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시리즈로 기획되어 연재되고 있습니다.

양념게장을 비롯 각종 김치와 반찬을 게임머니로 팔겠다는 것이었다.
모두가 황당해했지만 당시 게임머니 <-> 실제 돈의 시세를 따져봐도 그럭저럭 나쁘지 않았는지 많은 이들이 혹했고, 이런 어처구니없는 거래들에 흥미를 느낀 사람들은 이곳저곳으로 거래 글을 소개하고 다니며 판매에 부채질을 했다. 많은 이들이 게임머니를 선입금해서 이 어처구니없는 거래의 산물이 내 밥상에 올라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이 판매자는 수십억의 골드만을 챙긴 채 글을 삭제하고 잠적해버린다.
자신들이 사기를 당했음을 알게 된 유저들은 분노했지만 게임머니는 가상의 화폐로서 법적 재물로 인정이 안됐고, 이 때 나타난 자칭 신상 털이 전문가에게 많은 이들이 마지막 희망을 걸게 된다. [# //aradreial.tistory.com/128] 약간의 사례금을 얹어주면 통쾌한 복수도 하고 내 게임머니도 찾고 얼마나 좋은가?
근데 알고 보니 이 녀석과 사기꾼이 동일인물이었다.
그렇게 마비노기 영웅전의 유저들은 단 한 사람의 사기꾼에게 두 번씩이나 사기를 당하고 게임머니와 아이템을 뜯긴다.
자신들이 두 번씩이나 사기를 당했다는 사실에 자괴감을 느끼던 그 무렵.
마비노기 영웅전에는 이 사기꾼과 평소부터 사이가 안 좋으면서도 인지도가 높은 유저가 있었는데, 딱히 사례금을 요구하는 것도 없으면서 자기가 사기꾼의 신상을 털었다고 올리는 게 아닌가? 더욱 황당한 건 이 사기꾼이 진짜로 거기에 쫄았다는 것과 경찰서에서 전화가 왔다며 질질 짜는 것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올라온 반성문과 경찰서 다녀온 후기.
오오오! 마침내 마비노기 영웅전에도 정의가 실현되는가!!
요약 : 힝! 속았지!
알고 보니 그 유명인과 사기꾼이 철저히 계획한 사기 행각이었고 경찰서 같은 건 당연히 거짓말. 자신과 그 유명인이 사전에 계획한 사기라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서 채팅 내용까지 공개하는 그 모습에서 마비노기 영웅전의 유저들은 3번씩이나 같은 인물에게 사기를 당한 자신들을 원망하게 된다. 이 때 피해 금액이 대략적으로 추산해봤을 때 300억 골드에 육박한다고 하니 얼마나 많은 유저들이 사기를 당했는지 알 수 있다. 웬만한 15강 만랩 전용 레어 아이템도 거래소에선 천만 원단위밖에 안 하는데…….
이 사건은 인터넷을 타고 루리웹, 디시인사이드, 일베, 오유 등에 퍼지며 여러 사람들에게 웃음을 선사하고 막을 내렸다 한다.
사기꾼과의 인터뷰 : //gaofar.egloos.com/4597329
時は移り、所は変われど
人類の営みには何ら変わることはない
시간은 흐르고, 장소는 변하지만, 인류의 삶에는 무엇 하나 변할 것이 없다.
- 애니메이션 은하영웅전설 中
: E3 2010 Music Video (Shinedown Diamond Eyes)
(영상 : patton71489 - //youtu.be/L7fgac4XTFo)
1. 역사는 유저가 쓰는 것이다 : 이브온라인 B-R5RB 전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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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에 있었던 폭동이 진정되고 이브 온라인은 꾸준히 발전하여 많은 사랑을 받습니다.
국내에서도 알게 모르게 유명세를 탔고 일본에는 넥슨 일본 법인을 통해 서비스가 되기 시작하면서 감격스러운 아시아권 진출!
하지만 사건은 의외의 장소에서 사소한 일로 발생한다.
이브온라인에 B-R5RB라는 이름의 지역이 있는데 이곳은 N3PL 연합 소속 Pandemic Legion(이하 PL, 길드 이름입니다.) 에게 매우 중요한 전략적 거점이었고, 이곳에는 수많은 함선과 전쟁 물자들이 저장되어 있습니다. 근데 이곳이 2014년 1월 27일 뜬금없이 무소유의 중립지대로 바뀝니다. 그 이유가 가관인데 세금 납부를 깜빡해서랍니다.
이브온라인은 콩코드라고 하는 NPC 경비병 같은 개념의 세력이 있는데, 콩코드는 일정량의 세금을 받는 조건으로 길드에게 통치권을 인정해주고 자잘한 도움을 줍니다. 헌데 돈이 들어오지 않았으니 가차 없이 통치권을 박탈해버린 거죠. 운영자가 관리하는 거면 모를까 시스템이 자동으로 운영하는 세력이니 자비란 없습니다.
N3PL에선 통치권을 수복하기 위해 영토 확장을 시도하지만, 일전에 이 길드에게 함대를 잃고 패주하였던 GoonSwarm의 CFC와 러시아 연합이 보복 차원에서 기습 공격을 감행했고 이것을 막고 B-R5RB를 수복하려는 N3PL 연합이 총력전을 벌이며 전쟁이 발발합니다.
이 날은 역시나 실수로 전쟁이 발발한 아사카이 전투가 있은지 정확히 1년이 되는 날이었습니다.

B-R5RB의 소유권을 박탈당한 N3PL 연합은 상당수의 장비와 물자가 동결된 상태에서 불리한 전쟁을 시작합니다.
전쟁이 발발한 이후 게임 서버에선 TiDi라는 시스템이 서버 과부하를 막기 위해 게임 내 속도를 10%까지 하향 조정. 이브온라인의 제작사인 CCP가 집계한 공식 기록에 의하면 55개의 동맹(길드)이 참전하고, 717개의 회사가 뛰어들었으며, 7548명의 유저들이 활약하여 21시간 동안 전쟁을 벌였습니다. (영상 속 함선들의 움직임이 느린 것도 이 TiDi 시스템 때문입니다.)
만드는데 현실 시간으로 6주가 걸리고, 파일럿 육성에 연 단위의 시간이 걸리는 게임 속 최강의 우주전함 타이탄이 75대(N3PL 59대, CFC/러시아 연합 16대)씩이나 격침되고, 13대의 슈퍼 캐리어, 370대의 드레드노트, 123대의 캐리어가 산화했습니다.
타이탄 한 척을 건조하는데 드는 비용을 현실 돈으로 환산하면 3,000 ~ 5,000 달러가 소모되며 이것은 우리나라 돈으로 322만 원~537만 원을 호가하는 엄청난 녀석입니다. 이런 녀석이 75대씩이나 산화했고 그들 곁에서 임무를 수행하던 수 많은 군소 함선들이 우주의 먼지로 바뀌어버렸으니 이 전쟁이 얼마나 거대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세력별 손실액 통계
파란색이 N3PL/주황색이 CFC, 러시아 연합
앞서 말했듯 B-R5RB에 있었던 함선과 물자들이 동결되버렸고, 미리 진을 치고 기다리던 CFC, 러시아 연합에게 점점 밀리기 시작합니다. 싸움이 불리해진 N3PL 측은 눈물을 머금고 값비싼 함선들을 미끼로 던지며 후퇴를 감행했지만, 그나마도 CFC/러시아 연합 측 스파이들 때문에 저지당해서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이 되었고 결국 대부분이 무참히 도륙 당합니다.
하지만 이브온라인은 하루에 한 번씩 30분 동안 무조건적으로 점검을 하고 있었고.
N3PL 길드는 이것을 이용하여 28일 저녁 점검 시간을 이용해 가까스로 탈출에 성공하여 B-R5RB 전투는 막을 내립니다.
나중에 게임회사에서 이 전쟁에 대한 통계를 내놨는데 피해 금액이 11,000,000,000,000 ISK
실제 돈으로 환산하면 300,000 USD ~ 350,000 USD
우리나라 돈으로 3억 2천에서 5억 3천만 원이 허공에 날아간 겁니다.
(2014년 2월 8일 환율 기준)
※ 본 영상은 B-R5RB 전투와 관련이 없을 수 있으며, 읽으시는 분들의 이해를 위해 첨부하였습니다.
우리나라의 리니지도 억 소리 나는 현금거래가 드물게 있고 그 중 진명황의 집행검이 4강 기준 1억 2천만 원을 한다지만, 이쪽은 강화했다가 날려먹기 전까진 아이템이 소실되지 않습니다. 다른 이의 손에 넘어간다고 해도 1억 2천만 원이라는 가치는 그대로 유지되는 거죠.
하지만 이브온라인에서 날아간 3~5억 원은 함선들이 격침당했기 때문에 영원히 복구되지 않는 피해 금액입니다.
과장 좀 보태서 쉽게 말하면 두 세력이 3~5억 원짜리 단체 캐삭빵을 했다고 볼 수 있지요.
(그렇다고 진짜 캐삭빵은 아니고 길드 자체가 저 정도로 무너질 만큼 가난하진 않다네요)
이후 이 전투를 기리기 위해 게임회사는 해당 지역에 Titanomachy라는 특별 지역을 만들고 잔해들을 영구 보존하였으며, B-R5RB 지역에 묶여있던 물자들은 PL 길드가 무사히 회수해갑니다. 여기엔 'PL이 N3PL 연합을 버리는 대가로 CFC에게 돌려받은 것 아니냐?'는 의혹이 있지만 PL 길드에선 북쪽(자신들의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일 뿐 배신은 절대 아니라고 하네요.
이렇게 온라인 게임 사상 최대 규모의 전투는 막을 내립니다.
게임의 역사는 유저들이 쓰는 거라는 하나의 의미만 남긴 채로 말이죠.
참고 자료
- [취재] 30만 달러 규모의 사이버 전쟁 발발...압도적인 '이브 온라인'의 스케일/인벤
- [이브 온라인] 우주 전쟁: B-R5RB전투/개인 블로그
2. 게임을 통해 본 전염병 확산 경로 :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오염된 피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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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발생 장소 / 주범
사진출처 - 리그베다 위키(구 엔하위키)
버그의 상당수는 예상치 못 했던 곳에서 예상치 못한 방법 때문에 일어납니다. 2편에서 소개했던 마비노기 테러 사건 같은 경우도 사냥터에만 있어야 할 자폭 몬스터를 유저들이 편법을 써서 빼돌려 벌어진 일입니다. 프로그래밍적인 버그가 아니라는 이야기죠. 말하자면 유저들의 상상력과 호기심이 버그를 창조해냈다는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오염된 피 사건은 마비노기 테러 사건과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습니다.
학카르라는 몬스터의 스킬(디버프) 중에선 오염된 피라는 스킬이 있는데 이 녀석은 초당 200~300의 생명력을 깎아먹습니다. 유저 손으로 푸는 것은 불가능하고, 이 스킬이 걸려있는 채로 학카르가 흡혈을 하면 오염된 피가 사라지는 방식입니다. 줄구룹(사건 발생 장소)을 빠져나와도 자연스럽게 해제됩니다.
여기서 유저들은 한가지 상상을 해볼 수 있습니다.
펫에 저 스킬을 감염시킨 다음 소환을 해제하고, 마을로 돌아와서 그 펫을 다시 소환하면 어떨까?
피를 흩뿌리며 터져나가는 전염병 이펙트와 죽어가는 유저의 비명이 공포 그 자체입니다. 영상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전염병이 단 몇 초 만에 퍼져 유저 전체가 감염돼었고, 레벨이 낮은 유저들부터 서서히 쓰러져가는 모습을 보실 수 있습니다. 모든 유저가 순식간에 감염돼 죽으면 한 도시만 죽고 끝나겠지만, 어느 정도 버틸 수 있는 고레벨 유저들은 자기가 전염병에 걸렸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한 채 다른 도시로 이동하며 전염병이 확산됩니다.

학카르(전염원)→ 사냥꾼의 펫(1차 전염자)→ 대도시의 NPC(보균자)→ 일반 유저들(2차 전염자)→ 저레벨 유저(노약자/유아)
1. 고의인지 실수인지는 모르겠으나 처음 학카르와 싸우던 유저들이 펫과 같이 전염병에 걸렸고
2. 펫을 소환 해제하고 마을로 돌아온 다음 다시 펫을 소환해보니 전염병이 걸린 그대로였습니다.
3. 사냥터를 빠져나오며 치유됐던 유저는 펫에게 다시 감염돼고 근처에 있던 NPC들에게도 전염됩니다.
4. NPC를 이용하던 유저에게 전염병이 확산되고
5. 체력이 낮은 저레벨 유저에게까지 전염병이 확산되며 사망자가 속출합니다.
비록 죽어봤자 다시 부활하면 그만인 의미 없는 죽음이었지만 어차피 부활해봤자 다시 감염돼면 끝이었고, 전염병이 지독하게 퍼진 나머지 아래와 같은 행동 양상이 나타납니다.
- 치유 스킬을 이용한 자발적 구호활동을 펼치는 유저
- 전염병이 퍼지지 않도록 사람들(특히 저레벨 유저)을 유도하는 유저
- 전염병을 피해 도시 밖으로 도망가는 유저 (이 중에선 보균자도 있어 전염병이 확산되는 원인이 됨)
- 다른 이에게 전염되지 않도록 자진해서 격리되는 유저
- 고의적으로 질병을 퍼트리는 테러리스트가 되는 유저
- 가짜 약을 팔아 돈을 챙기는 사기꾼 유저
- 도시의 출입을 통제시키는 군·경찰 역할을 맡은 유저
블리자드는 처음에 이런 유저들의 행동에 맞춰 자체적인 검역 활동에 나섰으나 전염병을 막진 못했고, 고심 끝에 서버를 리셋 시키는 극약처방으로 사건을 해결합니다. 이후 펫을 통한 전염은 패치되어 더 이상 같은 상황은 발생되지 않았습니다.
이 사건은 입소문과 언론매체를 타고 사회적인 관심을 받게 되었습니다. 구글 학술검색을 통해 이 사건을 검색하면 [# 링크] 다양한 논문들이 쏟아져 나오고, BBC 뉴스에도 보도되었으며 [# 링크] [# 링크] ,미국 보건복지부 산하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서 전염병 연구를 위해서 블리자드에 통계자료를 요청하기도 했습니다.(하지만 블리자드 쪽에서 단순 버그라는 이유로 거부) [# 링크]
학카르의 특수 스킬로 인한 단순 버그가 이토록 뜨거운 사회적 관심을 받은 것은 '오염된 피'라고 하는 전염병을 맞닥뜨린 게임 유저들의 다양한 심리 변화 및 행동 때문이었고, 이 사건은 게임 속 세상의 사건 사고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연구해보는 계기가 됐습니다.
이렇게 사회적인 관심을 받은 한국의 게임 속 사건은 1편에서 맨 처음에 다뤘던 바츠 해방전쟁이 있겠네요.
참고 자료
- 엔하위키 '오염된 피 사건' 문서/리그베다 위키(구 엔하위키)
- 4편에서 계속됩니다.
/webzine/community/tboard/?n=200240&board=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