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큘러스 리프트가 2012년 로스앤젤레스 E3에서 첫선을 보인지 어느덧 2년이 흘렀습니다. 그동안 가상현실 시장은 수많은 신기술과 혁신을 준비했고 알게 모르게 게임시장의 패러다임은 변혁해가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가상현실은 아직 대중에게까지 잘 알려지지는 않았습니다. 시장이 그토록 급변해가건만, 어찌 그것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을 수 있었을까요. 하지만 믿어지건 믿어지지 않건 대중의 무지(죄송하지만 이것보다 더 적합한 단어를 모르겠습니다.) 분명한 사실이고, 그것은 PrioVR이라는 혁명적인 제품이 1차 킥스타터 모금에서 실패했다는 실제사례로 잘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래서인지 이번 CES 2014에는 온갖 종류의 야망가들이 신기술로 무장한채 라스 베가스에 입성했습니다. 야망가들은 그들 스스로를 맛들어지게 포장해 대중에게 선보이기 위해 온힘을 기울였습니다. Prio VR, Virtuix Omni, Oculus Rift Crystal Cove, 사실상 가상현실 기술의 현재가 이번 CES 2014에서 마음껏 선보여졌습니다. 그것들을 보니 저는 가상현실의 현재가 놀라워 그저 입이 떡 벌어졌습니다. 가상현실은 어느새 다가왔고 그것은 제 예상보다 훨씬 빨랐습니다. 기술의 발전은 저를 기다려주지 않았고, 그래서인지 진보는 너무도 매혹적입니다.
가상현실 시장의 새로운 야망가들은 과거에는 그저 상상만 해왔던 새로운 패러다임의 게임들을 가능하게 만들어주고 새로운 패러다임의 가상현실 시장을 개척해냈습니다. 이미 레이저 히드라, 위, 키넥트, VirtuSphere, 오큘러스 리프트 이전의 HMD, 그외 기타등등의 다양한 제품들이 과거 가상현실 시장의 명목을 근근하게나마 이어가고 있었지만, 2014년은 그정도로 멈추지 않습니다. 오큘러스 리프트가 휘몰아치는 광풍으로서 무너트린 가상현실과 현실의 장벽은 수많은 야망가들을 게임시장으로 불러왔고 이제 그들은 게임시장을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급변시킬 것입니다. 그 변화의 조짐은 이미 보이기 시작합니다. 이제 게임 개발은 가상현실과 어떤 식으로든 연관될 수 밖에 없으며, 저희의 일상적인 삶 또한 마찬가지일 수 밖에 없습니다. 가상현실을 통해 저희는 그동안 상상만 해왔던 것들을 현실처럼 누릴 수 있습니다. 방구석에 앉아 홈시네마를 만끽할 수도 있겠고, 실제로 몸을 움직여 격렬하게 뛰어다니며 MMORPG의 강력한 PK 유저로부터 온힘을 다해 도망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PK 유저와 당신, 둘중 누구의 다리가 더 튼튼하느냐에 따라 누가 살고 누가 죽는지가 결정될지도 모릅니다. 현실과 가상현실의 경계가 서서히 모호해지기 시작해지는 것이지요. 그것은 현실과 가상현실간의 크나큰 시너지효과를 일으킬 것입니다.
하지만 그와함께 새로운 윤리적, 사회적 문제도 나오겠지요. 보수적인 신문은 가상현실의 발전이 현실과 가상현실을 착각하게 만들지도 모른다는 구닥다리 주장을 다시 시작하겠고 가상현실의 규제는 전사회적인 논란과 분쟁을 일으킬 것입니다. 거기에 여가를 즐기는 방식도 바뀔 수 뿐이 없을텐데, 멀티방이 이미 시장에 존재하니 VR방이 생기지 말란 법이 어디 있습니까? 사실상 새로운 패러다임이 미국에서부터 시작해 전세계로 물결치듯 퍼져나가 지구촌의 모든 사회를 어떤 모습으로든 바꿔놓을 것이라 볼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바로 지금 이 순간, 불과 며칠전에 끝났던 CES 2014에서 시작했었습니다.
이게 전부가 아닙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레드오션으로 유명한 콘솔시장에 끼어들기로 결정을 내림으로서 시장에 격변을 불러왔던 것 처럼, 새로운 패러다임의 콘솔 기기인 스팀박스가 이번 CES 2014를 통해 그동안 숨겨왔던 본질을 한번에 확 크게 드러냈습니다. 오로지 자사에서만 콘솔기기를 제작하고 서드파티 회사에 게임개발을 맡기던 기존의 콘솔삼강과는 달리, 밸브 자체는 스팀박스의 지원에만 초점을 맞추고 콘솔기기의 제작 부분은 수십개의 타사들에게 맡기는 형태를 취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자연스레 경질되어있던 콘솔시장에 활력을 불러일으키겠고, 마치 아타리가 살아 숨쉬던 시절 벌어졌던 콘솔 춘추전국처럼 수많은 회사들의 경쟁을 불러올 것입니다. 상호존중, 자유, 소비자 친화성, 유연성을 중시하는 밸브다운 정책이며 이 밸브다운 정책에 기존의 콘솔삼강은 어떤식으로든 적응해야만하는 상황에 놓였습니다. 이들이 과연 어떻게 대응할까요? 어떤 선택을 내리던 그것은 그들 콘솔삼강의 선택이며, 그들이 원래라면 내리지 않았을 선택과 진로를 걷도록 강요하는 것 만으로도 스팀박스는 정체되어있던 콘솔시장을 되살리고 있다 저는 봅니다.
네, 그렇습니다. CES 2014는 하나의 대단하고 웅장했던 시대가 어떻게 결국 종말을 맞이하는지를, 그리고 그 종말과 함께 어떤 혁명적 패러다임이 새벽녘처럼 떠오르는지를 보여주었습니다. 이제 저희는 완전히 새로운 게임시장에서 살고 있습니다. 여러분이 그것을 실감하던 실감하지 못하던 그 사실은 변하지 않습니다. 진보는 거칠고 맹목적인 불독이기에 한번 목줄이 풀리면 스스로 지쳐 나가떨어지기 전까지는 절대 무엇에 의해서도 멈추지 않습니다. 며칠전과 바로 지금 오늘 이 순간이 아무런 차이가 느껴지지 않을지언정, 앞으로 십년 후 수많은 게이머들은 바로 지금 2014년의 이 순간을 한 시대가 끝나며 새로운 시대가 시작한 바로 그 순간으로 바라볼 것입니다. 그렇기에 CES 2014는 한 시대의 종말과 다른 시대의 여명을 상징하는 행사이며 가장 중요한 CES중 하나입니다. 새로운 시대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