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라그나로크 M'이 라그 IP의 오랜 부진에도 불구하고 흥행한 까닭은?

다미롱 (김승현) | 2018-04-05 14:21:05

이 기사는 아래 플랫폼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라그나로크 M: 영원한 사랑>(이하 라그나로크 M>)이 '라그나로크' IP 기반 모바일게임의 오랜 부진을 씻고 순항 중이다. 지난 3월 14일 출시한 <라그나크 M>은 출시 3일 만에 양대 마켓 매출 순위 TOP 5에 진입했다. 게임은 보름이 지난 현재, 구글 매출 4위, 애플 매출 2위를 기록 중이다.

사실 <라그나로크 M>은 출시 당시 기대와 우려를 함께 받았다. 게임 자체는 시스템이나 그래픽 양쪽에서 그간 나온 라그나로크 IP 모바일게임 중 가장 원작 감성과 비슷한 모습을 보였지만, IP 자체의 계속된 부진 덕에 IP 파워 자체에 대한 의심이 제기되고 있었다. 설상가상으로 게임 자체도 많은 모바일 MMORPG를 경험한 유저들이 보기엔 불편한 점이 많았다.

하지만 <라그나로크 M>은 이런 약점과 우려에도 불구하고, 보름 넘게 매출 순위 TOP 5 안에 머물고 있다. 유저들은 <라그나로크 M>의 어떤 점이 마음에 들었고, 어떤 것에 지갑을 여는 것일까? 게임의 흥행 요인을 짚어봤다.




<라그나로크 M>을 말하기 위해서는 먼저 원작인 <라그나로크 온라인>에 대해 이야기를 해야 한다. <라그나로크 온라인>은 몇 안되는 국내외에서 모두 성공한 1세대 온라인 MMORPG다. 그라비티가 <라그나로크 온라인>으로 국내에서 받은 상만 12개. IP의 이름값만 따지면 한국 게임 IP 중 한 손에 꼽힐 정도다.

<라그나로크 온라인>은 게임성 딴에서도 능력치 하나 차이로 캐릭터 성능이 달라지는 심도 있는 육성 시스템, 같은 계열 직업이라도 최종 캐릭터가 5개 이상으로 분화되는 성장 방식, 그리고 무엇보다도 귀여운 화풍과 각종 커뮤니티 요소로 인기를 끌었다. 특히 <라그나로크 온라인>은 마지막에 말한 화풍과 커뮤니티 요소 덕에 당시 다른 게임과 달리 여성 유저들(구체적으로는 서브컬쳐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향유하는 여성 유저층)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이는 다른 중량급 게임 IP가 가지지 못한 '라그나로크' 시리즈 만의 강점이다. 즉, '라그나로크'라는 이름값은 여전히 한국 게임 시장에서 무시 못할 힘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

다만 '라그나로크' IP는 이런 강점에도 불구하고 원작 이후 이렇다 할 흥행작을 내지 못했다. 나온 작품 대부분이 '라그나로크'라는 이름에서 연상되는, 기대하는 감성을 제대로 선사하지 못한 것이 원인이었다. 그렇기 때문일까? 다음 타자로 준비한 작품은 원작을 거의 그대로 옮긴 듯한 모바일 MMORPG였다.


<라그나로크 온라인> 홍보 이미지


# 가장 '라그나로크'스러운 모바일 MMO

<라그나로크 M>을 간단히 말하면 '모바일로 옮긴 <라그나로크 온라인>'이라고 할 수 있다. 게임은 차이나조이에서 처음 공개됐을 때 유저들 사이에서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라그나로크2'라는 말이 나왔을 정도로 원작의 주요 특징과 장치를 모바일에 옮겼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원작을 연상시키는 아기자기한 화풍과 그래픽. <라그나로크 M>은 원작의 2D 4~5등신 캐릭터를 3D로 재구성했다. 이제는 모든 움직임을 도트로 만들 필요가 없기 때문에 원작에 없었던 다양한 부위의 꾸밈 아이템도 추가됐다. 마지막으로 유저가 직접 자유롭게 앵글을 조정하며 스크린샷을 찍을 수 있는 '사진' 기능까지 추가해 자신들의 화풍·그래픽을 부각했다.

'대화방'으로 대표되는 원작의 커뮤니티 요소도 모바일에 맞게 구현했다. 아예 친구들과의 함께 할 수 있는 전용 채팅 채널을 만들 수 있는 기능이 대표적. <라그나로크 M>은 이외에도 제대로 성장하기 위해선 꼭 필요한 '길드', 캐릭터가 클수록 점점 높아지는 파티 플레이 비중 등 곳곳에 커뮤니티 요소를 추가했다. 



배쉬 기사, 어질 기사, 피어스 기사, 백운 기사 등 다양한 트리가 상징하는 원작의 성장 시스템도 그대로 구현됐다.

<라그나로크 M>은 원작처럼 유저가 능력치와 스킬을 어떻게 찍었느냐에 따라 캐릭터의 특성과 성격이 확연히 달라지는 성장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같은 계열이라고 할지라도 어떻게 능력치와 스킬을 배분했느냐에 따라 최종적인 형태가 여럿으로 나뉜다. 원작처럼 같은 계열, 같은 전직 트리라 해도 3~4개 가량 분화되는 방식.

조작법이나 자동 전투 같이 플랫폼 특성 상 어쩔 수 없는 부분을 제외하면 원작을 최대한 그대로 옮긴 모양새.


검사 계열 안에서도 나이트와 크루세이더로 트리가 갈리고, 크루세이더 안에서도 능력치·스킬·무기에 따라 그랜드 팔라딘, 쉴드 팔라딘, 세크리 팔라딘 등으로 나눠진다.


# 철저하게 원작 팬에게 집중한 마케팅 정책

게임에 맞춰 그라비티 또한 타깃 유저를 원작 <라그나로크 온라인>에 향수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로 좁혔다.

이것이 잘 드러나는 것은 가수 윤아, 배우 서강준이 참여한 <라그나로크 M> 광고다. <라그나로크 M> 광고에서 공통적으로 나오는 요소는 연예인들의 감성적인 영상, 이들이 영상 안에서 보여주는 친구·연인과 같은 소셜 요소다. 그리고 이 요소는 뒤에서 <라그나로크 M>의 소셜 모션으로 이어진다. 연예인이 등장하지 않는 영상도 게임의 그래픽과 소셜 요소를 보여주는 데 집중하고 있다.

영상이 의미하는 바는 명확하다. 앞서 얘기한 여성 유저 등 과거 <라그나로크 온라인>의 아기자기한 화풍, 다양한 커뮤니티 요소를 좋아하는 이들에게 이를 계승한 <라그나로크 M>이 나왔다고 알리는 것. 



이러한 타깃, 메시지 집중은 <라그나로크 M>에게 3가지 이득을 안겼다. 먼저 과거 <라그나로크 온라인>을 좋아한 유저와 흡사한 유저층을 노림으로써 원작에 최대한 가깝게 게임을 만든 <라그나로크 M>의 강점을 더 잘 어필할 수 있게 됐다. 또한 이 유저층이 현재 주류 모바일 MMORPG와는 거리가 있기 때문에 비교적 쉽게 새로운 유저를 확보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성향상 기존 모바일 MMORPG와는 거리가 있는 유저층을 노림으로써 <라그나로크 M>이 가진 (다른 모바일 MMO에 비해 상대적으로) 불편한 UI와 게임 방식이라는 단점이 완화됐다. 불편함은 비교할 대상이 있을 때 더 크게 와 닿으니까.

그 결과, <라그나로크 M>은 출시 2일 만에 양대 마켓 인기 1위를 달성했다. 원작 팬에 집중한 노림수가 통한 것. (여기에는 비슷한 콘셉트의 온라인게임 <라그나로크 제로>와 달리, 초반 서버 상태가 비교적 안정적이었던 것도 한 몫 했다)




# 소과금부터 '고래' 유저까지, 각종 장치들이 만든 월 단위 수익 구조

<라그나로크 M>은 출시 3일 만에 양대 마켓 매출 순위 TOP 5에 진입했다. 게임은 보름이 지난 현재, 구글 매출 4위, 애플 매출 2위를 기록 중이다. 게임의 상업적 흥행에 대해 얘기하려면 유료 모델에 대해 얘기해야 한다. 

<라그나로크 M>의 유료 모델을 간단히 묘사하면 마치 '월정액' 게임처럼 주기적으로 꾸준히 수익이 발생하는 구조다. 다만 재미있는 것은 이 꾸준한 수익이 소과금 유저는 물론, 게임에 많을 돈을 쏟아 붓는 '고래' 유저도 해당된다는 것.

게임의 유료 모델은 크게 2 종류다. 하나는 스테미너나 경험치 획득량 등을 늘려주는 '월 단위 버프' 아이템. 가격도 8,800원이고 덤으로 매달 새로운 캐시 장비를 하나 껴 주기 때문에 소과금 유저들이 가장 많이 구매하는 상품. 

다른 하나는 장비·의상 뽑기. <라그나로크 M>은 몬스터를 사냥해 얻는 '장비' 외에도, 모자나 망토 같은 의상 아이템을 '뽑기'로 판매한다. 시전시간 -10%, 방어력 무시 5% 등 강력한 옵션을 가지고 있는 아이템이다. 여기까진 '강함을 파는' 기본적인 뽑기 모델. 대신 최저 확률이 5~6%, 한 뽑기 시리즈의 상품 풀이 20개가 되지 않는 등 상대적으로 높은 뽑기 확률이 특징이다. 여러모로 소·중과금 유저가 탄생하기 쉬운 구조.



<라그나로크 M>은 여기에 추가로 '수첩' 시스템을 통해 고래 유저들이 매월 게임에 지갑을 열도록 유도했다. 유저는 게임에서 새로운 장비나 의상을 얻고 을 때 수첩에 등록해 영구적인 능력치 상승 보상을 받게 된다. 이는 캐시 장비·의상도 마찬가지. 예를 들어 캐시 의상인 '세이지의 책'을 수첩에 등록하면 (등록을 해제하기 전까지) 공격력과 마법공격력이 영구적으로 오르는 식이다.

중요한 것은 <라그나로크 M>이 새로운 캐시 의상을 매월 주기적으로 선보인다는 것. 때문에 최고의 자리를 노리는 유저는 매월 새로 나오는 캐시 장비로 수첩을 채워 능력치 상승 보상을 받아야 한다. 향후 추가될 길드전 등의 PvP 콘텐츠를 생각하면 더더욱. 

월정액 부스터와 높은 뽑기 확률로 소·중과금 유저의 비중을 높이고, 수첩 시스템의 능력치 보상 누적 시스템을 통해 고래 유저들이 꾸준히 지갑을 열도록 유도하는 모델이다.



전체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