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구글 픽셀만 지원? 스태디아, '제2의 구글플러스' 될까

홀리스 (정혁진) | 2019-07-12 13:5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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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이 지난 3일  FAQ를 통해 스태디아 관련 정보를 공개한 가운데, 눈에 띄는 내용이 있어 많은 이들에게 화제가 되고 있다. 바로, 스태디아가 구글의 스마트폰 '픽셀'의 최신형 '픽셀3', '픽셀3a'에서만 이용할 수 있다는 것.

 

구글은 오는 11월 론칭 당시 스태디아 서비스는 픽셀3와 픽셀 3a 기기(3a, 3a XL, 3, 3XL)에서만 이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물론, 안드로이드 M(마시멜로), iOS11 이상을 사용하는 스마트폰에서도 게임을 구매하고 계정을 생성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지만, 안드로이드, iOS에서는 단순 관리만 가능할 뿐, 스태디아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다.

 

물론, 구글이 앞으로 더 많은 기기에 지원할 것이라고 밝힌 만큼 꼭 픽셀을 사용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많은 게임사가 클라우드 게이밍 서비스를 위한 본격 경쟁에 돌입한 상황에서 구글의 이와 같은 발표는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들다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이번 발표를 두고, 일부 관계자는 구글의 정책을 두고 스태디아가 '제 2의 구글플러스'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하고 있다. 과연, 스태디아는 구글플러스와 같은 전철을 밟게 될까?

 


 

# 선 출시국가 14곳 스마트폰 점유율 현저히 낮아... 초반 인기몰이 어려울 듯

 

구글이 이와 같은 결정을 내린 배경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중 스태디아를 활용해 '픽셀' 디바이스의 점유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전략을 세웠을 가능성도 생각해볼 수 있다. 물론,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을 보면 의아하다는 생각이 들지만.

 

시장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1위는 삼성전자(이하 삼성)로, 21%를 차지했다. 작년대비 8% 하락했지만 갤럭시S10의 인기가 크게 기여했다. 이어서 화웨이가 17%로 2위를, 3~6위로는 애플(12%), 샤오미(8%), 오포(8%), 비보(7%)가 순위에 올랐다.

 

2019년 1분기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표시(출처: 카운터포인트).

 

현재 상위 5개 제조업체는 전체 스마트폰 시장 판매량의 61%, 매출 82%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위 6개 중 4곳이 중국 업체다. 상위권 순위에서 구글이 스태디아에 우선 지원 하는 픽셀3 시리즈는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 6월 7일 구글이 밝힌 스태디아의 미국 및 유럽지역 14개 출시국가(괌, 하와이 제외)의 점유율만 놓고 봐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는다.

 

미국 1분기 점유율의 경우 애플이 39%, 삼성이 29%, LG가 11%로 3위다. 나머지 4, 5위는 모토로라(7%), 알카텔(5%)이다. 유럽은 삼성이 32%로 1위이며 2위 화웨이가 18%, 다음이 애플(17%), 아너(7%, 화웨이의 서브 브랜드), 샤오미(4%)다. 점유율 면에서 보면 출시 국가에서 큰 효과를 거두기 힘들다.

 

미국과 유럽의 2019년 1분기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출처: 카운터포인트).

 

물론 2018년 말 기준, 구글이 프리미엄 스마트폰(400달러 이상 가격의 스마트폰) 제조업체로 미국에서 애플, 삼성에 이어 3위를 차지하기는 했지만 이는 OEM 순위일 뿐 점유율에 크게 영향을 주지 않는다. 미국의 경우, 이미 애플과 우리나라 2개 기업이 시장의 80% 가까이 차지하고 있다.

 

또 일부에서는 올해 초 픽셀폰의 성장세가 전년 대비 40% 이상 미국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며 반등을 주장하기도 하나, 삼성과 애플을 추격하는 중국 브랜드의 성장세가 만만치 않기 때문에 가능성은 여전히 희박해 보인다. 11월 출시 후 초반 인기몰이도 쉽지 않다.

 

구글의 스마트폰 '픽셀3'

 

# 플랫폼과 타이틀 각각 구매해야, '게임계 넷플릭스 아닌 스팀'

 

구글 스태디아는 기본 버전 '스테디아 베이스'는 무료지만, 제대로 클라우드 게이밍 서비스를 즐기기 위한 고급 버전 '스테디아 프로'는 1개월마다 9.99달러를 기본 이용료로 지불해야 한다.

 

기본적으로 베이스로 즐겨도 최고 1080p의 준수한 퀄리티를 제공하나, 프로를 이용하면 4K, HDR 해상도에 사운드를 5.1 서라운드로 제공받을 수 있다. 프레임은 두 개 모두 60fps로 동일하다. 추가로, 프로는 무료게임이 제공된다. <데스티니 가디언즈> 새 챕터, 연간 패스가 발표됐으나, 매월 제공할지 아니면 일정 간격으로 제공될지는 아직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았다.

 

 

구글 스태디아는 기본적으로 클라우드 게이밍 서비스와 게임 제공을 별개로 두고 있다고 봐야 한다. 기본적으로 스태디아 플랫폼에 입점하는 게임사의 게임을 구매해야 해당 게임을 클라우드 게이밍 서비스로 플레이할 수 있으며, 유저는 스태디아를 이용하기 위한 비용을 구글에 내야 한다(베이스 버전의 경우 기본 비용 제외).

 

프로 버전에서 제공되는 무료 게임을 생각해볼 수 있지만, 이 경우 최신 게임일 가능성은 작다. 론칭 버전에 제공되는 무료 게임이 <데스티니 가디언즈>인 것을 보면 PSN 혹은 Xbox Live처럼 최신 게임이 아닌 어느 정도 기간이 지난 게임이 제공되는 것으로 예상해볼 수 있다. 콘텐츠 수급은 결국 유저의 몫이다.

 

결국, 유저는 구글에게 스트리밍 비용을 별도로 내야 하고, 동시에 타이틀 구매도 해야 한다.

 

즉, 일정 비용만 내면 모든 클라우드 게이밍 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는 '넷플릭스'가 아닌, 스팀과 같은 하나의 플랫폼만 제공되는 셈이다. 언제 어디서나 플레이를 할 수 있다는 클라우드 게이밍 서비스로는 매력적이지만, 현재와 같은 제한적인 디바이스에서 서비스 계획을 고려해 보면 9.99달러라 하더라도 접근성이 낮은 편에 속한다.

 

많은 이들은 스태디아가 '게임계의 넷플릭스'가 될 것을 기대했으나, 별도의 게임 비용이 발생하자 타사와 경쟁력 부족을 제기했다. 게다가 구글은 기존 플랫폼과 동일한 타이틀 가격을 지불해야 한다고 밝혔다. 회사는 타이틀 대신 타 플랫폼처럼 비싼 초기 구매 비용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강조했지만, 수년간 주기적으로 사용한다고 가정하면 사실상 기존 콘솔 비용과 별 차이가 없을 수 있다.

 

6월 7일, 구체적인 정보가 공개되면서 서비스 예정인 게임 리스트가 공개됐지만 <보더랜드3>, <사무라이 쇼다운>, 일부 게임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수개월 전 출시된 게임이다. 독점 타이틀로는 <Get Packed>, <Gylt> 등 알려지지 않은 게임뿐이다. 에픽게임즈의 경우, 잡음이 있기는 했지만 수수료 등 경쟁력을 강조하며 일부 최신작을 가져오지만, 현재까지 발표된 스태디아의 타이틀은 '기존 게임을 클라우드 게이밍 서비스로 할 수 있다' 정도의 메시지에 가깝다.

 

※ 구글 스태디아 서비스 예정 게임


반다이남코 - 드래곤볼 제노버스 2

베데스다 - 둠 이터널, 둠 2016, 레이지 2, 엘더 스크롤 온라인, 울펜슈타인: 영블러드

번지 - 데스티니 2

Coatsink - Get Packed (독점)

코드마스터즈 - GRID

딥 실버 - 메트로 : 엑소더스

Drool - Thumper

자이언트 소프트웨어 - 파밍 시뮬레이터 19

라리안 스튜디오 - 발더스 게이트 3

세가 - FM2020

SNK - 사무라이 쇼다운

스퀘어 에닉스 - 파이널 판타지 XV, 툼레이더 디피니티브 에디션, 라이즈 오브 더 툼 레이더, 쉐도우 오브 더 툼 레이더

2K 게임즈 - NBA 2K, 보더랜드 3

Tequila Works - Gylt (독점)

워너 브라더스 - 모탈컴뱃 11

THQ - 다크사이더스 제네시스

유비소프트 - 어쌔신 크리드 오디세이, 저스트 댄스, 고스트 리콘 : 브레이크 포인트, 디비전 2, 트라이얼스 라이징, 더 크루 2

 

 

# 소니, MS 비롯 클라우디 게이밍 경쟁사 즐비... 경쟁력도 매우 낮아

 

많은 이들은 현재 E3 2019 이후 스태디아의 입지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첫 신호탄은 구글이 성공적으로 쏘아 올렸을지 모르지만, E3 2019를 기점으로 많은 회사가 클라우드 게이밍 서비스를 내세움으로써 구글이 내세운 클라우드 게이밍 서비스 플랫폼으로서 경쟁력도 희미해졌기 때문이다.

 

가장 강력한 경쟁자는 바로 MS의 X클라우드. MS는 행사장에서 640km가량 떨어진 샌프란시스코 데이터 센터를 통해 클라우드 게이밍 서비스를 제공했다. 행사장 내 와이파이로 핸드폰, PC에서 게임을 구동했다.

 



이날 시연한 많은 관람객은 스태디아가 선보일 당시 겪었던 입력 지연 문제를 전혀 겪지 못했다고 밝혔다. 게다가 MS는 X클라우드에서 Xbox에 서비스 중인 게임 모두를 플레이할 수 있다. 향후 선보일 신작 역시 물론이다.

 

별도 타이틀 가격을 구매해야 하는 스태디아와 달리, X클라우드는 추가 구매를 전혀 할 필요가 없도록 구성했다. Xbox와 X클라우드가 연동돼 별도 구독 없이 클라우드 게이밍 서비스를 즐길 수 있도록 했기 때문이다. MS는 Xbox 기기의 구매와 X클라우드의 메리트를 동시에 가져갈 수 있게 됐다. MS가 공개한 신형 Xbox '스칼렛'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스태디아가 가지지 못한 치명적인 약점을 모두 가지고 있는 것.

 

 

베데스다는 별도 플랫폼이나 클라우드 게이밍 서비스라기보다, 클라우드 환경에서 네트워크를 최적화해주는 '오리온'을 공개했다. 이는 평소보다 40%가량 낮은 대역폭에서도 지연 없이 클라우드 게이밍 서비스를 원활하게 제공받을 수 있는 기능이다.

 

베데스다는 플랫폼 홀더들과 달리 B2B 시장을 겨냥한 것으로 보이지만, 이 역시 스태디아에게는 적지 않은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다. 왜냐하면 오리온을 이용하면 클라우드 게이밍 서비스를 제공하는 소니의 PS 나우, 엔비디아의 지포스 나우 같은 경우 기존 단점으로 지적됐던 불안정한 서비스, 높은 네트워크 환경의 요구치를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

 

 

게다가 MS는 소니와 함께 클라우드 컴퓨팅 플랫폼 '애저'를 통해 클라우드 기반 게이밍 솔루션을 제공하기 위한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 양사는 반도체, AI 분야도 협업할 예정. 반도체의 경우, 새로운 지능형 이미지 센서 솔루션을 공동으로 개발할 수 있다. 소니의 반도체와 MS의 클라우드 기술을 합쳐 새로운 플랫폼을 만들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현재 MS가 X클라우드를 공개한 상태이기는 하나, 이번 제휴를 통해 소니 역시 차세대기 PS5를 위한 클라우드 게이밍 서비스를 제공할 가능성이 높다. E3 2019에 불참한 대신, 차세대기와 함께 관련 내용을 공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역시 스태디아에게는 큰 경쟁 요소로 다가올 수 있다.

 

소니와 MS의 협약은 클라우드 게이밍 서비스 시장을 스태디아에게 내주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 지나친 자사의 환경 강요... 제2의 구글플러스 될 가능성 충분

 

구글은 여러 분야에서 혁신을 주도하며 현존 가장 큰 인터넷 기업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SNS 분야에서만큼은 '구글'이라는 후광을 업고 진출했음에도 유난히 성공을 맛보지 못했다. 2009년 구글 웨이브를 시작으로 2010년 구글 버즈, 마이크로블로그 '자이쿠'까지, 결과는 참담했다.

 

이는 지난 4월 2일 종료한 구글플러스까지 이어졌다. 2011년 시작한 지 8년 만. 당시 절치부심 끝에 나온 구글플러스를 두고 많은 이들은 페이스북, 트위터의 아성을 무너뜨리리라 전망했다. 동영상 채팅을 비롯해 AI 사진 편집 등 구글이 가진 혁신 기술을 도입하기도 했다. 기세는 대단했다.

 

하지만, 구글은 지메일, 유튜브 등 자사 서비스와 긴밀하게 결합하는 전략을 선택하고 구글플러스 계정으로만 활동할 수 있도록 했다. 당연히 통합전략은 유저의 불편함으로 연결됐고 3억 명 중 90%가 평균 접속 시간이 5초에 불과하다며 '유령도시'라는 비판까지 얻었다. 이후 유저의 외면을 받다가 지난해 발견된 버그를 계기로 종료 수순을 밟게 됐다.

 

 

구글플러스의 이와 같은 결말은 스태디아에게 많은 것을 시사한다. 국내 63%, 글로벌 69%에 달하는 크롬 브라우저를 등에 업은, 그리고 뛰어난 서버 기술력, 유튜브 연동 등 클라우드 게이밍 서비스를 위한 최적의 조건을 갖춘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그러나 구글플러스와 다르게 현재 클라우드 게이밍 서비스 시장은 많은 게임사가 무주공산인 시장의 선두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여 준비 중이다. 게다가 그들은 자사가 조성한 서비스 환경을 활용, 플랫폼 유저가 자연스럽게 클라우드 게이밍 서비스를 할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 중이다.

 

환경 면에 있어서는 뒤지지 않지만, 스태디아는 '게임 플랫폼'이다. 클라우드 게이밍 서비스 시장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서는 환경부터 정책, 타이틀까지 확실한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아무리 구글의 후광을 등에 업고 있다고 하지만, 이대로라면 서두에서 말했던, '제2의 구글플러스'가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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