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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인하다. 하지만 잔인하지 않다. 유정군 03-17 조회 3,343 공감 1 8

 

먼 옛날. 정말 그때 시대는 그렇게 싸웠을 것이다.
버튼하나 눌러 수백, 수만의 사람을 죽이는 지금과는 달리, 그때 그 시대에는 창과 칼과 방패로 싸우고 적군과 아군의 죽음을 눈앞에서 목격하고 또 그렇게 죽고 살아남았을 것이다.

 

300.

 

분명 이 영화는 잔인한 영화다.


그 어떤 영화 못지 않게 찌르고 죽이고 가르고, 목이 잘리는 가운데 끊어진 핏줄 하나하나가 세세하게 보이는 그런 영화가 있었던가...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죽이는데 익숙하고, 생명을 앗아가는데 익숙하고, 상대방을 죽여야지만 살아남을 수 있는 게임을 통해 학습되어진...아니 그렇게 만들어진 나를 포함한 영화를 보는 많은 이들에게 있어서 더이상 잔인한 영화는 잔인하지 않는 영화가 되어버렸다.

 

저 장면은 분명 섬찟한 장면인데, 정말 역사속의 그들이 저렇게 싸웠을텐데...
배를 가르고 목을 베고, 팔과 다리를 자르며 눈을 뽑아냈을텐데 왜 그 하나하나의 장면들이 그저 웅장하고 멋있게 보였던 것일까.

 

멋진 영상미로 뽑아낸 감독과 영화를 만든 이들의 실력인가?
아니면, 그러한 역할을 보여준 연기자들의 노력인가...

 

정말 그것도 아니라면 기원전 그때의 인간들의 본성이 약 2,500년이 흐른 지금에 와서까지 인간들의 내면에 그대로 잠재되어 있는 또 하나의 본성인가.

 

이제 죽이는 것이 너무 익숙하다.


온라인게임에 접속해 칼과 방패를 들고 수많은 이들을 죽고 죽이는데 익숙하다.
FPS게임에 접속해 총을 들고 저 멀리 상대방을 향해 총을 겨누는 것 또한 너무 익숙하다.
이왕 죽이는거 해드샷으로 한방에 죽이면 더더욱 짜릿하다.
또한, 가까이 가서 톱으로 잔인하게 썰리게 해서 죽이면 더더욱 짜릿한 것에 너무나 익숙해졌다.

 

감동이었고 멋있었지만, 또 한편으로 잔인한 장면들을 보면서 잔인하다는 생각이 들지 못했던 나 자신에 대해서도 괜시리 멋적었던 그런 금요일 밤이다.

 

왜 죽이는 것에 익숙한 것일까. 왜 정복하고자 하는 것에 익숙한 것일까...
기원전에도 그랬고, 점점 살기 좋아지고(정말 살기 좋아진 세상일까?), 편해졌다는 2,500년이 흐른 지금에 와서도 그렇고...

 

죽이고 죽이고 생명을 앗아가는데 너무나도 익숙한 모습들.


어쩌면 칼과 창과 방패만 아닐뿐이지 지금 우리 자신들도 가상의 세계를 통해 또다른 목적을 가지고 수많은 생명을 죽이고 있는것은 아닐까라는 괜한 생각을 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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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정군 | Lv.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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