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게임미술관](20) 단 한장의 그림으로 라이엇 러브콜을 받다, 프리랜서 아티스트 이지훈

너부 (김지현) | 2019-06-03 10:32:32

디스이즈게임이 ‘게임미술관’을 통해 대중에게 알려지지 않은 게임업계 금손 아티스트들을 소개합니다. 작품과 함께 작품의 목적과 작업 과정을 소개함으로써 유저들에게는 흥미로운 읽을 거리를, 지망생들에게는 참고가 될 자료를 제공하고자 합니다.

이지훈 아티스트

단 한 장의 그림으로 라이엇 게임즈의 러브콜을 받은 아티스트가 있습니다. 오늘 소개할 이지훈 아티스트가 그 주인공이죠.

그는 올해로 프리랜서 경력 9년 차를 맞은 일러스트레이터입니다. 그의 커리어를 보면 한 가지 특이한 사실이 있는데, 단 한 번도 직장 경험이 없지만 이름만 들어도 아는 해외 개발사들의 러브콜을 꾸준히 받아왔다는 사실이 그것입니다.

이 아티스트는 라이엇 게임즈, 밸브, 넷이즈, 게임즈 워크샵 등 유명 게임사와 함께 일했고, 밸브로부터 PAX 2018에 초청받기도 했다네요. 지금 그는 라이엇 게임즈와 단독 계약을 맺어 작업에 임하고 있습니다.

 

라이엇 게임즈의 눈에 들었던 이지훈 아티스트의 개인작 <Grave Guard>. 이 작품을 통해 만난 이지훈 아티스트와 라이엇 게임즈의 연은 7년째 이어지고 있습니다.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 중인 그의 어린 시절 꿈은 '만화가'였습니다. 하지만 이지훈 아티스트의 독특한 화풍이 '상업용 만화 작업에 적합하지 않다'는 주변 사람들의 조언으로 새로운 꿈을 펼치게 됐다는데요.

이지훈 아티스트는 면이 강조된 유화풍 작품을 주로 그립니다. 그의 말을 빌리자면 과거 만화가 지망생 시절에는 '선으로 면을 만드는 수준'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선 터치가 많았다고 하는데요. 선을 깔끔하게 그리고 톤으로 면을 정리하는 상업 만화 작업과 전혀 다른 방식입니다.

 

2018년 개인작

그가 본격적으로 일러스트레이터의 길을 걷기 시작한 건 2009년 이후부터입니다. 군대를 전역하고 처음 그래픽 태블릿을 접하면서 디지털 일러스트를 배웠는데요. 당시 그는 그림으로 먹고살기 위해서가 아닌 순수하게 '더 좋은 결과물'을 그리기 위해 공부했다고 합니다. 

"그냥 그리는 것 자체에 빠져있을 정도로 그림이 즐거웠어요. 그러다 집안 상황이 어려워지면서 그만둘까 생각도 했었죠. 그때는 그림으로 먹고살 수 있는 게 불가능하다고 생각했었거든요"

 

 

2018년 개인작

 


# 효율적인 작업을 위해 버린 '안 좋은 습관 두 가지'

 

여러분은 '프리랜서'라고 하면 어떤 단어가 생각나시나요? 아마 대부분의 사람이 '자유로움'을 가장 먼저 떠올리실 거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지훈 아티스트는 프리랜서야말로 자유가 적다고 강조합니다. 혼자 작업하는 만큼, 남는 시간에 더욱 치열하게 고민하고 공부해야 하기 때문이죠.

이 아티스트는 특히 일러스트레이터로서 '자신의 오리지널'을 찾기 위한 여러 시행착오를 겪었습니다. 그가 말하는 오리지널에는 색채나 화풍도 있지만, 이지훈 아티스트는 그중에서도 나만의 효율적인 작업 방식을 찾길 권했습니다.

그는 혼자 일을 하며 '오리지널을 만들기 위한 작업 방식'을 고민해 왔는데요. 그중에서도 자신이 그간 일하며 버렸던 두 개의 안 좋은 습관을 언급했습니다. 

첫 번째는 그림을 확대해 보는 습관입니다. 인물 전신을 그린다고 가정해봅시다. 작품을 그리던 중 신발을 그리기 위해 발 부분을 확대해 그리면 다른 부분의 퀄리티와 이질감이 생기기 쉽습니다. 그림을 보는 사람들이 시선을 어떻게 움직이는지, 가장 먼저 어딜 보는지 등 그림의 전체를 봤을 때 느껴지는 조화에 집중해야 그림의 퀄리티를 높일 수 있다고 이 아티스트는 말합니다.

두 번째는 디테일에 집착하는 습관입니다. 천과 가죽의 질감을 살리기 위해 하나하나 노력한다고 하더라도 다음 날 비교해보면 사실상 작품에 큰 변화가 없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이지훈 아티스트 역시 두 가지 습관을 버리면서 좀 더 조화로운 형태의 그림을 그리는 방식을 고민하게 됐다고 하네요.

 

2017 개인작

 


# 프리랜서라면 자기 검열은 접어두고, 자기 어필은 꾸준하게

 

프리랜서를 지망하거나 활동하고 있는 분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 어필'입니다. 자신에 대한 클라이언트의 신뢰를 높여야 더 많은 업무 기회가 주어지기 때문이죠. 

이지훈 아티스트는 프리랜서를 지망하는, 혹은 프리랜서로 전향하려는 아티스트들에게 '자신의 작품을 검열하지 말라'고 당부했습니다. 그리고 완성작이 아니더라도 매일 자신의 작품을 꾸준히 올리길 권장했습니다. 작업을 위해 어떤 노력을 했고, 무엇을 배웠는지 등 노력의 과정이 담겼다면 그 과정 또한 클라이언트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오기 때문이죠.

많은 아티스트들이 자신의 작품을 공개된 포털에 올리기를 힘들어합니다. 다른 아티스트들의 작품에 비해 퀄리티가 낮다는 생각이나 부담을 갖기 때문인데요. 이지훈 아티스트 역시 처음에는 마찬가지였습니다.

"지금은 없어졌지만 씨지허브라는 포털이 있었어요. 거기서 다른 분 작품을 보고 정말 충격받았었죠. 세상에 '존잘'이 이렇게 많다니(웃음) 정말 불안해하면서 팬아트를 한 장 올렸는데 그게 홈페이지 메인에 올라와서 많이 놀랐었어요"

 

2014 개인작

 


# 나만의 색채 유지하기 위한 끊임없는 공부는 필수

 

하지만 '자신의 색채'를 유지할 수 있는 점은 프리랜서의 매력이라 언급했습니다. 프리랜서는 보통 작품을 통해 클라이언트와 연결되기 때문에 자신의 화풍을 살려 작업을 할 수 있죠. 이지훈 아티스트 역시 본인의 화풍과 맞는 서구권 개발사에서 주로 연락이 왔죠. 그리고 화풍에 대한 개발사의 이해가 있으니 피드백 과정도 길지 않습니다.

"밸브와 일했을 때는 작품에 대한 기획서를 받고 작업에 들어갔었어요. 기획서에는 작품에 대한 스토리, 표현해야 할 장면이 쓰여 있어요. 살려줬으면 하는 표현이나 주의점 정도 주고받았고 작업 중 큰 수정은 거의 없었죠"

아래의 작품 역시 밸브로부터 기획서를 받아 작업 됐습니다. '터스크라는 캐릭터가 라이벌과 술을 먹다가 화를 내며 테이블에서 일어나는 장면'을 그리는 게 이 아티스트의 과제였죠. 여담이지만 해당 캐릭터가 들어간 카드를 5개 이상 작업하면서 가시 표현만큼은 자신이 붙었다고 하네요.

 

2017 <아티팩트> 작업물

 

물론 이는 끊임없는 공부가 뒷받침돼야 가능합니다. 이지훈 아티스트는 개인적으로 작품의 '빛'을 표현하는 데 가장 많은 시간을 쏟는데요. 물체의 질감에 따라 반사각이 얼마나 일어나고 톤이 얼마나 변화하는지 등 빛의 묘사가 섬세해야 사물을 더욱 사실적으로 그릴 수 있기 때문이죠.

 

그는 아래 일러스트 속 반지를 사실적으로 그리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동원했다고 합니다. 메탈 계열의 반지에서 느낄 수 있는 질감을 표현하기 위해 사진은 기본, 3D 프로그램을 활용해 빛의 관계를 계산하거나, 실제 반지에 빛을 쐬며 확인하기도 했죠.

 

"저는 그림을 그리기 전에 작품을 그리기 전에 어떤 지식이 필요한지, 그리고 어떤 부분을 보강해야 하는지 철저하게 체크해요. 예시가 될 만한 레퍼런스도 꼼꼼하게 찾아보죠. 지금도 마찬가지고요" 

 

2017 <아티팩트> 작업물

앞서 설명했듯 이지훈 아티스트는 현재 라이엇 게임즈와 단독 계약을 맺고 작업하고 있습니다. 현재 그리고 있는 작품은 아직 전혀 공개되지 않았다니 앞으로 공개될 일러스트가 매우 궁금하네요. 

"라이엇이랑 피드백 주고받을 때도 칭찬하지 말라고 항상 말해요. 정말 감사하고 기쁘지만 저 자신한테 만족할 것 같아서요. 처음에도 그랬고 지금도 더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언젠가 제 그림을 봤을 때 만족스러울 수 있는 수준까지요 :)"

아래는 이지훈 아티스트의 개인작과 <아티팩트> 작업물 일부입니다. 더 많은 작품은 아트스테이션(링크)를 참고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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