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사상 최대 호황인 한국 보드게임계, 중소업체들은 왜 ‘생존’을 위해 뭉쳤을까?

다미롱 (김승현) | 2019-02-20 11:5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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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부산에서 독특한 행사가 열렸습니다. 보드게임 협동조합 ‘사부작’이 주최한 보드게임 디자인 라운드테이블이 그 주인공입니다. 행사를 주도한 사부작의 정희권 대표는 “다양하고 개성있는 보드게임을 만드는 사람들이 살아남을 수 있는 토양을 만들고자 조합을 만들고 행사를 준비했다”고 밝혔습니다.

 

정희권 대표의 이야기를 듣고 의문이 하나 생겼습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올해 발간한 게임백서에 따르면, 한국 보드게임계는 아시아 최대 규모를 자랑하며 지난해 다수의 보드게임사가 유례없는 성장을 보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런 호황 속에서 중소 보드게임사들이 생존을 위해 뭉쳤습니다. 

 

이 상반돼 보이는 현상 모두 사실일까요? 만약 그렇다면 이런 일은 왜 일어났을까요? 정부의 공식 자료와 다수의 보드게임 관계자들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국 보드게임계의 현황을 정리했습니다.

 

 

1. 한국 보드게임계는 정말 호황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호황입니다. 게임백서에 따르면, 최근 한국의 주류 보드게임사들의 성장률이 큰 폭으로 커졌습니다. 시장 1위 업체인 코리아보드게임즈는 전년 대비 6.4%의 성장률을 보여줬고, 행복한바오밥이나 만두게임즈 등 다른 주류 업체는 두 자릿수의 성장률을 기록했습니다. 참고로 한국 보드게임 시장은 아시아에서 최대 규모를 자랑합니다. (by 2018 대한민국 게임백서) 이런 곳에서 주류 업체가 이런 성장률을 보이는 것 자체가 쉬운 일이 아니죠.

 

보드게임 카페나 유통사, 개발사 관계자들 또한 최근 한국 보드게임계가 유례 없는 호황을 보여주고 있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보드게임에 대한 관심도, 출시/한국어화되는 보드게임 수도 크게 늘었습니다. 실제로 작년에 정식 출시된(크라우드 펀딩은 제외) 보드게임의 수가 10년 전에 비해 5배 이상 늘었습니다. 과거 한국어화는커녕 정식 출시되는 게임도 없어 아마존 등을 뒤졌던 것을 감안하면 큰 변화입니다.

 

무거운 게임성에도 불구하고, 국내 보드게임계에서 유례 없는 성공을 거둔 <테라포밍 마스>

 

무엇보다 보드게임 유저들이 늘어날 '토대'가 마련됐습니다. 예전에는 대중이 보드게임을 접할 기회 자체가 거의 없었는데, 근래엔 ‘방과후 교실’ 덕에 훨씬 많은 이들이 보드게임을 접하게 됐죠. 물론 이들이 모두 보드게이머가 된 것은 아니지만, 보드게임을 접한 사람들이 많아져 유저 풀이 늘어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다는 면에선 긍정적입니다. 

 

이 때문에 일부 관계자들은 지금이 대한민국 보드게임 역사상 최고 호황이라고 이야기 할 정도입니다. 물론 이게 교육용 보드게임 시장을 넘어설 정돈 아니고 게임과 같은 다른 산업에 비할 정도는 아니지만, 보드게임계에서는 충분히 의미 있는 성과입니다.

 

그런데 왜 중소/인디 보드게임사들은 이런 호황 속에서 ‘생존’을 위해 뭉쳤을까요? 

 

보드게임을 교육에 활용하기 위해 연수를 받는 교사들

 

2. 중소/인디 보드게임사는 정말 어려울까?

 

다만 이 호황은 어디까지나 일부 ‘소비 시장’에 한정된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이야기입니다. 실제로 한국에서 잘 팔리는 보드게임 상당수가 해외에서 만들어진 작품입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일부 ‘유명한’ 해외 보드게임만 잘 나가고 있죠. 

 

해외에선 호평받고 잘 팔리고 있지만, 국내에선 인지도가 낮아 잘 팔리지 않는 보드게임도 부지기수입니다. 실제로 최근 크라우드 펀딩 방식으로 판매되는 외산 한국어 보드게임 상당수가 시장에 다시 판매되지 않고, 펀딩으로만 1회성으로 유통되는 경우가 부지기수입니다. (여담이지만, 이 때문에 한국 보드게임 시장은 초기에 유명 보드게임을 선점한 업체와 그렇지 않은 업체 간 간극이 굉장히 큽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신규/창작 보드게임 시장 상황은 더더욱 어렵습니다. 관계자들의 말에 따르면, 한국에서 꾸준히 활동하는 보드게임 ‘개발사’라고 할만한 곳은 10곳도 안됩니다. 전업 보드게임 작가는 5명도 안되고요. 나머지 작가들은 생업을 겸하며 보드게임을 만들고 있습니다. 이는 보드게임 개발만으론 먹고 살기 힘들다는 말과 같습니다. 실제로 한국의 대형 보드게임사 대부분은 사실상 ‘유통사’라고 할 수 있죠.

 

적지 않은 보드게임이 크라우드 펀딩에 성공하지만, 이 중 시장에 자리 잡는 게임은 극소수에 불과합니다. 

 

새로 나온 보드게임은 보통 크라우드 펀딩으로 1회성으로만 소비되고 다시 시장에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태반입니다. 국내 창작 게임은 이쪽이 대부분이고요. 펀딩 이후 시장에서 판매되는 보드게임은 말 그대로 '극소수'죠. 보드게임 개발 협동조합 사부작의 정희권 대표 말에 따르면 국내에서 창작된 보드게임 중 시장에 ‘자리 잡는’ 보드게임은 1년에 4~5개에 불과합니다.

 

참고로 한국보다 인구도 적고 보드게임 시장 규모가 작은 대만은 현재 ‘활동’ 중인 개발사가 60개가 넘고 매해 100개 이상의 새 보드게임이 시장에 자리잡는다고 합니다. 한국 시장의 절반 규모인 일본은 수많은 군소 개발사가 존재하고 이제는 이른바 ‘미니멀스타일 보드게임’이라는 독특한 기풍을 만들어 전세계 보드게임계에 주목을 받고 있고요.

 

이런 것과 비교하면 한국은 시장 규모에 비해 이상할 정도로 신규, 창작 보드게임이 소비되지 않고 있죠.

 

협동조합 사부작의 정희권 대표

 

 

3. 중소/인디 보드게임사는 왜 힘들까? ① 한국 시장의 특이성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것일까요? 이걸 얘기하기 위해선 한국 보드게임 시장의 트렌드와 보드게임 시장 자체의 특성에 대해 알아봐야 합니다. 

 

한국 보드게임 시장은 큰 규모와 달리 보수적인 트렌드를 보여줍니다. 현재 한국 보드게임계에서 가장 인기가 좋은 게임은 <할리갈리>, <루미큐브>, <젠가> 등이 꼽힙니다. 이 게임들은 10년 넘게 매출 TOP 5를 지키고 있습니다. 심지어 이 베스트셀러 타이틀의 판매량은 매년 더 늘어나고 있고요. 이 작품들이 대부분 2000년대 초 보드게임 카페 붐을 통해 대중에 알려졌다는 것을 감안하면 엄청난 노익장(?)입니다. 

 

반면 <쿼리도>처럼 비교적 최근(?)에 국내에 들어온 게임은 평단의 좋은 평과 별개로, 7위라는 자리를 굳히기까지 약 6년이 필요했습니다. 신작이 이렇게 잘 자리 잡으면 다행입니다. 게임백서에 따르면, 매년 출시되는 보드게임 중 약 10%만에 생존에 성공합니다.

 

<할리갈리> 같은 보드게임은 10년 이상 베스트셀러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이미지는 게임을 만든 '하임 샤피르'가 출시 25주년을 맞아 방한했을 때, 25주년 축하 광고 앞에서 찍은 사진.

 

이는 시장에 다양한 게임을 즐기는 코어 게이머보다, 친구들과 가볍게 게임을 소비하는 캐주얼/논게이머 비중이 더 크기 때문입니다. TRPG/보드게임 카페 깔깔고블린의 권지훈 매니저는 카페에서 소비되는 보드게임의 절반이 유명하고 가볍게 즐길 수 있는 ‘파티게임’, 40%는 시스템이 쉬운 캐주얼 게임이라고 말했습니다. <테라포밍 마스> 같은 깊이 있는 게임(일명 게이머즈 게임)을 즐기는 사람은 10%도 안되고요. 다른 보드게임 카페의 사정도 비슷했습니다. 

 

보드게임 카페라는 간판을 걸었어도 손님의 대부분은 보드게임을 잘 안 즐기는 유저, 캐주얼 유저라는 얘기죠. 물론 보드게임 유저들 특성 상, 게이머즈 게임은 카페에서 하기보다 소규모 집단을 만들어 소비하는 경향이 더 큽니다. 이들은 새로운 게임도 적극적으로 즐기는 편이고요. 하지만 소규모 집단이라는 한계 때문에 이들이 즐기는 게임은 잘 퍼지지 않고 이런 유저들 또한 쉽게 늘지 않습니다. 

 

보드게임계에서 약 18년간 일한 게임올로지 최정희 대표는 이런 트렌드를 말하며 “한국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보드게임은 ‘쉬운 게임과 아는 게임’이다”라고 요약했습니다. ‘부루마블 같은 게임’ 같은 식으로 대중에게 쉽게 인식될 수 있는 게임, 아니면 <할리갈리>처럼 널리 알려진 게임 아니면 팔리기 힘들다는 말입니다. 이는 곧 유명 게임을 보유한 기존 강자들이 크기 쉽고, 반대로 새로운 게임은 자리 잡기 힘들다는 말과 같죠. 

 

게임올로지 최정희 대표

 

 

4. 중소/인디 보드게임사는 왜 힘들까? ② 보드게임 산업의 특성

 

보드게임 산업의 특성도 인디/중소 업체가 시장에 자리잡기 어렵게 합니다. 보드게임은 (디지털) 게임과 달리 생산/유통업의 성격을 가진 산업입니다. 보드게임을 만든다는 것은 공장에 (체스 말 같은) 기물을 의뢰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또 만든 게임을 유통하기 위해선 제품을 보관할 창고와 제품을 팔 수 있는 유통망 등이 필요하죠. 모두 ‘규모의 경제’가 적용되는 부분입니다.

 

그나마 유통업은 계약비와 상품을 보관할 창고, 게임을 판매할 유통망 정도만(?) 있으면 되기 때문에 그나마 나은 편입니다. (어디까지나 제작에 비해 상대적으로…. 사실 유통망만 하더라도 이마트 입점 게임사가 코리아보드게임즈와 게임올로지 2곳 밖에 없을 정도로 저변 확대가 힘든 편입니다. 해외 게임 판권 경쟁도 이슈고요)

 

직접 기물이나 박스 등을 직접 생산/관리해야 하는 제작 파트는 이 장벽이 특히 높습니다. 기물 제작 의뢰를 예로 들어보죠. 일반적인 인식과 달리, 보드게임 기물을 만들 때 가장 퀄리티가 좋은 국가는 독일이 아니라 ‘중국’입니다. 반면 한국은 기물 품질 측면에서 보드 게임 유저들을 만족시키기 힘들고요. 

 

하나의 보드게임 안에는 말판, 카드, 말, 설명서 등 다양한 구성품이 들어간다. 이미지는 유명 보드게임 중 하나인 <메이지나이트>의 구성품.

 

이런 사정을 모르는 사람이 좋은 기물을 만들려고 하면 엉뚱한 나라에 가서 고생하기 쉽고, 설사 중국이라는 것을 알아도 직접 중국 공장을 수소문해 영어나 중국어로 직접 계약을 해야 합니다. (지속적인 품질 관리는 덤) 이걸 관련 경험이 없는 사람이 하긴 결코 쉽지 않죠.

 

그렇다고 국내에서 처리하면 다른 의미로 힘듭니다. 을지로 등지를 뒤져도 잘 휘지 않는 카드, 뒷면이 비취지 않는 카드를 만들 수 있는 곳이 극소수입니다. 여길 못 찾으면 기물 퀄리티를 포기해야죠. 또 이런 것을 할 수 있는 곳은 생산 최소 수량을 몇 배 더 요구합니다. 작은 개발사가 감당하기 힘듭니다. 물론 밸런스를 잘 따진다면 국내에서도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둘 순 있겠지만, 그러기 위해선 무수히 많은 도전과 실패가 있어야겠죠. 

 

대형 업체는 규모의 경제 덕에 상대적으로 쉽게 성장할 수 있는 반면, 작은 업체, 특히 제작사는 성장은커녕 생존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물론 대형 보드게임사의 존재는 시장 성장이나 라인업 확대 측면에서 긍정적인 영향을 끼칩니다. 실제로 현장에서 만난 다수의 관계자들은 코리아보드게임즈와 같은 대형 회사 덕에 한국에 다양한 보드게임이 공급될 수 있다고 얘기했습니다.

 

다만 이와 별개로 대형 회사 중심의 시장 구조, 인디/중소 보드게임사의 생존이 힘든 환경이 건강하다고 얘기하긴 힘들겠죠.

 

 

 

5. 중소/인디 보드게임사는 왜 힘들까? ③ 작은 회사에겐 큰 의미 없는 지원 정책

 

작은 회사에게 별 도움 안되는 정부 정책은 이런 현황을 더욱 고착화시킵니다. 한정된 돈을 한정된 시간 안에 써 결과를 만들어야 한다는 정부/지자체 예산의 특성, 그리고 보드게임계에 대한 낮은 이해도 때문입니다.

 

관계자들의 말에 따르면, 현재 보드게임 지원 정책은 크게 전시회 지원과 제작 지원 2개로 나눠집니다. 이 중 가장 규모가 큰 전시회 지원 사업입니다. 이쪽은 사업 예산이 크면 1억 원 이상, 작아도 몇 천만 원은 되죠. 다만 이 사업은 특성 상 대형 보드게임사의 비중이 클 수 밖에 없습니다. (개최 지원의 경우) 전시회의 규모, (참가 지원의 경우) 전시회에서 보여줄 수 있는 확실한 무언가가 중요한데, 이는 중소 게임사가 내세우기 힘든 요소들이거든요. 

 

 

그렇다면 창작/개발 지원은 어떨까요? 관계자들은 적은 예산과 현실과 거리가 있는 사업 내용 때문에 큰 의미가 없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이런 창작/개발 지원 사업은 보통 천만 원 내외의 지원금과 6개월~1년의 사업 기간이 주어집니다. 일단 천만 원 내외의 지원금부터 (기물을 제작해야 하는 보드게임 특성 상) 개발에 큰 도움을 주기 힘듭니다. 

 

짧은 사업 기간도 이슈입니다. 보통 아이디어가 확정된 보드게임이 실제 제품으로 완성되기까지 보통 2년이 걸립니다. 근래 국내에 출시된 리차드 가필드의 신작 <버니킹덤>은 완성까지 약 5년여의 시간이 걸렸습니다. 보드게임도 디지털게임 못지 않게 개발에 많은 시간이 필요하죠. 시간이 짧고 한정된 정부 지원 사업 아래선 결과를 내기 힘든 구조입니다. 

 

실제로 지원 사업을 경험한 일부 관계자들은 디스이즈게임과의 만남에서 ‘시간에 쫓겨 완성도가 낮은 결과물이 나왔다’고 얘기했습니다. 몇몇 작가는 이 때문에 지원사업으로 게임을 완성해 놓고도 시장에 내놓지 않았을 정도입니다. 물론 이런 문제는 시스템이 체계화된 개발사가 있다면 어느 정도 완화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에는 이런 곳이 거의 없죠.

 

 

 

6. 어떻게 하면 좋을까?

 

그렇다면 이 환경을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요? 관계자들의 이야기는 크게 2가지로 정리됩니다. 시장 성숙과 진입장벽 개선.

 

시장 성숙은 보드게임 유저 증가와 유저들의 플레이 경향 변화 등을 포함하는 이야기입니다. 시장이 커지고 유저가 늘면 업계 전체의 파이도 커지고 중소/인디 개발사에게도 기회가 많이 올 것이란 이야기죠. 또 유저가 늘면 다양하고 깊이 있는 게임을 즐기는 코어 유저도 늘고 시장의 다양성도 자연히 커지겠죠.

 

이를 위해 가장 중요한 건 유저 확대입니다. 근래 많이 나아지긴 했지만, 보드게임은 여전히 비주류 취미입니다. 특히 보드게임은 플레이하려면 여러 사람이 모여야 하고, 또 플레이하지 않으면 게임을 '알기' 힘들어 이런 문제가 잘 해결되지 않고 있죠. 때문에 관계자들은 체험 행사 같은 것을 자주 열어 대중이 보드게임을 자주 접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얘기합니다. (물론 가장 중요한 건 여유가 있는 삶이겠지만, 이건 너무 큰 안건이라 ^^;)

 

16~17일 부산에서 열린 보드게임 디자인 라운드 테이블 행사 이미지. 행사에선 관계자들을 위한 컨퍼런스 뿐만 아니라, 신규·창작 보드게임을 유저들에게 선보이는 자리도 제공됐다.

 

다른 하나는 중소/인디 보드게임사에 대한 진입장벽 개선입니다. 앞서 얘기했듯이, 한국 보드게임 시장은 해외 게임들을 소비하며 커와 창작자나 중소 게임사가 힘을 쓰기 힘든 구조입니다. 사부작 조합의 정희권 대표의 말을 빌리면 '고비용 저효율로 맨땅에 헤딩해야' 하는 구조죠. 때문에 관계자들은 이 진입장벽만 낮출 수 있어도 보다 많은 게임사가 살아남고, 시장의 다양성도 늘어날 것이라고 말합니다. 

 

이에 대해 어떤 이들은 현실적인 정부 지원 정책을 요구합니다. 창작 뿐만 아니라, 상품의 생산과 유통 성격까지 함께 가지고 있는 산업 성격을 감안해 달라는 의견이죠. 예를 들어 IT 벤처 지원 성격이 강한 창업 지원 정책에 생산·유통업적 특성을 고려해 준다거나, 앞서 말한 제작 지원 부분은 항목을 세분화 해 프로그램의 유연성을 높이는 것 등이 대표적입니다. (다행히 후자는 근래 지자체 지원 사업에 적용됐다고 합니다)

 

어떤 이들은 민간 차원의 협업에서 답을 찾으려 합니다. 중소/인디 보드게임사가 모여, 서로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게 돕자는 움직입입니다. 이번 보드게임 디자인 라운드 테이블을 주최한 협동조합 ‘사부작’이 대표적입니다. 이들은 조합원들에게 보드게임 개발 노하우를 공유하거나, 소속 팀끼리 기물 공동 수주, 해외 보드게임 전시회 공동 참가 등의 혜택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중소/인디 보드게임사끼리 힘을 모아 부족한 점을 보완하자는 취지입니다. 

 

“이 일은 생산/유통 성격을 함께 가지고 있기 때문에, 중소 업체가 자리 잡기가 디지털게임보다 더 힘듭니다. 하지만 여긴 게임이 좋으면 언젠가 조명 받을 수 있는 곳입니다. 실제로 한국에서 별 반향 없었지만 해외에서 인정받아 국내로 금의환양한 한국 작가도 있습니다. 버티기 힘들어 그렇지, 1·2년만이라도 ​버틸 수 있다면 얘기가 달라지죠.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는 환경만 돼도 많이 나아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협동조합 사부작의 정희권 대표의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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