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서 난 '아이온'을 하기로 했다! 프라우스 11-22 조회 5,089 공감 3 36

11월 18일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이하 와우)'의 2번째 확장팩인 '리치왕의 분노'가 정식 서버에 업데이트 되었습니다. 같은 날 오픈 베타 테스트 중인 '아이온'의 상용화 일정과 내용이 발표되었죠.

 

아이온의 오픈 베타가 시작되기 전까지 한번도 빠짐없이 정액결제로 와우를 즐기고 있던 전 이 날 많은 고민을 하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두 게임 중 어느 것을 할 지를 놓고 말이죠.

 

와우 이전에는 리니지2를 했습니다. 와우는 뉴비 소리 들으며 '불타는 성전'이 시작되는 날부터 지금까지 했구요. 그동안 아이온에 대한 소식을 들으면서도 와우는 계속 해왔습니다. 당시 만렙이었던 70레벨 캐릭터도 5개나 키웠죠.

 

일단, 18일날 와우에 접속해서 '죽음의 기사'를 생성하여 오그리마 그런트들의 침을 온 몸으로 맞아가며 호드의 대족장 '쓰랄'에게 편지를 가져다 주는 퀘스트까지 했습니다. 정말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재미를 느끼게 해주는 최고의 퀘스트들이었습니다. 숨 한번 제대로 쉬지않고 끝까지 게임에 몰입하게 만들더군요.

 

퀘스트가 하나씩 완료될 때마다 변해가는 필드의 모습을 보면서 블리자드는 또 한번 MMORPG의 수준을 높였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면서 아이온은 또다시 와우의 뒤만 쫓는 게임이 되고야 말겠구나라는 아쉬움도 같이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 당분간 '아이온'을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 제 개인적인 사정상 아이온과 와우를 상대 비교 할 수 밖에 없음을 양해 바랍니다)

 

 

1. 아이온은 '한국'산 온라인 게임이기 때문입니다.

 

와우는 의심할 여지없이 최고의 온라인 게임입니다. 지금까지 즐기면서 게임 내외적으로 가진 불만은 거의 없었습니다. 레벨업/퀘스트/레이드/전장/투기장/경제활동/커뮤니티 등 온라인 게임에서 즐길 수 있는 거의 모든 컨텐츠들에서 높은 완성도를 보여줬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마음 한구석에 항상 품고있던 '이런 게임이 우리 나라 사람들이 만들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라는 아쉬움을 떨쳐 버릴 수가 없었습니다. 와우 이전에 리니지2를 오랫동안 했기 때문일까요?

 

그래서 앞뒤 따져보지 않고 아이온을 당분간 해보기로 했습니다. 일단 완성도와 재미를 떠나서 국내 게임 제작사인 NC소프트에서 만든 한국산 게임이기 때문입니다.

 

이건 애국심 같은 어떤 의무감이나 사명감에서가 아니라 그냥 지극히 개인적인 바램에서 출발한 것이기 때문에 많은 분들이 아이온을 선택하는 데 있어서 그리 납득할만한 이유는 못될 것입니다.

 

 

2. 확장팩 보다는 전혀 새로운 게임을 하고 싶습니다.

 

와우는 벌써 2번째 확장팩입니다.

 

물론 이번 확장팩인 '리치왕의 분노'에서 다루어지는 내용이 이전 오리지널과 '불타는 성전' 때와는 여러 면에서 많이 다릅니다. '리치왕의 분노'는 '워크래프트 3'의 스토리와 직접적으로 이어지는 내용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크게 변함없는 게임 분위기는 저를 조금은 지치게 만들고 있습니다. 그래픽도 조금 좋아졌고 새로 도입한 기술로 수행한 퀘스트와 평판을 바탕으로 전혀 달라지는 필드 등은 상당히 매력적이긴 하지만, 이제는 좀 지겨워 졌어요.

 

새로운 게임은 많이 있습니다. 아이온 이전에 '프리우스'도 오픈 베타를 시작했고, 조금 있으면 정통 RvR 온라인 게임이라는 '워해머 온라인'도 국내에 출시된다고 합니다. 그 전에 '반지의 제왕 온라인'도 있었죠.

 

하지만 역시 전 아이온을 선택했습니다. NC소프트가 의도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와우의 확장팩과 시기적으로 겹치는 것이 마치 제게 선택을 강요하는 것 같더군요.

 

 

3. 아이온에도 있을 건 다 있는 것 같습니다.

 

이제 오픈 베타 테스트 중인 게임과 와우를 비교하는 것 자체가 어떻게 보면 넌센스이기 때문에 어느 것이 더 낫다라고 말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당연히 지금으로서는 와우가 훨씬 재미있고 수준 높은 온라인 게임이니까요.

 

그래서인지 아이온은 와우의 장점은 거의 대부분 가져 왔습니다.

 

여기서 와우도 다른 유수 게임들의 시스템을 차용했다라는 말은 아이온과 와우의 유사성에 대한 변명은 안된다는 것은 다들 아실겁니다. 사실이기도 하고 와우 출시 초기 많은 유명 개발자들의 손가락질도 받았지만, 와우는 이제 전세계 1천만명의 유료사용자가 즐기는 세계 온라인 게임의 표준과도 마찬가지의 위치에 있기 때문에 와우와 유사한 게임은 '와우를 따라했다'라는 지적에 절대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NC소프트도 그런 사실을 모를리 없을텐데 대놓고 와우의 시스템을 그대로 차용하고 있더군요. 이건 어떤 면에서 '욕을 먹는 한이 있더라도 배울 것은 배우고 보자'라는 자세로 전 느껴졌습니다. 어떻게 보면 일본의 가전제품을 카피하면서 기술력을 키운 삼성의 옛모습이 떠오르기도 하더군요.

 

비판적인 시각을 조금 걷어내고 아이온을 들여다보면 와우의 각종 시스템을 나름의 기준을 가지고 다듬은 흔적이 보입니다. 그대로 갖다 쓰기보다는 아이온이란 게임에 부합하도록 재배치했다고나 할까요?

 

그러나 현재로서는 이런 시도가 어떠한 결과를 가져오게 될지는 미지수입니다. 다들 욕도 많이 하고 있고 어설프다는 지적도 있으니까요. 그래서 좀 더 곁에서 지켜보고 싶습니다.

 

 

4. 지금까지와는 달리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보입니다.

 

각 직업별로 20레벨 캐릭터를 한 5개 정도 키워보았더니 나름대로 차별성도 느껴지고 각 직업이 앞으로 추구할 방향도 느껴지는 것이 리니지2처럼 비슷비슷한 직업을 이름만 바꿔서 나열해 놓았을 때와는 많이 다르더군요.

 

특히 수호성(탱커)과 치유성(힐러)들도 혼자서 사냥과 퀘스트 수행이 힘들지 않게 해놓은 점은 참 마음에 들었습니다. 이런 것이 향후 PvP에도 유용하게 작용하기만 한다면 딜러 직업에 유저가 몰리는 환타지 온라인 게임의 전형에서 어느정도 벗어날 수 있는 장점이 될테니까요.

 

이제 겨우 필드 파티 퀘스트를 해봤기 때문에 '레이드'로 대표되는 PvE나 어비스에 펼쳐질 진영간의 1:1 또는 다:다 간의 PvP의 완성도를 논할 근거가 전혀 없지만, 시스템 적으로 가능하다고 하니 일단 경험은 해보고 판단해야 할 것 같습니다.

 

퀘스트는 이전까지의 온라인 게임에서 봐왔던 시스템을 최대한 다듬어 놓아서 상당히 만족스러웠습니다. 하지만 와우가 이번 확장팩으로 새롭게 한차원 높은 퀘스트 시스템을 선보였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또다시 뒤만 따라가게 되어서 참 아쉽습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아이온의 퀘스트는 지금보다 훨씬 칭찬을 많이 받았을 것 같네요.

 

캐릭터 커스터마이징은 정말 놀라웠습니다. 종족이 달랑 2개 뿐이라 참 안타까웠는데, 필드에서 보이는 캐릭터는 정말 예상을 뒤엎을 정도로 다양하더군요. 물론 선남선녀가 더 많긴 합니다만 개개인의 개성이 물씬 묻어나는 재미있는 캐릭터들은 따라다니며 쳐다보고 싶을 정도로 다양한 모습들이었습니다.

 

그 외에 커뮤니티나 경제활동에 관한 점은 아직 한 달도 채 안된 상태이기 때문에 판단하기 쉽지 않지만, 큰 레기온(길드)들이 등장하고 있고 채집을 바탕으로 제작을 시도하는 유저들도 조금씩 늘고 있어서 상용화가 되면 재미와 완성도가 보다 명확하게 드러날 것 같습니다.

 

 

5. 끝으로...

 

지금까지 장문의 글을 썼습니다만, '지극히 개인적인' 잣대로 쓴 것이라 부족한 글임엔 틀림이 없을 겁니다. 하지만 제가 와우를 잠시 쉬고 아이온을 하기로 한 이유를 설명하는 데는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댓글을 기대하고 쓴 글은 아니고 소위 '일기'같은 글입니다만, 긍정이던 부정이던 다른 TIG 회원들과 의견을 나눠보고 싶군요.

 

항상 건강하시고 평안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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