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ose

취재

세상을 바꾼 아이디어 (37) - 넥슨은 왜 미술관에 도토리를 뿌렸나

넥컴박 (넥슨컴퓨터박물관 기자) | 2019-08-14 17:20:48

이 기사는 아래 플랫폼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디스이즈게임은 ‘넥슨컴퓨터박물관’과 함께하는 새로운 연재를 준비했습니다. 넥슨컴퓨터박물관에 전시돼 있는 수많은 소장품의 사연이나 박물관에서 있었던 크고 작은 에피소드는 물론, 컴퓨터와 관련한 IT업계 인사들의 이야기가 담길 예정입니다. / 디스이즈게임 편집국


 

우리는 왜 도토리를 미술관에 뿌렸나

-TMI about <게임을 게임하다 /invite you_> 

 

<게임을 게임하다 /invite you_>를 기획한 넥슨컴퓨터박물관의 일원들(전시 PM A, 텍스트 담당 B, 운영 담당 C)이 모여 전시 TMI 포인트들을 짚어봤다.

 

 

# 언제, 어디에, 몇 개나 뿌린 건지?

 

A: 7월 18일, 대한민국 동시대 미술의 산실인 아트선재센터에 3,000여 개의 도토리를 뿌렸다.

 

B: 정확히는 3,400개다. 장인의 손길로 한 땀, 한 땀 조립한 브릭 도토리들이다.

 

C: 전시장 내부에는 항상 2,000개 이상의 도토리가 뿌려져 있고, 전시를 관람한 ‘플레이어’들은 도토리를 얼마든지 ‘루팅’ 할 수 있다. 빈자리가 생기면 미술관 앞에 세워진 대형 조형물 속의 도토리로 바로바로 채워진다.  

  

전시장 안과 밖의 도토리들

 

 

# 왜 뿌린 거고, 옆에 있는 나무는 뭔가?

 

A: <바람의나라> 유저들은 기억하겠지만, “㈜넥슨은 다람쥐를 뿌려라!”라는 외침에 대한 일종의 대답이다. 다람쥐 몹을 잡으면 떨어지는 도토리 아이템을 상징하는 것이고, <게임을 게임하다 /invite you_>의 플레이어들이 게임을 ‘게임’한 뒤 가져갈 수 있는 특별한 기념품 중 하나다.

 

B: <바람의나라연>이 CBT를 시작하면서 홍보 카피가 “넥슨은 다람쥐를 뿌려라”다.

  

 

페이스북 영상 링크

 

B: ​학창 시절 때 장기자랑으로 ‘바람의나라 도토리 줍는 소리’를 성대 모사했다는 기자분도 계셨다. 도토리는 그만큼 오랜 시간 동안 우리 곁을 지켜준 유저들에 대한 고마움의 표시기도 하다. 약 23년간의 유저의 요청에 대한 답변으로 봐주시면 좋겠다.

 

C: 다람쥐를 뿌리랬더니 도토리를 뿌렸다는 분들도 계시던데, 다람쥐 잡으면 도토리가 떨어지니까 너그러이 이해해 주시길 바란다. 도토리 1,000개 만드는데 세 명이 붙어서 5시간이 넘게 걸린다. 브릭 다람쥐 만들고 있었을 생각하면… (A: 소름..)

 

B: 브릭으로 구현된 도토리나무의 경우 입장할 때 보이는 부분은 조금 더 현실과 가깝게, 게임에서 로그아웃할 때 보이는 부분은 픽셀화시켜 추상적으로 제작했다. 온라인게임 세상과 현실의 경계에 서 있는 세계수(?) 같은 느낌을 의도하기도 했다.

 

 

# 관람객들 현장 반응이 궁금한데? 콘텐츠를 간단히 설명해달라.

 

C: 넥슨 게임 유저들은 입장하자마자 각 콘텐츠의 모티브가 된 게임들을 직관적으로 알아본다. 그리고 일단 다가가서 만져보고 체험한다. 오히려 일반 예술 관람객들은 우리 전시를 보고 어려워하거나, “이것이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하는 반응을 보여서 신기하다.

 

 

차원의 도서관

 

A: “차원의 도서관”의 경우 물리적 책장에 다채로운 프로젝션이 얹혀져 있는데, 영상 작품이라고 생각하시는 분이 있었다.

 

B: 유저들은 다가가서 책을 꺼내려고 하시고.

 

A: 실제로 오픈 둘째 날 한 관람객이 실리콘으로 단단히 붙여둔 책을 하나 뜯어서 꺼내셨다. 인터랙션을 위해 설치한 전선도 끊어졌었다. 아마 다른 미술관에서는 일어나지 않을 일이지 싶다. 보통의 경우 미술 작품이라면 '책을 꺼내지 말라', '태그를 진행한 후 가볍게 터치해달라', '기대지 말라' 등 상세한 안내문과 주의문이 있다. 하지만 우리 전시공간은 온라인게임 속 세상이니 전시물이 고장 나면 스텝들과 개발자들이 고치면 그만이다. 그래서 매주 월요일은 휴관 일이자 패치 일이다.

 

B: 미술 작품의 경우도 관람객의 참여를 통해 계속 변화하거나, 바뀌는 작품들도 있어서 ‘고장’이라는 표현을 쓰고 싶지는 않다. 책을 옮겨 놓는 정도의 관람객 참여는 미술에서 우연성으로 간주하고, 그 자체로 작품에 포함이 된다.

  

 

  

1,000,000/3sec

 

A: ‘초코’는 3초에 백만 건의 욕설을 필터링하는 인공지능 욕설탐지 프로그램의 이름이다. 넥슨코리아 인텔리전스랩스에서는 프로그램을 개발할 때마다 ‘알프레드’, ‘초코’처럼 고유의 이름을 부여한다. 알파벳 순서를 따른다고 하니, 초코(Choco)는 세 번째 프로그램인 셈이다. 초콜릿과 욕설 탐지 프로그램이라니, 재미있는 미스매치이면서도 ‘달콤한 유혹’이란 측면에서 묘한 동질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B: 초코 캐릭터는 귀여운 강아지다. 강아지 ‘초코’는 흰색이다.

  

B의 노트북 한 켠을 지키고 있는 ‘초코’ 캐릭터.

나머지는 넥슨컴퓨터박물관 아이템 샵에서 판매하고 있는 마스킹테이프들이다.

 

C: 전시되는 욕설은 모두 넥슨 서버에 누적된 실제 유저들의 채팅 결과물이다. 원래 의도는 훨씬 더 직설적으로 가상세계에서 오가는 단어들을 열거하고 싶었다. 다만 공개된 장소에서 노출할 수 없을 만큼 매우 심각한 수위의 욕설이 많다 보니, 전시 콘텐츠에는 정말로 순화된 단어들만 남겨두었다.

  

 

B: 유저들은 빵 터지고 웃는데, 일반 미술 관람객들은 당황하시더라. “’짜파게티에 물 넣고 비빔’이 갑자기 여기서 왜 나와요?” 같은 느낌. 우리 전시 제목 후보 중에 “엄마는 건강하시니?”도 있었는데, 박물관 관장님께서 강력하게 미셨던 제목이다. 물론 내부 반대로 무산이 되었지만, 실제 전시 제목이 됐다면 노이즈 마케팅 효과는 톡톡히 봤을 듯하다. 지금보다 2~3배는 많은 관람객이 모였을 수도 있겠다.

 

C: 온갖 특수문자로 창의적인 욕설을 만들어내시는 분들이 많은데, 이제는 어간으로 필터링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지 프로세스를 통하니 다 부질없는 짓이다. 창의력 이상한 곳에 발휘하지 말고 제발 매너겜하시라.

 

 

로나와 판 & NPC

 

B: <마비노기>에 등장하는 로나와 판은 다른 NPC들과 달리 말풍선으로 대화하고, 유저들이 장착할 수 없는 색상의 머리와 아이템을 입고 있는 특별한 존재다.

  

 

A: 게임 속에서만 볼 수 있던 두 NPC를 전시 공간에 3D 모델링과 프로젝션을 통해 구현했다. 로나의 눈이 깜빡이는 횟수를 정하는 것이 꽤 어려웠는데, 이 프로그램의 프랑스인 개발자께서 ‘눈 깜빡임을 자연스럽게 수정해달라’는 요청에 매우 당황했다고 한다.

 

C: NPC의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는 경험을 제공하고 싶었다. 나를 타자화하는 경험은 물론, 온라인게임의 세계는 나 이외에도 자아를 가진 수많은 주체가 모여 형성된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 처음에는 “망원경인가?” 하시던 관람객들이 “아!”하고 탄성을 내뱉는 포인트이기도 하다.

 

A: 전시를 관람한 <마비노기> 유저들에게는 ‘판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본’이라는 타이틀이 부여된다. 최다 타이틀 기록에 도전하시는 분들이 있다면 꼭 와보셔야 한다.

 

 

캠프파이어

  

 

B: 게이머와 비게이머 관람객이 가장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이 전시장 가운데에 있는 캠프파이어 같다. 유저들은 해당 전시물을 마주하자마자 ID 밴드 태그 딱! 하고 올라가서 의자에 앉는다. 게임을 잘 모르시는 분들은 조각이나 설치 작품 보시듯 멀찍이 서서 둘러본다.

 

A: 1명, 2명, 3명, 4명, 5명이 앉았을 때 느낄 수 있는 공감각적 경험이 모두 다르다. 게임 속에서 서로 모르는 유저들이 길드를 만들고, 파티를 맺는 것처럼 전시장을 방문한 서로 모르는 관람객들이 함께 콘텐츠를 채워갈 수 있다.

 

C: 마치 합주를 하듯 각자의 역할이 있고, 더 많은 악기가 더 풍부한 화음을 내듯, 캠프파이어의 자리가 채워질수록 더 환상적인 경험이 제공된다. 특히 BGM이 정말 좋다. 어떤 일본인 관람객은 미야자키 하야오의 음악이냐고 여쭈시더라. 한참을 앉아 듣고 가셨다.

  

 

B: <마비노기> 유저들이 관람을 와서 기념 촬영을 가장 많이 해가는 콘텐츠기도 하다. 위 사진처럼 길드 정모로 단체관람도 오신다. 모자이크 처리를 요청 하셨다..^^;

 

C: 아래처럼 '인형사', '연금술사' 같은 본인 캐릭터의 직업과 특성을 머리띠로 만들어 착용하고 오신 관람객도 계셨다. 이분들은 사진 마구마구 올려달라고 하셔서 이렇게 공개한다.

  

 

B: 마비노기 유저들 사랑합니다! 최고예요!

 

 

로그아웃

  

  

C: 넥슨 유저들의 경우 취향 저격당할 영수증이다. 진성 유저들은 백발백중 로그아웃에서 가려진다. 영수증 길이로 뿌듯해하시는 분도 있고, 가끔은 너무 길어서 부끄러워하시는 분들도 있다. 그러나 우리에게 영수증의 길이는 자신감의 상징!

 

B: 잊고 있던 캐릭터 명을 발견했을 때, 잊고 있던 나의 유년기를 찾은 것 같았다. 좀 오글거리기도 하지만. 유저 관람객들도 굉장히 즐거워하시더라. 어떤 기자분은 아이디 중 하나에서 'OO아돈갚을게'를 발견하셨다. 당시에 돈 빌린 친구인 것 같다며...

 

C: 잊고 있던 전 남친/여친의 이름을 찾기도 한다. 커플 아이디를 사용하시던 분들은 주의하시라.

 

A: 지극히 개인적이면서도 함께 나눌 수 있는 추억은 이런 것이 아닐까 싶다. 온라인 세상 속 나의 기록을 가져갈 수 있는 곳은 우리 전시뿐일 듯하다.

 

B: 넥슨코리아 인텔리전스랩스 감사합니다! 최고예요!

 

 

# 개인적으로 추천하는 콘텐츠가 있다면

 

B: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전시 콘텐츠는 <카트라이더>에서 모티브를 얻은 영상 작품이다. 현실적인 비디오와 게임적인 사운드를 중첩시켜 묘하게 이질적이면서도 어울리는 작품이다. 온라인게임과 현실은 동떨어져 있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현실 영상과 게임 사운드의 매칭이 매우 잘된다. 그 자체로 지금의 온라인게임을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이야기를 바로 우리의 전시에서 하고 싶었던 거다. 관람하러 오셔서 꼭 네 개 영상과 사운드를 모두 보고 들어보시길 권한다.

 

A: /ongoing_library에 넥슨컴퓨터박물관이 실제 소장하고 있는 게임 잡지들이 전시되어 있다. 원하는 잡지를 골라 읽어보고, 북마크에 메시지도 남길 수 있다. 다른 사람들의 메시지를 읽어보는 재미가 생각보다 쏠쏠하다. 얼마 전 <카트라이더> 프로게이머 문호준 선수가 방문했는데, <카트라이더>를 표지 모델 삼은 한 잡지의 북마크에서 문호준 선수를 응원하는 팬의 메시지를 발견하고 감동하더라. 그리고 유튜브 영상 댓글에 그 메시지를 본인이 적었다고 한 관람객도 등장했고.

  

 

  

C: 재방문한 관람객들만이 볼 수 있는 히든 메시지가 전시장 곳곳에 숨겨져 있다. 같은 날 재방문은 해당하지 않는다. 첫 방문 시 영수증에는 무조건 Fail로 출력되는 콘텐츠이다. 궁금하면 관람하러 오세요. 두 번 오세요. 당연히 아이템도 드립니다. 온라인게임 속 세상이니까요!

 

 

# 12시에 전시장이 열린다. 삼청동에 놀러 오셨다가 관람하는 분들이 많을 텐데, 점심 메뉴를 추천한다면?

 

B: 아트선재센터 바로 앞에 있는 '경춘자의 라면 땡기는 날'! 스트레스가 쌓였을 땐 이곳에 가서 짬뽕라면 매운맛에 계란 두 개를 추가해서 먹는다.

 

C: 보통은 그냥 순한 맛으로 드시는 걸 추천한다. B는 미각이 없다.

 

A: 전시장 입구 쪽 샛길로 들어가면 '올모스트홈'이라는 카페가 있다. 디저트로 주전부리 B세트를 추천한다. 한옥으로 만들어진 공간이라 분위기도 좋다. 늘 손님이 많긴 하지만.

 

C: 조금 멀지만 '이문설렁탕'. 요즘처럼 흐린 날씨에 특도가니탕 한 그릇 먹고 나면 든든하고 기운이 나더라.

 

A: 무슨 28살이 맨날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OO 맛집’만 찾아다닌다. 완전 아저씨 타입.. 40대 유저분들 광화문 맛집이 궁금하시면 찾아오세요.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A: 누군가에겐 오래된 추억을 꺼내 펼쳐놓은 곳, 누군가에겐 새로운 경험으로 가득한 선물 같은 전시가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많은 관심 가져주시길 바란다.

 

B: 조금 더 많은 분이 부담 없이 전시장을 찾아주시고, 우리의 새로운 시도와 노력을 예쁘게 봐주시면 좋겠다. 영어로 전시 설명이 가능한 스텝이 상주하니 외국인 관람객들도 환영이다. 실제 많은 외국인 관람객이 매일 꾸준히 전시장을 찾아주시고 있다. 지금까지 가장 먼 곳에서 오신 분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오신 가족이었다. 우리나라 온라인게임에 대해 자부심을 갖고 잘 설명하도록 하겠다.

 

C: 여름방학에 온 가족이 찾기 좋은 전시다. 넥슨 게임에 추억이 있는 부모님과 어린아이들 모두 쉽고 재미있게 즐길 수 있을 것이다. 놓치면 후회하실 거다. 에어컨도 시원하게 틀어 두었으니 언제든지 들러 주시길. 

 

 

<게임을 게임하다 /invite you_>는 서울 종로구 아트선재센터 3층에서 9월 1일까지 매주 화요일-일요일, 정오부터 7시까지 열려 있습니다.  

 


 

 

디스이즈게임은 ‘넥슨컴퓨터박물관’과 함께하는 새로운 연재를 준비했습니다. 넥슨컴퓨터박물관에 전시돼 있는 수많은 소장품의 사연이나 박물관에서 있었던 크고 작은 에피소드는 물론, 컴퓨터와 관련한 IT업계 인사들의 이야기가 담길 예정입니다. / 디스이즈게임 편집국


 

우리는 왜 도토리를 미술관에 뿌렸나

-TMI about <게임을 게임하다 /invite you_> 

 

<게임을 게임하다 /invite you_>를 기획한 넥슨컴퓨터박물관의 일원들(전시 PM A, 텍스트 담당 B, 운영 담당 C)이 모여 전시 TMI 포인트들을 짚어봤다.

 

 

# 언제, 어디에, 몇 개나 뿌린 건지?

 

A: 7월 18일, 대한민국 동시대 미술의 산실인 아트선재센터에 3,000여 개의 도토리를 뿌렸다.

 

B: 정확히는 3,400개다. 장인의 손길로 한 땀, 한 땀 조립한 브릭 도토리들이다.

 

C: 전시장 내부에는 항상 2,000개 이상의 도토리가 뿌려져 있고, 전시를 관람한 ‘플레이어’들은 도토리를 얼마든지 ‘루팅’ 할 수 있다. 빈자리가 생기면 미술관 앞에 세워진 대형 조형물 속의 도토리로 바로바로 채워진다.  

  

전시장 안과 밖의 도토리들

 

 

# 왜 뿌린 거고, 옆에 있는 나무는 뭔가?

 

A: <바람의나라> 유저들은 기억하겠지만, “㈜넥슨은 다람쥐를 뿌려라!”라는 외침에 대한 일종의 대답이다. 다람쥐 몹을 잡으면 떨어지는 도토리 아이템을 상징하는 것이고, <게임을 게임하다 /invite you_>의 플레이어들이 게임을 ‘게임’한 뒤 가져갈 수 있는 특별한 기념품 중 하나다.

 

B: <바람의나라연>이 CBT를 시작하면서 홍보 카피가 “넥슨은 다람쥐를 뿌려라”다.

  

 

페이스북 영상 링크

 

B: ​학창 시절 때 장기자랑으로 ‘바람의나라 도토리 줍는 소리’를 성대 모사했다는 기자분도 계셨다. 도토리는 그만큼 오랜 시간 동안 우리 곁을 지켜준 유저들에 대한 고마움의 표시기도 하다. 약 23년간의 유저의 요청에 대한 답변으로 봐주시면 좋겠다.

 

C: 다람쥐를 뿌리랬더니 도토리를 뿌렸다는 분들도 계시던데, 다람쥐 잡으면 도토리가 떨어지니까 너그러이 이해해 주시길 바란다. 도토리 1,000개 만드는데 세 명이 붙어서 5시간이 넘게 걸린다. 브릭 다람쥐 만들고 있었을 생각하면… (A: 소름..)

 

B: 브릭으로 구현된 도토리나무의 경우 입장할 때 보이는 부분은 조금 더 현실과 가깝게, 게임에서 로그아웃할 때 보이는 부분은 픽셀화시켜 추상적으로 제작했다. 온라인게임 세상과 현실의 경계에 서 있는 세계수(?) 같은 느낌을 의도하기도 했다.

 

 

# 관람객들 현장 반응이 궁금한데? 콘텐츠를 간단히 설명해달라.

 

C: 넥슨 게임 유저들은 입장하자마자 각 콘텐츠의 모티브가 된 게임들을 직관적으로 알아본다. 그리고 일단 다가가서 만져보고 체험한다. 오히려 일반 예술 관람객들은 우리 전시를 보고 어려워하거나, “이것이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하는 반응을 보여서 신기하다.

 

 

차원의 도서관

 

A: “차원의 도서관”의 경우 물리적 책장에 다채로운 프로젝션이 얹혀져 있는데, 영상 작품이라고 생각하시는 분이 있었다.

 

B: 유저들은 다가가서 책을 꺼내려고 하시고.

 

A: 실제로 오픈 둘째 날 한 관람객이 실리콘으로 단단히 붙여둔 책을 하나 뜯어서 꺼내셨다. 인터랙션을 위해 설치한 전선도 끊어졌었다. 아마 다른 미술관에서는 일어나지 않을 일이지 싶다. 보통의 경우 미술 작품이라면 '책을 꺼내지 말라', '태그를 진행한 후 가볍게 터치해달라', '기대지 말라' 등 상세한 안내문과 주의문이 있다. 하지만 우리 전시공간은 온라인게임 속 세상이니 전시물이 고장 나면 스텝들과 개발자들이 고치면 그만이다. 그래서 매주 월요일은 휴관 일이자 패치 일이다.

 

B: 미술 작품의 경우도 관람객의 참여를 통해 계속 변화하거나, 바뀌는 작품들도 있어서 ‘고장’이라는 표현을 쓰고 싶지는 않다. 책을 옮겨 놓는 정도의 관람객 참여는 미술에서 우연성으로 간주하고, 그 자체로 작품에 포함이 된다.

  

 

  

1,000,000/3sec

 

A: ‘초코’는 3초에 백만 건의 욕설을 필터링하는 인공지능 욕설탐지 프로그램의 이름이다. 넥슨코리아 인텔리전스랩스에서는 프로그램을 개발할 때마다 ‘알프레드’, ‘초코’처럼 고유의 이름을 부여한다. 알파벳 순서를 따른다고 하니, 초코(Choco)는 세 번째 프로그램인 셈이다. 초콜릿과 욕설 탐지 프로그램이라니, 재미있는 미스매치이면서도 ‘달콤한 유혹’이란 측면에서 묘한 동질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B: 초코 캐릭터는 귀여운 강아지다. 강아지 ‘초코’는 흰색이다.

  

B의 노트북 한 켠을 지키고 있는 ‘초코’ 캐릭터.

나머지는 넥슨컴퓨터박물관 아이템 샵에서 판매하고 있는 마스킹테이프들이다.

 

C: 전시되는 욕설은 모두 넥슨 서버에 누적된 실제 유저들의 채팅 결과물이다. 원래 의도는 훨씬 더 직설적으로 가상세계에서 오가는 단어들을 열거하고 싶었다. 다만 공개된 장소에서 노출할 수 없을 만큼 매우 심각한 수위의 욕설이 많다 보니, 전시 콘텐츠에는 정말로 순화된 단어들만 남겨두었다.

  

 

B: 유저들은 빵 터지고 웃는데, 일반 미술 관람객들은 당황하시더라. “’짜파게티에 물 넣고 비빔’이 갑자기 여기서 왜 나와요?” 같은 느낌. 우리 전시 제목 후보 중에 “엄마는 건강하시니?”도 있었는데, 박물관 관장님께서 강력하게 미셨던 제목이다. 물론 내부 반대로 무산이 되었지만, 실제 전시 제목이 됐다면 노이즈 마케팅 효과는 톡톡히 봤을 듯하다. 지금보다 2~3배는 많은 관람객이 모였을 수도 있겠다.

 

C: 온갖 특수문자로 창의적인 욕설을 만들어내시는 분들이 많은데, 이제는 어간으로 필터링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지 프로세스를 통하니 다 부질없는 짓이다. 창의력 이상한 곳에 발휘하지 말고 제발 매너겜하시라.

 

 

로나와 판 & NPC

 

B: <마비노기>에 등장하는 로나와 판은 다른 NPC들과 달리 말풍선으로 대화하고, 유저들이 장착할 수 없는 색상의 머리와 아이템을 입고 있는 특별한 존재다.

  

 

A: 게임 속에서만 볼 수 있던 두 NPC를 전시 공간에 3D 모델링과 프로젝션을 통해 구현했다. 로나의 눈이 깜빡이는 횟수를 정하는 것이 꽤 어려웠는데, 이 프로그램의 프랑스인 개발자께서 ‘눈 깜빡임을 자연스럽게 수정해달라’는 요청에 매우 당황했다고 한다.

 

C: NPC의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는 경험을 제공하고 싶었다. 나를 타자화하는 경험은 물론, 온라인게임의 세계는 나 이외에도 자아를 가진 수많은 주체가 모여 형성된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 처음에는 “망원경인가?” 하시던 관람객들이 “아!”하고 탄성을 내뱉는 포인트이기도 하다.

 

A: 전시를 관람한 <마비노기> 유저들에게는 ‘판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본’이라는 타이틀이 부여된다. 최다 타이틀 기록에 도전하시는 분들이 있다면 꼭 와보셔야 한다.

 

 

캠프파이어

  

 

B: 게이머와 비게이머 관람객이 가장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이 전시장 가운데에 있는 캠프파이어 같다. 유저들은 해당 전시물을 마주하자마자 ID 밴드 태그 딱! 하고 올라가서 의자에 앉는다. 게임을 잘 모르시는 분들은 조각이나 설치 작품 보시듯 멀찍이 서서 둘러본다.

 

A: 1명, 2명, 3명, 4명, 5명이 앉았을 때 느낄 수 있는 공감각적 경험이 모두 다르다. 게임 속에서 서로 모르는 유저들이 길드를 만들고, 파티를 맺는 것처럼 전시장을 방문한 서로 모르는 관람객들이 함께 콘텐츠를 채워갈 수 있다.

 

C: 마치 합주를 하듯 각자의 역할이 있고, 더 많은 악기가 더 풍부한 화음을 내듯, 캠프파이어의 자리가 채워질수록 더 환상적인 경험이 제공된다. 특히 BGM이 정말 좋다. 어떤 일본인 관람객은 미야자키 하야오의 음악이냐고 여쭈시더라. 한참을 앉아 듣고 가셨다.

  

 

B: <마비노기> 유저들이 관람을 와서 기념 촬영을 가장 많이 해가는 콘텐츠기도 하다. 위 사진처럼 길드 정모로 단체관람도 오신다. 모자이크 처리를 요청 하셨다..^^;

 

C: 아래처럼 '인형사', '연금술사' 같은 본인 캐릭터의 직업과 특성을 머리띠로 만들어 착용하고 오신 관람객도 계셨다. 이분들은 사진 마구마구 올려달라고 하셔서 이렇게 공개한다.

  

 

B: 마비노기 유저들 사랑합니다! 최고예요!

 

 

로그아웃

  

  

C: 넥슨 유저들의 경우 취향 저격당할 영수증이다. 진성 유저들은 백발백중 로그아웃에서 가려진다. 영수증 길이로 뿌듯해하시는 분도 있고, 가끔은 너무 길어서 부끄러워하시는 분들도 있다. 그러나 우리에게 영수증의 길이는 자신감의 상징!

 

B: 잊고 있던 캐릭터 명을 발견했을 때, 잊고 있던 나의 유년기를 찾은 것 같았다. 좀 오글거리기도 하지만. 유저 관람객들도 굉장히 즐거워하시더라. 어떤 기자분은 아이디 중 하나에서 'OO아돈갚을게'를 발견하셨다. 당시에 돈 빌린 친구인 것 같다며...

 

C: 잊고 있던 전 남친/여친의 이름을 찾기도 한다. 커플 아이디를 사용하시던 분들은 주의하시라.

 

A: 지극히 개인적이면서도 함께 나눌 수 있는 추억은 이런 것이 아닐까 싶다. 온라인 세상 속 나의 기록을 가져갈 수 있는 곳은 우리 전시뿐일 듯하다.

 

B: 넥슨코리아 인텔리전스랩스 감사합니다! 최고예요!

 

 

# 개인적으로 추천하는 콘텐츠가 있다면

 

B: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전시 콘텐츠는 <카트라이더>에서 모티브를 얻은 영상 작품이다. 현실적인 비디오와 게임적인 사운드를 중첩시켜 묘하게 이질적이면서도 어울리는 작품이다. 온라인게임과 현실은 동떨어져 있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현실 영상과 게임 사운드의 매칭이 매우 잘된다. 그 자체로 지금의 온라인게임을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이야기를 바로 우리의 전시에서 하고 싶었던 거다. 관람하러 오셔서 꼭 네 개 영상과 사운드를 모두 보고 들어보시길 권한다.

 

A: /ongoing_library에 넥슨컴퓨터박물관이 실제 소장하고 있는 게임 잡지들이 전시되어 있다. 원하는 잡지를 골라 읽어보고, 북마크에 메시지도 남길 수 있다. 다른 사람들의 메시지를 읽어보는 재미가 생각보다 쏠쏠하다. 얼마 전 <카트라이더> 프로게이머 문호준 선수가 방문했는데, <카트라이더>를 표지 모델 삼은 한 잡지의 북마크에서 문호준 선수를 응원하는 팬의 메시지를 발견하고 감동하더라. 그리고 유튜브 영상 댓글에 그 메시지를 본인이 적었다고 한 관람객도 등장했고.

  

 

  

C: 재방문한 관람객들만이 볼 수 있는 히든 메시지가 전시장 곳곳에 숨겨져 있다. 같은 날 재방문은 해당하지 않는다. 첫 방문 시 영수증에는 무조건 Fail로 출력되는 콘텐츠이다. 궁금하면 관람하러 오세요. 두 번 오세요. 당연히 아이템도 드립니다. 온라인게임 속 세상이니까요!

 

 

# 12시에 전시장이 열린다. 삼청동에 놀러 오셨다가 관람하는 분들이 많을 텐데, 점심 메뉴를 추천한다면?

 

B: 아트선재센터 바로 앞에 있는 '경춘자의 라면 땡기는 날'! 스트레스가 쌓였을 땐 이곳에 가서 짬뽕라면 매운맛에 계란 두 개를 추가해서 먹는다.

 

C: 보통은 그냥 순한 맛으로 드시는 걸 추천한다. B는 미각이 없다.

 

A: 전시장 입구 쪽 샛길로 들어가면 '올모스트홈'이라는 카페가 있다. 디저트로 주전부리 B세트를 추천한다. 한옥으로 만들어진 공간이라 분위기도 좋다. 늘 손님이 많긴 하지만.

 

C: 조금 멀지만 '이문설렁탕'. 요즘처럼 흐린 날씨에 특도가니탕 한 그릇 먹고 나면 든든하고 기운이 나더라.

 

A: 무슨 28살이 맨날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OO 맛집’만 찾아다닌다. 완전 아저씨 타입.. 40대 유저분들 광화문 맛집이 궁금하시면 찾아오세요.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A: 누군가에겐 오래된 추억을 꺼내 펼쳐놓은 곳, 누군가에겐 새로운 경험으로 가득한 선물 같은 전시가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많은 관심 가져주시길 바란다.

 

B: 조금 더 많은 분이 부담 없이 전시장을 찾아주시고, 우리의 새로운 시도와 노력을 예쁘게 봐주시면 좋겠다. 영어로 전시 설명이 가능한 스텝이 상주하니 외국인 관람객들도 환영이다. 실제 많은 외국인 관람객이 매일 꾸준히 전시장을 찾아주시고 있다. 지금까지 가장 먼 곳에서 오신 분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오신 가족이었다. 우리나라 온라인게임에 대해 자부심을 갖고 잘 설명하도록 하겠다.

 

C: 여름방학에 온 가족이 찾기 좋은 전시다. 넥슨 게임에 추억이 있는 부모님과 어린아이들 모두 쉽고 재미있게 즐길 수 있을 것이다. 놓치면 후회하실 거다. 에어컨도 시원하게 틀어 두었으니 언제든지 들러 주시길. 

 

 

<게임을 게임하다 /invite you_>는 서울 종로구 아트선재센터 3층에서 9월 1일까지 매주 화요일-일요일, 정오부터 7시까지 열려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