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세상을 바꾼 아이디어 (34) - 단 한 번 상영된 20세기 최고의 광고

넥컴박 (넥슨컴퓨터박물관) | 2019-01-30 10: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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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이즈게임은 ‘넥슨컴퓨터박물관’과 함께하는 새로운 연재를 준비했습니다. 넥슨컴퓨터박물관에 전시돼 있는 수많은 소장품의 사연이나 박물관에서 있었던 크고 작은 에피소드는 물론, 컴퓨터와 관련한 IT업계 인사들의 이야기가 담길 예정입니다. / 디스이즈게임 편집국



1983년 10월, 스티브 잡스는 애플 컨퍼런스(Apple’s Annual Sales Conference)에서 매킨토시(Machintosh)의 의미와 론칭 광고를 소개합니다. IBM과 PC 시장, 그리고 애플의 중요성을 간결하지만, 명확히 짚어내죠.

 

 Apple Conference Keynote Speech – The “1984” Advertisement Introduction

  

이듬해인 1984년 1월 22일, 미국 슈퍼볼 중계에 이 충격적인 광고가 방영됩니다. 조지 오웰의 소설 <1984>를 배경으로 리들리 스콧(Ridley Scott)이 감독하고 딱 한 번 방영된 이 광고는 20세기 최고의 TV 광고 중 하나로 손꼽힙니다.

 

 Apple 1984 Super Bowl Commercial Introducing Macintosh Computer

 

오늘 우리는 정보 순수화 지령의 영광스러운 1주년을 맞이하였다. 우리는 사상 최초로 순수한 이데올로기의 정원을 창조했다. 그곳은 진실을 호도하는 해충들에서 벗어나 모든 노동자가 꽃을 피울 수 있는 안전한 공간이다. 우리의 사상 통일은 어떤 함대나 군대보다도 강력한 무기이다. 우리는 하나의 의지, 하나의 결의, 하나의 이상을 가진 하나의 민족이다. 우리의 적들은 죽을 때까지 혼란에 빠질 것이며, 우리는 그 혼란 속에 그들을 묻을 것이다. 우리는 승리할 것이다.


1월 24일, 애플은 매킨토시를 출시합니다. 그리고 당신은 1984년이 왜 (소설 속의) “1984년”과 다른지 알게 될 것입니다.

 

같은 옷을 입고 같은 머리 스타일을 한 초점 잃은 눈의 사람들이 질서정연한 행진 끝에 자리에 앉습니다. 대형스크린에서는 빅 브라더가 열변을 토하고, 해머를 든 여인이 군인들의 추격을 따돌리며 달려옵니다. 그녀는 있는 힘껏 해머를 내던져 스크린을 박살 냅니다. 

 

영상 속의 빅 브라더는 당시 PC 시장의 주류를 이끌던 IBM을 의미하며, 구원자 여성은 역시나 애플, 보다 구체적으로는 이틀 후 출시를 앞두고 있던 매킨토시를 상징합니다. 거대한 자본력과 오픈형 아키텍처로 당시의 PC 시장을 거의 지배하고 있던 IBM에 대항하여 매킨토시가 새로운 변화의 물결을 일으킨다는 상징이죠.

 

조지 오웰은 소설 <1984>를 통해 빅 브라더가 개인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통제 사회를 예언했습니다. 1984년 초, 세계의 화두는 단연 <1984>였죠. 그해 1월 1일 인공위성을 통해 전 세계에 생중계된 백남준의 비디오 아트 제목도 ‘굿모닝 미스터 오웰’이었으니까요. 1984년 슈퍼볼의 가장 큰 화젯거리는 우승자인 LA 레이더스가 아닌 이 광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요.

 

백남준 작가는 오웰과 달리 긍정적인 상호소통 매체로서의 미디어 활용을 예술로 표현했습니다.​

 

스티브 잡스와 스티브 워즈니악은 이 광고를 무척이나 좋아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애플 이사회에서 광고 상영을 반대했는데, 워즈니악은 (잡스가 절반을 부담한다면) 개인 비용으로라도 광고를 집행하겠다고 강한 의지를 보입니다. 결국 타협 끝에 원래 확보했던 90초의 에어타임 중 30초를 판매한 뒤 60초 분량으로 광고를 상영합니다.

 

 

꽤 어두운 분위기인 TV 광고에 비해, 매킨토시의 지면 광고는 쉬운 사용법을 강조하는 모습으로 등장했습니다. 손가락으로 가리킬 수만 있다면, 컴퓨터를 사용할 수 있다는 슬로건과 함께 원 버튼 마우스, 그래픽 유저 인터페이스 기반의 운영체제를 소개합니다. 매킨토시는 출시 전부터 세간의 관심을 끄는 데 성공합니다. 이후 4개월간 7만여 대가 팔렸습니다. 2,495달러라는 높은 가격에도 말이죠.

 

 

2004년, 애플은 매킨토시 출시 20주년을 맞아 1984년의 슈퍼볼 광고를 재해석해 아이팟(iPod) 광고로 선보입니다. 거의 흡사하지만 살짝 다른 부분이 있습니다. 원작과 비교해 어떤 점이 달라졌는지 찾아보는 것도 재미있을 듯하네요.

 

 2004 iPod Remake of “1984” Commercial

  

제주에서, 세상을 바꾼 아이디어 넥슨컴퓨터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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