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람자의 D&D 사건파일 (6) "헿 신선한 뉴비가 왔군!"

디스이즈게임 (디스이즈게임) | 2019-06-21 12:29:26

이 기사는 아래 플랫폼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람자의 D&D 사건파일] 컴퓨터 RPG의 선조이자 무궁무진한 자유도를 가진 놀이 TRPG. 한국에는 TRPG 중 하나인 <D&D>가 컴퓨터 게임 덕에 잘 알려져 있죠. TRPG가 한국에 정식으로 소개된 지 약 25년이 지났습니다. 적지 않은 이들이 TRPG라는 이름을 들어봤고 여기에 관심을 가지지만, 독특한 방식 때문인지 TRPG로 입문하기까진 여전히 많은 어려움이 있습니다.

 

디스이즈게임은 TRPG가 어떤 놀이인지, 플레이하면 실제로 어떤 경험을 할 수 있는지, 초심자가 어떤 실수를 많이 하는지 알아보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2016년부터 TRPG, <D&D>를 알리기 위해 꾸준히 행사를 연 '람자'의 이야기를 들어 보시죠.

 

[람자는 누구?] <D&D> 게임에 푹빠진 쌍둥이 아빠입니다. 영상콘텐츠 제작을 주업으로 하고 있습니다. 주말에는 카페 ‘깔깔고블린’에서 많은 분들과 게임을 즐기고 있으니 곧 뵈어요!​

 

<던전즈앤드래곤즈>(이하 D&D)는 수십 년 동안 전 세계의 남녀노소를 막론한 게이머들이 즐겨온 스토리텔링 게임입니다. <D&D>는 테이블에 둘러 앉아서 각자 판타지 세계의 역할을 맡아 연기하며 즐기는 형태로 진행됩니다. 이런 유형의 게임을 테이블탑 롤플레잉 게임(이하 TRPG/RPG)이라고 부르는데, <D&D>는 이 장르의 시초입니다. 

 

<발더스게이트>, <네버윈터나이츠> 같은 고전 PC RPG 장르에 빠진 경험이 있는 누군가, 90년대 오락실 좀 다니며 <섀도우 오버 미스타라>에서 악룡을 물리치던 누군가는 반드시 이 <D&D>라는 용어를 접해본 기억이 있을 겁니다. 이들은 높은 확률로 비슷한 시기에 한글판으로 출간된 <D&D> 레드박스를 구입하고 즐겼을 것이며, 심지어 그 이후로 <어드밴스드던전즈앤드래곤즈>(AD&D)나 3.5판, 4판 출시 등의 소식을 따라잡고 있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또는 한글판 <D&D> 레드박스를 친구들과 즐긴 이후에 한참 동안 <D&D> 게임을 하지 않다가 최근 <D&D 5판>이 출시된 이후에 새로 게임을 시작한 플레이어도 많을 겁니다. 혹은, <D&D 5판>이 나온 뒤에 하루에 한번 세션을 한 것이 벌써 4년 째. 5판에 대해서만은 정통한 사람도 이제는 많습니다. 아무튼, 어쨌든, 이런 사람들을 이 <D&D> 플레이 유니버스(?)에서는 ‘고인물’, 숙련자라고 부릅니다.

 

고인물들의 파상 공세는 <D&D> 초심자를 가장 괴롭게 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 (삽화 : 김기빈)

 

어떤 게임이라도 숙련자와 초심자는 존재하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출시된 지 수십 년이 지난 <D&D> 게임에서 숙련자와 초심자는 어쩐지 간극이 더 넓은 것처럼 보입니다. 모두가 기다려온 대망의 <D&D> 한국어판이 출시를 앞둔 지금, 쏟아질 <D&D> 초심자를 맞이할 숙련자, ‘고인물’의 좋은 자세(?)는 무엇일까요? 특이하게 이번 편은 초심자를 위한 글이라기보다는 숙련자를 위한 글이 될 것 같습니다.

 

다음의 세 가지 케이스는 제가 초심자를 대할 때, 미성숙한 인격으로 무심결에 대했던 사례를 각색한 것입니다.

 

 

Case #1 그른 근든흔 긋은 즘 츶으브그 으스으(그런 간단한 것은 좀 찾아보고 오세요) 유형

 

<온라인 메신저 대화>

 

초심자: 안녕하세요! 람자님 여쭤볼 것이 있습니다!

 

람자: 네^^ 새로운 모험자는 언제든 환영입니다~ 뭐든지 언제든 24시간 질문 해주세요!

 

초심자: 앗 환영 감사합니다. 좀 간단한 질문이라 이런 질문해도 되는지 모르겠는데요. 빈 캐릭터 시트는 어디서 구해야 하나요?

 

람자: 아 네~ ‘공.식.홈.페.이.지’에 쉽.게. 찾을 수 있는데~ 제.가. 지금 보내드릴게요!

 

초심자: 감사합니다. 또 여쭤봐도 되나요?

 

람자: 물론이죠!

 

초심자: Background가 뭐죠?

 

람자: (빠직) 혹시 룰.북. 가지고 계신가요?

 

초심자: 아뇨? 게임을 하려면 룰북을 모두 사야 하나요?

 

람자: 아닙니다. 기.본.공.개.룰.북.으로도 게임을 할 수 있습니다. 제가 ‘직.접.’ 찾.아.드.릴.게.요. xxx 페이지 보시면 몇 가지 옵션 중에서 고를 수 있게 되어있는데 이것들을 통칭해서 Background라고 부릅니다. 

 

초심자: 네…. 위저드랑 소서러랑 워록이 있는데 뭐가 제일 쎈가요??

 

람자: (빠빠직) 강하고 약하고 이런 게임이 아닙니다…. 단순히 뭐가 세다고는 할 수 없고 다들 빌드와 아이템에 따라 능력이 좌우되고 기술을 쓰는 타이밍이나 임기응변도 영향을 미칩니다. 쎈 캐릭터로 뭘 부수고 다니고 싶으시면 D.&.D.를.하.시.면.안.됩.니.다.

 

초심자: (뭐지;;) 아…, 네…, 마지막 질문이 있는데요… DCI번호(공식 D&D 게임을 위해서 필요한 회원 번호) 만드려고 위저드사 홈페이지 가입하는데 비번이 잘못되었다고 자꾸 나오네요. 어떻게 해야 하나요?

 

람자: (빠빠빠직) 그 사이트 사정을 제가 다 알.리.없.지. 않습니까...?

 

초심자: 아…, 네 하도 해도 안되어서….

 

람자: 혹시 비밀번호에 대소문자 숫자 특수기호 다 넣으셨나요? 그 사이트는 그렇게 안하면 안됩니다….

 

초심자: (진짜 까칠하네) 네… 죄송합니다…. 다음부터는 잘(?) 하겠습니다….

 

람자: (읽고 무시하기)

 

초심자: 개구리다….

 

람자: 네!!!??????

 

이벤트 및 매장 오거나이저를 하면서 받는 초심자의 질문들은 언제나 적응이 잘 안됩니다. 저도 그랬을까 싶을 정도로 단순한 질문들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마도 새로운 뉴비를 받는 모든 던전마스터 혹은 숙련자 플레이어들은 비슷한 기분에 처할 때가 많으시리라 생각합니다.

 

메신저를 이용한 커뮤니티에서 오가는 대화 중 가장 비중이 높은 것은 초심자들의 질문에 대한 답변이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저도 처음 이 게임을 맞닥뜨렸을 때 똑같은 질문을 하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궁금한데 어쩝니까. 그리고 물어보라고 했는데 물어봤다고 짜증내면 어떻게 합니까?! 올챙이 시절을 생각하고 반성 했습니다. 더불어 위와 같은 ‘정말’ D&D 초심자의 질문은 일정한 성격과 카테고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1. 빈 캐릭터 시트는 어디 있나요? / Background는 뭐죠? / 룰북의 필요성?  →  웹 등에 있는 공식적이고 제대로 된 유용한 자료의 출처 및 레퍼런스에 대한 궁금증

2. 뭐가 쎈가요?  →  다른 게임과 차별되는 이 게임의 특징에 대한 궁금증

3. 비밀번호가 안 맞아요.  →  사소하지만 어디서도 찾을 수 없는 궁금증


1번과 같은 질문의 종류들은 <D&D>의 공식 페이지의 몇 부분을 알려주면 대부분 해결이 됩니다. 초심자들이 검색이란 것을 몰라 질문이 많은 것이 아닙니다. 올바른 출전이나 정확한 소셜위키백과 사이트의 링크로 안내하면 다시는 용어에 대한 질문을 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포가튼 렐름즈는 <D&D>의 세계관 중 하나이다. 이 세계관을 위한 전용 위키백과를 알고 있으면 다양한 지명이나 인명을 두려워하지 않아도 된다.

 

<D&D>의 제작사인 위저즈 오브 더 코스트(Wizards of the Coast)는 같은 자사 게임 IP인 <매직더개더링>(Magic the Gathering)이라는 카드 게임을 서비스하면서 초심자 유입에 대해 굉장히 많이 고민한 바 있습니다. 이러한 노하우들은 <D&D>를 서비스하는 데에 적용되어,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서 대부분의 설정에 대한 개요, 게임에 대한 소개 및 기본적인 규칙서, 캐릭터 시트, 스토리와 제품 및 미디어 자료를 패키지 화 시켜 제공하고 있습니다. 

 

PC 게임보다 상대적으로 준비할 요소들이 많은 TRPG의 장르적 특성을 고려한 수많은 자료들이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서비스 되고 있다는 사실은 초심자들이 길을 잃었을 때 도움을 주기에 편리한 점입니다.

 

공개된 삽화부터 휴대폰 배경화면까지, <D&D>의 공식 홈페이지에서는 다양한 자료들을 무료로 공개하고 있다.

 

2번과 같은 질문은 본질적으로 이 게임에 대한 이해도가 없다면 아무리 어떤 방식으로든 답변을 해 주어도 풀기 어려운 질문입니다. <디아블로>나 <리니지>, <파이널 판타지> 등 흔히 알려진 비디오게임과 TRPG를 비유해서 말이나 글로 설명하기란 굉장히 난해합니다. 플레이를 하면 많은 것들이 해결됩니다. 하지만 당장 하기 어렵다면, 플레이를 담은 영상 자료가 좋은 지침이 됩니다. 이 글의 말미에서 몇 가지의 영상 자료를 덧붙여 두겠습니다.

 

3번과 같은 질문은 사실 함께 유사한 게임을 즐기는 사람이 근처에 있거나, 툭툭 뭐든지 물어볼 수 있고 정보를 교류하는 사람을 알고 있다면 너무도 쉽게 해결될 수 있는 문제 유형입니다. 같은 게임을 즐기는 비슷한 처지의 플레이어들의 집합을 ‘게임 커뮤니티’라고 한다면, 이미 많은 TRPG 게임 커뮤니티가 있습니다. 이들을 소개해 주는 것은 행사 진행자 혹은 매장 운영자, 작게는 테이블 던전마스터로 대표되는 ‘고인물’들의 귀찮음(?)을 더는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역시 글의 맨 아래에 기재해 두겠습니다.

 

가장 유명한 <D&D> 영상에 누군가 고맙게도 한글 자막을 입혀 두었다. (출처 : Geek & Sundry 유튜브)

 

 

Case #2 날 따라 해봐요 유형

 

<초심자와 ‘고인물’이 함께 플레이 중>

 

DM: 각자 자기 캐릭터 소개 해주세요.

 

초심자PL(플레이어): 드디어 첫 모험이군요.. 제 캐릭터는.. 무엇부터 얘기해야 하죠? 일단 이름은 ‘철수’ 입니다. 제 이름이랑 같습니다.

 

람자: 휴…. 이름이 ‘철수’면 몰입하기가 힘들잖아요. 일단 드워프 캐릭터이니까 ‘스톰해머’나 ‘배틀레이지’같은 류의 이름을 붙여야 하구요. 배경 설정은 짜오셨나요?

 

초심자PL: 그냥 모험이 떠나고 싶은 드워프 입니다…. 어떻게 해야 하죠…?

 

람자: 휴…. 이 게임이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게임인 것 아시죠? 자. 여기 제 캐릭터 설정이 있습니다. 한번 보시고 이 정도의 디테일로 짜보세요. 특히 제 캐릭터의 몸에 있는 열 개의 상처 중 여섯 번째 상처가 생긴 이유에 대해 서술한 이 부분, “27세가 되던 해의 5월 셋째 주, 그 주점에서 만난 한 사내에게 호기롭게 싸움을 걸었던 것은 실수였을까?”

 

초심자PL: 이렇게 년도 단위로 자세한 배경 설정이 있어야 게임을 할 수 있나요?

 

람자: 자세한 설정이 있어야 그 위에 상상력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으쓱)

 

초심자PL: 거의 소설 수준의 설명이네요…. 

 

(중략)

 

DM : 여러분은 지금 던전의 방 앞에 있습니다. 방 안쪽에는 상자와 책상, 책들이 놓여 있습니다. 

 

초심자PL: 음… 상자라면… (생각 중) 상자를 발로 차서 열어볼 수 있을까요?

 

람자: 휴… 님… 그렇게 하면 다 죽어요. 먼저 외관을 조사체크해서 이상 여부를 살펴야죠? 네? 그리고 통찰력으로 뭔가 수상한 것이 있는지도 살펴야 하고, 그냥 열면 다 죽을 수 있으니 손기술로 조심스럽게 열어봐야 하는 겁니다. 저 하는 거 보세요. 자 마스터. 제 캐릭터가 외관체크 통찰력체크 손기술체크 할게요. 제 능력으로 유리함을 받을 수 있어요. 유리함으로 굴릴게요. (으쓱)

 

초심자PL: 아… 체크… 흠흠…

 

DM: 상자를 무사히 열었고요 상자 안에는 금화 몇 닢이 들어있네요. 앗 뒤에서 고블린이 나타납니다! 전투에요!

 

초심자PL: 좋았어! 제 턴이 먼저군요. 멋지게 달려가서 칼을 휘두...

 

람자: 으… 정말… 파티 전력을 체크해서 전략적으로 움직여야죠…. 그렇게 앞서 나가면 몸빵 하실거에요? 바바리안도 있고 지금 마법사가 보호마법 키고 가면 님보다 더 방어도가 높은데? 그렇게 파티 전력 생각안하시고 단독행동 하시면 정말 힘들어져요. 제 경험상 늘 그래왔습니다. 자 이 위치까지 빠지셔서 닷지 일단 하시고 다음 라운드에 바바리안 몸빵 나가면 붙으시는 게 좋아요. (으쓱)

 

초심자PL: 개구리네, 그럴 거면 그냥 자기가 두 캐릭터 다 하지…

 

람자: 네???????


게임에서 훈수는 어디서나 크게 환영 받는 편은 아닙니다. 하지만 <D&D>를 즐길 때는 조금 미묘하죠. TRPG라는 게임 장르 자체가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초심자들은 수많은 오류와 실수를 범하게 됩니다. 정말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이죠. 그래서 숙련자들은 초심자들의 빠른 적응을 위해 많은 도움을 주고 싶어합니다. 노련하고 멋진 모험의 한 장면을 만들기 위해서는 모두가 단련된 용사여야 하니깐요.

 

플레이어들이 모두 게임에 숙련되어 있다면 캐릭터의 특성을 이용한 명장면들을 연출 할 수 있다. ‘하플링 던지기’는 이미 전설이 된 밈(meme)이다. (출처 : All things DnD 페이스북 페이지)

 

게임 시작 전이나 게임을 마친 뒤에 주고 받는 조언은 굉장히 유용한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항상 ‘과할’ 때 발생하기 마련입니다. ‘게임 중’에서까지 개입되는 조언들이나 충고들은 썩 유쾌하지 않습니다. <D&D>를 비롯한 TRPG의 가장 큰 재미가 바로 차례로 돌아가며 개개인이 어떤 방식으로 ‘판단’ 하는지에 달려있기 때문입니다. 

 

다른 이가 ‘판단’하고 행동을 ‘선언’할 기회를 빼앗는 것은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TRPG 장르의 가장 큰 트롤링(게임을 의도적으로 방해하는 행위의 속어)입니다. 숙련자의 입장에서 ‘조언’하는 행위는 게임 속에서는 상대방의 자유로운 ‘판단’을 앗아가는 것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D&D>의 모험은 캐릭터의 성장을 위한 과정이기도 하지만 모험을 즐기는 ‘플레이어’의 게임적 성장을 도모하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어설픈 판단으로 모든 파티원들을 위험에 빠뜨리는 초심자의 행동은, 또 다음 번 같은 상황에서는 조금 더 개선된 판단을 하게 만드는 근거가 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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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손쉬운 승리만 하는 게임은 재미가 없다. 시행착오를 거쳐서 목적지에 다다르는 그 힘든 과정이 항상 재미있는 법이다. (출처 : Trap Adventure 게임)

 

<D&D>는 등장인물의 실패와 보완 그리고 성장의 서사를 항상 품고 있습니다. 이런 과정은 게임이 끝났을 때의 성취감을 극대화 시켜줍니다. 숙련자의 조언으로 모든 퍼즐과 적과의 전투를 피해나 희생 없이 마쳤을 때 과연 그 과정에서 초심자의 실패와 보완, 그리고 게임 경험이 빠져 있지는 않을 지 다시 한번 돌이켜봐야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Case #3 나 때는 말이야 유형

 

<초심자와 ‘고인물’이 함께 후담(後談)을 나누는 중>

 

초심자: 오늘 플레이 정말 즐거웠습니다. 하지만 룰이 정말 익힐 것이 많네요. ^^;

 

숙련자: 후후, 이 정도는 예전 4판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죠.

 

초심자: 와 정말요? 그때는 어땠는데요?

 

숙련자: 그때는 수정치나 룰 적용 범위 등이 매우 민감하고 까다로웠지요. 수많은 서플들이 나와서 밸런스에 대한 문제도 제기되었고, 하나의 클래스를 하더라도 추가되는 규칙이 매우 다양했어요.

 

초심자: 그렇군요. 지금 훨씬 개선된 것이군요. 감사합니…

 

숙련자: 아, 그래서 그 당시 제 캐릭터가 최고레벨을 찍었을 때 어땠는지 얘기를 또 안 할 수가 없네요. 하, 정말 최고위 마법을 뻥뻥 써대면서 극강의 아이템을 모두 장착하고서는 6면체 40개를 굴려서 최고위 악마를 황당하게 했었어요. 더 핵심이 뭔지 아십니까? 그때 주문서를 사용하면서 외쳤던 웃긴 주문이 있었는데 ㅋㅋㅋ 그게 오늘 제가 했던 캐릭터의 이름입니다. 하하하.

 

초심자: 아… 예… 아무튼 오늘 만났던 동료들이 아슬아슬하게 도와줘서 정말 가슴 졸였어요.

 

숙련자: 동료는 그래도 뒤통수를 치면서 노는 맛이 있어야죠 ㅋㅋㅋ 동료 뒤통수 해서 생각나는데, <D&D> 클래식 때는 지금처럼 룰을 서로 빠삭하게 알고 하지 않았어요. 그냥 동네 친구들끼리 소꿉장난하듯이 놀았었는데 저희 팀에 전학생 하나가 들어오는데, 그 친구가 이 판에서 꽤나 유명한 룰 마스터죠 ㅋㅋㅋ 이름은 프라이버시 때문에 밝힐 수 없지만 참 그 시절에 굉장했습니다. 정 궁금하시면 나중에 넌지시 힌트만 드릴게요~

 

초심자: 아… 예… … 저 이제 가도 될까요?

 

숙련자: (먼 산을 보며) 그 시절에는 방안지에 던전을 삐뚤 빼뚤 그렸었는데 참 웃긴 시절이었어요. 제 친구가 그 당시 만화를 좀 그리는 친구였는데 제 캐릭터와 던전이랑 몬스터를 다 담당해서 그렸었어요. 보여드릴까요? 싸이월드에 좀 올려뒀는데….

 

초심자: 그… 그만… 들을게요… 차 시간이 다 되어서…

 

숙련자: (혼잣말) 아니 요즘에는 너무 이 <D&D>를 즐기는 문화가 가벼워진 것 같군… 깊은 대화를 나누던 그 시절이 그립다… 개구리다…


놀이는 체계를 가진 게임이 되고, 게임하는 사람들이 긴 시간 속에서 문화를 만들어 냅니다. <D&D>도 우리나라에 처음 소개 된 이후 정말 많은 사람들이 긴 세월 동안 즐기면서 문화를 만들어 냈습니다. 그렇게 쌓인 수많은 모험들은 추억이 되고 잊을 수 없는 기억으로 남게 됩니다.

 

숙련자들과 고인물들은 그 때의 설레고 짜릿한 재미를 다시 찾기 위해 플레이 팀을 찾아옵니다. 하지만 물론 새로 만난 사람들이나 플레이 팀은 예전만 못한 경우가 많죠. 규칙도 바뀌고 분위기도 바뀌었습니다. 미니어처나 터레인 지형지물 대신에 밤새 종이를 자르고 오린 노력도 지금은 없는 것 같아 보입니다. 

 

1998년 <RPG 컨벤션>, 2019년 <고블린라떼콘>. 사진의 사람들이 집중하고 있는 대상은 동일하다. 다만 21년의 차이가 이 게임을 대하는 다른 시각을 만들었다. (출처 : 디스이즈게임 기사)

 

하지만 예전의 <D&D>와 지금의 <D&D>는 분명 매우 다른 게임입니다. 수많은 진화된 게임들이 출시되며 서로 영향을 주고 받았고, 당시의 TSR(예전 D&D 제작사)은 WotC(현재의 D&D 제작사)로 흡수되어 굉장히 세련되고 체계적인 도구들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더군다나 당시의 게이머들이 경험한 <D&D> 세계와 지금의 게이머들이 접하는 <D&D>는 그 충격이나 질감이 매우 이질적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VR과 최첨단 게임 경험을 가지고 <D&D>를 처음 접하는 젊은 게이머들은 분명 예전의 올드 유저들과는 다르지만, 나름대로의 흥미를 가지고 TRPG를 해나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런 게이머들에게 원하지 않는 (흥미로운) 옛날 이야기들은 생각보다 큰 의미가 없을 수 있습니다. 

 

 

숙련자들과 초심자는 영영 만날 수 없는 사이일까요? 

 

<D&D>에는 앞에서 언급했듯이 Background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Background는 모험자로서 1레벨이 되기 전의 삶을 압축적으로 설명해주는 장치입니다. 군인도 있고 귀족도 있고 학자도 있고 은둔자도 있습니다. 각자의 삶을 치열하게 살아간 흔적들이지만, 결국 모험자로는 1레벨부터 시작하게 됩니다. 

 


스파이더맨 (레벨 1, 백그라운드 : 고등학생), 캡틴아메리카​ (레벨 5, 백그라운드 : 군인) (출처 : 팬메이드 포스터)

 

숙련자나 초심자의 딱지는 그저 ‘지금’ 게임을 하기 이전의 Background에 불과할 뿐일 수 있습니다. 시간을 내어 이곳에 모여서 앞에 있는 몬스터를 물리치고 퍼즐을 해결하고 서로 도와서 결말에 도달하는 그 자체에 몰입하려는 것이 더 중요한 것 같습니다. 숙련자는 초심자를 맞아, 그저 굉장히 빠르게 게임에 몰입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될 뿐인 것. 그리고 게임 속에서 모두 만날 겁니다.

 

초심자에게 추천할 만한 D&D 영상 몇 가지

 

해외 드라마 Community 시즌2 14화 중 AD&D에 대한 에피소드 (한글 자막)

: 실제 D&D 플레이의 가장 이상적인 형태를 드라마 연출로 흥미롭게 보여주고 있다.

: //tv.kakao.com/channel/2676627/cliplink/301027402

 

Geek & Sundry - Critical Role 캠페인2 에피소드1 (유튜브 한글 자막)

: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D&D> 콘텐츠. 성우들의 <D&D> 플레이 실황을 제대로 볼 수 있다.

: //www.youtube.com/watch?v=byva0hOj8CU


TRPG 게임 커뮤니티 및 레퍼런스 사이트

 

1. 한국어

네이버 TRPG 카페 : //cafe.naver.com/trpgdnd

카페 깔깔 고블린 모험자리그 구인 사이트 : //ddal.goblin.cafe

Dice Latte 페이스북 페이지 : //www.facebook.com/thedicelatte

DCinside TRPG 마이너 갤러리 : //gall.dcinside.com/mgallery/board/lists/?id=trpg&page=1

창조의 회랑 : //cafe.naver.com/createdworld

헌터홀 : //hunterhall.net

 

2. 영어

D&D 공식 홈페이지 : //dnd.wizards.com

D&D 모험자리그 본부 : //dndadventurersleague.org

해외 TRPG 소식 포털 Enworld : //www.enworld.org

D&D 시나리오 및 모듈 판매 던전마스터길드: //www.dmsguild.com

D&D 전자책 열람 사이트 Dndbeyond : //www.dndbeyond.com

공식 질문답변 Sage Advice Twitter : //twitter.com/SageAdviceDnD

공식 질문답변 Sage Advice webpage : //www.sageadvice.eu

Merric B 씨의 페이지, D&D 어드벤처 리뷰 등 : //merricb.com

포가튼 렐름즈 위키백과 : //forgottenrealms.fandom.com/wiki/Main_Page


람자의 D&D 사건파일 목록

 

람자의 D&D 사건파일 (1) “TRPG? D&D가 뭐죠?”

람자의 D&D 사건파일 (2) “제 캐릭터가 LA에 있을 때 얘긴데요…”

람자의 D&D 사건파일 (3) “저는 00 던전마스터랑만 게임하고 싶어요.”

람자의 D&D 사건파일 (4) “저 플레이어 문제 있어요.” 

람자의 D&D 사건파일 (5) “이런게 D&D의 참 맛 아니겠습니까?”

람자의 D&D 사건파일 (6) “헿 신선한 뉴비가 왔군!” ☜ 

람자의 D&D 사건파일 (7) “저도 던전마스터가 하고 싶은데요.” (연재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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