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차이나랩] 중국시장에서 한국게임은 경쟁력을 잃은 것일까?

모험왕 (김두일) | 2017-09-27 14:5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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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게임은 경쟁력이 없다? 


 

지난주 국회에서 (김병관 의원실 주관으로) 열린 게임간담회에서 ‘한국 게임이 중국에서 경쟁력을 잃은 것은 사드 문제라기보다는 제품 자체 품질과 경쟁력의 문제’라는 문제 제기가 있었고, 이 내용이 업계에서 꽤 화제가 됐다. 검색해 보니 해당 간담회 말고 다른 정부 기관 주최로 열린 다른 간담회에서도 비슷한 문제 제기가 있었나 보다. 

 

그렇다면 과연 한국게임은 중국시장에서 경쟁력을 잃은 것일까?

 

 

# 왜?


한국게임이 경쟁력을 잃었다는 주장은 대체로 기술과 자본의 우월함을 갖춘 중국회사들의 약진 때문에 한국게임이 중국에서 자리 잡기 힘들어지고 있다는 내용에 기인한다. 중국회사들은 더 빨리 만들 수 있고, 더 좋은 인력들을 많이 보유하고 있고, 더 좋은 IP를 확보할 수 있는 자본과 매력적인 시장 규모를 갖췄기 때문에 한국게임이 점점 경쟁력을 잃어간다고 분석한다.

 

거시적인 관점에서 나도 이 주장에 동의한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파고들면 반박할 내용이 제법 많다. 또한, 이 주장에서 문제로 제기한 ‘한국게임의 경쟁력 부족’을 해결하기 위한 ‘대안’의 내용이 빠져있다 보니 아무래도 '앙꼬없는 찐빵' 같은 느낌이다. 

 

 

# 중국에서 살아남기  = 선점


모든 산업에서 가장 높은 점유율을 가지고 있는 제품의 경쟁력이란 '선점'에서 비롯된다. 이것을 중국에서 인기 있는 (혹은 돈을 많이 버는) 게임으로 한정시켜도 똑같다.

 

MMORPG는 <미르의 전설>이 선점했고, FPS는 <크로스파이어>가 선점했으며, 액션 캐주얼은 <던전앤파이터>가 선점했고, 전략 대전게임은 <리그오브레전드>가 선점했다. 여기서 선점이란 ‘가장 빨리 서비스한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가장 먼저 의미 있는 점유율을 확보한 것'을 말한다. 

 

FPS 시장을 놓고만 봐도 <서든어택>이 먼저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점유율 확보에 실패했기에 선점했다는 표현을 쓰지 않는다.

 

개발 및 서비스에 국한하지 않고 사업적 관점으로만 접근해도 이 주장은 일리가 있다. 가령 <전민기적>(한국명 <뮤 오리진>)이 유난히 게임의 퀄리티가 높아서가 아니라 최초로 한국 인기 IP를 정식으로 라이선스한 모바일게임으로 서비스를 진행했기에 장기간 흥행하고 있다. 

 

 

# 어떻게 선점할 수 있을까?


선점은 결국 도전에서 비롯된다. 도전 없이는 어떠한 선점도 없다. 이 선점을 위한 도전은 어찌 보면 무모한 도전에 가깝다. 이 도전에서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불굴의 열정도 중요하지만 새로운 것을 생각해 내는 ‘창의적인 오성’과 그것을 ‘제대로 구현해 낼 수 있는 능력’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개발이든 사업이든 말이다. 

 

결국, 생각만 많고 구현능력이 없으면 몽상가가 되는 것이고, 기술은 있는데 생각하기 싫으면 기능인이 되는 것이다. (솔직히 말하면 나도 서른다섯 살 이전에는 몽상가에 가까웠다. 즉 능력이 많이 부족했다)

 

단언하건대 아직 중국인 개발자들에게는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능력은 없다. 없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교육과정에서 중화사상을 배우기 때문에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가 상당히 제한적이다. 또한, 중국시장에서의 대부분의 제품 기획은 시장성이 확보된 후 거대한 시장의 규모와 압도적인 물량의 힘으로 쫓아가는 전략이다. 즉, 아예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시장 전략은 거의 없다. 

 

후자를 부연하자면 규모의 경제에서 적당한 점유율만 확보해도 쉽게 장사할 수 있기 때문에 굳이 실패의 위험이 있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 중국 기업의 전략적 경쟁력 = 샨자이(짝퉁)

 


과거에는 조악한 카피본을 생산해 냈다면 이제는 카피한 것에 나름의 혁신이 가미된 샨자이(짝퉁)가 주력이 되었다. 그런데도 중국시장의 규모는 기업들이 충분한 돈을 벌게 해 주었고, 이는 중국기업들의 자본적 여유와 기술의 발전으로 이어졌다. 샨자이는 오리지널을 능가하는 경쟁력을 갖춘 제품이 될 수 있다는 것이 현재 대부분 중국기업이 가지고 있는 전략적 경쟁력이다. 

 

알리페이는 페이팔에서 비롯되었고, 타오바오는 아마존을 베끼고 있으며, 바이두는 구글을 모방했다. 또한, 중국이 자랑하는 모든 O2O는 우버에서 착안했고, QQ나 위챗도 결국 해외서비스를 고스란히 카피해서 발전했다. 

 

덧붙여 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시장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정부의 자국 기업 보호 정책까지 곁들여지니 어떤 산업이든 중국회사만이 성장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게임 혹은 콘텐츠들이 중국인의 마음을 흔드는 것은 정말 놀라운 일이다. 충분히 자랑스러운 일이다. 

 

 

# 한국의 경쟁력

 

 

지난번 포스팅했던 ‘왕자영요를 만든 야오샤오광’의 스토리를 봐도 알겠지만, 그는 열정과 능력을 겸비했지만 ‘창의성’은 부족하다. 그가 텐센트에서 성공시켰던 게임들은 <카트라이더>, <윈드런너>, <애니팡> 등 한국게임을 카피한 게임들이지 그의 독창적인 창의력이 가미된 게임은 없다. 

  

사실 <왕자영요>도 LOL이 없었다면 나오기 힘든 게임이고, 텐센트가 라이엇게임즈의 주인이 아니었다면 역시 지금처럼 무지막지한 성공은 힘든 게임이라 생각한다. 

 

따라서 현재 한국과 중국을 대표하는 두 개발자를 놓고 볼 때 ‘<왕자영요>의 야오샤오광보다 <배틀그라운드>의 김창한 PD가 객관적으로 더 뛰어난 개발자이다’라고 나는 주장할 수 있다. 여전히 한국 개발자들이 중국보다 한 수 위인 것이다. ^^

 

창의적인 감각이 필수적인 아티스트의 경우 그런 이유로 중국기업에 많이 스카우트된다. 더 잘 그리고 못 그리는 기능적 측면이라면 가성비 좋은 중국 친구들을 더 많이 뽑아 쓰는 편을 택하겠지만 그게 아니기 때문에 외국인 아티스트나 디렉터를 꾸준하게 뽑아 가는 것이다. 그중 한국인 아티스트들은 특히 중국 메이저 회사들의 스카우트 대상이기도 하다. 한국 개발자들의 능력과 경쟁력이 없다면 당연히 불가능한 일이다. 

 

 

한국게임은 왜 중국시장에서 실패했을까?

 

 

<미르의전설>, <던전앤파이터>, <크로스파이어> 같은 중국에서 히트한 한국산 게임들이 모바일게임 시대에 나오지 못하는 이유는 과거와 같은 선점의 기회를 잡지 못했기 때문이지 게임 자체의 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이 아니다. 텐센트는 카카오의 주주이자 이사회 멤버로서 카카오게임센터의 성공요소를 고스란히 카피해서 갔고, 카카오게임센터 초창기 히트한 게임들도 역시 고스란히 카피해 갔다. PC게임 시대보다 모바일게임은 대단히 쉽게 카피할 수 있다는 것이 우리에게는 불행한 일이다.

 

이후 모바일 RPG 시대로 넘어갈 무렵에는 한국산 게임이 공식적으로 중국 시장에 정식 서비스하기까지 너무 많은 시간이 소모됐다. 한국처럼 중국 시장도 변화가 빠르다. 넷마블의 <세븐나이츠>나 게임빌의 <별이 되어라> 같은 게임이 좀 더 신속하게만 나왔어도 중국에서 그렇게 참패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미 같은 형식의 게임들이 시장을 선점한 상태에서 외국산 게임이 어떻게 경쟁을 한단 말인가? 

 

물론 여기에는 시간을 잡아먹었음에도 현지화(BM, UI, 밸런스 등)에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는 것도 핵심적인 실패의 요인이지만 말이다.

 

 

# 해답


그러면 한국의 (중소) 게임들은 어떻게 중국시장에 접근해야 할까? 

 

, ​우리의 장점인 새롭고 창의적인 유니크한 게임에 도전해라.이제 우리는 물량이나 기술적 우월함으로 중국시장에서 경쟁하기에는 어려운 상황이 되었다. 상기에 언급한 중국회사가 탐내는 독창적 콘텐츠를 가진 회사들에는 중국에서 자동으로 연락이 온다. 

 

참고로 내가 자문을 해 주고 있는 모 회사의 게임은 독특한 게임성으로 현재 4~5개의 중견급 이상의 중국회사들이 판권경쟁을 하고 있기도 하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좋은 콘텐츠를 알아보는 눈은 중국회사들도 탁월하다. 따라서 우리는 우리가 잘하는 것을 만들면 된다.

 

둘째, 너무 오래 끌지 마라. 구글 피처드 받은 게임은 일주일 이내에 뚫려서 불법 버전이 올라오는 시장인데 모처럼 중국회사들이 공식 서비스를 타진해 온다면 가능한 한 신속하게 서비스할 수 있는 회사를 선택해라. 

 

조건 1만~2만 달러 차이에 목을 매지 말고, 다만 우리 게임의 진가를 제대로 알아보는지를 파트너 선택의 기준으로 삼아라. 만약 그런 회사가 있다면 빨리 내 게임을 팔아라. 오래 들고 있을수록 내 콘텐츠의 가치는 떨어질 뿐이다. 대체로 한국의 글로벌 판권을 가지고 있는 퍼블리셔들이 서비스의 타이밍을 놓치는 실수를 많이 한다.

 

셋째, 중소형 회사는 중소형 회사에 맞는 조건과 규정이 있다. 대기업 흉내 내지 말자. 상표권, 외자판호, 부가판권 등 흔히 말하면 넥슨, 넷마블, 엔씨 급에서 요구할 수 있는 사안을 너무도 꼼꼼하게 따져가면서 협상하고 시간을 잡아먹으면 타이밍 놓친다. 

 

우리 것이 해킹당해 올라오던가 혹은 그 사이 다른 복제품이 먼저 나온다. 심지어 APK를 넘기면 우리 서버가 통째로 털릴까 걱정하는 개발사들도 있는데 그건 넘기지 않아도 맘만 먹으면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다. 

 

과거처럼 소스코드가 회사의 핵심자산이 되는 시대는 지났다. 코딩은 중국 애들도 우리만큼 잘하는 시대이기 때문에 이제는 ‘중국 애들이 우리보다 못한 창의성을 파는 것이다’라고 생각하자.

 

넷째, 서비스의 우회 루트는 다양하게 있다. 일반적인 상식에 의존해서 반드시 중국 서비스를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조건들 없이도 서비스 가능한 루트는 분명히 있다. 명분보다 실리(돈 버는 것)만을 따진다면 개구멍(?)은 얼마든지 있다는 것이다. 

 

이 부분은 공개적으로 이야기하기 참 거시기하지만 어쨌든 중국 애들이 하는 편법은 우리도 써먹을 수 있다는 발상의 전환을 해 보자. 그럼 길은 보인다. 명분을 더 중요시 여기거나 ‘편법=불법’이라고 생각하는 분들 혹은 약간의 리스크라도 감수하느니 그냥 서비스하지 않는 편이 낫다고 생각하는 회사에는 물론 권유할 수 없는 방법들이다. 

 

마지막으로 우리 스스로 패배감에 젖지 말자. 중국 애들은 여전히 한국개발사의 제작 능력을 높이 평가하는데 왜 우리 스스로 이제 중국만 못하다고 패배감에 빠져든단 말인가? 적절히 선점만 해도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중국 시장보다 한국은 살아남기 위해 더 처절하게 경쟁해야 하는 시장을 갖추고 있다. 따라서 이곳에서 살아남는다면 당연히 한국이 더 경쟁력 있는 콘텐츠를 개발한다는 의미가 아닐까? 우선 자신감을 먼저 회복하자. 

  

부디 중국에서 새로운 한국게임의 르네상스가 열리길 바라며....

 

한 줄 요약 : 우리가 잘 하는 것을 하면 중국에서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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