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차이나랩] '배틀그라운드'는 중국게임시장의 판도를 바꿀 수 있을까?

모험왕 | 2017-09-11 16:5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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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L(리그오브레전드)'는 현재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 최고의 게임이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많은 사용자가 플레이하고 있고, 가장 높은 수익을 내고 있다. 수익이라는 측면에서는 올 연말 '왕자영요'가 신기록을 경신할 가능성이 매우 커졌지만, '왕자영요'도 궁극적으로는 'LOL'의 아류라는 것을 피할 수는 없으니 새삼 'LOL'은 대단한 게임이라 평가할 수밖에 없다. 물론 더 거슬러 올라가면 'LOL'도 '워크래프트 3'에서 모티브를 얻긴 했지만 말이다. 

 


 

나는 'LOL'의 인기를 두 가지 관점에서 보는데 하나는 ‘플레이하는 것이 즐겁고’ 다른 하나는 ‘보는 것도 즐겁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보는 것이 즐겁다 보면 플레이하게 된다. 플레이하는 사람은 어쨌든 본다. 플레이를 잘 하기 위해서라도 보고, 보는 것 자체가 재밌어서 보기도 한다. 어쨌든 직접 플레이하는 것과 타인의 플레이를 시청하는 것은 상호 보완적인 측면에서 게임의 재미와 인기를 유지하는 데 큰 역할을 차지한다. 그리고 그런 면에서 'LOL'은 독보적이었다. 

 

나는 이것을 단순 이스포츠 영역에서만 접근하기보다는 일종의 문화 트렌드라고 봐야 옳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트위치TV가 생겼고 큰 인기를 끌었듯이 말이다. 'LOL'은 그 트위치TV에서 무려 34개월 동안 월간 시청 시간 1위를 굳건히 지켰다. 최근 3년간 매출 1위에 시청 시간 1위였으니 내가 전에 말한 최고의 게임이 갖춰야 할 두 가지 조건을 완벽하게 채운 게임이었다.​ 

 

 

# "왕위를 계승하는 중입니다", '배틀그라운드'의 등장

 

그런데 이러한 탄탄한 'LOL'의 인기를 넘보는 도전자가 생겼으나 바로 한국 블루홀에서 개발 및 서비스를 하는 '배틀그라운드'이다. '배틀그라운드'는 수많은 기록은 경신하고 있는데 그중 가장 의미 있는 기록은 스팀 동시접속자 1위(어제자 110만 돌파)를 기록하고 있다는 점과 트위치TV의 월간 시청시간 1위를 'LOL'로부터 빼앗았다는 점을 들고 싶다. 'LOL' 입장에서는 34개월 만에 1위를 빼앗긴 셈이다.

  

 

더 놀라운 것은 '배틀그라운드'의 현재 상승세가 고점이 아닌 당분간 어디가 끝일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무섭게 올라가고 있다는 점이다. ​이 게임이 현재 유일하게 스팀 버전만 서비스되고 있다는 걸 생각하면 더욱 놀랍다. 게다가 결정적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사용자와 수익을 낼 수 있는 중국에선 아직 정식 서비스가 되지 않았다.

 

 

# 뜨는 해가 있으면 지는 해도 있는 법

 

나는 개인적으로 '배틀그라운드'의 중국 판권을 가지고 가는 회사는 향후 10년간 중국 게임시장에서 막강한 주도권을 쥘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다. '미르의 전설' '던전앤파이터' '크로스파이어' 등 중국 시장에서의 최고 인기를 구가한 한국 게임 IP의 계보를 이어갈 뿐만 아니라 'LOL'이 현재 지키고 있는 중국 및 세계 최고 게임이라는 권좌까지도 누릴 수도 있다고 보는 것이다.​ 

 

그 이유를 좀 더 부연하자면 일단 중국에서 현재 1~3위 게임을 오랫동안 차지하고 있는 'LOL', '크로스파이어', '던전앤파이터'가 나온 지 너무 오래되었다는 점을 우선 이야기 하고 싶다. 'LOL'를 제외하고 서비스 시작한 지가 10년이 훌쩍 넘었고 'LOL'도 10주년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사실상 인기의 고점은 이미 찍었고 이제는 하락세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신규 유저의 유입은 없고 기존 유저를 붙잡아 두는데 주력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동시접속자는 줄어들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인데 'LOL'은 플레이 외에 보는 즐거움이라는 강력한 인기비결이 있기에 비교적 탄탄하지만 '크로스파이어'와 '던전앤파이터'는 끝없는 업데이트와 다양한 마케팅과 이벤트 등 뛰어난 운영으로 현재를 유지해야 하는 하락세의 게임일 수밖에 없다. 무너지지 않을 것 같았던 원조 한류 게임인 '미르의 전설'도 서비스 10년이 넘어가니 하락세가 가속되었고, 이제는 IP의 권리 획득이 화두가 된 것처럼 가는 세월은 사람에게도 서글프지만, 게임도 마찬가지다. 영원한 것은 없다.​ 

 

 

# 시장의 대세를 거스른 게임 '배틀그라운드'

 

사실은 중국 게임업계에서도 PC 클라이언트 게임 산업에 대한 기대는 상당 부분 접었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개발되는 프로젝트 자체가 극히 드물 정도니 말이다. 현재 강력한 캐시카우인 PC 게임들의 미래를 대체하는 것으로 주요 회사들은 모바일 게임을 밀고 있었다. 그리고 작년 처음으로 모바일 게임 시장이 전체 게임 시장 규모의 절반을 넘어서며 그 가능성을 보였고 '왕자영요' 같은 게임이 올 1분기 매출 1조를 찍으면서 그 예측이 맞아떨어지는 것처럼 보였다. 

  


그런 가운데 '갑톡튀'처럼 '배틀그라운드'가 등장했다. 놀랍게도 'LOL'이 가지고 있는 모든 인기의 비결을 다 갖춘 채 말이다. 여기에 서바이벌 FPS라는 장르적 신선함과 최신 게임의 기술력까지 더해 게임의 본산인 미국시장을 단기간에 점령해 버렸다. 난 내 생애에 스팀 동접자 1위라는 타이틀을 한국게임이 가져가는 광경을 보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엔씨나 넥슨도 하지 못했던 일을 블루홀이 해냈다.

 

중국 게임업계에서는 정체된 PC 클라이언트 게임 시장의 호황을 10년쯤 늘려나갈 수 있는 강력한 콘텐츠를 발견한 셈이니 눈과 귀가 번쩍 뜨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PC 게임은 모바일 게임보다 만들기도 힘들거니와 돈과 시간이 많이 든다. 완성된 프로젝트보다 중간에 엎어지는 프로젝트가 더 많다. 여기에 모바일 디바이스의 성능이 PC 수준으로 발전하면서 개발자들의 원하는 것을 펼치기에도 부족함이 없어졌다. 개발사 혹은 퍼블리셔 입장에서는 만들기도 어렵고, 시간과 돈도 많이 들고, 무엇보다 PC 앞에 앉아야 게임을 할 수 있는 편의성의 한계를 지닌 PC 게임보다는 그 모든 것을 대체할 가능성이 높은 모바일 게임 개발 쪽으로 대부분 넘어갔다. 그게 시장의 대세였다. 

 

 

# 메마른 땅에 든 단비 같은 게임

 

하지만 게임 유저들 입장에서도 그럴까? 유저 입장에서는 ‘새로운 게임’, ‘재밌는 게임’에 대한 갈망은 전 세계 어디서나 같다. 20년째 '리니지'를 하고 있고, 15년째 '서든어택'을 하는 한국 유저들은 그 이상의 재미를 줄 수 있는 게임을 못 찾고 있다 보니 오래된 게임을 하는 것이고, 마찬가지로 'LOL', '크로스파이어', '던전앤파이터'를 하는 중국 유저들도 해당 게임을 대체할만한 것이 없기 때문에 붙잡고 있다. 시간이 흘러 그래픽도 노후화되었고, 게임 시스템이 좀 지겨워져도 그 이상의 게임이 나오지 않으니 어쩌겠는가? 

 

반면 모바일 게임으로 넘어온 유저들은 자동전투와 뽑기에 지쳐, 코어한 게임을 통해 쫄깃한 손맛을 맛보고 싶고, 그들은 그것을 위해서 언제든지 지갑을 열 준비가 되어 있다고 본다. 그런 시장의 갈망에 비해 공급자인 개발사와 퍼블리셔가 만족스러운 대응을 못 하고 있었는데, 그 시기에 '배틀그라운드'가 나왔다. 

 

10년여 만에 처음으로 유저들의 오랜 갈증을 해소해주는 게임으로 등장한 것이다. 게다가 사실상 경영적 어려움에 직면해 있던 블루홀에서 나왔다는 것은 역시나 현실 세계는 그 어떤 것 콘텐츠보다 드라마를 많이 생산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이 스토리는 나중에 별도로 한번 다뤄보고자 한다. 너무 흥미진진하고 극적인 스토리다.

 

 

# '배틀그라운드'의 판권을 얻기 위한 치열한 다툼

 


 

다시 중국 게임시장 이야기를 하자면 때문에 '배틀그라운드'의 중국 판권을 획득하는 회사는 어떤 형태로든 중국 게임시장의 판도를 쥐고 나갈 것이다. 현재 1위인 텐센트가 획득한다면 당분간 어떤 경쟁자 없이 독보적인 제국의 1위를 지켜나갈 것이고, 2위인 넷이즈가 차지한다면 1위를 매우 위협하거나 심지어 순위가 뒤바뀔 가능성도 있을 정도로 큰 무기를 쥐게 된다. 그 외 거인, 완미시공, 창유 같은 전통의 강호가 차지한다면 그들은 다시 찬란했던 과거의 영화를 누릴 수 있을 것이다. 

 

같은 FPS 장르인 '크로스파이어'의 경우 가장 위협적인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텐센트 입장에서는 '크로스파이어'의 유저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사활을 걸어야 하고, 반면 텐센트의 경쟁회사들 입장에서는 좋은 게임을 가져오는 것 이상의 경쟁자를 흔들 수 있는 절호의 기회기에 더욱 도전적으로 나서는 것이다.​ 

 

그 때문에 거의 모든 중국 메이저 회사들이 '배틀그라운드'의 판권을 얻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하고있다. 최근 찬밥 취급당하던 한국 게임업계의 종사자로서 오래간만에 이런 중국 회사들의 뜨거운 관심과 구애에 격세지감을 느낀다. 이후로도 더 좋은 게임들이 나와 주기를 바란다. 최근 한국 게임개발사의 개발능력에 대해 갸우뚱하던 모습에서 ‘역시 한국 개발사가 중국보다는 낫네’라는 모습을 만들어준 블루홀에 감사드린다. 앞으로 더 성공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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