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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중독. 까기만 하면 끝이냐? 티리온 11-17 조회 4,896 공감 3 22

2010년 11월. 게임 중독에 빠진 학생이 우발적으로 어머니를 살해하고 자살한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이에 언론은 기다렸다는 듯, 게임 중독을 까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모든 종류의 중독이 그렇듯, 게임 중독도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환경의 문제가 큽니다.

특히나 청소년 게임 중독의 경우엔, 환경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제가 어린 시절 게임을 시작해, 제 인생의 2/3을 가까이 게임을 했지만, 게임 중독이라고 자각할 정도로 심각하게 게임에 빠져든 시점은 2004년 말, 와우가 나왔을 때였습니다.

 

이때 문제는 와우가 아니라, 제 주변환경이었습니다. 미래에 대한 전망도 불투명하고, 현실 기반도 불안정할 때였죠.

 

게임은 그때 유일한 도피처였습니다. 사회와 달리, 그 세계 안에서는 미래가 뚜렷하고, 노력한 만큼 성과가 돌아오니까요.

 

 

하지만 언론 보도는 그런 환경적 압박에 대한 고려 없이 선정적으로 게임을 만악의 근원처럼 까댑니다. 그건 매우 불공평하고 무식한 처사가 아닐 수 없습니다.

 

실제로 게임중독이 일으키는 문제는, 알콜 중독에 비하면 아주 소소한 수준에 불과하죠.

(아마 사실 공식 통계조사를 하는지조차 모르겠군요.)

 

 

게다가 그렇게 까면서도 정작 게임 중독에 대한 치료시설은 거의 없습니다.

 

제가 알기론, 상담기관만 좀 있을 뿐입니다.

하지만 그분들은 심리학 전공자이며, 정신과 의사가 아니라서 처방할 수 있는 수단이 제한적인데다가,

중독의 원인으로부터 격리시키고 치료할 수 있는 것도 아니어서 효과는 거의 없다고 생각합니다.

 

 

상황이 그런데도, 환경의 개선 노력도, 치료를 위한 예산 확보와 투자도 없이,

일방적으로 까는 만 하는 건 너무 불공평한 처사가 아닐 수 없습니다.

 

 

고로, 중독이 되기 전의 책임은 개인과 게임회사도 어느 정도 나눠지워야 하지만,

(개인의 노력 & 게임회사의 피로도 시스템 및 보호자에 의한 시간통제 등등)

 

중독이 되고 난 다음의 치료는 개인의 노력과 게임 회사의 손에서 벗어나 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부디 언론에서 사건만 터졌다 하면, '게임 중독 때문이라며? 까자!'하는 기사가 아니라, 좀 더 통찰력 있고, 현실적인 해결책까지 요구하는 기사를 써줬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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