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시리즈로 연재되고 있습니다.
온라인게임의 역사 : 선동가들
게임을 관리하는 이 시대 수 많은 선동가들의 발자취
현실에는 공무원이 있다.
게임에는 운영자가 있다.
게임을 하다가 문제가 생기거나 궁금증이 생겼을 경우
우리들이 가장 먼저 찾는 것은 바로 운영자다.
회사와 개발자들을 대변하고, 유저들의 동향을 분석하기도 하며
공지사항과 상담업무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유저와 회사를 연결한다.
오늘날 유저들이 바라보는 운영자는 거짓된 선동가 괴벨스일까?
아니면 까마득히 높은 커리어를 가진 청와대 대변인일까?
쉬어가기 : Rev Theory - Hell Yeah [GMV]
1. 운영의 탄생 : 원시적 게임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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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온라인게임의 시초가 바람의 나라와 리니지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아도
그들의 초창기가 어떠했는지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도 그럴 것이 두 게임이 서비스를 시작한 2000년대 이전은 인터넷이 지금처럼 활성화 되었던 시기가 아니었고, 한달 요금이 부모님 등짝 스파이크를 불러올 만큼 무서웠던 PC통신을 기반으로 했기 때문에 PC통신(하이텔, 나우누리 등)이 몰락한 지금으로선 그 당시의 정보는 대부분 소실되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당연하지만 그 당시엔 게임웹진이나 언론사도 없었다고 봐야할 것이며, 대부분 종이 신문이나 잡지를 기반으로 하던 시절이기 때문에 이 당시의 정보를 찾으려면 아마 헌책방 중에서도 꽤 역사 깊은 헌책방을 가야하지 않을까 싶다.
물론 필자에겐 그 정도의 여유는 없고 -_-;;;
현재로서 구할 수 있는 자료의 최고년도는 인터넷이 본격적으로 상용화되기 시작한 2000년대 이후의 자료들.
게임 운영의 탄생은 대략 이 때부터 가늠할 수 있겠다.
출처 - //www.onlifezone.com/gamer_talk/2862562
국내 1세대 온라인게임 중 하나인 미르의전설2는 현재까지도 게임이 살아남아 명맥을 잇고있는데, 이 게임의 공식홈페이지를 보면 공지사항 게시판에 등록된 내용들이 15개 x 287페이지까지 있다. (단, 마지막 페이지는 11개 있다.)
맨 첫번 째 공지는 2000년 01월 09일 등록된 100명 알파테스터 선정 공지로서, 이 게시판의 공지들을 하나하나 읽다보면 이 게임의 초창기가 어땠는지 소설책을 읽듯 머릿속에 그려볼 수 있다.
<[공지] 미르2의 운영규칙 | 2000-08-11 게시>
//mir2.wemade.com/community/mir2noticeAll#/bbs/view/mir2notice/1358?page=283&cateId=164
모든 유저 분들께서는 이 규칙을 꼭 지켜주시기 바랍니다.
1. 게임중 욕설은 절대 금물
* 게임중에 욕설을 하는 캐릭은 같은 아이디로 등록된 일정기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겠습니다.
* 욕설하는 화면을 캡쳐해서 이메일로 보내주시면 정도에 따라 바로 조치해 드리겠습니다.
2. 음란, 욕설 캐릭명 금지
* 욕설로된 캐릭은 적발즉시 이유불문하고 삭제 조치합니다.
3. 도배 금지
* 외치기로 도배를 하게되면 다른님들이 중요한 정보를 놓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다른님들의 대화를 방 해하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자제해 주시기 바랍니다.
4. 매너 게임
* 게임을 하면서 여러가지 상황이 발생할수도 있습니다. 고렙분들께서는 넓으신 아량으로 저렙분들을 돌봐주 시고, 저렙분들은 고렙분들을 존중해 주십시요.
* 게임중 몹스틸이나 피케이, 아이템 스틸에 대해서는 유저분들께서 자제를 해주셨으면 합니다.
게임 운영의 근간이 되는 운영정책이 무려 4개항목으로 끝나는 황당한 모습을 볼 수 있으며, 그 내용 조차도 욕설 금지, 건전한 캐릭터명 사용, 도배금지, 매너게임같은 기본적인 것이 전부다. 만약 이 정책대로면 어뷰징을 하든, 불법 프로그램을 쓰든, 아이템 현거래를 하든 운영자로선 처벌할 근거가 전혀 없게 된다.
하지만 초창기 게임운영의 진짜 재미있는 모습은 두달 뒤 공지사항에서 나타난다.
<[공지] 게임 진행을 방해하는 캐릭터 | 2000-10-06 게시>
//mir2.wemade.com/community/mir2noticeAll#/bbs/view/mir2notice/1358?page=283&cateId=164
요즘 시약상과 푸줏간의 문을 가로 막고 게임을 방해하는 캐릭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러한 캐릭은 적발시에 본캐릭까지 추적하여 캐릭 삭제 조치 하도록 하겠습니다.
삭제된 캐릭은 게시판에 공개사과를 하는 경우에 한하여 게시판에 공개사과가 올라간지
2일 후에 캐릭터 복구해 드립니다.
또한, 공지사항에 본캐릭이 공지 됩니다.
게임을 방해하는 행위는 본 위메이드의 [영업을 방해하는 일종의 범죄행위]입니다.
또한, 게임을 즐기시는 모든 분들에게 엄청난 스트레스를 주는 행위임을 명심 하시기
바랍니다
요약하면
1. 상점 입구를 막는 유저가 늘고있음
2. 적발시 본캐릭, 부캐릭 모두 추적해서 삭제
3. 사과문 써서 게시판에 올리면 2일 후 복구
라는 지금 시선에서 보면 고개를 갸우뚱 하게 만드는 공지다.
게임을 방해했다는 이유로 캐릭터를 삭제하고 거기에 '사과문'을 쓰게 만든다는 것은 현대 게임운영에 입각해서 보면, 비효율적이면서도 과도한 처사겠으나 이렇게까지 하나하나 세심하고도 강력하게 신경써주는 모습을 보노라면 유저로서는 참 부럽기도 하다.
훗날 언론에서도 심도있게 다뤄지며 '온라인 게임 속 사회'라는 큰 주제를 남긴 리니지2의 바츠 해방전쟁이 거대 길드의 사냥터 통제 때문에 발발했다는 것을 생각하면 재미있는 대목이다.
▲ 미르의 전설 처럼만 대응했더라면 없었을 역사 (리니지2 바츠해방전쟁 기념 사진)
2. 운영의 성장을 강요받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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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www.onlifezone.com/gamer_talk/2862562
2000년대 보여준 미르온라인이야 한국 온라인게임의 초창기 때고, 규모도 작았던 때니 저런 운영이 가능했겠지만 게임 유저가 늘고 규모가 커지면서 운영도 체계화되고 전문화될 것을 강요 받는다.
<온라인 게임 운영자 ‘자질’ 미흡…불만 사항 폭주·문제 잇따라 | 아이뉴스24 | 2001.05.06 입력>
//news.inews24.com/php/news_view.php?g_serial=34282&g_menu=020500
온라인 게임 운영자들에 대한 불만이 폭주하고 문제가 계속 잇따르고 있지
만 이에 대한 대책마련이나 운영자 관리가 소홀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략>
CCR은 현재 고객지원센터에 10명의 정식직원을 두고 있는 상태. 하지만 이
정도 인력으로는 불만 사항을 처리하기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CCR 관계자는 “문의사항이 폭주하는 월말이나 월초가 되면 다른 직원들도
민원 전화를 받느라 업무에 지장을 초래할 정도”라며 “너무 많은 전화를
받으면 경우에 따라 불친절해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온라인 게임 시장은 올해 2천억원 이상을 바라보고 있지만 운영실태는 아
직 초보적인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운영자에 의한 비리 의혹이
끊이지 않고 지속되고 있고 불친절에 대한 불만도 계속 이어진다.
리니지 같은 경우 운영자가 불공정하게 개입하거나 유저에게 욕설을 퍼붓는 등 물의를 일으켜 해고되는 일이 있었고, 바다건너 미국에선 울티마 온라인이 비슷한 일로 문제를 일으키기도 했다.
국내외를 불문하고 이런 문제들이 2001년도 들어 속속 터지고 있었는데, 이 때부터 이미 리니지는 운영자 150명 중 50명을 계약직 사원(= 비정규직)으로 뽑고 있었고, 그 기준도 도덕적인 기준이 아닌 게임 실력만으로 임명되고 있었다.
리니지는 그나마 150명이라도 있었지만, 포트리스2로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던 CCR에선 고객지원을 담당하는 부서의 직원이 고작 10명으로, "민원 전화를 받느라 업무에 지장이 생기고 있다"라며 하소연 하고 있을 정도라고 하니, 커진 규모 만큼이나 운영 수요도 커지고 있던 것이다.
이렇게 원시적 게임운영은 종말을 고하고 있었다.
3. 고객센터의 탄생 : 전문화된 게임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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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5월 온라인 라그나로크로 성장가도를 달리던 그라비티가 '고객사랑센터'를 운영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다. 자동다이얼링, 음성사서함, 자동음성안내, 콜백 등의 다양한 전화 상담 시스템을 구축하고, 전문 상담요원에게는 고객정보를 열람할 수 있도록 하여 빠르고 정확한 대응이 가능하도록 했다.
그리고 1년 뒤 코룸온라인의 고객감동팀에서는 문자서비스를 시작하여, 접수된 문의에 대해 답변이 달리면 문자로 이를 알려주는 시스템을 구축한다. 이 서비스는 게임이 정식서비스를 하기도 전에 준비된 것으로 게임사들이 얼마나 고객지원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