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투자로 돈 벌 생각 없다" 한국 개발사에 투자하겠다는 슈퍼셀, 그들이 찾는 팀은?

다미롱 (김승현) | 2017-12-04 10: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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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셀이 지난 11월, 한국 개발사들에게 투자 의사를 밝혔다. 금액은 무제한, 그러면서도 슈퍼셀 개발조직처럼 상대에게 100% 독립권을 보장해주는 파격적인 조건이다.

 

최근 한국 게임 시장은 대형 게임사와 중량급 작품들의 경쟁 때문에 어지간한 중소 개발사에 대한 투자가 말라 붙은 상황이다. 슈퍼셀은 이런 한국 모바일게임 시장에서 오랜만에, 그것도 개발 독립 보장이라는 후한 조건으로 투자 의사를 밝혀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과연 슈퍼셀은 왜 한국에서, 어떤 게임사를 찾고 있는 것일까? 그들에게 투자 받는 회사는 어떤 것을 얻게 될까? 12월 3일 영국 런던에서 슈퍼셀 코리아의 한국 지역 투자 담당자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슈퍼셀 코리아 '이지홍' 한국 지역 투자 담당자

 

 

# 수익이 아니라, 트렌드 '만들' 수 있는 개발사를 원한다

 

디스이즈게임: 최근 한국 모바일게임 시장은 과거에 비해 투자 시장이 극히 위축됐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개발사에 대한 투자 의사를 어떤 이유에서 밝혔나?

 

이지홍: 갑자기 한국이 아니다. 슈퍼셀은 2016년부터 전 세계를 대상으로 좋은 개발팀에 투자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본사가 유럽이라 그런지 한국에서는 이 사실이 잘 알려져 있지 않더라. 그래서 한국에도 이 사실을 알리고 싶어 지난 11월 보도자료를 냈다.

 

한국은 전세계를 통틀어 좋은 개발팀이 정말 많은 국가다. 수많은 멋진 모바일게임이 한국에서 만들어졌고, 전세계적으로 대세가 된 부분유료화 모델도 한국에서 태동해 많이 테스트됐다. 최근에도 <배틀그라운드> 등으로 성과를 입증한 바 있고. 우리는 한국에서도 좋은 개발팀을 만나 그들을 돕고 싶다.

 

 

슈퍼셀이 생각하는 좋은 개발팀, 게임이란 무엇일까?

 

트렌드를 쫓아가는 팀이 아니라, 트렌드를 만들 수 있는 팀을 바란다. 최소한 그런 목표를 가진 팀을. 반대로 단순히 유행을 쫓는 팀에게 투자하는 것은 지양하고 있다. 물론 그 편이 수익 측면에서는 좋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수익이 아니라, 좋은 게임을 원한다. 하다 못해 트렌드를 쫓아 가더라도, 그 안에서 자신만의 색을 녹이거나 새로운 시도를 껴 넣으려는 팀과 만나고 싶다.

 

 

 

그렇다면 그런 조건만 만족한다면, 어떤 플랫폼 게임이든 투자한다는 의미일까?

 

일단은 모바일이다. 아무래도 우리가 가장 잘 아는 분야가 모바일이니까.

 

대신 팀이나 프로젝트만 좋다면, 회사에 대한 다른 것은 고려하지 않는다. 실제로 슈퍼셀은 2016년 총 3건의 투자를 진행했는데, 투자 받은 곳 모두 각기 성격이 다르다. 16년 9월 투자한 '프로그마인드'는 오랫동안 핀란드 게임계에서 활약한 중견 회사인 반면, 17년 4월 투자한 쉽야드는 회사 설립 전에 우리가 본 프로젝트가 너무 매력적이어서 투자를 결심했다. 법인은 우리가 투자한 돈으로 만들어진 셈이다. 

 

 

회사에 투자하는 방법은 여럿이다. 슈퍼셀은 어떤 모델을 생각하는가?

 

우리가 원하는 투자 모델은 없다. 애초에 우리는 투자로 수익을 얻을 생각이 없다. 투자로 얼마를 벌어야 한다는 계획도 없고, 언제까지 투자금 얼마를 쏟아 낸다는 계획도 없다. 한 팀에게 최대 얼마까지 투자하겠다는 한계도 없다.

 

우리의 제 1 목표는 '최고의 팀이 만들고 싶은 작품을 만드는 것'이다. 이는 우리 슈퍼셀의 개발 철학이다. 하지만 핀란드 헬싱키에선 우리 팀을 모으는 데 한계가 있어, 아예 우리가 멋진 팀을 발굴해 그들에게 만들고 싶은 것을 만들 수 있는 기회를 주고자 한다. 반대로 이런 팀이 없다면 억지로 투자금을 쓸 생각은 없다.

 

 

 

# 자율권 보장, 마감과 허들은 X. 슈퍼셀 수준 개발 환경 보장하겠다

 

그렇다면 이번에 밝힌 투자의 궁극적인 목표는 슈퍼셀의 개발 조직을 더욱 늘리는 것인가?

 

다르다. 이건 인수가 아니라 투자다. 투자한다고 그 회사가 슈퍼셀이 되는 것은 아니니까. 하지만 최고의 팀에게 자율권을 주고 그들이 만들고 싶은 것을 만들게 돕는다는 측면에선 비슷하다.

 

물론 우리는 궁극적으로 우리가 발견한 최고의 팀과 같이 일하는 것을 꿈꾼다. 다만 이것이 슈퍼셀이라는 테두리 안에서만 가능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실제로 그동안 투자한 회사들은 지금도 우리와 '서로' 노하우를 주고 받으며 교류하고 있다. 

 

 

교류라 함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을 뜻하는가?

 

메일 등으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대표적이다. 다만 이것과 별개로, 2018년엔 개발자 컨퍼런스를 열어 스킨쉽을 더욱 강화할 예정이다. 이미 우리는 핀란드에서 '게임스 퍼스트'라는 개발자 컨퍼런스를 개최하고 있다. 그리고 2018년 1월에는 이 행사를 '영국 런던'에서도 개최할 계획이다. 그곳에서 현지 개발자들은 물론, 우리가 투자한 회사 개발자들도 만나 보다 적극적으로 노하우를 공유할 예정이고. 

 

앞으론 이렇게 서로 노하우를 공유하고 스킨쉽을 늘릴 수 있는 행사를 더욱 늘릴 계획이다.

 

 

투자와 노하우 공유 외에, 투자 받는 회사가 추가로 얻을 수 있는 것이 있다면?

 

게임을 개발하는 사람들이 가장 바라는 것이 '만들고 싶은 게임을 만드는 것'이더라. 그런 의미에서 슈퍼셀은 가장 좋은 파트너가 아닐까? (웃음)

 

대표적으로 우린 데드라인 같은 것이 없다. 창조적인 일은 강제로 쪼아서 만들 수 없다는 믿음 때문이다. 실제로 우리뿐만 아니라 전세계 적지 않은 개발사가 정해진 플로우를 따랐을 때 보단, 리스크를 감수하고 극한까지 몰린 끝에 혁신적인 게임을 만든 사례가 많다. 최근 한국의 <배틀그라운드>도 이와 비슷한 사례고. 우린 모바일 게임이라 해도, 대작이라 불릴 만한 작품은 오래 갈고 닦아 최고의 작품에 도전할 때 탄생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 리스크? 새로운 시도가 위험한 것은 당연한 일

 

아무리 투자로 수익을 거둘 생각이 없다지만, 너무 리스크가 크지 않을까?

 

애초에 슈퍼셀이 개발하는 방식 자체가 리스크가 크다. (웃음) 

 

하지만 리스크를 감수하고 실패를 장려한다는 것이 우리가 가진 가장 큰 장점이다. 게임 산업에서 새로운 것을 시도하려면 이렇게 리스크를 안고 갈 수 밖에 없다. 리스크를 두려워한다면 새로운 것을 시도할 수 없다. 실제로 우리 안에서도 매년 수시로 새로운 작품들이 시작되지만, 시장에 나오는 게임은 극히 일부다. 하지만 우리는 이런 시도를 계속 한 덕에 이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

 

 

슈퍼셀은 프로젝트를 시장에 내기 위한 기준이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그렇다면 이 기준이 투자사들에게도 적용될까?

 

전혀 아니다. 우리는 투자사에게 우리가 우리 개발팀에게 그러하듯이 완벽한 독립성을 보장할 것이다. 다만 우리의 프로젝트 기준이 투자하는 팀이나 프로젝트를 결정하는데 영향을 줄 순 있다.

 

 

 

 

 

투자한 회사에게 독립권을 주겠다고 하고, 추가로 출시 작품에 대해 허들도 적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아무리 투자로 수익을 보지 않겠다고 말했지만 손해 아닌가? 솔직히 아무리 슈퍼셀이라지만 믿음도 잘 안간다.

 

우리에겐 제 2의 <클래시 오브 클랜>이나 <클래시 로얄> 같은 작품이 나와주는 것이 이득이다. 게임성, 그리고 트렌드를 선도하며 얻은 이익 양쪽 모두. (웃음)

 

물론 리스크가 크고 어찌 보면 허황될 수 있다는 것도 인정한다. 하지만 모바일게임은 PC 온라인게임과 달리 열망이 있다면 도전할 수 있는 장르다. 적어도 아직은. 우리는 이 열망을 돕고 싶다. 우리도 그렇게 게임을 만들었기에.

 

 

마지막으로 한국 개발사, 개발팀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최근 글로벌 시장에 대한 얘기를 많이 듣는다. 게임이 성공하기 위해선 한국뿐만 아니라 글로벌 시장까지 염두에 두고 개발해야 한다는 의미다. 슈퍼셀의 시작도 이와 같았다. 핀란드는 너무나도 작은 나라다. 때문에 슈퍼셀은 살아남기 위해 글로벌을 생각할 수 밖에 없었다.

 

이런 것을 보면 슈퍼셀이 글로벌을 보며 핀란드에서 개발을 시작한 것과 한국 개발사들이 글로벌을 보며 개발하고 있는 것이 다를 바가 없다고 생각한다. 한국에 좋은 개발사가 많으니, 게임을 만들 때 처음부터 글로벌을 염두에 두고 개발한다면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이왕이면 노하우 많은 우리와 함께 한다면 더 좋을 것 같고. 

 

참고로 이건 투자뿐만 아니라 채용에도 포함되는 얘기다. 만약 창업하고 싶은 마음은 없는데 혼자서라도 글로벌하게 게임을 만들고 싶다면 슈퍼셀로 와달라. 우린 항상 열려 있다. 헬싱키는 정말 살기 좋은 곳이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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