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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게임업계 최애 국회의원 되겠다" 총선 출사표 던진 게임 노동자

우티 (김재석 기자) | 2020-02-10 16: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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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넥슨과 스마일게이트에 노조가 생겼다. 판교의 1번째, 2번째 노조였다. "그래봐야 노조가 뭘 하겠냐?"라는 말이 나왔다. 하지만 이들은 빠르게 세를 불렸고, 단체협약을 맺었으며, 포괄임금제를 폐지시켰다. 판교의 게임 노조 집회라는 이색적인 장면도 두 차례나 연출했다.

 

류호정은 그저 게임이 좋았던 사람이다. 그래서 학교에서 e스포츠 동아리를 만들고, 트위치에서 방송을 하고, 게임사에서 4년 반 일했다. 게임사에서 일하던 그녀는 업계에 만연한 부조리를 직접 경험했고, 이에 노조를 만들다가 일자리를 잃었다. 이후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선전홍보부장​로 전직한 그녀는 '도시락 배달'도 마다치 않으며 오늘날의 판교 노조를 틔웠다. 

 

그녀는 최근 정의당 국회의원 비례 후보 경선에 나가기로 결심했다. 게임 업계 경영인 출신의 총선 출마자는 있었지만, 노동자 출신은 처음이다.

 

2월 7일 판교에서 류호정 후보를 만났다. 스마일게이트 노조 후드를 입고 나타난 류 후보가 카페에서 옷을 벗자 정치인이 으레 입는 양장이 나타났다.​ 그녀의 버튼 홀에는 정의당 뱃지가 걸려있었다.

 





# '겜덕' 류호정이 스마일게이트에서 민주노총으로 간 까닭은?


'게임아이돌', 게임노동자, 활동가까지 다양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어떤 사람인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류호정 후보: 어릴 때부터 게임을 좋아했다. 9살 때 친구가 재밌는 게 있다며 <크레이지 아케이드>를 소개시켜줬다. 그 뒤로 계속 게임을 해왔다. 여대를 다녔는데, 내 성격이 좀 외향적이라 게임을 같이 할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 싶어 e스포츠 동아리도 만들었다.

 

사실 게임업계에 들어오기 전까지는 특별히 거창한 꿈을 꾸며 살지는 않았다. 그냥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이었고, 재밌는 게임을 찾아서 열심히 하는 사람이었다. 이런 게임 플레이 이력들이 모여 업계에서 일을 시작했다. 말 그대로 '덕업일치' 하는 삶이었기에 처음엔 좋았다. 주변에서도 "너 게임 좋아하니 잘 됐다" 이야기 해줬고.

 

그냥 저냥 평범한 게이머이자 업계인으로 살았다. 처음에는 중소기업의 게임 기획을 맡았고, 이후 스마일게이트로 이직해서 게임 기획을 하다가 중간에 마케팅으로 직군을 바꿨다. 이전 회사는 1년, 스마일게이트에는 3년 반을 일했다.

 

 

큰 회사에서 비교적 안정적으로 일하게 됐는데도 노동조합을 만들었다.

 

처음에는 마냥 좋기만 했지만 가면 갈수록 민낯이 드러났다. 직장 내 갑질도 심했고, 야근도 잦았다. 성희롱 문제도 있었다. 이렇게 문제들이 많은데 해결은 되지 않았다. 내가 문제의식을 느끼긴 했지만 한 사람이 해결하자고 나서기엔, 나 혼자 실장한테 가서 "이렇게 고쳐주세요" 하기엔 부담이 컸다. 그래서 주변을 둘러봤다. 이웃 회사 네이버에 노조가 생긴 걸 보고 스마일게이트에 노조를 만들기로 했다.

 

사내에서 같이 노조를 만들 사람들을 찾아나섰고, 발기인을 모았다. 노조를 만들어서 문제를 해결하는 모습을 보여드리면 많은 분들이 신뢰하지 않을까 해서 회사 근로자대표까지 맡았다. 처음 대표를 맡았을 땐 열정이 넘쳤다.

 

그러던 중에 스마일게이트 안에서 내가 몸담던 팀이 해체됐다. 그때까지만 해도 내가 노조를 만드는 것과 팀이 해체되는 것을 연결짓지 않았다. 팀이 없어지는 일은 업계에서 흔히 일어나니까. 다른 팀원들이 다 새 팀을 찾고 나 혼자만 남았을 때도 설마 했다. "내가 정규직인데 설마 회사가 나한테 이렇게까지 할까" 싶었다.

 

그 설마가 사람을 잡았다. 회사가 면담을 하자고 해서 들어갔더니 권고사직을 제안했다. 며칠 동안 면담을 해보니 문득 권고사직 대상자가 노조를 만들면 소문이 좋지 않겠다고 짐작했다. 그때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었다. 죄책감도 엄청났고. 그래서 회사를 나왔다.

노조를 만들어야겠다는 내 의지가 완강했다. 회사 밖에서 노조 실무를 서포트했다. 홈페이지 제작이라던지 소식지 작업 같은 것들 말이다. 백수 상태에서 노조를 돕다보니 내 능력으로 더 많은 노조를 만들도록 지원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제까지 게임을 만들고 마케팅했지만 앞으로 게임 만드는 사람을 돕기로 했다. 그러면 더 좋은 게임을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그렇게 화섬식품노조의 선전홍보부장으로 일을 시작했다.

  

 

노조 홍보담당자는 무슨 일을 하는가? 

 

별 일 다 한다. (웃음) 홈페이지나 소식지를 제작하는 일을 기본으로 하고, SNS 계정을 관리한다. 노조 설립 간담회에서 도시락을 배달한 적도 있고, 단체협약의 교섭위원으로 들어간 적도 있다. 

 

 

게임업계로 돌아가고 싶지는 않나? 복직을 요구하며 싸우는 방법도 있었을 텐데.

 

처음엔 그러고 싶었다. 이제는 그렇지 않다. 이 일이 주는 보람이 굉장히 컸다. 게임을 만드는 것도 좋지만, 게임을 만드는 사람을 지원하는 사람이 되는 것도 괜찮지 않나?

 

류 후보가 만든 화섬식품노조의 SNS 홍보 채널 '섬식이'

 

# 사람이 전부인 게임업계, "게임 노동자 지키려 출사표 던졌다"

 

그리고 지금 총선에 출사표를 던졌다. 의회정치를 하기로 마음먹은 이유는?

 

노조를 만들면 다 될 것 같은데 아니었다. 물론 게임업계 노조들이 단기간에 많은 것을 이뤄내긴 했다. 노조를 통해서 판교에서 집회도 하고 단체협약도 체결했다. 그래서 여전히 노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모든 회사에 높은 조직율의 노조를 만드는 게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다.

 

노조의 힘이 미치지 않는 사각지대가 너무 많다. 예를 들어 내가 처음으로 그만 둔 중소기업에서는 4대보험의 적용을 못 받았다. 게임 업계에 노조가 있는 회사는 넥슨, 스마일게이트 두 곳 뿐이다. 중소기업에서는 불법과 편법이 만연하다. 당장 나부터 임금 체불을 겪어본 적 있다.

 

이런 한계를 뛰어넘어서 제도화와 입법에 조금이라도 더 기여를 하고 싶었다. 최근까지 업계에 과로 문제가 불거졌고, 포괄임금제 같은 문제도 쌓여있다.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의회로 가고자 한다. 밖에서 외치는 것도 좋지만, 들어갈 수 있을 때 들어가자는 판단도 했다.

 

 

무슨 공약을 들고 나왔나?

 

지금 이 업계는 사람이 전부다. 나는 게임 노동자 중심의 정책을 펼치고 싶다. 게임 노동자의 환경을 개선하면 재밌는 게임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안전벨트와 안전모를 주지 않고 레이스에서 200km/h로 밟으라고 하면 누가 그렇게 하겠나? 나는 게임 노동자들이 더 잘 달릴 수 있도록 안전장치를 만들고 싶다. 그래서 당선되면 환경노동위원회(환노위)를 가고 싶다.

 

정의당 비례대표는 대표 공약을 비롯한 당론을 준수할 의무가 있다. 그 공약들을 소개하자면, 먼저 IT노동인권센터를 설립하는 것이다. 판교나 구로에 센터를 세워 IT 노동자들의 상담하고 그 운영도 노동자들이 직접 하자는 게 현재 공약이다. 일각에서 주 52시간보다 많이 일을 시키도록 규제를 풀려고 하는데, 그 방향으로의 개악은 저지해야 한다.

 

프로게이머의 표준 계약서 도입 등 이들의 처우 개선을 위한 작업이 진행 중인데 내가 책임 지고 끝까지 지켜보려 한다. 프로게이머도 게임업계의 노동자다. 기득권의 언론 플레이 소재로만 활용되고 묻히지 않는 게 중요하다. 화제성만 뽑아먹지 말고 끝까지 가는 국회의원이 되겠다.

 



포괄임금제에 대한 입장은? 'IT·게임 노동자 포괄임금제 폐지법'을 주장하고 있다고.

 

포괄임금제 자체에 문제가 있다. 근무시간을 제대로 측정할 수 없는 직군의 경우, 야근이나 초과근무를 했다고 치고 임금을 주는 것인데 게임 노동은 그 범주에 들어가지 않는다. 해당사항이 없는데 업계에 만연한 것이다. 밤에 일을 해도 야근수당을 받을 수 없다. 법을 악용해 52시간 이상 일을 하는 곳들도 있다.

 

이런 제도는 장시간 노동의 원인이 된다. 수당을 이미 줬다고 보니 무조건 일을 많이 시키는 게 이득이다. 그러면 야근이 일상적으로 발생할 수도 있다. 넥슨과 스마일게이트가 포괄임금제를 폐지하고 연장근무가 절반 이하로 줄어들었다. 

 

문재인 정부가 초기 포괄임금제 폐지를 100대 공약에 포함시켰지만, 아직까지 폐지하지 못했다. 규제 가이드라인도 발표하기로 했지만, 지금 게임업계의 포괄임금제는 "해도 되고 안 해도 되고"지만 하는 게 이득이니까 회사가 노동자들한테 시키는 그런 상태다.

 

 

게임 업계의 특수성을 이해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대부분의 게임이 24시간 굴러가야 하나는 라이브 게임이기 때문에 QA나 점검 차원에서 불가피한 초과노동이 발생할 수 있지 않은가?

 

현실적인 측면은 이해한다. 하지만 회사가 직원들에게 일을 제대로 안 시키니 문제다. 그런 종류의 초과 노동도 법적 한도 내에서 충분히 지킬 수 있는 것들이다.

 

제부터 언제까지 무슨 목적으로 얼마나 일을 더 시켰는지 제대로 체크하고 관리해야 하는데 그것부터 안 되어있다. 포괄임금제라는 테두리 안에서 업무에 대해 비용이 제대로 지급되지 않는 경우가 크다. 가령 메신저를 통해 업무를 지시하고, 스마트폰으로 일을 처리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걸 노동으로 명확히 인정해야 한다.

 

 

업무 집중도를 높이기 위해 크런치 모드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앞서 말했지만, 초과근무는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초과근무로 피해를 입는 것은 노동자다. 그냥 "오래 일하기 싫으니 하지 맙시다"가 아니다. 주 64시간 이상 4주 이상 일하면 과로사 인정 기준을 충족한다. 돈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의 건강이 달린 문제다. 크런치 모드에 대한 법적 안전장치가 제대로 없는 상황이다.

 

회사가 느끼는 출시 압박을 일선 노동자들에게 전가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그렇게 게임이 나오면 부의 분배가 정말로 제대로 되고 있는지도 따져볼 필요가 있다. 고용불안에 시달리면서 크런치를 하는 상황도 많다. 크런치 모드의 리스크는 노동자들이 다 쥐고 있다. 법제화된 안전장치 없는 크런치 모드는 반대한다. 앞서 말했지만 게임은 전부 사람이 하는 일이다.

 

 

다른 업계도 전부 사람이 일하지 않나? '사람이 전부'라는 말의 뜻은 무엇인가?

 

게임산업은 화학산업, 석유산업처럼 수 조, 수 백억 하는 장비가 필요 없다. 사무실과 컴퓨터, 서버만 잘 되어있으면 된다. 원자재 비용보다 인건비 비중이 크기 때문에 사람이 전부라는 것이다.

 

 

'판교의 오징어배'는 옛날 말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그래도 게임 노동자의 노동 조건이 과거에 비해 조금씩 나아지고 있지 않은지?

 

프로젝트의 성공을 위해 어느 정도 희생이 당연하다는 의식이 있다. 노동 조건이 예전보다 나아졌다고 하는 분들도 있다. 현실을 바꾸기 어려우니 그냥 자조하고 마는 케이스도 있다.

 

하지만 이제 오징어배 선주들 말고 선원들 말을 들어볼 때다. 포괄임금제는 폐지되지 않고 있다. 옛날의 진풍경은 사라졌다지만 문제가 많이 남아있다. 중소기업에서는 아직도 52시간 넘게 일하는 사람들이 있다. 옛날보다 나아졌다는 말만 해서는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 "나 때는 말이야" 할 수도 있지만, 상황을 바꾸는 데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게임사가 특별 근로감독을 받은 게 불과 몇 년 전 일이다. 불과 작년에도 게임 노동자가 응급실에 실려간 적 있다. 업계에 돈이 많이 도니 업계인들도 돈을 많이 버는 것처럼 보이지만, 무수히 많은 이들이 최저임금만 받고 일하고 있다. 이러면 의욕이 없어지니 게임 퀄리티가 절대 나아질 수 없다.

 

예전보다 나아졌다는 말을 하기보다는, 바꾸기 위한 행동을 더 하면 좋겠다. 누가 죽고 다치고 해고되어야 되돌아보는 현실을 이제는 바꿔야 한다.

 

 

 

# "국회 가서 게임업계 스피커 하겠다"

 

국회에 들어가서도 계속 노동조합 확대를 주장할 건가? 국회의원이 어떻게 노조 확대를 꾀할 수 있는지?

 

그렇다. 노조를 만들면 조금 더 안전하고 합법적으로 노동 환경을 개선할 수 있다. 사람들이 노조 하면 굉장히 큰 스케일의 일만 한다고 보는데, 직장 내 갑질이나 상담 같은 일상적인 케어도 노조가 한다. 

 

게임업계는 한 회사 근속이 짧다. 일한지 3년이 되면 "떠날 때가 됐다" 이런 말들을 한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이직하겠다고 하면 "딴 데 가도 똑같다"라는 말을 하곤 한다. 정말로 어딜 가나 똑같이 문제라면, 고쳐야 하고 그렇게 하기 위해선 노조의 역할이 중요하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난다고 하는데, 이제 절을 고칠 때가 됐다.

 

정의당에서는 "ILO(국제노동기구) 표준 준수" 등 노조할 권리를 보장하라고 주장한다. ILO 기준에 따르면, 실업자나 해고자도 노조에 가입할 수 있다. 그리고 스마일게이트나 네이버 등이 정의당을 통해 연결돼 노조가 만들어졌고, 카카오와 넥슨도 그 연쇄작용으로 노조가 만들어졌다. 노조 확대를 위해 국회의원이 도울 일이 많다.

 

 

게임 노동자의 권리 개선을 위해서 왜 노동조합과 정의당이 필요한가?

 

회사 망하게 하려고 노조 하는 게 아니다. 회사가 없으면 노조도 없다. 노조도 현실인식이 있다. 회사 돈을 다 뜯어먹겠다는 게 아니다. 죽지 않고, 다치지 않고, 일할 권리를 달라는 거다. 장시간 노동, 고용 불안, 포괄임금제에 시달리는 상황이다. 

 

그리고 노동은 정의당이다. 노동 정책의 경우, 보수 정당이 견제하고 있고 경영계의 반발도 크다. 한 발짝 더 나가기 위해선 정의당에서 확실하게 목소리를 내줘야 한다.

 

 

그 정의당 소속 국회의원만 국회에서 여야를 막론하고 뭉쳤던 '대한민국 게임포럼'에 빠졌다.

 

정의당 내에서 이 문제를 제대로 붙잡고 이끌려던 사람을 찾고 있었다. 그리고 내가 이번에 정의당 IT산업특별위원장이 됐다. 넷마블 문제 때 앞장서서 토론회를 열고, 근로복지공단의 업무상질병판정서 판정 소식을 알린 것이 바로 정의당이다. 아까 말했듯이 노조 결성에도 역할을 했고. 건별 대응은 했지만 상시적으로 대응을 할 만한 인물과 조직이 없었는데, 이제는 내가 그 역할을 해보려 한다.

 

더불어민주당,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등 여야를 막론하고 모였던 국회의 '대한민국 게임포럼'

 

이번 국회에는 대형 게임사 경영인 출신 의원도 있고, 게임에 대한 이해가 높은 의원과 비서관도 있었다. 이들의 의정활동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게임업계를 위해 노력한 의원들이 많지만, 노동자 보호에는 미온적이지 않았나 한다. 특히 게임 경영자 출신의 의원은 업계를 위해 무슨 일을 했는지 잘 모르겠다. ​포괄임금제 폐지 경우에는 여당 공약인데 이행이 되지 않은 케이스다.

 

게임업계에 우호적인 국회의원이 한 명이라도 더 있는 게 중요하다. 어려움을 함께 헤쳐나가고 싶다. 만나서 같이 해내고 싶다는 의지가 있다. 덧붙이자면 게임을 잘 아는 사람이 직접 의원인 것과, 보좌진 중 한 명이 게임을 잘 아는 것의 차이도 있을 거다. 

 

 

한 국회의원은 판교에 "게임중독은 질병"이라는 현수막을 걸었다가 문제된 적 있다.

 

게임에 대해서 제대로 아는 것도 없으면서 자기 언론 플레이를 위해 게임을 이용하는 느낌이라서 화가 많이 났다. 게임을 둘러싼 부정적 인식이 아직 존재하고, 개선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그러면 후보자는 언론 플레이를 위해 게임을 ​이용하지 않는 사람인가?

 

그렇다. 나는 게임을 위해서 활동하는 사람이다. 

 

 

WHO의 '게임 이용 장애' 질병코드 등재에 관한 입장은?

 

유독 게임에만 가혹한 낙인이 찍혔다. 이런 식이라면 스포츠, 영화, 드라마, 유튜브까지도 질병이 될 수 있다. 새누리당의 '게임중독법'을 기억하는가? 게임사에 세금을 걷어서 게임중독 치료센터를 만들자는 법안이 나왔는데, 이런 상황이 차기 국회에서 재현될 수 있다.

 

우선 나는 국회에서 게임에 대한 인식 개선부터 하려 한다. '게임 이용 장애' 국내 도입을 막기 위해 국회에서 움직임을 만들 수도 있다. 내가 국회의원이 된다면 게임업계에 스피커가 하나 더 생기는 셈이다. 

게임 이용 장애를 질병으로 등재하기로 한 세계보건기구(WHO)

 

# "이 정도면 SSR... 여러분의 최애캐 되겠다"

 

총선을 앞두고 어떤 정치세력에서는 IT 산업의 성장을 위해 각종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한다. 

 

공감대 형성이 잘 되지 않는다. 그 분들이 노동자의 입장에서 어떤 이야기를 하고 있나? 건강권과 휴식 등에 대한 이야기가 담보되지 않은 상황에 대해서는 무슨 입장인가?

 

지금 한국 게임 업계의 모델로 실리콘 밸리가 제시되고 있다. 한국에 대기업 반열에 오른 게임 회사들이 엄청 많고, 또 많은 자회사를 거느리고 있다. 넥슨이 설립된지 25년이 지났는데, 아직도 벤처 신화 이야기를 하고 있다. 게임업계는 상황이 더이상 그렇지 않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게임업계의 영업이익이 상당하다. 성공의 결과물이 일선 노동자들에게 골고루 분배되지 않았고 고용안정도 담보되지 않았다. 국내 부자 30위권 안에 게임업계 임원이 4명이나 들어있다. 회사 대표들이 어렵다고 하는 게 진짜 어려워서 어렵다고 하는 건지 되묻고 싶다.

 

한국이 주 52시간 상한제를 도입 중인 이유는 장시간 노동이 건강을 해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게 누군가에겐 천문학적인 돈을 벌 수 있게 하는 기회지만, 누군가는 건강을 잃게 된다. 그러면서 52시간 이상 일하는 게 '노동자의 일할 권리'라고 말한다. 안전장치 이야기는 쏙 빠져있고.

 

모든 규제에 대해서 말하긴 시간이 짧다. 노동자의 건강과 자본가의 돈은 등가교환의 대상이 아니라는 점은 분명히 하고 싶다.

2019 대한민국 게임백서. 2018년 한국의 게임 시장 규모는 14조를 돌파했다.

 

게임산업에 양극화가 고착된지 오래다.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이 자라기 위해 숨통을 열어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는데?

 

게임은 흥행 산업이다. 시간에 쫓기는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은 동의한다. 이들은 투자금과 게임 퍼블리셔에게 의존하는 비율이 지나치게 높다. 하도급에 하도급을 주는 것과 같은 악성 하청, 불공정 계약도 막아야 한다.

 

알아뒀으면 좋겠는 게, 나와 정의당이 기업을 위한 안건을 완전 무시하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노동자에 대한 이야기와 기업에 대한 지원은 별도로 논의할 수 있다. 현행 제도가 노동자와 기업에게 똑같이 불리하다면 같이 목소리를 낼 수도 있다.

 

 

요즘 국산 게임에 창의력이 부족하다는 유저들이 많다. 여기에 대한 입장은 어떤지?

 

기업가들이 기업의 도전을 이야기하지만, 과연 산업 안에서 노동자들이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는 환경인가? 내일을 약속할 수 없으니 도전을 꺼리게 된다. 프로젝트를 빠르게 엎고 사람들은 빠르게 떠나가니 노하우 축적도 안 된다. 나는 좋은 게임이 더 많이 만들기 위해서는 만드는 사람들의 노동 환경이 개선되어야 한다.

 

 

이번 총선에서 게임 노동자와 게이머가 류호정 후보를 선택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게임을 만드는 것은 즐거움을 만드는 일이다. 게임을 만드는 사람들이 그렇게 즐겁지 않은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이 사람들의 환경이 개선되면 더 즐거운, 게이머들이 만족할 수 있을 만한 게임이 나올 거다. 게임을 만드는 사람도 결국 게이머이기 때문이다.

 

노동에 대해 적극적인 주장을 펼치는 정의당에서 IT와 게임 업계의 사정을 잘 아는 사람은 나밖에 없다. 게임업계 출신도 나뿐이다. 다른 정당을 지지하더라도 비례대표 경선의 선거인단에 등록해 투표할 수 있다.

 

현재 국회의원 후보 중에서 게임과 노동 정책을 잘 아는 사람은 나밖에 없다. 게임, 노동, 청년 이 정도면 SSR급 캐릭터다. (웃음) 당선된다면 판교에 사무실을 차리고 게임 노동자들과 열심히 소통하고자 한다. 게임업계 여러분의 최애캐가 되도록 노력하겠다.

 

2018년 넥슨과 스마일게이트에 노조가 생겼다. 판교의 1번째, 2번째 노조였다. "그래봐야 노조가 뭘 하겠냐?"라는 말이 나왔다. 하지만 이들은 빠르게 세를 불렸고, 단체협약을 맺었으며, 포괄임금제를 폐지시켰다. 판교의 게임 노조 집회라는 이색적인 장면도 두 차례나 연출했다.

 

류호정은 그저 게임이 좋았던 사람이다. 그래서 학교에서 e스포츠 동아리를 만들고, 트위치에서 방송을 하고, 게임사에서 4년 반 일했다. 게임사에서 일하던 그녀는 업계에 만연한 부조리를 직접 경험했고, 이에 노조를 만들다가 일자리를 잃었다. 이후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선전홍보부장​로 전직한 그녀는 '도시락 배달'도 마다치 않으며 오늘날의 판교 노조를 틔웠다. 

 

그녀는 최근 정의당 국회의원 비례 후보 경선에 나가기로 결심했다. 게임 업계 경영인 출신의 총선 출마자는 있었지만, 노동자 출신은 처음이다.

 

2월 7일 판교에서 류호정 후보를 만났다. 스마일게이트 노조 후드를 입고 나타난 류 후보가 카페에서 옷을 벗자 정치인이 으레 입는 양장이 나타났다.​ 그녀의 버튼 홀에는 정의당 뱃지가 걸려있었다.

 





# '겜덕' 류호정이 스마일게이트에서 민주노총으로 간 까닭은?


'게임아이돌', 게임노동자, 활동가까지 다양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어떤 사람인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류호정 후보: 어릴 때부터 게임을 좋아했다. 9살 때 친구가 재밌는 게 있다며 <크레이지 아케이드>를 소개시켜줬다. 그 뒤로 계속 게임을 해왔다. 여대를 다녔는데, 내 성격이 좀 외향적이라 게임을 같이 할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 싶어 e스포츠 동아리도 만들었다.

 

사실 게임업계에 들어오기 전까지는 특별히 거창한 꿈을 꾸며 살지는 않았다. 그냥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이었고, 재밌는 게임을 찾아서 열심히 하는 사람이었다. 이런 게임 플레이 이력들이 모여 업계에서 일을 시작했다. 말 그대로 '덕업일치' 하는 삶이었기에 처음엔 좋았다. 주변에서도 "너 게임 좋아하니 잘 됐다" 이야기 해줬고.

 

그냥 저냥 평범한 게이머이자 업계인으로 살았다. 처음에는 중소기업의 게임 기획을 맡았고, 이후 스마일게이트로 이직해서 게임 기획을 하다가 중간에 마케팅으로 직군을 바꿨다. 이전 회사는 1년, 스마일게이트에는 3년 반을 일했다.

 

 

큰 회사에서 비교적 안정적으로 일하게 됐는데도 노동조합을 만들었다.

 

처음에는 마냥 좋기만 했지만 가면 갈수록 민낯이 드러났다. 직장 내 갑질도 심했고, 야근도 잦았다. 성희롱 문제도 있었다. 이렇게 문제들이 많은데 해결은 되지 않았다. 내가 문제의식을 느끼긴 했지만 한 사람이 해결하자고 나서기엔, 나 혼자 실장한테 가서 "이렇게 고쳐주세요" 하기엔 부담이 컸다. 그래서 주변을 둘러봤다. 이웃 회사 네이버에 노조가 생긴 걸 보고 스마일게이트에 노조를 만들기로 했다.

 

사내에서 같이 노조를 만들 사람들을 찾아나섰고, 발기인을 모았다. 노조를 만들어서 문제를 해결하는 모습을 보여드리면 많은 분들이 신뢰하지 않을까 해서 회사 근로자대표까지 맡았다. 처음 대표를 맡았을 땐 열정이 넘쳤다.

 

그러던 중에 스마일게이트 안에서 내가 몸담던 팀이 해체됐다. 그때까지만 해도 내가 노조를 만드는 것과 팀이 해체되는 것을 연결짓지 않았다. 팀이 없어지는 일은 업계에서 흔히 일어나니까. 다른 팀원들이 다 새 팀을 찾고 나 혼자만 남았을 때도 설마 했다. "내가 정규직인데 설마 회사가 나한테 이렇게까지 할까" 싶었다.

 

그 설마가 사람을 잡았다. 회사가 면담을 하자고 해서 들어갔더니 권고사직을 제안했다. 며칠 동안 면담을 해보니 문득 권고사직 대상자가 노조를 만들면 소문이 좋지 않겠다고 짐작했다. 그때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었다. 죄책감도 엄청났고. 그래서 회사를 나왔다.

노조를 만들어야겠다는 내 의지가 완강했다. 회사 밖에서 노조 실무를 서포트했다. 홈페이지 제작이라던지 소식지 작업 같은 것들 말이다. 백수 상태에서 노조를 돕다보니 내 능력으로 더 많은 노조를 만들도록 지원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제까지 게임을 만들고 마케팅했지만 앞으로 게임 만드는 사람을 돕기로 했다. 그러면 더 좋은 게임을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그렇게 화섬식품노조의 선전홍보부장으로 일을 시작했다.

  

 

노조 홍보담당자는 무슨 일을 하는가? 

 

별 일 다 한다. (웃음) 홈페이지나 소식지를 제작하는 일을 기본으로 하고, SNS 계정을 관리한다. 노조 설립 간담회에서 도시락을 배달한 적도 있고, 단체협약의 교섭위원으로 들어간 적도 있다. 

 

 

게임업계로 돌아가고 싶지는 않나? 복직을 요구하며 싸우는 방법도 있었을 텐데.

 

처음엔 그러고 싶었다. 이제는 그렇지 않다. 이 일이 주는 보람이 굉장히 컸다. 게임을 만드는 것도 좋지만, 게임을 만드는 사람을 지원하는 사람이 되는 것도 괜찮지 않나?

 

류 후보가 만든 화섬식품노조의 SNS 홍보 채널 '섬식이'

 

# 사람이 전부인 게임업계, "게임 노동자 지키려 출사표 던졌다"

 

그리고 지금 총선에 출사표를 던졌다. 의회정치를 하기로 마음먹은 이유는?

 

노조를 만들면 다 될 것 같은데 아니었다. 물론 게임업계 노조들이 단기간에 많은 것을 이뤄내긴 했다. 노조를 통해서 판교에서 집회도 하고 단체협약도 체결했다. 그래서 여전히 노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모든 회사에 높은 조직율의 노조를 만드는 게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다.

 

노조의 힘이 미치지 않는 사각지대가 너무 많다. 예를 들어 내가 처음으로 그만 둔 중소기업에서는 4대보험의 적용을 못 받았다. 게임 업계에 노조가 있는 회사는 넥슨, 스마일게이트 두 곳 뿐이다. 중소기업에서는 불법과 편법이 만연하다. 당장 나부터 임금 체불을 겪어본 적 있다.

 

이런 한계를 뛰어넘어서 제도화와 입법에 조금이라도 더 기여를 하고 싶었다. 최근까지 업계에 과로 문제가 불거졌고, 포괄임금제 같은 문제도 쌓여있다.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의회로 가고자 한다. 밖에서 외치는 것도 좋지만, 들어갈 수 있을 때 들어가자는 판단도 했다.

 

 

무슨 공약을 들고 나왔나?

 

지금 이 업계는 사람이 전부다. 나는 게임 노동자 중심의 정책을 펼치고 싶다. 게임 노동자의 환경을 개선하면 재밌는 게임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안전벨트와 안전모를 주지 않고 레이스에서 200km/h로 밟으라고 하면 누가 그렇게 하겠나? 나는 게임 노동자들이 더 잘 달릴 수 있도록 안전장치를 만들고 싶다. 그래서 당선되면 환경노동위원회(환노위)를 가고 싶다.

 

정의당 비례대표는 대표 공약을 비롯한 당론을 준수할 의무가 있다. 그 공약들을 소개하자면, 먼저 IT노동인권센터를 설립하는 것이다. 판교나 구로에 센터를 세워 IT 노동자들의 상담하고 그 운영도 노동자들이 직접 하자는 게 현재 공약이다. 일각에서 주 52시간보다 많이 일을 시키도록 규제를 풀려고 하는데, 그 방향으로의 개악은 저지해야 한다.

 

프로게이머의 표준 계약서 도입 등 이들의 처우 개선을 위한 작업이 진행 중인데 내가 책임 지고 끝까지 지켜보려 한다. 프로게이머도 게임업계의 노동자다. 기득권의 언론 플레이 소재로만 활용되고 묻히지 않는 게 중요하다. 화제성만 뽑아먹지 말고 끝까지 가는 국회의원이 되겠다.

 



포괄임금제에 대한 입장은? 'IT·게임 노동자 포괄임금제 폐지법'을 주장하고 있다고.

 

포괄임금제 자체에 문제가 있다. 근무시간을 제대로 측정할 수 없는 직군의 경우, 야근이나 초과근무를 했다고 치고 임금을 주는 것인데 게임 노동은 그 범주에 들어가지 않는다. 해당사항이 없는데 업계에 만연한 것이다. 밤에 일을 해도 야근수당을 받을 수 없다. 법을 악용해 52시간 이상 일을 하는 곳들도 있다.

 

이런 제도는 장시간 노동의 원인이 된다. 수당을 이미 줬다고 보니 무조건 일을 많이 시키는 게 이득이다. 그러면 야근이 일상적으로 발생할 수도 있다. 넥슨과 스마일게이트가 포괄임금제를 폐지하고 연장근무가 절반 이하로 줄어들었다. 

 

문재인 정부가 초기 포괄임금제 폐지를 100대 공약에 포함시켰지만, 아직까지 폐지하지 못했다. 규제 가이드라인도 발표하기로 했지만, 지금 게임업계의 포괄임금제는 "해도 되고 안 해도 되고"지만 하는 게 이득이니까 회사가 노동자들한테 시키는 그런 상태다.

 

 

게임 업계의 특수성을 이해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대부분의 게임이 24시간 굴러가야 하나는 라이브 게임이기 때문에 QA나 점검 차원에서 불가피한 초과노동이 발생할 수 있지 않은가?

 

현실적인 측면은 이해한다. 하지만 회사가 직원들에게 일을 제대로 안 시키니 문제다. 그런 종류의 초과 노동도 법적 한도 내에서 충분히 지킬 수 있는 것들이다.

 

제부터 언제까지 무슨 목적으로 얼마나 일을 더 시켰는지 제대로 체크하고 관리해야 하는데 그것부터 안 되어있다. 포괄임금제라는 테두리 안에서 업무에 대해 비용이 제대로 지급되지 않는 경우가 크다. 가령 메신저를 통해 업무를 지시하고, 스마트폰으로 일을 처리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걸 노동으로 명확히 인정해야 한다.

 

 

업무 집중도를 높이기 위해 크런치 모드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앞서 말했지만, 초과근무는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초과근무로 피해를 입는 것은 노동자다. 그냥 "오래 일하기 싫으니 하지 맙시다"가 아니다. 주 64시간 이상 4주 이상 일하면 과로사 인정 기준을 충족한다. 돈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의 건강이 달린 문제다. 크런치 모드에 대한 법적 안전장치가 제대로 없는 상황이다.

 

회사가 느끼는 출시 압박을 일선 노동자들에게 전가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그렇게 게임이 나오면 부의 분배가 정말로 제대로 되고 있는지도 따져볼 필요가 있다. 고용불안에 시달리면서 크런치를 하는 상황도 많다. 크런치 모드의 리스크는 노동자들이 다 쥐고 있다. 법제화된 안전장치 없는 크런치 모드는 반대한다. 앞서 말했지만 게임은 전부 사람이 하는 일이다.

 

 

다른 업계도 전부 사람이 일하지 않나? '사람이 전부'라는 말의 뜻은 무엇인가?

 

게임산업은 화학산업, 석유산업처럼 수 조, 수 백억 하는 장비가 필요 없다. 사무실과 컴퓨터, 서버만 잘 되어있으면 된다. 원자재 비용보다 인건비 비중이 크기 때문에 사람이 전부라는 것이다.

 

 

'판교의 오징어배'는 옛날 말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그래도 게임 노동자의 노동 조건이 과거에 비해 조금씩 나아지고 있지 않은지?

 

프로젝트의 성공을 위해 어느 정도 희생이 당연하다는 의식이 있다. 노동 조건이 예전보다 나아졌다고 하는 분들도 있다. 현실을 바꾸기 어려우니 그냥 자조하고 마는 케이스도 있다.

 

하지만 이제 오징어배 선주들 말고 선원들 말을 들어볼 때다. 포괄임금제는 폐지되지 않고 있다. 옛날의 진풍경은 사라졌다지만 문제가 많이 남아있다. 중소기업에서는 아직도 52시간 넘게 일하는 사람들이 있다. 옛날보다 나아졌다는 말만 해서는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 "나 때는 말이야" 할 수도 있지만, 상황을 바꾸는 데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게임사가 특별 근로감독을 받은 게 불과 몇 년 전 일이다. 불과 작년에도 게임 노동자가 응급실에 실려간 적 있다. 업계에 돈이 많이 도니 업계인들도 돈을 많이 버는 것처럼 보이지만, 무수히 많은 이들이 최저임금만 받고 일하고 있다. 이러면 의욕이 없어지니 게임 퀄리티가 절대 나아질 수 없다.

 

예전보다 나아졌다는 말을 하기보다는, 바꾸기 위한 행동을 더 하면 좋겠다. 누가 죽고 다치고 해고되어야 되돌아보는 현실을 이제는 바꿔야 한다.

 

 

 

# "국회 가서 게임업계 스피커 하겠다"

 

국회에 들어가서도 계속 노동조합 확대를 주장할 건가? 국회의원이 어떻게 노조 확대를 꾀할 수 있는지?

 

그렇다. 노조를 만들면 조금 더 안전하고 합법적으로 노동 환경을 개선할 수 있다. 사람들이 노조 하면 굉장히 큰 스케일의 일만 한다고 보는데, 직장 내 갑질이나 상담 같은 일상적인 케어도 노조가 한다. 

 

게임업계는 한 회사 근속이 짧다. 일한지 3년이 되면 "떠날 때가 됐다" 이런 말들을 한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이직하겠다고 하면 "딴 데 가도 똑같다"라는 말을 하곤 한다. 정말로 어딜 가나 똑같이 문제라면, 고쳐야 하고 그렇게 하기 위해선 노조의 역할이 중요하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난다고 하는데, 이제 절을 고칠 때가 됐다.

 

정의당에서는 "ILO(국제노동기구) 표준 준수" 등 노조할 권리를 보장하라고 주장한다. ILO 기준에 따르면, 실업자나 해고자도 노조에 가입할 수 있다. 그리고 스마일게이트나 네이버 등이 정의당을 통해 연결돼 노조가 만들어졌고, 카카오와 넥슨도 그 연쇄작용으로 노조가 만들어졌다. 노조 확대를 위해 국회의원이 도울 일이 많다.

 

 

게임 노동자의 권리 개선을 위해서 왜 노동조합과 정의당이 필요한가?

 

회사 망하게 하려고 노조 하는 게 아니다. 회사가 없으면 노조도 없다. 노조도 현실인식이 있다. 회사 돈을 다 뜯어먹겠다는 게 아니다. 죽지 않고, 다치지 않고, 일할 권리를 달라는 거다. 장시간 노동, 고용 불안, 포괄임금제에 시달리는 상황이다. 

 

그리고 노동은 정의당이다. 노동 정책의 경우, 보수 정당이 견제하고 있고 경영계의 반발도 크다. 한 발짝 더 나가기 위해선 정의당에서 확실하게 목소리를 내줘야 한다.

 

 

그 정의당 소속 국회의원만 국회에서 여야를 막론하고 뭉쳤던 '대한민국 게임포럼'에 빠졌다.

 

정의당 내에서 이 문제를 제대로 붙잡고 이끌려던 사람을 찾고 있었다. 그리고 내가 이번에 정의당 IT산업특별위원장이 됐다. 넷마블 문제 때 앞장서서 토론회를 열고, 근로복지공단의 업무상질병판정서 판정 소식을 알린 것이 바로 정의당이다. 아까 말했듯이 노조 결성에도 역할을 했고. 건별 대응은 했지만 상시적으로 대응을 할 만한 인물과 조직이 없었는데, 이제는 내가 그 역할을 해보려 한다.

 

더불어민주당,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등 여야를 막론하고 모였던 국회의 '대한민국 게임포럼'

 

이번 국회에는 대형 게임사 경영인 출신 의원도 있고, 게임에 대한 이해가 높은 의원과 비서관도 있었다. 이들의 의정활동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게임업계를 위해 노력한 의원들이 많지만, 노동자 보호에는 미온적이지 않았나 한다. 특히 게임 경영자 출신의 의원은 업계를 위해 무슨 일을 했는지 잘 모르겠다. ​포괄임금제 폐지 경우에는 여당 공약인데 이행이 되지 않은 케이스다.

 

게임업계에 우호적인 국회의원이 한 명이라도 더 있는 게 중요하다. 어려움을 함께 헤쳐나가고 싶다. 만나서 같이 해내고 싶다는 의지가 있다. 덧붙이자면 게임을 잘 아는 사람이 직접 의원인 것과, 보좌진 중 한 명이 게임을 잘 아는 것의 차이도 있을 거다. 

 

 

한 국회의원은 판교에 "게임중독은 질병"이라는 현수막을 걸었다가 문제된 적 있다.

 

게임에 대해서 제대로 아는 것도 없으면서 자기 언론 플레이를 위해 게임을 이용하는 느낌이라서 화가 많이 났다. 게임을 둘러싼 부정적 인식이 아직 존재하고, 개선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그러면 후보자는 언론 플레이를 위해 게임을 ​이용하지 않는 사람인가?

 

그렇다. 나는 게임을 위해서 활동하는 사람이다. 

 

 

WHO의 '게임 이용 장애' 질병코드 등재에 관한 입장은?

 

유독 게임에만 가혹한 낙인이 찍혔다. 이런 식이라면 스포츠, 영화, 드라마, 유튜브까지도 질병이 될 수 있다. 새누리당의 '게임중독법'을 기억하는가? 게임사에 세금을 걷어서 게임중독 치료센터를 만들자는 법안이 나왔는데, 이런 상황이 차기 국회에서 재현될 수 있다.

 

우선 나는 국회에서 게임에 대한 인식 개선부터 하려 한다. '게임 이용 장애' 국내 도입을 막기 위해 국회에서 움직임을 만들 수도 있다. 내가 국회의원이 된다면 게임업계에 스피커가 하나 더 생기는 셈이다. 

게임 이용 장애를 질병으로 등재하기로 한 세계보건기구(WHO)

 

# "이 정도면 SSR... 여러분의 최애캐 되겠다"

 

총선을 앞두고 어떤 정치세력에서는 IT 산업의 성장을 위해 각종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한다. 

 

공감대 형성이 잘 되지 않는다. 그 분들이 노동자의 입장에서 어떤 이야기를 하고 있나? 건강권과 휴식 등에 대한 이야기가 담보되지 않은 상황에 대해서는 무슨 입장인가?

 

지금 한국 게임 업계의 모델로 실리콘 밸리가 제시되고 있다. 한국에 대기업 반열에 오른 게임 회사들이 엄청 많고, 또 많은 자회사를 거느리고 있다. 넥슨이 설립된지 25년이 지났는데, 아직도 벤처 신화 이야기를 하고 있다. 게임업계는 상황이 더이상 그렇지 않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게임업계의 영업이익이 상당하다. 성공의 결과물이 일선 노동자들에게 골고루 분배되지 않았고 고용안정도 담보되지 않았다. 국내 부자 30위권 안에 게임업계 임원이 4명이나 들어있다. 회사 대표들이 어렵다고 하는 게 진짜 어려워서 어렵다고 하는 건지 되묻고 싶다.

 

한국이 주 52시간 상한제를 도입 중인 이유는 장시간 노동이 건강을 해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게 누군가에겐 천문학적인 돈을 벌 수 있게 하는 기회지만, 누군가는 건강을 잃게 된다. 그러면서 52시간 이상 일하는 게 '노동자의 일할 권리'라고 말한다. 안전장치 이야기는 쏙 빠져있고.

 

모든 규제에 대해서 말하긴 시간이 짧다. 노동자의 건강과 자본가의 돈은 등가교환의 대상이 아니라는 점은 분명히 하고 싶다.

2019 대한민국 게임백서. 2018년 한국의 게임 시장 규모는 14조를 돌파했다.

 

게임산업에 양극화가 고착된지 오래다.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이 자라기 위해 숨통을 열어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는데?

 

게임은 흥행 산업이다. 시간에 쫓기는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은 동의한다. 이들은 투자금과 게임 퍼블리셔에게 의존하는 비율이 지나치게 높다. 하도급에 하도급을 주는 것과 같은 악성 하청, 불공정 계약도 막아야 한다.

 

알아뒀으면 좋겠는 게, 나와 정의당이 기업을 위한 안건을 완전 무시하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노동자에 대한 이야기와 기업에 대한 지원은 별도로 논의할 수 있다. 현행 제도가 노동자와 기업에게 똑같이 불리하다면 같이 목소리를 낼 수도 있다.

 

 

요즘 국산 게임에 창의력이 부족하다는 유저들이 많다. 여기에 대한 입장은 어떤지?

 

기업가들이 기업의 도전을 이야기하지만, 과연 산업 안에서 노동자들이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는 환경인가? 내일을 약속할 수 없으니 도전을 꺼리게 된다. 프로젝트를 빠르게 엎고 사람들은 빠르게 떠나가니 노하우 축적도 안 된다. 나는 좋은 게임이 더 많이 만들기 위해서는 만드는 사람들의 노동 환경이 개선되어야 한다.

 

 

이번 총선에서 게임 노동자와 게이머가 류호정 후보를 선택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게임을 만드는 것은 즐거움을 만드는 일이다. 게임을 만드는 사람들이 그렇게 즐겁지 않은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이 사람들의 환경이 개선되면 더 즐거운, 게이머들이 만족할 수 있을 만한 게임이 나올 거다. 게임을 만드는 사람도 결국 게이머이기 때문이다.

 

노동에 대해 적극적인 주장을 펼치는 정의당에서 IT와 게임 업계의 사정을 잘 아는 사람은 나밖에 없다. 게임업계 출신도 나뿐이다. 다른 정당을 지지하더라도 비례대표 경선의 선거인단에 등록해 투표할 수 있다.

 

현재 국회의원 후보 중에서 게임과 노동 정책을 잘 아는 사람은 나밖에 없다. 게임, 노동, 청년 이 정도면 SSR급 캐릭터다. (웃음) 당선된다면 판교에 사무실을 차리고 게임 노동자들과 열심히 소통하고자 한다. 게임업계 여러분의 최애캐가 되도록 노력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