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익숙함과 새로움 사이에서, 14살 된 '붉은보석' 개발진들의 고민과 답

다미롱 (김승현) | 2017-07-14 09:5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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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게임을 바꿔도 유저들이 용납해 줄까? 바꾸더라도 이 옛날 코드로 뭘 어떻게 구현해야지?"

 

게임의 서비스가 5년, 10년을 넘게 되면 개발진은 기존과는 다른 고민에 빠지게 된다. 게임계에서 5년은 다른 산업의 10년과 같다. 시장은 5년 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변했고, 학생이었던 유저들은 사회인이 돼 있다. 게임을 바꾸려면 유저들의 옛 추억을 무너트릴까 무섭고, 바꾸지 않으면 시대에 뒤쳐질까 염려된다. 그리고 어떤 식으로 결론을 내려도 먼지 쌓인 옛날 코드는 어떤 식으로든 개발진의 발목을 잡는다.

 

이는 올해로 14주년을 맞이한 <붉은보석>도 예외는 아니었다. <붉은보석>은 2003년 출시된 패키지게임 감성의 온라인 MMORPG다. 요즘 게임과 비교하면 시스템이나 그래픽 모두 예스럽다. 하지만 지금도 꾸준히 옛 추억을 못 잊어 복귀하는 유저가 있을 정도로 유저들에게 <붉은보석>만의 느낌이 각인된 작품이다.

 

이런 게임에 14주년을 맞아 오랜만에 대규모 업데이트가 실시했다. 한 번도 뚫린 적 없던 1,000이라는 최고 레벨의 확장, 기존 스킬을 변화시키는 패시브 스킬의 등장, 이제는 '무쌍'이 아니라 '전투'를 해야 신규 지역까지. <붉은보석> 개발진은 어떤 의도, 어떤 각오로 이런 변화를 준비한 것일까? 엘엔케이로직코리아 이영찬 개발이사, 서총명 메인 기획자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디스이즈게임 김승현 기자


 

오른쪽부터 이영찬 개발이사, 서총명 메인 기획자

 

 

먼저 14주년을 축하한다. 처음 <붉은보석>을 개발할 때 이렇게 오래 서비스될 것이라고 생각했나?

 

이영찬: 그 땐 못했다. 당시엔 회사 존폐 위기에서 <붉은보석>에만 매달려 개발했으니까. 더군다나 원래 패키지 게임으로 기획된 게임을 PC MMORPG로 급히 바꿔 만들었으니. (웃음) 물론 그 덕분에 인기를 끌 수 있었던 것도 있지만, 지금 생각하면 아쉬움도 많다.

 

 

지난 14년 간 이것 하나는 정말 잘 지켜왔다, 반대로 이건 끝까지 유지하지 못해 아쉽다라는 것을 하나씩 꼽자면?

 

이영찬: 개인적으론 <붉은보석>만의 독특한 콘셉트를 꼽고 싶다. 애초에 패키지게임에서 시작돼서 그런지, 아니면 '변신'이라는 소재 때문인지 <붉은보석>의 캐릭터나 스킬은 다른 게임보다 톡톡 튀는 콘셉트가 많다. 세상 그 어떤 게임이 한 왕국의 공주님을 마법소녀로 변신시키고 애니메이션에서나 볼법한 스킬 연출을 넣어 주겠는가. (웃음) 이런 톡톡 튀는 콘셉트야말로 <붉은보석>의 가장 큰 특징이고, 14년간 꾸준히 지켜온 테마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반대로 아쉬운 것은 '변신'이라는 콘셉트다. 사실 <붉은보석>이 외부에 변신 RPG라고 많이 알려져 있긴 하지만, 의외로 게임 내에서는 변신이 많이 쓰이진 않는다. 적지 않은 유저들이 변신으로 사용할 수 있는 두 직업을 골고루 사용하기 보단, 그 중 한 캐릭터를 집중해 육성한다. 때문에 일부 클래스를 제외하곤 변신이라는 느낌이 많이 약해졌다. 이 부분은 우리가 지속적으로 해결해야 할 숙제다.

 

서총명: 어찌 보면 장기 서비스 중 밸런스 작업이 완벽하게 되지 않아 일어난 일이다. 사실 이외에도 아직까지도 깨지지 않는 최고 레벨 1,000, 그로 인한 성장의 재미 체감 미흡 등 아쉬운 부분은 산더미다.

 

14주년을 맞이한 <붉은보석>

 

 

그렇게 아쉬움이 많은 것 치고는 최근 대형 업데이트가 뜸했다.

 

이영찬: 사실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붉은보석> 내부 문제를 해결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붉은보석>이 워낙 오래 전 만들어진 게임이다 보니, 시스템 딴에선 이후 콘텐츠를 추가하는데 제약을 주거나 불편을 주는 요소가 많았다. 자잘한 버그는 말할 것도 없고. <붉은보석>이 앞으로 계속 서비스되고 변해 가려면 이런 기반 시스템 딴의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서총명: 기획 딴에서는 <붉은보석>에 콘텐츠를 추가함에 있어 어디까지 새로움을 추구할지도 고민이었다. 14년 간 서비스된 게임이다 보니 변화가 크면 기존 유저나 <붉은보석>에 추억을 가진 유저들에게 좋지 않은 경험을 줄 것 같고, 그렇다고 너무 변화가 없으면 지금 게임을 플레이하는 유저 분들께 실례였다. 새로움과 익숙함 사이에 어떻게 균형을 잡을까 많이 고민했다. '운'같은 능력치의 밸런스 문제가 대표적이다.

 

물론 이런 개발 딴의 이유로 그동안 유저 분들께 콘텐츠를 많이 선보이지 못한 것이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 이 자리를 빌어 사과 드린다. 대신 이번 여름 업데이트를 통해 확실히 변화하는 <붉은보석>을 보여드리겠다.

 

 

변화로 가닥을 잡은 것인가?

 

서총명: 14년 된 게임이니 만큼 무작정 새롭게 변화할 순 없을 것이다. 그것은 지금 <붉은보석>을 사랑해주시는 분들, 그리고 <붉은보석>에 추억을 가지고 계신 분들 모두 원하는 것이 아닐테니. 개발 기조는 여전히 익숙함과 새로움 사이다.

 

대신 이번 업데이트에서 보여드리고자 하는 것은 '움직임'이다. 기존의 <붉은보석>은 정체되어 있다는 이미지가 강했다. 유저들은 여전히 최고레벨 1,000을 넘지 못했다. 전생 등을 통해 캐릭터를 성장시킬 순 있었지만 매번 보던 사냥터, 쓰는 스킬을 썼다. 이런 반복되는 흐름을 깨고 <붉은보석>이 나아가고 있다는 느낌, 변화할 것이라는 느낌을 주고 싶었다.

 


 

 

# 14년 만에 최고 레벨 확장! 14주년 기념 업데이트

 

그렇다면 14주년 업데이트의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일까?

 

이영찬: 가장 상징적인 것은 최고 레벨이 1,000에서 1,500으로 확장된다는 것이 아닐까? 사실 <붉은보석> 14년 서비스 기간 중 1,000레벨을 달성한 유저는 없다. 고레벨 지역의 부족도 이유였고, 레벨을 리셋하고 추가 능력을 받을 수 있는 '전생' 시스템의 존재도 이유였다.

 

물론 전생 등으로 성장의 재미는 꾸준히 느낄 수 있었지만, 앞서 얘기했던 것처럼 게임이 너무 반복적으로 변해가는 것이 문제였다. 그래서 이번에 과감하게 최고 레벨을 1,500까지 확장했다. 그리고 최고 레벨을 늘린 만큼 기존에 부족했던 고레벨 지역도 추가한다. 새로운 스킬도 생기고.

 

 

새로운 지역이라면 어떤 느낌인가? 기존 지역과 어떻게 다른가?

 

서총명: 새로운 지역의 가장 큰 특징은 디버프다. 신규 지역들은 캐릭터들의 마법 저항력이나 속성 저항력을 낮추는 등 각종 디버프 효과를 가지고 있다. 유저들은 이렇게 능력치가 떨어진 상태에서 적을 상대하고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새로운 장비나 크리처 등을 얻어 낮아진 능력치를 보강할 수도 있고.

 

이영찬: 사실 이런 디버프 콘셉트는 신규 지역에서 처음 나온 것은 아니다. 다만 하나 장담할 수 있는 것은 난이도다. 기존 <붉은보석>은 유저들의 강함에 비해 몬스터가 약했다. 그래서 디버프 콘셉트의 지역이 있어도 전투의 대부분은 무쌍(?)으로 진행되곤 했다.

 

하지만 새 지역은 최고레벨 확장에 맞춰 만들어진 지역인 만큼, 무쌍이 아니라 '전투'를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최상위 유저들은 여전히 무쌍을 할 순 있겠지만, 기존과는 달리 적과 밀고 당기는 전투를 체험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이후 추가될 지역에도 해당되는 얘기다.

 

신규 고레벨 지역 중 하나인 몰락한 악마지대

 

 

신규 지역에서 디버프를 받아 깎인 능력치를 새 장비나 크리처로 보강할 수 있다고 했는데, 크리처라면 유료 모델 중 하나 아닌가? 

 

서총명: 기본적인 밸런스는 신규 지역에서 성장하며 디버프를 극복해가는 것으로 맞춰져 있다. 크리처 없이도 할 수 있다. 

 

다만 <붉은보석>이 오래 서비스된 게임이다 보니 사회생활 등으로 플레이를 많이 하지 못하는 이들도 있고 부캐릭터 등을 빨리 키우고 싶다는 수요도 있다. 크리처를 통한 능력치 보강은 이들을 위한 장치라고 생각해 달라.

 

이영찬: 참고로 크리처는 기존에 낮은 등급 크리처를 합성해 얻을 수도 있다. 또한 앞서 얘기했던 것처럼 신규 지역이 반드시 크리처를 보유해야만 깰 수 있을 난이도도 아니고.  <붉은보석>은 온라인게임 초창기에 캐시 아이템을 도입한 게임인데, 그 때 섣부른 도입으로 유저 분들께 쓴소리를 정말 많이 들었다. 여러 차례 교훈을 얻은 만큼 유저 분들이 염려 하시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최고 레벨이 확장된다면 플레이가 어떻게 바뀔까? 단순히 레벨이 오르고 능력치가 오른다면 기존과 다를 것이 없을 것 같은데….

 

서총명: 이번에 추가되는 '초월 스킬'이 답이 되지 않을까 한다. 초월 스킬은 모든 직업이 익힐 수 있는 일종의 공용 패시브다. 일반 등급 초월 스킬은 평범하게(?) 능력치 증감만 이뤄지는 방식이지만, 희귀한 등급의 초월 스킬을 얻을수록 캐릭터 스킬이 강화되거나 특수한 효과가 적용되기도 하는 등 조금씩 플레이 경험을 바꿔나갈 예정이다.

 

예를 들어 사제의 간판 파티 버프인 '미러 스킬'은 특정 초월 스킬과 조합시 사제 최대 체력의 일부만큼 파티원들에게 보호막을 주는 기능이 추가된다. '왜곡'이라는 유니크 등급 초월 스킬은 캐릭터가 받는 피해를 '절대값'으로 줄여준다. 익히면 딜러나 보조형 캐릭터들도 한정적이나마 탱커 역할을 할 수 있을 정도다. 

 

이영찬: 이번에 추가되는 초월 스킬은 기존 스킬의 특성을 강화하는 것이 많은데, 추후에는 스킬의 특성을 뒤틀거나 재미있는 효과를 추가하는 방향도 생각하고 있다. 이런 식으로 서서히 <붉은보석>에 변화를 주려 한다.

 


이번에 새로 추가되는 '초월 스킬'. 낮은 등급 스킬은 능력치의 증감만 있지만, 희귀 등급 스킬은 캐릭터의 기존 스킬을 바꾸기도 할 예정이다. 

 

 

# 멀티 엔딩 뒤의 이야기는? 하반기, 시즌2 이야기 시작된다

 

이번 업데이트를 통해 정체된 느낌을 없애고 싶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이 변화의 끝은 어디일까?

 

이영찬: 너무 먼 이야기인데…. (웃음) 끝은 힘들고, 다음 스텝은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메인 스토리 시즌 2다. 사실 <붉은보석>은 2,000년 대 후반 '엔딩'이 난 게임이다. 그 때 유저들은 저마다 '붉은보석'을 자기의 신념에 따라 처리하며 이야기를 끝맺었다.

 

그리고 올해 하반기, 이 엔딩 뒤의 이야기가 시작될 예정이다. 사실 이전부터 업데이트를 통해 떡밥은 뿌렸다. 이능체의 등장이나 블랙파이어 던전의 발견 모두 시즌2 이야기와 관련돼 있다. 시즌1 이후 쉰 분들도, 꾸준히 <붉은보석>을 즐겨주신 분들도 재미있게 새 이야기를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여름 업데이트는 시즌2를 준비하는 일종의 징검다리인 셈이다. 그런데 익숙함과 새로움 사이를 걷는다면 자칫 둘 다 만족시킬 수 없지 않을까?

 

이영찬: 맞다. 그래서 이번 업데이트를 하며 가장 신경쓴 것이 새로움과 익숙함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것이었다. 14년이나 유저 분들께 사랑받은 만큼 지금 유저도, 언젠가 다시 돌아올지 모르는 옛날 유저 모두를 배신하고 싶지 않았다.

 

물론 어려운 길이다. 어떤 분들은 변화가 너무 미지근하다고, 어떤 분들은 변화가 너무 심하다고 생각하실지도 모른다. 이에 대해선 계속 들으며 맞춰가려 한다. 이번에 14주년을 맞아 몬스터를 잡아 특정 아이템을 얻은 유저들이 직접 개발자에게 시스템을 건의할 수 있는 이벤트를 준비했다. 또한 오랜만에 유저 간담회도 준비하고 있다. 간담회 같은 경우 정말 오랜만에 준비한 행사인데, 여력만 된다면 정례화도 시키고 싶다.

 

유저들에 의해 천계, 혹은 마계로 돌아간 '붉은보석'은 어떻게 됐을까?

 

 

특정 아이템을 얻은 유저들만 건의할 수 있는 이벤트라면, 아이템을 못 얻어 참여하지 못한 유저들의 의견이 소외 받진 않을까?

 

서총명: 개인적으로는 조금 생각이 다르다. 오히려 아이템을 얻은 유저들에게 다른 유저들의 의견이 쏟아지지 않을까? (웃음) 그만큼 <붉은보석>은 오래된 게임이고, 유저들이 끈끈한 게임이다. 또 그만큼 유저들이 개발진들에게 말하고 싶은 것이 많이 쌓인 게임이고.

 

사실 앞에서도 잠깐 얘기했지만, 정말 오랫동안 유저 분들께 새로운 즐거움을 주지 못했다. 이번에 '개발자 몬스터'를 잡아 건의 기회를 얻는 이벤트도 일종의 분노 해결 차원에서 기획한 것이다. 물론 이것만으로 그동안 쌓인 것이 모두 해결되진 않을 것이다. 그리고 이것 만으로 우리에게 하고 싶은 말을 모두 전달할 수도 없을 것이고. 하지만 그럼에도 일부 의견이라도 먼저 듣고 먼저 답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 싶었다. 아직은 모든 유저 분들의 의견을 듣고 답을 할 수 있는 여력이 없으니까. 

 

일단은 이벤트로 기회를 얻은 분들의 의견에라도 먼저 답을 주려 한다. 그러니 만약 기회를 얻지 못한 분들도 얻은 분들에게 많이 의견을 보내 달라. 올라온 의견의 양이 아무리 많아도 이것 만은 최우선적으로 답하겠다. 물론 이것은 이후 있을 간담회에서도 마찬가지다.

 

 

강산이 변할 시기를 한 번하고 반을 지나고 있다. 앞으로 어떤 게임으로 남고 싶은가?

 

이영찬: 유저 분들이 이야기를 즐기고 재미있게 캐릭터를 키우고 그리고 서로 끈끈한 정을 나누는, 모든 MMORPG가 꿈꾸는 것을 우리도 여전히 꿈꾼다. 여기에 추가로 더 바라는 것이 있다면 서비스 기간이 긴 만큼 지금 <붉은보석>을 즐기시는 분들도, 과거에 즐겼다가 다시 돌아오신 분들도 누구나 재밌을 게임이 되었으면 좋겠다.

 

물론 개발자가 아무리 열심히 한다고 해도 유저 분들의 마음과 다른 결과가 나올 수도 있을 것이다. 앞으로 계속 경청하고 또 경청하겠다. 그러니 어떤 피드백이든 환영이다. 계속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어 나갈 수 있도록 같이 서줬으면 좋겠다.

 

서총명: 여름 업데이트 외에도 많은 것을 준비 중이다. 조금만 기다리면 변해가는 <붉은보석>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도 많은 관심 부탁 드린다.

 

14주년 업데이트와 함께 진행되는 '개발자를 잡아라' 이벤트

 

이번에 새로 추가되는 수영복 코스튬 중 일부 (왼쪽부터 견습기사, 늑대인간, 마법창병, 메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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