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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논란의 에픽게임즈 스토어, 게이머는 왜 화났을까?

하이쌤 (오시영 기자) | 2019-04-12 16:02:37

이 기사는 아래 플랫폼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밸브의 '스팀', EA의 '오리진', 유비소프트의 '유플레이',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의 '배틀넷', 'GOG', 베데스다의 '베데스다넷' … 내로라하는 게임 회사가 하나 둘 각자의 플랫폼을 오픈하더니 요새는 '플랫폼 춘추 전국 시대'라고 불러도 좋을 정도로 많은 플랫폼이 게이머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중에서도 가는 길마다 화제를 모으는 플랫폼이 있습니다. 에픽게임즈가 최근에 선보인 '에픽게임즈 스토어'가 바로 그 주인공입니다. 게임 엔진 산업을 주도하는 언리얼 엔진의 개발사이자 전세계인의 '인싸겜'으로 등극한 <포트나이트>로 대박을 터뜨린 에픽게임즈가 야심차게 내놓은 게임 유통 플랫폼이죠.

 

에픽게임즈 스토어는 오늘(4월 12일) 한국에도 정식 출시됐는데요. 이 플랫폼에 대한 논란 때문에 무슨 일인지 궁금해하시는 독자분들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동안 논란이 됐던 쟁점과 에픽게임즈 스토어가 한국 출시 후 해결해야할 과제에 대해 분석해보겠습니다. /디스이즈게임 오시영 기자


 

1. 에픽 '7:3 게임 생태계를 바꾸겠다!' VS 게이머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인데?'

 

▲ 개발자 중심의 게임 생태계를 꿈꾸는 에픽게임즈

 

스팀이 전자 소프트웨어 유통 시장에 등장한 이후 구글, 애플에 이르기까지 주요 플랫폼은 7:3의 수익 구조를 취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플랫폼이 수익의 30%를 가져가는 구조에서 나머지 수익 중 일정 비율을 퍼블리싱 비용으로 지불하고 나면 개발자가 실제로 가져갈 수 있는 몫은 많지 않았죠.

 

이런 상황에서 <포트나이트>의 대성공 이후, 에픽게임즈는 '새로운 게임 생태계'를 목표로 내걸고 유통 사업에 뛰어들었습니다.

 

에픽게임즈 스토어는 게임 생태계에 자리잡은 7:3 구조를 깨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실제로 이 플랫폼은 12%의 수수료만 가져갑니다. 에픽 게임즈 스토어를 통해 게임을 유통하면 개발자가 언리얼 엔진에 대한 5%의 이용 수수료도 면제됩니다. 

 

이 뿐만 아니라 에픽게임즈는 개발자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인 '에픽 메가 그랜트'를 1억 달러 규모로 기존 대비 약 20배 확대하거나, 크로스 플랫폼으로 게임을 운영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는 서비스인 '에픽 온라인 서비스'를 개발자에게 무료로 공개하는 등 '친 개발자' 행보를 확실하게 보이고 있습니다. 에픽게임즈 스토어는 PC에서 멈추지 않고 다양한 플랫폼을 공략할 예정입니다.

 

에픽게임즈는 플랫폼 수수료를 12%만 받겠다고 선언했다

개발자의 수익이 증가하고 개발 환경이 좋아진다면 그만큼 새로운 게임에 투자하는 금액이나 노력도 덩달아 늘어나 결국 유저들까지 좋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죠. 큰 그림으로 보면 분명 바람직한 이야기로 볼 수 있습니다. 게다가 스팀이 독과점 하는 구조를 벗어나 유통 플랫폼끼리 경쟁한다면 일반적으로 유저의 선택권과 받을 수 있는 혜택이 늘어날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에픽게임즈 독점 판매를 선택한 게임 개발사들은 크로스 플랫폼 서비스나 수익 구조에서 매력을 느꼈다는 입장을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스팀 전 개발자 '리처드 겔드리히'는 에픽의 입장을 지지하며 '스팀은 게임 산업 전체에 30%의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관련 기사 1: "스팀이 PC 산업을 죽이고 있다" 전직 밸브 직원이 스팀을 비난하다 (링크)

관련 기사 2: 유비와 디비전 2는 왜 스팀 대신 에픽게임즈 스토어를 선택했을까? (링크)

 


▲ 게이머의 입장: 새로운 생태계에서 얻는 이득이 거의 없다

 

그렇다면 게이머는 게임 생태계를 위해 '바람직한' 수익구조를 추구하는 에픽게임즈 스토어를 왜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것일까요?

 

확연한 '입장 차이' 때문입니다. 에픽게임즈 스토어가 '개발자'의 이익을 대변한다면 게이머들은 당연하게도 스스로의 이익을 대변하고 있습니다. 유저 입장에서는 에픽게임즈가 주장하는 개발자 중심의 게임 생태계가 이뤄져도 돌아오는 이득이 딱히 없다고 느끼는 듯합니다. 다른 항목에서 서술하겠지만, 경우에 따라 오히려 손해를 보는 부분도 생깁니다.

 

개발자에게 돌아갈 이득을 게이머가 고려하라는 말은 유저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배달 앱으로 치킨을 주문할 때, 어떤 배달 앱이 치킨집에 더 많은 이득을 가져다줄지 생각하라는 것'과 비슷한 논리로 들릴 수도 있습니다. 치킨집도 개발자와 마찬가지로 돈을 많이 벌고, 생산 환경이 나아진다면 생산품의 품질이 궁극적으로 나아질 가능성이 충분히 있습니다. 

 

다만 실제로 이런 것을 고려하고 치킨을 주문하는 사람은 없죠.

 

게다가 개발자가 늘어난 수입을 게임에 투입하리라는 보장도 없고, 투입했다고 치더라도 그 게임이 이전에 비해 유저를 더 만족시키리라는 보장도 없습니다. 심지어 게이머는 그 어떤 소비자보다도 '즉각적인 보상'에 익숙한 집단입니다. '궁극적으로 돌아올지도 모르는 보상'으로는 게이머에게 어필하기 힘듭니다.

 

아니, 그 치킨 말고... / 온라인 커뮤니티

 

▲ 스팀의 사례: 유저가 느낄 수 있는 확실한 장점이 있다면

 

오래전 일이지만 에픽게임즈 스토어의 가장 큰 경쟁자인 스팀 또한 게임 생태계를 바꾼 플랫폼입니다. 스팀이 등장하기 전 게임은 특정 저장 장치(CD 등)에 담겨서 마트에 진열되는 상품이었습니다. 스팀이 게임을 디지털 형태로 유통하기 시작하면서 게임 생태계는 크게 변화했습니다.

 

스팀이 불러온 혁신으로 인해 개발사들도 이득을 챙길 수 있었죠. 유통비와 유통에 들어가는 노력이 절감되고, 디지털 콘텐츠는 계정에 귀속되기 때문에 중고거래가 불가능하며, 불법복제도 줄어들게 되었습니다.

 

유저 입장에서는 어떨까요? 스팀은 유저가 게임을 구매해 플레이하는 모습 자체를 바꿨습니다. 오프라인에서 패키지를 구입하러 가는 대신 인터넷에서 손쉽게 구매하고 바로 설치해 플레이할 수 있습니다. 실물 패키지를 보관해야하는 번거로움이 없고 PC를 옮겨도 저장한 내용을 불러올 수 있으며, 절판됐을지도 모르는 오래된 게임을 구하러 상점을 돌아다녀야 하는 일도 없어졌죠.

 

결국 이런 장점 덕분에 스팀은 자연스럽게 유통 구조를 바꿀 수 있었습니다. 이에 비해 에픽게임즈 스토어가 꿈꾸는 생태계는 개발자에게는 파격적인 제안일 수 있지만, 소비자를 자연스럽게 끌어들이기에는 조금 부족한 매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어쩌면 게이머 입장에서는 게임 생태계를 논하는데 자신들을 고려하지 않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죠. 게이머도 게임 생태계를 이루는 중요한 축이니까요.

 

스팀으로 인해 게임 유통시장에는 '대격변'이 일어났다

 

 

2. 에픽게임즈의 게임 독점 전략을 둘러싼 논란

 

▲ 에픽게임즈의 '독점 전략' 카드는 필연적이다

 

게임 독점은 에픽게임즈가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가장 큰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에픽게임즈는 왜 게임을 독점할까요? 독점하면 게이머가 반발할 것을 몰랐을까요? 

 

사실, 위에서 이야기한 내용을 생각해보면 그 이유를 쉽게 예측할 수 있습니다. 에픽게임즈 스토어로서는 현재 게임을 독점하지 않으면 수요를 창출하는 것이 굉장히 어렵기 때문입니다. 에픽게임즈뿐만 아니라 신규 플랫폼이 등장할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과제중 하나가 유저를 모으는 것이죠. 

 

에픽게임즈에게는 '새로운 게임 생태계'라는 뚜렷한 이상이 있습니다. 그것을 실현할 수 있는 여유도 <포트나이트>가 대박을 치면서 확보했죠. 하지만 여전히 부족한 것이 있습니다. 에픽게임즈 스토어에 대한 게이머의 수요입니다.

 

많은 유저들이 현재 스팀만으로도 게임을 플레이하는데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 분위기입니다. 스팀은 전자 유통 시장에서 오랫동안 독점에 가까운 지위를 누렸기 때문에 그만큼 유저들은 스팀에 익숙합니다. 게이머들이 스팀에 '연쇄할인마'라는 별명을 붙일 정도로 할인 행사도 많이 진행하면서 인기를 누리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만약 '비슷한 서비스 수준, 비슷한 가격'으로 스팀과 에픽게임즈 스토어에 게임을 동시에 유통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스팀을 사용하던 유저가 갑자기 에픽게임즈 스토어에서 게임을 살 이유를 찾기 어려울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유저를 끌어들이기 위해 에픽스토어가 '게임 독점 전략'을 꺼내드는 것은 필연적이라고 분석할 수 있습니다.

 

에픽게임즈는 독점 전략을 통해 게임을 확보하고 있다 (<디비전 2>는 유플레이에서도 플레이 가능하다)

 

▲ 게이머의 입장: 에픽게임즈 스토어는 상도덕을 지켜라!

 

에픽게임즈 스토어는 인디게임뿐만 아니라  AAA급 타이틀에 대해서도 굉장히 공격적인 독점 전략을 취하고 있습니다. 사실 자본주의 경제 체제에서 개발사와 유통사가 자유로운 선택을 통해 계약을 맺어 일어나는 일을 무조건적으로 비난할 수 있는 것만은 아닙니다.

 

하지만 게이머들 입장에서는 '도가 지나쳤다'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게이머들은 '도덕'을 이야기합니다.

 

예를 들어 <메트로 엑소더스> PC버전은 출시 전에 스팀을 비롯한 다수 플랫폼에서 예약 구매를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퍼블리셔인 딥 실버는 정식 발매가 2주 남은 상태에서 돌연 에픽게임즈와 독점 계약을 발표해버렸고, 많은 유저가 당황했습니다. 스팀은 이례적으로 독점 결정이 '불공평하다'는 코멘트까지 내놓았습니다. 다음은 당시 스팀이 게시한 공지사항을 번역한 것입니다.

 

 

오늘 늦게(28일), 퍼블리셔(딥 실버)가 <메트로 엑소더스>를 타 스토어(에픽게임즈 스토어) 독점으로 내놓기로 하면서 <메트로 엑소더스>의 스팀 판매는 중단됩니다.

 

개발자(4A 게임즈)와 퍼블리셔는 해당 게임의 예약 구매부터 업데이트, DLC 콘텐츠까지 모두 스팀에서 진행할 수 있다고 약속했습니다.

 

저희(벨브)는 긴 예약 구매 기간 이후에 내린 퍼블리셔의 독점 결정이 불공평하다고 생각합니다. 2월 15일 출시일까지 게임이 정상 판매될 것으로 기대했던 스팀 고객께 사과를 드립니다. 저희도 최근에야 이 결정을 통보받았고 모두에게 이를 알리기엔 시간이 촉박했습니다.

 

에픽게임즈 스토어는 <엑스컴> 시리즈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줄리안 골롭'이 만든 전략 게임 <피닉스 포인트>도 1년 독점으로 발표했습니다. 자연스럽게 스팀과 GoG 플랫폼 출시는 미뤄졌죠. 문제는 개발사가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게이머에게서 자금을 모을 때 이 게임이 스팀, GoG 플랫폼에서 출시될 예정이라고 언급했다는 것입니다.

 

많은 게이머가 이를 '약속을 저버린 행위'로 생각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줄리안 골롭'이 레딧에서 개발사 측이 에픽게임즈에 먼저 접촉했다고 밝혔고, 펀딩 후원자와 예약 구매자를 대상으로 에픽게임즈 스토어 게임 키와 첫 번째 DLC가 보상으로 지급될 예정이었지만 게임을 환불하는 운동이 대대적으로 벌어질 정도로 게이머의 비판이 거셌습니다.

 

이외에도 많은 게임이 에픽게임즈 스토어 독점으로 발매됐습니다. 그때마다 논란이 일어났다는 것은 이미 설명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널리 알려진 사실입니다. 앞선 사례와 같은 도의적 책임이 없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유저들은 이후 말씀드릴 '편의성' 측면이나 에픽스토어에 대한 안좋은 이미지 때문에 못마땅하게 생각할 여지가 충분히 있습니다.

 

<피닉스 포인트> 에픽게임즈 스토어 독점 출시를 알리는 줄리안 골롭 / 피닉스포인트 공식 유튜브

 

관련기사 3: 스팀, '메트로 엑소더스' 예약 판매 중단…에픽게임즈 스토어 독점 결정에 '강수' (링크)

관련기사 4: 23억 원 모금 받은 '피닉스 포인트', 갑작스런 에픽스토어 독점 발표로 비난받아 (링크)

 


▲ 게이머의 입장 2: 에픽게임즈가 게임을 '인질'로 삼고 있다 

 

게이머 입장에서는 게임을 유통하는 플랫폼이 많아진다면, 게이머의 선택권이 늘어나고, 그에 따라 소비자에게 돌아오는 이득도 커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하지만 에픽게임즈 스토어는 현재 스팀과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게이머의 선택권을 늘리지 못하고, 오히려 제한하는 전략을 취했습니다. 물론 그것이 회사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는 전략이었다고 해도, 게이머 입장에서는 그렇습니다.

 

게이머들은 독점을 게임으로 벌이는 '인질극'이라고 생각하는듯 합니다. 선택권이 줄어들면서 반감은 커지게 되는 것이죠. 개발자 중심이긴 해도 어쨌든 '바람직한' 게임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신념을 가진 에픽게임즈가 결과적으로  유저의 선택권을 줄였기 때문에 비판받고 있다고 분석됩니다. 

 

<보더랜드3>가 에픽게임즈 독점으로 출시되자 화난 팬들이 <보더랜드> 시리즈 평점을 테러하기도 했다

 

3. '(스팀에는) 있었는데요, (에픽에는) 없었습니다'…요구에 미치지 못하는 유저 편의성

 

▲ 유저 편의성은 다다익선(多多益善)

 

지금까지 쟁점은 어디까지나 에픽게임즈와 게이머의 '입장 차이'로 볼 수 있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러나 유저 편의성을 고려한 요소는 특별한 의도가 있지 않는한 많을수록 좋은 것이 당연합니다. 수익 면에서는 개발자를 위했다고 하더라도 결국 스토어에서 게임을 구매할 소비자를 위한 기능을 철저히 갖출수록 회사 입장에서도 유리하겠죠. 

 

유저 프로필, 위시리스트부터 모드 지원, 업적 시스템까지, 스팀 유저에게는 너무 당연하고 일상적인 기능입니다. 처음에는 단순한 게임 런처로 시작했던 스팀은 유저 편의 기능을 하나둘 추가했고, 현재는 다양한 부가기능을 갖춘 플랫폼으로 진화했습니다. 

 

스팀의 다양한 기능 중 하나인 창작마당(모드 지원)

 

하지만 에픽게임즈가 스토어를 처음 선보였을 때 유저 편의 기능은 너무나도 부실했습니다.

 

출시 당시 유저 편의기능이라고 내세울 수 있는 것은 친구 목록 정도였습니다. 아주 기초적인 '장바구니' 같은 기능도 없었습니다. 클라우드 세이브 같은 기능은 현재까지도 지원하지 않습니다. 현재 에픽게임즈는 개발 로드맵을 모두에게 공개하고 있습니다. (링크) 대략적인 오픈 시기까지 정해놓고 있죠. 하지만 현재 구현된 기능에 비해 앞으로 구현될 기능이 너무 많아 보이는 것은 단지 기분탓만은 아닐 겁니다. 

 

박성철 에픽게임즈 코리아 대표는 지난 4월 3일 '게임 시장의 7:3 구조를 무너뜨리고 싶어서 론칭을 서둘렀다'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본사의 입장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게이머는 에픽게임즈가 추구하는 이상과는 무관하게 게임을 즐길 권리가 있습니다.

 

유저 편의 기능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게임 독점 전략을 사용한 에픽게임즈 스토어로 인해 게이머는 불편함을 느끼게 된 점. 이 점도 에픽게임즈 스토어가 비판받는 주된 이유 중 하나입니다.

 

에픽게임즈 스토어 출시 초기 온라인커뮤니티에서는 스팀과 기능을 비교하는 표가 돌아다녔다

 

▲ 게이머의 입장: 내 라이브러리에 들어갈 게임을 뺏어가다니!

 

'라이브러리' 수집을 좋아하는 일부 게이머 사이에서는 에픽게임즈의 독점 전략으로 인해 라이브러리를 채우지 못하는 점을 불평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스팀의 부가기능 중에서는 자신의 프로필을 꾸미고, 구매한 게임을 플레이해 업적을 달성하는 등 게이머의 수집욕을 불러일으키는 요소가 많습니다.

 

스팀 라이브러리는 말하자면 게이머가 자신을 나타내는 '포트폴리오' 같은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스팀에서 게임을 즐기는 게이머는 쌓여가는 게임과 업적, 카드와 계정 레벨 등을 보며 흐뭇함을 느껴본 경험이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에픽게임즈 스토어에 독점으로 출시된 작품은 라이브러리에서 빠지게 되고, 유저들이 불만을 느끼게 되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에픽게임즈 스토어에 비슷한 기능이 탑재된 상태로 출시됐어도 라이브러리를 관리하는 게이머 입장에서는 라이브러리를 반으로 가르고 싶지 않았을 것입니다. 물론 라이브러리를 가르기 싫어하는 게이머의 심리를 에픽게임즈가 케어하기는 쉽지 않은 일입니다.

 

한 유저가 온라인커뮤니티에 공개한 스팀 라이브러리 사진

 

 

4. 에픽게임즈를 둘러싼 많은 루머

 

▲ 에픽 게임즈가 '스파이웨어'라는 루머 

 

지난달에 해외 커뮤니티 레딧의 한 유저가 "에픽게임즈 스토어는 현재 컴퓨터 실행 중인 프로세스를 수집하고 일부 응용프로그램 디렉터리의 DLL 액세스한다. 또한 루트 인증서, 인터넷 쿠키에 접근한다"고 주장하며 스파이웨어라는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해당 글에는 천 개가 넘는 덧글과 수 십 편의 연관 글이 올라온 상태로, 에픽게임즈 스토어가 정말로 '유저의 개인정보를 빼돌리는지'에 대한 논쟁이 벌어졌습니다. 

 

다니엘 보겔 에픽게임즈 엔지니어링 부사장은 여기에 답했습니다. 문제가 된 'tracking.js'라는 파일은 에픽의 개발자 지원 프로그램에서 수익을 배분하기 위한 통계를 내는 용도로 사용된다고 설명했습니다. 팀 스위니도 레딧을 통해 "글쓴이나 다른 사람들의 독립적인 분석은 건전한 경향이고, 더 많이 일어났으면 좋겠다. 다만 결과를 분석할 때 정상과 비정상을 구분하는 것이 중요하고, 문제 제기된 대부분은 오픈소스 크롬 내장 웹브라우저가 시작할 때 일어나는 일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참고로 에픽게임즈에 따르면, 'tracking.js'가 수집하는 정보 종류에 대해서는 스토어 약관에 명시돼 있다고 합니다. 

 

에픽게임즈 스토어가 '스파이웨어'나 다름없다고 주장하는 레딧 글

  

팀 스위니는 'localconfig.vdf'에 대해서는 접근하기 전에 동의를 구했어야한다고 인정했습니다. 그에 따르면 해당 기능은 포트나이트 초기에 소셜 기능을 구현하기 위해 너무 서두른 나머지 남은 것이라고 합니다. 또한 이 문제를 수정하지 못한 것은 자신의 잘못이며 이 문제를 수정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추가로 다니엘 부사장은 'localconfig.vdf' 이슈를 인정한 뒤, 대신 스팀에 있는 친구를 에픽게임즈에 데려올 경우에 한정해서 이 파일의 데이터를 에픽게임즈에 보낸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사실 게임 플랫폼이 '스파이웨어'로 의심받는 일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지난 2011년 EA의 '오리진'도 스파이웨어라는 의심을 받았습니다. EA는 이에 대해 '우리는 정해진 규정을 정확히 따른다'는 공식 입장을 밝혀야만 했죠.

 

팀 스위니가 해당 글에 올린 답변 중 하나, 정상과 비정상을 구분해달라는 당부를 찾을 수 있다.

▲ 에픽게임즈는 텐센트(중국)의 꼭두각시다?

 

에픽게임즈가 텐센트의 투자를 받았다는 점 때문에 '스파이웨어 논란'이 더 커지는 것으로 보입니다. 중국의 사주를 받았다는 것이죠.

 

지난 2012년 텐센트는 에픽게임즈에 3억 3천만 달러를 투자해 에픽게임즈 주식을 48.4% 확보해 최대 주주로 등극했습니다. 이를 두고 최근 게이머 사이에서 '에픽게임즈는 텐센트의 꼭두각시다'라는 루머가 돌기 시작한 것입니다. 물론 이 배경에는 게이머들의 중국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한 몫 했다고 볼 수 있죠.  

 

팀 스위니 에픽게임즈 대표는 개인 트위터를 통해 이런 소문에 대한 억울함을 ​호소하며,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팀 스위니는 지난 4월 4일 개인 트위터를 통해 "모든 사람들이 기술 산업에 대해 불평할 권리가 있고, 에픽게임즈 스토어는 독점이나 다소 부족한 기능 때문에  분노의 훌륭한 타겟이라는 것을 이해한다. 그러나 스파이웨어나 외국에 의해 통제받는다는 거짓말에 대해 사실과 의견을 구분해 달라"라고 밝혔습니다.

 

다음 날에도 트위터를 통해 "(외부의) 그 누구도 에픽게임즈에게 명령을 내릴 수 없고, 아무도 고객 데이터에 접근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또한 "지난 2012년 에픽게임즈가 온라인 게임 사업으로 전환할 때 텐센트의 도움을 얻기 위해 인연을 맺었으며, 이를 후회해본 적도 없고, 텐센트와 긍정적으로 상호작용 중"이라는 말도 덧붙였죠.

 

 

사실, 텐센트가 에픽게임즈의 지분을 많이 소유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에픽게임즈를 텐센트의 꼭두각시로 간주하는 것은 빈약한 논리입니다. 텐센트는 이미 세계적인 게임 기업에 대규모 투자를 감행하고 있습니다. <리그 오브 레전드>로 유명한 라이엇 게임즈와 <브롤스타즈>를 제작한 슈퍼셀을 인수하기도 했죠.

 

또한 넷마블의 3대 주주가 바로 텐센트이며, 텐센트는 액티비전 블리자드, 유비소프트의 지분도 가지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수많은 국내외 게임사에 지분을 가지고 있습니다. 에픽게임즈를 비난하는 것과 비슷한 논리로 바라보면 이들 모두 '텐센트의 꼭두각시'라고 비난받아야 하겠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게이머들도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팀 스위니는 '꼭두각시 논란'에 대해 트위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모든 에픽게임즈의 결정은 미국에서 내리며, CEO로서 저는 그것을 100% 책임지고 있습니다.

지지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저는 사실과 원칙에 반하는 모든 주장들을 읽었고, 정중히 말씀드립니다.

부디 사실만 말해주십시오.

 

텐센트는 에픽게임즈 외에도 많은 게임사와 관계를 맺고 있다

 

 

5. 한국에 진출한 에픽게임즈 스토어, 해결해야할 과제는?

 

에픽게임즈 스토어는 바로 오늘(4월 12일) 한국에 정식 출시됐습니다. 스팀과는 다르게 한국 지사를 세우고, 자체등급분류사업자 등록을 신청한 상태죠. 한국 시장에 에픽게임즈가 얼마나 공을 들이는지 엿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이 한국 에픽게임즈 스토어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위에서 언급한 쟁점들에 더해 특별히 더욱 신경 써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우선 에픽게임즈 스토어가 <포트나이트>로 확보한 2억 5천만 이상의 유저층은 한국에서는 큰 의미가 없습니다. 한국에서는 <포트나이트>가 다른 '배틀로얄' 장르 게임과의 경쟁에서 다소 밀리는 모양새를 보이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일부 게이머는 <포트나이트>와 에픽게임즈를 조롱의 대상으로 여기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게이머가 에픽게임즈 스토어를 설치하게 할 별도의 전략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에서는 에픽게임즈 스토어가 정식 출시되기 전인 어제(4월 11일)까지는 '지역락'으로 인해 게임을 플레이할 수 없었습니다. 게다가 에픽게임즈가 2주에 한 작품씩 공개하는 무료 게임도 한국 게이머는 어제까지 받지 못했습니다. 이로 인해 하고싶던 게임을 즐기지 못한 사람들의 반감이 큰 상태이므로 한국 게이머를 달랠  수단이 필요합니다.

 

현재는 신용카드만 지원하는 결제 시스템도 신경써야 합니다. 게이머 사이에서는 이미 유명한 '문상신공'을 사용할 수 없다는 의미입니다. '문상신공'은 쇼핑몰을 통해 액면가보다 다소 저렴하게 구입한 문화상품권을 이용해 게임을 사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 방법으로 게이머들은 정가보다 게임을 싸게 구입할 수 있었기 때문에 타 플랫폼과 가격이 같다면 게이머들은 상대적으로 에픽스토어의 게임 가격이 비싸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에픽게임즈는 이미 대대적인 홍보​와 함께 <포트나이트>를 한국에 선보였고, 본사도 운영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다소 실망스러운 성적표를 받은 경험이 있습니다. 한국 시장에서 에픽게임즈 스토어를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더 획기적인 전략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에픽게임즈 스토어는 오늘(4월 12일) 한국에서 정식 오픈했다

 

 

# 마치며

 

​지금까지 에픽게임즈를 둘러싼 여러 쟁점에 대해 살펴봤습니다. 돌아보면 입장 차이나 오해에서 비롯된 논란들도 많았던 것 같습니다. 이런 잡음을 줄이기 위해서는 게이머와 플랫폼이 서로 소통하고 입장 차이를 줄여나갈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글을 마치며 본질로 돌아가보고 싶습니다. 에픽게임즈를 비롯한 플랫폼도, 개발자도, 게이머도 모두 게임 생태계를 이루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어느 한 축이라도 빠진다면 게임 생태계는 절대 유지될 수 없습니다.한 게임이라는 콘텐츠는 '즐거움'이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구성원이 서로 협력해 모두가 즐거워할 수 있는 바람직한 게임 생태계를 향해 나아갔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지난 2월 디스이즈게임과 진행한 박성철 에픽게임즈 코리아 대표의 인터뷰 중 일부를 전해드리겠습니다.

 

사실 하나의 게임이 크게 성공한 회사는 의사결정 속도가 느려지기 마련이다. 그런데 수십 년 간 생각해 온 팀 스위니의 꿈, '개발자가 먹이사슬 가장 밑바닥에서 제대로 된 보상을 얻지 못하는 상황을 타파하자'라는 그 비전이 워낙 명확해서 스토어나 에픽 온라인 서비스 같은 부분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팀 스위니가, 에픽스토어가 잘 돼서 나중에는 다른 스토어들도 너도 나도 수수료를 낮출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되면 너무 행복하겠다 라고 하더라.

 

 

밸브의 '스팀', EA의 '오리진', 유비소프트의 '유플레이',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의 '배틀넷', 'GOG', 베데스다의 '베데스다넷' … 내로라하는 게임 회사가 하나 둘 각자의 플랫폼을 오픈하더니 요새는 '플랫폼 춘추 전국 시대'라고 불러도 좋을 정도로 많은 플랫폼이 게이머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중에서도 가는 길마다 화제를 모으는 플랫폼이 있습니다. 에픽게임즈가 최근에 선보인 '에픽게임즈 스토어'가 바로 그 주인공입니다. 게임 엔진 산업을 주도하는 언리얼 엔진의 개발사이자 전세계인의 '인싸겜'으로 등극한 <포트나이트>로 대박을 터뜨린 에픽게임즈가 야심차게 내놓은 게임 유통 플랫폼이죠.

 

에픽게임즈 스토어는 오늘(4월 12일) 한국에도 정식 출시됐는데요. 이 플랫폼에 대한 논란 때문에 무슨 일인지 궁금해하시는 독자분들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동안 논란이 됐던 쟁점과 에픽게임즈 스토어가 한국 출시 후 해결해야할 과제에 대해 분석해보겠습니다. /디스이즈게임 오시영 기자


 

1. 에픽 '7:3 게임 생태계를 바꾸겠다!' VS 게이머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인데?'

 

▲ 개발자 중심의 게임 생태계를 꿈꾸는 에픽게임즈

 

스팀이 전자 소프트웨어 유통 시장에 등장한 이후 구글, 애플에 이르기까지 주요 플랫폼은 7:3의 수익 구조를 취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플랫폼이 수익의 30%를 가져가는 구조에서 나머지 수익 중 일정 비율을 퍼블리싱 비용으로 지불하고 나면 개발자가 실제로 가져갈 수 있는 몫은 많지 않았죠.

 

이런 상황에서 <포트나이트>의 대성공 이후, 에픽게임즈는 '새로운 게임 생태계'를 목표로 내걸고 유통 사업에 뛰어들었습니다.

 

에픽게임즈 스토어는 게임 생태계에 자리잡은 7:3 구조를 깨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실제로 이 플랫폼은 12%의 수수료만 가져갑니다. 에픽 게임즈 스토어를 통해 게임을 유통하면 개발자가 언리얼 엔진에 대한 5%의 이용 수수료도 면제됩니다. 

 

이 뿐만 아니라 에픽게임즈는 개발자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인 '에픽 메가 그랜트'를 1억 달러 규모로 기존 대비 약 20배 확대하거나, 크로스 플랫폼으로 게임을 운영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는 서비스인 '에픽 온라인 서비스'를 개발자에게 무료로 공개하는 등 '친 개발자' 행보를 확실하게 보이고 있습니다. 에픽게임즈 스토어는 PC에서 멈추지 않고 다양한 플랫폼을 공략할 예정입니다.

 

에픽게임즈는 플랫폼 수수료를 12%만 받겠다고 선언했다

개발자의 수익이 증가하고 개발 환경이 좋아진다면 그만큼 새로운 게임에 투자하는 금액이나 노력도 덩달아 늘어나 결국 유저들까지 좋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죠. 큰 그림으로 보면 분명 바람직한 이야기로 볼 수 있습니다. 게다가 스팀이 독과점 하는 구조를 벗어나 유통 플랫폼끼리 경쟁한다면 일반적으로 유저의 선택권과 받을 수 있는 혜택이 늘어날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에픽게임즈 독점 판매를 선택한 게임 개발사들은 크로스 플랫폼 서비스나 수익 구조에서 매력을 느꼈다는 입장을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스팀 전 개발자 '리처드 겔드리히'는 에픽의 입장을 지지하며 '스팀은 게임 산업 전체에 30%의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관련 기사 1: "스팀이 PC 산업을 죽이고 있다" 전직 밸브 직원이 스팀을 비난하다 (링크)

관련 기사 2: 유비와 디비전 2는 왜 스팀 대신 에픽게임즈 스토어를 선택했을까? (링크)

 


▲ 게이머의 입장: 새로운 생태계에서 얻는 이득이 거의 없다

 

그렇다면 게이머는 게임 생태계를 위해 '바람직한' 수익구조를 추구하는 에픽게임즈 스토어를 왜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것일까요?

 

확연한 '입장 차이' 때문입니다. 에픽게임즈 스토어가 '개발자'의 이익을 대변한다면 게이머들은 당연하게도 스스로의 이익을 대변하고 있습니다. 유저 입장에서는 에픽게임즈가 주장하는 개발자 중심의 게임 생태계가 이뤄져도 돌아오는 이득이 딱히 없다고 느끼는 듯합니다. 다른 항목에서 서술하겠지만, 경우에 따라 오히려 손해를 보는 부분도 생깁니다.

 

개발자에게 돌아갈 이득을 게이머가 고려하라는 말은 유저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배달 앱으로 치킨을 주문할 때, 어떤 배달 앱이 치킨집에 더 많은 이득을 가져다줄지 생각하라는 것'과 비슷한 논리로 들릴 수도 있습니다. 치킨집도 개발자와 마찬가지로 돈을 많이 벌고, 생산 환경이 나아진다면 생산품의 품질이 궁극적으로 나아질 가능성이 충분히 있습니다. 

 

다만 실제로 이런 것을 고려하고 치킨을 주문하는 사람은 없죠.

 

게다가 개발자가 늘어난 수입을 게임에 투입하리라는 보장도 없고, 투입했다고 치더라도 그 게임이 이전에 비해 유저를 더 만족시키리라는 보장도 없습니다. 심지어 게이머는 그 어떤 소비자보다도 '즉각적인 보상'에 익숙한 집단입니다. '궁극적으로 돌아올지도 모르는 보상'으로는 게이머에게 어필하기 힘듭니다.

 

아니, 그 치킨 말고... / 온라인 커뮤니티

 

▲ 스팀의 사례: 유저가 느낄 수 있는 확실한 장점이 있다면

 

오래전 일이지만 에픽게임즈 스토어의 가장 큰 경쟁자인 스팀 또한 게임 생태계를 바꾼 플랫폼입니다. 스팀이 등장하기 전 게임은 특정 저장 장치(CD 등)에 담겨서 마트에 진열되는 상품이었습니다. 스팀이 게임을 디지털 형태로 유통하기 시작하면서 게임 생태계는 크게 변화했습니다.

 

스팀이 불러온 혁신으로 인해 개발사들도 이득을 챙길 수 있었죠. 유통비와 유통에 들어가는 노력이 절감되고, 디지털 콘텐츠는 계정에 귀속되기 때문에 중고거래가 불가능하며, 불법복제도 줄어들게 되었습니다.

 

유저 입장에서는 어떨까요? 스팀은 유저가 게임을 구매해 플레이하는 모습 자체를 바꿨습니다. 오프라인에서 패키지를 구입하러 가는 대신 인터넷에서 손쉽게 구매하고 바로 설치해 플레이할 수 있습니다. 실물 패키지를 보관해야하는 번거로움이 없고 PC를 옮겨도 저장한 내용을 불러올 수 있으며, 절판됐을지도 모르는 오래된 게임을 구하러 상점을 돌아다녀야 하는 일도 없어졌죠.

 

결국 이런 장점 덕분에 스팀은 자연스럽게 유통 구조를 바꿀 수 있었습니다. 이에 비해 에픽게임즈 스토어가 꿈꾸는 생태계는 개발자에게는 파격적인 제안일 수 있지만, 소비자를 자연스럽게 끌어들이기에는 조금 부족한 매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어쩌면 게이머 입장에서는 게임 생태계를 논하는데 자신들을 고려하지 않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죠. 게이머도 게임 생태계를 이루는 중요한 축이니까요.

 

스팀으로 인해 게임 유통시장에는 '대격변'이 일어났다

 

 

2. 에픽게임즈의 게임 독점 전략을 둘러싼 논란

 

▲ 에픽게임즈의 '독점 전략' 카드는 필연적이다

 

게임 독점은 에픽게임즈가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가장 큰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에픽게임즈는 왜 게임을 독점할까요? 독점하면 게이머가 반발할 것을 몰랐을까요? 

 

사실, 위에서 이야기한 내용을 생각해보면 그 이유를 쉽게 예측할 수 있습니다. 에픽게임즈 스토어로서는 현재 게임을 독점하지 않으면 수요를 창출하는 것이 굉장히 어렵기 때문입니다. 에픽게임즈뿐만 아니라 신규 플랫폼이 등장할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과제중 하나가 유저를 모으는 것이죠. 

 

에픽게임즈에게는 '새로운 게임 생태계'라는 뚜렷한 이상이 있습니다. 그것을 실현할 수 있는 여유도 <포트나이트>가 대박을 치면서 확보했죠. 하지만 여전히 부족한 것이 있습니다. 에픽게임즈 스토어에 대한 게이머의 수요입니다.

 

많은 유저들이 현재 스팀만으로도 게임을 플레이하는데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 분위기입니다. 스팀은 전자 유통 시장에서 오랫동안 독점에 가까운 지위를 누렸기 때문에 그만큼 유저들은 스팀에 익숙합니다. 게이머들이 스팀에 '연쇄할인마'라는 별명을 붙일 정도로 할인 행사도 많이 진행하면서 인기를 누리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만약 '비슷한 서비스 수준, 비슷한 가격'으로 스팀과 에픽게임즈 스토어에 게임을 동시에 유통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스팀을 사용하던 유저가 갑자기 에픽게임즈 스토어에서 게임을 살 이유를 찾기 어려울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유저를 끌어들이기 위해 에픽스토어가 '게임 독점 전략'을 꺼내드는 것은 필연적이라고 분석할 수 있습니다.

 

에픽게임즈는 독점 전략을 통해 게임을 확보하고 있다 (<디비전 2>는 유플레이에서도 플레이 가능하다)

 

▲ 게이머의 입장: 에픽게임즈 스토어는 상도덕을 지켜라!

 

에픽게임즈 스토어는 인디게임뿐만 아니라  AAA급 타이틀에 대해서도 굉장히 공격적인 독점 전략을 취하고 있습니다. 사실 자본주의 경제 체제에서 개발사와 유통사가 자유로운 선택을 통해 계약을 맺어 일어나는 일을 무조건적으로 비난할 수 있는 것만은 아닙니다.

 

하지만 게이머들 입장에서는 '도가 지나쳤다'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게이머들은 '도덕'을 이야기합니다.

 

예를 들어 <메트로 엑소더스> PC버전은 출시 전에 스팀을 비롯한 다수 플랫폼에서 예약 구매를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퍼블리셔인 딥 실버는 정식 발매가 2주 남은 상태에서 돌연 에픽게임즈와 독점 계약을 발표해버렸고, 많은 유저가 당황했습니다. 스팀은 이례적으로 독점 결정이 '불공평하다'는 코멘트까지 내놓았습니다. 다음은 당시 스팀이 게시한 공지사항을 번역한 것입니다.

 

 

오늘 늦게(28일), 퍼블리셔(딥 실버)가 <메트로 엑소더스>를 타 스토어(에픽게임즈 스토어) 독점으로 내놓기로 하면서 <메트로 엑소더스>의 스팀 판매는 중단됩니다.

 

개발자(4A 게임즈)와 퍼블리셔는 해당 게임의 예약 구매부터 업데이트, DLC 콘텐츠까지 모두 스팀에서 진행할 수 있다고 약속했습니다.

 

저희(벨브)는 긴 예약 구매 기간 이후에 내린 퍼블리셔의 독점 결정이 불공평하다고 생각합니다. 2월 15일 출시일까지 게임이 정상 판매될 것으로 기대했던 스팀 고객께 사과를 드립니다. 저희도 최근에야 이 결정을 통보받았고 모두에게 이를 알리기엔 시간이 촉박했습니다.

 

에픽게임즈 스토어는 <엑스컴> 시리즈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줄리안 골롭'이 만든 전략 게임 <피닉스 포인트>도 1년 독점으로 발표했습니다. 자연스럽게 스팀과 GoG 플랫폼 출시는 미뤄졌죠. 문제는 개발사가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게이머에게서 자금을 모을 때 이 게임이 스팀, GoG 플랫폼에서 출시될 예정이라고 언급했다는 것입니다.

 

많은 게이머가 이를 '약속을 저버린 행위'로 생각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줄리안 골롭'이 레딧에서 개발사 측이 에픽게임즈에 먼저 접촉했다고 밝혔고, 펀딩 후원자와 예약 구매자를 대상으로 에픽게임즈 스토어 게임 키와 첫 번째 DLC가 보상으로 지급될 예정이었지만 게임을 환불하는 운동이 대대적으로 벌어질 정도로 게이머의 비판이 거셌습니다.

 

이외에도 많은 게임이 에픽게임즈 스토어 독점으로 발매됐습니다. 그때마다 논란이 일어났다는 것은 이미 설명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널리 알려진 사실입니다. 앞선 사례와 같은 도의적 책임이 없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유저들은 이후 말씀드릴 '편의성' 측면이나 에픽스토어에 대한 안좋은 이미지 때문에 못마땅하게 생각할 여지가 충분히 있습니다.

 

<피닉스 포인트> 에픽게임즈 스토어 독점 출시를 알리는 줄리안 골롭 / 피닉스포인트 공식 유튜브

 

관련기사 3: 스팀, '메트로 엑소더스' 예약 판매 중단…에픽게임즈 스토어 독점 결정에 '강수' (링크)

관련기사 4: 23억 원 모금 받은 '피닉스 포인트', 갑작스런 에픽스토어 독점 발표로 비난받아 (링크)

 


▲ 게이머의 입장 2: 에픽게임즈가 게임을 '인질'로 삼고 있다 

 

게이머 입장에서는 게임을 유통하는 플랫폼이 많아진다면, 게이머의 선택권이 늘어나고, 그에 따라 소비자에게 돌아오는 이득도 커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하지만 에픽게임즈 스토어는 현재 스팀과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게이머의 선택권을 늘리지 못하고, 오히려 제한하는 전략을 취했습니다. 물론 그것이 회사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는 전략이었다고 해도, 게이머 입장에서는 그렇습니다.

 

게이머들은 독점을 게임으로 벌이는 '인질극'이라고 생각하는듯 합니다. 선택권이 줄어들면서 반감은 커지게 되는 것이죠. 개발자 중심이긴 해도 어쨌든 '바람직한' 게임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신념을 가진 에픽게임즈가 결과적으로  유저의 선택권을 줄였기 때문에 비판받고 있다고 분석됩니다. 

 

<보더랜드3>가 에픽게임즈 독점으로 출시되자 화난 팬들이 <보더랜드> 시리즈 평점을 테러하기도 했다

 

3. '(스팀에는) 있었는데요, (에픽에는) 없었습니다'…요구에 미치지 못하는 유저 편의성

 

▲ 유저 편의성은 다다익선(多多益善)

 

지금까지 쟁점은 어디까지나 에픽게임즈와 게이머의 '입장 차이'로 볼 수 있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러나 유저 편의성을 고려한 요소는 특별한 의도가 있지 않는한 많을수록 좋은 것이 당연합니다. 수익 면에서는 개발자를 위했다고 하더라도 결국 스토어에서 게임을 구매할 소비자를 위한 기능을 철저히 갖출수록 회사 입장에서도 유리하겠죠. 

 

유저 프로필, 위시리스트부터 모드 지원, 업적 시스템까지, 스팀 유저에게는 너무 당연하고 일상적인 기능입니다. 처음에는 단순한 게임 런처로 시작했던 스팀은 유저 편의 기능을 하나둘 추가했고, 현재는 다양한 부가기능을 갖춘 플랫폼으로 진화했습니다. 

 

스팀의 다양한 기능 중 하나인 창작마당(모드 지원)

 

하지만 에픽게임즈가 스토어를 처음 선보였을 때 유저 편의 기능은 너무나도 부실했습니다.

 

출시 당시 유저 편의기능이라고 내세울 수 있는 것은 친구 목록 정도였습니다. 아주 기초적인 '장바구니' 같은 기능도 없었습니다. 클라우드 세이브 같은 기능은 현재까지도 지원하지 않습니다. 현재 에픽게임즈는 개발 로드맵을 모두에게 공개하고 있습니다. (링크) 대략적인 오픈 시기까지 정해놓고 있죠. 하지만 현재 구현된 기능에 비해 앞으로 구현될 기능이 너무 많아 보이는 것은 단지 기분탓만은 아닐 겁니다. 

 

박성철 에픽게임즈 코리아 대표는 지난 4월 3일 '게임 시장의 7:3 구조를 무너뜨리고 싶어서 론칭을 서둘렀다'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본사의 입장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게이머는 에픽게임즈가 추구하는 이상과는 무관하게 게임을 즐길 권리가 있습니다.

 

유저 편의 기능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게임 독점 전략을 사용한 에픽게임즈 스토어로 인해 게이머는 불편함을 느끼게 된 점. 이 점도 에픽게임즈 스토어가 비판받는 주된 이유 중 하나입니다.

 

에픽게임즈 스토어 출시 초기 온라인커뮤니티에서는 스팀과 기능을 비교하는 표가 돌아다녔다

 

▲ 게이머의 입장: 내 라이브러리에 들어갈 게임을 뺏어가다니!

 

'라이브러리' 수집을 좋아하는 일부 게이머 사이에서는 에픽게임즈의 독점 전략으로 인해 라이브러리를 채우지 못하는 점을 불평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스팀의 부가기능 중에서는 자신의 프로필을 꾸미고, 구매한 게임을 플레이해 업적을 달성하는 등 게이머의 수집욕을 불러일으키는 요소가 많습니다.

 

스팀 라이브러리는 말하자면 게이머가 자신을 나타내는 '포트폴리오' 같은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스팀에서 게임을 즐기는 게이머는 쌓여가는 게임과 업적, 카드와 계정 레벨 등을 보며 흐뭇함을 느껴본 경험이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에픽게임즈 스토어에 독점으로 출시된 작품은 라이브러리에서 빠지게 되고, 유저들이 불만을 느끼게 되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에픽게임즈 스토어에 비슷한 기능이 탑재된 상태로 출시됐어도 라이브러리를 관리하는 게이머 입장에서는 라이브러리를 반으로 가르고 싶지 않았을 것입니다. 물론 라이브러리를 가르기 싫어하는 게이머의 심리를 에픽게임즈가 케어하기는 쉽지 않은 일입니다.

 

한 유저가 온라인커뮤니티에 공개한 스팀 라이브러리 사진

 

 

4. 에픽게임즈를 둘러싼 많은 루머

 

▲ 에픽 게임즈가 '스파이웨어'라는 루머 

 

지난달에 해외 커뮤니티 레딧의 한 유저가 "에픽게임즈 스토어는 현재 컴퓨터 실행 중인 프로세스를 수집하고 일부 응용프로그램 디렉터리의 DLL 액세스한다. 또한 루트 인증서, 인터넷 쿠키에 접근한다"고 주장하며 스파이웨어라는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해당 글에는 천 개가 넘는 덧글과 수 십 편의 연관 글이 올라온 상태로, 에픽게임즈 스토어가 정말로 '유저의 개인정보를 빼돌리는지'에 대한 논쟁이 벌어졌습니다. 

 

다니엘 보겔 에픽게임즈 엔지니어링 부사장은 여기에 답했습니다. 문제가 된 'tracking.js'라는 파일은 에픽의 개발자 지원 프로그램에서 수익을 배분하기 위한 통계를 내는 용도로 사용된다고 설명했습니다. 팀 스위니도 레딧을 통해 "글쓴이나 다른 사람들의 독립적인 분석은 건전한 경향이고, 더 많이 일어났으면 좋겠다. 다만 결과를 분석할 때 정상과 비정상을 구분하는 것이 중요하고, 문제 제기된 대부분은 오픈소스 크롬 내장 웹브라우저가 시작할 때 일어나는 일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참고로 에픽게임즈에 따르면, 'tracking.js'가 수집하는 정보 종류에 대해서는 스토어 약관에 명시돼 있다고 합니다. 

 

에픽게임즈 스토어가 '스파이웨어'나 다름없다고 주장하는 레딧 글

  

팀 스위니는 'localconfig.vdf'에 대해서는 접근하기 전에 동의를 구했어야한다고 인정했습니다. 그에 따르면 해당 기능은 포트나이트 초기에 소셜 기능을 구현하기 위해 너무 서두른 나머지 남은 것이라고 합니다. 또한 이 문제를 수정하지 못한 것은 자신의 잘못이며 이 문제를 수정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추가로 다니엘 부사장은 'localconfig.vdf' 이슈를 인정한 뒤, 대신 스팀에 있는 친구를 에픽게임즈에 데려올 경우에 한정해서 이 파일의 데이터를 에픽게임즈에 보낸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사실 게임 플랫폼이 '스파이웨어'로 의심받는 일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지난 2011년 EA의 '오리진'도 스파이웨어라는 의심을 받았습니다. EA는 이에 대해 '우리는 정해진 규정을 정확히 따른다'는 공식 입장을 밝혀야만 했죠.

 

팀 스위니가 해당 글에 올린 답변 중 하나, 정상과 비정상을 구분해달라는 당부를 찾을 수 있다.

▲ 에픽게임즈는 텐센트(중국)의 꼭두각시다?

 

에픽게임즈가 텐센트의 투자를 받았다는 점 때문에 '스파이웨어 논란'이 더 커지는 것으로 보입니다. 중국의 사주를 받았다는 것이죠.

 

지난 2012년 텐센트는 에픽게임즈에 3억 3천만 달러를 투자해 에픽게임즈 주식을 48.4% 확보해 최대 주주로 등극했습니다. 이를 두고 최근 게이머 사이에서 '에픽게임즈는 텐센트의 꼭두각시다'라는 루머가 돌기 시작한 것입니다. 물론 이 배경에는 게이머들의 중국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한 몫 했다고 볼 수 있죠.  

 

팀 스위니 에픽게임즈 대표는 개인 트위터를 통해 이런 소문에 대한 억울함을 ​호소하며,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팀 스위니는 지난 4월 4일 개인 트위터를 통해 "모든 사람들이 기술 산업에 대해 불평할 권리가 있고, 에픽게임즈 스토어는 독점이나 다소 부족한 기능 때문에  분노의 훌륭한 타겟이라는 것을 이해한다. 그러나 스파이웨어나 외국에 의해 통제받는다는 거짓말에 대해 사실과 의견을 구분해 달라"라고 밝혔습니다.

 

다음 날에도 트위터를 통해 "(외부의) 그 누구도 에픽게임즈에게 명령을 내릴 수 없고, 아무도 고객 데이터에 접근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또한 "지난 2012년 에픽게임즈가 온라인 게임 사업으로 전환할 때 텐센트의 도움을 얻기 위해 인연을 맺었으며, 이를 후회해본 적도 없고, 텐센트와 긍정적으로 상호작용 중"이라는 말도 덧붙였죠.

 

 

사실, 텐센트가 에픽게임즈의 지분을 많이 소유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에픽게임즈를 텐센트의 꼭두각시로 간주하는 것은 빈약한 논리입니다. 텐센트는 이미 세계적인 게임 기업에 대규모 투자를 감행하고 있습니다. <리그 오브 레전드>로 유명한 라이엇 게임즈와 <브롤스타즈>를 제작한 슈퍼셀을 인수하기도 했죠.

 

또한 넷마블의 3대 주주가 바로 텐센트이며, 텐센트는 액티비전 블리자드, 유비소프트의 지분도 가지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수많은 국내외 게임사에 지분을 가지고 있습니다. 에픽게임즈를 비난하는 것과 비슷한 논리로 바라보면 이들 모두 '텐센트의 꼭두각시'라고 비난받아야 하겠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게이머들도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팀 스위니는 '꼭두각시 논란'에 대해 트위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모든 에픽게임즈의 결정은 미국에서 내리며, CEO로서 저는 그것을 100% 책임지고 있습니다.

지지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저는 사실과 원칙에 반하는 모든 주장들을 읽었고, 정중히 말씀드립니다.

부디 사실만 말해주십시오.

 

텐센트는 에픽게임즈 외에도 많은 게임사와 관계를 맺고 있다

 

 

5. 한국에 진출한 에픽게임즈 스토어, 해결해야할 과제는?

 

에픽게임즈 스토어는 바로 오늘(4월 12일) 한국에 정식 출시됐습니다. 스팀과는 다르게 한국 지사를 세우고, 자체등급분류사업자 등록을 신청한 상태죠. 한국 시장에 에픽게임즈가 얼마나 공을 들이는지 엿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이 한국 에픽게임즈 스토어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위에서 언급한 쟁점들에 더해 특별히 더욱 신경 써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우선 에픽게임즈 스토어가 <포트나이트>로 확보한 2억 5천만 이상의 유저층은 한국에서는 큰 의미가 없습니다. 한국에서는 <포트나이트>가 다른 '배틀로얄' 장르 게임과의 경쟁에서 다소 밀리는 모양새를 보이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일부 게이머는 <포트나이트>와 에픽게임즈를 조롱의 대상으로 여기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게이머가 에픽게임즈 스토어를 설치하게 할 별도의 전략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에서는 에픽게임즈 스토어가 정식 출시되기 전인 어제(4월 11일)까지는 '지역락'으로 인해 게임을 플레이할 수 없었습니다. 게다가 에픽게임즈가 2주에 한 작품씩 공개하는 무료 게임도 한국 게이머는 어제까지 받지 못했습니다. 이로 인해 하고싶던 게임을 즐기지 못한 사람들의 반감이 큰 상태이므로 한국 게이머를 달랠  수단이 필요합니다.

 

현재는 신용카드만 지원하는 결제 시스템도 신경써야 합니다. 게이머 사이에서는 이미 유명한 '문상신공'을 사용할 수 없다는 의미입니다. '문상신공'은 쇼핑몰을 통해 액면가보다 다소 저렴하게 구입한 문화상품권을 이용해 게임을 사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 방법으로 게이머들은 정가보다 게임을 싸게 구입할 수 있었기 때문에 타 플랫폼과 가격이 같다면 게이머들은 상대적으로 에픽스토어의 게임 가격이 비싸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에픽게임즈는 이미 대대적인 홍보​와 함께 <포트나이트>를 한국에 선보였고, 본사도 운영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다소 실망스러운 성적표를 받은 경험이 있습니다. 한국 시장에서 에픽게임즈 스토어를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더 획기적인 전략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에픽게임즈 스토어는 오늘(4월 12일) 한국에서 정식 오픈했다

 

 

# 마치며

 

​지금까지 에픽게임즈를 둘러싼 여러 쟁점에 대해 살펴봤습니다. 돌아보면 입장 차이나 오해에서 비롯된 논란들도 많았던 것 같습니다. 이런 잡음을 줄이기 위해서는 게이머와 플랫폼이 서로 소통하고 입장 차이를 줄여나갈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글을 마치며 본질로 돌아가보고 싶습니다. 에픽게임즈를 비롯한 플랫폼도, 개발자도, 게이머도 모두 게임 생태계를 이루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어느 한 축이라도 빠진다면 게임 생태계는 절대 유지될 수 없습니다.한 게임이라는 콘텐츠는 '즐거움'이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구성원이 서로 협력해 모두가 즐거워할 수 있는 바람직한 게임 생태계를 향해 나아갔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지난 2월 디스이즈게임과 진행한 박성철 에픽게임즈 코리아 대표의 인터뷰 중 일부를 전해드리겠습니다.

 

사실 하나의 게임이 크게 성공한 회사는 의사결정 속도가 느려지기 마련이다. 그런데 수십 년 간 생각해 온 팀 스위니의 꿈, '개발자가 먹이사슬 가장 밑바닥에서 제대로 된 보상을 얻지 못하는 상황을 타파하자'라는 그 비전이 워낙 명확해서 스토어나 에픽 온라인 서비스 같은 부분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팀 스위니가, 에픽스토어가 잘 돼서 나중에는 다른 스토어들도 너도 나도 수수료를 낮출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되면 너무 행복하겠다 라고 하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