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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링크로 가시면 입상작 감상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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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테일즈런너에서는 신규 복장 및 아이템 부문에서 유저들의 아이디어를 토대로 한 공모전이 있었습니다.
유저들이 직접 디자인한 복장, 유저들이 기획한 아이템, 이런 이벤트는 테일즈런너 뿐만 아니라 다른 온라인 게임에서도 해봄직 하겠지요.
헌데 한 달여의 기간을 거쳐 결과가 막 나온 시점에서 몇 개의 작품에 대해서 표절 및 도용 의혹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습니다.

특히나 가장 논란이 많이 되고 있는 입상작 입니다.
어떻습니까.
표절일까요?
사람마다 각자의 생각이 다르기에 이것을 두고 표절이라고 볼 지 표절이 아니라고 볼 지에 대해선 꽤 여러 갈래의 목소리가 나올 듯 싶습니다.
사실 그걸 떠나서 표절이라고 판정을 낼만한 기준이라든가 규정이라든가 그런 것이 제대로 마련되어 있지도 않고, 그렇다고 그런 걸 판에 박는다는 것도 난감할 노릇이겠군요.
그럼 제 의견을 말해볼까요?
실상 위의 디자인 응모 작품이 표절이든 아니든 이미 먼저 방영된 바 있었던 프리즘스톤 이라는 작품과 흡사한 부분이 많네요.
표절이라고 함부로 못을 박을 수만도 없는 것이,
디자인 하는 입장에서 자신은 순수 창작이라고 해서 내놓았더니 이미 먼저 나온 것들 중에 자신과 똑같거나 비슷한 게 있을 가능성은 충분히 있습니다.
이런 경우 당사자 입장에서는 상당히 억울하겠죠.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그건 그 한 사람 자신의 사정일 뿐이고, 다른 사람의 관점에서는 뒤늦게 나온 표절이라고 볼 수 밖에요.
그것이 세상의 순리이고, 그래서 창작은 더 어려운 걸지도 모릅니다.
비단 그림 뿐일까요? 음악이든, 소설이든 다 똑같습니다.
한 예로 추리 소설가 엘러리 퀸은 기껏 기발한 트릭을 생각해내서 소설을 써놨더니 이미 그보다 앞전에 비슷한 트릭을 가지고 아가사 크리스티가 소설을 내놓았기 때문에 폐기를 해야 했다는 일화도 있습니다.
"먼저 나온 것과 비슷하긴 하지만 표절 절대 아니라잖아. 그러니까 믿어주고 넘어가줘야지."
라고 마냥 좋게 좋게 생각해줄 정도로 실제 세상은 그렇게 널널하지 않네요.
어쨌든 제 기준으로 평가하기에 표절이든 아니든 간에 결과적으로 비슷한 부분이 너무 많습니다.
이 점에서 독특하다라든가 창의적이라든가 이런 부분에서 절대 높게 점수를 줄 수 없다는 것이고,
어떻게 보면 이미 그것과 비슷한 디자인이 있다는 것이 다른 사람도 무리없이 생각해낼 수 있는 디자인이라는 소리도 됩니다.
사실 저는 이 공모전을 기획하고 당선작을 선정한 운영자의 의도라든가 생각부터 좀 짚고 넘어가야 할 필요성을 느낍니다.
복장 디자인 이라 함은 유저들이 디자인한 2면도(응모 양식이 2면도)를 토대로 실제로 모델링 작업 들어가서 그것을 게임 내의 상품으로 구현하겠다는 것이겠지요?
자, 그렇다면 당선작을 선정하는데 있어 가장 높게 점수를 매겨야 할 부분이 무엇이겠습니까.
제 생각엔 독창성, 창조성 내지 창의성, 기발한 발상 같은 것이라 생각합니다만...
자, 분명히 테일즈런너의 개발사인 라온에서는 전담 원화가가 있을 겁니다.
그런데 왜 굳이 유저들에게 새로운 디자인 생각해보라고 던져줍니까?
전담 원화가의 그림 실력이 후달려서?
그건 절대 아니겠죠.
유저들이 뭘 어떻게 하든 이 게임 유저의 연령대를 생각해볼 때 미성년이 태반이고, 전문가도 아닌 아마추어 입니다.
업계에서 원화가로 종사하는 분하고 비할 수준이 아니죠. (뭐, 업계에 종사하는 성인 유저가 응모 안 한다는 보장은 없지만)
그럼에도 이런 이벤트를 열고 유저들의 디자인을 모아다가 얻어낼 것은 원화가 한 사람의 영역을 벗어난 여러 사람의 독창성 내지 발상 밖에 없습니다.
특히나 어린 애들 특유의 센스라든가 상상력은 이미 어른이 되어버린 전문가 입장에서는 소중한 것이겠죠.
하지만 이 공모전을 기획하고 응모된 작품들을 심사해서 결과를 걸어놓은 운영자에게 묻고 싶습니다.
심사의 기준이 무엇이고, 어떻게 점수를 매겨서 당선작을 선정하였습니까?
당선작들을 펌하할 생각은 없지만 심사에 독창성 이든 창의성이든 그런게 반영이 되었다는 생각은 별로 들지 않네요.
대체 뭘 가지고 점수를 매기고 당선작을 정한 것일까 의문이 듭니다.
혹시 2면도 디자인이 얼마나 깔끔하고 예쁘게 그려졌느냐를 가지고 평가를 했습니까?
솔까 응모된 작품들 보면 왠만한 원화가들이 현업에서 모델러한테 던져주는 것보다 디테일하게 작업을 해놨네요. ^^;;
뭐, 공모전이니까 그런걸까요...
하지만 실상 그 2면도 그대로 복붙해서 게임 내에서 구현하는 것도 아니고, 모델러는 그걸 보면서 3D로 구현하는 작업 들어갈 뿐이죠.
물론 디테일한 원화가 3D 작업하는데 도움이 될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많은 영향을 줄까요?
모델러 입장에서는 원화가 얼마나 이쁘게 나왔건 간에 여기 원화의 이 부분은 3D로 구현하는게 불가능하다던가, 대칭 아니라서 짜증난다던가 그런게 더 중요한 관점일 겁니다.
아니, 애초에 공모전의 주제 자체가 새로운 복장 디자인이었죠.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공모전에서 어디에 비중을 두고 심사를 해야 했을까요.
그림 잘 그렸냐를 따질려면 흔하게 하는 팬아트 부문에서 중점적으로 심사를 볼 부분이 아닙니까?
다시 말하지만 떼 묻지 않은 어린 아이들의 순수한 발상은 참으로 소중합니다.
그것은 아무리 업계에서 일하는 사람이 실력을 쌓고 경력을 쌓아도 얻을 수 없는 것일지도 모르죠.
테일즈런너는 흔히 말하는 초딩 게임이고, 유저들의 연령층이 그렇다보니 공모전에 응모를 한 유저들 중에 상당수 나이가 어린 경우도 보이더군요.
그래서 저는 묻고 싶습니다. 지금껏 여러 번의 공모전을 치뤄오면서 테일즈런너의 주 연령층인 저연령의 응모작을 몇 번이나 뽑아줬습니까?
크레파스로 그리건 색연필로 그리건 응모한 유저의 디자인이 얼마나 명확하게 보이느냐, 얼마나 기발한가, 다른데서 볼 수 없는 독특함이 있다 라든가 그렇다면 선정을 해야 되는 거 아닐까요?
응모된 작품이 전문적인 툴을 사용하지 않았고, 너무 어려 그림이 좀 부족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그런 건 전담 원화가가 리터칭 해주면 끝날 일이죠. (어차피 앵간한 입상작들 게임 실정에 맞게 다 리터칭 해주고 넘어가야 할 거 같은데?)
헌데 입상작으로 선정된 것들 보다 보면 운영자의 생각이 궁금해지더군요.
물론 헉 소리가 날 정도로 잘 그려진 작품들이 선정되긴 했지만,
이건 팬아트 공모전 인지 디자인 공모전 인지 알 수가 없더라는 거죠.
사실 굳이 그렇게 그림 많이 안 따져도 될 법한 디자인 공모전이 몇 번의 과정을 거치면서 결국 누가 더 예쁘게 그렸냐가 되어버리고, 결국 그림 가장 잘 그리는 사람이 선정되게끔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 같습니다.
어째 창조적인 고민과 그에 따른 어려움에 거진 시간을 보내어야 할 디자인 공모전이, 이 게임 운영자가 잘못 심사 가이드를 잡아 놓은 탓에 독창성, 창의성 보다는 어떻게든 그림 예쁘게 그려놓으면 되는 걸로 굳어지는 것 같네요.
그림 예쁘게 잘 그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하고 힘든 것은 순수한 디자인 창작입니다.
창작은 진짜 어려운 것이고, 그래서 부족한 시간에 이것 저것 참고를 할 수 밖에 없게 되고, 참고를 하다보니 자신도 모르게 너무 많이 베꼈고, 그래서 요즘들어 무슨 게임 나왔다 하면 이거 베꼈다 저거 베꼈다 소리가 나오는 것이겠죠.
흔한 소리이지만 우리나라에 그림 잘 그리는 사람 진짜 많습니다.
그러나 순수 창작해서 디자인 하는 사람할 수 있는 사람도 그렇게 많다고 생각하십니까?
자, 이제 결론을 내봅니다.
그래서 제가 하고 싶은 말.
"테일즈런너라는 게임의 이런 디자인 공모전을 보면 현재 게임 업계에서 일어나는 표절 및 도용 문제가 나올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알게 됩니다"
물론 이 게임 때문에 우리나라 게임 업계가 요새 맨날 표절 문제 터지고 이 지경이에요 라는 건 말도 안 되는 비약이겠죠.
그러나 서두에서 말했 듯이 표절에 관한 정확한 규정이라든가 이렇다할 해법도 딱히 없는 현재 시점에서, 저런 공모전을 하더라도 좀 더 개념있게 진행을 한다면 나아질 희망이라도 보일거라 생각합니다.
애들하는 게임에서 조차 디자인 공모전에서 창조성을 외면하고 그림만을 따지니 10년이 가고 20년이 지나도 우리나라는 요모양 요꼴이겠죠.
하다못해 온라인 게임에서 디자인 공모전을 하더라도 응모하는 애들에게 자신이 가진 기발한 발상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좀 인지시켜줬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여담이지만 심사기준에 댓글로 인한 호응이 점수에 30% 정도 반영이 된다고 해놨더군요.
어떠한 요소에도 치우치지 않는 객관적인 평가와 호응은 공평한 심사에 도움이 되겠지만, 알 사람 다 아시다시피 댓글은 조작이 가능하죠.
어떻게 디자인 해야 하나 미친 듯이 고민하고, 디자인의 퀄을 높이는데 써야할 시간에 댓글 유치하는데 낭비하고, 심할 경우 부캐 동원해서 경쟁자들에게 악플달고 언플하고...
디자인의 본질을 애들에게 잘못 심어주는 것도 모자라 아예 좋지 않은 짓을 하도록 여건도 마련해주는군요.
경험상 이 게임의 이벤트 공모전을 보다보면 몇몇 유저들은 부캐를 이용해서 정말 입에도 담지 못할 짓을 잘도 벌이더랍니다.
얼마나 더러운지 차마 여기에 적기도 뭐할 정도...
물론 운영측은 이에 대해서 별다른 제제도 없고요.
다만 이번 공모전에 대해선 아직 끝난 게 아니고 앞으로가 중요하다고 봅니다.
현재 유저들이 몇몇 당선작에 미친 듯이 표절 아니냐고 극딜을 가하고 있고, 이것을 운영측은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운영측은 왜 애들 하는 게임에서 디자인 공모전 하는데 실제 사회에서 일어나는 어른 뺨치는 사태가 불거져 나왔는지에 대해서 생각을 해볼 필요가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