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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시리즈10 :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자유, 공백도 컨텐츠다. 지천사 04-08 조회 3,305 공감 2 3

심심해서 글 하나..

내용은 대충, 얼마전의 진서림님 글에 단 리플들을 정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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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남는 것은 사람(커뮤니티)이다.

 

MMORPG에서 모든 컨텐츠를 소비했거나, 다 소비하지 않았어도 비슷한 패턴의 컨텐츠가 반복되는 시점에 이르렀을 때, 유저들은 무엇에 의해 게임을 계속하게 될까요?

바로 커뮤니티 입니다.

 

두 말하면 입 아픈 소리지만, 만약 와우나 리니지가 패키지 게임이였다면, 지금처럼 성공할 수 있었을까요? 패키지 였다면 수명이 다했을 시점에, 온라인 게임들은 커뮤니티를 연료로 하여 새로운 에너지를 부여 받습니다. 유저들은, 리니지에선 흥망성쇠를 같이하는 혈원들과의 끈끈한 우정을, 와우에서는 레이드나 전장을 공유하는 부담없는 인연들을 즐기는 것이죠.

 

온라인 게임의 수명을 비슷한 형식의 패키지 게임과 비교해보면, 통상적으로 패키지 게임은 길게 해야 수개월을 넘기기가 힘든 반면, 온라인 게임은 년 단위까지 넘어갑니다. , MMORPG 수명의 대부분은 커뮤니티가 지탱하는 것이라고 봐도 무방하다는 것이죠.

 

위에서 MMORPG는 게임이기 이전에 온라인 커뮤니티라는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MMORPG가 게임이 아니라 온라인 커뮤니티라면, MMORPG는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 것일까요? 답의 키워드가 되는 것은 자유도입니다. 다양하고 원활한 커뮤티니를 위한 자유도 말이죠.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여백

 

그럼 커뮤니티를 위한 자유도란 무엇일까요?

흔히 자유도가 높다고 하면 컨텐츠의 종류가 많거나, 패턴수가 많음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이런 자유도는 게임적인 자유도일 뿐, 커뮤니티적 자유도는 아닙니다. 커뮤니티는 인간과 인간의 카오스적 상호작용이기에 사실 일정한 규칙이나 패턴으로 규정하기가 불가능합니다. , 규정할 만한 인위적인 컨텐츠가 아닌, 공백과 비슷한 형태가 된다는 것이죠.

커뮤니티 중심의 MMORPG는 유저들의 무형적인 상호작용 자체가 컨텐츠가 되고, 게임적 장치들은 유저들의 커뮤니티를 위한 일종의 재료가 되는 형식을 취해야 합니다.

 

그럼 TRPG RP같은 걸 말하는 것이냐?

결론부터 얘기하면, RP보다는 리니지의 그것에 더 가깝습니다. RP는 순전히 유저들의 상상력과 약속에 의존합니다. , RP는 게임이 아니여도, 심지어 아무것이 없어도 가능한, 일종의 약속된 역할극이죠. 하지만, MMORPG는 게임이 전제되어야 하고, 연기가 아닌 자연스런 상호작용 이여야 합니다.

무슨 말인고 하니, 우리가 대화를 할 때, 짜여진 대본대로 이야기를 하나요? 아니면 대본은 없지만, 미리 설정을 하여 역할극의 배우로써 연기를 하나요? 그렇지 않습니다. 실제하는 여러가지 사건들을 재료(화제)로 자연스럽게 대화를 합니다.

마찬가지로 MMORPG, 인위적인 감정이입이나 사전에 약속된 설정이 아니라, 캐릭터, 장비, 레벨 같은, 게임 속 요소들을 기반으로 자연스럽게 상호작용을 해야 한다는 것이죠.

 

여기서 유저들이 성을 재료로 자연스러운 상호작용을 하는 리니지가 떠오르지 않습니까? 리니지의 PvP 시스템은 공유 불가능한 성을 듬성듬성 놓아두고, 그 사이는 그냥 공백으로 남겨 놓는 형태를 취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성을 획득하기 위한 유저들의 커뮤니케이션이 자연스럽게 그 공백을 메꾸는 것이죠.

물론, 리니지의 형태가 정립된 시기가 MMORPG의 초창기인 만큼, 구조적으로 단조로운 부분도 분명히 있습니다. 하지만, 커뮤니케이션을 메인컨텐츠로 했다는 점은 충분히 주목 받을 만 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자유도와 대중성은 반비례 한다.

 

혹자는, 리니지 같은 그런 단순한 자유도는 싫다고 합니다. 그건 자유도가 높은게 아니라 컨텐츠의 량과 종류가 적을 뿐이라는 것이죠.

하지만, 단순함과 컨텐츠의 양은 별개의 문제입니다. 왜냐하면 리니지의 단점은 노다가성이 강하다 즉, 투입하는 시간과 노력에 비해 보상이 적다거나, 메인 컨텐츠인 공성전을 모든 유저들이 공유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힘들다라는 것이지, 컨텐츠의 다양성는 별 관계가 없기 때문입니다.

 

단적인 예로, 게임성이 리니지보다 훨씬 높다는 에버퀘스트도 리니지와 비슷한 얘기를 듣습니다. 에버퀘스트는 와우와 같은 PvE게임 이기에, 컨텐츠가 부족하지 않습니다만, 와우처럼 친절하진 않고. 자유도는 높습니다. 그래서, 게이머가 스스로 계획을 세우지 않으면, 뭘 해야할지 모를 게임이 되어버려서 소프트유저들에게 외면을 받았습니다.

 

즉, 컨텐츠의 량이나 종류, 패턴수가 많아도, 유저들에게 혼란만 주거나, 모든 컨텐츠나 패턴의 밸런스를 맞추는게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가장 효율적인 몇몇개만 선택되고 나머지는 버려져서, 결과적으로 단순해지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죠.

 

이것은, 소프트 라이트유저들이 자유도 자체를 그렇게 갈망하지 않음을 의미합니다. 자유도가 낮아도 친절한 게임, 상대적으로 단순한 게임을 좋아하죠. 어쩌면, 게임에 발을 들여 놓은지 얼마 안되는 초입 유저들의 의례적인 통과 과정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대중적인 성공을 위해서 자유도가 배제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MMORPG에서 대중성으로 와우를 능가하기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점과, 와우의 흥행 대폭발로 초입 단계를 지나 다음 단계로 진입하려는 유저들이 대량양성 되었다는 점은, 도저히 간과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

 

 

유일한 성공작

 

와우는 유구하고도 치밀한 세계관으로 유저들의 감정이입을 유도하고 있지만, 결국엔 움직이지 않는 마네킹(일방적 1회성 컨텐츠)과도 같아서, 사람들의 머리 속에서 금방 잊혀집니다. 스토리를 읽고 배경을 구경하고 할때는 세계관이 멋지네 하지만, 막상 아이템 파밍 들어가면 그런 건 안중에도 없어진다는 거죠.

반면, 리니지는 비록 단순 노가다의 결정체처럼 보이지만, 공성전이 벌어지면 자신이 속한 집단의 미래를 걸고 싸웁니다. 즉, 공백에 의해 단순해 보이지만, 그 여백은 커뮤니케이션과 감정이입의 무대가 되어 친절한 게임이 가지지 못하는 색다른 종류의 컨텐츠를 생산해낸다는 것이죠.

 

MMORPG가 단순히 게임이 아닌 게임+커뮤니티 라는.. 아니, 게임이기 이전에 온라인 커뮤니티라는 이야기가 이래서 성립되는 것입니다.

게임이 아니라, 커뮤니티가 주가 되는 온라인 게임..

그런 관점에서 보면 리니지는 확실히 독보적인 게임입니다. RvR을 능가하는 자유도를 가진 게임 중 유일하게 성공한 MMORPG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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