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 IT인프라를 보면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촛불 집회를 통해서 그런 인프라가 어떤 일까지 가능한지 매일매일 새삼스럽게 놀라고 있습니다. 연령대도 가리지 않아서 심지어 가정주부까지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공유하고 유모차를 끌고 자신의 의견을 알리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은 정말 충격을 넘어서 감동 받을 정도였습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많은 부분 아쉬움을 느꼈습니다. 정말 다양한 계층에 사람들이 이러한 인프라를 활용하고 있고 더욱더 발전된 기술들이 적용되어가고 있는데 지금 나오고 있는 게임들은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듭니다.
인터넷이라는 통합 플렛폼을 통해서 어디서나 정보를 확인할 수 있고 컴퓨터가 아닌 핸드폰, PMP, 심지어 냉장고에서까지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는 시대이지만 그것을 위한 컨텐츠를 만드는 회사는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단적으로 이야기 해서 이번에 인터넷을 통해서 모인 수많은 인파들 중 주부층을 한정적으로 봤을 때 그 계층을 위한 인터넷 컨텐츠는 뭐가 있을 까요? 비게임 컨텐츠를 제외하면 고스톱 정도일 겁니다.(더 있나요?) 전에도 말씀 드린 이야기지만 이렇게 한정적인 유저 층을 가지면 안 그래도 작은 시장 규모는 점점 더 작아질 수 밖에 없습니다.(추가되는 유저는 한정적인데 기존 유저는 계속 줄어들고 있거든요… 게다가 현재 경제 상황도 좋지 않습니다.)
이런 작은 시장은 독점이 쉽기 때문에 만약 이 시장을 어느 하나의 기업이나 게임이 독점하게 되면 전체적인 시장의 균형이 무너지고 줄줄이 도산하거나 대규모로 축소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 상황이 스타크레프트2와 디아블로3를 통해서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만약 극단적으로 생각해서 NC의 아이온이 실패한다면 아니 성공하더라도 단지 자기 회사에 리니지 시리즈의 유저들을 빼서 새 게임으로 이동시키는 게 다라면 정말 위험해질 수 있습니다.
이 상황에서 아이온의 실패는 게임업계에서 전설처럼 전해지는 아타리 쇼크와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차이점은 차기 시장을 독점할 기업이 닌텐도가 아니란 것뿐이겠지요…… 예전에 스타크레프트와 디아블로2는 게임 시장을 확대시키는 역할을 해줘서 그렇게 확장된 유저 층을 자연스럽게 국내 개발사에서 흡수하는 형태로 시장규모의 확대를 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시장은 포화상태 입니다. 같은 유저 층 안에서는 더 이상 늘어날 유저도 시장도 없습니다. 한 2년 동안 외산 게임이 국내 시장을 독식한다면 지금 국내 개발사 중에서 그 기간 동안 줄어든 수익을 버티며 새로운 게임을 만들 수 있는 환경을 가지고 있는 업체들이 얼마나 될까요??
예전처럼 성공한 게임을 보고 야 우리도 저런 거 만들면 대박 이겠다. 라고 외치며 돈 대줄 곳이 얼마나 있을 까요?? 이미 쓴맛을 본 사람들이 대부분입니다. 게임업계에 대한 허황된 꿈은 몇 년 동안 계속된 비슷한 MMO, FPS, 스포츠게임 러쉬에 대부분 사라졌다고 생각합니다.
만약에 지금 MMORPG에서 와우, 코난, 몬스터 헌터, FPS에서 배틀필드 히어로즈, 팀 포트리스, 액션게임에서 던전 앤 파이터 스포츠 게임에서 EA시리즈 이상의 게임들이 아니라면 큰 성공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기대작으로 꼽는 몇몇 게임들이 있지만 그 게임들이 적절한 타이밍에 좋은 완성도로 나오기를 기대해 봐야겠지요…
소수에 해외 매출이 높은 회사들과 대형 퍼블리셔들만 남고 대부분에 게임산업에 종사하는 많은 사람들의 일자리가 없어지는 상황이 되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정말 극단적인 미래예상이지만 TIG메인 페이지에 모든 기사가 몇 일 동안 디아블로3기사로 도배된 걸 봐서는 그다지 틀리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불안한 예감이 듭니다. 제발 이러한 생각들이 그냥 저의 헛소리로 뭘 모르는 녀석의 뜬금없는 걱정으로 끝났으면 합니다.
저의 불안한 생각을 없애줄 건설적인 답변을 기다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