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오베한 SP1이라는 게임을 잠깐 하다보니, 절로 최근 몇년 한 와우와 비교가 되더군요. 그러면서 과연 전세계 유료계정의 60%를 차지한 괴물 게임인 와우를 뛰어넘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하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일단.. 많은 와우저분들이 계셔서 함부로 말하기 어렵지만, 간단히 와우의 핵심적 요소에 대해 정리를 해보겠습니다.
우선 와우는 '방대한' 세계관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게임입니다. 말 그대로 '워크래프트의 세계(World)'를 구현했죠.
그 기반에는 워크래프트 1,2,3의 작업과 출시되지 않았던 워크래프트 어드벤쳐가 바탕이 됩니다. 그리고 꾸준히 소설 작업을 진행해 왔죠. 당장 워크래프트에 관한 소설들이 몇편이 존재하고, 최근 패치된 2.4의 배경이 되는 만화도 이미 와우가 막 상용화를 하던 2005년 1월에 미국에서 나왔다고 할 정도로 방대한 자료들을 가지고 작업을 했습니다. 그래서 등장하는 많은 것들에서 참 정성을 느끼게 하죠.
와우는 그정도로 깊고 방대한 자료를 가지고 워크래프트의 세계를 MMORPG로 구현했습니다. 그리고 퀘스트 시스템은 그것을 유저에게 전달하기 위한 하나의 방식으로 채택되었다고 봅니다. 인스턴스 던젼과 보스몹들도 그런 세계관을 구체적으로 유저에게 전달한다는 목적에 충실하게 만들어져 있습니다.
그리고 워크래프트 게임들에 등장한 수많은 유닛과 영웅들도 게임 시스템에 반영되어 있습니다. 와우에 등장하는 여러 캐릭과 스킬은 그런 기반에서 짜 올린 것이니까요.
따라서 저는 그런 것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지금의 와우가 존재했다고 보며, 그런 와우의 가장 큰 키워드는 '모험'이라는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것을 구현한 시스템이 '퀘스트'와 인스턴스 던전 레이드라고 생각합니다. 즉, PVE콘텐츠죠.
실제로도 와우의 최근 패치는 전부 PVE콘텐츠의 추가입니다. 그나마 확장팩 들어오면서 '폭풍의 눈'이라는 전장이 추가되고, 투기장이 추가되었지만, 그것은 기존에 존재하는 시스템을 '재활용'한 것에 지나지 않다는게 제 생각입니다.
따라서 와우를 PVE측면에서 뛰어넘기 위해서는 와우보다 더 매력적인 세계가 구현되어야 하고, 유저와 협동하여 몹과 싸우는 전투 패턴이 더 재미있어야 합니다. 때문에 단순히 퀘스트 시스템과 인스턴스 던전 시스템, 어그로 기반의 탱딜힐 전투 시스템을 따라한다고 해서 와우를 뛰어넘을 수는 없다고 봅니다.
일단 와우를 뛰어넘는 PVE MMORPG를 만들기 위해서는 워크래프트 시리즈 정도로 탄탄한 배경스토리를 만들어야 하고, D&D와 다른 형태이지만 더 재미있는 전투 시스템도 만들어져야 하죠. 하지만 이게 하루아침에 가능하리라고는 생각치 않습니다. 비용도 문제고, 시간과 인력, 조직의 문제 등등 해결해야할 문제가 산적합니다. 따라서 돈은 돈대로 들고, 유저들로부터는 "뭐야? 와우 베꼈네?"하는 소리만 듣고, 끊임없이 콘텐츠 부족에 허덕이게 될겁니다.
이런 상황에서 와우의 장점을 우리나라 개발업체가 따라하기에는 여간 어려운게 아닙니다. 이에 우리는 발상의 전환을 해야 할겁니다. 즉, 상대의 장점을 나의 장점으로 꺽으려하기보다는, 나의 강점으로 상대의 단점을 이길 궁리를 해야 하는거죠.
즉 와우만큼의 방대한 세계관과 거기에 기반한 PVE에 대항해 PVE를 핵심 콘텐츠로 하는 게임을 만드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이미 EQ2도, 뱅가드도 같은 전략으로 도전했다가 실패했죠.
때문에 포스트 와우는 'PVP'와 'RP'를 바탕으로 해야 한다는게 제 생각입니다. 즉 와우에서 부족한 것들이 그거라고 생각합니다.
즉, 와우의 유저들이 줄기차게 요구하는 요소는 '필드쟁'입니다. 즉, 8공대, 9공대가 모여서 아이언포지로, 오그리마로 쳐들아가 싸우던 시절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있다는 겁니다. 이것이 바로 PVP에 대한 갈구라고 생각합니다.
바로 그런 부분을 노려야 한다는 겁니다. 그런 면에서 워해머 온라인이 다소 기대가 됩니다. 하지만 미리 소속 진영을 정해놓고 싸우는 RVR의 방식으로는 분명 한계가 있다고 봅니다. 즉, 편이 정해져 있고, 싸우는 장소도 정해져 있고, 보상도 개인에게 귀속되는게 전부라면 분명 콘텐츠의 한계에 봉착할 것이고, 그 형태도 지금 와우의 PVP콘텐츠와 별다를게 없다는거죠.
게다가 전투행위에는 필연적으로 '소비행위'가 수반되는 시스템으로 가야 합니다. 와우는 그런 쪽으로는 손실이 없습니다. 그저 지면 얻어지는 이익이 적을 뿐. 리니지도 어쩌다 아이템을 드랍하기는 하지만, 이브 온라인에 비하면 장난도 아닙니다. 그동네는 총알도 소모품, 배도 터지면 끝, POS라고 해서 유저가 세우는 건물들도 전부 유지비가 들어가는 동네입니다. 그나마 우주선 연료비는 안들지만요.
따라서 와우를 뛰어넘는 PVP에서 필요한 것은, 자유로운 이합집산, 소속된 조직에게 주어지는 전투의 보상물(성이나 도시 같은), 전투-소비와 전쟁-경제가 혼합된 시스템 등을 필요로 합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는 이미 그런 게임의 전형을 알고 있습니다. 이른바 '유저 내러티브'로 대변되는 리니지 시리즈죠. 당시의 혈맹과 공성전은 '현금거래'와 맞물려 독특한 게임문화를 만들어내었던 적이 있죠. 그리고 그런 PVP콘텐츠가 아직도 살아남아 있는 원동력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저는 그런 게임을 만들어내고 즐겼던 경험이 우리의 강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PVP시스템의 또다른 예로 주구장창 인용하는 '이브온라인'이 있습니다. 솔직히 여기는 좀 하드코어 하죠. 따라서 PVP 시스템을 구현하되, 이브 온라인처럼 너무 복잡하게 만드는 것은 지양해야 할겁니다.
따라서 리니지의 극악한 레벨 시스템이나 단조로운 전투 등은 배제하고 보다 이브 온라인에서 구현된 여러 시스템을 도입하여 구현한다면, 와우를 뛰어넘을수 있는 뭔가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이런 쪽의 개발은 확실히 PVE로 와우를 따라잡는 것보다는 자본도 덜 드니까요.
그리고 제대로 PVP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경제 시스템만큼은 확실해야 합니다. 지금 와우의 경우 경매장이 존재하고는 있지만, 이건 유저간의 편의를 위한거지, 확실한 경제 시스템이 아닙니다. 리니지도 어느정도 경제적 요소가 있지만, 마찬가지로 옛날 게임이라 부족한게 많죠. 따라서 좀 더 확실한 시장경제를 구현해, 전쟁과 연동되는 것이 제대로 된 PVP게임을 만드는데 필요한 요소라고 봅니다.
또한 'RP'라는 측면에서 와우는 좀 문제가 있었죠. RP는 '유저'가 실제 게임내 캐릭터 인것처럼 활동하는 것으로 일종의 '게임내 역할극' 정도로 생각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게 잘만 되면, 아마도 MMORPG에서 유저에 의한 UCC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는겁니다. 와우식으로 하자면, 쿤겐과 니힐름이 게임 내에서 단순히 레이드팀 이상의 무언가를 수행하는 것이 가능하도록 하자는 겁니다. 아니면 <EE>의 용개나 데저트이글이 RP로 악당을 연기한다면, 그것에 대해 게임 내에서 현상금을 건다던지 하는 것처럼 다른 행동을 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일겁니다.
즉, 스스로 게임 내에 어울리는 독특한 설정을 하고 거기에 걸맞게 활동을 하는 것을 지원하는 겁니다. 이것을 위해 복장이나, 개인 상점시스템이나, 칭호 시스템을 제공할 수 있겠죠. 예컨데 마비노기 같은 독특한 호칭시스템(등산가, 지도제작자, 모험가, 선생님 등등) + 범죄자와 현상금 시스템 + 유저가 옷 디자인을 적절히 고를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 등등이 있을 겁니다.
다만 와우를 한다고 해서 누구나 레이드를 뛰는 것은 아닌 것처럼, 이것도 원하는 사람만이 즐기는 콘텐츠가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결론 : 와우를 뛰어넘기 위해서는 PVE보다는 PVP와 RP에 강점을 두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PVP는 조직의 이합집산이 자유로워야 하고, 조직차원의 점령대상이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 점령대상은 경제와 밀접한 연관이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게임내 역할극인 RP를 지원할 수 있도록 시스템 차원에서 배려하는 것은 UCC를 유도해 보다 풍성한 콘텐츠의 제공이 가능할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