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이젠 얼리액세스 뒤에 숨어 고집 피우지 않겠다" 정식 서비스 앞둔 트리오브라이프

다미롱 (김승현) | 2017-08-04 15: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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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드박스 MMORPG <트리오브라이프>가 2년 간의 얼리액세스를 끝내고 오는 8월 17일 스팀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다. 2년 간의 자체 서비스를 정리하고 전문 퍼블리셔에게 운영까지 맡긴 정식 서비스다.

 

놀랐다. 냉정히 말해 <트리오브라이프>는 초창기 유저들의 기대와 반응과 달리, 얼리액세스 서비스를 계속 하며 지속적으로 쓴소리를 들어왔던 작품이었다. 쓴소리 중 일부는 개발진의 마음과 유저들의 마음이 달라 그런 것도 있는 반면, 일부는 개발사의 규모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받은 것도 있었다. 얼리액세스 게임 대부분은 이 단계에서 얼리액세스를 더 유지하며 게임을 가다듬는 것을 선택한다. 정식 서비스 게임이라면 유저들의 기준치는 더욱 높아지니까. 

 

하지만 <트리오브라이프>는 정식 서비스를 택했다. 과연 오드원게임즈는 어떤 계획, 어떤 각오로 <트리오브라이프>의 정식 서비스를 결심한 것일까? 오드원게임즈 김영채 대표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오드원게임즈 김영채 대표

 

 

# 더 이상 얼리액세스 뒤에 숨어 고집만 피우진 않겠다

 

디스이즈게임: 솔직히 놀랐다. 스팀 얼리액세스 게임 중 상당수가 계속 얼리액세스에 머무는데, <트리오브라이프>는 출시 2년 만에 정식 서비스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김영채: 모든 얼리액세스 게임은 처음엔 정식 서비스를 꿈꾼다. (웃음) 우리도 출시했을 때 목표가 2년 안에 정식 서비스를 시작하자였다. <트리오브라이프> 첫 출시가 2015년 5월이었니까, 조금 늦긴 했지만 목표를 달성한 셈이다.

 

 

정식 서비스 게임은 얼리액세스 게임보다 유저들의 기준이 더 엄하다. 그리고 냉정히 말해 <트리오브라이프>는 출시 초기에 비해 유저들의 반응이 많이 나빠졌다. 무슨 생각으로 정식 서비스를 결심했는가?

 

일종의 배수진이랄까? (웃음) 더 이상 얼리액세스에 머물렀다간 여기를 벗어날 수 없겠단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냉정하게 유저 분들의 기준에 게임을 평가 받을 때가 오지 않았나라는 마음이다.

 

솔직히 개발자에게 얼리액세스는 요람과 같다. 얼리액세스 단계니 조금 마감이 부족해도 될 것 같고, 얼리액세스 단계니 조금 개발자가 고집을 부려도 될 것 같다. 이게 굉장히 안락하다. 어느날 정신차려 보니 '얼리액세스'라는 단어에 내가 기대고 있는 것이 보이더라.

 


 

 

얼리액세스에 기대고 있었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가? 개발을 대충 했다?

 

그것도 아예 없었다곤 말 못하겠다. (웃음) 하지만 그것보다 심각했던 것은 개발자 중심의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점이다. 게임은 이미 유저들에게 서비스되고 있는데….

 

창업한 사람들, 맨땅에서 게임 만든 사람들은 대부분 고집이 쎄다. 정확히 말하면 그렇게 고집이 있지 않으면 게임이 궤도에 오를 때까지 버티기 힘들다. 모든 것이 부족할 때 고집이라도 있어야 하던 것을 계속 할 수 있으니까. 최소한 <트리오브라이프>는 이런 고집 덕에 스팀에 낼 수 있었다.

 

그런데 (얼리액세스이긴 하지만) 서비스를 시작하니 이게 독이더라. 개발자가 하고 싶은 것과 유저들이 원하는 것이 다르면 우리는 개발자가 하고 싶은 것을 따라갔다. 그런데 아니더라. 게임 개발이 아이를 키우는 과정이라면, 라이브 서비스는 독립한 자식을 보는 것 같더라. 키울 때처럼 아이(게임)를 컨트롤하려고만 하니 자꾸 갈등이 생겼다. 이걸 서비스 2년 만에 알게 되었다. 정식 서비스는 정말로 개발자 중심 사고를 버리고, 유저분들이 원하는 방향, 플레이하는 방향으로 게임을 만들어 가겠다는 결심이다. 

 

아, 물론 이젠 회사에 사람도 늘고 퍼블리셔도 생겨 유저분들의 말에 잘 대응할 수 있다는 확신도 생겼고. 처음에 3~4명이서 개발과 서비스, CS를 다 했을 때랑은 천지차이일 것이다. 최소한 정기적으로 소통하고 콘텐츠 만들 준비는 됐다고 생각한다.

 

 

라이브 서비스의 세계에 온 걸 환영한다. (웃음) 그런데 개발자가 꿈꾼 <트리오브라이프>와 유저들이 원하는 <트리오브라이프>는 얼마나 다르던가?

 

예를 들어 나 같은 경우 체계적인 것을 좋아해서 개발할 때도 캐릭터 스펙에 따라 지역을 나누고 이 길을 따라 유저들이 성장하는 모델을 넣고 싶었다. 흔히들 말하는 MMORPG의 성장 루트 같이. 샌드박스 MMORPG에서 MMORPG에 집중한 셈이다.

 

하지만 유저들이 원한 것은 샌드박스와 커뮤니티였다. 유저들은 <트리오브라이프>의 세계 속에서 자유롭게 역할놀이를 하고 싶었고, 이것 저것 가지고 놀며 서로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싶었다.

 

 

 

# 무법지대였던 초창기부터 생활형 콘텐츠 보강한 정식 버전까지, '트오라'의 2년

 

역할놀이? MMORPG같은 성장 루트? 내가 아는 초창기 <트리오브라이프>와는 많이 달라진 것 같다. 내 기억 속 <트리오브라이프>는 무법지대에 혼자 떠내려와, 만나는 사람 하나 하나를 경계해야 하는 야생 같은 게임이었는데….

 

나름 2년 간 서비스된 게임이다 보니 그 사이 업데이트 된 것이 제법 많다. (웃음) 솔직히 초창기 버전은 부족한 점이 많았다. <트리오브라이프>가 추구한 것이 서바이벌 샌드박스 MMORPG였는데, 사실 서바이벌 샌드박스와 MMORPG라는 장르 자체가 같이 붙어 있기 힘든 장르다. 그런데 우린 처음에 이걸 3명이서 합치려고 했고.

 

가장 아쉬웠던 것이 자유와 방종을 착각한 것이었다. 일반적으로 (싱글) 서바이벌 샌드박스 게임은 거의 무한대의 자유가 주어진다. 하지만 다른 사람과 함께 게임을 하는 MMORPG에서 이런 자유는 반대로 다른 누군가의 자유를 침해하게 된다. 장르에 따라 자유가 방종이 되기도 하는 셈이다. 그런데 우리는 이 방종을 자유라고 착각했다. 

 

여기에 사실성(지금 와서 깨달은 것이지만 사실성과 불편한 건 다른 거였다) 추구한다고 필요한 정보도 잘 알려주지 못했으니, 초보 유저나 초식 유저는 게임이 많이 힘들었을 것이다. 더군다나 처음엔 개발진도 적어 안돼 유저분들의 니즈에 제대로 대응도 못했고. 지금 와서 되돌아 보면 정말 아쉬운 것이 많다.

 

그래도 지금은 업적 형태로 튜토리얼도 주어지고, 무법지대 같은 느낌을 덜기 위해 보완 장치도 여럿 추가하는 등 게임이 많이 달라졌다.

 

<트리오브라이프> 얼리액세스 서비스 초기의 모습

 

 

<트리오브라이프>는 기본적으로 자유도 높은 서바이벌 샌드박스 MMORPG를 표방했다. 이런 장르에서 PK 같은 것을 무작정 제어할 순 없을 것 같은데….

 

마냥 사실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면 완전한 해결이 안되더라. 게임은 게임이니까. 이걸 깨닫기까지 너무 많은 시간이 걸렸다.

 

무법지대(?) 느낌도 서바이벌 샌드박스라는 느낌을 살리고자 자유롭게 PK나 (같은 마을 사람이더라도) 훔치기 등을 허용해 생긴 것이었다. 처음엔 이를 자연스럽게 해결하기 위해 PK 했을 때 패널티 상태를 부여하거나 현상금 시스템 등을 도입했지만 완전한 해결책은 안되더라.

 

그래서 작년 하반기부터 '진영' 시스템을 추가했다. 진영이 다르면 이전처럼 자유롭게 PK하고 또 '유물 쟁탈전'이라는 경쟁 콘텐츠도 즐길 수 있지만, 같은 진영 내에선 서로 공격도 안되고 '진영 채팅'을 통해 서로 어디서든 얘기할 수 있는 방식이다. 기존에는 친구와 같이 <트리오브라이프>를 하지 않으면 사람도 만나기 힘들었고 만나도 PK 등의 이유로 경계하기 바빴는데, 이를 해소하기 위해 만든 장치다.

 

사실 다른 MMORPG에서도 많이 쓰는 장치다. 그런데 제로 베이스에서 게임을 만들다 보니 이제서야 겨우겨우 여기까지 왔다. 남들 하는 건 다 이유가 있더라. (웃음)

 

 

그럼 앞서 얘기했던 MMORPG스러운 게임성과 역할놀이 사이의 갈등은 진영 추가 이후에 생긴 것이겠다.

 

맞다. 진영이 생기기 전엔 사실상 모든 유저를 경계해야 했기 때문에 이런 니즈가 적었다. 하지만 진영이 생기고 아군이 생기며 슬슬 유저들 사이에서도 역할 분담이나 생활형 콘텐츠에 대한 니즈가 생겼다. 반면 우리는 진영이 생겼으니 MMORPG같이 성장 동선을 만드는데 더 신경썼고….

 


 

 

샌드박스 MMORPG에 성장 동선을?

 

성장 동선이라고 해서 레벨업 코스를 말하는 것은 아니다. 고급 기술에 필요한 자원을 잘 배치한 뒤, 비슷한 수준의 유저들을 그쪽으로 유도해 서로 교류나 경쟁을 하게끔 유도하기 위한 고민이었다. 

 

사실 초창기 <트리오브라이프>는 사실성이란 이름 아래 유저들에게 주어진 정보가 너무 적어 초보와 고수 간의 격차가 엄청 큰 게임이었다. 이것을 제작창이나 아이템 설명 등에서 '이걸 만들기 위해선 A, B 지역서 구할 수 있는 XX가 필요하다'라는 식으로 안내해 유저들에게 정보와 선택지를 제공하고 싶었다. 앞서 얘기한 성장, 아니 자원 동선은 이 과정에서 비슷한 수준의 유저들을 모아 더 많은 상호작용이 일어나게 하는 것이 목표였고.

 

 

그렇다면 역할놀이에 대한 유저들의 니즈는 뒤로 미룬 것인가?

 

그렇다면 정식 서비스라는 배수진을 치지 않았겠지. (웃음) 일단 이번에 정식 서비스용 빌드엔 이런 유저들의 니즈를 일부 받아들여 생활형 콘텐츠를 보강할 계획이다.

 

기본적으로 기존에 구색만 갖췄던 각종 생산, 생활형 스킬이 크게 확장된다. 주력 생산 기술들은 만들 수 있는 것이 이전에 비해 2배 가량 늘었고, 볼륨이 적었던 생산 기술도 다른 기술과 비슷한 수준으로 만들 수 있는 것이 늘었다. 여기에 추가로 낚시 같은 스킬도 추가됐고, 오픈 이후엔 악기 연주도 추가될 예정이다. 이것으로 유저분들이 원하는 것을 100% 충족시킬 순 없겠지만, 그것을 위한 기초 정도는 다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옛날 <트리오브라이프>와 비교하면 타인이나 타 진영 사이에선 여전히 긴장감 있는 분위기가 형성되겠지만, 우리 진영, 우리 편 안에서는 모닥불 피워놓고 악기 연주하는 사람 냄새 나는 분위기가 만들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개인적으론 이렇게 진영 간엔 긴장이, 진영 내엔 평화가 있는 모델이 정착됐으면 좋겠다. 평화가 소중하게 느껴지는 까닭은 평화롭지 않은 상황 때문 아닌가.

 


 

 

기존 유저들에게 이것 외에 정식 서비스에서 바뀌는 점을 얘기하자면?

 

2년 간 바뀐 것도 많고, 정식 서비스에서 추가로 바뀌는 것도 있어서 어디부터 설명해야 할 지 모르겠다. 편의 상 초창기 버전과 비교해 얘기하겠다.

 

기존 유저들에게 가장 와닿을 것은 필드의 크기와 그래픽이 아닐까 한다. 먼저 필드가 초창기 대비 4배 가까이 커졌고 동굴이나 절벽 등 필드의 지형지물도 더 다양해졌다. 여기에 추가로 그래픽 개편 작업도 진행돼 이전과는 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편의성이나 초보자 지원 면에서 많이 바뀌었다. 위에서 설명한 것 뿐만 아니라, 이젠 오랫동안 접속하지 않아 내 건물이나 마을이 부서졌어도 이젠 '복구' 기능이 생겨 쉽게 이전 건물을 복구할 수 있게 되었고, 마을 방어 시설이 이전보다 강력해져 접속하지 않았을 때도 이전보다 더 쉽게 마을을 지킬 수 있게 되었다. 심시티(?) 요소도 더 강화됐고. 대신 이젠 건물을 옮길 수 있어 마을 건물 배치를 바꾸거나 이사(!)를 가는 것도 가능해졌다.

 

경제 개념도 추가됐다. 기존에는 친구들과 같이 게임하지 않는 이상 자급자족하며 게임을 해야 했는데, 이제는 일종의 공용 경매장 같은 것이 생겨 유저 간 거래가 더 쉬워졌다. 초보 지역에 유령상인이란 NPC를 추가해 유저 마을까지 가지 못한 유저도 기본적인 경제 활동을 할 수 있게 만들었고….

 


 

 

# 얼리액세스 가격 그대로, 17일부터 정식 서비스 시작

 

정식 서비스를 앞두고 있어 그런지 이젠 어느 정도 틀이 잡힌 것 같다.

 

맞다. 솔직히 얼리액세스 시기는 밑그림, 아니 그 마저도 온전치 못했다. 이번 정식 서비스를 준비하고 <트리오브라이프>를 구상하며 만들고 싶었던 것을 얼추 그릴 수 있었다. 물론 아직 완전하진 못하지만, 기반이 만들어진 만큼 앞으로는 유저 분들 이야기 들으며 게임을 발전시키려 한다.

 

 

앞에서도 잠깐 얘기했지만, 유저들은 정식 서비스 게임을 더 엄하게 판단한다. 오드원은 작은 회사인데, 소통이나 업데이트 모두 제대로 할 수 있겠는가?

 

<트리오브라이프> 초창기 우리 인원은 4명이었고 첫 해가 지났을 땐 6명에 불과했다. 그리고 2년이 지난 지금은 17명 정도 된다. 옛날에 비하면 인원이 3~4배 늘어난 셈이다. (웃음) 

 

여기에 추가로 정식 서비스 버전을 준비하며 게임의 기반 시스템을 다이렉트 9에서 다이렉트 11로 바꿨다. 유저 분들이 당장 체감할 수 있는 것은 적겠지만, 엔진 구조를 바꾼 덕에 개발 딴에선 새로운 콘텐츠를 추가하기 엄청 편해졌다. 

 

여기에 추가로 네오브릭스라는 퍼블리셔도 생겼다. 솔직히 그동안엔 우리가 운영 경험이 없어 부족한 점이 많았는데, 이제는 전문 퍼블리셔가 운영하고 고객 대응을 하기 때문에 이전보다 훨씬 나은 모습을 보여줄 것이다. 개발과 소통 모두 이전과는 다를 것이다. 

 

 

 

솔직히 초창기에 비하면 유저가 많이 빠졌다. MMORPG는 유저가 일정 규모 이상은 돼야 재미있는 장르인데, 이에 대한 해결책이 궁금하다.

 

퍼블리셔도 생겼고 곧 정식 서비스도 시작되니 마케팅도 슬슬 시작할 예정이다. 게임스컴에도 나가고, 유튜브나 페이스북 마케팅도 준비하는 등 네오브릭스와 다방면으로 게임을 알리기 위해 준비 중이다. 또 정식 서비스가 되는 만큼 앞으로는 스팀 내 광고 슬롯을 사용할 수도 있고. 우리가 돈이 많은 것은 아니지만 최선을 다해 게임을 알리려 한다.

 

여기에 추가로 정식 서비스를 기점으로 지원 언어가 대거 추가될 예정이다. 현재 지원 언어가 한국어, 영어 포함 약 5개인데, 정식 버전에는 추가로 독일어•러시아어•브라질-포루투갈어•중국어•프랑스어가 추가된다. 이전보다 더 많은 국가의 유저들이 게임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정식 서비스가 된다면 게임 가격도 올라갈까?

 

그대로다. 지금 스팀 구매 가격이 23,000원인데, 이게 정식 서비스라고 더 오를 일은 없을 것이다. 

 

 

긴 시간을 들여 여기까지 왔다. 유저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부족한 것이 많은 나날이었다. 서비스가 처음이다 보니 잘못 생각한 것도 많았고, 그 덕에 유저 분들에게도 많은 불편을 끼쳤다. 이번 정식 서비스는 과거의 고집과 얼리액세스라는 방패에서 벗어나, 유저분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게임을 만들고 더 솔직한 피드백을 듣기 위해 선택했다. 부디 이번 정식 서비스 버전이, 그리고 우리의 변화가 <트리오브라이프> 유저분들을 만족시킬 수 있었으면 좋겠다

 

<트리오브라이프> 정식 서비스는 8월 17일 시작하고, 10일부터 17일까지 데이터 초기화되는 파이널 베타가 진행된다. 많은 관심 부탁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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