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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텀블벅 염재승 대표, “크라우드 펀딩 성공요? ‘복제할 수 없는 경험’을 제공하세요”

세이야 (반세이 기자) | 2018-05-29 17: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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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라우드 펀딩의 존재를 처음 알게 된 것은 웹툰 <김철수씨 이야기>를 통해서였습니다. 한국 현대사의 그늘이 개인에게 미친 영향을 다룬 웹툰으로, 그다지 희망적이거나 밝은 내용은 아니었죠. 그럼에도 만화를 계속 보게 만드는 힘이 작가 ‘수사반장’에겐 있었습니다. ‘진흙 속 보석’이라는 말이 잘 어울렸던 작가 수사반장. 저와 같은 마음으로 그를 응원하던 독자들이 상당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김철수씨 이야기> 연재가 갑자기 중단됐습니다. 작가가 생활고로 더이상 웹툰을 그릴 수 없다는 것이 이유였습니다. 웹툰 흥행이 물꼬를 트고 있었으나 수익화 수단은 부족했던 시기였죠. 작가 수사반장은 ‘텀블벅’이라는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에서 연재를 이어나가기 위한 모금을 진행했습니다. 

 

결과만 말하면 펀딩은 대성공을 거뒀습니다. 수사반장의 만화를 계속 보고 싶었던 독자들이 반응했습니다. 작가는 <김철수씨 이야기> 연재를 재개한 것은 물론, 유료 웹툰 플랫폼 ‘레진 코믹스’와 계약해 안정적으로 작품 활동을 할 수 있게 됐습니다. 작품성을 인정받아 인기 웹툰 1위를 달성하고, 만화대상에서는 문화부 장관상을 수상했죠. 

 

태어나면서부터 쓰레기장에 버려진 아이의 고단하고 처절한 삶을 그린 <김철수씨 이야기>

  

<김철수씨 이야기>를 통해 제가 크라우드 펀딩을 알게 된 후 5년이 지났습니다. 수사반장이 펀딩을 받았던 텀블벅이라는 사이트가 생겨난 지는 7년이 됐죠. 크라우드 펀딩은 이제 아마 여러분께도 익숙한 개념이 됐을 겁니다. 게임 개발을 위해 펀딩을 받는 것도 이제 일반적인 이야기가 됐으니까요. 

 

제게 <김철수씨 이야기>의 완결을 만날 수 있게 해 준, 지금도 여전히 창작자들과 사람들을 만나게 한다는 자부심과 미션을 가진 ‘텀블벅’의 염재승 대표를 만났습니다. 텀블벅 사무실이 있는 을지로 위워크에서 텀블벅 이야기, 펀딩 문화에 대한 전반적인 이야기, 게임 펀딩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디스이즈게임 반세이 기자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 ‘텀블벅’ 염재승 대표 

 

크라우드 펀딩: 대중을 뜻하는 크라우드(Crowd)와 자금 조달을 뜻하는 펀딩(Funding)을 조합한 용어로, 온라인 플랫폼을 이용해 다수의 대중으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을 말한다. 초기에는 트위터, 페이스북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적극 활용해 '소셜 펀딩'이라고 불리기도 했다. [네이버 지식백과] 

 

 

2011년 설립된 후 7년이 지났네요. 텀블벅은 지금 어떤 회사인가요?

 

염재승: 여전히 크리에이터들의 문제에 집중하는 스타트업이에요. 제 영화 찍을 자금을 구하기 위해 고민하던 게 텀블벅의 시작이었죠. 제가 영화를 공부했거든요. 자금 문제는 많은 예술학교 친구들이 갖고 있던, 지금도 갖고 있는 고민이에요. 자금을 모으기 위한 다른 방법이 없을까, 온라인을 통해 좀 알릴 수 없을까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가 당시 해외에서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가 나오고 있는 걸 보고 아이디어를 얻었죠. 

 

 

설립할 때 가장 중점을 둔 건 어떤 부분인가요?

 

일단 그땐 해외에 펀더블이라는 사이트가 있었어요. 이후 인디고고가 나왔고, 대중화를 이끌었죠. 킥스타터는 정해진 시간에 목표 금액을 모아야 거래가 되는 시스템을 처음 론칭했어요. 펀더블이 킥스타터랑 비슷했고요.

 

사실 텀블벅은 정말 ‘어떻게 하면 돈을 빨리 모을 수 있을까’에 가장 집중했던 사이트에요. 그래서 무조건 결제를 편하게 하기 위한 방법을 고민했죠. 2011년에 온라인 결제 시스템이 얼마나 복잡했는지 기억하시죠? 지금에야 많이 편해졌지만, 그땐 액티브엑스에 공인인증서에 난리났었잖아요.  

 

 

한국인을 화나게 하려면 고개를 들어 공인인증서를 보게 하라

 

  

생각만 해도 갑갑하네요. (웃음)

 

사실 크라우드 펀딩 서비스를 만드는 것 자체가 아주 재밌는 일은 아니었어요. 다만 결제 방식 간소화 방식을 고민하던 게 재밌었죠. 당시에 온라인에서 결제하려면 너무 번거로웠는데, 정기 결제 서비스는 그런 게 좀 덜 했거든요. 음악 스트리밍 사이트 같은 것 말이에요. 그 개념을 살짝 변용했어요. 한국에서 그런 방식으로 결제 서비스를 만든 건 텀블벅이 처음이었죠. 

 

그때 경쟁사 분께서 텀블벅 결제 시스템을 보시고 금융감독원에 신고를 하셨더라고요. 금감원은 결제가 너무 쉬운 게 좀 이상하긴 한데, 법적으로 하자도 없고 문제가 발생하지도 않으니까 지켜보기만 했던 것 같아요. 그때 꽤 오래 감시(?)받았어요.

 

이 쉬운 결제가 잘 먹혀 들어갔던 것인지 사람들이 사이트에 자꾸 찾아왔어요. 그러다 보니 문의도 많고,  사이트에서 버그도 발견되고요. 다른 친구들은 ‘이거 만들어 놓고 다시 학교 가서 하던 거 해야지’ 였다면 저는 텀블벅이라는 서비스를 좀 진지하게 생각하게 됐죠.

 

 

본인 영화 찍으려고 시작했다지만 비즈니스적으로도 관심이 생겼나 봐요.

 

일단 서비스 운영이라는게 제가 하던 영화라는 매체랑 비슷한 면이 있어요. 영화는 예술학교에서 다루긴 하지만 상업 예술의 측면이 있잖아요. 다양한 사람들을 모아 달래면서(?) 작업하는 예술이기도 하고요. 혼자 만족하면서 할 수 있는 종류의 것이 아니죠. 

 

그리고 영화는 일단 한 번 만들면 끝이잖아요. 근데 서비스는 계속 운영하면서 피드백 받고 고쳐나가고 하는 거니까, 그런 것들에서 오는 기쁨이 있죠. 그 굴레에 빠진 것 같아요. (웃음)

 

 

 영화는 수많은 사람이 협력해 만들어 내는 예술이다. (영화 독전 스틸컷)

‘관객(이용자)’의 반응이 중요하다는 것도 서비스 운영과 닮아있다.

  

 

사이트를 만들어 놓는다고 사람들이 찾아오지는 않잖아요. 

 

2011년 4월에 사이트를 열었어요. 영화 프로젝트 2개로 시작했고요. 첫 날 블로터에서 인터뷰를 해 주시더라고요. 인터뷰 기사가 네이버 메인에 걸렸죠. 근데 그땐 금요일에 네이버 메인에 기사가 올라가면 주말 내내 걸려있었어요. 운이 좋았죠. 처음에 그거 보고 많이 들어오셨어요.  

 

 

반신반의 했을텐데 잘 되니까 신기했겠어요. 다른 전략은 없었나요?

 

결제만큼 중요했던 게 성공 경험을 만들어 주는 거였어요. 당시 펀딩 프로젝트를 하는 분들은 막 1,000만 원, 1억 원 이렇게 큰 목표를 잡은 분들이 있었는데, 당연히 실패했죠. 텀블벅이 집중했던 건 적은 금액이라도 성공한다는 경험을 만들어 주는 것이었어요. ‘텀블벅에 오면 성공한다’라는 인식 말이에요. 초창기 6개월간의 펀딩은 모두 성공했어요. 

 

텀블벅은 적은 금액이라도 ‘성공한다’는 인식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성공 금액의 기준은 어떻게 잡았어요?

 

부천국제영화제에서 설문을 했어요. “여기 오신 분들은 창작자의 연락을 받고 오신 분이냐, 팜플렛 보고 오신 분이냐” 이런 내용의 설문이었죠. 창작자의 지인이 30~40% 정도 되더라고요. 그걸 가지고 창작자 본인이 모을 수 있는 인원 비율을 산정했어요. ‘찾아와 주기까지 하는 지인은 펀딩에서도 도울 확률이 높다’라고 생각했죠.

 

지인을 40%라고 치고 그것의 100%, 즉, 창작자 본인이 모을 수 있는 금액의 두 배 정도를 목표로 잡아보시라. 다소 러프하지만 처음엔 이렇게 권해드렸죠.  

 

 

게임에서도 보통 개발비 대비 훨씬 적은 금액을 펀딩받는 경우가 많잖아요. 사실 그 금액이 실질적으로 얼마나 도움이 될지 궁금했거든요. 

 

그래서 게임쪽에서 처음엔 주목을 안 했어요. ROI(투자대비수익율)가 안 나오니까요. 근데 웹툰 프로젝트가 연이어 성공하면서 게임 쪽 펀딩이 많이 늘었죠. 그땐 레진같은 플랫폼이나 웹툰 하단 광고 같은 게 없어서 유료화 수단이 전혀 없었거든요. 그래서 매주, 매월 펀딩을 받으면서 연재를 이어나가시는 분들이 있었죠. 마사토끼 작가 같은 분들요.  

 

거리 공연자의 약정이라는 채널 아세요? 거리의 예술가가 내 앞에 얼마가 모이면 어떤 작품을 보여주겠다, 또 얼마가 모이면 다른 걸 보여주겠다. 이런 식으로 공연하는 건데요. 그 방식을 웹툰 작가들이 텀블벅에서 사용했어요. 1주일에 한 화, 2주일에 한 화 이런 식이었고 계속 성공했죠. 마사토끼 작가는 60화까지 계속 그렇게 했어요.  

 

웹툰 쪽 오디언스들이 펀딩에 많이 참여하는 걸 보고 먼저 TRPG쪽에서 텀블벅에 오셨어요. 웹툰과 타깃층이 비슷하고, 니즈가 있을거라 생각하셨던 것 같아요. 그래서 그래프를 보면 웹툰 그래프가 이렇게 올라간 다음에 파도처럼 게임쪽이 확 올라갔어요. 1분기 정도 차이를 두고요.  

 

 

텀블벅에 지금까지 올라간 TRPG 프로젝트들은 거의 모두 성공했다.

 

디지털 콘텐츠에 돈을 잘 쓰지 않는 분위기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얼마 전 불법 웹툰 공유 사이트가 긴 운영 끝에 폐쇄되기도 했잖아요. 

 

디지털 콘텐츠가 가지고 있는 속성이 그런 것 같아요. 형태가 없고, 복제가 너무 쉽고요. 마음만 먹으면 돈을 낼 이유가 별로 없죠. 도덕적으로 그러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답이 없는 문제기도 하고요. 텀블벅도 그런 문제에 맞닿아있어요. 

 

실력있는 크리에이터들이 수입을 창출하려면 작품 퀄리티도 좋아야 하지만 펀딩을 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독점적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미 이름난 작가들은 선택지가 많잖아요. 근데 이름을 알릴 필요가 있는 분들은 그런 복제가 안 되는 경험을 제공하는 게 큰 무기가 될 수 있죠. 

 

게임 프로젝트 중에 <트리 오브 라이프>라는 프로젝트에 굉장히 애착이 있어요. 전략을 잘 짰다고 생각해요. 그 게임은 첫 카피를 내려받은 분들께 게임 내에 이름이 박힌 조형물을 만들어 준다는 제안을 했거든요. 사실 이건 복제할 수 없는 그 유저 한 사람만의 경험이잖아요. 

 

 목표 금액의 3배 이상 펀딩된 MMORPG <트리 오브 라이프> 프로젝트

   

콘텐츠를 공짜로 쓰고 싶은 사람들이 있어요. 존재가 있다는 것 자체는 어쩔 수 없죠. 하지만 이들을 이용해야 해요. 콘텐츠가 디지털화 되지 않았을 때는 만화 같은 거 해외에서 보게 하려면 출판하고, 배송하고 해야 하잖아요. 알릴 수 있는 수단도 적고요. 근데 지금은 손쉽게 자기 작품을 알릴 수 있어요. 인터넷에 번역해서 올리면 끝이니까요. 어떤 채널에, 어떤 방법으로 마케팅 할 지 안방에서 다 정하고 실행할 수 있고요. 

 

어떻게 보면 복제가 쉬운 거지만 어떻게 보면 유통 비용이 제로가 된 거죠. 그걸 통해 팬덤이나 위치가 구축되면 복제할 수 없는 경험을 리워드로 제공해서 수익을 창출할 수 있게 되고요. 거기서 더 인지도가 높아지면 메이저로 올라가서 여러 선택의 기회를 갖게 되겠죠. 텀블벅은 기반을 만들어 준다고 보면 될 것 같아요. 

 

이번에 3억 원 정도 펀딩된 <크림 히어로즈>라는 프로젝트가 있어요. 텀블벅 활용하시는 거 보면 말씀드린 것에 딱 부합하는 프로젝트예요. 반려동물 콘텐츠를 만드는 분인데요. 유튜브라는 좋은 플랫폼을 통해 팬덤을 만드셨고, 그 팬덤이 원하는 것들을 굿즈로 만들어 수익을 얻으신 케이스예요.  

 

 최근 약 3억 원을 모으며 성공적으로 마무리 된 ‘크림히어로즈’ 고양이 우산 프로젝트

 

 

대부분의 프로젝트가 성공하는 것 같아요. 초창기 전략에서 지금은 좀 더 발전했을 것 같은데요.

 

2017년 기준으로 평균 60% 정도 성공해요. 분야마다 조금씩 다르고요. 프로젝트가 성공할 수 있도록 내부의 스페셜리스트들이 컨설팅을 해 줘요. 지금 리워드 구성을 이렇게 하셨는데, 데이터를 보면 이용자들이 이 구간을 좀 더 많이 선택하신다. 이런 식으로 데이터를 제공하기도 하고요. 

 

텀블벅에 올라온 프로젝트들은 기본적으로 다 컨설팅을 해 드려요. 텀블벅에 프로젝트를 올리려면 로그인해서, 프로젝트 올리기 버튼 누르고, 내용 작성한 다음 시작하기 누르면 끝인데요. 모든 프로젝트가 라이브 되는 건 아니지만 그 과정까지만 하셔도 필요한 것 보강할 수 있게 해 드리고, 리뷰는 다 드려요. 요청 들어오는 프로젝트는 한달에 1,200건 정도? 요즘 빠르게 늘고 있는 추세에요. 

 

 

게임의 경우 말씀하신 <트리 오브 라이프>도 잘 됐고, 얼마 전에는 <사망여각>이나 <던그리드> 같은 것도 잘 됐어요. 잘 되는 게임 펀딩의 특징이 있나요?

 

아직 나오지 않은 상품이잖아요. 유저들이 게임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경험을 구체적으로 잘 설명해야 해요. <트리 오브 라이프>의 오드원게임즈가 그걸 잘 했죠. 비디오, 사진 등 다양한 수단을 활용했고요. 돈을 내려는 사람들은 내가 이 돈을 내서 어디에 기여할 수 있고, 어떤 체험을 할 수 있는지 알고 싶어해요. 

 

두 번째는 신뢰에요. 물론 약속한 시간을 못 지킬 수는 있어요. 근데 어떤 이유로, 얼마나 지연이 될지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상황을 상세히 전달해야 해요. TRPG 출판사 ‘초여명’이 그걸 아주 칼같이 했죠. 그런 신뢰를 구축하면 그 다음, 또 그 다음 펀딩에서도 성공적인 결과를 낼 수 있어요. 

 

 6,000만 원 가까이 모인 금액으로 게임업계에서도 화제가 된 <던전월드> 프로젝트

   

초여명의 <던전월드>는 굉장히 기억에 남는 케이스예요. 제가 원래 TRPG를 잘 몰랐거든요. 장르도, 이 정도 팬층이 있는 지도 잘 몰랐죠. 초여명의 경우 원체 작업 퀄리티가 높기도 하지만, 텀블벅을 굉장히 전략적으로 잘 이용하시더라고요. 단계를 설정하고 단계에 따른 리워드를 제공하던 방식을 처음으로 초여명이 사용했어요. 300만원 넘으면 번역서가 나올 것이다, 500만원 넘으면 양장본이 나올 것이다 이런 식으로요. 

 

마지막에 되게 재밌게 흘러갔던 게, 초여명이 부부출판사잖아요. 편집장님이 ‘3,000만원이 모이면 우리가 못 갔던 신혼여행을 갈 것이다.’ 이렇게 올리신 거예요. 재밌으라고 올리셨겠죠. (웃음) 근데 그게 트위터에서 확 뜬 거예요. 우리가 이 사람들 신혼여행 보내주자고. 그때 급격하게 펀딩 금액이 올라갔어요. 하루만에 1,000만 원 넘게요.  

 퀄리티에 대한 신뢰와 매력적인 리워드 구성으로 매회 대성공을 거두는 초여명의 TRPG 프로젝트

 

 

그 당시에 1인당 펀딩 금액도 상당히 높았던 것으로 기억해요.

 

TRPG가 어느 정도 출판사에 대한 믿음이 있고 하면 구매 금액이 큰 편에 속하죠. 20만 원씩 하는 것도 있잖아요. 당시 <던전월드>는 참여자 수도 상당히 많았어요. 그걸 통해서 많이 배웠죠. 저는 영화나 관련 예술만 보고 시작했는데 생각도 못했던 분야에서 이런 식의 이용자 층이 많고, 펀딩을 잘 활용하시는 것 보고요. 되게 책임감 많이 느낀 계기였어요.

 

 

게임의 경우 후원자들과의 약속이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좀 있는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일단 크라우드펀딩은 계획에 대한 돈을 내는 것이라 본질적인 부분에 대한 얘기기도 해요. 하지만 저는크리에이터들이 후원자와의 약속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고, 그 약속에는 텀블벅도 어느 정도 책임이 있다고 봐요. 

 

일단 게임의 경우 일반적인 굿즈 만드는 거랑 공정이 좀 다르잖아요. 변동성이 훨씬 크죠. 그래서 지연이 생길 수 있는데, 이때 커뮤니케이션을 잘 하는 게 굉장히 중요해요. 

 

실제로 게임의 경우 펀딩 완료 후 1년이 지났는데도 아무런 리워드를 받지 못하고 계속 기다려 주시는 분들이 있어요. 심지어 댓글에는 “몸 상하면 안 되니까 너무 열심히 하지 말고 쉬엄쉬엄 하라” 이러면서요. 그런 마음을 배신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소통은 잘 하셔야 하고, 일정은 가급적 꼭 지켜주셔야 해요.  

 

후원자들이 ‘믿고’ 펀딩하는 만큼, 신뢰를 지키기 위한 상세한 커뮤니케이션은 필수다.
(픽셀그래픽 로그라이크, <던그리드> 프로젝트) 


텀블벅의 경우 게임은 반드시 알파, 혹은 베타 버전 빌드가 있는 경우에만 프로젝트를 승인해요. 그것마저 없는 상태에서 펀딩받는 것은 너무 위험하기 때문이죠. 펀딩받는 돈이 목적을 달성하는데 적절한지도 꼼꼼히 확인하고요. 잘 안 됐을 경우에 대책도 명시하도록 규정돼 있어요. 게임과 테크쪽은 공정이 다른 만큼 좀 더 엄격히 보는 편이에요. 

 

출판같은 건 상대적으로 좀 리스크가 낮은 편이에요. 그 안에서 변주는 하지만 기성 산업이니까요. 테크나 게임처럼 새로운 제품을 만드는 것은 좀 더 위험하긴 하지만 굉장히 가치있는 일이죠. 또 거기서 재밌는 것들이 나오고요. 

 

 

펀딩은 일단 한 번 하게 되면 계속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이유는 두 가지가 있겠죠. 쇼핑이 아니다 보니 심리적 장벽이 좀 있는데 한 번 해보고 나면 그 심리적 장벽이 좀 낮아지는 거랑, 결제가 너무 쉬우니까 가벼운 마음으로 쓱 펀딩하시는 거예요. 그리고 텀블벅은 돈이 바로 안 나가잖아요. 마감일에 맞춰서 어떤 건 이번 달에 나가고 어떤 건 다음 달에 나가니까 좀 부담이 없는 것 같기도 하고요. 

 

그런 분들 많더라고요. 정신 차려보니 여기 가서 밀어주고 저기 가서 밀어주고 있더라는. (웃음)

 

 

펀딩이 본인의 가치관을 표현하는 하나의 방법으로 사용되고 있는 것 같기도 해요.

 

어떤 걸 소비하느냐가 그 사람을 보여주기도 하니까요. 결제가 쉬우니까 자기 가치에 맞는 후원을 쉽게 할 수 있는거죠. 물건을 받기 위해 펀딩하는 경우도 있지만, 취지가 너무 좋아서 후원하는 경우도 많아졌어요. 그 프로젝트가 하는 일 자체가 가치가 있다고 판단될 때요. 일반적인 공익성의 문제가 아니라 내가 중요하거나 아끼는 대상에 펀딩하는거죠. 

 

 반드시 ‘제품’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닌, ‘제작 지원’ 등의 프로젝트도 많이 진행되고 있다.

   

젊은 층이 소확행(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추구하는 추세도 영향을 끼치는 것 같아요. 내가 가치있다고 생각하는 것에 돈을 쓰고 지금 당장 행복해지는 거죠. 어차피 그 돈 아껴봐야 집 못 사잖아요. 예금해 봤자 이자도 얼마 안 되고. 그런 트렌드가 텀블벅의 컨셉과 잘 맞아떨어지는 것 같아요.

 

얼마 전 펀딩된 쯔꾸르게임 <호텔소울즈>의 경우 40만원을 펀딩한 분이 계셨는데, 컨셉이 너무 마음에 들어서 게임 보지도 않고 제일 비싼걸로 질렀다고 하시더라고요. 이런 경우가 은근히 많아요. 

 

 

회사가 되게 잘 되고 있는 걸로 알아요. 결제 간편화야 다른 사이트들도 다 해결했고, 텀블벅이 주목받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세요? 

 

맞아요.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요. 예전엔 4~5년 거쳐서 100억 모았는데, 이제 1년 만에 100억 모으고, 2018년엔 지금 시점에 400억 바라보고 있어요. 속도는 점점 더 빨라지고 있고요. 회사에 스태프도 적어요. 결제하고 정산하는 과정 같은 반복적인 작업들을 모두 자동화해서 가능한 거죠. 그래야 펀딩 서비스를 어떻게 하면 잘 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만 고민할 수 있으니까요. 높은 생산성에 집중하고 있어요. 

 

지금 한 20명 되는데 2018년 안에 30명 정도 규모까진 늘릴 예정이에요. 회사 자체가 크리에이터들의 기반을 만들어준다는 미션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에 한 명 한 명 꼼꼼히 인터뷰하며 뽑고 있어요. 

 


  

잘 되는 이유라. 저희는 새로운 사람들과 만나는 접점이 되는 서비스에요. 그런 크리에이터들의 마음을 잘 이해하고 있는 스태프들이 있어요. 단순히 펀딩을 플랫폼 사업으로 보는 사람들과, 크리에이터 생태계를 잘 아는 사람들이 그들의 성공을 기원하는 마음으로 운영하는 사이트는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그냥 MD랑 스페셜리스트의 차이죠. 

 

이런 과정이 다르다고 생각해요. 채용할 때도 그 업계에 있었는지를 많이 봐요. 가장 활성화 한 사이트인 것도 많은 영향이 있겠죠. 텀블벅에서 펀딩하면 더 많이 알려질 수 있으니까. 

 

 

텀블벅을 통해 궁극적으론 뭘 하고 싶으세요? 매출 몇 백 억 그런 건 아닐 것 같은데요.

 

매출도 중요하죠. (웃음)

 

 

그럼 펀딩 재벌이 되고 싶으세요? (웃음)

 

그건 단언코 아니고요. (웃음) 요즘 자기가 하고 싶은 걸 하기 너무 힘든 세상이잖아요. 돈 안 되는 것요. 저도 영화할 때 집안 반대를 많이 겪었어요. 될지 안 될지 모르는, 확실하지 않은 건 시도하기 어려운 세상이에요.

 

영화 학교 들어갈 때가 유튜브 처음 나왔을 때에요. 원래 영화는 고가의 필름카메라로 찍었는데, 엄청 작은 디지털 카메라가 영화같은 장면을 만들기 시작하던 때였죠. 앞으로는 영화 말고 출판, 게임 등이 훨씬 더 작은 규모로 임팩트 있는 일을 해낼 수 있을거라 생각했어요. 

 

돈 될 것이 확실하지 않은, 그런 걸 계속 시도할 수 있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그게 돈이 될 수 있는 구조를 만들면 또 더 좋고요. 그게 저와 텀블벅의 목적이고 과제예요.  

 

크라우드 펀딩의 존재를 처음 알게 된 것은 웹툰 <김철수씨 이야기>를 통해서였습니다. 한국 현대사의 그늘이 개인에게 미친 영향을 다룬 웹툰으로, 그다지 희망적이거나 밝은 내용은 아니었죠. 그럼에도 만화를 계속 보게 만드는 힘이 작가 ‘수사반장’에겐 있었습니다. ‘진흙 속 보석’이라는 말이 잘 어울렸던 작가 수사반장. 저와 같은 마음으로 그를 응원하던 독자들이 상당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김철수씨 이야기> 연재가 갑자기 중단됐습니다. 작가가 생활고로 더이상 웹툰을 그릴 수 없다는 것이 이유였습니다. 웹툰 흥행이 물꼬를 트고 있었으나 수익화 수단은 부족했던 시기였죠. 작가 수사반장은 ‘텀블벅’이라는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에서 연재를 이어나가기 위한 모금을 진행했습니다. 

 

결과만 말하면 펀딩은 대성공을 거뒀습니다. 수사반장의 만화를 계속 보고 싶었던 독자들이 반응했습니다. 작가는 <김철수씨 이야기> 연재를 재개한 것은 물론, 유료 웹툰 플랫폼 ‘레진 코믹스’와 계약해 안정적으로 작품 활동을 할 수 있게 됐습니다. 작품성을 인정받아 인기 웹툰 1위를 달성하고, 만화대상에서는 문화부 장관상을 수상했죠. 

 

태어나면서부터 쓰레기장에 버려진 아이의 고단하고 처절한 삶을 그린 <김철수씨 이야기>

  

<김철수씨 이야기>를 통해 제가 크라우드 펀딩을 알게 된 후 5년이 지났습니다. 수사반장이 펀딩을 받았던 텀블벅이라는 사이트가 생겨난 지는 7년이 됐죠. 크라우드 펀딩은 이제 아마 여러분께도 익숙한 개념이 됐을 겁니다. 게임 개발을 위해 펀딩을 받는 것도 이제 일반적인 이야기가 됐으니까요. 

 

제게 <김철수씨 이야기>의 완결을 만날 수 있게 해 준, 지금도 여전히 창작자들과 사람들을 만나게 한다는 자부심과 미션을 가진 ‘텀블벅’의 염재승 대표를 만났습니다. 텀블벅 사무실이 있는 을지로 위워크에서 텀블벅 이야기, 펀딩 문화에 대한 전반적인 이야기, 게임 펀딩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디스이즈게임 반세이 기자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 ‘텀블벅’ 염재승 대표 

 

크라우드 펀딩: 대중을 뜻하는 크라우드(Crowd)와 자금 조달을 뜻하는 펀딩(Funding)을 조합한 용어로, 온라인 플랫폼을 이용해 다수의 대중으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을 말한다. 초기에는 트위터, 페이스북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적극 활용해 '소셜 펀딩'이라고 불리기도 했다. [네이버 지식백과] 

 

 

2011년 설립된 후 7년이 지났네요. 텀블벅은 지금 어떤 회사인가요?

 

염재승: 여전히 크리에이터들의 문제에 집중하는 스타트업이에요. 제 영화 찍을 자금을 구하기 위해 고민하던 게 텀블벅의 시작이었죠. 제가 영화를 공부했거든요. 자금 문제는 많은 예술학교 친구들이 갖고 있던, 지금도 갖고 있는 고민이에요. 자금을 모으기 위한 다른 방법이 없을까, 온라인을 통해 좀 알릴 수 없을까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가 당시 해외에서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가 나오고 있는 걸 보고 아이디어를 얻었죠. 

 

 

설립할 때 가장 중점을 둔 건 어떤 부분인가요?

 

일단 그땐 해외에 펀더블이라는 사이트가 있었어요. 이후 인디고고가 나왔고, 대중화를 이끌었죠. 킥스타터는 정해진 시간에 목표 금액을 모아야 거래가 되는 시스템을 처음 론칭했어요. 펀더블이 킥스타터랑 비슷했고요.

 

사실 텀블벅은 정말 ‘어떻게 하면 돈을 빨리 모을 수 있을까’에 가장 집중했던 사이트에요. 그래서 무조건 결제를 편하게 하기 위한 방법을 고민했죠. 2011년에 온라인 결제 시스템이 얼마나 복잡했는지 기억하시죠? 지금에야 많이 편해졌지만, 그땐 액티브엑스에 공인인증서에 난리났었잖아요.  

 

 

한국인을 화나게 하려면 고개를 들어 공인인증서를 보게 하라

 

  

생각만 해도 갑갑하네요. (웃음)

 

사실 크라우드 펀딩 서비스를 만드는 것 자체가 아주 재밌는 일은 아니었어요. 다만 결제 방식 간소화 방식을 고민하던 게 재밌었죠. 당시에 온라인에서 결제하려면 너무 번거로웠는데, 정기 결제 서비스는 그런 게 좀 덜 했거든요. 음악 스트리밍 사이트 같은 것 말이에요. 그 개념을 살짝 변용했어요. 한국에서 그런 방식으로 결제 서비스를 만든 건 텀블벅이 처음이었죠. 

 

그때 경쟁사 분께서 텀블벅 결제 시스템을 보시고 금융감독원에 신고를 하셨더라고요. 금감원은 결제가 너무 쉬운 게 좀 이상하긴 한데, 법적으로 하자도 없고 문제가 발생하지도 않으니까 지켜보기만 했던 것 같아요. 그때 꽤 오래 감시(?)받았어요.

 

이 쉬운 결제가 잘 먹혀 들어갔던 것인지 사람들이 사이트에 자꾸 찾아왔어요. 그러다 보니 문의도 많고,  사이트에서 버그도 발견되고요. 다른 친구들은 ‘이거 만들어 놓고 다시 학교 가서 하던 거 해야지’ 였다면 저는 텀블벅이라는 서비스를 좀 진지하게 생각하게 됐죠.

 

 

본인 영화 찍으려고 시작했다지만 비즈니스적으로도 관심이 생겼나 봐요.

 

일단 서비스 운영이라는게 제가 하던 영화라는 매체랑 비슷한 면이 있어요. 영화는 예술학교에서 다루긴 하지만 상업 예술의 측면이 있잖아요. 다양한 사람들을 모아 달래면서(?) 작업하는 예술이기도 하고요. 혼자 만족하면서 할 수 있는 종류의 것이 아니죠. 

 

그리고 영화는 일단 한 번 만들면 끝이잖아요. 근데 서비스는 계속 운영하면서 피드백 받고 고쳐나가고 하는 거니까, 그런 것들에서 오는 기쁨이 있죠. 그 굴레에 빠진 것 같아요. (웃음)

 

 

 영화는 수많은 사람이 협력해 만들어 내는 예술이다. (영화 독전 스틸컷)

‘관객(이용자)’의 반응이 중요하다는 것도 서비스 운영과 닮아있다.

  

 

사이트를 만들어 놓는다고 사람들이 찾아오지는 않잖아요. 

 

2011년 4월에 사이트를 열었어요. 영화 프로젝트 2개로 시작했고요. 첫 날 블로터에서 인터뷰를 해 주시더라고요. 인터뷰 기사가 네이버 메인에 걸렸죠. 근데 그땐 금요일에 네이버 메인에 기사가 올라가면 주말 내내 걸려있었어요. 운이 좋았죠. 처음에 그거 보고 많이 들어오셨어요.  

 

 

반신반의 했을텐데 잘 되니까 신기했겠어요. 다른 전략은 없었나요?

 

결제만큼 중요했던 게 성공 경험을 만들어 주는 거였어요. 당시 펀딩 프로젝트를 하는 분들은 막 1,000만 원, 1억 원 이렇게 큰 목표를 잡은 분들이 있었는데, 당연히 실패했죠. 텀블벅이 집중했던 건 적은 금액이라도 성공한다는 경험을 만들어 주는 것이었어요. ‘텀블벅에 오면 성공한다’라는 인식 말이에요. 초창기 6개월간의 펀딩은 모두 성공했어요. 

 

텀블벅은 적은 금액이라도 ‘성공한다’는 인식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성공 금액의 기준은 어떻게 잡았어요?

 

부천국제영화제에서 설문을 했어요. “여기 오신 분들은 창작자의 연락을 받고 오신 분이냐, 팜플렛 보고 오신 분이냐” 이런 내용의 설문이었죠. 창작자의 지인이 30~40% 정도 되더라고요. 그걸 가지고 창작자 본인이 모을 수 있는 인원 비율을 산정했어요. ‘찾아와 주기까지 하는 지인은 펀딩에서도 도울 확률이 높다’라고 생각했죠.

 

지인을 40%라고 치고 그것의 100%, 즉, 창작자 본인이 모을 수 있는 금액의 두 배 정도를 목표로 잡아보시라. 다소 러프하지만 처음엔 이렇게 권해드렸죠.  

 

 

게임에서도 보통 개발비 대비 훨씬 적은 금액을 펀딩받는 경우가 많잖아요. 사실 그 금액이 실질적으로 얼마나 도움이 될지 궁금했거든요. 

 

그래서 게임쪽에서 처음엔 주목을 안 했어요. ROI(투자대비수익율)가 안 나오니까요. 근데 웹툰 프로젝트가 연이어 성공하면서 게임 쪽 펀딩이 많이 늘었죠. 그땐 레진같은 플랫폼이나 웹툰 하단 광고 같은 게 없어서 유료화 수단이 전혀 없었거든요. 그래서 매주, 매월 펀딩을 받으면서 연재를 이어나가시는 분들이 있었죠. 마사토끼 작가 같은 분들요.  

 

거리 공연자의 약정이라는 채널 아세요? 거리의 예술가가 내 앞에 얼마가 모이면 어떤 작품을 보여주겠다, 또 얼마가 모이면 다른 걸 보여주겠다. 이런 식으로 공연하는 건데요. 그 방식을 웹툰 작가들이 텀블벅에서 사용했어요. 1주일에 한 화, 2주일에 한 화 이런 식이었고 계속 성공했죠. 마사토끼 작가는 60화까지 계속 그렇게 했어요.  

 

웹툰 쪽 오디언스들이 펀딩에 많이 참여하는 걸 보고 먼저 TRPG쪽에서 텀블벅에 오셨어요. 웹툰과 타깃층이 비슷하고, 니즈가 있을거라 생각하셨던 것 같아요. 그래서 그래프를 보면 웹툰 그래프가 이렇게 올라간 다음에 파도처럼 게임쪽이 확 올라갔어요. 1분기 정도 차이를 두고요.  

 

 

텀블벅에 지금까지 올라간 TRPG 프로젝트들은 거의 모두 성공했다.

 

디지털 콘텐츠에 돈을 잘 쓰지 않는 분위기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얼마 전 불법 웹툰 공유 사이트가 긴 운영 끝에 폐쇄되기도 했잖아요. 

 

디지털 콘텐츠가 가지고 있는 속성이 그런 것 같아요. 형태가 없고, 복제가 너무 쉽고요. 마음만 먹으면 돈을 낼 이유가 별로 없죠. 도덕적으로 그러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답이 없는 문제기도 하고요. 텀블벅도 그런 문제에 맞닿아있어요. 

 

실력있는 크리에이터들이 수입을 창출하려면 작품 퀄리티도 좋아야 하지만 펀딩을 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독점적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미 이름난 작가들은 선택지가 많잖아요. 근데 이름을 알릴 필요가 있는 분들은 그런 복제가 안 되는 경험을 제공하는 게 큰 무기가 될 수 있죠. 

 

게임 프로젝트 중에 <트리 오브 라이프>라는 프로젝트에 굉장히 애착이 있어요. 전략을 잘 짰다고 생각해요. 그 게임은 첫 카피를 내려받은 분들께 게임 내에 이름이 박힌 조형물을 만들어 준다는 제안을 했거든요. 사실 이건 복제할 수 없는 그 유저 한 사람만의 경험이잖아요. 

 

 목표 금액의 3배 이상 펀딩된 MMORPG <트리 오브 라이프> 프로젝트

   

콘텐츠를 공짜로 쓰고 싶은 사람들이 있어요. 존재가 있다는 것 자체는 어쩔 수 없죠. 하지만 이들을 이용해야 해요. 콘텐츠가 디지털화 되지 않았을 때는 만화 같은 거 해외에서 보게 하려면 출판하고, 배송하고 해야 하잖아요. 알릴 수 있는 수단도 적고요. 근데 지금은 손쉽게 자기 작품을 알릴 수 있어요. 인터넷에 번역해서 올리면 끝이니까요. 어떤 채널에, 어떤 방법으로 마케팅 할 지 안방에서 다 정하고 실행할 수 있고요. 

 

어떻게 보면 복제가 쉬운 거지만 어떻게 보면 유통 비용이 제로가 된 거죠. 그걸 통해 팬덤이나 위치가 구축되면 복제할 수 없는 경험을 리워드로 제공해서 수익을 창출할 수 있게 되고요. 거기서 더 인지도가 높아지면 메이저로 올라가서 여러 선택의 기회를 갖게 되겠죠. 텀블벅은 기반을 만들어 준다고 보면 될 것 같아요. 

 

이번에 3억 원 정도 펀딩된 <크림 히어로즈>라는 프로젝트가 있어요. 텀블벅 활용하시는 거 보면 말씀드린 것에 딱 부합하는 프로젝트예요. 반려동물 콘텐츠를 만드는 분인데요. 유튜브라는 좋은 플랫폼을 통해 팬덤을 만드셨고, 그 팬덤이 원하는 것들을 굿즈로 만들어 수익을 얻으신 케이스예요.  

 

 최근 약 3억 원을 모으며 성공적으로 마무리 된 ‘크림히어로즈’ 고양이 우산 프로젝트

 

 

대부분의 프로젝트가 성공하는 것 같아요. 초창기 전략에서 지금은 좀 더 발전했을 것 같은데요.

 

2017년 기준으로 평균 60% 정도 성공해요. 분야마다 조금씩 다르고요. 프로젝트가 성공할 수 있도록 내부의 스페셜리스트들이 컨설팅을 해 줘요. 지금 리워드 구성을 이렇게 하셨는데, 데이터를 보면 이용자들이 이 구간을 좀 더 많이 선택하신다. 이런 식으로 데이터를 제공하기도 하고요. 

 

텀블벅에 올라온 프로젝트들은 기본적으로 다 컨설팅을 해 드려요. 텀블벅에 프로젝트를 올리려면 로그인해서, 프로젝트 올리기 버튼 누르고, 내용 작성한 다음 시작하기 누르면 끝인데요. 모든 프로젝트가 라이브 되는 건 아니지만 그 과정까지만 하셔도 필요한 것 보강할 수 있게 해 드리고, 리뷰는 다 드려요. 요청 들어오는 프로젝트는 한달에 1,200건 정도? 요즘 빠르게 늘고 있는 추세에요. 

 

 

게임의 경우 말씀하신 <트리 오브 라이프>도 잘 됐고, 얼마 전에는 <사망여각>이나 <던그리드> 같은 것도 잘 됐어요. 잘 되는 게임 펀딩의 특징이 있나요?

 

아직 나오지 않은 상품이잖아요. 유저들이 게임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경험을 구체적으로 잘 설명해야 해요. <트리 오브 라이프>의 오드원게임즈가 그걸 잘 했죠. 비디오, 사진 등 다양한 수단을 활용했고요. 돈을 내려는 사람들은 내가 이 돈을 내서 어디에 기여할 수 있고, 어떤 체험을 할 수 있는지 알고 싶어해요. 

 

두 번째는 신뢰에요. 물론 약속한 시간을 못 지킬 수는 있어요. 근데 어떤 이유로, 얼마나 지연이 될지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상황을 상세히 전달해야 해요. TRPG 출판사 ‘초여명’이 그걸 아주 칼같이 했죠. 그런 신뢰를 구축하면 그 다음, 또 그 다음 펀딩에서도 성공적인 결과를 낼 수 있어요. 

 

 6,000만 원 가까이 모인 금액으로 게임업계에서도 화제가 된 <던전월드> 프로젝트

   

초여명의 <던전월드>는 굉장히 기억에 남는 케이스예요. 제가 원래 TRPG를 잘 몰랐거든요. 장르도, 이 정도 팬층이 있는 지도 잘 몰랐죠. 초여명의 경우 원체 작업 퀄리티가 높기도 하지만, 텀블벅을 굉장히 전략적으로 잘 이용하시더라고요. 단계를 설정하고 단계에 따른 리워드를 제공하던 방식을 처음으로 초여명이 사용했어요. 300만원 넘으면 번역서가 나올 것이다, 500만원 넘으면 양장본이 나올 것이다 이런 식으로요. 

 

마지막에 되게 재밌게 흘러갔던 게, 초여명이 부부출판사잖아요. 편집장님이 ‘3,000만원이 모이면 우리가 못 갔던 신혼여행을 갈 것이다.’ 이렇게 올리신 거예요. 재밌으라고 올리셨겠죠. (웃음) 근데 그게 트위터에서 확 뜬 거예요. 우리가 이 사람들 신혼여행 보내주자고. 그때 급격하게 펀딩 금액이 올라갔어요. 하루만에 1,000만 원 넘게요.  

 퀄리티에 대한 신뢰와 매력적인 리워드 구성으로 매회 대성공을 거두는 초여명의 TRPG 프로젝트

 

 

그 당시에 1인당 펀딩 금액도 상당히 높았던 것으로 기억해요.

 

TRPG가 어느 정도 출판사에 대한 믿음이 있고 하면 구매 금액이 큰 편에 속하죠. 20만 원씩 하는 것도 있잖아요. 당시 <던전월드>는 참여자 수도 상당히 많았어요. 그걸 통해서 많이 배웠죠. 저는 영화나 관련 예술만 보고 시작했는데 생각도 못했던 분야에서 이런 식의 이용자 층이 많고, 펀딩을 잘 활용하시는 것 보고요. 되게 책임감 많이 느낀 계기였어요.

 

 

게임의 경우 후원자들과의 약속이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좀 있는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일단 크라우드펀딩은 계획에 대한 돈을 내는 것이라 본질적인 부분에 대한 얘기기도 해요. 하지만 저는크리에이터들이 후원자와의 약속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고, 그 약속에는 텀블벅도 어느 정도 책임이 있다고 봐요. 

 

일단 게임의 경우 일반적인 굿즈 만드는 거랑 공정이 좀 다르잖아요. 변동성이 훨씬 크죠. 그래서 지연이 생길 수 있는데, 이때 커뮤니케이션을 잘 하는 게 굉장히 중요해요. 

 

실제로 게임의 경우 펀딩 완료 후 1년이 지났는데도 아무런 리워드를 받지 못하고 계속 기다려 주시는 분들이 있어요. 심지어 댓글에는 “몸 상하면 안 되니까 너무 열심히 하지 말고 쉬엄쉬엄 하라” 이러면서요. 그런 마음을 배신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소통은 잘 하셔야 하고, 일정은 가급적 꼭 지켜주셔야 해요.  

 

후원자들이 ‘믿고’ 펀딩하는 만큼, 신뢰를 지키기 위한 상세한 커뮤니케이션은 필수다.
(픽셀그래픽 로그라이크, <던그리드> 프로젝트) 


텀블벅의 경우 게임은 반드시 알파, 혹은 베타 버전 빌드가 있는 경우에만 프로젝트를 승인해요. 그것마저 없는 상태에서 펀딩받는 것은 너무 위험하기 때문이죠. 펀딩받는 돈이 목적을 달성하는데 적절한지도 꼼꼼히 확인하고요. 잘 안 됐을 경우에 대책도 명시하도록 규정돼 있어요. 게임과 테크쪽은 공정이 다른 만큼 좀 더 엄격히 보는 편이에요. 

 

출판같은 건 상대적으로 좀 리스크가 낮은 편이에요. 그 안에서 변주는 하지만 기성 산업이니까요. 테크나 게임처럼 새로운 제품을 만드는 것은 좀 더 위험하긴 하지만 굉장히 가치있는 일이죠. 또 거기서 재밌는 것들이 나오고요. 

 

 

펀딩은 일단 한 번 하게 되면 계속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이유는 두 가지가 있겠죠. 쇼핑이 아니다 보니 심리적 장벽이 좀 있는데 한 번 해보고 나면 그 심리적 장벽이 좀 낮아지는 거랑, 결제가 너무 쉬우니까 가벼운 마음으로 쓱 펀딩하시는 거예요. 그리고 텀블벅은 돈이 바로 안 나가잖아요. 마감일에 맞춰서 어떤 건 이번 달에 나가고 어떤 건 다음 달에 나가니까 좀 부담이 없는 것 같기도 하고요. 

 

그런 분들 많더라고요. 정신 차려보니 여기 가서 밀어주고 저기 가서 밀어주고 있더라는. (웃음)

 

 

펀딩이 본인의 가치관을 표현하는 하나의 방법으로 사용되고 있는 것 같기도 해요.

 

어떤 걸 소비하느냐가 그 사람을 보여주기도 하니까요. 결제가 쉬우니까 자기 가치에 맞는 후원을 쉽게 할 수 있는거죠. 물건을 받기 위해 펀딩하는 경우도 있지만, 취지가 너무 좋아서 후원하는 경우도 많아졌어요. 그 프로젝트가 하는 일 자체가 가치가 있다고 판단될 때요. 일반적인 공익성의 문제가 아니라 내가 중요하거나 아끼는 대상에 펀딩하는거죠. 

 

 반드시 ‘제품’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닌, ‘제작 지원’ 등의 프로젝트도 많이 진행되고 있다.

   

젊은 층이 소확행(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추구하는 추세도 영향을 끼치는 것 같아요. 내가 가치있다고 생각하는 것에 돈을 쓰고 지금 당장 행복해지는 거죠. 어차피 그 돈 아껴봐야 집 못 사잖아요. 예금해 봤자 이자도 얼마 안 되고. 그런 트렌드가 텀블벅의 컨셉과 잘 맞아떨어지는 것 같아요.

 

얼마 전 펀딩된 쯔꾸르게임 <호텔소울즈>의 경우 40만원을 펀딩한 분이 계셨는데, 컨셉이 너무 마음에 들어서 게임 보지도 않고 제일 비싼걸로 질렀다고 하시더라고요. 이런 경우가 은근히 많아요. 

 

 

회사가 되게 잘 되고 있는 걸로 알아요. 결제 간편화야 다른 사이트들도 다 해결했고, 텀블벅이 주목받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세요? 

 

맞아요.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요. 예전엔 4~5년 거쳐서 100억 모았는데, 이제 1년 만에 100억 모으고, 2018년엔 지금 시점에 400억 바라보고 있어요. 속도는 점점 더 빨라지고 있고요. 회사에 스태프도 적어요. 결제하고 정산하는 과정 같은 반복적인 작업들을 모두 자동화해서 가능한 거죠. 그래야 펀딩 서비스를 어떻게 하면 잘 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만 고민할 수 있으니까요. 높은 생산성에 집중하고 있어요. 

 

지금 한 20명 되는데 2018년 안에 30명 정도 규모까진 늘릴 예정이에요. 회사 자체가 크리에이터들의 기반을 만들어준다는 미션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에 한 명 한 명 꼼꼼히 인터뷰하며 뽑고 있어요. 

 


  

잘 되는 이유라. 저희는 새로운 사람들과 만나는 접점이 되는 서비스에요. 그런 크리에이터들의 마음을 잘 이해하고 있는 스태프들이 있어요. 단순히 펀딩을 플랫폼 사업으로 보는 사람들과, 크리에이터 생태계를 잘 아는 사람들이 그들의 성공을 기원하는 마음으로 운영하는 사이트는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그냥 MD랑 스페셜리스트의 차이죠. 

 

이런 과정이 다르다고 생각해요. 채용할 때도 그 업계에 있었는지를 많이 봐요. 가장 활성화 한 사이트인 것도 많은 영향이 있겠죠. 텀블벅에서 펀딩하면 더 많이 알려질 수 있으니까. 

 

 

텀블벅을 통해 궁극적으론 뭘 하고 싶으세요? 매출 몇 백 억 그런 건 아닐 것 같은데요.

 

매출도 중요하죠. (웃음)

 

 

그럼 펀딩 재벌이 되고 싶으세요? (웃음)

 

그건 단언코 아니고요. (웃음) 요즘 자기가 하고 싶은 걸 하기 너무 힘든 세상이잖아요. 돈 안 되는 것요. 저도 영화할 때 집안 반대를 많이 겪었어요. 될지 안 될지 모르는, 확실하지 않은 건 시도하기 어려운 세상이에요.

 

영화 학교 들어갈 때가 유튜브 처음 나왔을 때에요. 원래 영화는 고가의 필름카메라로 찍었는데, 엄청 작은 디지털 카메라가 영화같은 장면을 만들기 시작하던 때였죠. 앞으로는 영화 말고 출판, 게임 등이 훨씬 더 작은 규모로 임팩트 있는 일을 해낼 수 있을거라 생각했어요. 

 

돈 될 것이 확실하지 않은, 그런 걸 계속 시도할 수 있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그게 돈이 될 수 있는 구조를 만들면 또 더 좋고요. 그게 저와 텀블벅의 목적이고 과제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