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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기자수첩] 에픽세븐 페스타는 왜 비난을 받았을까?

깨쓰통 (현남일 기자) | 2019-06-11 12:50:09

이 기사는 아래 플랫폼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 <에픽세븐> 유저라면 누구나 기대했던 그 행사 

 

슈퍼크리에이티브가 개발하고 스마일게이트메가포트가 서비스하는 모바일 RPG <에픽세븐>이 6월 9일, 서울 코엑스에서 첫 번째 유저 간담회 ‘에픽세븐 페스타 2019 in Seoul’을 개최했다. 

 

이 날 간담회는 여러가지 면에서 <에픽세븐>을 즐기는 게이머들로부터 많은 기대와 관심을 받았다. 조만간 업데이트될 예정인 시즌 2 대규모 업데이트 내용 발표도 발표지만, 그보다는 게임이 서비스를 시작하고 처음으로 개발사와 유저들이 오프라인에서 소통하는 행사였기 때문에 주목받은 감이 컸다. 

 

하지만 많은 기대와 관심을 받았던 행사는, 끝나고 만 이틀이 다 되어가는 지금까지도 잡음이 끊임없이 쏟아지고 있다. <에픽세븐> 관련 커뮤니티는 말 그대로 ‘폭발’ 했고, 조금이라도 게임이나 개발사를 옹호하는 글을 쓰면 ‘비추 폭탄’이 쏟아질 정도로 분위기가 험악하다. 게임 및 이번 행사를 조롱하는 이미지(짤방)와 조롱은 넘쳐나고, 도저히 게임에 대한 정상적인 대화가 불가능한 수준이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졌길래 <에픽세븐> 유저들은 이렇게 격하게(?) 반응하며 화를 내는 것일까? 

 

[관련기사] 스마일게이트, 에픽세븐 페스타 2019 성황리에 진행​

     

이번 행사가 어땠냐고 물어보면 매우 높은 확률로 인용되는 이미지(짤방). 이 정도로 이번 행사에 대한 유저들의 평가는 좋지 못하다. (이미지 출처: dcinside 에픽세븐 마이너 갤러리 diyap)

 

  

# 10개월 만에 만난 유저와 개발사. 하지만 주어진 시간 단 10분!

 

앞에서 말했듯 이번 행사는 <에픽세븐>이 지난 8월 30일 서비스를 시작한 이래 근 10개월 만에 진행하는 첫 번째 유저 간담회. 즉 유저와 개발사가 '소통하는 자리' 라는 점에서 개최 전부터 많은 기대와 관심을 받았다. 

 

왜냐하면 <에픽세븐>은 서비스 시작 이래 유달리 '운영'과 관련해서 사건사고가 끊이질 않았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저와의 소통'에 대해 소홀히한다는 비판이 많았던 작품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유저 입장에서는 이번 행사가 지금까지 누적된 불만에 대해 털어 넣고, 게임사로부터 속 시원히 답변을 받을 수 있는 행사가 되기를 기대했다. PvP 밸런스부터 시작해 과금 시스템, 편의 시스템 업데이트, 혹은 이후의 개발 방향 등. 궁금했던 것들도 많았기 때문에 이번 행사에서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컸다. 

 

그리고 행사 시작후 약 1시간 반이 흐른 후, 모든 유저들이 기대했던 대망의 질의응답(Q&A) 시간이 시작되었다. 이윽고 공개된 대망의 첫 번째 질문은… 

 

모두의 기대를 한 방에 허물어 뜨린 문제의 질문들. 참고로 유나 엔진은 <에픽세븐>의 개발에 사용된 슈퍼크리에이티브의 자체 엔진으로, 게임을 키면 로딩보다도 먼저 뜨는 것이 바로 이 유나 엔진의 로고다.

 

유저들이 기대했던 것과는 너무나도 동 떨어진 질문이 나왔는데, 이걸로 끝이 아니었다. 게임사 측에서 유저들의 질문을 받아 사전에 ‘선별’ 했다고 하는 질문들이 이어졌는데 그 면면을 살펴보면 “굿즈 판매 계획이 있는지?”, “게임 속 특정 캐릭터 성별이 무엇인지?” 같은 유저들이 크게 기대하지 않은 사항에 대한 질문들만 계속해서 나온 것이다. 도저히 수준 높은 질의 응답이라고 볼 수 없었다.

 

그나마도 5가지 ‘선별된’ 질의 응답에 배정된 시간은 총 10분이었다. 15시 42분에 시작되어 15시 52분에 끝났다. 질의 응답이 끝나고 사회자는 유저들에게 “만족하셨나요?”라고 질문을 던졌지만, 관람석에서는 즉시 “아니오!”라는 비명에 가까운 함성이 울려 퍼졌다. 하지만 이미 기차는 지나갔다. 유저들이 10개월 간 기다려온 개발사와의 소통 찬스가 이렇게 단 10분 만에 끝이 나버린 것이다. 

 

참고로 전 날(8일)에 있었던 <검은사막> 유저 간담회 Q&A 시간은 QR코드를 이용해 현장에서 질문을 받고, 관계자가 이에 대답하는 방식으로 40분이 넘게 진행되었다. 행사가 끝난 이후에도 호평이 이어진 건 두 말할 필요가 없다.

  


사실 <에픽세븐> 간담회도 유저들의 질의응답 순서 전에만 해도 게임 OST를 부른 가수 윤하의 축하공연 무대부터 업데이트 콘텐츠 공개, 성우들의 이벤트에 이르기까지 분위기가 매우 좋았다. 그러니까 질의 응답이 진행되기 전까지만.


# 해서는 안 될 발언이 부주의하게 나온 미디어 간담회

 

스마일게이트메가포트는 행사 종료 이후 별도의 미디어 기자 간담회를 진행했다. 그리고 다소 엉뚱하게도 유저들이 궁금했던 내용들은 유저의 입이 아닌, 기자의 입을 통해서 질의가 될 수 있었다. PvP(아레나), 특정 캐릭터의 밸런스 문제, 과금과 뽑기(캐릭터 가차), 운영 등. 사전에 유저들이 궁금했던 내용들에 대한 질의와 답변이 간담회에서 이어졌다.

 

문제는 이 자리에서 “부정적으로 보면 유저들 약 올리는. 혹은 신경을 긁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는” 발언들이 다수 나왔다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는 것이 바로 아래 발언이다. 

 

Q: 조만간 1주년인데, 한국 뿐 아니라 글로벌 행사를 추가로 진행할 생각은 있는가? 

 

A: 최근 진행한 <길티기어> 콜라보레이션도 그렇고, 최근 2월부터 5월까지 한국에서 매출 비중이 15%, 미국에서 40%를 차지한다. 그렇기에 글로벌 서비스 1주년을 맞이하는 11월에는 해외 행사를 진행해볼 생각이 있다. 


현재 이번 행사와 관련해서 유저들이 가장 ‘불 타오르고 있는’ 문제의 발언이 바로 이것이다. 질의 내용을 보면 알 수 있지만, 한국에서의 매출 비중을 공개할 이유가 전혀 없음에도 불구하고 굳이 이를 공개하면서 <에픽세븐> 관련 모든 커뮤니티가 난리가 나버렸다. 

 

물론 저 발언만 놓고 보면, 그저 ‘해외에서 인기가 높은 만큼 해외 유저들도 신경 쓰겠다’ 정도로 긍정적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하지만 문제는 <에픽세븐>이 유저들 사이에서 “(글로벌 서버에 비해) 한국 서버를 홀대하는 것 아니냐?” 라는 불만이 꾸준히 나오던 와중에 이 발언이 터졌다는 것이다. 

 

이 발언이 알려진 이후, 현재 모든 <에픽세븐> 관련 글에는 ‘15%’ 드립이 거의 100% 확률로 쏟아지고 있으며 두고두고 밈(meme)이 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당연하지만 부정적인 의미에서다.

실제로 <에픽세븐>은 지난 3월, 대만에서 첫 유저 간담회를 진행하는가 하는 등. 여러 이유로 인해 꾸준하게 "한국 서버를 홀대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었다.

  

이 발언이 알려진 이후 게임의 커뮤니티는 온통 15% 드립으로 도배가 되었다. 사실상 이번 행사 최고의 히트상품이다.

해외 매출 비중이 한국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높은 것으로 알려진 가장 대표적인 타이틀인 <던전 앤 파이터> 조차 유저 간담회에서 대놓고 한국 매출과 해외 매출을 비교한 적은 지금까지 한 차례도 없었다.

 

# 게임과 게임사는 정말 억울할 수도 있다. 하지만…

 

사실 여러 가지 면에서 이번 행사와 관련해서 나오는 비판은 <에픽세븐>을 개발한 슈퍼크리에이티브나 스마일게이트메가포트 입장에서는 정말 억울할 수도 있다. 

 

어찌되었든 행사에서 공개된 시즌 2 업데이트 내용은 ‘역대 최고’ 라고 할 정도로 그 콘텐츠 내용이 풍성했다. 질의 응답을 굳이 저런 식으로 진행한 것은 현장에서 질문을 즉석에서 받으면 제대로 행사가 진행되지 않을 가능성이 커서 부득이하게 이와 같이 진행했다고 이해할 수도 있다. 문제의 15%를 포함해 미디어 간담회에서 나온 발언들 또한 문자 그대로 받아들이면 ‘개발사가 많은 부분을 신경 쓰고 있으며, 앞으로 잘하도록 노력하겠다’ 정도로 긍정적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에픽세븐>을 즐기는 유저들이 이 모든 것을 “굳이 일부러라도 부정적으로 해석하고 있다”는 사실 그 자체다. 

 

실제로 유저들은 지금 이 행사 뿐만이 아니라, <에픽세븐>과 관련해서는 게임사가 아무리 좋은 제스처를 취해도 무슨 수를 써서라도 부정적으로 해석하고 있다. 커뮤니티 분위기를 보면 대체 이게 게임을 즐기는 유저들인지, 게임에 소중한 이를 잃고 원한에 찬 복수자들인지 헛갈릴 정도로 험악하기 그지없다. 누가봐도 위험 임계치를 넘었다는 느낌을 바로 받을 수 있다.

  

최근 <에픽세븐>은 유럽 서버를 오픈하면서, 이를 기념해 한국에서도 광고를 거는 등 ‘축하 분위기'를 연출하려 했다. 하지만 이런 소소한 것 조차도 한국 유저들은 “한국 서버를 무시한다 이거지?”라며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게임사를 비판할 정도다.


대체 <에픽세븐> 유저들은 무엇이 불만이길래 이렇게까지 게임사에 적대적일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이에 대해서는 게임사 또한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사실이다. 가장 근본적인 문제로 손꼽히는 '월광'으로 대표되는 과금구조는 일단 뒤로 미루더라도, 운영과 관련해서는 정말 아무리 지적해도 부족함이 없을 수준이다.

 

실제로 지금까지 <에픽세븐>의 게임 운영 역사를 보면, “유저들을 적으로 돌리는” 운영 실수나 사건사고가 너무나도 잦았다. 유저들에게 불리한 사항을 패치노트 중간에 1줄로 처리했다가 뒤늦게 질타를 받고 해명하기, 게임 오픈 후 4개월 만에 발견된 치명적인 밸런스 오류사항을 ‘해결했습니다’ 한마디로 끝내기, 과금 제한(천장) 없이 출시한 한정 캐릭터를 3개월 후에 뒤늦게 보상하기 등등… 이에 대해서 기사를 쓰라면 특집이나 기획 기사를 별도로 쓸 수 있을 정도로 정말 많다. 

 

그나마도 대부분의 사건사고들은 게임을 즐기는 유저 모두가 ‘만족하거나 납득하면서’ 수습된 사례조차 찾기 힘들다. 특히 게임사에서는 지난 해 몇몇 사건사고 이후 어떠한 논란이 벌어져도 패치 공지와 개발자 노트 외에는 ‘아예 입을 닫는’ 행보를 보이기 시작하면서, 유저들의 불신이 시간이 갈 수록 누적되는 안 좋은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에픽세븐>은 과거에도 유저들의 이득을 줄이는 변경을 단행하면서 별다른 설명 없이 공지 1줄로 안내하고 끝내는 경우가 다수 있었기 때문에 유저들의 불만이 누적된 상태다.

 

 

# 늦었다고 해도 유저들과의 진정한 의미의 소통을 고민해야 할 때 

 

물론 일각에서는 <에픽세븐>이 유달리 부당하게 게임 및 게임사에 대한 비난의 강도가 심한 것이며, 사실 ‘극히 일부 목소리 큰 유저들’ 만이 여론을 선동하고 있다고, 대부분의 유저들은 오늘도 즐겁게 게임을 즐기고 있다고 주장하는 쪽도 있을 수 있다.  

 

또 이런 목소리 큰 유저들은 뭘 어떻게 해도 만족시킬 수가 없기 때문에 지금의 <에픽세븐> 운영처럼 그냥 건조하게 운영하고, 필요 최소한의 소통만 하는 것이 차라리 나을 것이라는 시각이 있을 수도 있다.  

실제로 지난 해 있었던 '확률 조작 선동 사건'의 경우, 명백한 사실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유저들이 선동당해 게임사를 지나치게 비판했다. 하지만 게임사라면 '대체 왜 유저들이 선동을 당했나'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관련기사] 에픽세븐 확률 조작 의심 해프닝과 ‘불신의 시대’

 

하지만 어찌되었든 게임에 대한 대중적인 이미지를 만드는 것은 이 ‘씨끄러운 유저’들의 역할이 크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어떻게든 소통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이번 페스타에서 발표한 대로 <에픽세븐>이 10년간 문제없이 게임을 업데이트하며 서비스를 진행했다고 해보자, 10년 후 에피소드 10이 공개되었을 때도 ‘15% 드립’이 기사 첫 댓글을 차지하고 유저들이 서로 언성을 높이며 싸우는 것을 원하는 것인가?

 

그런것이 아니라면 슈퍼크리에이티브와 스마일게이트메가포트는 지금부터라도 이 까다롭고 민감한 유저들과 어떻게 소통해야 할 것인지에 대해 계속해서 심각하게 고민해야 하고, 또 행동으로 보여줘야 할 것이다. 

 

민감한 유저들 못지 않게 게임사 또한 민감하게, 또 섬세하게 그들과 소통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게임에 안티도 많고, 운영에 부정적인 시각도 많은데 이를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 라는 질문에 기계적으로 “글로벌 유저들의 VOC(Voice of Customer)를 개발사와 공유하고 있으니 차차 나아질 것이다” 같은 답변을 하면 안된다는 뜻이다.

 

<에픽세븐>과 비슷한 소위 ‘오타쿠 취향’의 게임을 다수 서비스하는 일본 사이게임즈에서는 유저들이 많이 과금한 게임은 꼬박꼬박 애니메이션이나 관련 상품 등을 발매하며 ‘유저들에게 돌려준다’는 제스처를 취한다. 덕분에 유저들은 자신이 과금한 게임이 애니메이션으로 방영되거나 IP가 다양한 방향으로 확장되면 “내가 이 게임에 투자한 것이 이렇게 돌아온다” 라며 뿌듯해하며, 계속해서 기분 좋게 ‘투자’를 이어간다.

한편 <에픽세븐> 이번 간담회에서 IP 확장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이 나오자, “(스마일게이트) 그룹사 차원에서 논의가 필요하다”는 답변이 나왔다. 정말 꿈과 희망이 가득 찬 답변이 아닐 수 없다.

그래도 어찌되었든 <에픽세븐>은 이번 ‘에픽세븐 페스타 2019 in Seoul’을 통해서 유저들과의 소통에 첫 발을 내딛었다. 이 사실 자체는 분명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행사와 관련해서는 (주로 안 좋은) 여러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지만, 그래도 이번 행사에서 나온 유저들의 목소리를 분석하고, 이후 더 나아진 모습을 보여준다면 언제고 만회할 찬스가 올 것이다.

 

그리고 나아가 <에픽세븐>이 보다 많은 유저들로부터 사랑받는 IP.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게임으로 발돋음 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 <에픽세븐> 유저라면 누구나 기대했던 그 행사 

 

슈퍼크리에이티브가 개발하고 스마일게이트메가포트가 서비스하는 모바일 RPG <에픽세븐>이 6월 9일, 서울 코엑스에서 첫 번째 유저 간담회 ‘에픽세븐 페스타 2019 in Seoul’을 개최했다. 

 

이 날 간담회는 여러가지 면에서 <에픽세븐>을 즐기는 게이머들로부터 많은 기대와 관심을 받았다. 조만간 업데이트될 예정인 시즌 2 대규모 업데이트 내용 발표도 발표지만, 그보다는 게임이 서비스를 시작하고 처음으로 개발사와 유저들이 오프라인에서 소통하는 행사였기 때문에 주목받은 감이 컸다. 

 

하지만 많은 기대와 관심을 받았던 행사는, 끝나고 만 이틀이 다 되어가는 지금까지도 잡음이 끊임없이 쏟아지고 있다. <에픽세븐> 관련 커뮤니티는 말 그대로 ‘폭발’ 했고, 조금이라도 게임이나 개발사를 옹호하는 글을 쓰면 ‘비추 폭탄’이 쏟아질 정도로 분위기가 험악하다. 게임 및 이번 행사를 조롱하는 이미지(짤방)와 조롱은 넘쳐나고, 도저히 게임에 대한 정상적인 대화가 불가능한 수준이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졌길래 <에픽세븐> 유저들은 이렇게 격하게(?) 반응하며 화를 내는 것일까? 

 

[관련기사] 스마일게이트, 에픽세븐 페스타 2019 성황리에 진행​

     

이번 행사가 어땠냐고 물어보면 매우 높은 확률로 인용되는 이미지(짤방). 이 정도로 이번 행사에 대한 유저들의 평가는 좋지 못하다. (이미지 출처: dcinside 에픽세븐 마이너 갤러리 diyap)

 

  

# 10개월 만에 만난 유저와 개발사. 하지만 주어진 시간 단 10분!

 

앞에서 말했듯 이번 행사는 <에픽세븐>이 지난 8월 30일 서비스를 시작한 이래 근 10개월 만에 진행하는 첫 번째 유저 간담회. 즉 유저와 개발사가 '소통하는 자리' 라는 점에서 개최 전부터 많은 기대와 관심을 받았다. 

 

왜냐하면 <에픽세븐>은 서비스 시작 이래 유달리 '운영'과 관련해서 사건사고가 끊이질 않았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저와의 소통'에 대해 소홀히한다는 비판이 많았던 작품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유저 입장에서는 이번 행사가 지금까지 누적된 불만에 대해 털어 넣고, 게임사로부터 속 시원히 답변을 받을 수 있는 행사가 되기를 기대했다. PvP 밸런스부터 시작해 과금 시스템, 편의 시스템 업데이트, 혹은 이후의 개발 방향 등. 궁금했던 것들도 많았기 때문에 이번 행사에서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컸다. 

 

그리고 행사 시작후 약 1시간 반이 흐른 후, 모든 유저들이 기대했던 대망의 질의응답(Q&A) 시간이 시작되었다. 이윽고 공개된 대망의 첫 번째 질문은… 

 

모두의 기대를 한 방에 허물어 뜨린 문제의 질문들. 참고로 유나 엔진은 <에픽세븐>의 개발에 사용된 슈퍼크리에이티브의 자체 엔진으로, 게임을 키면 로딩보다도 먼저 뜨는 것이 바로 이 유나 엔진의 로고다.

 

유저들이 기대했던 것과는 너무나도 동 떨어진 질문이 나왔는데, 이걸로 끝이 아니었다. 게임사 측에서 유저들의 질문을 받아 사전에 ‘선별’ 했다고 하는 질문들이 이어졌는데 그 면면을 살펴보면 “굿즈 판매 계획이 있는지?”, “게임 속 특정 캐릭터 성별이 무엇인지?” 같은 유저들이 크게 기대하지 않은 사항에 대한 질문들만 계속해서 나온 것이다. 도저히 수준 높은 질의 응답이라고 볼 수 없었다.

 

그나마도 5가지 ‘선별된’ 질의 응답에 배정된 시간은 총 10분이었다. 15시 42분에 시작되어 15시 52분에 끝났다. 질의 응답이 끝나고 사회자는 유저들에게 “만족하셨나요?”라고 질문을 던졌지만, 관람석에서는 즉시 “아니오!”라는 비명에 가까운 함성이 울려 퍼졌다. 하지만 이미 기차는 지나갔다. 유저들이 10개월 간 기다려온 개발사와의 소통 찬스가 이렇게 단 10분 만에 끝이 나버린 것이다. 

 

참고로 전 날(8일)에 있었던 <검은사막> 유저 간담회 Q&A 시간은 QR코드를 이용해 현장에서 질문을 받고, 관계자가 이에 대답하는 방식으로 40분이 넘게 진행되었다. 행사가 끝난 이후에도 호평이 이어진 건 두 말할 필요가 없다.

  


사실 <에픽세븐> 간담회도 유저들의 질의응답 순서 전에만 해도 게임 OST를 부른 가수 윤하의 축하공연 무대부터 업데이트 콘텐츠 공개, 성우들의 이벤트에 이르기까지 분위기가 매우 좋았다. 그러니까 질의 응답이 진행되기 전까지만.


# 해서는 안 될 발언이 부주의하게 나온 미디어 간담회

 

스마일게이트메가포트는 행사 종료 이후 별도의 미디어 기자 간담회를 진행했다. 그리고 다소 엉뚱하게도 유저들이 궁금했던 내용들은 유저의 입이 아닌, 기자의 입을 통해서 질의가 될 수 있었다. PvP(아레나), 특정 캐릭터의 밸런스 문제, 과금과 뽑기(캐릭터 가차), 운영 등. 사전에 유저들이 궁금했던 내용들에 대한 질의와 답변이 간담회에서 이어졌다.

 

문제는 이 자리에서 “부정적으로 보면 유저들 약 올리는. 혹은 신경을 긁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는” 발언들이 다수 나왔다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는 것이 바로 아래 발언이다. 

 

Q: 조만간 1주년인데, 한국 뿐 아니라 글로벌 행사를 추가로 진행할 생각은 있는가? 

 

A: 최근 진행한 <길티기어> 콜라보레이션도 그렇고, 최근 2월부터 5월까지 한국에서 매출 비중이 15%, 미국에서 40%를 차지한다. 그렇기에 글로벌 서비스 1주년을 맞이하는 11월에는 해외 행사를 진행해볼 생각이 있다. 


현재 이번 행사와 관련해서 유저들이 가장 ‘불 타오르고 있는’ 문제의 발언이 바로 이것이다. 질의 내용을 보면 알 수 있지만, 한국에서의 매출 비중을 공개할 이유가 전혀 없음에도 불구하고 굳이 이를 공개하면서 <에픽세븐> 관련 모든 커뮤니티가 난리가 나버렸다. 

 

물론 저 발언만 놓고 보면, 그저 ‘해외에서 인기가 높은 만큼 해외 유저들도 신경 쓰겠다’ 정도로 긍정적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하지만 문제는 <에픽세븐>이 유저들 사이에서 “(글로벌 서버에 비해) 한국 서버를 홀대하는 것 아니냐?” 라는 불만이 꾸준히 나오던 와중에 이 발언이 터졌다는 것이다. 

 

이 발언이 알려진 이후, 현재 모든 <에픽세븐> 관련 글에는 ‘15%’ 드립이 거의 100% 확률로 쏟아지고 있으며 두고두고 밈(meme)이 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당연하지만 부정적인 의미에서다.

실제로 <에픽세븐>은 지난 3월, 대만에서 첫 유저 간담회를 진행하는가 하는 등. 여러 이유로 인해 꾸준하게 "한국 서버를 홀대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었다.

  

이 발언이 알려진 이후 게임의 커뮤니티는 온통 15% 드립으로 도배가 되었다. 사실상 이번 행사 최고의 히트상품이다.

해외 매출 비중이 한국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높은 것으로 알려진 가장 대표적인 타이틀인 <던전 앤 파이터> 조차 유저 간담회에서 대놓고 한국 매출과 해외 매출을 비교한 적은 지금까지 한 차례도 없었다.

 

# 게임과 게임사는 정말 억울할 수도 있다. 하지만…

 

사실 여러 가지 면에서 이번 행사와 관련해서 나오는 비판은 <에픽세븐>을 개발한 슈퍼크리에이티브나 스마일게이트메가포트 입장에서는 정말 억울할 수도 있다. 

 

어찌되었든 행사에서 공개된 시즌 2 업데이트 내용은 ‘역대 최고’ 라고 할 정도로 그 콘텐츠 내용이 풍성했다. 질의 응답을 굳이 저런 식으로 진행한 것은 현장에서 질문을 즉석에서 받으면 제대로 행사가 진행되지 않을 가능성이 커서 부득이하게 이와 같이 진행했다고 이해할 수도 있다. 문제의 15%를 포함해 미디어 간담회에서 나온 발언들 또한 문자 그대로 받아들이면 ‘개발사가 많은 부분을 신경 쓰고 있으며, 앞으로 잘하도록 노력하겠다’ 정도로 긍정적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에픽세븐>을 즐기는 유저들이 이 모든 것을 “굳이 일부러라도 부정적으로 해석하고 있다”는 사실 그 자체다. 

 

실제로 유저들은 지금 이 행사 뿐만이 아니라, <에픽세븐>과 관련해서는 게임사가 아무리 좋은 제스처를 취해도 무슨 수를 써서라도 부정적으로 해석하고 있다. 커뮤니티 분위기를 보면 대체 이게 게임을 즐기는 유저들인지, 게임에 소중한 이를 잃고 원한에 찬 복수자들인지 헛갈릴 정도로 험악하기 그지없다. 누가봐도 위험 임계치를 넘었다는 느낌을 바로 받을 수 있다.

  

최근 <에픽세븐>은 유럽 서버를 오픈하면서, 이를 기념해 한국에서도 광고를 거는 등 ‘축하 분위기'를 연출하려 했다. 하지만 이런 소소한 것 조차도 한국 유저들은 “한국 서버를 무시한다 이거지?”라며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게임사를 비판할 정도다.


대체 <에픽세븐> 유저들은 무엇이 불만이길래 이렇게까지 게임사에 적대적일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이에 대해서는 게임사 또한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사실이다. 가장 근본적인 문제로 손꼽히는 '월광'으로 대표되는 과금구조는 일단 뒤로 미루더라도, 운영과 관련해서는 정말 아무리 지적해도 부족함이 없을 수준이다.

 

실제로 지금까지 <에픽세븐>의 게임 운영 역사를 보면, “유저들을 적으로 돌리는” 운영 실수나 사건사고가 너무나도 잦았다. 유저들에게 불리한 사항을 패치노트 중간에 1줄로 처리했다가 뒤늦게 질타를 받고 해명하기, 게임 오픈 후 4개월 만에 발견된 치명적인 밸런스 오류사항을 ‘해결했습니다’ 한마디로 끝내기, 과금 제한(천장) 없이 출시한 한정 캐릭터를 3개월 후에 뒤늦게 보상하기 등등… 이에 대해서 기사를 쓰라면 특집이나 기획 기사를 별도로 쓸 수 있을 정도로 정말 많다. 

 

그나마도 대부분의 사건사고들은 게임을 즐기는 유저 모두가 ‘만족하거나 납득하면서’ 수습된 사례조차 찾기 힘들다. 특히 게임사에서는 지난 해 몇몇 사건사고 이후 어떠한 논란이 벌어져도 패치 공지와 개발자 노트 외에는 ‘아예 입을 닫는’ 행보를 보이기 시작하면서, 유저들의 불신이 시간이 갈 수록 누적되는 안 좋은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에픽세븐>은 과거에도 유저들의 이득을 줄이는 변경을 단행하면서 별다른 설명 없이 공지 1줄로 안내하고 끝내는 경우가 다수 있었기 때문에 유저들의 불만이 누적된 상태다.

 

 

# 늦었다고 해도 유저들과의 진정한 의미의 소통을 고민해야 할 때 

 

물론 일각에서는 <에픽세븐>이 유달리 부당하게 게임 및 게임사에 대한 비난의 강도가 심한 것이며, 사실 ‘극히 일부 목소리 큰 유저들’ 만이 여론을 선동하고 있다고, 대부분의 유저들은 오늘도 즐겁게 게임을 즐기고 있다고 주장하는 쪽도 있을 수 있다.  

 

또 이런 목소리 큰 유저들은 뭘 어떻게 해도 만족시킬 수가 없기 때문에 지금의 <에픽세븐> 운영처럼 그냥 건조하게 운영하고, 필요 최소한의 소통만 하는 것이 차라리 나을 것이라는 시각이 있을 수도 있다.  

실제로 지난 해 있었던 '확률 조작 선동 사건'의 경우, 명백한 사실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유저들이 선동당해 게임사를 지나치게 비판했다. 하지만 게임사라면 '대체 왜 유저들이 선동을 당했나'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관련기사] 에픽세븐 확률 조작 의심 해프닝과 ‘불신의 시대’

 

하지만 어찌되었든 게임에 대한 대중적인 이미지를 만드는 것은 이 ‘씨끄러운 유저’들의 역할이 크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어떻게든 소통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이번 페스타에서 발표한 대로 <에픽세븐>이 10년간 문제없이 게임을 업데이트하며 서비스를 진행했다고 해보자, 10년 후 에피소드 10이 공개되었을 때도 ‘15% 드립’이 기사 첫 댓글을 차지하고 유저들이 서로 언성을 높이며 싸우는 것을 원하는 것인가?

 

그런것이 아니라면 슈퍼크리에이티브와 스마일게이트메가포트는 지금부터라도 이 까다롭고 민감한 유저들과 어떻게 소통해야 할 것인지에 대해 계속해서 심각하게 고민해야 하고, 또 행동으로 보여줘야 할 것이다. 

 

민감한 유저들 못지 않게 게임사 또한 민감하게, 또 섬세하게 그들과 소통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게임에 안티도 많고, 운영에 부정적인 시각도 많은데 이를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 라는 질문에 기계적으로 “글로벌 유저들의 VOC(Voice of Customer)를 개발사와 공유하고 있으니 차차 나아질 것이다” 같은 답변을 하면 안된다는 뜻이다.

 

<에픽세븐>과 비슷한 소위 ‘오타쿠 취향’의 게임을 다수 서비스하는 일본 사이게임즈에서는 유저들이 많이 과금한 게임은 꼬박꼬박 애니메이션이나 관련 상품 등을 발매하며 ‘유저들에게 돌려준다’는 제스처를 취한다. 덕분에 유저들은 자신이 과금한 게임이 애니메이션으로 방영되거나 IP가 다양한 방향으로 확장되면 “내가 이 게임에 투자한 것이 이렇게 돌아온다” 라며 뿌듯해하며, 계속해서 기분 좋게 ‘투자’를 이어간다.

한편 <에픽세븐> 이번 간담회에서 IP 확장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이 나오자, “(스마일게이트) 그룹사 차원에서 논의가 필요하다”는 답변이 나왔다. 정말 꿈과 희망이 가득 찬 답변이 아닐 수 없다.

그래도 어찌되었든 <에픽세븐>은 이번 ‘에픽세븐 페스타 2019 in Seoul’을 통해서 유저들과의 소통에 첫 발을 내딛었다. 이 사실 자체는 분명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행사와 관련해서는 (주로 안 좋은) 여러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지만, 그래도 이번 행사에서 나온 유저들의 목소리를 분석하고, 이후 더 나아진 모습을 보여준다면 언제고 만회할 찬스가 올 것이다.

 

그리고 나아가 <에픽세븐>이 보다 많은 유저들로부터 사랑받는 IP.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게임으로 발돋음 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