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TIG스토리] 우리집 피카츄는 공군학교 출신! 나의 보라매공원 답사기

토망 (장이슬) | 2017-02-03 19:29:03

※ 'TIG 스토리'는 평소 TIG에서 특별한 상황이나 재미있는 일상을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오늘은 디스이즈게임의 대표 포덕(?) 토망 기자가 <포켓몬 GO>의 포켓몬 대량출몰지 중 하나인 '보라매공원'에 다녀온 이야기를 풀어놓습니다.

 

저는 사실 '포켓몬 1세대'나 '피카츄'를 썩 좋아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내 포켓몬 도감에 그들이 없다는 건 다른 문제, 중대하고 심각한 문입니다. <포켓몬 GO> 도감을 채우기 위해 분투하던 중 제보를 받았습니다. "보라매공원이 피카츄 밭이에요, 밭!" 그래서 다녀왔습니다. 나의 피카츄공원 답사기, 시작합니다. / 디스이즈게임 장이슬 기자


 

# <포켓몬 GO> 때문에 낯선 곳을 찾아갔다

 

보라매공원 가는 길. 지도에선 잘렸지만 신림역에서도 도보 가능.
(이미지 출처 : 보라매공원 홈페이지)

 

서울특별시 보라매공원은 서울시 동작구에 있습니다. 본래 공군사관학교가 있던 자리지만, 86년에 보수해서 시민을 위한 공원이 됐습니다. '보라매'라는 이름도 공군의 상징이었다고 하네요.

 

워낙 큰 공원이라 지하철 역도 세 개나 있습니다. 7호선 보라매역, 2호선 신대방역과 신림역에서 2~30분 도보로 걸어올 수 있습니다. 가장 가까운 곳은 신대방역이지만, 보라매공원으로 걸어오는 길에 있는 포켓스탑까지 챙긴다면 보라매역 혹은 신림역에서 출발하는 것도 좋겠네요. 

 

기자는 신림역에서 출발합니다. 지하철에서 내려 7번 출구로 나오자 눈에 보이는 스탑만 4개! 보라매공원 쪽으로 가다가 골목길로 들어가면 마트와 성당, 교회와 자동차 수리 센터에 포켓스탑이 또 있습니다. 

 


밤에 보면 무서운 신림역 근처 포켓스탑

 

포켓스탑으로 지정된 자동차 수리센터 마스코트는 생김새가 매우... 다소 독특합니다. 제가 방문했을 당시 인증 사진을 찍는 학생도 있었죠. 물론, 그 학생은 보라매공원에서 다시 볼 수 있었습니다. 역시 포켓몬 트레이너는 어디서나 눈에 띕니다.

 

신림역에서 출발한다면 긴 횡단보도를 두 번이나 건너기 때문에 예상보다 시간이 더 걸릴 수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 길을 잃곤 하는데, 이번엔 지도 앱 대신 <포켓몬 GO>에 의지해서 찾아갔습니다. 도로와 포켓스탑 거리를 가늠하며 천천히 걸어가니 괜찮더라고요. 구글 맵이라면 좀 더 정확하고 주변 가게도 알 수 있었을 텐데, 이 점은 조금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하지만 서울만 벗어나면 이 난리. 지도는 꼭 개선해줬으면 좋겠어요.


  

# 피카츄 답사 일번지, 보라매공원

 

보라매병원을 지나 탑이 보이면 '피카츄 밭'이 시작됩니다. 보라매공원이라고 해서 피카츄만 줄창 보이는 것이 아니라 다른 포켓몬도 많이 보이는데요. 보라매공원에서 저를 반겨준 첫 포켓몬은 피카츄가 아닌 '아라리'였습니다. AR카메라 모드로 탑 위에 올려 사진을 찍고 싶었지만 포기.

 

제가 방문했던 날은 명절 직후, 영하 15도까지 내려갔던 추운 날이었습니다. 그늘진 곳은 얼음이 끼어서 미끌미끌했고 바람도 찼지요. 주머니에 핸드폰을 넣고 걸어가는데, 아 몇 걸음 못 가서 또 징징 진동. 나왔다, 노랑뚱땡이 쥐가놈!

 

이야, 아직 공원 입구인데 벌써 한 마리 튀어나옵니다. 얼어붙은 도로가 매우 차가워 보이네요. 빨리 구해줘야겠어요! 그렇게 별 어려움 없이 피카츄를 도감에 등록했습니다. 

 

 

 

너무 빨리 목표를 달성해버렸다! 허허. 하지만, 이왕 온 김에 보라매공원을 한 바퀴 돌기로 했습니다. 지도를 보며 포켓스탑을 따라가니 매립 분수를 시작으로 포켓스탑이 여러 개 모였습니다. 여기가 보라매공원 에어파크입니다.

 

전투기 몇 대가 전시되어 있는데, 모두 포켓스탑이고 거리도 짧습니다. 조금 과장 섞어 말하면 한 걸음에 포켓스탑, 한 걸음에 또 포켓스탑. 좁은 곳에 포켓스탑이 몰려 있어서 지도에 있는 포켓몬을 터치하기도 힘든 수준입니다.

 

촘촘한 포켓스탑 사이로 피카츄가 펑펑 나타나고 있었습니다. '공중날기 피카츄'가 여기서 키워진 녀석이겠거니 생각하며 파일럿 지망생들을 마구 잡아들이기 시작했습니다. 미래의 엘리트 파일럿들을 잡아 캔디 바꿔먹을 생각을 하니 슬슬 제가 로켓단인지 포켓몬 트레이너인지 헷갈립니다.

 

 보라매공원 에어파크. 평일 오후에도 <포켓몬GO>를 하는 분이 많았습니다.



꽃길만 걷자 아름다운 우리 사랑

 

# 에어파크 말고 다른 곳에도 피카츄가 나올까?

 

보라매공원은 굉장히 넓습니다. 에어파크 밖에도 피카츄가 나올까요?

 

조금 걸어가니 돌로 둘러싸인 작은 산에서 학생 대여섯 명이 내려오고 있었습니다. 산 위에 절이 한 채 있는데, 거기가 체육관인 겁니다. 검색해보니 공군을 위한 법당이라는데, 그럼 여기가 성도의 비상 체육관이구나 싶었습니다. 물론 피죤투 대신 갸라도스가 관장 노릇 하고 있었지요. 갸라도스도 비행 타입이니 안될 건 없지만.

 

10분 더 걸어가니 산업안전체험관과 '옥만호' 호수가 보입니다. 그런데 여기도 범상치 않습니다. 에어파크만큼은 아니지만 여기도 포켓스탑이 여러 개 있습니다. 체육관 두 개가 포켓스탑 하나를 가운데 두고 붙어있는 것도 신기했네요. 

 

 겨울이라 옥만호가 얼었습니다. 대신 귀여운 오리를 드리겠습니다.

 

기분 탓일지도 모르지만 옥만호 주위에서는 피카츄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대신 잉어킹이 나오더라고요. 바닥에 누워 퍼덕거리는 잉어킹을 보면서 "빨리 잡아서 편하게 해줘야겠다" 측은지심을 갖는 것. 트레이너의 바른 마음가짐이라고 생각합니다. 딱히 갸라도스를 갖고 싶은 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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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만호를 벗어나면 다음 포켓스탑은 어린이 놀이터와 야외 암벽 등반장이지만, 특별히 귀한 포켓몬은 등장하지 않습니다. 같은 보라매공원이라도 에어파크와 옥만호가 유난히 특별한 지역인 것 같네요. 

 

보라매공원 입장부터 옥만호를 거쳐 암벽 등반장을 지나가기까지 약 1시간이 걸렸습니다. 걸으면서 2Km 알 두 개, 5Km 알 두 개가 부화했고요. 둘러보니 자전거를 타고 보라매공원을 돌면서 포켓몬을 하는 유저도 있었습니다. 어라, 어디서 많이 본 풍경이다.

 

 포켓스탑 돌리랴, 알 까랴, 포켓몬 잡으랴. 굉장히 바쁩니다.

 

 

# 보라매공원은 '피세권'이 맞습니다. 지금 당장은.

 

정리하자면, 보라매공원은 피카츄가 특별히 많이 나오는 '피세권'이 맞습니다. 에어파크는 피카츄 연성진인가 싶고, 옥만호 주위에는 잉어킹과 야돈이 주로 등장합니다. 공원과 얼음 썰매장, 잔디구장 등 다른 지역은 보통 도시와 같은 분포를 보입니다. 

 

그러면 왜 이곳에 유독 피카츄가 많이 나오는 걸까요? 

 

퍼지는 정보에 따르면, 특정 포켓몬이 출몰하는 어떤 지역이 정해져 있다고 합니다. <포켓몬스터 금, 은>부터 <포켓몬스터 블랙 2, 화이트 2>까지 등장했던 '대량발생' 콘텐츠가 <포켓몬 GO>에서도 그대로 구현되었다는 것이 유저들의 추측. <포켓몬 GO> 유저들은 이 현상을 '둥지'(The Nest)라고 부릅니다. 

 

이런 이유로 보라매공원은 피카츄 둥지 혹은 대량발생 지역이 된 거죠. 그외에도 과천 중앙공원, 용산 효창공원 등이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들리는 소문으로는 2주 정도만 유지되고 다음에 바뀐다고 하니, 소식이 들리면 빠르게 움직이는 것이 모범적인 헌터... 아니 트레이너의 자세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미지 원본 지도 출처 : 보라매공원 홈페이지)

 

 

# 흥해라, <포켓몬GO>! 즐거워져라, 일상!

 

이곳은 대한민국이고, 우리가 알고 있는 생물 지식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들이 가상의 동물 포켓몬을 이야기하고 게임 속 행동을 그대로 따라합니다. 인기 있고 매출도 양호한 게임은 많지만, 영하 15도의 한파 속에서 얼어붙은 공원을 헤매게 만드는 게임은 거의 없지요. <포켓몬GO>의 특별함은 뭘까요?

 

김난도 교수는 저서 '트렌드 코리아 2017'에서 <포켓몬 GO>의 힘을 "현실과 가상을 넘나드는 특별한 체험"에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유저가 실제로 걷고 뛰면서, 오락적 재미를 넘어 높은 성취감과 복합적인 만족감을 얻고 적극적인 경험을 하게 된다는 거죠. 

 

하지만 경험은 결국 소모되는 것. <포켓몬 GO>가 몇 주, 몇 달 후까지 메가 트렌드로 남을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렇다면 게임과 현실이 뒤섞인 지금을 열심히 즐기는 것이 최선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드네요. 

 

그저 바라는 것이 있다면, 보라매공원과 여러 대량발생지가 계속 흥하기를. 포켓스탑과 재미있는 컬래버레이션 마케팅이 계속 생겨나기를 바랍니다. 이 즐겁고 재미있는 풍경을 오래 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사심 담아 구체적으로 말하면, 나몰빼미가 <포켓몬GO>에 등장할 때까지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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