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기획] ‘착한 과금’ 그 붐의 시작. 함대 컬렉션에 대한 이야기

깨쓰통 (현남일) | 2018-08-21 15:0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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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8월 17일, 일본에서 한 웹게임이 업데이트를 했다.

 

일본 카도카와게임즈가 개발하고 DMM이 DMM.com 플랫폼을 통해 서비스하는 <함대 컬렉션~칸코레~>(이하 칸코레)가 지난 8월 17일, 대규모 업데이트를 진행하며 ‘시즌 2’의 시작을 알렸다.

  

<칸코레>의 메인화면

 

사실 <칸코레>는 우리나라에는 정식으로 서비스하지 않는 게임이고, 일본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특정 마니아층을 제외하면 IP 자체에 대한 인지도도 그리 높지 않기 때문에, 이런 게임이 있는지도 모르는 게이머들이 훨씬 많을 것이다. 그렇기에 “난데없이 웬 듣도 보도 못한 게임의 업데이트 이야기인가요?”라고 의문을 가지는 독자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사실 이 게임은 국내에서의 인지도와 별개로 우리나라 게임 시장에 굉장히 큰 영향을 끼친 작품이다. 왜냐하면 이 게임이 바로 <소녀전선>이나 <벽람항로> 등으로 대표되는 소위 오타쿠 취향의 ‘사물 모에화 게임’(주1). 그리고 ‘착한 과금 모델을 가진 게임’의 원조라고 부를 수 있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물론 보는 관점에 따라서 ‘원조’는 너무 앞서 나갔다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칸코레>가 이런 류 게임이 쏟아져 나오게 된 시발점인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만약 이 게임이 없었다면 대한민국과 중국, 일본에서 하나의 인기 트랜드로 당당하게 자리잡고 있는 ‘착한 과금을 내세운 오타쿠 취향의 모바일 게임’(주2) 시장은 지금과 완전히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렇기에 <칸코레>의 최근 행보는 여러 의미로 주목이 될 수 밖에 없다.

  

<칸코레>의 영향을 받은 가장 대표적인 게임 중에 하나가 바로 <소녀전선>이다.

 

(주1) ‘모에화’란 사물이나 인물을 일본 애니메이션풍의 ‘모에 캐릭터’(최대한 비슷한 말을 찾자면 미소녀 캐릭터)로 의인화하거나 재해석하는 것을 말한다. 그렇기에 <소녀전선>은 ‘총기 모에화 게임’ 이라고 할 수 있으며, <벽람항로>나 <칸코레>는 ‘함선 모에화 게임’ 이라고 할 수 있다.  

 

(주2) 중국에서는 이런 게임을 아예 ‘2차원 게임’ 이라고 부르며, 최근 열린 차이나조이 2018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지만 하나의 ‘대세’ 트랜드로 꼽힐 정도로 최근 큰 세를 형성하고 있다. [참고기사] 

 

 

# 소녀전선의 원조 할매국밥뻘 되는 게임. 칸코레

 

먼저 <칸코레>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자면 이 게임은 위에서 말한 것과 같이 ‘사물 모에화 게임’. 좀 더 정확하게 설명하자면 2차 세계대전(태평양 전쟁)을 전후로 활약한 각종 다양한 군함을 미소녀 캐릭터로 모에화 해서 선보이는 ‘함선 모에화 게임’ 이다.  

 

<칸코레>는 함선을 모에화한 약 200여 종의 미소녀 캐랙터들을 모으고 육성해서 스테이지를 클리어하는 게임이다.

 

이 게임에는 함선을 모에화한 캐릭터 ‘칸무스’(艦娘. 우리말로 번역하면 ‘함선 소녀’ 정도 되겠다)가 약 200여종 등장한다. 플레이어는 자신이 가진 총 4종류의 자원을 투자해서 이런 캐릭터들을 ‘건조’하거나, 스테이지에서 드랍으로 얻을 수 있다. 그리고 얻은 캐릭터들을 육성해서 자신의 함대를 구성하고, 스테이지를 하나 하나 공략하면서 높은 단계로 올라가야 한다.

 

캐릭터 건조나 장비의 생산에 사용되는 4가지 종류의 ‘자원’은 기본적으로 시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채워지지만 플레이어가 정기적으로 ‘원정’을 보내면 빠른 속도로 모을 수 있다. 그리고 희귀한 캐릭터는 난이도 높은 스테이지나 기간 한정으로 열리는 이벤트에서만 드랍되기 때문에 원하는 캐릭터를 얻으려면 일정 수준의 반복 플레이가 필수다.

 

아마 우리나라에서 <소녀전선>을 먼저 해본 유저라면 여기에서 “어? <소녀전선>과 똑같은데?”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맞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소녀전선>이 <칸코레>의 기본적인 캐릭터 콜렉팅과 시스템을 그대로 벤치마킹 했다는 것이 정확한 표현이다.  

 


위가 <칸코레>의 캐릭터 건조 시스템이고 아래가 <소녀전선>의 캐릭터 건조 시스템이다. 딱 봐도 똑같지 않은가?

 

굳이 <소녀전선> 뿐이 아니라고 해도 <칸코레> 이후 등장한 이런 캐릭터 콜렉팅 게임들 중에는 <칸코레>의 시스템을 벤치마킹하고, 모방한 작품들이 셀 수도 없이 많다. 이 때문에 일부 유저들은 (비공식적으로) <칸코레> 같이 사물을 모에화하고, 유사한 시스템을 가진 게임들을 묶어서 ‘코레류 게임’ 이라고 부를 정도다. 

 

<벽람항로> 또한 '함선 모에화' 게임이라는 소재부터, 여러 가지 게임 요소들을 살펴보면 <칸코레>에서 많은 것을 벤치마킹 했음을 알 수 있다.

# 아무도 기대하지 않았던 B금 웹게임. 날아오르다.

 

<칸코레>는 일본 DMM.com을 통해 지난 2013년 4월 서비스를 시작했는데, 사실 서비스 초창기만 해도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던 ‘그저 그런 B급 웹게임’ 중에 하나였다. 그도 그럴 것이 이 게임을 서비스하는 Dmm.com은(주3) 게임 서비스사로서의 인지도는 좋게 쳐줘봐야 중소 웹게임 포탈. 그 이상도 아니었고, <칸코레>는 다름 아닌 ‘플래시’(Flash)로 제작된, 콘텐츠의 한계가 명확한 저퀄리티 게임이었기 때문이다. 

 

농담이 아니라 <칸코레>는 서비스 시작이 2013년이란 점을 감안하고 보더라도 게임의 비주얼 수준이나 퀄리티가 일러스트 빼고는 도저히 눈 뜨고 봐줄 수가 없는. ‘저예산 모바일 게임이냐?’ 소리가 절로 나오는. 그런 수준의 웹게임이었다.   

 
<칸코레>의 전투 화면. 2013년 당시 기준으로 봐도 심각하게 저렴한 전형적인 B급 게임의 비주얼이다.

그런데 이 수준 떨어지는(?) 웹게임은 서비스를 시작하고 6개월만에 유저 수 100만 명을 넘을 정도로 인기가 폭발한다. (2018년 현재는 개발사 발표상 약 450만 명) 몰려드는 유저 때문에 서버는 남아 나지 않았고, 서비스사는 수시로 신규 가입을 막아야 했으며, 그나마 정기적으로 추첨을 통해 신규 유저를 받았다. 이 때문에 게임이 플레이 가능한 계정이 유저 사이에서 고가에 거래되는 웃지 못할 촌극까지 벌어졌다. 

 

이러한 인기에 힘 입어 <칸코레>는 게임 뿐만 아니라 IP를 이용한 프라모델, 소설 등 각종 2차 수익과 2차 창작의 인기도 폭발한다. 이는 어느 정도 인기가 식었다는 2018년 현재까지 계속 이어지고 있는데, 일례로 <칸코레>는 일본 동인 문화의 성역이자 세계 최대 규모의 만화/애니메이션 행사라고 할 수 있는 ‘코믹 마켓’에서 2014년 이후 관련 상품 출품 순위에서 5위권 밖으로 밀려난 적이 없다. 

 

<칸코레> 이전까지만 해도 사실 '군함'과 해전을 소재로 한 밀리터리 모에 장르는 일본 애니메이션이나 만화를 좋아하는 마니아층 사이에서도 마이너한 장르 취급이었다. 하지만 <칸코레>의 성공 이후 이 장르는 단숨에 메이저 장르 취급을 받을 정도로 급격하게 성장했다. 그만큼 게임 내/외적으로 <칸코레>가  끼친 영향은 지대했다.  

 

(주4) 우리나라에서 Dmm.com을 서비스하는 DMM은 다름아닌 성인 비디오(AV) 정보 열람 및 대여, 시청을 전문으로 하는 포털의 운영사로도 유명하다. (현재는 성인 콘텐츠 부분은 별도 법인으로 분리상태)

  


<칸코레>의 인기에 힘 입어 아케이드 버전 <칸코레 Arcade> 같은 게임도 발매되었다. 그리고 이 아케이드 버전은 아케이드 센터(오락실) 마다 한 번 즐기는 데 최대 수시간을 기다려야 할 정도로 수많은 유저가 몰려서 큰 인기를 끌었다.

  

일본의 군함 프라모델 시장은 <칸코레>의 흥행 이후 단숨에 인기 장르로 뛰어 올랐으며, 일부 함선 모델은 <칸코레> 이전 대비 매출이 5배 이상 폭등하며 주목 받았다.

  

# ‘착한 과금’으로 일본 유저들을 힐링하다.

 

<칸코레>가 성공한 이유는 그 소재부터 게임의 구조, IP의 특성 등. 여러 가지 분석이 필요하고. 이에 대해서 자세하게 이야기하자면 아마 장문의 논문을 써야 할 것이다. 그렇기에 본 기사에서는 페이지의 여백 부족으로 인해 여러 성공 요인 중 대표적인 요소 하나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바로 ‘착한 과금’으로 불리는 <칸코레>의 과금체계다.

 

<칸코레>는 기본적으로 캐릭터의 건조나, 장비 제작, 스테이지 클리어를 위한 행동, 부상당한 캐릭터의 회복 등. 거의 모든 행동에 ‘자원’을 소비한다. 그런데 자원은 유저들이 과금을 일절 하지 않아도, 그저 함대를 원정 보내거나 특정 스테이지에 출격해서 '파밍' 하는 것만으로도 얼마든지 빠른 속도로 모을 수 있다. 과금을 해서 자원을 사는 것은 가능하지만 그 효율이 비상식적으로 좋지 않기 때문에, 되려 과금을 하는 게 손해라는 느낌이 들 정도. 그렇기에 무과금 유저라고 해도 게임의 모든 콘텐츠를 즐기는 데 문제가 없다.  

  

유료 아이템샵. 하지만 여기 있는 모든 아이템 다 굳이 구매하지 않아도 게임을 즐기는 데는 전혀 하등의 문제가 없다.

물론 과금 요소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과금 요소가 ‘굳이 안 사도’ 되는 것에 집중되어 있다. ‘그나마’ 과금이 권장되는 함선 건조 독(Dock)이나 함대 편성칸 확장 같은 요소들도 하나를 개방할 때마다 1000엔(약 1만원) 수준으로 저렴하기 때문에 딱히 부담이 안된다. 어지간히 하드코어하게 게임을 즐기는 유저라고 해도 수십, 수백만원을 과금 하는 것은 정말 필요가 없다.

 

<칸코레>가 한창 인기를 얻기 시작한 2013년 말. 일본은 <퍼즐 앤 드래곤>이 역대급 매출을 기록하며 시장을 휩쓸고, <확산성 밀리언 아서>나 <신격의 바하무트> 같은 소위 ‘소샤게’(일본식 소셜 게임의 준말)가 과도한 과금 요소로 유저들의 지갑을 쓸어 담고 있던 시절이다. 과금에 대한 일본 유저들의 스트레스가 정점에 달했던 시기이기도 하다. 

 

이 시기 일본은 소샤게의 무분별한 과금 유도가 한창 사회 문제가 되던 시기였다. 사진은 <칸코레> 서비스 약 1년 전, 무분별한 '컴플리트 가차'(이른바 콤프가차)로 제제를 받았던 <아이돌 마스터 신데렐라 걸즈>

 

이런 상황에서 <칸코레>는 ‘착한 과금’ 모델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는 데 성공했다. 사실 ‘착한 과금’은 이전에도 있었고, <칸코레>가 처음도 아니다. 하지만 게임 마니아층 사이에서 ‘착한 과금’ 이 주목 받고 실제로 이를 통해 폭발적인 인기를 얻게 된 첫 사례는 바로 <칸코레>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마치 한국에서 각종 매출 상위권 게임들이 ‘과도한 과금 요소’로 사회 문제가 되고, 확률 공개 등으로 논란이 일고 있는 와중에 ‘착한 과금’을 내세운 <소녀전선>이 주목을 받으며 인기를 얻은 것과 유사하다고 봐도 좋을 것이다. 

 

 

# 중국, 누구보다 빠르게 칸코레를 벤치마킹하다. 그리고…

 

그리고 이런 <칸코레>의 성공에 빠르게 반응한 것은 다름 아닌 중국이었다. 물론 일본에서도 <칸코레>의 성공 이후 유사한 장르의 게임들이 양산되기는 했다. 하지만 오히려 본토(?)인 일본보다 적극적이고 열성적으로 <칸코레>를 벤치마킹하고 유사한 게임들을 쏟아낸 것은 바로 중국이었다.

 

실제로 유저들에게서 <칸코레>의 명예로운 유사게임 1호 인증(?)을 받은 작품은 바로 중국의 모에판타지가 개발하고 2014년 9월부터 서비스를 시작한 <전함소녀>다.(현 <전함소녀 R>) 게임 제목에서도 알 수 있지만 ‘함선 모에화’ 부터 시작해 게임의 거의 모든 것들을 원조 <칸코레>에서 따왔기 때문에 유저들 사이에서는 이른바 ‘짱코레’(중국을 비하하는 단어 + 칸코레의 준말) 내지는 ‘짭코레’ 라고 불렸을 정도로 화제가 되었다. 


영광스러운(?) 첫 번째 <칸코레> 유사 게임인 <전함소녀>(현 전함소녀R). 이후 중국에서는 <칸코레>와 유사한 작품들이 빠르게, 그리고 많이 개발되기 시작한다.

 

그리고 단순한 모방에서 시작한 이런 중국산 ‘코레’ 아종 게임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만의 색깔을 넣어서 진화하기 시작한다. 전차, 비행기, 총과 음식(?!)에 이르기까지 모에화 소재는 다양해지기 시작했으며, 게임의 기본적인 구조는 남긴 채, 플레이에 ‘슈팅’이나 ‘SRPG’, ‘액션’, ‘타워 디펜스’ 같은 요소들을 첨가하는 게임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시작은 모방이었을지 모르지만 시간이 갈 수록 저마다 자신만의 색깔을 갖춰가기 시작한 것이다.

 

그 결과 현재 중국산 ‘코레’류 게임들은 중국은 물론이고, 한국. 심지어 <칸코레>가 처음 시작한 일본에서도 큰 인기를 얻으며 큰 성공을 거둘 정도로 성장하게 되었다. <칸코레>가 던진 작은 돌멩이 하나가 중국에서 큰 바위가 되어 일본과 한국을 강타하게 된 것이다.  

 

<칸코레>의 영향을 받았지만 함선이 아닌 '전차'를 모에화한 게임 <강철의 왈츠>

아예 게임 플레이에 횡스크롤 슈팅을 접목한 <벽람항로>. 중국 게임들은 단순히 <칸코레>의 시스템을 따라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저마다의 장점을 담아 진화하기 시작했다. 

  

# 칸코레를 둘러싼 ‘우익 콘텐츠/역사 왜곡&미화’ 논란

 

사실 <칸코레>는 우리나라 일부 게이머들 사이에서는 소위 ‘우익’ 내지는 '역사 왜곡/미화' 관련해서 끝없는 분쟁과 논란으로도 유명한 게임이다. 

 

이 게임이 다름 아닌 ‘2차 세계대전’에 등장하는 함선들 (주로 일본 함선들)을 모에화하는 게임인 데다가, 명백하게 일본이 침략군이었던 태평양 전쟁의 여러 요소들을 별다른 반성이나 비판 없이 게임에 이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일부 캐릭터들의 대사나 운영진들의 행보가 마치 2차 세계대전의 일본을 미화하거나 옹호하는 듯한 모습을 수차례 보인 것도 논란을 야기한 측면이 있다.

 

이 기사에서는 <칸코레>가 우익 콘텐츠. 내지는 역사 왜곡 콘텐츠인지에 대해 자세하게 논할 생각은 없고, 어느 한 쪽을 편 들 생각도 없다. 하지만 일단은 이 게임이 이런 논란이 있고. 이 때문에 국내 일부 게이머들 사이에서는 그 존재 자체가 터부시된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는 것이 좋을 것이다. 


<칸코레>의 등장 캐릭터 중 하나인 '히요'. 그런데 이 캐릭터의 대사 중에 하나는 무려 "미드웨이의 원수를 갚는 거예요"가 있어서 우익 논란의 대표적인 예시 중 하나로 꼽힌다.


# 서비스 5년만에 플래시(Flash)의 탈을 벗어 던지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와서 <칸코레>는 지난 8월 17일, ‘시즌 2’ 를 선언하며 대규모 업데이트를 진행했다. 그런데 이번 업데이트가 주목 받는 것은 다름 아닌 <칸코레>가 게임의 기반이었던 플래시(Flash)를 벗어 던지고 HTML5로 그 옷을 갈아 입었다는 것이다. 

 

<칸코레>는 잎에서도 말했지만 첫 시작은 그저 그런 B급 웹게임으로 시작했다. 그러다가 예상 이상의 엄청난 성과를 거두면서 주목을 받았는데, 정말 아쉽게도 이 게임은 플래시 기반이라는 태생의 한계 때문에 늘어나는 인기와 유저들의 기대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플래시는 웹 비표준이기 때문에 여러 요소들의 개발이나 보안에 많은 제약을 안고 있다. 또 게임 퀄리티 대비 용량이 지나치게 방대하며, 시스템 자원을 많이 차지하는 문제가 있어서 콘텐츠를 무한정 확대하는 것이 불가능에 가깝다. 여기에 스마트폰 같은 모바일 지원이 어렵다는 것은 덤.

 

실제로 <전함소녀> 이후 후발주자들이 모바일 플랫폼 대응과 각종 강화된 편의성, 방대한 콘텐츠 등으로 계속 진화하는 와중에 원조인 <칸코레>는 편의성 개선은 커녕, 모바일 지원조차 서비스 시작 3년 만인 2016년 8월에 별도 앱을 통해 간신히 이루어질 정도로 대응이 늦었다.  

 

그나마도 말이 모바일 지원이지, 사실 모바일에 대한 UI 최적화 같은 것도 전혀 없이 그냥 PC 데스크탑 웹게임 환경을 모바일로 옮긴 정도이기 때문에, 큰 의미도 없었다.

 

이러한 문제로 인해 게임은 여전히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고는 하나, 사실상 2016년 이후 신규 유저의 증가가 멈춰 있다고 봐도 좋을 정도로 성장이 정체된 상태였다. 각종 후발주자들이 저마다의 영역을 개척하며 시장에 빠르게 자리잡은 것은 어찌 보면 이런 <칸코레>의 정체 또한 한 몫을 했다고 볼 수 있다.



# 다시 달리기 시작한 ‘원조’ 칸코레. 

 

<칸코레>는 이번 업데이트를 통해 HTML5로 게임의 기반을 바꾸면서 다양한 변화를 예고했다. 물론 HTML5로 바뀐다고 해서 게임의 모든 것이 단 하루 아침에 ‘천지개벽’ 수준으로 바뀐 것은 아니다. 

 

실제로 8월 17일 진행된 업데이트는 1차적으로 플래시 기반의 게임을 HTML5로 바꾸기만 한 수준이기 때문에 게임이 이전보다 ‘가벼워지고 빨라졌다’는 점을 제외하면 딱히 큰 변화가 없어서, 오히려 실망했다는 유저들의 평가도 많다. 

 

하지만 개발사에서는 HTML5로 게임의 기반을 바꾼 후, 기존 플래시 기반 때는 불가능했던 여러 기능들을 순차적으로 구현하겠다고 예고하고 있다. 또 후발주자들에 비해 명백하게 뒤졌던 편의성 등 여러 요소들 또한 개선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태생의 한계로 인해 몇 년간 멈춰있던 ‘원조’ <칸코레>가 어찌 보면 이제서야 다시 기지개를 피고 뛰기 시작한 것이다. 

 

마침 요즘은 HTML5 플랫폼이 한국, 중국, 일본을 가리지 않고 차세대 웹게임 플랫폼으로 많이 주목을 받고 있다. 이런 시점이기 때문에 <칸코레>의 변화가 흥미롭게 비쳐지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알게 모르게 한국 게임시장에도 무시못할 흔적을 남긴 <칸코레>. 과연 이 게임이 앞으로 어떤 행보를 보일지 주목해보는 것도 재미 있을 것이다.  

 
HTML5로 바뀌면서 일신된 게임의 로딩 이미지 중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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