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커피의 게임편력사 (1)
내가 믿었던 상식과 현실간의 괴리
나의 과거사 이야기를 좀 해보겠다....플레이스테이션2로써 그때부터 본격적인 콘솔유저로써의 스타트를 끊었던, 그때부터 지금까지, 내가 믿고있었던 가장 일반적이었던 상식은, 막상 내가 뚜껑을 열어보니 그런 상식 따위 통하지 않는 그야말로 지옥도였던 현실을 깨닫게 됨으로써
내가 이런 사람이 된 계기와, 그리고 그외 여러가지 하고싶은 말을 좀 하도록 하겠다...
1. 콘솔유저 인생의 시작
2. 타이틀 부족으로 인한 일시적인 외면, '콘솔 개조'라는 말을 접하다.
3. 본격적인 용산 탐방 시작과 중고타이틀 매매
4. 처음으로 해외판 타이틀을 구하다
5. 그리고, 운명의 그날.
1. 콘솔유저 인생의 시작.
2003년 초. 필자는 가족끼리 아버지 동창분 집에 식사초대를 받았다. 그곳에서 만난 아버지 동창분의 아들 되는 내 또래뻘 되는 사람이 보여준 것, 나의 게임편력사에 엄청난 방향전환의 계기가 되는 물건, 바로 플레이스테이션2 였다. 그때 해봤던 알수없었던 헬리콥터 조종 액션 게임과 SSX 트리키는 나로 하여금 '좋다. 내 이걸 지르고 말리라'라는 결심을 하게끔 만들었다.
그렇게해서, 플레이스테이션 2의 런칭자금을 모으기 위한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일단 그당시 기준으로 몇주전에 설 시즌에 번 세뱃돈 8만원 가량을 종잣돈으로 해서, 그때부터 각종 하고싶은거 다 포기해가며 꼬박꼬박 돈을 모았다. 그리하여 그해 11월, 플레이스테이션2를 지르고 말았다. 런칭 타이틀은 툼레이더 엔젤 오브 다크니스, 진삼국무쌍3 였다.
2. 타이틀 부족으로 인한 일시적인 외면과 '콘솔 개조'라는 말을 접하다.
일단 플레이스테이션2를 지르고 나서부터는, 그때부터인가 슬슬 기강이 느슨해져서인지 2003년 중반기 동안에 빠릿빠릿했던 절약정신은 그야말로 바닥으로 추락. 용돈도 받자마자 여기저기 희한한데 다 쓰다보니 어느순간인가 게임에 투자할 돈이 별로 생기지 않게 되었다. 뭐 그래도 그나마 동네 근처 할인마트에서 덤핑할인으로 2만원 가량에 샀던 파이널판타지 10과 2004년 설 시즌에 받은 세뱃돈으로 산 잭2가 슬슬 지겨워지기까지는 타이틀 고갈에 대한 걱정을 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나마 이 두 게임마저도 지겨워짐으로써, 2004년 중순부터는 어느순간에인가 PC앞으로 가있는 시간이 더 많아졌다. 다행히 필자가 과거의 명작 파이널판타지7을 신품으로 구할수 있는 곳을 알아내면서부터 다시 플레이스테이션2 앞으로 자리를 잡을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그맘때쯤, 같은 반에 누군가가 내가 플레이스테이션2를 가지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개조 안해? 하면 좋은데'라는 말을 꺼냈다. 이때만해도 콘솔을 개조한다는게 무슨 뜻인지 몰랐던 필자는 그것에 대해서 계속 캐물었는데 들을수 있는 정보란건 그저 '개조 비용은 대략 5만원'이었다는 정보 뿐이었다. 어쩌면 이게 나로써는 다행일지도 모르겠다. 이 순간이 혹시 내 게임편력 인생에 잘못된 터닝포인트가 될 수도 있었으니깐. 그리고 그 콘솔 개조라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된건 2007년 상반기에 플스여왕 구속 건을 통해서 그제서야 알게되었고, 그때는 이미 복돌이 경계 모드로 돌아선 상황이었다.
3. 본격적인 용산 탐방 시작과 중고타이틀 매매
일단 파이널판타지7을 샀다지만 정작 이 게임은 PS1으로 나온 게임이라 PS2전용 메모리카드에 저장이란 꿈도 꿀수 없었다-필자가 파이널판타지7 세이브포인트에서 세이브 윈도우를 띄웠더니 시간이 지나도 햐안색으로 바뀌지 않고 회색으로 남아있던 슬롯1 표시를 보고 좌절한 순간은 지금도 눈에 선하다
결국 필자는 PS1용 메모리카드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인터넷을 뒤져서 PS1용 메모리카드를 팔만할 곳을 찾아다녔고, 그렇게해서 찾은 정보는 '용산 쪽에서 파는 곳 있다'였다. 자, 그럼 이제 어떻게 하겠는가. 드디어 필자 인생 최초로 용산이라는 이름의 던전에 발을 들여놓았다. 여기저기 돌아다닌 결과 어딘가 진열대에 놓여있는 뭐랄까, 좀 싸구려 티가나는 서드파티 제품의 메모리카드가 보였다. 가게주인에게 물어봤더니 PS1용이라는 대답을 얻을수 있었고, 곧바로 질렀다. 그리고 집에 돌아와서 파이널판타지 7을 켜고 세이브포인트로 달려갔더니 슬롯1 이 활성화 되는것을 보고 감격했다.
그이후 또 용산에 가볼 기회가 있었는데 2005년 설 시즌 이후였다. 이때는 동생과 같이 갔는데 필자와 동생의 주머니에는 두둑한 세뱃돈이 들어있었다. 필자가 그곳에 간 이유는 진삼국무쌍4를 사기 위해섰는데 돈이 좀 남아서인지 파이널판타지10-2를 중고로 사들였고 동생은 그당시 하지메의 일보를 열독하고 있었던지라 하지메의 일보 게임을 중고로 사들였다. 이때부터 나는 중고타이틀 매매에 대해서 알게 되었고, 얼마 안가서 생각보다 평이 생각 이상으로 않좋고 필자가 해보기에도 너무 재미없었던 진삼국무쌍4를 용산에 가서 처분했다.
그당시에는 몰랐지만, 이미 필자가 진삼국무쌍4를 사고 있었던 순간에 그 두꺼비 상가 한쪽 구석에서는 누군가의 맡긴 PS2의 모드칩 장착 작업이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는 사실은 2008년이 되서야 알았다.
4. 처음으로 해외판 타이틀을 구하다
2005년의 어느날, 학교에서 점심시간의 그당시 이름으로는 W였던, 지금의 아프리카 라는 프로그램으로 누군가가 바이오하자드4의 방송을 틀어놨다. 그당시 바이오하자드 라는 게임은 그저 제목만 알고 있었던 필자에게 '야 이거 진짜 대박이다' 라는 말밖에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필자는 그맘때쯤 네이버의 엄브렐러대책실 카페에 가입했다. 그 게임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서.
그렇게 해서 얻은 정보는 (그당시 기준으로)바이오하자드4는 정발되지 않은 게임이지만 홍콩판을 구할수는 있다는 것이었다.
2006년, 설 시즌이 코앞으로 다가오자 필자는 무의식적으로 '바이오하자드4 를 사겠다'는 말을 내뱉었고, 그걸 필자의 엄마가 들었다. 엄마는 그말을 듣자마자 그 게임이 뭔지 알았다는 듯이 ' 성인 되기 전까지는 안돼'라는 말만 내뱉었다. 하지만 필자는 그에 굴하지 않았다.
설 시즌 후, 필자는 세뱃돈을 들고 용산에 다시 갔다. 일단 아무 가게나 붙잡고 들어가서 대뜸 이렇게 말했다.
'바이오하자드4 있어요?'
그말을 들은 주인은 대답 대신 바이오하자드4를 내밀었다. 물론 홍콩판이었다. 필자는 거침없이 돈을 낸다음 바이오하자드4를 집어들어 가방안에 넣었다. 그리고 남은돈으로 (지금으로써는 기억나지 않는) 중고타이틀2개를 지르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바이오하자드4를 거침없이 플레이스테이션 2에 집어넣었다.
남은 돈으로 피자를 주문한 후. 아무도 없는 집에서 한 바이오하자드 4는 그야말로 나에게 감동으로 다가왔다. 바이오하자드4의 세이브메뉴 배경음악을 들으면서 먹는 피자는 그야말로 너무 맛있었다.
그리고 그 다음날, 엄마가 좀있으면 집에 들어올 것이라는 전화를 들은 필자는 재빨리 이 바이오하자드4라는 타이틀을 집안 어딘가에 숨겨놓기로 결정했다. 얼마안가서 코드베로니카와 디렉터즈컷이 들어오지만 결국 이 바이오하자드 시리즈들은 필자가 성인이 될때까지 엄마의 눈에 걸려들지 않았다.
두번째로 해외판을 구했던 건 2006년의 일본여행 때였다.
2006년 여름. 아버지의 권유로 동생과 같이 일본여행을 갖다왔다. 이때가 기회다 싶어 국내에서 쉽사리 구할수 없었던 몇개의 타이틀을 질렀다. 비록 중고밖에 찾을수 없었지만 그래도 나름 기뻤다. 그것은 바로 더지 오브 켈베로스(확실히 게임성은 그닥이지만 그당시 파판빠였던 필자에게는 소장가치라도 있었던 타이틀)와 바이오하자드 코드베로니카 완전판이었다.
5. 그리고, 운명의 그날.
2007년 설 시즌(설날 얘기 자주 나오네)에 페르소나3를 샀다.
게임성으로도 맘에 들었지만, 이 게임은 필자의 게임인생에 있어서 그동안 '세상 돌아가는 것에 관심없는 재야에 숨은 콘솔 유저'라는 벽 안에 있던 필자에게 벽 바깥쪽 현실을 보여준 게임이었다. 페르소나3를 샀을 당시에는 걍 KICK-ASS 했던 게임 정도에 그쳤지만 얼마 안가서 산 월간 게이머즈 2007년 3월호에서 엄청난 진실을 알게 되었고, 바로 그 진실이 필자의 게임편력사에 엄청난 획을 그은 사건이 되었다. 바로...
페르소나3 7000장 사건 이었다.
몇년전에 PS2 국내 100만대 돌파 기사를 어딘가에서 접한 이후에는 그당시까지 '잘 돌아가고 있겠지'라고 생각하고 있던 국내 시장은 어느새인가 파국으로 접어들고 있었다는걸 그제서야 깨닫게 되었다.
그 파국속에서도, 필자는 세상 물정 돌아가는걸 몰랐던 까닭이겠지만 가장 일반적이고 가장 상식적인 방법으로 게임을 구매하고 있었다. 콘솔 개조, 불법다운, 복사판 구매 따위는 뭔지도 모른채.
다시말해서 필자는 플레이스테이션2 구매 이후, 2007년 초 그당시까지 불법으로 게임을 유통, 구매한다는 것에 대해서 아무것도 알지 못한, 북미나 일본 등의 선진국에서나 볼수있었던 가장 일반적인 라이트유저들의 양상을 그대로 닮은 사람이었던 것이다. 여담이지만 닌텐도의 복사에 대응하는 정책인 '복사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신경 끄고 지내라'라는 정책이 잘 들어 먹힌 소비자의 일종이라고 해야할까.......
그건 그렇고, 운명의 그날 이후 필자의 모든 것은 바뀌었다. 소위 복돌이라 불리우는 것들에 대하여 경계를 시작한 것과, 게임의 한글화 여부에도 엄청난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다시말해서 지금의 필자가 있게 된 것이다....
--본문을 기초로 해서 하고싶은 말들.
1. 학생 신분에 비추어도 게임값은 비싸지 않다. 그리고 그렇게 많이 필요하지도 않다.
어떤 인터넷 콘솔게임 게시판을 가든 이런 글 하나씩은 꼭있다. 학생 신분으로써 게임 값이 너무 비싸다고 불평하는 인간이 있다. 하지만 그정도 징징대는걸로도 모자라서인지 게임 값이 비싸다는 이유로 대놓고 복사 쓴다고 자랑하는 인간들도 있다.
나는 그들에게 묻고싶다. 왜 게임 값이 비싸다는 이유로 복사를 쓰나?
필자는 중학생 당시 부모님에게서 1주일에 용돈 4500원 받았었다. 그리고 고등학생 때는 대략 6000원 정도 받았었다. 이정도면 필자의 경험으로 따지면 그당시로써는 또래 평균보다 못받는 수준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복사를 쓰지 않았다(복사에 대한 개념을 몰랐던 게 한몫 했기는 했지만). 1달에 18000원으로 연명하면서도 다른곳에 쓰고싶은돈 팍팍 줄여가며 게임을 샀던 게 필자다.
웃기는건 그당시 나보다 용돈 더많이 받는 또래들도 '게임 살 돈이 없어'라는 핑계로 복사를 쓴다.
게임 값 5만원(요즘은 거의 7만원까지 하는것도 있지만 여기서는 대략적인 평균에 맞추겠다)이 비싸다고? 이건 그냥 Bull-Shit 이다. 대략 한달에 용돈 5만원 정도 받는 친구들 기준으로, 한달에 절반인 25000원만 쓰고 나머지를 모아둬도 2개월만에 신품 게임 하나 거뜬히 산다.
그리고 연초에는 굳이 허리띠를 졸라맬 필요 없다. 바로 설날에 받는 세뱃돈이 있으니깐.
그래도 그게 비싸게 느껴진다고? 그러면 대안은 얼마든지 있다. 정식 염가판(PS진영의 빅히트판이나 Xbox진영의 플래티넘 히트)이나 할인마트 등지의 덤핑판매, 정 안되겠다면 중고판도(필자는 중고판에 대해서는 아니꼽게 보지 않는다) 상관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고싶은 게임은 너무많은데 학생 신분으로써 돈이 모자라 복사쓴다고 마지막까지 물고 늘어지는 친구들을 위해서 한마디 한다. 지금의 넌 어디까지나 학생 신분이다. 학생으로써 기본적으로 학교 공부를 포함해서 필수적으로 해야할 일들 제쳐놓고 겜 할 시간이 그렇게 많나? 아니지? 그러면 자연히 실질적인 기간평균 게임 플레이 시간은 줄어들고 그에따라서 한번에 사야할 게임 타이틀 수는 줄어들겠지? 뭐? 그래도 시간이 남아돌아? 그러면 방과후 알바나 좀 하든가.....일주일쯤 하면 게임 하나 살수 있더구만....
마지막으로 부모들에게 한마디 한다. 당신 자식들을 좀도둑으로 만들지 마라. 당신들 눈에는 하찮은 물건으로 보인다고 해서 도둑질이 합법화되는게 아니니깐. 법전에도 당신들이 자식들 좀도둑 만든것에 대한 책임을 얼마든지 부여할수 있는 조항들이 있다.
여담이지만 당신 자식들이 PC 인터넷으로 집안망신 시킬까봐 두려우면 그냥 눈 딱감고 콘솔 게임기를 사줘서 그쪽으로 눈길을 돌려라....
'(2) - 다운로드 기반 PC온라인을 외면하기까지' 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