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명 몰아가기 글입니다. 앞으로 게임은 이러이러해야 한다는.. ㅋ
재미란 무엇일까요? 흔히 재미를 얘기할때 등장하는 분류법들이 있긴 있습니다.
먼저 재미를 느끼게 하는 4대 요소입니다.
아곤 : 공정한 룰 아래에서 실력을 겨루는 재미입니다.
고전적으로는 바둑, 장기 같은 게임에서 시작하여, 스파같은 대전 액션, RTS, FPS, 레이싱 게임 등 상당히 많은 게임에서 찾아볼 수 있는 요소입니다.
알레아 : 경쟁이긴 한데 우연에 의해 승부가 나는 형식입니다.
초보적인 단계의 도박 게임 정도가 되겠네요.
가령 카드게임이라던가 주사위 게임의 경우 물론 노하우가 쌓여 고도화 되면 실력의 비중이 커지긴 합니다만, 기본적으로 카드나 주사위가 어떻게 나오느냐에 의해 승부가 결정나죠.
미미크리 : 흉내내면서 재미를 느끼는 형식입니다.
일종의 역할극이라 할 수 있죠. 1인칭 액션, 어드벤쳐 게임, RPG게임, 극사실을 추구하는 비행시뮬레이션 등에서 찾아볼 수 있는 요소입니다.
일링크스 : 감각적인? 동물적인? 액션. 강렬한 속도나 변화에서 재미를 느끼는 형식입니다.
놀이기구를 탈 때나, 슈팅이나 액션게임, 레이싱 게임이나 비행시뮬게임 등에서 느낄 수 있는 강렬한 속도감 같은..
같은거나..
재미를 욕구해결의 과정이나 해결되는 그 순간으로 보고..
1단계 생리적욕구 : 말 그대로 생체적 욕구입니다. 먹고, 자고, 싸고 하는 것들에 대한 욕구지요.
2단계 안정적 욕구 : 생리적 욕구가 채워지면 안전을 바라는 욕구, 또는 생리적 욕구를 안정적으로 충족하려는 욕구겠지요. 현대사회에 적용하면 대략 생계를 위해 안정적인 직업을 얻고자 하는 것 정도가 되겠네요.
3단계 사회친교적 욕구 : 말 그대로 사람들과 교류하고자 하는 욕구일 것입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 딱히 이익이 되지 않아도, 때로는 손해가 되는 경우가 있어도, 다른 사람들과 교류하며 지내기를 원합니다.
4단계 존경의 욕구 : 친교 욕구의 발전형으로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자신이 보다 의미있는 존재가 되길 원하는 욕구겠지요.
5단계 자아실현의 욕구 : 외부의 상황에 의해 자신의 정체성이 규정지어지는 것이 아닌, 자신의 능력으로 외부의 환경을 변화시켜 스스로의 정체성을 구현하는 단계.. 에 대한 욕구입니다.
등의 해소 과정이나 해소 순간으로 보기도 하죠.
하지만, 이것들은 재미 자체는 아닙니다. 재미를 느끼게 하는 장치나 요소에 더 가깝죠.
즉, 아곤 알레아 등등이 적절히 배치되어 있으면 재미를 느낀다.
욕구를 해소하는 과정이나 해소 순간에 재미를 느낀다. 정도?
그런 순수한 의미에서 재미는 무엇일까요?
게임하는데 이유가 없듯이, 재미가 무엇인지 따지는 건 무의미하다? 재미는 재미일 뿐이다?
그냥 즐기는 입장이라면 맞는 얘기입니다.
하지만, 재미를 만들어내야 하는 입장이라면 여기서 그치면 안되죠. 소위 인문학적인 직관이나 분석이 필요합니다.(인문학 운운하니 좀 거창하긴 하지만, 가볍게 대체할 용어가 없어서 그냥 씁니다.)
단정적으로 말하긴 뭣합니다만.. 거칠게나마 그 실체를 말해보자면..
재미는.. 몰입을 의미합니다. 이 몰입이라는 현상은 좀 아이러니한 측면이 있는데, 인간이 몰입을 하게 되면 딱히 뭔가를 느끼거나 생각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오히려 자기자신을 잊을 정도로 머리가 비어 버린 것과 비슷하게 되어버리죠.
하지만, 인간은 몰입을 겪고 나면 그 순간을 재미있었다고 기억하고 찬사를 내놓습니다.
그럼 인간은 어떨때 몰입을 하는가?
획득하게 될지 모를 불확실한 결과(보상)가 있는데, 그 결과까지 도달할 길이 머리 속에 그려지면 무섭게 몰입을 합니다.
하지만, 너무 복잡하여 그 길이 보이지 않거나, 획득 여부가 기정사실화 되거나, 그 과정에 익숙해져 일련의 과정들이 너무 빤해지면 몰입을 하지 못합니다.
그럼 돌아가서 위에 언급했던 분류사항들을 이 원리를 적용해봅시다.
아곤 : 실력으로 승부를 내는 형식이므로 인간은 자신이 가진 능력으로 결과에 도달할 길을 상상하게 된다.
알레아, 일링크스 : 결과획득 여부를 불확실하게 만든다.
미미크리 : 비록 가상의 역할극이지만, 욕구 3~5 단계, 그 자체가 된다.
1~5단계 욕구들 : 길을 만들어 도달해야할 결과(보상)가 된다.
그런데 말이죠. 여기서..
보상까지 도달할 길이 너무 복잡하지도 너무 빤하지도 않게 만드는 것..
보상 획득 여부를 너무 낮게도 높게도 만들지 않는 것 따위는..
디테일한 노하우나 기술적 영역이고, 오랜 세월동안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빤해진 측면이 있습니다. 더 이상의 발전 여부가 요원해진 것이죠.
그래서 식상해졌음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게임들이 나오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보상까지의 과정이 아닌 보상 그 자체에 초점을 맞추면, 기존 게임들이 도달하지 못한 영역이 있습니다.
바로 욕구 4~5단계 입니다.
3단계 이상 부터는 오프라인 게임 단계에서는 그 자체가 불가능 했구요. 온라인 플레이가 가능해지면서 보다 높은 단계로 나아가기 시작했죠. 4단계에 잠시 도달하고는 3단계에서 더 이상 나아가질 못하고 있습니다.
현재로썬 3단계에 해당하는 커뮤니티(흔히 길드로 대표되어지는)는 게임을 계속하게 하는 가장 강력한 컨텐츠 입니다.
게임이 식상해져도 커뮤니티는 게임을 계속하게 하는 그 무엇이죠. 즉 3단계에 머물러 있음에도 불구하고 커뮤니티는 게임을 지속하게 하는 가장 끈질긴 원인이라는 것이죠. 게이머가 그 사실을 인식을 하고 있든 아니든 간에 말이죠. 하지만, 3단계는 사실 채팅프로그램 정도만 되어도 충분히 구현가능한 컨텐츠입니다. 게임적인 승부나 보상과는 거리가 멀죠.
그래서, 앞으로의 게임(특히 MMORPG)은 커뮤니티를 주재료로 하는 가상사회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해서 개인적으로는, 송재경님이 언급한 사례들, 변화하는 환경, NPC와의 교통, UCC 등등은 약간 포인트가 엇나갔다 생각합니다. 그것들은 유저와 유저간의 커뮤니케이션이 아니라, 창조된 로직과 인간과의 커뮤니케이션이기 때문에 금방 간파당함과 동시에 식상해지기 때문이죠.)
하지만, (송재경님의 발표내용에 따르면)현실을 본 뜬 가상사회를 표방한 게임들이 현실스런 부작용과 스트레스를 주면서, 게임적인 형식으로 회귀를 하게 되면서, 4~5단계는 요원하게 되었습니다.
리니지 같은 게임은 어설프게 나마 4단계에는 도달하였습니다. 존경이라는게 사전적으로 해석하여 좋은의미만 있는게 아니라, 다른 의미의 존경도 있습니다. 바로 존재감이죠. 나쁜 의미의 존재감도 존재하죠. ㅋ
그런 의미에서 리니지는 4단계 까지는 도달했고, 그래서 지금까지도 적잖은 사람들이 즐기고 있습니다.
리니지가 낳은 폐해들은 생각하지 않느냐? 그 폐해들을 굳이 가상사회와 직접적으로 연결지을 필요는 없습니다.
오토봇이나 악성PK, 게임을 피곤하게 만드는 길드들의 살벌한 투쟁, 현거래 등등은 분명히 바람직하지 못한 부작용이긴 합니다만, 가상사회를 유지하면서 그런 부작용들을 해소할 방법이 없다고 단정지을 필요까진 없다는거죠. 그 방법을 강구해나가는게 새로운 게임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아닌가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