남 대표는 2011년 ‘라인 카메라’를 직접 기획해 만들었고요. 히트를 쳤습니다. 현 시장 가치는 최소 500억 원 이상입니다.

 

남 대표는 2014년 라인에서 또 다른 대박 서비스를 직접 기획해 만들어냈습니다. 현재 전 세계 3억 명이 넘게 다운로드한 사진 앱 ‘B612’입니다. 이 어플은 세계 3대 디자인 어워드 중 하나인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의 3개 부문 중 하나인 커뮤니케이션 부문에 최고상(Best of Best)을 수상하기도 했죠. 이 어플의 디자인 초안은 남 대표가 직접 만들었습니다. 

 

B612가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 최고상 받았다고 사진 달라고 해서 B612로 급하게 사진을 찍었던 남세동 대표

 

남 대표의 경력을 따라가다 보면 일반적인 개발자와 다른 특이한 부분이 있습니다. 네오위즈와 라인 등 IT 기업의 초기 멤버로 들어간 탓에 세이클럽, 라인카메라, B612을 모두 처음부터 기획했고, 직접 개발의 여러 분야를 다 해결했다는 점이죠. 저희 프로그래머에게 물어보니 ‘만능 개발자’라는 표현을 쓰더군요.

 

하지만, 개발자 경력만으로 스타트업을 직접 창업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컴퓨터를 보는 일과 사람을 리드하는 일은 다르니까요. 그래서 이번 투자 무산 건에 관해 한 매체에서는 ‘개발 밖에 모르는 탓’ 또는 ‘한쪽으로 치우친 사고’ 같은 식의 쓴소리를 하기도 했습니다. 네오위즈 초창기 이후 남 대표의 관리자 경력과 상반되는 잘못된 내용이었습니다. 남 대표에게도 확인했습니다.

 

“개발 밖에 경험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최근 10여 년 간 제 역할은 개발팀장, 기획팀장, 프로젝트 매니저, 프로덕트 오너, 서비스 실장 등입니다. 또한 네이버나 라인과 같이 큰 회사에 있으면서 개발, 기획, 디자인, QA, 영업 조직을 포함한 조직의 조직장을 경험했죠. 한일 양쪽 80명 정도 인원의 조직을 리딩했고, 연간 약 수십 억 원 수준의 예산과 매출을 책임지고 운영했습니다.”

 

 

# 남세동이 꿈꾸던 창업

 

남세동 대표는 2015년 11월 라인을 그만뒀습니다. 17년 간 해오던 회사원 생활을 그만 둔 거죠. ‘영원히 회사에만 머물러 있을 것 같은 불안감’ 때문이었다고 합니다. 이후 그는 화상 컨설팅 활동을 빼고는 ‘17년 만의 백수 생활’을 6개월 정도 즐기다 ‘머신러닝’에 꽂히게 됐습니다. 

 

알파고와 이세돌의 바둑 대결이 있은 후였지만 그 영향은 아니었습니다. 유튜브를 둘러보다 우연히 하나의 영상을 본 이후였죠. 딥마인드 팀이 알파고를 만들기 전 구글에 4,000억 원에 인수된 계기가 됐던 ‘벽돌깨기’ 영상이었습니다. 이를 본 뒤 그는 머신러닝에 완전히 빠져들었습니다. 당시 경험을 유튜브에 남겼죠.

 

 

[새 창에서 영상보기]


그리고, 2016년 11월 페이스북에 이렇게 적습니다.

 

“와... 정말 신세계다. 이제 4개월쯤 되었나. 계속 재밌다. 내가 이걸 몇 년쯤만 더 빨리 알았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다. 앞으로 몇 년은 이걸로 재밌게 지낼 수 있게 되었다. (중략) 믿기 어렵지만, 세상에 공부를 좋아하는 사람이 정말로 있다는 것은 잘 알고 있었다. 주변에서 종종 봤기 때문이다. 나도 그럴 줄은 몰랐다. (중략) 과거의 나, 특히 10대 후반부터 20대 초반까지의 나를 돌이켜 보면 하루가 다르게 성장했던 것 같은데 요즘도 그런 느낌이 든다. 일일신우일신.”

 

머신러닝에 푹 빠진 느낌이 물씬 풍기는, 인상적인 포스트였습니다.

 

뚝딱뚝딱 대박 서비스를 만들어냈던 그의 능력을 아는 이들은 자유인이 된 그를 가만 두지 않았습니다. 영입하려는 시도, 동업하자는 요청, 창업하라는 권유 등을 수십 번 받았습니다. 회사를 나온지 얼마 안 됐는데 다시 회사로 들어가기는 싫었겠죠. 창업을 하고 싶었지만, 기반이 허약한 스타트업을 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세이클럽, 라인카메라, B612는 전부 처음부터 제가 생각하고 0부터 팀원들과 칸이 만들어 나간 거였거든요. 그 밖에 실패한 다른 많은 것들이 있었죠. 0부터 하는 거는 너무 많이 해봤어요. 그래서 10개 하면 1개 대박, 1개 중박, 8개 실패한다는 것이 전 이미 대강 보인 거죠. 짧은 호흡으로 시작하는 것은 싫었어요. 회사를 10번 차리고 싶지는 않았죠.”

 

‘첫눈’의 경험도 그에게는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첫눈은 2005년 20명이 넘는 뛰어난 인재들이 함께 시작했던 회사였죠. 그 시절에도 흔했던 배고픈 ‘벤처’가 아니었습니다. 좋은 인재들 덕분에 검색 서비스 ‘첫눈’에 대한 업계의 관심이 대단했고, 결국 네이버에 인수될 수 있었죠. 2016년의 남세동도 그런 정도 규모의 ‘스타트업’을 하고 싶었습니다.

 

“어떤 투자자와 이야기하다가 ‘저는 수천 억 원짜리 서비스와 1조 원짜리 회사를 하고 싶다’는 표현을 이야기했던 것 같아요. 그러기 위해서는 100억 원 정도는 필요하다고 생각했죠.”

 

그의 창업 아이디어를 인정하는 투자자도 두셋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정도 금액을 맞춰주기는 어려웠죠. 그래서 실제로 창업할 생각이 크게 없었습니다. ‘하고 싶지만 못 하는 그런 꿈’이었죠. 그때 변수가 나타났습니다. 위메이드였습니다.

 

“제 아이디어를 100프로 인정했던 투자자가 위메이드였습니다.” 

 

 

# 남세동과 위메이드의 만남

 

남세동 대표는 약 15년 전 위메이드 장현국 대표와 네오위즈 동료였습니다. 당시 남 대표는 사내에서 ‘세이클럽의 아버지’로 유명했습니다. 당연히 장 대표는 남 대표를 잘 알았겠지만, 남 대표는 아니었습니다. 얼굴과 이름 정도만 알았죠. 지난 1월, 회사 동료 시절 제대로 이야기를 나눠본 적도 없던 두 사람은 남 대표가 네오위즈를 떠난 2005년 이후 12년 만에 만나게 됩니다. 장 대표의 요청이었죠.

 

“제가 일본에 있을 때부터 영입 또는 투자 건으로 만나자고 연락을 주신 분들이 많이 계셨고, 아이 출산 때문에 한국에 들어온 이후로는 실제로 여러 분들을 만나고 있었습니다. 장 대표님도 그런 분들 중 하나였습니다. 나중에 알았지만 장대표님은 소수의 큰 성공 경험이 있는 팀 리더들을 찾아서 큰 돈을 투자하고 싶어했습니다.”

 

장 대표를 만난 남세동 대표는 그가 그 동안 받았던 10억 원 또는 그 남짓의 투자 제안들과 본인의 창업 그림이 맞지 않아서 그냥 일본으로 들어갈까 한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장현국 대표는 그를 놓치고 싶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위메이드는 S급 개발자가 있는 회사를 탐내는 투자회사였고, 남 대표가 꽂혀있는 머신러닝 또는 딥러닝 또는 인공지능은 투자 쪽에서는 확실히 뜨는 분야니까요.

 

 

게이머에게는 지포스로 익숙한 엔비디아는 딥러닝 성능을 크게 향상시킨 GPU 덕분에 주가가 치솟았죠.

 

 

“대략 얼마면 되는가? 100억이면 생각해 볼 수 있다, 는 이야기를 주고 받았습니다. 또 투자자 지분율은 15% 정도 생각한다고도 했어요. 그 말을 들으신 장 대표님이 ‘그럼 600억 밸류에이션에 100억 하시죠’라고 말씀하셨죠. 제 추측이지만 이미 저에 대한 소문을 듣고 그러한 내용을 준비해 왔던 것 같습니다. 저는 19살 때 가입자 2,000만 명짜리 서비스(세이클럽)를 만들었고, 얼마 전에는 8개월 만에 1억 다운로드를 달성한 앱(B612)을 만들었습니다. 다음 목표는 수천 억 원 가치의 서비스와 1조 원의 회사였고, 주변 분들도 그런 내용을 알고 있었으니까요. 그에 대해 장 대표와 저의 생각이 잘 맞는 것 같았습니다. 1조 원을 보고 100억 원을 투자하기로 이야기했습니다.”

 

당시 남 대표는 장 대표에게 투자와 관련된 이런저런 궁금증도 물어봤습니다. 

 

“연대보증으로 고생하는 창업자 이야기를 들었던 터라 그에 대해 물어봤고, 장 대표는 그런 것 없이 한국에서 어떤 투자사보다 좋은 조건으로 투자를 해주겠다고 했습니다. 제가 모을 핵심 멤버들도 이제 가족들도 있고 해서 연봉도 높고, 매일 밤새 일하고 이런 것도 못 할 거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요즘 잘 나가는 스타트업이 꽤 많아서 보상과 복지가 좋지 않으면 좋은 인재들 모셔 오기도 쉽지 않아도 얘기했습니다. 즉, 헝그리 스타트업, 100미터 달리기 이런 모드는 못 한다고 했죠. 장대표는 다 좋고 이번 투자는 3년이지만 10년을 같이 하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그 만큼 마라톤 모드가 좋다는 뜻이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멤버들에게 주식과 스톡옵션을 많이 나눠 주고 싶다고 했고, 장대표가 그것도 좋다고 했습니다.”

 

그 정도 ‘투자 조건’(600억 원 밸류에이션에 100억 원 투자)에 함께 들어올 투자자도 없었고, 그 조건을 말릴 주변 지인도 없었습니다. 1월부터 4월 사이 남세동 대표는 멤버를 뽑을 때, 사무실을 얻을 때 장 대표에게 투자의 확실성, 이사회 통과의 확실성 등에 대해 거듭 물었고, 확실하다는 대답을 들었습니다.

 

그후 아무런 변경 사항이 생기지 않았음에도, 갑작스럽고 일방적으로 이메일 통보를 통해 투자는 취소되고 말았습니다. 그 사연을 모르신다면 다시 아래 링크를 참고하세요.

 

[관련 기사] 위메이드로부터 100억 투자 취소 통보받은 '보이저엑스'의 사연

 

 

# 그후 이야기: 남세동 대표와 서면 인터뷰

 

 

디스이즈게임: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 큰 사회적 반향을 낳고 있습니다. 많은 이들이 공분하고 있는데요, 이 정도 반응이 있을 것으로 예상하셨는지요? 어떤 느낌이 드시는지요?

 

남세동: 제 주변에 창업에 관심 있는 분들이 많습니다. 저의 창업 진행 상황에 대해서 궁금해 하신 분들도 많았고요. 그리고 업계 대선배들도 있고요. 처음 글을 올릴 때는 그 분들 정도가 보실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이렇게 업계 전체의 핫이슈가 될 것으로는 예상 못 했습니다. 댓글 뿐 아니라 메시지로도 많은 분들이 연락을 해 오셨습니다. 비슷하게 당한 분들이 많았습니다. 아, 이게 진짜 심각한 문제였구나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그동안 공유되지 않고 있었다는 점에 깜짝 놀랐습니다. 저는 저희 업계 사람들의 공유와 협업 의식이 죽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제가 아는 저희 업계 사람들은 이런 중요한 문제를 그냥 둘 사람들이 아닙니다. 이번에 이슈가 된 것을 계기로 창업자와 투자자 양쪽이 노력해서 더 좋은 투자 문화를 향해서 한발짝 더 나아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디스이즈게임: 위메이드로부터의 투자 취소 통보 이후 아무 내용도 듣지도 않고 일단 급할 텐데 얼마 넣어주면 되는지부터 물었다는 엔젤들이 누구인지요? 네오위즈, 첫눈 초기 멤버들인가요?

 

남세동: 구체적으로 밝히기 어렵습니다만 직장으로 보면 네오위즈, 첫눈, 네이버에서 만났던 분들, 학교로 보면 카이스트 분들입니다. 총 여섯 분이었습니다.

 

 

디스이즈게임: 그 분들로부터 투자금을 확보한 뒤 ‘우리가 최소한 1년은 더 해 볼 수 있겠다!’고 연락했을 때 보이저엑스 멤버들이 ‘대표님 마음 회복될 때까지 기다리겠다’고 한 내용이 굉장히 인상적이었습니다. 몇 분 정도 창업에 합류하시기로 했었는지요? 구성은 어떻게 되었는지요?

 

남세동: 저 외에 총 다섯 명이 합류 확정 상태였고, 추가로 10여명과  논의가 진행 중이었습니다. 초기 1년 간은 대략 최대 스무 명 정도로 생각했는데 그 중에서 부사장 또는 COO 급으로 사업과 영업 및 대외 활동을 맡을 1명, 기획자 2~3명, 디자이너 1~2명, 나머지는 CTO 포함 개발자로 생각했습니다. 멤버들이 이 상황에서도 넓은 마음으로 절 믿어주고 응원해 주고 있어서 고맙고 미안할 따름입니다.

 

돈 만들 자신은 저도 어느 정도 있지만 저는 그 면에 있어서 중수라고 생각하고, 고수들이 제 주변에 많이 있습니다. 제품/서비스를 성장 궤도에 올려놓고 나면 바로 그 고수들을 모셔올 생각이었죠.

 

 

디스이즈게임: 일본 직장도 퇴사하기로 한 아내 등 가족들은 어떤 반응이었는지요?

 

남세동: 아내는 제가 이 사태를 수습하는 것에 모든 마음과 시간을 다 쓸 수 있도록 옆에서 도와 주었습니다. 현재 육아 휴직 중인 일본 직장에 퇴직 의사를 밝힌 상태입니다. 그게 꼬여버렸네요. 그리고 저희는 한국에 집도 샀고요. 한국 일본 양쪽을 어떻게 정리할지 고민 중입니다. 아내에게 엄청 미안합니다.

 

저희 부모님은 사업은 엄청 위험한 것이라고 생각하셔서 제가 사업을 하는 것에 대해서 걱정이 많으셨습니다. 그런데 제 사업이 실제로 이렇게 되어 버렸네요. 아직 일이 이렇게 된 것을 말씀 못 드리고 있습니다. 곧 말씀 드리려고 합니다.

 

 

디스이즈게임: 다시 1월로 돌아간다면 어떻게 하셨을 것 같으세요? 이미 페이스북에 쓰셨지만, 투자받을 때 놓치지 말아할 부분과도 연결되는 질문입니다.

 

남세동: 너무나 어려운 질문입니다. 이제는 위메이드는 피해야겠다는 것은 알았지만, 위메이드가 아닌 다른 또 제가 잘 모르는 어떤 큰 회사에서 매우 큰 투자금, 높은 밸류에이션, 좋은 조건으로 접근해 오면 과연 피할 수 있을까요? 아마 바로 피하기는 어렵고 일단은 큰 관심을 가지고 만나볼 것 같습니다.

 

다만 그 회사의 투자 의사 결정 프로세스를 정확히 파악하고, 레퍼런스 체크를 열심히 해야겠습니다.

 

제가 글에서 썼듯이 창업자들과 투자사들을 통해서 레퍼런스 체크를 아예 안 한 것은 아니었는데 몇가지 실수를 했습니다. 우선 제가 사람을 뽑을 때 레퍼런스 체크를 하면 실제로 사람들이 다른 사람에 대해서 웬만해서는 험담은 잘 안 하기 때문에 아주 좋은 얘기가 안 나오면 별로 안 좋은 거다라고 생각하곤 했었는데요. 그걸 투자사에 대한 레퍼런스 체크에서도 적용했어야 했습니다. 즉, 험담이 안 나오더라도 아주 좋다고 얘기가 안 나오면, 조심했어야 했습니다.

 

그리고 직접 투자를 받은 피투자사들의 얘기를 못 들어봤었습니다. 이제 와서 생각해 보니 피투자사 얘기가 제일 정확하고 중요한 것 아닌가 싶습니다. 한 군데가 아니라 여러 군데 얘기를 들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서로 좀 뻘쭘하겠지만 그래도 해야 합니다. 이런 사태를 피하려면. 그런데 피투자사들도 솔직히 얘기 못 하는 것들이 있을 것 같습니다. 그걸 감안해서 들어야 할 듯합니다.

 

 

디스이즈게임: 위메이드 측의 연락은 투자 담당자의 카톡 이후에는 없었나요?

 

 

남세동: 네. 그 사자성어가 마지막이었습니다. 제가 연재글을 올리기 전에 그러니까 뭔가 위메이드와 함께 사태 수습 방법을 찾아보려 했을 때, 제가 의사결정권자인 의장에게 연락하려는 것을 위메이드 투자 담당자는 비이성적이라며 말렸습니다. 저는 위메이드로부터 100억 원 투자를 약속 받았던 사람이고 그것을 갑자기 취소한 사람은 의장인데도 말이죠.

 

 

디스이즈게임: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 있으신지요?

 

남세동: 저의 무지와 실수, 그로 인한 실패가 알려지는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공유했습니다. 우리 업계에서 이런 일이 줄어드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창업자들과 투자사들 양쪽이 서로 조심해야겠습니다. 물론 계약서나 절차도 중요합니다만 계약서와 절차 너머에 있는 서로를 살펴 봐야 한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 One more thing

 

보이저엑스는 아직 론칭 계획이 없습니다. 남세동 대표는 지금은 미래를 계획하기 이르고, 일단은 마음을 깨끗하게 비우는 게 먼저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남 대표가 생각하는 회사의 큰 방향은 5월 8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읽을 수 있었습니다. 경험에서 체득한 거겠죠. 

 


 

“그거 돈 안 된다... 돈이 안 보인다…”

 

그러고 보니 이건 내가, 그리고 우리 팀이 우리 업계 생활을 시작할 때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들어온 말이다. 세이클럽을 만들었고 6개월 만에 동시사용자가 5,000명이 되었을 때 “이거 서버 비용만 많이 들어가고 돈이 안 되니까 그만 문닫으라”고 했었다. 그래서 정말 문닫을 뻔했었다. 그리고 그 후 세이클럽은 매달 수십 억씩 벌었다.

 

카메라 앱을 만들었고 일일 사용자가 수백 만 명이 되었을 때 “그거 돈 안 되니까 그만하고 게임*이나* 만들라”고 했었다. 그래서 정말 관둘 뻔했었다. 그리고 그 뒤 전세계에서 가장 매출이 큰 카메라 앱이 되었다.

 

심지어 페이스북조차도 "그거 돈 안 된다"는 얘기를 아주 오래도록 들었다. “검색으로 무슨 돈을 버냐”고 네이버와 구글은 몇 년이나 무시당했었다.

 

눈으로 보이는 것만 보이고 머리와 마음으로 보는 능력이 없는 이들에게는 보이지 않을 거다. 당장 눈 앞에 돈을 벌고 있는 것들만 보니 언제나 카피만 한다. 카피도 제대로 못 하지. ‘그거 돈 안 된다’고 마치 본인은 돈을 다 안다는 듯 막... 말 하지 말라고 해봐야 그들은 안 들을테니 내가 할수 있는 선택은 그냥 그런 얘기를 무시하고 넘기는 것이다. 이번에도 그러는 수 밖에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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