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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세계적으로 확산 중인 규제와 우려. 2018년 확률형 아이템 이슈 결산

다미롱 (김승현 기자) | 2018-12-21 10:5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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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은 확률형 아이템(≒ 가챠, 뽑기, 루트박스, 랜덤박스 등) 관련해 그 어느 해보다도 뜨거운 한 해였다. 해외에서는 지난해부터 논의되기 시작한 정부 규제가 일부 국가를 중심으로 본격화되기 시작했고, 국내 또한 정부 기관과 국회에서 확률형 아이템을 본격적으로 다루기 시작했다.

 

디스이즈게임은 연말을 맞아, 2018년 한해 동안 확률형 아이템을 둘러싸고 일어난 주요 이슈와 흐름을 정리했다.

 

확률형 아이템 관련 2018년 주요 이슈 타임라인

 

 

# 지난해보다 거세진 국·내외 정부 규제 움직임

 

올해 확률형 아이템 이슈 관련해 특기할만한 점은 예년보다 거세진 규제 움직임이다. 서구권에서는 일부 국가에서 정부 차원에서의 규제가 시작됐다. 국내에서도 국회와 정부 심의 기관이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을 밝히기 시작했다. 

 

서구권에서는 지난해 말부터 정부는 물론 일부 플랫폼 차원에서도 규제가 시작됐다. 먼저 애플은 지난해 12월, 유저가 확률형 아이템을 구매하기 전 얻을 수 있는 상품 종류와 확률을 알리라는 내용을 앱스토어 심사 가이드라인에 추가했다. 

 

 

올해 상반기에는 일부 유럽 국가를 중심으로 정부 차원의 규제가 시작됐다. 4월에는 네덜란드 도박 당국이 확률형 아이템이 있는 게임 중 일부가 '도박법'을 위반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네덜란드 정부는 확률형 아이템으로 얻을 수 있는 상품이 '어떤 식으로든' 유저 간 현금 거래가 가능하면 (확률형 아이템이 있는 게임이) 도박으로 취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5월에는 벨기에 게임위원회가 미성년자에게 확률형 아이템을 판매하는 게임사에게 도박법을 위반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벨기에 도박법에 따르면, 무작위성으로 인해 참가자들이 손실이나 이득을 얻고 이로 인한 결과가 게임 승패에 영향을 끼치면 도박으로 취급된다. 그리고 벨기에 법에 따르면 복권·배팅과 같은 가벼운 도박은 18세 이상만, 그 이상은 21세 이상에게만 허용된다.

 

물론 규제가 아직 전세계적인 경향이라고 할 순 없다. 독일이나 스웨덴처럼 규제를 검토했으나 실질적인 조치로까지 이어지지 않은 국가도 있고, 영국처럼 확률형 아이템을 조사했으나 '도박'은 아니라고 기존과 같은 스텐스를 취한 국가도 있다.

 

하지만 올해부터 유럽권을 중심으로 확률형 아이템 규제에 대한 논의도 본격화되고 실제 규제까지 진행된 국가도 있다는 점, 그리고 서구권의 확률형 아이템 규제라는 '선례'가 생겼다는 점은 특기할 만 하다. 

 

 

정부 규제는 아니지만, 미국 또한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정부 차원에서의 조사가 시작돼 눈길을 끈다. 미국 연방거래위원회는 지난 11월, 확률형 아이템에 대해 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매기 하산 상원 의원이 제기한 확률형 아이템과 도박의 연관성, 그리고 확률형 아이템이 청소년에게 미치는 영향 등을 조사하기 위함이다. 

 

※ 연방거래위원회: 기업의 M&A 사전 심사, 불공정거래, 소비자보호 이슈 등을 다루는 미국의 경제 규제기관. 일반적으로 민사 관련 이슈를 주로 다루나, 사안에 따라선 사법권 발동을 요청하거나, 기관 스스로 관련 업체에 대해 정지 명령을 발동하기도 한다. 

 

국내도 예외는 아니다. 게임물관리위원회의 이재홍 위원장은 지난 9월, 기자들과의 자리에서 "도를 넘은 확률형 아이템은 산업을 해친다"라며 위원회 차원에서의 움직임을 암시했다. 실제로 게임물관리위원회는 지난 9월, 확률형 아이템 관련 이슈에 대해 외부 기관에 연구 용역을 의뢰한 상태다. 

 

게임물관리위원회 이재홍 위원장

 

 

# 규제 선례부터 청소년 보호 이슈까지. 확률형 아이템 이슈 주요 흐름

 

각국 정부(혹은 정부기관)의 이같은 움직임은 크게 2가지 흐름으로 정리할 수 있다. 하나는 해석에 따라 확률형 아이템도 도박 관련 법령에 영향 받을 수 있다는 선례가 생겼다는 것.

 

일반적으로 도박은 '무작위성으로 승패가 결정되고, 이로 인해 이용자가 재산을 얻거나 잃는 행위'로 정의된다. 이 때문에 게임 업계는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논란이 있을 때마다 "쓴 돈 이상의 상품이 주어지고, 상품 또한 현실의 재화가 아니기 때문에 도박이라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네덜란드와 벨기에의 해석은 달랐다. 네덜란드 도박 당국은 확률형 아이템으로 얻는 것이 게임 내 재화라고 할지라도, 유저들이 그것을 현실에서 다른 사람과 '거래'할 수 있다면 유저의 재산이 변동되는 것으로 봤다. 벨기에 게임위원회는 '구매하는데 돈이 필요하고 결과물이 랜덤으로 결정되며 (결과물이) 게임 성적에 영향을 주는' 일부 랜덤박스가 도박법 적용 대상이라고 판단했다. 

 

확률형 아이템이 해석에 따라 도박법 적용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일부 선례는 앞으로 정치권과 업계에 적지 않은 파장을 줬다. 실제로 네덜란드와 벨기에가 규제를 한 이후, 두 국사의 사례는 국내외에서 확률형 아이템을 문제 삼을 때마다 언급됐다. 그리고 세계 최대의 게임 시장 중 하나인 미국이 정부 차원에서 확률형 아이템을 조사하려는 지금 상황에선 더더욱 중요한 선례가 됐다.

 

 

규제 때문에 벨기에에서 랜덤박스 모델을 삭제한 <오버워치>

 

다른 하나는 점점 확산되고 있는 '확률형 아이템의 청소년 유해성' 의혹이다. 이 부분은 아직 일부 국가에 국한된 도박 관련 이슈와 달리, 적지 않은 이들에게 공감되고 있으며 또 많은 국가에서 제기되는 문제다. 

 

하나 짚고 가야 한 것은, 확률형 아이템이 청소년들을 도박에 중독되기 더 쉽게 한다는 등의 학문적 연구 자료가 아직 없다는 점이다. 현재 확인할 수 있는 건 확률형 아이템과 도박이 일부 시스템적 유사성을 보인다는 것과, 도박에 빠진 사람 중 일부가 확률형 아이템에 대해서도 비슷한 경향을 보인다는 일부 사례뿐이다. 

 

다만 이런 학문적 불확실성과 별개로, 확률형 아이템이 청소년들에게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인식, 때문에 청소년의 확률형 아이템 구매를 막거나 제한해야 한다는 의견은 점점 수면 위로 퍼지고 있다. 

 

일례로 영국 도박위원회는 2017년 말, 확률형 아이템이 도박엔 해당되지 않는다고 발표하면서도, 랜덤박스가 자제심 부족한 청소년들에게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견해를 덧붙였다. 이 견해는 올해 9월, 유럽 15개국 도박 규제 기관과 미국 워싱턴 주 도박 위원회가 '게임과 도박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다. 게임사들은 각국 규제 기관과 협력해 청소년 보호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공동 선언하는 행동으로 이어졌다. 

 

 

미국이나 독일, 스웨덴 같이 확률형 아이템을 규제하지 않는 국가에서도 확률형 아이템이 청소년에게 미칠 영향을 경계하는 발언이 올해 수시로 나왔다. 예를 들어 지난 2월엔 독일 청소년 미디어 보호 위원회가 "확률형 아이템은 청소년 보호 규정을 위반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에선 올해 1·2월, 상·하원의원들이 청소년에게 확률형 아이템을 판매하지 못하게 하거나, 이에 대한 법률적 근거를 연구해야 한다는 법안을 잇달아 발의했다. 지난 11월엔 미국의 매기 하산 상원의원이 미 연방거래위원회에 청소년 보호 등을 이유로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조사를 요청했다. 

 

청소년 보호가 이슈인 한국도 다른 나라와 크게 다르지 않다. 게임물관리위원회는 지난 9월, 확률형 아이템이 청소년들에게 미치는 영향과 (만약 악영향을 준다면) 보호 방안에 대해 연구 용역을 발주했다. 또한 지난 10월 열린 국정감사에선 게임 부문 주요 쟁점 중 하나가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청소년 보호 이슈였다. (다만 국정감사 땐 의원들의 기금 요구 등 확률형 아이템보단 그 외적인 이슈가 더 논란이 됐다)

 

전반적으로 확률형 아이템의 청소년 유해성 이슈가 2017년에 비해 전세계적으로 더 확산됐다.

 

미 연방거래위원회에 확률형 아이템 문제를 제기한 매기 하산 상원의원

 

 

# 청소년에겐 뽑기 판매 금지? 업계 일부, 자발적으로 청소년 보호 정책 언급

 

이런 세계적인 분위기 때문인지 게임 업계 일각에서 자발적인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다. 

 

엔씨소프트의 김택진 대표는 지난 10월, 국정 감사에서 "청소년 보호는 어떤 희생을 치뤄서라도 보장돼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모바일게임 결제 한도 같은 제도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확률형 아이템 등으로 인해 청소년들이 부모 몰래 게임에 막대한 돈을 쓰는 경우가 있다는 문제에 대해 답한 내용이다.

 

국정감사에 참석한 엔씨소프트 김택진 대표 (왼쪽)

 

국제게임개발자협회(IGDA)는 미 연방거래위원회의 조사 소식이 들려온지 이틀만에 각국 게임사들에게 '청소년들에게 확률형 아이템 판매하는 것을 금지하자'고 강권했다. 

 

IGDA는 성명서에서 "근래의 규제 사례와 위원회 발표는 업계가 확률형 아이템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에 대한 경고다. 확률형 아이템은 트레이딩 카드와 크게 다를 것 없어 보이지만, 게임의 몰입적 본성 때문에 각종 우려·규제에 당면했다는 사실도 무시할 수 없다. 업계는 ▲ 아동에게 확률형 아이템 판매 금지 ▲ 뽑기 보상 확률 명시 ▲ 부모가 아이의 게임 생활 지도할 수 있도록 캠페인을 실시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업계 일부의 이 같은 움직임은 근래 이슈되고 있는 확률형 아이템과 청소년 보호 이슈에 대한 대응으로 풀이된다.

 

다만 이런 발언은 아직 업계 일부에 불과하고, 특정 지역이나 시장을 대표하는 이들의 발언은 아직 없는 상태다. 확률형 아이템을 대하는 정부와 업계의 태도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움직일지는 아직 지켜봐야 한다. 

 

2018년은 확률형 아이템(≒ 가챠, 뽑기, 루트박스, 랜덤박스 등) 관련해 그 어느 해보다도 뜨거운 한 해였다. 해외에서는 지난해부터 논의되기 시작한 정부 규제가 일부 국가를 중심으로 본격화되기 시작했고, 국내 또한 정부 기관과 국회에서 확률형 아이템을 본격적으로 다루기 시작했다.

 

디스이즈게임은 연말을 맞아, 2018년 한해 동안 확률형 아이템을 둘러싸고 일어난 주요 이슈와 흐름을 정리했다.

 

확률형 아이템 관련 2018년 주요 이슈 타임라인

 

 

# 지난해보다 거세진 국·내외 정부 규제 움직임

 

올해 확률형 아이템 이슈 관련해 특기할만한 점은 예년보다 거세진 규제 움직임이다. 서구권에서는 일부 국가에서 정부 차원에서의 규제가 시작됐다. 국내에서도 국회와 정부 심의 기관이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을 밝히기 시작했다. 

 

서구권에서는 지난해 말부터 정부는 물론 일부 플랫폼 차원에서도 규제가 시작됐다. 먼저 애플은 지난해 12월, 유저가 확률형 아이템을 구매하기 전 얻을 수 있는 상품 종류와 확률을 알리라는 내용을 앱스토어 심사 가이드라인에 추가했다. 

 

 

올해 상반기에는 일부 유럽 국가를 중심으로 정부 차원의 규제가 시작됐다. 4월에는 네덜란드 도박 당국이 확률형 아이템이 있는 게임 중 일부가 '도박법'을 위반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네덜란드 정부는 확률형 아이템으로 얻을 수 있는 상품이 '어떤 식으로든' 유저 간 현금 거래가 가능하면 (확률형 아이템이 있는 게임이) 도박으로 취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5월에는 벨기에 게임위원회가 미성년자에게 확률형 아이템을 판매하는 게임사에게 도박법을 위반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벨기에 도박법에 따르면, 무작위성으로 인해 참가자들이 손실이나 이득을 얻고 이로 인한 결과가 게임 승패에 영향을 끼치면 도박으로 취급된다. 그리고 벨기에 법에 따르면 복권·배팅과 같은 가벼운 도박은 18세 이상만, 그 이상은 21세 이상에게만 허용된다.

 

물론 규제가 아직 전세계적인 경향이라고 할 순 없다. 독일이나 스웨덴처럼 규제를 검토했으나 실질적인 조치로까지 이어지지 않은 국가도 있고, 영국처럼 확률형 아이템을 조사했으나 '도박'은 아니라고 기존과 같은 스텐스를 취한 국가도 있다.

 

하지만 올해부터 유럽권을 중심으로 확률형 아이템 규제에 대한 논의도 본격화되고 실제 규제까지 진행된 국가도 있다는 점, 그리고 서구권의 확률형 아이템 규제라는 '선례'가 생겼다는 점은 특기할 만 하다. 

 

 

정부 규제는 아니지만, 미국 또한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정부 차원에서의 조사가 시작돼 눈길을 끈다. 미국 연방거래위원회는 지난 11월, 확률형 아이템에 대해 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매기 하산 상원 의원이 제기한 확률형 아이템과 도박의 연관성, 그리고 확률형 아이템이 청소년에게 미치는 영향 등을 조사하기 위함이다. 

 

※ 연방거래위원회: 기업의 M&A 사전 심사, 불공정거래, 소비자보호 이슈 등을 다루는 미국의 경제 규제기관. 일반적으로 민사 관련 이슈를 주로 다루나, 사안에 따라선 사법권 발동을 요청하거나, 기관 스스로 관련 업체에 대해 정지 명령을 발동하기도 한다. 

 

국내도 예외는 아니다. 게임물관리위원회의 이재홍 위원장은 지난 9월, 기자들과의 자리에서 "도를 넘은 확률형 아이템은 산업을 해친다"라며 위원회 차원에서의 움직임을 암시했다. 실제로 게임물관리위원회는 지난 9월, 확률형 아이템 관련 이슈에 대해 외부 기관에 연구 용역을 의뢰한 상태다. 

 

게임물관리위원회 이재홍 위원장

 

 

# 규제 선례부터 청소년 보호 이슈까지. 확률형 아이템 이슈 주요 흐름

 

각국 정부(혹은 정부기관)의 이같은 움직임은 크게 2가지 흐름으로 정리할 수 있다. 하나는 해석에 따라 확률형 아이템도 도박 관련 법령에 영향 받을 수 있다는 선례가 생겼다는 것.

 

일반적으로 도박은 '무작위성으로 승패가 결정되고, 이로 인해 이용자가 재산을 얻거나 잃는 행위'로 정의된다. 이 때문에 게임 업계는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논란이 있을 때마다 "쓴 돈 이상의 상품이 주어지고, 상품 또한 현실의 재화가 아니기 때문에 도박이라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네덜란드와 벨기에의 해석은 달랐다. 네덜란드 도박 당국은 확률형 아이템으로 얻는 것이 게임 내 재화라고 할지라도, 유저들이 그것을 현실에서 다른 사람과 '거래'할 수 있다면 유저의 재산이 변동되는 것으로 봤다. 벨기에 게임위원회는 '구매하는데 돈이 필요하고 결과물이 랜덤으로 결정되며 (결과물이) 게임 성적에 영향을 주는' 일부 랜덤박스가 도박법 적용 대상이라고 판단했다. 

 

확률형 아이템이 해석에 따라 도박법 적용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일부 선례는 앞으로 정치권과 업계에 적지 않은 파장을 줬다. 실제로 네덜란드와 벨기에가 규제를 한 이후, 두 국사의 사례는 국내외에서 확률형 아이템을 문제 삼을 때마다 언급됐다. 그리고 세계 최대의 게임 시장 중 하나인 미국이 정부 차원에서 확률형 아이템을 조사하려는 지금 상황에선 더더욱 중요한 선례가 됐다.

 

 

규제 때문에 벨기에에서 랜덤박스 모델을 삭제한 <오버워치>

 

다른 하나는 점점 확산되고 있는 '확률형 아이템의 청소년 유해성' 의혹이다. 이 부분은 아직 일부 국가에 국한된 도박 관련 이슈와 달리, 적지 않은 이들에게 공감되고 있으며 또 많은 국가에서 제기되는 문제다. 

 

하나 짚고 가야 한 것은, 확률형 아이템이 청소년들을 도박에 중독되기 더 쉽게 한다는 등의 학문적 연구 자료가 아직 없다는 점이다. 현재 확인할 수 있는 건 확률형 아이템과 도박이 일부 시스템적 유사성을 보인다는 것과, 도박에 빠진 사람 중 일부가 확률형 아이템에 대해서도 비슷한 경향을 보인다는 일부 사례뿐이다. 

 

다만 이런 학문적 불확실성과 별개로, 확률형 아이템이 청소년들에게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인식, 때문에 청소년의 확률형 아이템 구매를 막거나 제한해야 한다는 의견은 점점 수면 위로 퍼지고 있다. 

 

일례로 영국 도박위원회는 2017년 말, 확률형 아이템이 도박엔 해당되지 않는다고 발표하면서도, 랜덤박스가 자제심 부족한 청소년들에게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견해를 덧붙였다. 이 견해는 올해 9월, 유럽 15개국 도박 규제 기관과 미국 워싱턴 주 도박 위원회가 '게임과 도박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다. 게임사들은 각국 규제 기관과 협력해 청소년 보호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공동 선언하는 행동으로 이어졌다. 

 

 

미국이나 독일, 스웨덴 같이 확률형 아이템을 규제하지 않는 국가에서도 확률형 아이템이 청소년에게 미칠 영향을 경계하는 발언이 올해 수시로 나왔다. 예를 들어 지난 2월엔 독일 청소년 미디어 보호 위원회가 "확률형 아이템은 청소년 보호 규정을 위반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에선 올해 1·2월, 상·하원의원들이 청소년에게 확률형 아이템을 판매하지 못하게 하거나, 이에 대한 법률적 근거를 연구해야 한다는 법안을 잇달아 발의했다. 지난 11월엔 미국의 매기 하산 상원의원이 미 연방거래위원회에 청소년 보호 등을 이유로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조사를 요청했다. 

 

청소년 보호가 이슈인 한국도 다른 나라와 크게 다르지 않다. 게임물관리위원회는 지난 9월, 확률형 아이템이 청소년들에게 미치는 영향과 (만약 악영향을 준다면) 보호 방안에 대해 연구 용역을 발주했다. 또한 지난 10월 열린 국정감사에선 게임 부문 주요 쟁점 중 하나가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청소년 보호 이슈였다. (다만 국정감사 땐 의원들의 기금 요구 등 확률형 아이템보단 그 외적인 이슈가 더 논란이 됐다)

 

전반적으로 확률형 아이템의 청소년 유해성 이슈가 2017년에 비해 전세계적으로 더 확산됐다.

 

미 연방거래위원회에 확률형 아이템 문제를 제기한 매기 하산 상원의원

 

 

# 청소년에겐 뽑기 판매 금지? 업계 일부, 자발적으로 청소년 보호 정책 언급

 

이런 세계적인 분위기 때문인지 게임 업계 일각에서 자발적인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다. 

 

엔씨소프트의 김택진 대표는 지난 10월, 국정 감사에서 "청소년 보호는 어떤 희생을 치뤄서라도 보장돼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모바일게임 결제 한도 같은 제도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확률형 아이템 등으로 인해 청소년들이 부모 몰래 게임에 막대한 돈을 쓰는 경우가 있다는 문제에 대해 답한 내용이다.

 

국정감사에 참석한 엔씨소프트 김택진 대표 (왼쪽)

 

국제게임개발자협회(IGDA)는 미 연방거래위원회의 조사 소식이 들려온지 이틀만에 각국 게임사들에게 '청소년들에게 확률형 아이템 판매하는 것을 금지하자'고 강권했다. 

 

IGDA는 성명서에서 "근래의 규제 사례와 위원회 발표는 업계가 확률형 아이템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에 대한 경고다. 확률형 아이템은 트레이딩 카드와 크게 다를 것 없어 보이지만, 게임의 몰입적 본성 때문에 각종 우려·규제에 당면했다는 사실도 무시할 수 없다. 업계는 ▲ 아동에게 확률형 아이템 판매 금지 ▲ 뽑기 보상 확률 명시 ▲ 부모가 아이의 게임 생활 지도할 수 있도록 캠페인을 실시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업계 일부의 이 같은 움직임은 근래 이슈되고 있는 확률형 아이템과 청소년 보호 이슈에 대한 대응으로 풀이된다.

 

다만 이런 발언은 아직 업계 일부에 불과하고, 특정 지역이나 시장을 대표하는 이들의 발언은 아직 없는 상태다. 확률형 아이템을 대하는 정부와 업계의 태도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움직일지는 아직 지켜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