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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로티시즘과 온라인 게임의 만남 shiraz 02-15 조회 24,039 공감 8 14

약간은 민망한 이야기입니다. 어린이들은 살포시 '뒤로 가기' 버튼을 눌러주세요. >.<

 

성인 남성을 위한 MMORPG를 표방하는 온라인 게임이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이름하여 <판게아>. 그런데 전봇대에 치마만 둘러도 좋아한다는 남자들의 시선이 곱지 않습니다. 일단 포털 사이트 게시판을 온통 도배하는 알바들의 포주 같은 도박사이트 분위기는 접어두더라도 처음부터 홀라당, 덜렁덜렁 벗고 나오는 캐릭터들의 살색 공세는 무척이나 난감합니다. 남자들이 과연 그런 것을 좋아할까요? 좋아하시는 분들은 잠깐 뒤로.

 

 

█ 관음욕과 정복욕


자, 지금 이 글을 읽고 계시는 TIG의 성인 남성회원 여러분. 아래의 두 사진을 유심히 봐 주시기 바랍니다.

 

 

 

 

어떤 사진이 더 매력적으로 보이시나요? 아마도 제 취향이 독특한 것이 아니라면 여러분의 선택도 두 번째 사진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왜 두 번째 사진을 더 선호하게 되는 것일까요? 물론 쉽게 일반화할 수는 없습니다만 몇 가지 관점에서 살펴보겠습니다.

 

일단, 공공장소에서 보기에는 조금 민망한 두 사진들을 유심히 살펴봅시다. 사진 속의 피사체들은 카메라를 대하는 태도가 다릅니다. 하나는 노골적으로 카메라를 의식하면서 유혹을 합니다. 마치 이런 말을 하는 듯 합니다. ‘이봐 거기. 이리와 봐.’ 하지만 두 번째 사진의 주인공은 자연스러운 행동을 합니다. 눈이라도 마주친다면 ‘어, 너 언제부터 거기 있었어?’ 라고 물을 듯 합니다.

 

성인남녀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관음욕구가 여기에서 작용합니다. 상대가 눈치채지 못하게 바라보는 행위는 묘한 쾌감을 줍니다. 이게 지나치면 관음증이 되지만 어느 정도는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두 번째 사진의 피사체는 우리가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을 마치 모르는 것처럼 행동하여 이를 만족시켜줍니다.

 

또한 남성들의 정복욕구도 관련이 있습니다.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에는 끝까지 매달리지만 ‘찍기도 전에 넘어오는 나무’는 이내 싫증 내고야 마는 것이 바로 남자들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알아서 다 보여주는 사진보다는 ‘조금 더, 조금 더’ 하는 사진에 더 관심이 가는 것입니다. 이것은 여성 누리꾼들의 미니홈피를 장식하는 연애관련 게시물의 ‘일단 튕겨라’ 라는 말과도 깊은 연관이 있습니다.

 

 

█ 은근함의 미학


<판게아>는 앞서 말한 남성들의 욕구를 끌어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판게아>이전에도 본격 성인 MMORPG 를 표방한 게임이 있었지만 그것의 접근방식도 비슷했습니다. 마치 첫날밤에 허둥지둥하는 새신랑의 시각이라고 할 만큼 미숙합니다. 결국 소식을 들어볼 수가 없게 되더군요.

 

문제는 은근함이 아닐까요? 마치 군불을 때듯이, 보약을 은근히 달이듯이 접근하는 방식으로 성공한 게임들이 은근히 많이 있습니다. 한가지 예를 들어볼까요? 국내의 성인 남성 게이머라면 누구나 해보았을 성인용 패키지 게임, 동급생 시리즈! 어라? 학생들은 조용!

 

자, 이 게임은 <판게아>처럼 처음부터 훌러덩 벗고 나오지는 않습니다. 엔딩을 보려면 꽤 많은 노력을 해야 합니다. 여기에 은근함의 미학이 있습니다. 정복하고자 하얗게 불태우는 남정네들 앞에 공략대상들은 관음욕구를 충족시킬만한 서비스 컷으로 잠깐씩 팬티를 보여줍니다. 넘어갈 듯 안 넘어가는 히로인 때문에 모니터 앞에서 활활 타오르는 청춘들이 점점 늘어갑니다.

 

굳이 성인게임을 살펴보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온라인 게임 속에서도 이러한 은근함의 미학을 찾아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게이머들 사이에서 가장 섹시하다고 인정받는 NPC 는 어떤 인물들일까요?

 

그 중 하나. 바로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최고 미녀 ‘화이트 메인’. 종교재판관인 그녀를 알현하기 위해 얼라이언스와 호드 양대 진영의 불타는 남성들이 오늘도 수도원의 문을 두드리고 있습니다. 최종 보스인 그녀를 보는 것 만으로도 기쁘기 그지없다는 그들. ‘화이트 메인’의 무엇이 그들을 그토록 열광하게 만드는 것일까요?

 

다들 아시다시피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는 15세 관람가 게임입니다. 그렇기에 화이트 메인이 홀라당 벗고 나올 리는 만무합니다. 일단 그녀의 아리따운 자태를 감상해보죠.

 

 

어라? 여기저기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리는군요. 실제로 각 게임 게시판마다 이 아줌마의 스샷에 달린 댓글에는 민망한 소리들이 가득합니다. 열광적인 팬들의 거친 숨결은 뒤로 하고 잠시 그녀의 섹시하고 튼실한 허벅지를 감상해볼까요? 므흣.

 

수도원의 수많은 적들을 처치하고 달려온 게이머들 앞에 드러난 원장 아줌마의 드레스 사이로 보여지는 튼실한 허벅지는 마지막 보상이 됩니다. 정복하고자 하는 대상이 정해지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녀를 쓰러뜨릴 수는 있어도 가질 수는 없습니다.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라는 시처럼 메인 아줌마는 언제나 동경의 대상일 뿐입니다. 때문에 오늘도 워크래프트의 양대 진영은 그녀를 향해서 내달립니다. 거친 숨을 내쉬면서.

 

마비노기의 서큐버스도 이와 비슷한데 조금 더 과감합니다. 그녀도 처음부터 모든 것을 보여주지는 않습니다. 망사 드레스 사이로 살짝 속살을 드러낼 뿐입니다. 어쨌든 어린이들이 많이 즐기는 게임치고는 서큐버스 양은 상당히 과감하게 나갑니다. 때리면 때릴수록 옷을 벗어대기 때문입니다.

 

아니, 이게 무슨 사드 후작의 수제자를 양성하는 게임도 아닐텐데요, 어쨌든 마비노기에서는 서큐버스의 옷을 벗기는 것이 유행합니다. 각 게임 커뮤니티마다 ‘서큐버스 옷 벗기는 방법’ 이라는 약간은 민망한 게시물들이 많이 등록되어 있습니다.

 

부츠를 벗기고, 치마를 벗기고 하는 사이 남성 게이머들은 점점 불타오르게 됩니다. 오오오옷! 결국은 팬티와 상의만 남긴 채로 쓰러지는 서큐버스. 하지만 허무하게도 그 이상은 없으니 기대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마비노기는 성인용 게임이 아니니까요. ^^

 

 

█ 시각의 재조정 필요


중요한 것은 컨텐츠에 대한 접근 방식의 차이입니다. <판게아>는 성인용 컨텐츠를 어떻게 사용하는가에 관해서 앞서 말한 게임들과 극명한 시각의 차이를 보여줍니다. 은근함의 미학 없이 바로 모든 것을 드러내놓는 게임들은 그 생명력이 짧습니다. 앞서 말한 화이트 메인과 서큐버스가 이미 각 커뮤니티에서 재탕 삼탕되는 단골 화제가 되고 있는 것은 그들 컨텐츠에 은근함의 미학이 배어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판게아>를 비롯하여 이전에 성인 MMORPG 를 시도했던 게임들에는 그러한 미학적인 접근방식이 결여되어 있습니다. 하물며 일본의 게임시장 중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성인게임들조차 그런 은근함을 무기로 사용합니다. 동급생 시리즈처럼 히로인을 공략하기 위해서 들이는 노력이 성인 게이머들을 불타오르게 하는 것입니다.

 

성인용 MMORPG가 에로영화나 포르노가 아닌 온라인 게임인 이상, 그 게임의 생명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관련 커뮤니티에서 그 컨텐츠에 대한 재소비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컨텐츠를 어떻게 풀어 놓는가가 관건이 될 것입니다. 만약 이후에도 성인층을 노린 게임들이 등장한다면 그 시각을 한번 재조정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기다릴 줄 아는 이에게 복이 있나니~ 므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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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iraz | Lv.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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