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심해에 머무는 것은 실력 때문만이 아니다? 폭언과 승률의 상관관계

다미롱 (김승현) | 2020-01-31 13:4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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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기사는 TIG 게임연구소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작성됐습니다. 게임연구소는 게임이나 개발, 산업 등에 대한 깊이 있는 분석 콘텐츠를 제작하기 위한 프로젝트입니다. 앞으로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LOL이나 오버워치 같은 팀 게임을 하다 보면 이런 경험 많이 하셨을 겁니다.

몸으로 수풀을 체크한 것도 아니고 정말 사소한 실수,
혹은 나로선 어쩔 수 없는 실력 차이 같은 걸로 
오만가지 욕을 들은 경험이요.

욕 한 사람 수준이 나랑 비슷하기만 해도 똑같이 욕해 줄 텐데

가끔 실력은 좋은데 인성은 밖에 버리고 온 친구들이 꼭 있습니다.
이러면 대꾸도 못해 열받고,
그러다 게임에서 지면 괜히 내 탓 같고 그러죠.

그런데 그것 아시나요?

그렇게 잘난 사람들이 우리와 같은 등급에 있다는 것은
그들도 심해에 있을 자격이 충분하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이미 그 이유를 봤고요.

그것은 바로 '말'입니다.
유저의 실력뿐만 아니라,
말도 팀의 승률에 영향을 주는 중요한 요소거든요.


# 폭언이 승률을 얼마나 떨어뜨리길래?

어떻게 하면 우리 팀이 이길 수 있을까? 더 잘할 수 있을까?
이것은 게임이 퍼지기 전부터, 스포츠나 경영 등의 영역에서 오래 고민한 주제입니다.

특히 팀에 단순 작업이 아니라,
이성적인 판단이나 창의력, 긴밀한 협력 등이 필요하게 되면서 이 고민은 더 커졌습니다.
사람이란 굉장히 민감해서 온갖 것에 영향받기 때문이죠.

말, 사람의 언행은 여기에 영향 끼치는 중요한 변수 중 하나입니다.
이것에 대해선 이미 여러 실험사례가 있죠.

2000년대 중반 플로리다 대학 경영저널 아카데미의 실험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연구진은 사람들을 폭언을 들려준 그룹과 그렇지 않은 그룹 2개로 나눠
모두에게 같은 퍼즐을 풀게 하고,
어떤 안건에 대해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하라고 했습니다.

그 결과, 폭언을 들은 그룹은 그렇지 않은 그룹에 비해
퍼즐을 61% 더 못 풀었고 브레인스토밍 결과도 58% 더 적었다고 합니다.
네덜란드에선 화가 난 상태에서 협상을 하면
상대에게 더 속기 쉽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기도 했죠.

2009년 공개된 연구 자료에 따르면,
이건 폭언을 직접 들은 사람뿐만 아니라, 목격한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앞서 말한 플로리다 대학의 실험을 폭언 목격자에게 해봤더니
퍼즐 결과는 25%, 브레인스토밍은 45% 더 낮게 나왔거든요.

이것을 풀이하면, 폭언은 그것을 듣고 목격한 사람 모두의
이성(퍼즐)과 창의력(브레인스토밍)에 '디버프'를 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건 음성 채팅이 대중화되고, 감정이 격해지기 쉬운 게임 쪽에선 더더욱 그렇겠죠.


# 고작 말 한마디가 악영향을 주는 이유

고작 거친 말 하나에 왜 이런 일들이 일어나는 것일까요?
이것은 이성과 감성이 양립되기 힘든 사람의 뇌 구조 때문입니다.

'홧김에 XX했다'라는 말 많이 하죠?
감정에 못 이겨 평소 하지 않았을 비이성적인 행동을 했을 때 주로 쓰는 말인데요.
사실 이게 학술적으로 맞는 얘기라고 합니다.

정서적 반응 이론에 따르면,
사람은 폭언 등 스트레스 심한 상황에 노출됐을 때
뇌에서 감정적인 부분을 담당하는 '변연계'의 감정 중추가 반응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것은 이성적인 사고나 판단을 담당하는 '전전두엽'에 흘러가는 에너지를 줄입니다.

이건 2가지 좋지 않은 결과를 만듭니다.

하나는 전전두엽이 연료가 부족해 자기 일인 '이성적인 판단'을 제대로 못하게 됩니다.
마음이 상하면 시야가 좁아져, 
상대 아이템이나 정글러 위치 같은 것 신경 안 쓰고 영혼의(?) 딜교를 하는 이유가 이 때문이죠. 

즉, 마음에 들지 않는 플레이 때문에 나온 폭언이
이런 플레이를 확산시키는 셈입니다.

다른 하나는 이렇게 생긴 스트레스가 방어 기제를 자극해
사람을 공격적으로 만든다는 것입니다.
생물은 스트레스를 받을 때 이 원인을 공격함으로써, 혹은 피함으로써 스트레스를 피하려는 기질이 있거든요.

여기서 공격적이라는 적은 '적극적'이 아니라, 나도 같이 화를 낸다는 얘기입니다.
특별한 위협 없이도 위협을 느낀다거나, 
작은 꼬투리로도 화를 낼 수 있게 준비(?)를 하는 것이 대표적입니다.

이런 현상이 팀 안에서 일어난다면, 
폭언과 화, 스트레스가 순식간에 팀에 전염된다는 것과 같습니다.
이것은 앞서 말한 것처럼 팀원들의 판단력이나 창의력을 깎고요.
어쩌면 미드 오픈이나 트롤픽 같은 최악의 사태를 만들 수도 있겠죠.

스트레스 원인을 피하려는 심리도 긍정적이진 않습니다.
문제의 여지를 만들지 않으려고 극도로 움츠려 드는 효과를 만들기 때문입니다.
게임으로 치면 소극적이고 경직된 플레이를 하게 된다는 얘기입니다.

LOL이나 오버워치 같은 역동적인 팀 경쟁 게임에서
이게 얼마나 좋지 않은지는 다들 잘 아실 겁니다.
이것 때문에 또 다른 폭언 생길 수도 있고요.

간단히 중간 정리를 하면,
폭언은 팀원들의 판단력과 창의력을 떨어뜨리는 것은 물론,
사람을 경직시키고 팀에 스트레스를 전염시키는 효과를 만드는 셈입니다.

즉, 게임에서 폭언을 한다면 그 사람의 실력과 상관없이,
팀의 승률을 낮추는 트롤러라는 얘기죠.
실력은 불가항력이지만, 폭언은 매너의 문제니
더 안 좋다고 할 수 있죠.


# 폭언을 참기 힘들다면…

때문에 영상을 보시는 분들은 폭언을 들었을 때
욱해서 마저 욕하지 말고,
차분히 신고를 하시기 바랍니다.
같이 욕을 하면 그 게임은 버린 판이 되니까요.

물론 감정을 제어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특히 팀에 사람이 없다면 더더욱요.

그런 분들을 위해 조언을 하자면,
화를 내기 전에 딱 15초만 참아 보시기 바랍니다. 

분노 호르몬이 지속되는 시간은 최대 15초라고 합니다.
이때만 지나면 몸이 화를 누그러뜨리고 긴장을 푸는 호르몬을 발산한다고 하는데요.
즉, 우발적인 폭언은 잠깐 늦추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15초가 지나도 화가 계속 나 있으면요?
그건 이성적으로 생각해도 열받는단 얘기니까 잘 풀어야겠죠. 무작정 참지 말고요.

간담 요약

- 폭언은 팀원들의 판단력과 창의력을 떨어뜨린다
- 폭언은 경직된 플레이나 또 다른 폭언을 유발한다
- 사람은 폭언을 들었을 때 이성적으로 대처하기 힘들다
- 15초만 참아도 우발적인 폭언을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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