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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틀그라운드'의 e스포츠는 왜 국내에서 부진할까?

테스커 (이영록 기자) | 2018-05-18 10:0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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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3월, 얼리억세스로 출발한 <배틀그라운드>는 동시접속자 수 300만 명 돌파, 전 세계 판매량 3천만 장을 돌파하는 등 짧은 기간 만에 경이로운 기록을 세우며 전 세계에서 사랑받는 대세 게임으로 자리잡았다.

 

국내에서도 <배틀그라운드> 열풍이 한창이다. 지난해 10월 밝혀진 스팀 버전 <배틀그라운드> 국내 판매량은 130만 장에 달하고, 지난해 11월부터 서비스를 시작한 카카오게임즈 버전 <배틀그라운드>도 론칭 2개월 만에 동시 접속자 수 10만, 가입자 200만 명을 돌파했을 정도다. 또한 <배틀그라운드>는 PC방 점유율 40%를 오르내릴 정도로 국내에서 압도적인 인기를 자랑하고 있다. (게임트릭스, 5월 17일 기준) 

 

이처럼 게임이 흥행하자 국내 방송 업계는 e스포츠 가능성을 봤다. 온게임넷, 스포티비, 아프리카TV는 각각 자사 주관의 공식 리그를 개최하며 <배틀그라운드>​ e스포츠 시장에 뛰어들었다. 이중 아프리카TV와 OGN은 대량의 자금을 투자해 <배틀그라운드> 전용 경기장을 준비하고 있는 상태다. 

 

펍지주식회사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회사는 지난 2월 21일에 라이엇게임즈 코리아의 권정현 e스포츠 커뮤니케이션본부 총괄 상무를 영입했고, 3월 9일에는 2018 상반기 펍지 코리아 리그(PKL)를 진행한다고 밝히며 공인 프로팀을 모집하기도 했다. 개발사가 직접 e스포츠 흥행을 위해 발 벗고 나선 셈이다. 

 

그렇다면 현재, 국내의​ <배틀그라운드> e스포츠는 어떻게 되어가고 있을까? 

  

 

# 무난한 성적? 게임의 흥행에 비하면 ‘글쎄...’

  

현재 <배틀그라운드> e스포츠 대회는 온게임넷의 PSS(PUBG SURVIVAL SERIES), 스포티비의 PWM(PUBG Warfare Masters), 아프리카TV의 APL(AfreecaTV PUBG League)이 있다. 

 

이중 ▲​ 아프리카TV는 지난해 12월 11일부터 올해 2월 3일까지 APL 파일럿 시즌을 진행했다. 또한 4월 2일부터 5월 5일까지 APL 정규 시즌1을 진행했다. ​▲ 온게임넷은 지난 4월 15일부터 5월 9일까지 결승전 출전팀을 선발했으며, 오는 5월 19일 결승전을 앞두고 있다. ​▲​ 스포티비는 지난 2월 22일부터 3월 16일까지 PWM 파일럿 시즌을 진행했으며, 5월 14일에는 PWM 프로 투어(정규 시즌) 개막전을 진행했다. PWM 프로 투어는 6월 13일까지 진행된다.

 

 스포티비가 진행하는 PWM(PUBG Warfare Masters)

  

APL 파일럿 시즌 결승전은 최대 동시 시청자 수 약 7만 3천 명이라는 성적을 거뒀다. 이어지는 APL 정규 시즌1에서는 시즌이 진행되는 한 달간 최대 동시 시청자 수는 약 5만 명, 평균 시청자 수는 약 2만 7천 명을 기록했다. (통계 출처: 아프리카TV)

 

지난 15일부터 진행되고 있는 PSS 시즌 1은 최근 진행된 결승 진출전에서 최대 동시 시청자 수 약 1만 4천 명을 달성했다. 이외에 선발전에 해당하는 조별 대회에서는 대부분 최대 동시 접속자 수 1만 명을 조금 넘겼으며, 평균 시청자 수는 5천 명 대에서 그쳤다. 

 

PWM도 비슷한 상황이다. PWM이 파일럿 시즌 동안 기록한 최대 동시 시청자 수는 약 7천 5백 명, 평균 시청자 수는 약 4천 명이다. PWM은 지난 14일 진행된 프로 투어 개막전에서도 최대 동시 시청자 수가 약 5천 6백 명에 그쳤다.   

 

※ PWM 파일럿 시즌은 e스포츠 전문 통계 사이트 ESC에서 정보를 확인했다. PSS, PWM 개막전 관련 통계는 ESC에 취합되어 있지 않아, 트위치 통계 사이트 트위치 매트릭스에서 확인했다. 

  

※ ESC 통계는 한국 시청자 수를 별도로 집계하지 않지만, 국내 대회 대부분이 국내 선수 위주로 진행됐기에 중국/영어권 시청자 수를 제외한 나머지를 국내 시청자 수로 간주했다.

  ​ 


APL 파일럿 시즌(17.12.08~18.02.03)의 최대 동시 시청자 수(출처: ESC)

  

이는 트위치에서 평소 스트리밍을 진행하는 <배틀그라운드> 프로 선수들의 시청자 수를 생각해보면 부진한 성적이라고 볼 수 있다. Gen.G Black팀 소속의 윤루트(yoonroot) 선수는 최대 동시 시청자 수 약 6천 3백 명, 평균 시청자 수 4천 백 명을 기록하고 있으며, Cloud9 소속의 딩셉션(Dingception) 선수는 최대 동시 시청자 수 4천 5백 명, 평균 시청자 수는 약 2천 7백 명을 기록하고 있다. 

 

이외에도 여러 <배틀그라운드> 프로 선수들이 트위치와 아프리카TV에 많은 수의 팬을 가지고 있다. <배틀그라운드> 대회에는 이러한 인기 선수들이 모두 출전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저조한 시청자 수를 보여주고 있다.

 

타 e스포츠와 비교하면 <배틀그라운드>의 성적 부진은 더욱 명확하게 드러난다. <오버워치> 출시 후 약 반년 만에 진행된 APEX 시즌 2(17.01.17~17.04.08)는 시청자 수 11만 명을 넘겼으며, APEX 시즌 3에서는 약 8만 4천 명, APEX 시즌 4에서는 약 7만 2천 명을 기록했다. 

 

국내에서 인기가 다소 저조한 편인 <히어로즈오브더스톰>의 성적과 비교해도 마찬가지다. 올해 1월 19일부터 4월 29일까지 진행된 HGC 2018: Phase #1 South Korea Pro League는 중국/영어권을 제외하고서도 약 1만 9천 명에 달하는 최대 동시 시청자 수를 기록했다.

 

이러한 기록들을 생각했을 때 <배틀그라운드>의 e스포츠 성적은 게임의 인기에 비해 다소 아쉬운 결과를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HGC 2018: Phase #1 South Korea Pro League 최대  시청자 수​(출처: ESC)

  

 

# '배틀그라운드' e스포츠의 국내 성적 부진, 왜?

 

1) 신생 e스포츠, 아직은 충분히 알려지기엔 이를 수도

 

<배틀그라운드> e스포츠가 이제 막 발을 내딛기 시작했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있다. APL, PSS, PWM은 시작된 지 얼마 안 된 <배틀그라운드> 국내 대회다. 세 대회 중 가장 빨리 시작된 대회는 지난해 12월 8일부터 시작한 APL 파일럿 시즌이다. 반년이라는 시간은 대중에 스타 플레이어가 탄생하기에도, 대회 자체의 이름을 알리기에도 너무 짧다는 주장이다.

  

 ‘APL 파일럿 시즌’은 지난해 12월 8일부터 올해 2월 3일까지 진행됐다.

 

 

2) 한 전장에 96명 참가, 배틀그라운드 진행 방식의 한계

 

게임의 진행 방식이 <배틀그라운드> e스포츠 흥행 부진의 원인이라는 의견도 있다. 게임 특성상 교전보다 생존을 우선하게 되면서 다소 느슨한 경기가 진행되고, 여기에서 지루함을 느끼는 시청자가 많다는 주장이다.

  

<배틀그라운드> 대회는 4~5라운드의(예선 4라운드, 본선 5라운드) 경기를 진행한 뒤, 각 라운드에서 얻은 포인트를 더해 최종적으로 가장 높은 포인트를 획득한 팀이 승리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포인트는 라운드에서 오래 살아남은 팀을 기준으로 매겨진 순위와 팀 종합 킬 수에 따라 부여된다. 

 

 PSS의 포인트 획득 규정

  

초반 교전에서 패배하면 매우 적은 포인트밖에 받을 수 없기 때문​에 대회에 참가하는 팀들은 대부분 위험을 줄이기 위해 초반 교전을 회피하게 된다. 이러한 플레이 특성 때문에 ‘순위방어’와 ‘랜드마크’라는 용어가 생겨날 정도다. 

 

대다수의 팀이 초반 교전을 회피하는 탓에 경기는 다소 느슨하게 진행되고, 시청자들은 경기 초반에 선수들의 ‘파밍’(총기 및 장비 획득 과정)만을 지켜보게 된다.

 

*순위방어

최대한 교전을 회피하고 오래 살아남아 순위를 올리는 것을 중심으로 운영하는 전략

 

*랜드마크

특정 팀이 고정적으로 한 지역에 착지하면서 해당 지역을 자기네 팀의 상징처럼 만드는 것. 프로팀 대부분은 저마다 다른 랜드마크를 가지고 있으며, 대회에 참가하는 팀들은 이 랜드마크를 기준으로 교전을 회피하는 착지 지점을 선택하는 경향이 강하다. 랜드마크가 겹치는 경우 상대적으로 약한 팀이 해당 지역을 회피하기도 한다. 

 

 각 팀별 랜드마크(출처: PSS 중계 화면)

  

시청자가 게임 진행 상황을 온전하게 파악하기 힘들다는 점도 <배틀그라운드> e스포츠 성적 부진의 원인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배틀그라운드> e스포츠 경기는 대체로 24개 팀이 한 전장에 참가한다. 한 팀은 4명의 선수(스쿼드)로 구성되니, 총 96명의 선수가 한 경기에 들어가는 셈이다. 그런데 시청자들이 볼 수 있는 것은 메인 중계 화면 하나뿐이다. 여러 곳에서 교전이 발생하면 한 곳을 제외한 나머지 상황은 시청자가 파악하기 어려워진다.

 

그런데 경기는 대부분 동시다발적인 교전이 발생하는 형태로 진행된다. <배틀그라운드>는 시간이 지날수록 자기장(블루존)이 줄어들며 활동할 수 있는 전장이 좁아지는데, 앞서 언급한 것처럼 프로팀 대다수는 초반 교전을 회피하기 때문에 ​자기장이 극도로 좁아지는 경기 후반에 이르러서야 반강제적으로 교전을 진행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시청자들은 경기 진행 상황을 원활하게 파악하기 힘들다. 특정 팀의 팬들 또한 킬로그를 통해서만 팀의 소식을 알게 되는 경우가 빈번히 발생하는 탓에 보는 재미를 느끼기 힘든 상황에 놓이게 된다

 


41명의 선수들이 좁은 공간에 모여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출처: PSS 중계 화면)

 

 

3) 선수 실력은 '짐작'으로, 관전 렉과 버그

 

렉(끊김 현상)이나 버그 때문에 원활한 시청이 불가능해 보는 재미가 떨어진다는 의견도 있다.

  

대회에서는 차를 운전 중인 선수 혹은, 전장을 달리고 있는 선수들이 끊김(렉)으로 인해 순간이동을 하는 것처럼 보이는 현상을 쉽게 관찰할 수 있다. 또한 교전 중에도 선수들의 조준점이 엉뚱한 곳에 가 있는 모습을 거의 매번 볼 수 있는 탓에, 시청자는 교전 중인 선수들의 체력을 보고 나서야 해당 선수가 총에 맞았는지 안 맞았는지 여부를 파악할 수 있다.

 

이외에도 차량이 비정상적으로 움직이며 선수들을 쳐 기절시키는 모습, 버그로 인해 차량이 폭발하며 선수가 죽는 모습 등을 종종 확인할 수 있다. 때문에 시청자가 선수들의 놀라운 조준 실력 등을 보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결국 방송 화면을 통해서는 선수들의 이동 루트나 대처 능력 등 운영 측면의 요소만을 볼 수 있게 되면서 e스포츠를 시청하는 재미가 감소했다는 주장이다.  

 


 대회에서는 위와 같은 조준 장면을 흔히 볼 수 있다. (출처: PSS 중계 화면) 

 

 

4) 1인칭 vs. 3인칭, 대회 진행 시점 논란 

 

3인칭 위주의 대회 진행 방식이 <배틀그라운드> e스포츠 흥행 부진의 원인이라는 의견도 있다.

 

<배틀그라운드>는 1인칭 모드와 3인칭 모드를 지원했지만, 국내 유저들은 3인칭 모드를 위주로 플레이했다. 극단적인 모드 편향 현상이 나타나면서 펍지주식회사가 한국 서버 한정으로 1인칭 모드를 삭제 했을 정도다. 이러한 국내 유저의 플레이 정서에 따라, 초기의 국내 <배틀그라운드> 대회는 대부분 3인칭만으로 진행됐다.

 

하지만 3인칭 모드로 진행된 대회에서는 여러가지 문제를 지적하는 의견이 나왔다. 첫 번째는 경기 초반이 다소 지루해진다는 의견이다. 3인칭 모드에서는 선수들이 자신의 몸을 완벽하게 숨긴 채 벽 너머로 외부의 상황을 확인할 수 있다. 때문에 선수들이 건물 내부와 같은 안전한 곳에 자리를 잡는 안정적인 플레이를 진행하게 되고, 시청자는 교전 없이 엎드려 있는 장면만 보게 됐다는 것이다. 

 

 3인칭 모드에서는 벽 너머로 바깥 상황을 파악할 수 있다. (출처: PSS 중계 화면) 

  

두 번째는 교전의 긴장감이 저해된다는 의견이다. 앞서 말했듯이 3인칭 모드는 벽 뒤에 몸을 숨긴채, 벽 너머의 상황을 파악할 수 있다. 이러다보니 경기에서는 선수들이 건물 내부, 혹은 엄폐물 뒤에 숨어서 대기하다가 지나가는 다른 팀의 뒤나 옆을 공격해 일방적인 승리를 거두는 상황이 빈번하게 발생했다. 

 

3인칭에 부정적인 의견을 가진 유저들은 이러한 점을 지적하며, 3인칭 모드는 프로 선수들 간의 실력을 다투는 e스포츠에서 실력 다툼을 볼 수 없게 만들 뿐만 아니라 운(자기장)이 미치는 영향을 키워 게임을 불합리하게 보여지게 만든다고 주장했다.

 

물론 이에 반대하는 의견도 있다. 한국 유저들 대부분이 3인칭 모드를 즐기고 있으므로 게임을 한국 시청자들에게 쉽게 이해시키기 위해서는 e스포츠도 3인칭으로 진행하는 게 옳다는 주장이다. 또한 ‘좋은 장소를 선점하고 유리하게 교전을 펼치는 것도 실력의 일부’라는 의견도 있다.

 

 자기장(블루존)은 랜덤으로 결정된다.

 

 

# 배틀그라운드는 '보는 재미' 개선 중

 

앞서 언급한 문제들은 펍지주식회사와 e스포츠를 진행하고 있는 방송사 모두 인식하고 있으며, 지속적으로 개선을 위한 노력을 진행 중이다. 

 

펍지주식회사와 PWM, PSS, APL은 경기 초반의 지루함을 줄이기 위해 자기장이 줄어드는 시간 간격을 크게 줄였다. 또한 선수들의 파밍 시간을 줄이기 위해 대회는 일반 유저들이 즐기는 모드에 비해 총기 및 장비 드롭률을 일정 비율 높게 설정하기도 했다.

 

또한 펍지주식회사는 <배틀그라운드> e스포츠의 다양한 가능성을 시험해보기 위해 대회 진행 방식으로 1인칭 모드와 3인칭 모드를 섞은 규정을 마련했다. 실제로 APL 파일럿 시즌은 3인칭으로만 진행됐으나, 이어서 진행된 APL 정규 시즌 1은 1인칭 2회, 3인칭 2회로 진행됐다. (결승전은 1인칭 2회, 3인칭 3회)

 

 PSS 대회 진행 방식(출처: PSS 공식 홈페이지)

 

이외에도 방송 화면에서 유저들이 볼 수 있는 정보량도 점점 늘려나가고 있다. 초기 <배틀그라운드> e스포츠에서는 특정 선수가 들고 있는 총기의 종류, 체력량만을 확인할 수 있었으나, 현재는 특정 선수가 들고 있는 총기의 파츠 착용 상태, 장전 상태, 총알 보유 상태 및 회복 아이템 보유 상태 등 대부분의 정보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또한 누가 어떤 팀과 교전하는지 상황을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APL 시즌 1에서는 선수들의 닉네임 앞에 소속 팀 로고를 표기하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이외에도 PSS에서는 선수들의 이동 경로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맵(지도) 상황만을 보여주는 중계 채널을 별도로 운영 중이기도 하다.

 

이처럼 펍지주식회사와 아프리카TV, 스포티비, OGN은 <배틀그라운드> e스포츠를 운영하며 얻은 노하우를 공유하거나, 개선책을 찾아내고 있다. 이러한 개선 노력의 결과일까? <배틀그라운드> e스포츠 시청자 수는 조금씩이지만 증가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배틀그라운드>를 즐기는 유저 층이 매우 넓은 만큼, <배틀그라운드> e스포츠는 엄청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꾸준한 발전과 개선을 통해 게임처럼 e스포츠 또한 흥행하길 기대해본다.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는 ‘PSS 시즌 1’ 평균 시청자 수 및 최고 시청자 수 (출처: 트위치매트릭스)

 

 

지난해 3월, 얼리억세스로 출발한 <배틀그라운드>는 동시접속자 수 300만 명 돌파, 전 세계 판매량 3천만 장을 돌파하는 등 짧은 기간 만에 경이로운 기록을 세우며 전 세계에서 사랑받는 대세 게임으로 자리잡았다.

 

국내에서도 <배틀그라운드> 열풍이 한창이다. 지난해 10월 밝혀진 스팀 버전 <배틀그라운드> 국내 판매량은 130만 장에 달하고, 지난해 11월부터 서비스를 시작한 카카오게임즈 버전 <배틀그라운드>도 론칭 2개월 만에 동시 접속자 수 10만, 가입자 200만 명을 돌파했을 정도다. 또한 <배틀그라운드>는 PC방 점유율 40%를 오르내릴 정도로 국내에서 압도적인 인기를 자랑하고 있다. (게임트릭스, 5월 17일 기준) 

 

이처럼 게임이 흥행하자 국내 방송 업계는 e스포츠 가능성을 봤다. 온게임넷, 스포티비, 아프리카TV는 각각 자사 주관의 공식 리그를 개최하며 <배틀그라운드>​ e스포츠 시장에 뛰어들었다. 이중 아프리카TV와 OGN은 대량의 자금을 투자해 <배틀그라운드> 전용 경기장을 준비하고 있는 상태다. 

 

펍지주식회사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회사는 지난 2월 21일에 라이엇게임즈 코리아의 권정현 e스포츠 커뮤니케이션본부 총괄 상무를 영입했고, 3월 9일에는 2018 상반기 펍지 코리아 리그(PKL)를 진행한다고 밝히며 공인 프로팀을 모집하기도 했다. 개발사가 직접 e스포츠 흥행을 위해 발 벗고 나선 셈이다. 

 

그렇다면 현재, 국내의​ <배틀그라운드> e스포츠는 어떻게 되어가고 있을까? 

  

 

# 무난한 성적? 게임의 흥행에 비하면 ‘글쎄...’

  

현재 <배틀그라운드> e스포츠 대회는 온게임넷의 PSS(PUBG SURVIVAL SERIES), 스포티비의 PWM(PUBG Warfare Masters), 아프리카TV의 APL(AfreecaTV PUBG League)이 있다. 

 

이중 ▲​ 아프리카TV는 지난해 12월 11일부터 올해 2월 3일까지 APL 파일럿 시즌을 진행했다. 또한 4월 2일부터 5월 5일까지 APL 정규 시즌1을 진행했다. ​▲ 온게임넷은 지난 4월 15일부터 5월 9일까지 결승전 출전팀을 선발했으며, 오는 5월 19일 결승전을 앞두고 있다. ​▲​ 스포티비는 지난 2월 22일부터 3월 16일까지 PWM 파일럿 시즌을 진행했으며, 5월 14일에는 PWM 프로 투어(정규 시즌) 개막전을 진행했다. PWM 프로 투어는 6월 13일까지 진행된다.

 

 스포티비가 진행하는 PWM(PUBG Warfare Masters)

  

APL 파일럿 시즌 결승전은 최대 동시 시청자 수 약 7만 3천 명이라는 성적을 거뒀다. 이어지는 APL 정규 시즌1에서는 시즌이 진행되는 한 달간 최대 동시 시청자 수는 약 5만 명, 평균 시청자 수는 약 2만 7천 명을 기록했다. (통계 출처: 아프리카TV)

 

지난 15일부터 진행되고 있는 PSS 시즌 1은 최근 진행된 결승 진출전에서 최대 동시 시청자 수 약 1만 4천 명을 달성했다. 이외에 선발전에 해당하는 조별 대회에서는 대부분 최대 동시 접속자 수 1만 명을 조금 넘겼으며, 평균 시청자 수는 5천 명 대에서 그쳤다. 

 

PWM도 비슷한 상황이다. PWM이 파일럿 시즌 동안 기록한 최대 동시 시청자 수는 약 7천 5백 명, 평균 시청자 수는 약 4천 명이다. PWM은 지난 14일 진행된 프로 투어 개막전에서도 최대 동시 시청자 수가 약 5천 6백 명에 그쳤다.   

 

※ PWM 파일럿 시즌은 e스포츠 전문 통계 사이트 ESC에서 정보를 확인했다. PSS, PWM 개막전 관련 통계는 ESC에 취합되어 있지 않아, 트위치 통계 사이트 트위치 매트릭스에서 확인했다. 

  

※ ESC 통계는 한국 시청자 수를 별도로 집계하지 않지만, 국내 대회 대부분이 국내 선수 위주로 진행됐기에 중국/영어권 시청자 수를 제외한 나머지를 국내 시청자 수로 간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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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L 파일럿 시즌(17.12.08~18.02.03)의 최대 동시 시청자 수(출처: ESC)

  

이는 트위치에서 평소 스트리밍을 진행하는 <배틀그라운드> 프로 선수들의 시청자 수를 생각해보면 부진한 성적이라고 볼 수 있다. Gen.G Black팀 소속의 윤루트(yoonroot) 선수는 최대 동시 시청자 수 약 6천 3백 명, 평균 시청자 수 4천 백 명을 기록하고 있으며, Cloud9 소속의 딩셉션(Dingception) 선수는 최대 동시 시청자 수 4천 5백 명, 평균 시청자 수는 약 2천 7백 명을 기록하고 있다. 

 

이외에도 여러 <배틀그라운드> 프로 선수들이 트위치와 아프리카TV에 많은 수의 팬을 가지고 있다. <배틀그라운드> 대회에는 이러한 인기 선수들이 모두 출전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저조한 시청자 수를 보여주고 있다.

 

타 e스포츠와 비교하면 <배틀그라운드>의 성적 부진은 더욱 명확하게 드러난다. <오버워치> 출시 후 약 반년 만에 진행된 APEX 시즌 2(17.01.17~17.04.08)는 시청자 수 11만 명을 넘겼으며, APEX 시즌 3에서는 약 8만 4천 명, APEX 시즌 4에서는 약 7만 2천 명을 기록했다. 

 

국내에서 인기가 다소 저조한 편인 <히어로즈오브더스톰>의 성적과 비교해도 마찬가지다. 올해 1월 19일부터 4월 29일까지 진행된 HGC 2018: Phase #1 South Korea Pro League는 중국/영어권을 제외하고서도 약 1만 9천 명에 달하는 최대 동시 시청자 수를 기록했다.

 

이러한 기록들을 생각했을 때 <배틀그라운드>의 e스포츠 성적은 게임의 인기에 비해 다소 아쉬운 결과를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HGC 2018: Phase #1 South Korea Pro League 최대  시청자 수​(출처: ESC)

  

 

# '배틀그라운드' e스포츠의 국내 성적 부진, 왜?

 

1) 신생 e스포츠, 아직은 충분히 알려지기엔 이를 수도

 

<배틀그라운드> e스포츠가 이제 막 발을 내딛기 시작했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있다. APL, PSS, PWM은 시작된 지 얼마 안 된 <배틀그라운드> 국내 대회다. 세 대회 중 가장 빨리 시작된 대회는 지난해 12월 8일부터 시작한 APL 파일럿 시즌이다. 반년이라는 시간은 대중에 스타 플레이어가 탄생하기에도, 대회 자체의 이름을 알리기에도 너무 짧다는 주장이다.

  

 ‘APL 파일럿 시즌’은 지난해 12월 8일부터 올해 2월 3일까지 진행됐다.

 

 

2) 한 전장에 96명 참가, 배틀그라운드 진행 방식의 한계

 

게임의 진행 방식이 <배틀그라운드> e스포츠 흥행 부진의 원인이라는 의견도 있다. 게임 특성상 교전보다 생존을 우선하게 되면서 다소 느슨한 경기가 진행되고, 여기에서 지루함을 느끼는 시청자가 많다는 주장이다.

  

<배틀그라운드> 대회는 4~5라운드의(예선 4라운드, 본선 5라운드) 경기를 진행한 뒤, 각 라운드에서 얻은 포인트를 더해 최종적으로 가장 높은 포인트를 획득한 팀이 승리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포인트는 라운드에서 오래 살아남은 팀을 기준으로 매겨진 순위와 팀 종합 킬 수에 따라 부여된다. 

 

 PSS의 포인트 획득 규정

  

초반 교전에서 패배하면 매우 적은 포인트밖에 받을 수 없기 때문​에 대회에 참가하는 팀들은 대부분 위험을 줄이기 위해 초반 교전을 회피하게 된다. 이러한 플레이 특성 때문에 ‘순위방어’와 ‘랜드마크’라는 용어가 생겨날 정도다. 

 

대다수의 팀이 초반 교전을 회피하는 탓에 경기는 다소 느슨하게 진행되고, 시청자들은 경기 초반에 선수들의 ‘파밍’(총기 및 장비 획득 과정)만을 지켜보게 된다.

 

*순위방어

최대한 교전을 회피하고 오래 살아남아 순위를 올리는 것을 중심으로 운영하는 전략

 

*랜드마크

특정 팀이 고정적으로 한 지역에 착지하면서 해당 지역을 자기네 팀의 상징처럼 만드는 것. 프로팀 대부분은 저마다 다른 랜드마크를 가지고 있으며, 대회에 참가하는 팀들은 이 랜드마크를 기준으로 교전을 회피하는 착지 지점을 선택하는 경향이 강하다. 랜드마크가 겹치는 경우 상대적으로 약한 팀이 해당 지역을 회피하기도 한다. 

 

 각 팀별 랜드마크(출처: PSS 중계 화면)

  

시청자가 게임 진행 상황을 온전하게 파악하기 힘들다는 점도 <배틀그라운드> e스포츠 성적 부진의 원인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배틀그라운드> e스포츠 경기는 대체로 24개 팀이 한 전장에 참가한다. 한 팀은 4명의 선수(스쿼드)로 구성되니, 총 96명의 선수가 한 경기에 들어가는 셈이다. 그런데 시청자들이 볼 수 있는 것은 메인 중계 화면 하나뿐이다. 여러 곳에서 교전이 발생하면 한 곳을 제외한 나머지 상황은 시청자가 파악하기 어려워진다.

 

그런데 경기는 대부분 동시다발적인 교전이 발생하는 형태로 진행된다. <배틀그라운드>는 시간이 지날수록 자기장(블루존)이 줄어들며 활동할 수 있는 전장이 좁아지는데, 앞서 언급한 것처럼 프로팀 대다수는 초반 교전을 회피하기 때문에 ​자기장이 극도로 좁아지는 경기 후반에 이르러서야 반강제적으로 교전을 진행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시청자들은 경기 진행 상황을 원활하게 파악하기 힘들다. 특정 팀의 팬들 또한 킬로그를 통해서만 팀의 소식을 알게 되는 경우가 빈번히 발생하는 탓에 보는 재미를 느끼기 힘든 상황에 놓이게 된다

 


41명의 선수들이 좁은 공간에 모여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출처: PSS 중계 화면)

 

 

3) 선수 실력은 '짐작'으로, 관전 렉과 버그

 

렉(끊김 현상)이나 버그 때문에 원활한 시청이 불가능해 보는 재미가 떨어진다는 의견도 있다.

  

대회에서는 차를 운전 중인 선수 혹은, 전장을 달리고 있는 선수들이 끊김(렉)으로 인해 순간이동을 하는 것처럼 보이는 현상을 쉽게 관찰할 수 있다. 또한 교전 중에도 선수들의 조준점이 엉뚱한 곳에 가 있는 모습을 거의 매번 볼 수 있는 탓에, 시청자는 교전 중인 선수들의 체력을 보고 나서야 해당 선수가 총에 맞았는지 안 맞았는지 여부를 파악할 수 있다.

 

이외에도 차량이 비정상적으로 움직이며 선수들을 쳐 기절시키는 모습, 버그로 인해 차량이 폭발하며 선수가 죽는 모습 등을 종종 확인할 수 있다. 때문에 시청자가 선수들의 놀라운 조준 실력 등을 보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결국 방송 화면을 통해서는 선수들의 이동 루트나 대처 능력 등 운영 측면의 요소만을 볼 수 있게 되면서 e스포츠를 시청하는 재미가 감소했다는 주장이다.  

 


 대회에서는 위와 같은 조준 장면을 흔히 볼 수 있다. (출처: PSS 중계 화면) 

 

 

4) 1인칭 vs. 3인칭, 대회 진행 시점 논란 

 

3인칭 위주의 대회 진행 방식이 <배틀그라운드> e스포츠 흥행 부진의 원인이라는 의견도 있다.

 

<배틀그라운드>는 1인칭 모드와 3인칭 모드를 지원했지만, 국내 유저들은 3인칭 모드를 위주로 플레이했다. 극단적인 모드 편향 현상이 나타나면서 펍지주식회사가 한국 서버 한정으로 1인칭 모드를 삭제 했을 정도다. 이러한 국내 유저의 플레이 정서에 따라, 초기의 국내 <배틀그라운드> 대회는 대부분 3인칭만으로 진행됐다.

 

하지만 3인칭 모드로 진행된 대회에서는 여러가지 문제를 지적하는 의견이 나왔다. 첫 번째는 경기 초반이 다소 지루해진다는 의견이다. 3인칭 모드에서는 선수들이 자신의 몸을 완벽하게 숨긴 채 벽 너머로 외부의 상황을 확인할 수 있다. 때문에 선수들이 건물 내부와 같은 안전한 곳에 자리를 잡는 안정적인 플레이를 진행하게 되고, 시청자는 교전 없이 엎드려 있는 장면만 보게 됐다는 것이다. 

 

 3인칭 모드에서는 벽 너머로 바깥 상황을 파악할 수 있다. (출처: PSS 중계 화면) 

  

두 번째는 교전의 긴장감이 저해된다는 의견이다. 앞서 말했듯이 3인칭 모드는 벽 뒤에 몸을 숨긴채, 벽 너머의 상황을 파악할 수 있다. 이러다보니 경기에서는 선수들이 건물 내부, 혹은 엄폐물 뒤에 숨어서 대기하다가 지나가는 다른 팀의 뒤나 옆을 공격해 일방적인 승리를 거두는 상황이 빈번하게 발생했다. 

 

3인칭에 부정적인 의견을 가진 유저들은 이러한 점을 지적하며, 3인칭 모드는 프로 선수들 간의 실력을 다투는 e스포츠에서 실력 다툼을 볼 수 없게 만들 뿐만 아니라 운(자기장)이 미치는 영향을 키워 게임을 불합리하게 보여지게 만든다고 주장했다.

 

물론 이에 반대하는 의견도 있다. 한국 유저들 대부분이 3인칭 모드를 즐기고 있으므로 게임을 한국 시청자들에게 쉽게 이해시키기 위해서는 e스포츠도 3인칭으로 진행하는 게 옳다는 주장이다. 또한 ‘좋은 장소를 선점하고 유리하게 교전을 펼치는 것도 실력의 일부’라는 의견도 있다.

 

 자기장(블루존)은 랜덤으로 결정된다.

 

 

# 배틀그라운드는 '보는 재미' 개선 중

 

앞서 언급한 문제들은 펍지주식회사와 e스포츠를 진행하고 있는 방송사 모두 인식하고 있으며, 지속적으로 개선을 위한 노력을 진행 중이다. 

 

펍지주식회사와 PWM, PSS, APL은 경기 초반의 지루함을 줄이기 위해 자기장이 줄어드는 시간 간격을 크게 줄였다. 또한 선수들의 파밍 시간을 줄이기 위해 대회는 일반 유저들이 즐기는 모드에 비해 총기 및 장비 드롭률을 일정 비율 높게 설정하기도 했다.

 

또한 펍지주식회사는 <배틀그라운드> e스포츠의 다양한 가능성을 시험해보기 위해 대회 진행 방식으로 1인칭 모드와 3인칭 모드를 섞은 규정을 마련했다. 실제로 APL 파일럿 시즌은 3인칭으로만 진행됐으나, 이어서 진행된 APL 정규 시즌 1은 1인칭 2회, 3인칭 2회로 진행됐다. (결승전은 1인칭 2회, 3인칭 3회)

 

 PSS 대회 진행 방식(출처: PSS 공식 홈페이지)

 

이외에도 방송 화면에서 유저들이 볼 수 있는 정보량도 점점 늘려나가고 있다. 초기 <배틀그라운드> e스포츠에서는 특정 선수가 들고 있는 총기의 종류, 체력량만을 확인할 수 있었으나, 현재는 특정 선수가 들고 있는 총기의 파츠 착용 상태, 장전 상태, 총알 보유 상태 및 회복 아이템 보유 상태 등 대부분의 정보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또한 누가 어떤 팀과 교전하는지 상황을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APL 시즌 1에서는 선수들의 닉네임 앞에 소속 팀 로고를 표기하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이외에도 PSS에서는 선수들의 이동 경로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맵(지도) 상황만을 보여주는 중계 채널을 별도로 운영 중이기도 하다.

 

이처럼 펍지주식회사와 아프리카TV, 스포티비, OGN은 <배틀그라운드> e스포츠를 운영하며 얻은 노하우를 공유하거나, 개선책을 찾아내고 있다. 이러한 개선 노력의 결과일까? <배틀그라운드> e스포츠 시청자 수는 조금씩이지만 증가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배틀그라운드>를 즐기는 유저 층이 매우 넓은 만큼, <배틀그라운드> e스포츠는 엄청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꾸준한 발전과 개선을 통해 게임처럼 e스포츠 또한 흥행하길 기대해본다.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는 ‘PSS 시즌 1’ 평균 시청자 수 및 최고 시청자 수 (출처: 트위치매트릭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