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눈빛에서 느껴질 수 있는 내러티브, 그것이 원화의 매력” 엑소스 히어로즈의 손민석 AD

홀리스 (정혁진) | 2019-12-23 10:3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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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이즈게임은 ‘게임예술관’을 통해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게임업계 금손 아티스트들을 소개합니다. 작품과 함께 작품의 목적과 작업 과정을 소개함으로써 유저들에게는 흥미로운 읽을거리를, 지망생들에게는 참고가 될 자료를 제공하고자 합니다.

라인게임즈의 신작, <엑소스 히어로즈>가 지난 11월 21일 출시했습니다. 게임은 수집형 RPG라는 대중적인 장르를 표방하며, 고퀄리티 그래픽으로 출시 전부터 여러 차례 테스트를 거치며 호평을 받았습니다.

특히, 많은 이들이 이 게임에서 주목하는 부분 중 하나가 바로 ‘아트워크’인데요, 독특한 화풍으로 ‘엑소스’ 세계관 캐릭터를 멋지게 표현했다는 평을 받고 있습니다. 이는 <엑소스 히어로즈>의 개발사 ‘우주’에서 아트디렉터를 맡고 있는 손민석 씨의 손에서 탄생했습니다.

그는 15년 업계경력을 거치며 <앨리샤 프로젝트>를 비롯해 <로스트 판타지>, <핑거 나이츠> 등 여러 게임에 몸을 담았습니다. <엑소스 히어로즈>는 아트디렉터로서 그의 3번째 출시작이기도 하다네요. 특별한 수식어나 화려하지 않아도, 캐릭터만 봐도 그의 내러티브가 느껴지는 작업이 늘 좋다는 그를 만났습니다.

 

게임예술관 40화 - 우주 손민석 아트디렉터

먼저, 본인에 대해 간략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우주에서 <엑소스 히어로즈> 아트디렉터를 맡고 있는 손민석이라고 합니다. 게임업계에 몸을 담은 지는 약 14~15년 정도 됐고요, <엑소스 히어로즈>를 포함해 아트디렉터로서 선보인 게임은 벌써 3번째가 됩니다.


출시 전부터 두 차례 CBT를 하기도 했고, 출시까지 게임에 대한 반응이 괜찮습니다. 특히 아트워크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데요, 소감이 어떠신가요?

좋습니다. 제일 먼저 들었던 것은 '안도감'이고요(웃음). 아무래도 요즘 게임업계 트렌드가 특정 방향으로 치우치고 있잖아요. 그러다 보니 조금은 다른 방향을 택한 <엑소스 히어로즈>가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을까 많이 걱정했습니다.

원화를 담당하며 2년 간 게임을 함께 개발했는데, 거의 매달 한 번씩 '우리 게임이 제대로 가고 있는 것일까' 하고 깊게 고민도 했습니다. 아, 물론 방향성은 확고했지만요. 출시 전이다 보니 그런 생각이 들었던것 같습니다. 그래도 이렇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것을 보니 방향을 잘 잡았구나 하고 안심이 듭니다. 원화도 좋아해주셔서 감사하고요.

 


위에서 '방향성'이라고 말씀하셨는데요,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 설명 해주실 수 있나요?

아마 아트디렉터라면 많은 분들이 고민하는 것이 아닐까 싶은데요, 아트팀이 심혈을 기울여 작업한 화풍을 3D로 어떻게 잘 옮길지에 대한 점입니다.

게다가 모바일 디바이스 화면도 한계가 있다 보니, 그 안에서 너무 무겁게 하는 것도 좋지 않아 보였고요. 가벼움과 무거운 요소를 적절히 혼합하는 것이 관건인 것 같습니다. 툰 방식, 쉐이더 방식에 대해서도 고민했고, 방향성을 어느 정도 찾아 이렇게 선보일 수 있게 됐습니다.


원화 작업을 거친 결과물을 보면 어떠신가요? 더불어 에피소드가 있다면.

큰 틀에 있어서는 어느 정도 잘 잡아낸 것 같습니다. 다만, 좀 더 깊이 있는 원화 작업, 연출을 거쳤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더라고요. 다른 분들도 마찬가지일까요?(웃음)

에피소드라면 <엑소스 히어로즈> 작업을 막 시작했을 때 생각이 나는데요, 처음에는 나름 제 기준을 가지고 '이런 방향성으로 원화 작업을 해야지' 하고 생각했었어요. 전작에서 극히 일부분만 참고하고 제가 정한 부분 위주로 진행하려 했죠.

그런데 막상 기획안 브리핑을 들어보니 '엑소스' IP가 너무 매력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새롭게 작업하기 보다 전작 <엑소스 사가>를 계승하는 것이 맞겠다고 판단했고 그쪽으로 집중하기로 했죠. 디자인 부분도 마찬가지였는데, 전작을 작업한 디자이너들이 워낙 훌륭하게 작업해서 완성도가 제법 높았어요. '시어칸' 캐릭터 같은 경우도 나무랄 데가 없더라고요. 전체적으로 계승하되, IP의 특징을 더욱 잘 끌어올리는 방향으로 진행하게 됐습니다.

여담으로, 우주와 합류하게 된 과정도 나름 에피소드라 할 수 있겠네요. 곱창에서부터 시작됐죠(웃음). 농담이 아니고 정말입니다. 다른 게임사 지인과 일 얘기를 하려고 식당을 갔는데, 우연치 않게 뒷 테이블 분들의 얘기를 들었는데 그분들도 동종업계 계시더라고요. 그래서 어쩌다 보니 합류하게 됐는데 그 분 중 한 분이 지금 <엑소스 히어로즈>를 맡고 있는 최영준 디렉터였어요.

더욱 재미있는 것은 최영준 디렉터도 저와 같이 일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고 하더라고요. 저도 평소 우주의 게임들에 대해 관심이 많았었는데, 정말 우연의 일치였어요. 그렇게 서로 친분을 유지하다가 우주에 합류하게 됐습니다. 

 

'엑소스 히어로즈'의 주인공 '제온'.




'엑소스 히어로즈'의 캐릭터 원화들.

꽤 독특하네요(웃음). <액소스 히어로즈> 원화 작업을 하면서 가장 애착이 가는 것이 있다면요?

음... AD로서 특별히 하나만 꼽을 수 있을까요. 솔직히 애착이 가지 않는 것은 없어요. 캐릭터의 경우 모든 제작과정, 마스터링이 제 손을 거쳤죠. 작업자들도 마찬가지로 애정을 느낄거예요. 아, 게임을 진행하다 보면 가장 초반 마을 '쿤타라'가 있는데, 나름 신경 썼던 기억이 납니다. 사실 지금 규모보다 더 크게 만들고 싶었는데, 조금 조절했거든요. 

 

'엑소스 히어로즈'의 쿤타라 마을.<br/>

조금 개인적인 부분을 여쭤볼게요. 게임 원화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요?

저는 시각디자인 학과를 나왔어요. 디자인이 정말 좋아서 시작했는데 막상 졸업 시즌이 다가오고 사회에 들어서려 하니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더라고요. 그때 눈길이 갔던 것이 게임이었고 원화의 매력을 알게 됐어요. 당시 즐겨 한 게임이 <릴 온라인> 이었는데, 특이하게도 당시 <릴 온라인>에 참여 했던 개발자님이 <엑소스 히어로즈> PD이기도 해요.

처음부터 '원화'라는 파트를 알고 진로로 결정하진 않았는데, 업계를 알게 되면서 여러 게임을 접하게 됐고, 여러 분들 중 시프트업 김형태 대표의 그림을 인상깊게 보면서 게임 원화에 대한 매력을 더욱 잘 알게 됐습니다. 처음에는 툴을 전혀 다루지 못해 원화만 그리는 영역부터 시작하다가, 조금씩 익숙해지고. 그러다가 작업물의 완성도를 끌어내기 위해 고민하면서 운영적인 관점에서의 시각도 키워졌던 것 같아요. 시간이 지나 보니 아트디렉터 자리까지 오게 됐습니다.


여러 작업하신 결과물들의 공통적인 특징, 성격은 무엇이 있을까요?

원화 작업을 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캐릭터를 봤을 때 한 눈에 명확한 내러티브가 느껴지거나 혹은 궁금함을 불러일으키는 요소를 집어넣으려고 한 것 같아요. 아무래도 외형, 캐릭터의 인상이 중요하겠죠. 캐릭터의 성격도 반영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과거 작업한 게임 중 <말과 나의 이야기, 앨리샤>가 있는데 그 게임의 유저 캐릭터 콘셉트가 현재 시대에서 게임의 시대로 떨어진다는 설정을 가지고 있었어요. 의상 자체에서 조금 뭐랄까... 배경과 살짝 어색함이 느껴지는 분위기도 느껴져야 했죠. 그래서 현대 의상에 중세시대 갑옷을 입히는 콘셉트를 선택했어요.

 


<말과 나의 이야기, 앨리샤>는 남, 여 주인공이 모두 제가 작업했어요. 제가 너무 하고 싶던 프로젝트였는데 함께 할 수 있는 기회를 준, 버킷리스트기도 했죠. 결과를 떠나서요. 아트 디렉터로 처음 인정 받을 수 있게 해준 것으로는 <로스트 판타지> 남자 주인공이 있습니다. 여러 차례 시행착오를 거쳐서 고생 끝에 나온 결과물이기도 해요.

<로스트 판타지>에서 남자 주인공의 경우 한쪽 팔을 잃은 것을 강조해 그의 스토리가 궁금하게 만들고자 했습니다. 이번 <엑소스 히어로즈>에서도 주인공 '제온' 캐릭터의 경우, 무기인 칼에 담긴 의미를 강조한 모습을 그려봤습니다.

 





로스트 판타지의 원화들.

전반적인 작업 프로세스를 보면 다른 분들과 크게 다르지 않는것 같기는 합니다만, 사실 적지 않은 기간 원화를 작업하다 보니 누군가의 과정을 답습하기 보다 독학을 하며 조금씩 단점을 보완해왔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엑소스 히어로즈>에서의 모습도 그런 결과물이라고 볼 수 있고요.

한 가지 조금 강조하고자 하는 부분은, 선화를 따서 그리는 과정을 보면 보통 기본 색을 입히고 묘사 등 세부적인 부분을 더하는데요. 저는 한 면 안에서 여러 색감을 내려고 했던것 같습니다. 색감을 잘못 내면 그림이 분산되는 느낌이 들거든요. 그래서 여러 색감을 내되 조금씩 묶는 시도를 했어요. 초벌 과정을 거친 다음 색을 입히고 안부나 묘사에 들어가죠.

 

손민석 아트디렉터의 원화 작업 과정.

특히 강조하는 부분은요?

화려한 갑옷 보다는 한 발 멀리 봤을 때 명확하게 드러나는 느낌이 좋은것 같아요. 색감이나 실루엣 같은거요. 스토리가 궁금해지는 분위기도. 보통 일반적인 MMORPG에서 드러나는 화려한 느낌은 선호하는 편이 아니에요.

 

손민석 아트디렉터가 작업한 '핑거 나이츠'의 캐릭터 원화들.

뭐랄까, 조금은 '엣지' 있는 외모를 위해 화려하게 꾸밀 법도 한데... 덜 꾸미면서 개성을 드러내게 한다는 것이 쉽지는 않았을것 같아요.

원래 그런 스타일로 표현하는 것을 좋아하다 보니 크게 거부감은 들지 않았어요. 같이 일하는 원화팀은 반대일 수 있지만...(웃음). 그래서 보통 팀원들에게 디자인의 강약에 대해 많이 얘기해요. <엑소스 히어로즈>의 전체적인 분위기도 그에 부합하기도 하고요. 그러면서 무게감 있게 표현하는 것을 기본으로 삼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원화 작업을 한 과정을 돌아보면 어떠신가요? 만족하시나요?

그럴리가요. 많이 발전했다는 느낌은 들지만, 더욱 공부하고 나아져야겠다는 생각만 들어요. 오래 지나면 타성에 젖기 마련인데, 그러지 않으려고 저는 제가 신입 때 처음 그린 그림을 아직도 가지고 다녀요. 보면서 발전한 것에 대한 뿌듯함도 느끼고, 초심을 항상 잃지 않으려고 하고 있습니다. 

 

손민석 아트디렉터가 항상 가지고 다닌다고 하는 첫 작업물.

앞으로 해보고 싶은 것이 있다면요?

10년 넘게 원화를 그려왔지만 원화가의 입장에서 원화의 깊이를 더 연구할 필요가 있을것 같아요. 무언가... 눈에 띄는 한 단계 발전을 해야 할 시점이 왔다고 생각이 들더라고요. 위기의식도 들고요.

개인적으로는 '엑소스' IP가 너무 마음에 들어서 다음 프로젝트도 해보고 싶어요. 물론, 지금 <엑소스 히어로즈>도 정말 잘됐으면 좋겠거요. 그밖에...  판타지 장르를 계속 하다 보니 근미래 같은 좀 색다른 장르도 시도해보고 싶네요.


마지막으로 게임의 팬에게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게임을 통해, 기분 좋은 편안함을 제공하고 싶었어요. 앞서 얘기한 내러티브가 느껴지는 얘기도요. 아무쪼록 <엑소스 히어로즈>를 하면서 그런 부분이 많이 느껴졌으면 좋겠습니다. 앞으로 더욱 좋은 작품을 계속 선보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아래는 손민석 아트디렉터가 작업한 '엑소스 히어로즈' 캐릭터 원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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