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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국내 게임음악 뮤지션들은 인지도가 없을까요? 덕후나이트 10-12 조회 8,071 공감 2 27

왜 국내 게임음악 뮤지션들은 인지도가 없을까요?

 

별 특별할 거 없습니다.

 

이유는 딱 하나.

 

"결과물이 없어서" 입니다.

 

뭔소리일까요? TeMP, SFA, ND Lee, Croove, BEXTER, Forte Escape (기타 많은 분들... 한꺼번에 기억이 안나네요)같은 걸출한 분들이 게임음악 만든적이 없다? 제대로 뜬 게임 만든적 없다?

 

아니죠. 그게 문제가 아니죠.

 

가장 큰 문제는 한국 게임음악들이 BGM에서 OST사이를 오가는 수준으로만 지속적으로 만들어지고 있다는 것에 있습니다. 음악이 뜨려면 그야말로 혼자서도 설 수 있는 MUSIC이 되어야만 합니다.

 

BGM, OST, MUSIC의 차이가 뭘까요? 본래 뜻은 좀 더 넓지만, 제가 생각하기에는 그냥 게임의 병풍역할 외엔 할일이 없는 음악을 BGM이라 생각하고, OST는 게임을 하면서도 인상적으로 음악이 다가오는 경우라고 봅니다. MUSIC은 음악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즐길만한 것이라고 봅니다.

 

예를 들어 봅시다. '뮤'나 '리니지' 시리즈를 하면서 음악 켜놓고 하는 분들 있나요? 음악에 신경쓰지 않기로는 'WoW'도 매한가지고, 개인적으로는 '아이온'도 사운드 트랙 가지고 있습니다만, 제가 보기엔 그냥 BGM입니다. 게임 없이 음악만 듣고 있으면 지루해 죽을것 같죠.

 

BGM은 보통 메인 멜로디를 죽이고 분위기를 살리는 것에 치중하는데, 이것을 만드는 노고도 충분히 이해하고 이쪽의 세계가 있는것은 알겠지만 BGM은 게임음악계를 살리는데엔 별 도움이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OST로 쳐줄만한건 무엇이 있을까요? FF시리즈의 메인 테마곡(이거 노래 제목이 따로 있던가요?), 마비노기의 '어릴 적 할머니가 들려주신 옛 전설', DJMAX의 '바람에게 부탁해' 정도일까요. 음악 자체적으로도 상당히 수준이 높지만 게임과 떨어져서는 생각할 수 없는 그런 음악들이죠. 보통 게임을 먼저 알게 되고, '아, 그 게임 뭐시기 음악 생각난다' 정도랄까요.

 

그럼 제가 생각하는 MUSIC이라는건? 음악만으로도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고, 음악 때문에 게임을 알게 되고 그것 때문에 제작자를 알게 되는 케이스라고 생각합니다. 류이치 사카모토, 조 히시하시같은 사람들이 영화나 애니 OST를 하게 되어서 유명한걸까요? 음악만으로도 사람들을 감동시키는 사람들이 OST에 참여했기 때문에 네임밸류가 있는거겠지요.

 

Falcom Sound Team JDK나 FF의 노부오 우에마츠, BM의 DJ 나구레오같은 사람들이 BGM 수준으로 음악 만들어서 유명해진건 아니죠. 10년도 더 된 열악한 사운드 조건에서 그들은 매니아들이 게임하면서 녹음을 해서라도 듣고 싶어하는 음악을 만든 것이고, 결국 앨범내서 팔아먹은 뒤에 유명해진 것 아닐런지요.

 

개인적으로 그라나도 에스파다의 OBT직전 간담회에서 'GE의 OST는 따로 발매할 예정이 없다'라고 했을 때 엄청나게 아쉬웠습니다. 왜 해보지도 않고 안팔릴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일까요. 쿠보타 오사무의 음악부터 SFA, TeMP의 주옥같은 명곡들을 한 앨범으로 묶을 수 있는 기회는 다시 없었을텐데 말이죠. (나중에 찾아보니 Vol.2만 디지털 앨범으로 있던데, 죄다 BGM -ㅅ-)

 

물론 한국에서도 이런 시도가 없었던건 아닙니다.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뮤지션인 '페퍼톤스'는 레이싱 게임(..레이싱 MMORPG랄까;)인 스키드러쉬의 OST를 만들고 나서 1집앨범을 내놓았죠.(엔딩곡인 Endless Road 갠적으로 강추) FF10의 '얼마나 좋을까'를 부른 이수영, DJMAX에서 ND Lee의 Lovely Day를 리메이크한 장나라의 '나도 여자랍니다', 요구르팅의 주제가를 부른 신지 등등.. 뭐, 더 찾아보면 많이 나올지도 모르죠.

 

하지만 아쉬운 점은 전부 다 마케팅적인 측면에서만 접근한 '반짝성 이벤트'에 그쳤다는 점입니다. 역시 음악이 잘 되려면 앨범으로도 팔릴 수 있을만큼 성장해야만 하는것 아닐까요.

그런 의미에서 보면 국내 게임음악계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더 이상 BGM만 만들지 말고 자꾸 물밖으로 나오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고 봅니다.

 

차라리 뉴에이지의 서정적인 음악으로 음악성을 어필하던가, 아니면 일렉트로니카 믹싱을 해서 유럽에 갖다팔던가. 아니면 Kosney에서 만드는 테마음반처럼 여러 게임의 OST를 테마별로 묶어서 팔아먹던가. 최소한 핸드폰 벨소리라든가 카페 배경음악, 미니홈피 배경음악으로라도 쓰일 수 있을것 아닙니까. 카페에 틀어놓기도 좋고 심지어는 드라마 배경음악에도 쓸만합니다. (한동안 S본부의 모 드라마에서 FF시리즈 음악이 쓰인적이 있었죠. 며느리가 울때 에어리스의 테마가 나와서 밥먹다 말고 뿜은 기억이...)

 

디지털 앨범으로라도 일단 '음악'으로서 팔아먹기 시작해야 뭔가 게임음악계가 먹고살만한 '길'이 보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영원히 BGM제조기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언젠가 이 좋은 음악들이 언젠가 게이머가 아닌 대중들에게도 편안하게 전해질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어서 한국 컨텐츠 사업이 한 발자욱 더 앞으로 나가게 되었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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