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게 써놓고 날려먹는 바람에 정신적 충격을 이겨내고 급하게 다시 써서 올린거라, 지금 글이 제대로 쓰여졌는지 모를 정도입니다만..
아무튼, PvP를 인문학적으로 분석하라 2탄 입니다.;;
기존 공성전의 단점인 빈익빈 부익부로 인한 독점-담합 현상, 그것으로 인한 컨텐츠 독점현상을 해결한 게임은 아직 없습니다.
그 만큼 해결하기가 어려운 문제인거죠. 사실 이 문제는 현실에서도 자연스럽게 나타나며 해결이 쉽지 않은 현상입니다.
이 문제를 풀어제끼려면 여러가지 문제가 다발적으로 발생합니다. MMORPG는 사실상 다수 인간들의 집합체이다 보니 사회학적 변수들이 여기저기서 터지게 되는데, 이런 것들을 언급하면서 전하고자 하는 내용들을 끝까지 제대로 전달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들 정도입니다.
아무든, 여기서 부터는 복잡할만해서 복잡해지니, 지겨움을 참고 끝까지 읽으시면 당신은 용자!
먼저 구체적으로 게임 속 독점-담합이 어떻게 일어나는지 살펴봅시다.
독점
A길드는 공성전 승리 확율이 높습니다. 그래서 장기적으로 성을 장악함으로써 성혈로써의 특권과 혜택을 누리고 더욱 더 강해집니다. 그래서, 다른 비성혈 길드들 중에선 A길드의 아성을 넘볼 길드가 없을 정도가 되었습니다.(빈익빈 부익부 고착으로 인한 독점, 일부만 상위 컨텐츠를 영위함)
담합
이미 성을 장악하여 필요한 것을 누리고 있는 길드들이 서로 힘들게 경쟁을 할 필요가 없어짐에 따라 발생합니다.
그런데 가만히 관찰해보면 둘 다 경쟁을 죽이는 현상이긴 합니다만, 한가지 차이가 있습니다.
독점은 경쟁의 수요는 있지만, 한쪽이 이길 가능성이 없기 때문에 경쟁이 발생하지 않습니다.
담합은 어느쪽이든 해볼만 하지만, 경쟁의 수요가 없습니다.
무슨 말이냐구요?
소프트한 서민혈은 하드한 성혈을 이기기 힘듭니다. 하지만, 서민혈이 성에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니죠. 마음 같아선 공성전을 이겨서 성을 차지하가 싶지만 격차가 고착 되어서 그럴 힘이 없습니다.
반면 담합은, 하드한 성혈끼리는 서로 붙어볼만합니다. 하지만, 그들은 이미 누릴만한 것을 누리고 있기 때문에 그럴 필요를 못느끼죠.
한쪽은 수직적 격차가 나서 경쟁이 안되고, 한쪽은 경쟁할 이유(수요)가 없는 것이죠.
즉, 저렙은 고렙을 이겨야 고렙이 될 수 있는데, 고렙을 이기기가 힘들죠. 고렙은 고렙끼리 붙여야 볼만해지는데, 고렙들은 서로 싸울 이유가 없는, 황당한 상황인 것이죠.
그럼, 수직적 격차를 없애고 수요의 위치를 바꾸면 됩니다.
저렙과 고렙을 붙이는게 아니라, 저렙은 고렙이랑 편먹고, 고렙은 고렙이랑 붙인다는 것이죠.
저렙을 고렙이랑 편먹게 하는 건 그렇다 쳐도(이것도 사실 복잡합니다만 일단은 제껴놓고) 어떻게 고렙을 고렙이랑, 즉 담합을 어떻게 없앤다는 것인가?
용자들끼리 싸우게 하려면 '수평적 차별'이 필요합니다.
수직적 격차가 높고 낮음, 예를 들어 성이 있고 없고의 차이라면, 수평적 격차는 가치는 동등하되 용도가 다르다던가 해서 개성적 차이가 있는 것을 의미합니다.
가령, 성혈들끼리 붙인다고 성에 수직적 차등을 두는 것은 처음 문제를 위치만 바꿔서 재탕하는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성들간의 수직적 가치는 동등하되, 각자 개성있는 혜택이 있어 모든 종류의 혜택이 다 필요하게 만드는 것이죠.
예를 들어, A B C D E라는 다섯개의 성에 각각 a b c d e라는 혜택이 있습니다. a b c d e 하나하나도 나름의 용도가 있지만, 시스템적으로 게이머들이 둘 이상의 혜택을 동시에 원하게 만듭니다.
즉, a b c d e중 두개 이상을 사용해야 좋은 아이템을 제조-유지할 수 있게 만든다던가 하는 것이죠.
그럼, 성을 하나 차지한다고 끝나는게 아니라, 여전히 다른 성의 혜택들도 원하게 됩니다. 그럼 싸워서 뺏던지 물물교환을 하던지 해야겠지요.
하지만, 위의 상태라면 고착화 되는 현상은 '살벌한 경쟁'이 아니라 '무역을 통한 평화공존'입니다. 자기성의 혜택이 다른 성 혜택과 가치가 동등하니, 물물교환이 쉽습니다. 물론 처음에는 어느정도 싸우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살벌하게 싸울 필요가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겠죠. 그럼 전체 상황은 '무역을 통한 평화공존'으로 수렴(고착)하게 됩니다. 물론 게임 전체로 보면 이것도 필요한 현상이긴 합니다만, 지금 원하는 건 이게 아니죠.
그럼 수평적 차별로 어떻게 싸우게 만드는냐?
단것에 미치는 5명의 꼬마들에게 막대사탕 5개를 나눠주는 건 쉽습니다.
굶주린 사자 10마리에게 누우 뒷다리 10개를 나눠주는 것도 쉽죠.
하지만, 둥근 케이크를 하나를 주고 알아서 잘라나누라면 난리도 아니죠.
사자들에게 누우 뒷다리 10개 분량의 누우 시체 하나를 던져주면 일 터집니다.
평화 또는 담합을 만들 균형점을 찾기가 힘들기 때문이죠.
균형점을 찾는 건 고사하고 먹이(?)가 무한(?)으로 미분이 가능하기에 기존 당사자들 간에도 문제지만 중간에 또 다른 세력이 또 끼여들수도 있습니다. 유저의 수는 5명으로 끝나는게 아니기 때문에 창발적인 이합집산으로 혜택을 놓고 다투는 집단의 갯수가 몇개가 될지도 모릅니다. 무슨 일이 벌어질지, 즉 무슨 이야기가 쓰여질지 모르게 되는 것이죠.
이것은 성이라는 시스템이 다른 것으로 변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물론 이것도 여러가지 부작용이 있습니다. 그럼 끊임없이 싸움만 하겠네? 그런 게임을 피곤해서 어떻게 하냐?
시간적으로 또는 공간적으로 전쟁기와 평화기, 전쟁지역와 평화지역을 만드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이것들 뿐만 아니라 수직적 격차를 없애는 방법이나, 수평적 차별을 만드는 것 등.. 하나하나 일일히 구체적인 예를 들면 너무 이야기가 시시콜콜 해질 것 같아서 쓸까말까 고민이 됩니다만..
리플 반응 보고 결정해야 할 것 같네요.
결론은, 유동적으로 분할할 수 있는 '수평적 차별'을 만들어라!! 파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