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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효과, 블러, 그냥 잡설 kaoDASH 09-20 조회 10,325 공감 11 22

오늘의 주제는, C9의 모션블러를 생각하며 아련한 추억에 잠겼다가 문득 떠오른 내용입니다.

 

 

언뜻 보기엔 본격 C9 까는 글.. 로 보일 것 같은데, 딱히 그런 의도는 없습니다.

 

C9가 제 취향이 아니었던 건 맞지만..딱히 잘 게임하고 있는 분들의 어그로를 한몸에 받을 마음은

전혀 없거든요..^^; 네, C9는 잘 만든 게임입니다. 재밌게 하는 분들도 많고요.

 

 

 

그냥 단지, 오늘은 C9의 대표적인 블러효과 두가지를 주제로 잡설을 풀어나갈 겁니다.

재밌게 봐주시면 좋겠구.. 재미 없을 땔 대비해 미리 사과드리겠습니다'ㅂ';;(...)

 

 

사진 1) 제가 찍은 거의 유일한(..?) C9 스크린샷입니다.

 

 

 

네, 튜토리얼 끝나고 던전 두세바퀴 돌다가 때려쳤는데, 마침 모션블러 인증샷을 찍었더라고요.

오늘의 화두가 될 두 가지 블러가 모두 적당히 과하게 들어간 사진이라 만족 만족.^^

 

 

 

 

1. DOF (Depth of Field)

 

 

DOF는 사진쪽에서 "흐려짐을 눈으로 감지할 수 없는 구간"을 뜻한다고 합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사진의 초점을 중심으로 조금 더 가깝거나 더 먼 구간이 포함되겠죠.

 

이 DOF는 피사체에 가까울 수록 짧아지고, 멀어질 수록 넓어집니다.

(초점거리를 무한대로 맞추면 왠만큼 먼 건 다 보이지만, 접사모드에선 2cm만 떨어져도 흐리듯)

그리고 또 한가지, 조리개 수치가 클수록(조리개를 조일수록) DOF가 넓어진다고 하네요.

그렇다면 홍채를 생각해 볼 때, 밝은 대낮에 더 시야가 선명한 것이려나? ^^;

 

C9에서 DOF 효과는, 초점이 맞은 거리에서 벗어나는 오브젝트를 아웃포커싱시키는 걸 말합니다.

대단히 스크린샷을 멋지게 만들어주는 효과이면서, 초점이 맞은 오브젝트를 강조해주지요.

 

사진 2) 당신의 초점은 어디에?

 

위처럼 아주 멋진 광경을 연출해주기도 하지만, C9의 DOF효과는 원망의 대상이 되곤 합니다.

그 이유는.. C9의 DOF효과가 지정해 주는 "초점이 되는 오브젝트"가 보통 플레이어들이

바라보는 오브젝트와 다르기 때문입니다. -_-;

그 결과 정작 플레이어가 보고 있는 부분이 아웃포커싱돼서 잔뜩 블러를 먹게 되죠.

블러가 들어간 화면을 꾸준히 보고 있으면 눈이 아픈 게 당연한 겁니다. 넵.

 

DOF효과는 보통 1인칭 시점의 게임에서 주로 이용됩니다. 플레이어들의 시선이 보통 크로스헤어

쪽에 쏠리게 되므로, 플레이어가 어딜 보고 있는지 파악하기 쉽고, 크로스헤어 선상에 있는

오브젝트에 초점을 맞추고 나머질 다 밀어버려도 불편함을 느끼지 않거든요.

 

사진 3) 오른쪽 군인아저씨에 블러효과가 먹힌 게 보이시나요?

 

하지만 C9은 3인칭 게임이라.. 플레이어가 딱히 크로스헤어만 보지 않습니다.

3인칭 게임의 장점이 시야가 넓다는 점인 것도 있고.. 화면 이곳저곳을 구석구석 보게 되지요.

게다가 HP바 등의 UI가 화면 구석에 있어서 자주 화면 귀퉁이를 보게 됩니다.

 

그래서 어디에 초점을 맞췄느냐? ...고 하니, 플레이어 캐릭터 자신이네요.

 

나르시즘이냐!! 왜 자기 자신밖에 보지 않는거냐!! 고 묻고 싶습니다만 뭐 어떻답니까..

차라리 크로스헤어에 초점을 맞췄으면 되려 눈 둘 곳은 있었을 텐데...

이 글은 C9 까는 글이 아니므로 비난은 그만하도록 하겠습니다. Love&Peace.

 

 

...까는 글이 아니니까 해결책을 제시하는 게 맞겠죠?

크로스헤어 쪽에 초점을 주는 것도 괜찮겠고, 좀 주인공에서 먼 곳에 초점을 고정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아니면 DOF를 극단적으로 넓혀서 주인공~카메라 사이만

아웃포커싱 시키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네요.^^;

 

(이 경우엔 "굳이 도입한 기술인데 거의 안 쓰이게 되잖아;ㅅ;" 하는 불만이 생길 수 있겠지만,

굳이 도입한 기술로 열심히 만든 화면을 가리는 것보다야..^^;;)

 

 

 

 

 

 

2. 오브젝트 모션 블러

(개인적으론 국소적 모션 블러.. 라고 부르고 싶었는데, 영어로 줄이니 LMB..-_-;)

 

 

이건 화면 전체에 모션 블러를 주지 않고 일부 오브젝트에만 모션 블러를 주는 걸 말합니다.

전체 시점은 가만히 있으면서 일부 오브젝트만 급속히 움직이거나, 반대로 일부 오브젝트는

시점과 함께 움직이는데 전체 시야가 움직이는 경우에 사용되지요.

 

폰으로 사진을 찍어보셨다면 다들 이게 어떤 때 일어나는 지 잘 아시리라고 생각합니다.

 

사진 4) 모션 블러는 격렬하고 빠른 속도감을 줍니다... 네. 그렇죠?

 

 

반면에, C9에서는 모션 블러가 약간 과도하게 들어간 듯한 느낌을 줍니다.

단순히 이동했을 뿐인데 캐릭터에 모션 블러가^^;

강조하고 싶은 모션에 넣어야 속도감이 강조될 텐데, 항상 움직이는 게임에서 이동 모션에

모션 블러를 넣어서야 눈이 아플 뿐이죠. 모션 블러 역시 C9 유저분들 사이에선

"항상 꺼 둬야 할 옵션"으로 알려져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사진 5) 잘린듯한 블러 테두리는 신경쓰지 마시고..

 

 

하지만 이 오브젝트 모션 블러가 어색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그것보다 더 큰 게 있습니다.

모션 블러는 "시점상에서의 상대속도가 빨라야" 생기는 것인데, 항상 시점은 캐릭터에 맞춰져서,

캐릭터의 시점상에서의 상대속도는 항상 0이라는 거죠. ^^;

 

이는 말하자면 카메라가 피사체를 완전히 따라가는 상황인데, 그런 상황에서 사진을 찍으면

아래 사진처럼 되는 게 맞습니다.

 

 

사진 6) 간지폭풍 Lotus Elise. 저.. 절대 제가 제일 좋아하는 차라서 넣은 게 아닙니다. 흥.

 

 

 

피사체는 전혀 흔들리지 않고, 피사체 주변의 배경이 흐려지게 되죠.

하지만 C9에서는 왜 캐릭터에 모션 블러가 가해지는가.. 고 하니.

역시 플레이어의 눈이 가는 곳은 자기 캐릭터가 아니라는 걸 알고 있던 모양입니다.

 

 

 

사진 7) 자동차를 따라가면서 찍었는데 이런 게 찍히진 않겠죠? :)

 

 

 

....가 아니잖아! 아까 DOF할땐 자기 캐릭터에 초점 걸었었잖아!!!

 

그래서 결론적으론 배경은 아웃포커싱으로 죽어. 캐릭터는 모션블러로 죽어.

결과적으로 나온 화면은 선명한 거라곤 UI뿐인 화면입니다. (사진 1 처럼)

편안하게 눈 둘 곳이 없으니 눈이 피곤할 수밖에요.. 과도한 이펙트 탓도 있겠습니다만.

 

 

 

 

3. 그래서 결론은?

 

 

추측해 보면 그냥 이렇습니다.

 

시간과 노력을 퍼부어서 DOF 구현하고 오브젝트 모션블러 구현했는데, 못 알아채면 아쉽잖아.

척 봐도 DOF 들어간거 보이도록 배경 뿌옇게 보내버리고, 모션블러는 이동하는 데도 먹이자고.

 

뭐 이것보단 좀 더 심도있는 고찰을 했겠습니다만 :)

 

개발자가 아무리 입이 근질근질해도 노력을 티내려 하면 안되지 싶습니다. 자기 노력을 티내고 인정받고 싶어하는 모습은 아마추어 크리에이터들의 블로그에서 충분히 볼 수 있죠. 하지만 프로 개발자라면 그저 결과물로 평가받을 뿐입니다. 아무리 심도있는 표현법을 구사해도 그림이 안 이쁘면 땡이고 음악이 듣기 싫으면 땡이죠. 그런 면에서 C9의 이런 과도한 이펙트는 오히려 그 나름의 섬세한 게임성을 묻어버리는 게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듭니다.

 

좀 더 유저의 초점을 아웃포커싱시켜버리지 않도록 노력할 수 있었을 겁니다.

좀 더 유저에게 속도감과 박력있는 액션을 줄 수 있는 모션 블러가 될 수 있었을 겁니다.

 

 

 

저는 최근에 AS3.0과 AIR 1.5를 공부하면서 이것저것 프로그램을 짜보기도 하고,

심심할 땐 팬아트나 만화를 슥슥 그리면서 새로운 채색을 시도해 보기도 합니다.

 

저도 아마추어인지라 항상 새로운 걸 시도하고 나면 자랑도 해보고 평가도 받습니다만,

본격적인 프로젝트를 해보려고 하면 항상 그런 "아마추어스러움"에 대한 지적을 받더군요.

내가 보여주고 싶은 것을 유저는 보고 싶지 않아할 수도 있으니까요.

뭐 저는 그런 충돌이 일어나도 꿋꿋이 제가 보여주고 싶은 걸 보여주면 그만입니다만^^;;;

 

프로는 그렇지 않지요. 넵.

 

 

 

붙임글. 개발자의 "아마추어스러운 고집"과 "컨셉에 대한 고집"은 분명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가듯이 컨셉에 대한 고집은 당연히 필요한 것이지요.

  하지만 "나 잘했지?" 싶은 느낌의 아마추어스러운 고집은 전혀 필요없지 않나 싶습니다.

 

붙임글2. 하지만 아마추어에겐 그런 고집도 필요하지 말입니다. "웅 너 잘했어" 이 한마디가

  그들이 기운을 얻고 다시 작업대로 돌아가게 만드니까요. ^^;

 

붙임글3. 별로 객관적인 위치에서 쓴 글은 아닙니다만, 그런 투가 보인다면 수정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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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고양이 | Lv.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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